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오노뒷이야기: 시부야 할로윈 사변

향토자료 » 토오노뒷이야기 » 제1031화

평가: +3+x
blank.png
일천서른첫번째 이야기 시부야 할로윈 사변 

 이것은 바로 최근의 이야기입니다.

 토오노에 사는 이미호가, 자기 친구인 네코마타(猫又)와 스승이자 증조할머니인 구미호에게 도쿄에 관광을 가자고 했습니다. 때는 신무월 그믐날, 장소는 도쿄 시부야로 성대하게 할로윈1마츠리가 열리는 것입니다. 당일 밤의 시부야는 많은 인간들로 붐비고, 또 괴이로 가장한 인간들이 잔뜩 있어서, 진짜 괴이가 섞여들어도 전혀 눈치채지 못합니다. 평소 인간으로 둔갑해서 살고 있는 괴이들도, 이 날은 스스럼없이 본래 모습으로 밖을 활보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 이유로, 토오노 산골짝에서 살던 그녀들은 수행의 숨도 돌릴 겸 해서 할로윈마츠리에 참가하기로 했습니다.

 마츠리 전날 도쿄에 도착한 셋이는 하라주쿠나 신주쿠 등 도쿄의 유명한 관광지들을 돌면서 도회의 거리를 마음껏 즐겼습니다. 내일은 오랜만에 남자라도 잡아서 정기라도 빨아 볼까, 그런 계획을 하면서 드디어 할로윈 당일을 맞이합니다.

IMG_2020.jpeg

 해시[21시-23시]가 되어 셋이 시부야역에 도착한 무렵에는 이미 많은 인간들이 모여 있어서, 스크램블 교차점2은 빈틈없이 들어찬 상태입니다. 괴이의 기척도 어느 정도 느껴지지만, 이렇게나 인간이 많으면 서로 찾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인파에 압도당한 손녀와 네코마타에게 보란 듯이, 구미호는 귀와 꼬리만 둔갑을 풀고 당당하게 인파에 발을 내딛습니다. 둘이도 뒤늦게 구미호의 뒤를 따라갑니다. 귀나 꼬리 같은 것을 꺼내면 인간들에게 정체가 탄로날까 실은 내심 흠칫흠칫 놀라던 이미호와 네코마타였지만, 막상 걸음을 내딛고 보니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았고, 오히려 행색만 보면 셋이보다 더 눈에 띄는 자들이 얼마든지 많았습니다. 썩은 시체 같은 화장을 하고 망자로 가장한 자, 전신이 복숭앗빛인 자, 빨간색과 흰색 줄무늬가 있어서 마치 코케시 같은 행색을 하고 있는 자. 듣도보도 못한 괴이로 가장한 인간들 틈에 구겨져서 마치 백귀야행처럼 거리를 누비다 보면 슬슬 흥이 오릅니다. 역전의 광장에서는 길거리 예능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여기저기서 무료로 술을 나눠주고 있는 등, 시부야 거리는 마츠리로 떠들썩했습니다.

 기분이 들뜬 셋이가 큰길에서 한 칸 벗어난 골목을 걷고 있는데, 젊은 남자 삼인조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안녕, 언니들. 그 코스프레3 엄청 귀엽네!」

「요호하고 네코마타인가? 굉장히 리얼4하다」

「고마워ー! 직접 만든 거야!」 라고 구미호가 대답합니다.

「오빠들도 아주 살아 있는데!」

「감사!」

 남자들은 카리기누(狩衣)에 하카마(袴)를 입고 타테에보시(立烏帽子)를 쓰고, 마치 헤이안시대의 귀족과 같은 행색이었습니다.

「언니들은 어디서 왔어?」

「이와테에서 야간버스5로 왔어」

「이와테!? 엄청 멀잖아! 힘들지는 않아?」

「힘들었지ー. 나랑 네코마타는 비행기를 타보고 싶었는데, 구미호가 『야간버스가 더 싸고 좋다』 그래서」

「도쿄에선 뭘 하든 돈이 드니까, 교통비라도 아끼는 편이 좋잖니」

「구미호 언니는 꽤 도쿄에 익숙한 느낌이네」

「응. 그래서 내가 후배 두 사람을 안내하는 느낌이야」

「그렇군ー…… 아, 괜찮다면 사진이라도 찍을까?」

 그렇게 말하고 남자들이 품에서 카메라를 꺼냈습니다. 셋이는 승낙하고 남자 둘 사이에 끼어 횡대 일렬로 늘어섭니다. 카메라에 대고 웃어 보이자, 남자가 셔터를 누르고 섬광이 튀었습니다. 사진 촬영은 완료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것입니다. 셋이가 곤혹해하고 있자 남자들이 입을 열었습니다.

「잡았다, 이 요사스런 것(あやかし)들아」

「우리는 오행결사,6 할로윈을 틈타 모여드는 요사한 것들을 사냥하기 위해 시부야에 진을 치고 있었다. 이 카메라도 요사한 움직임을 봉하는 술식을 넣은 장치인 것이다」

「순순히 꼬리를 내밀어라. 여기서 성패를 가르리라!」

 남자들이 품에서 패찰을 꺼내며 다가옵니다. 이제는 만사휴의다! 라는 말과 함께 구미호가 억누르고 있던 요력을 해방하여 셋에게 걸려 있던 술법을 떨쳐냈습니다.

「쿄우, 미케. 너희들은 도망쳐라. 이 놈들은 내가 어떻게든 할테니」

 둘이는 자리를 지키려 했지만, 이 자리에선 자기들이 발목밖에 잡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스승을 남겨두고 달아났습니다. 인파를 헤치고 밀어내고, 전철은 이미 막차가 끊겼으므로 무작정 달립니다. 추격자가 임박해온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짐승의 각력을 인간이 따라잡을 리가 없습니다. 달리고 또 달려서 추격자를 뿌리쳤을 무렵, 구미호가 아는 사이라 전날 숙박했던 이나리신사에 도착했습니다. 이나리님께 사정을 이야기하고 괴이의 기척을 지우는 결계를 깔아 일단 한시름 놓았지만, 구미호가 좀처럼 돌아오지 않습니다. 둘이서 도쿄에서 알고 있는 장소는 여기밖에 없기 때문에, 어디 있는지 몰라서 못 찾아올 리는 없습니다. 그 구미호는 한때 한 쿠니(国)를 기울였을 정도의 강한 요호라서 싸움에 질 리는 없지만, 혹시 몸에 무슨 일이라도 있을까 걱정은 됩니다. 오행결사 놈들을 해치우는 데 시간이 걸릴 뿐이라고 믿고 둘이는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날이 밝아오고 아침이 되어서야 구미호는 둘이가 있는 신사로 돌아왔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자, 아무래도 구미호는 둘이와 헤어진 뒤 오행결사 무리는 일찌감치 해치우고 한가해졌기 때문에 당초 계획대로 구락부7에 혼자 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말을 걸어온 남자와 함께 숙소를 잡고 그대로 아침까지 즐겼다고 합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에 안도하면서도 손녀와 제자는 내버려두고 혼자서 즐기고 온 스승에게 서운함을 느끼면서, 둘이는 갈 때보다 조금 젊어진 구미호와 함께 도쿄를 뒤로하고 돌아왔습니다.



이야기꾼: 요호 쿄우(キョウ) 필기: 카사마츠 료코(笠松亮子)

[[footnoteblock]]


🈲: SCP 재단의 모든 컨텐츠는 15세 미만의 어린이 혹은 청소년이 시청하기에 부적절합니다.
따로 명시하지 않는 한 이 사이트의 모든 콘텐츠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3.0 라이선스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