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5 평의회 회의록
일시: 2038년 11월 06일 오후 2시
장소: 제203기지 24층 컨벤션센터
참석자: O5 평의회 전원, 윤리위원회 전원, 기지 이사관 8명, 이사관 산하 박사급 연구원 23명
[ 인원 명렬 열기/닫기 ]요약: SCP-2████의 타우미엘 등급 재지정 및 프로젝트 유스티티아 발의
녹음 시작.
O5-1 다들 자리에 앉아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시작하니까요. 사사로운 이야기는 그만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몇초간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다가 이내 사그라든다.)
네.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열린 회의이니 그런 것도 이해하지만요,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니까요. 아무튼, 우리가 연례행사도 아니고 이렇게 다같이 모인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다들 짐작하셨을 겁니다.
O5-2: (빔 프로젝터를 넘기며) SCP-2████ 때문이죠.
O5-1: 그렇습니다. 우리는 몇십년 만의 평화에 놓여있습니다. 어쩌면 재단이 건립된 이후 찾아온 처음이자 마지막 평화일지도 모르죠. 우리를 괴롭히는 변칙 개체도, 초상 집단도 이젠 없습니다. 우리는 절대적 우위에, 놓여 있다 이 말입니다.
O5-2: 밈학부가 SCP-2████를 처음 발견했던 게 2023년이었죠, 아마?
O5-7: 맞습니다. 2023년 5월.
O5-2: 아, 여기 장본인이 계셨군요! 혹시, 제 설명을 대신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O5-7: 아유, 물론이죠. 오랜만에 세미나 하는 느낌이 드네요. (헛기침 소리) 때는 2023년, 제가 아직 머리가 벗겨지기 전이었습니다. (웃음 소리) 그땐 밈학부의 연구부서장이자 수석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을 때였죠. SCP-2████를 발견한 것은 앳킨스-스트라스부르 초가속 밈 변화분석기로 소행성대 주위의 우주 먼지에 포함된 정보를 분석하던 실험을 하다가…
O5-2: 교수님, 그렇게 설명하시면 저기 앉아계시는 지금 밈학부 부장님 말곤 아무도 못 알아듣습니다. 용건만 빠르게 말씀하시고 넘어가죠.
(사람들의 웃음소리)
O5-7: 아, 죄송합니다. 무튼, 우리가 현재 SCP-1████ 라고 부르는 적대적 고지능 외계 생명체 집단으로부터 수신된 것으로 확인된 밈이 들어있었습니다. 그래서 SCP-2████로의 지정이 완료되었고요. 이들의 목적은 미래의 은하단 단위의 확장 개발 시의 경쟁력을 갖기 위하여 인류 문명 발전의 속도를 저하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이 밈의 발현은 그것과 정확히 맞아떨어졌고요. SCP-2████의 내용을 혹 모르시는 분이 있을까봐 설명드리는 것인데, 더 설명해도 되겠습니까?
O5-1: 문제없습니다. 해당 SCP는… (시계를 확인하며) 약 1시간 전에 제 권한으로 보안인가 3등급으로의 재지정이 이루어졌음을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O5-7: 그럼 계속하겠습니다. SCP-2████는 인류의 창의성을 저하시킵니다. 더 자세히 말하면, 창작욕구를 없애는 밈이죠.
(O5-7이 프레젠테이션을 넘기자, 인류의 역사와 관련된 다양한 사진들이 보인다.)
사회, 문화, 경제, 그리고 과학. 인류가 생겨난 이래 모든 것은 발전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우주를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제미니, 아폴로, 스페이스 X. 지구에만 한정되어있던 인류의 발걸음을 태양계까지 확장시킨 겁니다. 그리고 우리의 발전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인류가 태양계를 벗어나 우리 은하 내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쥐기 위한 사업을 시작한 거죠. 유럽인들이 우월한 기술을 가지고 신대륙의 원주민을 굴복시켰듯이, 우리는 선취자가 되어야만 했던 겁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SCP-1████ 또한 이 과정을 거치는 신생 문명이었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스스로 콜럼버스의 작위를 버리고 원주민의 삶으로 돌아가기를 원했습니다. 자신들이 선취자가 되겠다는 뜻이죠.
SCP-2████의 효과는 굉장했습니다. 저희가 밈 역추적기를 통해서 확산의 정도를 측정한 결과, 우리 모두가 이미 SCP-2████에 감염된 상태였으니까요. 아니, 인류 전체는 이미 SCP-2████에게 영향받아, 새로운 발견에는 관심없고 선대 인류가 발전시킨 기술을 통해 안전한 삶을 영유하는 데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SCP 재단은 이것을 두고만 보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저를 필두로 한 재단의 많은 밈학자들은 SCP-2████를 이겨내기 위한 노력을 했고, 새로운 것을 연구하는 능력이 현저히 저하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항밈제를 개발해낼 수 있었습니다. 단순 계산으로만 해도 SCP-2████에 감염되지 않았을 때의 상태보다 20배의 시간이 더 들었죠. 하지만, 해냈다는 게 중요합니다.
(사람들의 박수소리.)
O5-7: 감사합니다. 우리는 이 새로운 항밈제를 재단 인원 전원에게 배포하여 접종했습니다. 그것이 2025년의 일이죠. 이것은 여러분이 모르는 사이 은밀히 일어나 자신이 접종되었는지 모르는 인원이 아마 80%를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은 생각했을지도 모르죠. 왜 최근 5년 들어 요주의 단체와의 교전 시 승률이 90%를 넘어갈까? 왜 SCP의 재격리 성공률이 이전에 비해 10% 이상 증가했을까? 왜 SCP의 격리 실패 시 피해 규모가 현저히 줄어들었을까? 그게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접종은 재단 내적 평화 말고도, 대외적 평화도 만들었습니다. 어떻게요? 바로, SCP 재단이, 이 SCP-2████를 가장 빨리 찾아낸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GOC, 뱀의 손, 혼돈의 반란. 이들은 정보에 따르면 우리보다 빠르면 4~5년, 늦으면 7~8년 정도 늦게 항밈제 개발 및 접종을 마쳤습니다. 그 말은즉슨 우리는 그들보다 5년 더 앞서나간 기술을 가지게 되었다는 겁니다. 민간은 어떨까요? 정보에 따르면, SCP-2████의 존재성을 확인하고 항밈제를 스스로 개발, 스스로 접종한 개인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그들은 아직도 2020년대에 살고 있는 거에요! 우리는 지금 지구상 걸어다니는 인간 그 누구보다도 절대적인 기술적 우위에 서 있습니다!
(정적.)
O5-7: …그래서 이것이 저와 1이 프로젝트 유스티티아를 발의하는 이유입니다.
윤리위원회 제이슨 힐 위원: 잠시만요, 저는 SCP-2████의 타우미엘 재지정 이외의 안건은 안내받은 적이 없습니다.
(프레젠테이션이 한 장 넘어가자, 눈을 가린 얼굴이 붙은 푸른색 로고가 보인다.)
O5-1: 예, 사실 사전 안내를 드리기에는 좀 비밀스런 사안이라, 미리 안내하지 못한 점은 미안합니다. 프로젝트 유스티티아가 무엇인지는 단 한 문장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바로 선제 타격, 세계 정복입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윤리위원회 제이슨 힐 위원: 이게, 프로젝트 프뉴마랑 다를게 뭡니까? 이게… 올바른 선택입니까?
O5-7: 우선, 이 계획은 민간인의 피해가 최소화된다는 점이 다릅니다. 우리가 무조건적으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 다르며, 괴수들을 풀어 카오스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동특무부대를 파견하여 전세계의 요주의 단체 및 정부군과 동시 교전 후, 자치권을 얻어 통치한다는 것이 다릅니다. 프로젝트 프뉴마는 허상일 뿐이지만, 프로젝트 유스티티아는 실속적이라는 것이 다릅니다. 힐 위원.
윤리위원회 제이슨 힐 위원: 제 말은, 목적 말입니다.
O5-7: 목적도 다르죠. 인류를 말살하는 것 같은 시시한 목적이 아니라, 효율적인 통제와 지배 하에 놓으려는 것입니다.
O5-1: 솔직하게 말해봅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인류를 완전히 SCP 재단의 통제 하에 놓을 수 있다면, 그 성공률이 100%에 가깝다면, 이보다 더 매력적인 프로젝트가 어디 있습니까?
윤리위원회 제이슨 힐 위원: SCP 재단이 언제부터 이런 단체였습니까? 우리는 인류의 수호자이지 지배자가 아니지 않습니까?
O5-2: 어린애처럼 굴지 말게, 힐 위원. 그리고 수호자와 지배자 같은 흔해빠진 이데올로기적 논쟁을 하기엔 우리 모두는 너무 지쳤어. 이젠 효율적인 길을 찾아야 할 때야.
O5-3: 그럼, 빠르게 표결로 넘어가는 걸로 할까요?
O5-12: 그게 좋아 보입니다. O5-1.
프로젝트 유스티티아 실행 안건 표결
찬성 반대 기권 48표 1표 3표 결과: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
"미친 짓이에요."
"이봐, 제이슨. 자네가 재단에서 일한지 올해로 몇년차지?"
"올해로 6년 차입니다."
"그래, AWCY 출신. 재단에 우호적 태도, 윤리위원회 발탁. 이게 뭐라고 생각하나?"
"글쎄…요?"
"얼굴마담."
"네?"
"재단의 입장에서, 소중한 기동특무부대를 쓰기에는 아깝고 그렇다고 가만히 놔두자니 우리한테 입히는 피해가 큰 이 계륵같은 AWCY를, 자네가 그쪽에서는 변절자라는 소리를 비록 들으면서도 우리와 AWCY의 마찰을 해결하는 데엔 일등공신이란 말이지."
"그게 이거랑 무슨 상관입니까?"
"자네는 도구 이상도 이하도 아냐. 왜 우리가 연구원, 현장 요원도 아닌 윤리위원회로 발탁했을 것 같나?"
제이슨은 침묵했다.
"그럼, 수고하게. 아직 할일이 많아."
O5-7은 제이슨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이건 재단이 아냐."
제이슨은 휴대폰을 꺼내 연락처를 뒤지기 시작했다. 'AWCY'라는 카테고리가 눈에 띄었다.
"정말로, 아직 할일이 많네요."
Chap 1. 고향
Chap 2. 첫 번째 만남
Chap 3. 두 번째 만남
Chap 4. 세 번째 만남
Chap 5. 네 번째 만남
Chap 6. 다섯 번째 만남
Chap 7. 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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