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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제목: 예술이란 뭘까요?
저자:romrom
사진: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Rotterdam_Panorama_by_Caspar_Merian_1659.jpg"Rotterdam Panorama by Caspar Merian 1659.jpg", 1659, Caspar Merian (1627 - 1686), This is a faithful photographic reproduction of a two-dimensional, public domain work of art.

— 변칙예술학부 면담실, 제05K기지
있잖아요.
예술이란 뭘까요?
솔직히 말해서, 전업 예술가인 저도 모르겠습니다.
사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태란습화라는 뜻입니다. 어미 뱃속에서 생장을 마쳐 태어나는 태생이 있고, 마치지 않은 채로 알로서 산란되는 난생이 있으며, 습기에서 생겨나는 곰팡이같은 습생이 있고, 개념에서 변화해서 생기는 화생이 있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단어예요. 이 세상 만물은 이렇게 생긴다는 단어입니다. 결국 모든 만물들은 같이 순환한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예술도 비슷한 것 같지 않아요?
예술사조도 순환합니다. 원시 시대의 손바닥 벽화, 거기서 이어진 이집트 미술과 메소포타미아 미술.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가서 모든 것의 인상과 디테일에 주목하는 그리스 미술로. 그리고 지배권이 로마로 이전되면서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변하죠. 교회 치하에 많은 예술들이 종교와 결합합니다. 하나님이 만드신 만물을 찬미하고 묘사하는 것이 예술로 변하죠. 르네상스로 들어가봅시다. 여기서부터는 예술이 인간의 영역으로 들어옵니다. 원근법과 인체묘사, 미의 법칙이 여기서 정립되죠. 황금비라던가, 수많은 천재들이 이곳에서 나고 죽었습니다. 이렇게 급속도로 변화하고… 회전합니다. 인식에 대한 싸움은 계속되다가 1900년도에 이미지를 추상화시키기 시작하면서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아, 말이 너무 길었군요.
여하튼, 제가 하고싶은 말은 말입니다. 예술도 결국 순환하는 무언가라는거죠. 우리는 거대한 윤회에 들어있어요. 형이하학적으로든 형이상학적으로든, 돌아가고, 또 돌아가고. 네. 세상만사가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에술을 모른다고 말합니다. 눈앞에 환상처럼 아른거리지만 결국 그 실체는 알 수 없죠. 파도 속 미역 줄기가 어찌 항해도를 알겠습니까. 안 그래요?
그럼 저는 왜 예술을 할까요?
이것도 항상 고민하던 질문입니다. 저는 왜 이런 분야에 뛰어들었을까요? 결국 다 부질없는 짓이라면, 도대체 왜?
그건 아마, 다시 한 번 태어나야 답할 수 있는 질문일겁니다.
"저어, 김길환 씨. 그런다고 알몸으로 인지저해성 페인트를 바르고 광주 시내를 돌아다닌 일이 정당화되진 않습니다."
"아닙니다, 이건 모든 예술이 순환함에 따라 원시적 예술 사조, 즉 핸드스텐실… 그러한 것들이 부활을—"
"이건 공연음란죄야 이 미친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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