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아쉽지만 SCP-001은 여기에 없어. 이것보다는 훨씬 더 찾기 어려운 곳에 보관되어 있거든. 몰래 들어와 문서를 몇 군데 수정하고 나면, 짜잔, 넌 더 이상 변칙적이지 않은 게 되고, 재단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겠지. 당연하지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야. 하지만 난 널 도와줄 거야. 네겐 그 정도 도움을 받을 자격이 있으니까.
왜 그런지를 말해줄게.
왜 재단이 너를 노리는지. 왜 우리가 너를 격리하고 박해해야 할 것으로 보는지. 세상에는 훨씬 더한 악한들도 있는데 말이야. 우린 핵무기에 대한 기록을 위에 예시로 남겨두었어. 역사를 통틀어 대량 학살이 일어난 건 한두 번도 아니야. 감기 하나가 죽인 사람의 수가 우리가 격리하는 수천의 사람들과 물건들이 입힐 수 있는 피해보다 거대한데, 우리는 네게 변칙적이라는 낙인을 찍는 데 온 힘을 쏟지. 비정상적인 것이라는 낙인. 태생부터 잘못된 것이라는 낙인. 편안히 살아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낙인.
왜일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며 널 바보 취급하지는 않을게. 난 평의회의 한 사람일 뿐이고 나 혼자서 많은 것을 바꿀 수 없는 것도 맞지만, 내가 내리는 결정과 네 상황을 보는 관점은 다른 이들이 너를 상자에 던져넣는 게 맞다고 생각하게끔 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돼. 설령 내가 그 문서를 바꿀 수 없다 해도, 네 정상성을 옹호하는 사람 중 하나로 남을 수는 있어. 인류는 수천년 동안 귀신과 유령을 믿어 왔으니까. 우리 모두 어렸을 적에 침대 밑에 있는 괴물을 믿었고. 이런 현상은 실제로 존재하며, 마땅히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의 일부이기도 해. 왜 그냥 그것들을 정상이라고 선포할 수는 없을까? 왜 네 고통을 없애주지는 않는 걸까?
우리가 세상만을 확보하고, 격리하고,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야. 우리는 너 또한 확보하고, 격리하고, 보호하기 위해 존재해.
변칙개체를 정의하는 특징은 순전한 과학적 실험으로써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이야. 이 특징으로 너와 네 본질은 다른 것이 돼. 유일무이하다고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희소성이야말로 가치 있는 것이지. 하지만 너의 가치는 모든 사람이 환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가끔은 너를 상처입히는 데 그 가치를 사용할 사람들만이 환영하기도 해.
그 희소성은 괴물이 널 착취하는 도구가 되기도 하지. 다른 사람들은 네 변칙성에 익숙하지 않아 설명해준다 한들 그걸 진짜라고 생각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비도덕적인 이들은 그런 무지를 이용해 너를 쾌락을 가져다줄 이질적인 장기말로 쓸 거고. 그자들은 널 고립시키고, 삼켜서는, 네 변칙성을 파괴의 수단으로 삼아, 네 존재로써 가학적인 갈망을 해소하겠지.
너도 본 적이 있을 거야. 남들과 다른 사람이 있어. 자신의 열망과 욕구, 실재 때문에 이자는 사회 전반으로부터 배척당하게 돼. 혼자 남겨지는 거야. 친구가 아예 없는 건 아니어도, 항상 겉돌며 관계에 굶주린 채로. 그러던 중에 누군가 나타나 네가 원하는 관계를 약속해. 하지만 그자가 내건 관계는 너를 삼키고, 네 세계를 부수고, 네 실재를 왜곡함으로써 맺어지는 것이야. 맞서 싸우고, 다른 이들에게 상황을 알리려 해도 그들은 "그럴 리가 없지. 진짜가 아닌걸. 뭔가 착각한 거야." 하는 식으로 반응하지. 너의 변칙성은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고, 홀로 외로이 고통받는 길뿐.
우리로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게끔 놔둘 수 없어. 그래, 우리 또한 적어도 널 고립시킨다는 점에서는 같지 않느냐고, 너를 불에 태워버리려 하는 학대자만큼이나 확실하게 너와 네 존재를 느리게 집어삼키는 것 아니냐고 말하고 싶겠지. 우리를 괴물이라고 부르고 싶을 거고. 그래도 괜찮아. 하지만 기억해 줘. 너를 뒤쫓고, 세상으로부터 숨기고, 감옥에 가두면서도 우리는 네가 계속해서 존재하도록,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도록 하려 해. 너에게는 존재할 권리가 있어. 네가 가진 그 모든 다름을 누릴 권리가.
너나 저 바깥에 있는 괴물들, 여기 있는 괴물들, 너희 모두는 우리처럼 실재해. 네가 처한 곤경 따위는 알지도 못하는, 바글거리며, 비이성적이고, 자기파괴적인 인류만큼이나 현실의 일부지. 난 네가 우리 모두 따지고 보면 같은 덩어리라는 결론에서 위안을 찾을 수 있길 바라.
맞아, 너는 괴물이야. 하지만 변칙적인 것으로 간주되든 그렇지 않든, 우리 모두 또한 괴물이지. 그리고 그 말은 네게는 존재할 자격이 있다는 뜻이야.
우리는 너를 확보하고.
너를 격리하고.
너를 보호해.
그리고 아직도 내가 왜 이런 짓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내가 지금도 너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아주길 바라.
- O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