《야나기 투나잇 쇼》 Ep. 132

♫ 오프닝


알렉스 야나기

오늘도, 내일도, 어제도, 그리고 언제까지나! 위키점프가 개발되지 않는 한 영원히 이 자리에서 여러분과 만날, 알렉스 야나기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오늘도 특별한 날이죠. 세계 정치절치동물 애호의 날입니다. 네? 그런 날이 없다고요? 맞습니다. 없죠. 없습니다. 저도 버니 샌더스 매미 싫어합니다, 하하. 왜 그런걸 키우는거죠?

알렉스 야나기

그런고로 오늘의 게스트를 소개합니다! 절치동물 살충마, 제비꽃 박멸자, 벌레둥지 방화광이자 그냥 미친놈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자, 알루미늄맨! 박수 부탁드립니다!


marine_alman.png

스틸샷.

관객 전원 박수, 알루미늄맨이 스튜디오 안쪽으로 들어온다.


알루미늄맨

이런 앙증맞은 찐빠 정도야 용서해드릴수 있습니다. 그러니 절 어서 내보내주시죠.

알렉스 야나기

아쉽게도 어렵겠네요. 사실, 나갈 곳이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저희는 그냥 romromromrom이 만든 허구적 현실에서 작가라는 범접할 수 없는 신적 존재들에게 놀아나며 짧은 인생을 허비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답니다!

알루미늄맨

내가 이래서 말 많은 놈들이랑 상종을 안해.

알렉스 야나기

순간이동 장치 사용하려고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차피 못 나가거든요. 하하! 제가 왜 이 스튜디오에 오만 것들을 다 끌어들이겠습니까? 다 방법이 있죠. 네. 방법이 물리적이건 아니건 말입니다.

알루미늄맨

뭘 잘못 들었는데요.

알렉스 야나기

아닙니다.

알루미늄맨

그래서, 그럼 내가 두 발로 나가면 어쩔 건데요 이 양반아. 태워죽이게?

알렉스 야나기

꽤 비슷하게 맞추셨나요. 아셨는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당신은 지금 인간 폭탄입니다.

알루미늄맨

뭐요 씨발?


알루미늄맨, 손목을 보자 시계가 박혀있다.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청중 웃음


알렉스 야나기

그렇습니다.

알루미늄맨

이런 미친. 난 여기서 나가야겠어.

알렉스 야나기

원격 폭탄을 박아놨으니 오래는 못 갈 겁니다. 쇼가 끝나면 풀어줄 생각이니 걱정 마세요! 아, 제 손에 들린 이 스위치가 실수로 바닥에 떨어진다거나 하면 모르겠지만요.


알루미늄맨, 있지도 않은 손톱을 물어뜯는다.

청중 웃음


알루미늄맨

좋아요, 그럼 이 망할 쇼부터 끝내자고요. 몇 시간 남았죠?

알렉스 야나기

굳이 제가 알려줘야 할까요?

알루미늄맨

당신이 쇼 진행자잖아!

알렉스 야나기

그렇게나 원한다면야, 알려드리죠. 이 쇼는 게스트가 질문에 다 답할 때까지 끝나지 않습니다. 어때요, 신나죠? 사실 말입니다, 알루미늄맨 씨는 어제도 재단 구내식당 냉장고를 열어보면서 야밤중에 먹을 것들을 찾아보고 있지 않았습니까? 최근에 박멸 의뢰가 들어온게 언제였는지도 까먹으셨구요.

알루미늄맨

이런 미친, 도대체 어떻게—

알렉스 야나기

아, 뒷조사. 저희 쇼의 유구한 전통이죠. 게스트 분들의 편의를 위해서 실례가는 질문을 하지 않도록, 저희 쇼는 게스트 선정 후 며칠동안 그 사람을 스토킹한답니다! 가끔 필요하다면 주변인들을 매수하거나, 인터뷰하는 일도 자주 있고 말이죠.

알루미늄맨

그거 범죄잖아요. 이거 도대체 어떻게 방영 허가받은거야?!

알렉스 야나기

그야 사랑스럽고 소중한 저희의 시청자분들이 저희를 애정해주기 때문이죠. 쇼라는 것은 결국 시청자에게 의지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방송은 시청자의 니즈를 맞춰 제작되는겁니다. 여러분, 저희 쇼 많이 사랑하시죠?

방청객

네~!

알루미늄맨

당신들 뭘 아주 단단히 잘못 먹었어!

알렉스 야나기

자, 자, 진정하시고. 우선 첫번째로… 저희 개인적인 프로필 이야기나 해볼까요? 여러모로 알루미늄맨, 당신 할 이야기 많은 게스트입니다. 솔직히 온 몸을 합금으로 싸고 다니는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나 그 안에 뭐가 있는지 궁금하곤 하죠. 안 그래요? 전에는 나무로 온 몸을 싸고 다니는 사람도 있었다고—

알루미늄맨

닥치고, 그냥 제 얘기로 넘어갑시다.

알렉스 야나기

에휴, 정없게 왜—

알루미늄맨

닥치라고.

알렉스 야나기

아우, 너무 잘 삐지신다! 제가 사람 잘못 골랐나봐요!


청중 웃음, 미션 실패 효과음


알렉스 야나기

여하튼, 그럼 원하시는대로 개인 이야기로 넘어갑시다. 당신 정체에 관한 의문이 아주 많아요. 그거 다 풀려면 아주 연예인 해명문 쓰듯이 말해야 할 겁니다. 우선 이것부터 물어봅시다. 알루미늄맨, 당신 성별이 도대체 뭡니까?

알루미늄맨

성별이요? 도대체 어떤 미친놈이 그런걸 먼저 물어봅니까?

알렉스 야나기

"덕질" 러들에게 꽤나 중요한 주제라고 하면 설명이 될까요?

알루미늄맨

그러니까요, 도대체 어떤 미친놈이 절 덕질하냐 이 말입니다.

알렉스 야나기

이런, 계속 말을 돌리시는걸 보니 아무래도… 불미스러운 일이—

알루미늄맨

조용! 제… 그… 여하튼 그 기능은 아직도 잘 작동합니다. 이건 망할 슈트라고요, 이해했어요?

알렉스 야나기

그래서 저희가 물어보는 것 아닙니까?

알루미늄맨

후, 좋아요. 알겠습니다. 그렇게나 궁금하다면야. 이번 딱 한번만입니다, 아시겠죠?

알렉스 야나기

오오.

알루미늄맨

저, 합금합체 알루미늄맨은, 이 시간부로 진실을 드러내겠습니다. 저는 사실 █████ ███████ ████ ██ ██████ █████ ████ ████. ██████.

알렉스 야나기

어… 저희 《야나기 투나잇 쇼》 사상 처음 있는… 무언가입니다. 네. 아니,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는데 말입니다.

알루미늄맨

그럼 이제 이 망할 폭탄이나 해체해주시죠.

알렉스 야나기

아하! 안됩니다. 아직 할 질문들이 가득 남았거든요, 알루미늄맨 씨. 그럼 다음 질문 들어갑니다. 재단과의 첫 면담 때, 알루미늄맨 씨는 꿈이 연예인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렇죠? 그렇다면 알루미늄맨 씨의 실제 외모는 어떤가요? 꽤나 잘생긴 꽃미남이신가요? 아니면 갑옷 속에 감춰진 미소녀?

알루미늄맨

미친, 그것까지 도청했어요?

알렉스 야나기

음, 그건 대답이 아닌데 말입니다. 스위치에 손이 가는군요.

알루미늄맨

알았어요! 말하면 되잖아요! 이 미친 것들. 솔직히 말하자면, 뭐라고 할 수가 없군요. 제 외모라. 외모… 그냥 유재석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아시겠죠?

알렉스 야나기

오, 왜죠?

알루미늄맨

보면 모르겠어요? 슈트 입고 평생 살고 있는데.

알렉스 야나기

흠, 좋습니다. 이 정도는 제가 자비롭게 스킵해드리죠. 그럼 바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이건 업무 영역과 좀 많이 관련된 질문인데요… 알루미늄맨 씨, 재단에서 근무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아마 기동특무부대와 함께 곤충들을 청산하신다고 말입니다. 그렇다면, 그 재단이라는 단체의 근무 환경은 어떤가요? 살만합니까, 아니면 사실 엄청난 블랙 기업?!

알루미늄맨

근무 환경이라, 이 비디오에서 말하다간 제 손목이 잘려나갈건데.

알렉스 야나기

폭탄도 설치됐겠다, 그냥 협박 때문에 했다고 하면 그만이겠죠. 아, 이 부분은 방송에서는 검열할겁니다. 안심하세요.


청중 웃음


알루미늄맨

근무 환경… 나쁘지 않습니다. 뭐 나쁘다면 얼마나 나쁘겠어요? 그냥 이상한 곤충 청산하고 오면 알아서들 줄거 주고, 봉급도 받고. 아, 클라라 박사라고 저랑 아는 사이인 분이 계신데요, 그 분이 아마 아까 말한 이상한 곤충 전담일겁니다. 개인적인 문제는 보통 이 분이랑 얘기하네요. 심리 상담 복지라고 봐도 되겠죠?

알렉스 야나기

뭐 해프닝이라던가, 그런거 없었습니까?

알루미늄맨

음, 한 번은 클라라 박사님이 갑작스럽게 저를 부르셨던 적이 있었습니다. 오밤중에 말입니다. 뭐 저야 늘 그렇듯 순간이동 장치를 사용해서 갔습니다만,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왜 불렀는가 하니, 화장실에 바퀴벌레가 나왔다는 겁니다. 숙소 화장실에요. 그 숙소 거주자가 아마 대부분 곤충학부 연구원이었을건데, 아무래도 그런 사람들도 바퀴벌레는 무서워하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뭐, 전기파리채 들고 튀겨줬죠.

알렉스 야나기

오, 상냥하네요. 어쩌면 당신, 그 클라라 박사라는 사람이랑-


청중 기대


알루미늄맨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까요?


야유 소리


알렉스 야나기

너무하네요. 좋아요, 계속합시다. 업무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얘기를 나눠보자고요. 알루미늄맨 씨, 당신 주요 업무가 곤충들 불태우는 그런거 아닙니까? 맞나요?

알루미늄맨

당연하죠.

알렉스 야나기

그렇다면 혹시나 말입니다… 집주인을 벌레로 오인하고 해치운 적은 있나요?

알루미늄맨

네?

알렉스 야나기

아니면 뭐, 사실 곤충을 죽였는데 알고보니 집주인의 애완 곤충이었다던가? 그런 실수같은거 있잖습니까. 아, 그래요. 질문을 바꿔야겠네요. 임무 도중 벌어진 가장 어이없는 일이 뭐였는지 말입니다. 괜찮습니다, 저희 《야나기 투나잇 쇼》는 다섯째주의 고해성사실 역할도 겸하거든요!


청중 웃음


알루미늄맨

내가 이래서 종교를 안 믿어.

알렉스 야나기

폭탄은 믿으십니까?


청중 숨 들이쉼


알루미늄맨

미친. 알았어요. 말 하면 되잖아요! 그나마 재밌는 걸 하나 꼽아보자면, 아무래도 그런 적이 있었죠. 전에 재단에서 한 번 호출이 왔었습니다. 아무래도 재단 기지 중 하나에서 격리 파기가 난 모양이었어요. 그래서 바로 출동했죠. 합금합체 알루미늄맨! 하면서요.

알렉스 야나기

오, 그래서요?

알루미늄맨

가서 보니 아주 커다란 나방이 하나 있었습니다. 요놈의 팅커벨! 하면서 빔 샤벨로 갈라버렸죠. 아주 짜릿했습니다. 그러더니 재단 연구원이 뭐라고 했는지 아십니까? 희귀종이라 죽이면 안된답니다! 참나, 곤충 박멸 전문가가 살려주니까 하는 말이, 죽이면 안된다고?! 그런데 뭐 어쩌겠습니까, 전 사축인데. 결국 사과하고 나왔죠. 다음부터는 호출마다 따로 팁 받을겁니다. 드러워서 원.

알렉스 야나기

참나, 진상이시군요. 시청자 여러분도 들었습니까? 그러니까 팁 받기 전에 빨리 호출하세요! 돈 아끼셔야죠! 하하!


청중 웃음


알루미늄맨

미치겠군.

알렉스 야나기

좋아요, 그러면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만 대답하고 가실게요. 아주 즐거울겁니다. 기분이 어떠신가요?

알루미늄맨

음, 시계 소리만 좀 덜 들리면 좋겠는데요.

알렉스 야나기

완벽합니다! 자, 이번에는 시청자 중 한 분이 주신 질문인데 말입니다. 혹시 날 기억하십니까?

알루미늄맨

네?

알렉스 야나기

마지막 임무 때, 같이 벌레를 죽이던 날 기억하냐는 말입니다. 그 때, 쓸데없는 영웅심에 고취되서 병신같이 자만하던 널 구해준 날. 대신 찔려서 온 몸이 파먹히며 죽어간 날. 죽을 때 우리를 버리고 도망치는 널 보며 끝까지 원망한 날. 기억하십니까?


청중 웃음


알루미늄맨

씨발, 너 누구야.

알렉스 야나기

그래놓고 지금은 또 재단에서 영웅놀이나 하면서 뻔뻔히 살고 있겠죠. 클라라 박사와 함께 세계를 구하니까 즐거우십니까? 우리들의 묘지를 마지막으로 들른지 얼마나 됐습니까? 당신이 가진 슈트가 누구 것인지는 기억나십니까?

알루미늄맨

너- 너 뭐야. 아니야. 난 너 몰라.

알렉스 야나기

보셨죠? 모르신다고 합니다! 박수 부탁드립니다!


청중 웃음
박수갈채 쏟아짐. 짝 짝 짝 짝 짝.


알루미늄맨

씨발 너 뭐냐고 물어보잖아!!!

알렉스 야나기

저요? 당연히 여러분이 사랑하는 《야나기 투나잇 쇼》 호스트, 알렉스 야나기죠. 오늘 즐거우셨길 바랍니다. 이상 오늘의 게스트 화끈한 벌레박멸자, 합금합체 알루미늄맨이었습니다! 그럼 이번 주의 야나기 투나잇 쇼,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모두 다음주 금요일에 만나도록 해요! 안녕!

알렉스 야나기

그리고 알루미늄맨 씨, 슬슬 잠에서 깨야 할 시간 아닌가요?!


청중 환호

♫ 엔딩

소화액 소리.


사건 기록 - 9ba8a : SCP-529-KO가 제21K기지에 나타난 제비꽃 개체와 싸우다 대상의 위장 내부로 삼켜진 사건. SCP-529-KO는 수십 분 이후 개체의 복부를 절단하고 나왔으며, 당시의 어떠한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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