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존재 데이터베이스 항목
위협 식별문구:
KTE-9114-워홀-블리트 "잊혀진 섬"
수권대응기준:
1 (경미한 위협)
설명:
KTE-9114-워홀-블리트는 저명한 대만계 프랑스인 변칙예술가 양치강(PTE-4517-워홀-그린)이 2004년 완성한 유화이다. KTE-9114는 알려진 바 없는 섬의 정경을 묘사하고 있다.
위협존재나 이를 촬영한 사진 등을 인식한 인물들은 해당 섬에 관한 일련의 인식재해를 경험하게 된다. 인식한 인물들의 증언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사항은 아래와 같다.
- 해당 섬을 자기 고향이라고 주장함.
- 해당 섬의 이름은 동중국해에 위치한 Yul-do이며, 약 500년간의 오랜 역사가 있다고 주장함.
- 해당 섬은 어느 순간 외부의 존재에 의해 침탈당하였으며, 현재까지도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고 주장함.
이러한 환각은 초상위협을 응시하는 것을 중단해도 약 30분에서 2시간 정도 지속된다. 또한, 해당 환각을 겪은 인물들은 인식재해의 영향이 끝날 때까지 주변 인물들에게 KTE-9114에 묘사된 섬을 해방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며, 이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폭력을 동반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관측되었다. 환각 이후 노출자들에게 MMPI(다면적인성검사)와 TCI(기질-성격검사) 등의 심리 검사를 실시한 결과, 폭력인지감수성이 약 40%가량 하락한 것으로 밝혀졌다.
KTE-9114는 2004년 제14회 "Sommes-Nous Devenus Magnifiques?"에 처음으로 출품되었다. 해당 위협존재는 당시 전시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전부터 연합의 시야에 들어온 바가 있던 PTE-4517는 이 사건으로 요주의 감시 대상이 되었다. 전시회 직후 KTE-9114는 변칙예술 비평가이자 신사르킥 종파 "피 흐르는 바다"의 지도자인 카르시스트 주크-난Juuke-Mnann(LTE-5102-모로-옐로)에게 팔렸다. 이후 제4157타격조 "X세대Generation X"가 해당 종파의 본거지를 습격, 부지 내에 존재하던 초상위협을 청산하고 KTE-9114를 포함한 다양한 초상존재를 입수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LTE-5102와 그의 무리가 KTE-9114를 개조하여 포교용으로 사용하려 시도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이후 KTE-9114는 그 기작을 연구하기 위해 국제통일기적학연구센터(ICSUT)에 이송되었다. 연구 도중 CXRF(Cognitohazardous X-Ray Flourescence Spectrometry, 인식재해성 X-선 형광분석법)을 통한 검사로 KTE-9114가 그려진 캔버스 위에 다른 유화가 그려져 있었음이 밝혀졌다. 검사 결과, KTE-9114 내에 배치된 물체의 구도가 2차원적으로는 지수귀문도를, 다차원적으로는 입체마방진에 대응되며, 이것이 미술 재료 등 기적학적 요소와 중첩되어 강력한 결계를 구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연구센터에서는 PTE-4517가 의도적으로 기존 유화의 영향을 억제하기 위해 KTE-9114를 제작했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심각한 수준의 인식재해로 억제 대상의 정확한 정체를 규명하는 데에는 실패하였으며, 이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PTE-4517를 구속하여 심문하려 했으나 대상의 행방불명으로 이 역시 좌절되고 말았다.
한편 KTE-9114의 피사체인 장소에 관해서도 지속적인 조사가 이루어졌다. 동중국해 일대를 수색하는 한편, 인접한 국가에 남아있는 설화를 비교·분석하는 작업이 수행되었다. 이를 통하여 대한민국에 "율도국"이라는 가공의 국가에 대한 민담이 존재했음이 파악되었다. 율도국은 소설 《홍길동전》에서 주인공 홍길동이 모국을 벗어나 발견한 섬에서 세운 나라로, 이 섬의 이름이 바로 율도라고 알려져 있다. 다만 실존하는 대한민국 도서 지역에는 홍길동전의 율도국이라고 유추되는 곳은 존재하지 않으며, 홍길동전 자체도 설화에 불과한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그로부터 약 3년 후, 2007/02/24에 ICSUT 본원에서 도난 사건이 발생하였다. 폐쇄회로 카메라 판독 결과 범인은 ICSUT에 재직 중이던 오토 J. 굿맨 교수로 밝혀졌다. 굿맨은 약 5년간 첩자로 활동했으며, KTE-9114를 포함한 소수의 위협존재와 연합 자산을 탈취하여 유한회사 마셜, 카터&다크에 판매했다. 굿맨은 직후 도주했으나, 제1121타격조 "노블팬텀"Noble Phantom이 대상을 추적, 은신처에서 사살했다. 이에 굿맨이 소속되어 있었던 사탄 과학자 통합교회The United Church of Satan, Scientist에서 전폭적 지원을 약속하며 추적 작전이 개시되었다.
프시케 기록
2007년 4월 14일 영국 오컬트 사무국(Occult Service)1에서 다음과 같은 보고서가 제출되었다.
왕립 오컬트 사무국 MI666 MC&D 런던지소에 관한 기밀 요약 보고서 |
최근 런던의 경매사 여러 군데에서 경매 여러 개가 주최되었습니다. 평소와는 다르게 게릴라 형태로 주최된 경매라, 무언가 이상한 점이 있다고 판단하여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제일 큰 경매사 두 곳인 소더비와 크리스티즈를 비롯하여 5군데에서 돌발적으로 경매를 열었는데, 참여 인원을 엄격히 제한하고 비밀리에 시행한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게다가 경매사가 자회사 출신이 아니라 외부 초빙 형식으로 들어온 인원이라고 기입되어 있었는데, 그 이력에 MC&D 유령회사로 알려진 집단이 적혀 있더군요. 마셜, 카터&다크 유한회사 런던지소의 입김이 들어간 모양입니다. 굿맨의 발각은 공공연한 사실이 되었으니, 재빨리 처분할 심산으로 보입니다.
사흘 뒤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데, 정확한 시기는 기밀로 유지되고 있는 듯합니다. 관계자를 심문했으나 초상적인 방법으로 기억을 은폐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리 측 요원들을 심어두었으니 해당 경매가 시행되는 즉시 연락이 올 겁니다. 인원을 지원해 주십시오. 사건 발발 즉시 움직여야겠습니다.
이에 고등사령부에서는 피직스 분과 인원 배치를 승인하였다.
프시케 기록
2007년 4월 17일, 오후 3시경부터 소더비 경매회사를 시작으로 5개의 경매 업체에서 주관한 경매가 순차적으로 시작되었다. 사전에 주둔하고 있던 제1121타격조 "노블팬텀", 제2514타격조 "경매사들"Auctioneers, 제743평가조 "설맹"Snow Blind, 제4836타격조 "혹한"Brass Monkey이 현장을 급습했다. 이에 연합 자산 대부분과 초상위협을 탈환할 수 있었으나, KTE-9114는 그 행방을 추적할 수 없었다.
현장에서 월터 소레노라는 이름의 MC&D 조직원(PTE-5478-멕코넬-블루)을 검거했다. PTE-5478은 훈련받은 기적사로, 해당 사건에서 소더비 경매의 초빙 경매인으로 활동했다. 심문에 의해 PTE-5478은 자신이 해당 사건의 책임자였음을 자백했다.
신문 조서 기록:
날짜: 2007/4/17
면담자: "진눈깨비Sleet" (43844548/9958)
피면담자: PTE-5478-멕코넬-블루서두: 세계 오컬트 연합 소속의 진눈깨비 요원이 PTE-5478-멕코넬-블루를 재신문하였다. 이번 신문은 사라진 KTE-9114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이루어졌다.
진눈깨비: 반갑습니다, 소레노 씨. 불편하신 점이라도 있으신지?
PTE-5478: 글쎄 말입니다, 여러분께서 절 이 자리에서 풀려나게 해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편안하겠습니다만.
진눈깨비: 말씀하시는 거 보니 딱히 불편하진 않으신 것 같군요. 좋습니다, 소레노 씨. 이번엔 우리가 되찾지 못한 물건 하나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하는데요, 그 섬을 그린 유화 말입니다.
PTE-5478: 양치강의 마지막 역작 말입니까? 『잊혀진 섬』, 유화계의 젊은 거장을 탄생시킨 작품이죠. 그 세밀한 붓 터치는 아직도 따라올 자가 없을 정도입니다! 이제 와서 하는 이야기입니다만, 양이 그렇게 사라지지만 않았어도—
진눈깨비: 신나서 지껄이시는 모습은 저도 보기 좋습니다만 저와 제 팀이 그렇게 시간이 많은 편이 아니라서요, 되도록 빨리 끝내시죠.
PTE-5478: 아, 알겠습니다. 그러죠.
진눈깨비: 고맙군요.
PTE-5478: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양치강의 작품은 업계에서는 알아주는 부류에 속합니다. 게다가 그의 불가사의한 실종 덕에 더욱 입소문을 탔고요. 그래서 변칙예술을 안다는 자들은 모두 그의 그림을 자신의 응접실 벽면에 걸어두고 싶어 합니다.
진눈깨비: 수요가 있었겠군요.
PTE-5478: 그렇습니다. 때문에 마셜 씨는 『잊혀진 섬』을 따로 빼두어 특별 경매에 부쳤습니다. 그게 스파이, 미안합니다, 굿맨 교수가 우리에게 그 그림을 넘긴 직후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사탄교회에서 진땀을 뺐겠군요, 그렇지 않습니까?
진눈깨비: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군요.
PTE-5478: 아, 미안합니다. 아무튼 특별 경매에서 그 그림은 팔려 갔습니다. 더 이상 우리 수중에 없습니다.
진눈깨비: 누가 그 그림을 사 갔습니까?
PTE-5478: 제 소관이 아닌 일이라 말씀드리지 못하겠군요.
진눈깨비: 말씀하셔야 할 텐데요.
PTE-5478: 그게, 정말로 제 소관이 아닌 일이라— 그건 1급 기밀이었습니다. 저와 같은 하위직은 그저 특별 경매의 존재만 알 뿐입니다. 경매에 참석도 못 했는걸요. 전 정말로—
진눈깨비: 좋습니다.
신문 직후 이어진 표준 절차에 의하여 PTE-5478는 KTE-9114의 행방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이를 구매했을 만한 인물들을 열거할 수 있다고 진술했다. 목록에 대한 상세 정보는 기록 관리 총무에게 요청할 수 있다.
해당 목록에 따라, 2004/04/01부터 목록에 기재된 인물의 거처를 급습하는 등 다양한 작전이 시행되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둘 수 없었다. 이에 해당 사건에 대한 지원을 일시적으로 중단, 최소한의 인원으로 KTE-9114의 행방에 대한 감시를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프시케 기록
그로부터 14년 후인 2021년 7월 18일, 동중국해 인근에 KTE가 대량으로 발생하였다는 보고가 전달되었다. 이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개체들 간의 형태적 유사성이 발견되었고, 이에 일부 개체를 생포하여 ISCUT 오소레산 분교에 연구 목적으로 이송하였다.
다음 기록은 그 연구 결과의 발췌다.
KTE-8274-블랙우드-러브록에 대한 분석
보고 012-0422, 2021년 8월, pp. 30-40
국제통일기적학연구센터
오소레산 분교
…KTE-8274-블랙우드-러브록의 특성은 단순히 군체를 이루는 해양 생물체라는 것 이외에도, 근본적인 부분에서 다른 초상위협과 결을 달리한다. 해당 개체들이 어딘가에서 제작되었다는 정황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여기서 "제작"이라 함은 평범한 인간을 변칙적으로 개조함을 일컫는 말이다.
KTE-8274 개체 표본의 내부 분석 결과, 해당 생물군이 인간(Homo sapiens)에 기반을 둔 생물체임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들의 구조는 전부 의도적으로 변형되어 있었으며, 특히 수중 호흡, 헤엄, 잠수 등의 행동에 적합한 신체 구조로 변형되어 있었다. 이러한 변형에는 대부분의 경우 지적 능력의 퇴화가 필연적으로 수반되었음을 특기한다. 추정컨대 KTE-8274는 수중 생활에 인간을 적응시키려는 시도로 제작된 변칙개체군일 것이다.
이러한 변칙개체군이 언제 어디서 제작되었는지는 명확히 밝혀낼 수 없었으나, 적어도 그 기원을 1945년 이전으로 소급해야 할 것이다. 특히나 기존 연구와 비교하였을 때 해당 기작이 이상사례조사국의 알려진 실험들[1]과 유사하므로, 이들의 관리하에 있던 실험체들이 일본 제국의 패망 이후 방사되면서 일종의 생물군을 이룬 것이 아닐까 추측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주목할 점은 현재까지 알려진 조사국 시설에서 다음과 같은 실험이 진행되었다는 기록이 부재한다는 것이다. 해당 개체군의 생태로 미루어 보아 KTE-8274의 제작은 적어도 동중국해 인근에 위치한 지역에서 이루어졌다는 가정에 힘이 실린다. 그러나 이 가정에 해당하는 조사국 시설은 관련 설비가 부재했거나 이를 실행할 시간적 공백이 없었다는 점[2]을 고려할 때,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이에 따라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조사국 시설이 잔존할 가능성이 있다고 사료된다. 추가적인 초상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해당 시설을 추적할 것을 권한다. 특히나 KTE-8274와 유사한 블랙우드 개체가 다수 분포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해당 시설을 접수, 연구하는 것은 추가적인 대응에 효과적인 방안을 구축하는 것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프시케 기록
KTE-8274-블랙우드-러브록 개체군 이외에도 초상위협이 동중국해에서 지속적으로 발견되었다. 이 중 다수가 KTE-8274과 유사하게 제작된 초상위협으로 파악되었다. 이러한 개체들의 근원을 수색하는 시도는 전부 실패로 돌아갔으며, 재단과의 정기 정보 협력에서도 관련된 정보를 찾을 수는 없었다.
그러던 와중 제75회기 결의안에 따른, 기존 이상사례조사국 인원에 대한 기밀이 교육과 연구 목적으로 공개되었다. 이번 결의안으로 공개된 정보 가운데에는 연합으로 전향한 조사국 인원들에 대한 기록이 일부 포함되어 있었다.
해당 기록 중 KTE-9114의 피사체에 관하여 유의미한 정보가 담긴 기록을 아래에 첨부한다.
신문 조서 기록:
날짜: 1946/10/31
면담자: 칼 마그누손
피면담자: 오다치 다케토(大達 竹虎)서두: 전향자 오다치에 대한 신문.
마그누손: 좋아 보이는군, 오다치.
오다치: 이게 당신은 좋아 보이나?
마그누손: 그 정도면 좋은 편이지. 자네가 자진한 게 아니라 붙들린 거였으면 지금쯤 어디 한 군데 덜렁거리고 있을 테니까.
오다치: 용건을 말해. 하라는 건 다 했잖아. 이제 죄수 취급은 그만하고 풀어줘, 일하게 해 달라고.
마그누손: 일본인들은 유순하다고 들었는데.
(오다치가 낮게 웃는다)
마그누손: 이게 마지막일 거야. 그냥… 몇 가지 미심쩍은 부분만 체크하고 넘어가자고. 그럼, 자네나 나나 이 지저분한 공간 나가서 양복 입고 전처럼 일하는 거야, 알겠어?
오다치: 그래.
마그누손: 진술서에 의하면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곳이 제주도라고 했는데, 기억나나?
오다치: 그래, 제주도. 거기서 1940년에서 패망까지 5년간 근무했지. 그게 문제가 되는 건가?
마그누손: 그런데 우리가 수집한 기록에는 자네가 거기 배속되었다는 기록이 없었거든…
(정적)
오다치: 누락됐겠지.
마그누손: 아니, 그때 배속된 인물은 아오키 요리야스 중좌였지, 자네가 아니고.
오다치: 거짓말이야.
마그누손: 자네 입에서 나오는 게 거짓말이지, 이게 아니라. 그러니까 이제 말해보시지, 자네 대체 어디 있던 거야?
(오다치가 주저한다.)
마그누손: 이거 봐, 자네 여기 왜 왔어? 살려고 그런 거 아냐?
(오다치가 침묵한다.)
마그누손: 살아야 해서 온 거 아니야. 자네들이 충성인지 뭔지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건 알겠는데, 자네가 몸담은 곳은 이미 망했어. 일본이 아니라 그 빌어먹을 조사국이 망한 거라고. 자네가 지금 해야 하는 건 이미 죽은 시체를 등에서 내려놓는 거야. 그러고 나서도 일본에서는 평생 잘 살 수 있다니까.
오다치: 당신은 이해 못 해. 그자들이 날 뭐라고 생각하겠어?
마그누손: 그자들? 자네 옛 동료? 뭘 어떻게 생각하겠어, 배신자라고 생각하겠지. 그런데 그러면 어떻게 할 건데?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없어.
(오다치가 한동안 침묵한다.)
마그누손: 그리고… 자네니까 미리 말해주는 건데, 이미 밖에는 다 준비가 되어 있어. 최근에 기계를 손 보면서 처형 기구도 좀 더 나아졌다고 들었는데. 성 로렌초 이야기 아나? 구워져 죽은 그 성인. 글쎄 그걸 다시 재현한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오다치: 뭐, 뭐?
마그누손: 만약 여기서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못하면… 우린 자네를 굳이 데리고 있을 필요가 없거든. 효용 가치가 없는 건 그만 버려도 되지 않겠나?
오다치: 뭐…?
마그누손: 한… 10분 정도 남았군. 자, 여기서 그렇게 입 꾹 닫아두고 밖에서 죽겠나, 아니면 여기서 시원하게 털어놓고 앞으로도 편하게 살겠나? 난 후자를 추천하지만 자네 마음이 그렇다면…
(마그누손이 의자에서 일어나 문으로 다가간다.)
오다치: 알았어! 알았다고. 다 말할게. 다 말하면 되는 거잖아!
(마그누손이 멈추지만, 그의 손은 문손잡이를 놓지 않는다.)
오다치: 리츠시마에 있었어! 그 5년 동안 리츠시마에서 근무했다고!
마그누손: 리츠시마?
오다치: 그래, 리츠시마, 율도, 이어도, 당신이 뭐라고 부르건 부르고 싶은 대로 불러. 우린 거길 리츠시마라고 불렀어. 일본 영토, 알려지지 않은 오키나와현 부속 도서. 거기 있었어.
마그누손: …이제야 입맛이 좀 도는군.
(마그누손이 다시 돌아와 자리에 앉는다.)
마그누손: 우리 리츠시마 이야기 좀 더 해볼까.
오다치: 나, 난 리츠시마 자체에 대해서 아는 건 별로 없었어. 하지만 조사국이 거기 공을 들이고 있다는 사실은 알았지. 여차하면 거기로 도망칠 생각이었던 것 같은데, 결국은 다 수포가 되었지.
마그누손: 도망쳐? 일종의 방공호 기능이 있던 곳인가?
오다치: 그럴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업무 상태에서는 아니었어. 리츠시마기지는 다른 시설과 유사한 작업을 했으니. 다만 수용할 수 있는 정원이 많아서 인체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 보다 자유로웠지. 육군에는 이시이부대가 있었지만, 우리 조사국에는 리츠시마기지가 있었지. 우리가 초상생물학에 기여한 바가 얼마나 컸는데.
마그누손: 정확히 거기가 어딘데 우리가 모르고 있는 거지?
오다치: 제주도 남쪽으로 들어가면 나와. 당신들이 모를 만도. 그야 거긴 외부차원이거든.
마그누손: 외부차원… 어떻게 들어갈 수 있지?
오다치: 자세한 건 장군급 인원만 알고 있었어. 기밀이라 나처럼 고등관인 인원들도 전부 눈가리개를 하고 리츠시마로 출입했지. 한 번 들어가면 밖으로 나가는 게 거의 불가능해서, 내가 리츠시마에 들어갔던 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어.
마그누손: 거기 있던 조사국 인원들은 패망하면서 전부 다 도망친 건가?
오다치: 글쎄, 난 전황이 불안정하다는 말을 듣고 본국으로 자진해서 돌아간 사람이었지만 아닌 인원들도 많았어. 그럴 일은 거의 없지만… 그들이 아직도 거기 계속 있을지도 모르겠군. 아마 그래도 지금쯤 다 죽었겠지만.
마그누손: 죽어?
(오다치가 고개를 든다.)
오다치: 난 멍청한 놈이지만 적어도 우리가 얼마나 멍청한지는 알 정도로 똑똑해. 황국이 무너졌는데 그곳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 정도로 우리가 유능하진 않았어. 아마 거기 수감자들이랑 같이 죽었거나, 아니면 제일 먼저 처형당했을 거다.
오다치 다케토는 해당 신문 이후 피직스 분과 평가조에 배치되었으며, 능력을 인정받아 1970년 이후에는 세계초상보건기구로 근무처를 변경했다. 그는 2016년 노환으로 자택에서 사망할 때까지 그곳에서 일했다.
오다치의 증언이 사실임을 가정한다면 KTE-8274를 비롯한 다수의 초상위협이 제작된 곳이 리츠시마, 또는 율도라고 추측할 수 있다. 또한 KTE-9114의 영향을 받은 인물들이 KTE-9114의 피사체를 "Yul-do"로 지칭한 점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추측은 참에 가까울 것이다.
추가적인 정보를 수집 중이다.
프시케 기록
해당 문건은 이상사례조사국 본영에서 알려지지 않은 기지로 발송한 문건 중 하나다. 이 알려지지 않은 기지에 대해 많은 가정이 존재했으나, 최근 수집된 자료에 의하면 해당 기지가 바로 전술한 리츠시마기지, 곧 KTE-9114의 피사체에 해당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문건은 리츠시마기지에서 태평양 전쟁 이전에 발생한 사건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의회도서관 산하 오컬트 대전 기록보관소에서 관련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쇼와 일사년 리츠시마기지 수감자 난동 사건에 대한 건
요청한 인적 자산 오십 명, 전문 연구원 열 명을 파견한다.
본 사건은 불온한 사상범들이 얼마나 골치 아픈 사회의 암인지 보여주는 강력한 사례라고 생각되어진다. 리츠시마의 유순한 기질마저 오염시키는 이들의 간악한 행위를 보라. 이들은 기생충과도 같아, 가만히 두면 어느새 황국의 고고한 정신마저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다. 이에 강력하고 또 엄중한 처벌이 있어야 할 것임이라. 이에 본관은 하야시 장군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며, 불모지에서 불꽃을 꺼뜨리지 않는 무사의 정신을 보고 있으니, 모든 것은 그대의 손에 맡길 것이다.
아아, 일전에 천황께서 리츠시마를 친히 신민의 영토로 편입하시었을 때 보여주시었던 하해와 같은 은혜에도 찬동하지 못하고 달아난 홍씨 왕가의 자손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던 홍태임과 같은 이들을 제때 정도(正道)로 이끌지 못한 죄가 아니겠는가? 바른길을 바로 보는 자들이 있는가 하면 주어진 길도 제대로 거니지 못하여 도랑에 빠지는 자들도 있을진저. 그대는 군의 정신을 가다듬어 미카도[帝]의 길을 드높이라.
본영의 본령은 리츠시마기지에 도착하는 즉시 유효하다.
大日本帝国異常事例調査局 本營
昭和一五年 一月 ██日
해당 기록에 의하면 1939년 리츠시마기지, 곧 KTE-9114의 피사체에서 소요 사태가 발생했으며, 이를 통해 이상사례조사국 기지에 일부 손실이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율도를 통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홍씨 왕가와 그 자손들, 특히 "홍태임"이라고 불리는 인물에 대해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프시케 기록
리츠시마의 위치와 그 용도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상사례조사국 리츠시마기지에 배속되었던 전 조사국 인원들에 대한 조사가 실시되었다. 아래의 기록은 유한회사 마셜・카터&다크에 이상사례조사국 자산이 거래된 흔적이다. 비록 해당 자산을 판매한 이가 누구인지는 명확히 드러나진 않았으나, 판매된 자산이 함의하는 바가 특히 중요하여 첨부한다.
초기 보고서 | |||
---|---|---|---|
작성자 | 매튜 쾨니히 | 일자 | 1951년 9월 13일 |
관심도 | 중 | 식별자 | 일본인이 주고 간 선물 |
일주일 전에 전직 이상사례조사국원과 접촉했습니다. 그는 스스로를 사토 미치타로라고 소개했는데, 슬쩍 봐도 가명인 걸 알겠더군요. 우리는 사이판에서 몰래 만났습니다. 그는 꽤 다급해 보였습니다. 자기가 근무하던 구역에서 채취한 광물을 팔 테니, 도피 자금을 구할 만한 돈을 달라고 하더군요. 리츠시마인지 리즈시마인지, 아무튼 이런 건 그 섬에 널려있다면서요. 하지만 솔직히 누가 쫓기고 있는, 목을 물어뜯으라고 들이미는 피식자에게 제값을 주고 거래를 한답니까? 그거야말로 웃기는 소리지요. 광물들의 상태가 나쁘지 않았고, 거래 사실을 어디에 유출하지 않는 조건으로 그에게 오백 달러를 건넸습니다. 그 정도면 우리 쪽 이윤은 보장하고도 남을 겁니다. 사토는 볼멘소리를 했지만, 그쪽 위치를 상기시켜 주니 꼬리를 내리더군요. 광물 자체는 상당히 좋습니다. 구매자들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광물이 채취되는 광맥만 우리 쪽 소유로 할 수 있다면 공급망은 물론이고 향후 관련 시장도 우리가 좌지우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
|||
유한책임조합 마셜, 카터 & 다크 |
Y8D1F/B2D1X/8FW85 | |
---|---|
상태 | 판매 중 |
수요 | 높음 |
가치 | USD 25,000 |
확보 가능성 | 현재 재고 12개 |
식별자 | 현자의 돌 |
설명 | 본 물품은 기적학적 에너지가 응축된 광석으로, 물품을 통해 제작한 마도구는 통상적인 마도구가 낼 수 있는 효율보다 수 배에서 수백 배에 달하는 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음. 단순히 마도구로 제작하는 것뿐만 아니라, 순수한 분말로 제작하여 복용하면 기적술사가 아닌 이들도 기적술을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음. |
유한책임조합 마셜, 카터 & 다크 |
피직스 기록
2023년 KTE-9114-워홀-블리트 추적의 일환으로 관련 인물을 조사하던 중, PTE-4517-워홀-그린의 친인척이라고 알려진 인물이 사슴대학 예술학부에 재학하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리처드 룽, 혹은 양지환은 대한민국 서울특별시에서 태어나 스리포틀랜즈시로 이주한 인물로, 일설에는 그가 PTE-4517-워홀-그린의 아들이라는 추측이 있었다. 그의 활동 반경이 스리포틀랜즈에 한정되어 있으며 독단적인 행보를 보인 바가 없으므로, 추가적인 구속 없이 제743평가조 설맹 인원들이 그와 접촉했다. 아래는 그 기록이다.
신문 조서 기록:
날짜: 2023/4/17
면담자: "베이스Bass" (18732937/743)
피면담자: 리처드 룽서두: 리처드 룽에 대한 제743평가조 베이스 요원의 신문
베이스: 그동안 좀 어떻게 지냈어요?
리처드 룽: 똑같아요. 학교, 집, 동아리…
(룽이 잠시 멈춘다.)
룽: 저희 아버지 일로 연락하셨죠.
베이스: 그래요.
룽: 어떤 게 궁금하신 거에요?
베이스: 양치강 화백, 그러니까 학생의 아버지가 그린 그림에 대해 잘 알아요?
(룽이 잠시 침묵한다.)
룽: 많이는 몰라요. 제가 7살 때 어머니와 같이 사라지셨거든요. 할머니께 아버지가 어떤 분이라는 것까지 듣고, 또 여기서 배우면서 가끔 아버지 이름을 보기도 하는데… 어릴 적에 본 기억은 많이 없네요. 그냥 아버지가 뭔가 초록색이었던 걸 많이 그리고 있었던 것 같아요.
베이스: 아버지 찾고 싶진 않았어요?
룽: (웃음) 글쎄요, 어릴 적엔… 지금은 솔직히 포기했어요. 그래도 한 번은 만나보고 싶은데…
베이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우린 양치강 화백을 찾고 있어요. (인화된 KTE-9114-워홀-블리트를 들어올린다.) 아무리 관심이 없어도 이 그림은 알아볼 것 같은데요.
룽: …『잊혀진 섬』.
베이스: 유명하죠.
(룽이 잠시 침묵한다.)
룽: 맞아요, 유명하죠.
베이스: 이 그림이 그려진 게 학생이 한 살 때죠? 그 과정 자체는 기억을 못할 것 같지만, 그래도 그 그림에 대해 아버지나 어머니가 해주신 말씀 같은 걸 기억하나요?
룽: 다섯 살 때였나, 어머니가 오래 쳐다보지 말라고 했던 건 기억이 나네요.
베이스: 하하, 그런 것 말고는요?
룽: …아버지 작업실에 자주 찾아오던 손님이 있었어요. 제가 여섯 살 때였는데…
베이스: 손님이요?
룽: 아버지는 그 손님을 두고 이야기할 때마다 『잊혀진 섬』의 영감을 준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곤 했어요. 그 섬을 고향으로 여기는 사람 중 진짜 고향이 그곳인 사람은 그 손님뿐일 거라고…
베이스: 그럼 그 사람이 율도 거주민이라는 이야기인가요?
룽: 아마 그랬겠죠. 자세히는 몰랐어요. 저는 어머니 쪽 친척인가 했거든요.
베이스: 그 손님에 대해 더 이야기 들은 건 있나요?
룽: 아뇨, 그냥 그게 다예요. 되게 젊어 보였는데 머리는 희끗희끗했던 것 같은 건 기억이 나는데, 다른 건 별로 생각나는 게 없네요. 그 손님에 대해 조사하면 아버지를 찾을 수 있을까요?
베이스: 저희가 보기엔 그렇습니다. 시기상으로 학생의 아버지가 실종된 게 『잊혀진 섬』의 발표 직후이니… 오늘은 이쯤 하면 될 것 같네요. 다음 수업이 곧 아닌가요?
룽: 아, 맞아요. 감사합니다. 슬슬 일어나봐야겠네요. 그럼…
베이스: 맞다, 혹시 그 손님 이름… 기억하시나요?
룽: 하도 어릴 때라… 잘 기억은…
(룽이 잠시 멈춘다.)
룽: 잠시만요, 홍…. 홍태임. 홍태임이었던 것 같아요. 태임 아저씨라고 부르고 다녔던 기억이 나요.
해당 신문에서 등장한 "홍태임"이 위에서 서술한 홍씨 왕가의 자손 중 하나라고 서술된 인물과 동일인물인지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만일 이 "홍태임"이라는 인물이 같은 인물이라면, 해당 인물이 타입 그린, 혹은 블루라는 가정에 힘이 실린다.
이것이 율도를 다스렸다고 추정되는 "홍씨 왕가"의 구성원에 전부 해당되는 특성인지는 알 수 없다.
위협존재 데이터베이스 항목
위협 식별문구:
UTE-9919-패럴랙스-오로라 글로리 "리츠시마"
수권대응기준:
2 (보통 이하의 위협)
설명:
동중국해에 위치한 외부차원. 해당 초상위협의 정확한 위치는 현재까지 알려진 바가 없으나, 제주도 이남의 어느 지점에 존재하리라고 추측된다. 들어가거나 나오는 방법 역시 알려져 있지 않지만, 1945년까지 이상사례조사국의 소유 아래 놓여 있었다는 점은 확실하다.
이 외부차원은 전술한 바와 같이 이상사례조사국 기지로 이용되었으며, 이곳에서 다수의 수감자가 조사국의 군사 프로젝트로 인해 초상위협으로 개조되었다. 현재까지 연합이 청산하거나 인지한 UTE-9919산 초상위협의 수는 30종류를 넘는다. 이 중 어떤 부류는 무방비하게 외부에 노출되면서 동중국해의 정상 해상 생태계를 무분별하게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이러한 초상위협들은 약 70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더욱 변이를 일으켰으며, 현재는 초기 개조 목적을 상회하는 정도의 위협성을 지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초상위협의 총본산이자 현재도 무방비하게 남아있을 다른 초상위협을 수용하고 있을 해당 외부차원은 현재 내부의 상황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특히 위협적이다. 때문에 한시라도 늦지 않게 해당 외부차원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그 내부로 진입하는 것이 필수적인 목표가 될 것이다. 이에 제204타격조 "마도로스"Matroos가 인근 해역을 수색 중이다.
UTE-9919의 조속한 발견은 추가적인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