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학

"이게 대체 뭔 재미인지 설명을 좀 해줘 봐, 존." 리스 박사는 카운터에 몸을 기댄 채로 팝콘이 다 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이건 너무 저질이잖아… 과학적인 사실이 배경에 뭐 하나 없다고."

조나단 웨스트는 히죽거렸다. "바로 그러니까 재밌는 거지, 마가렛." 그는 냉장고를 훑어본 뒤, 탄산음료의 왕인 바닐라 콜라 한 병을 꺼내 들었다. "다른 부서 녀석들 몇 명이랑 같이 앉아서, 히스토리나 디스커버리나 사이언스 채널 보면서 웃고 떠드는 게 존나 재밌는 부분이라니까." 물론, 여기서 언급되는 건 케이블 TV 상의 다양한 "교육" 채널들이었다.

"더 러닝 채널(The Learning Channel)은 어때? 우리가 뭐… 볼 것도 딱히 없으면…"

웨스트 박사는 얼굴을 찌푸리고는, 리스 박사에게 고개를 흔들어 보였다. "마가렛, 제발. 재단은 냉혹한 곳이지, 잔혹한 곳이 아니잖아. D계급한테도 그건 안 보여주겠다." 그는 생각만 했는데도 킥킥거리기 시작했다. "자. 오늘 밤에는 고대 외계인이랑, 그 망할 인어 다큐 재상영 날이야…" 웨스트 박사는 "다큐멘터리"를 말할 때 음절마다 손으로 큰따옴표를 만들어 보였다.

팝콘이 다 되었고, 곧 다들 지하 3층 임직원 라운지로 향했다.


트리스탄 베일리 박사는 화면상에 나온 걸 보면서 웃음을 참지 못했다. "맙소사. 웨스트, 멈춰줘. 제발 부탁인데, 멈춰달라니까." 그리고 영상은 멈췄다. 화면에는 이집트 부조에 외계인이 새겨진 것이 흑백으로 나와 있었다. 베일리 박사는 외계인의 그림을 가리켰다. "제발 누군가 나를 똑바로 보면서, 웃… 웃지 않고 저게 진짜처럼 보인다고 말해봐."

"…무슨 아티팩트가 이렇게 많아." 헨드릭스 박사가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세상에. 외계인은 이렇게 흐릿하지 않다고. 이 양반들 노력은 하는 건가?"

"이건 미국의 대중을 위해 만들어진 거야, 파리채 박사." 웨스트 박사는 팝콘을 한 움큼 쥐고는 우적우적 씹어 내려갔고, 헨드릭스 박사는 제 별명에 몸서리를 쳤다. "대다수는 답을 얻기 위해서 백과사전 브라운 책의 뒷면을 봐야 하는 인간들이야. 게다가, 뭐든 초상적인 건 다 좋다고 본단 말이지."

베일리 박사는 낄낄거리며 영상을 다시 재생했다. "그래도 웃기지 않아? 아니, 외계인은 실제로 존재하잖아. 이런 방송에서 나오는 것들 거의 반절도 마찬가지고." 그는 손가락을 접어 나가기 시작했다. "빅풋, 툴파, 늑대인간, 유령…"

웨스트 박사도 거들었다. "화성에 지어진 도시들, 악마, 은비(the occult), 용…"

"염소인간, 멜론 대가리, 네스호 괴물." 미지동물학부의 일원인 헨드릭스 박사도 목록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살아있는 공룡, 인어, 유니콘…"

"진짜? 유니콘이 있다고? 그건 처음 듣는데, 헨드릭스." 헨드릭스는 순간 몸을 굳혔다. 하지만 곧 엄밀히 따지자면 마가렛에겐 이 사실을 알아도 되는 인가가 있다는 걸 떠올리고는 긴장을 풀었다. 리스 박사는 고개를 내저었다. "저 양반들도 설득력 있는 증거를 하나라도 찾을 법한데 왜 매번 그 망할 증거를 다 조작하는지 모르겠어."

"그게 이런 방송의 매력이야, 리스 박사." 트리스탄은 소파에 몸을 누이며, 훔쳐온 바닐라 콜라 병을 홀짝였다. 바닐라 콜라. 탄산음료계의 왕자. 그 위에는 마운틴 듀 밖에 없다. "대중은 믿을 거리가 생기고, 우리는 웃을 거리가 생기니까."


"이론을 하나 세워봤어." 웨스트 박사가 팝콘 한 그릇을 더 가져오며 말했다. "왜 이런 방송들이 이렇게 유명한지 말이야." 알고 보니 고대 외계인 에피소드는 2부작이었기에, 간식거리가 더 필요했다. 그는 리스 박사 옆에 앉아 그녀에게 그릇을 내밀었다.

"설명해보겠어, 조나단?" 헨드릭스 박사는 껌을 씹고 있었다. 본인은 자각하지 못했지만, 아주 큰 소리로 껌을 터트리고 있었다. 트리스탄이 더럽다는 듯이 쳐다보자, 헨드릭스 박사는 멈췄다.

"아주 간단해, 헨드릭스 박사. 무언가의 과학적 신뢰도가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더 유명해지는 거지. TLC도 괴물쇼 채널로 바꾼 다음에 시청률이 훨씬 올라갔잖아. 디스커버리는 《호기심 해결사》 방영하기 시작한 이후로 엄청나게 유명해졌고-"

"대체 《호기심 해결사》한테 왜 그러는 거야, 존?" 리스 박사가 그를 노려보았다. "내 여동생네 애들은 그거 항상 보더라. 적어도 그 방송은 교육적이려고 노력이라도 하잖아."

웨스트는 방어적으로 양팔을 들어 올렸다. "교육적이지 않다는 게 아냐. 다만 대중적이라는 거지. 양자역학 같은 걸 가르치는 방송이 아니잖아. 그냥 기초 과학과 화학이나 가르치는 방송이고. 거기에 화기 다루는 방법 약간 더 얹어서 말이야."

"일반 대중은 양자역학 감당 못 해." 트리스탄이 키득거렸다. "아니, 나도 멀티-U에서 일하려고 처음 교육받을 때 거의 감당 못 했어." 그는 고개를 내저었다. "양자역학은 트레버가 항상 잘했는데, 외교 업무 맡게 됐잖아. 이해가 안 돼."

웨스트는 한숨을 내쉬며 기지개를 켰다. 그러면서 전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닌 척을 하며 리스 박사의 어깨에 팔을 두르려 했다. "이걸 비과학적 신뢰성 이론이라 부르지." 그는 자리 주변을 돌아보았다. "내 콜라 어디 갔어?" 웨스트는 미심쩍은 눈초리로 트리스탄을 바라보았으나, 그는 고개를 내저었다. "알게 뭐람. 그래서 이번 방송은 뭐야? 저번 거는 외계인 미라였잖아."

"외계인이 씨발 놈의 공룡들을 어떻게 죽였는가." 헨드릭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고생물학부 양반들이 여기 없어서 다행이지. 하아아아안참 전에 티비 박살 냈을걸."


일당은 그다음에는 애니멀 플래닛 채널로 돌렸다. 《인어의 존재(Mermaids: The Body Found)》가 방영되고 있었다. 시간은 거의 자정이었다. "이게 마지막이야." 마가렛이 그렇게 말하며 헨드릭스 박사를 바라보았다. "제이슨, 사람들이 이 채널에 대해 말하는 게 사실이야?"

제이슨 헨드릭스는 얼굴을 찌푸리고, 모반을 긁적이며 리스 박사를 보았다. "뭐라고들 하는데? 완전히 과학적으로 쓰레기 같은 채널이라고?"

"재단이 위장한 채널이라는 소문 말하는 거 같은데." 웨스트 박사가 까칠하게 자란 제 수염을 문지르며 말했다. "그거… 사실이지 않아, 파리채 박사?" 제이슨은 제 별명에 이마를 찰싹 때리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웨스트는 사과하듯 쳐다보았다.

"아니, 아냐. 그렇지만, 상식과 미지동물학, 그리고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를 우스꽝스럽게 흉내 낸 채널이지." 그는 화면에 나온 인어를 보며 양손을 들었다. "아니 씨발, 대서양의 호모 아쿠아티쿠스가 인도양 쪽이랑 똑같이 생겼겠냐고. 그냥 말이 안 되잖아!"

"…그게 유일한 문제인 거 맞아?" 트리스탄이 끙하는 소리를 냈다. "진짜, 이 모큐멘터리 보는 내내 실제 인어와 맞지 않는 점 꼬집을 거면, 나 그냥 간다." 웨스트는 트리스탄의 머리 뒤에 빈 음료병을 내던졌다.

"등신같이 굴지 마, 베일리. 《웜홀을 통해서(Through the Wormhole)》 보고 있는 거였으면 너도 똑같이 행동했을걸." 트리스탄은 그 방송은 꽤 괜찮다며 궁시렁거렸고, 존은 헨드릭스 박사를 바라보았다. "무슨 얘기 하고 있었지?"

"아니 일단, 유인원에서 진화한 게 아니라 물고기에서 진화한 거잖아. 인간형이 아니라 물고기에 가까워야 한다고. 팔은 너무 길고, 두 개밖에 없는 데다가, 짝짓기 의식에 대한 묘사도 없어." 그는 웨스트 박사를 바라보았다. "원한다면 내가 쓴 민물 호모 아쿠아티쿠스에 대한 학위 논문을 기록 보관소에서 찾아 볼 수 있어."

"나중에 찾아볼게, 제이슨." 그는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 "…잠깐, 저거 수염고래 아냐? 쟤네가 인간형 생물을 왜 먹어?"

"다 같이." 트리스탄이 머리 위로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3… 2… 1…" 그러고는 손가락을 내렸다.

"보면 볼수록 의문만 생긴다고." 일당 전원이 동시에 말했다. 그러고는 다 같이 킥킥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이야." 웨스트 박사는 소파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한 뒤 TV를 껐다. "완전 헛소리였네. 전부 다. 100% 헛소리였어."

"그래도 생각은 하게 만들잖아." 헨드릭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어깨를 돌리며 라운지 문 쪽으로 걸어갔다. "진화의 법칙이 뒤죽박죽이고 외계인들이 공룡을 죽인 세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단 말이지." 그는 트리스탄을 바라보았다. "그… 그런 우주가 있나?"

"한 열 개는 봤어." 베일리 박사가 헨드릭스한테 빌린 껌을 씹으며 말했다. "그중 다섯에서는 백악기 중에 공룡들이 반격했고, 둘에서는 지배종이 됐어. 외계인 말고 공룡들이."

"이야." 리스 박사가 하품했다. "재밌었지만, 이젠 잘 시간이네. 내일 그 추락 현장에서 회수한 거 가지고 실험 돌릴 게 있단 말이지. 헨드릭스, 너네 부서가 그 실험 공동 감독이었지?"

"거기에 실려있던 생물체들이 지성이 있었을 수도 있다는 걸 고려하면, 반증 되기 전까지는 약간 회색지대지. 그치만 때때로 확인하긴 할 거야." 헨드릭스 박사는 눈을 비비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럼 다들 잘 자라고."

"잘 자, 파-헨드릭스 박사!" 조나단은 "파리채"라고 말하기 전에 가까스로 말을 멈춰낼 수 있었다. 그러고는 남은 셋이 복도를 걸어가는 와중에, 트리스탄을 보았다. "근데 베일리, 다음번에는 이웰도 초대해도 될까? 아니면 싱클레어나 다른 사람도?"

"그 말을 들으니까, 다음 주 히스토리 채널에서 나치랑 악마학 방송을 한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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