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3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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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3각 달리기란 2명의 참가자가 짝을 이루어 서로 왼발과 오른발을 묶고서 달리는 것이다.

두 다리를 묶었기에 다리가 마치 3개처럼 보이기에 2인3각 달리기라고 불리운다.

2인3각 달리기에선 서로 다리를 묶고 있기 때문에 서로 간의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

합이 맞지 않는다면 발이 꼬이기 쉬우며, 달리던 도중 넘어질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달려가면서 구호를 넣어 합을 맞추면 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구호를 넣는 것보단 미리 연습을 해 합을 맞추고 생각을 서로 이해하는 것이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다.


2015년 2월 12일, 제87K기지에 구금 중이던 에타-17의 대원들은 상황이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이내 깨달았다. 우선, 재단 기지에 정전은 없다. 정전이 일어났다는 건 수많은 보조 발전 장치가 무력화됐단 뜻이고, 그 말은 기지 전체가 멈췄단 뜻이다. 혹은 조금 더 간단한 경우는 무언가의 공격일테고.

에타-17의 대원들은 이내 각자의 방에서 각자의 행동을 취했다. 그 8명은 서로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지만, 마치 4명의 사람으로 이루어진 데칼코마니 마냥 똑같은 행동을 취했다.

조성준 요원들은 이내 상황을 파악하고 일어섰다.

한유빈 요원들은 그를 따라 조용히 일어나 벽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들었다.

권혁준 요원들은 천천히 일어났다.

최경훈 요원들은 여전히 앉아 눈을 빛내고 있었다.

그리고 소리는 점점 [커졌/작아]졌다. 점점 [선명/흐릿]해지는 소리는 이내 [멀어지/다가오]더니 이내 거대한 폭음이 되었다. 그리고 폭음은 발소리와 외침 소리가 되었다. 각자의 방에 머무르던 요원들은 모두 긴장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 모두는 8명 중 절반에게만 해당하는 말이었다.

이내 재단에게 '대시 비' 라는 이름을 받은 4명이 잠들고 일어났던 구역의 모든 문이 열렸다. 그리고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그들이 이전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였고, 그닥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였다. 그들에게 그 목소리는 자신들이 다른 곳도 아닌 재단의 기지에 SCP 취급을 받으면서 구금되게 된 원인이라고 할 수 있었으니까.

물론 그 '복제 사고' 사건의 원인은 엄밀히 따지자면, 저기서 구금된 아세팔 인원들에게 탈주를 부추기고 있는 솔개밤에게 있지는 않았다. 솔개밤은 애초에 사람을 복제할 수 있는 능력도 기술도 없었고, 그게 실현된 건 정말로 사고였으니까. 하지만 에타-17은 그걸 알지도 알고 싶지도 않았다.

가장 먼저 행동을 취한 것은 최경훈 요원이었다. 그는 조용히 일어나 발소리도 없는 걸음으로 문을 나섰다. 그러자 보인 것은 도망자들과 무너진 파편들이었다. 그는 재빠르게 무리에 합류해 다른 대원들을 찾아나섰다. 도망쳐야 한다는 입장을 잊은 것마냥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니는 아세팔 녀석들 덕에 그는 금세 다른 이들을 찾을 수 있었다.

처음은 조성준 요원이었다. 문 너머에서 그는 이미 최경훈 요원을 쳐다보고 있었다. 눈이 맞은 순간 그 역시 울림 없는 발걸음으로 그를 따랐다.

그 다음은 한유빈 요원이었다. 그의 방에 두 명의 요원이 도달했을 무렵 그는 이미 한 명의 아세팔 인원을 조용히 제압한 상태였다. 그는 차가운 발걸음으로 합류했다.

마지막이 권혁준 요원이었다. 그는 방 안에서 소리 죽인 채 상황을 관망하고 있었다. 그는 3명이 움직이는 모습을 멀직히 발견하고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누구도 모르는 사이에 무리에 합류했다.

혼란에 빠진 기지에서 에타-17, 그리고 대시 비는 조용히, 아무 일도 없는 듯, 도망치는 척하며 이제 어찌해야할지 고민했다. 소리 없는 대화가 이어지고 한유빈 요원이 한 마디, 최경훈 요원이 눈짓 한 번, 권혁준 요원이 말을 줄이자 조성준 요원이 결단을 내렸다.

그 사이, 에타-17, 그리고 대시 에이는 여전히 닫힌 문을 바라보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벽 너머에서 조용히 들려오던 난장판의 소리는 이내 멀어졌고, 이제는 사태를 진압하러 다가오는 재단 인원들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 참이었다. 문을 두드려 보아도 반응은 없었다. 대시 에이는 무력감을 느끼며 조용히 방 안에 머물러야 했다.

다시금 그 사이, 대시 비는 조용히 탈출하는 이들을 따랐다. 그 사이에는 전직 아세팔도, 그렇지 않았던 이들도, D계급들도 섞여있었다. 하지만 솔개밤은 그 사이에서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 아마도 아세팔의 일원이었을 사람이 솔개밤의 행방을 물었다. 어느 새 이 무리의 리더가 된 유상은 조용히 답했다. 그는 죽었다고, 우리는 탈출한 솔개밤을 따라 나설 것이라고. 대시 비는 그렇게 말하는 그의 손에 묻은 한 방울의 피를 보았지만 입을 다물기로 했다.

그리고 조용히 뒤를 따랐다.

13일 아침이 밝아오자, 재단의 박사들은 도망자들을 찾기 시작했다. 대시 에이는 그들에게 말했다. 내가 알고 있다고.

박사들은 되물었다. 어디냐고, 그러자 이렇게 말했다. 만약에 나였다면…


도망자들은 준비되어 있던 차량에 탑승했다. 차량은 바깥보다 안이 넓고 카메라에 찍히지 않는 등등 변칙 범죄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소양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내 출발한 차량은 이내 이 세상에서 사라져 누구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10분 뒤 차량이 위치해 있던 곳에 기동특무부대가 도착했다. 기동특무부대는 인근 도로부터 산길까지 모든 이동로를 확인했고, 최선을 다해 사라진 도망자들의 흔적을 찾아해맸다.

그들이 발견한 것은 조금 독특하게 묶인 천 매듭 하나 뿐이었다.

만약에 저였다면, 우선 가는 길 마다 흔적을 남길 겁니다. 다른 사람은 못 알아보고 자신만 알아볼 수 있도록요. 아무도 못 알아본다고 해도 본인은 의미를 알아볼 수 있지 않겠어요?. - 최경훈 요원


박사들은 대시 에이에게 그 천 매듭을 가져왔다. 그리곤 이들에게 물었다.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냐고. 그들은 그 의미를 모른다고 답했다. 기껏해야 황급하게 남긴 흔적일 거라고. 그리고 말을 이었다. 황급하게 흔적을 남겨야 했다는 건 대시 비가 단순하게 도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추적 중이라는 의미일 것이며, 아마도 그저 뒤를 쫓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합류했을 것이라고.

박사는 되물었다. 그걸 어찌 아냐고.

만약에 저였다면, 굳이 뒤에서 따라다니기 보단 그냥 무리에 합류했을 겁니다. 이번 탈주에서 D계급 인원까지 그 무리를 따라가지 않았나요? 저번 조사 과정에서 얼굴을 들키지 않았을테고, 마침 격리 구역에 구금되어 있다가 탈출했으니, 자기도 D계급이나 뭐 그런 척 하면 간단하잖아요. - 조성준 요원


그 후 제87K기지에 연락이 온 것은 정확히 12시간이 지난 후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건 연락이라기엔 너무 짧았기에 어쩌면 신호라고 하는 것이 올바를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건 단순히 두 글자로 이루어진 웹사이트의 계정명이었다.

그걸 알아차린 건 권혁준 요원이었다. 그는 자기 자신과 연락할 방법을 물었을 때, 조용히 자신의 네이버 계정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만을 말했다. 박사들이 로그인하자 알게 된 것은 그의 말이 정말이었다는 것이었다. 계정명은 이랬다.

"-B"

만약에 저였다면 연락 수단으로 괜히 전화나 메신저 같은 건 안 쓸 겁니다. 들키기 그것보다 쉬운 게 없죠. 도망자 무리에서 처음보는 얼굴이 메일을 보내고 있다면, 무슨 생각을 하겠나요. 차라리 네이버에 로그인해서 계정명을 바꾸는 게 좋죠. 눈에 띄고, 로그인한 위치가 추적도 되죠. - 권혁준 요원


위치 추적 결과는 이내 그들의 위치를 추적해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그들이 상상도 못할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걸 나타내고 있을 뿐이었다. 어떤 자동차가 2시간 동안 200km를 이동할 수 있겠는가. 또한 속도도 속도였지만, 더욱 문제를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종잡을 수 없는 이동 경로였다.

무슨 일을 해야 이들을 따라갈 수 있을지는 박사들에게 던져진 난제였고, 박사들은 머리를 싸매야 했다. 한 차례의 논의가 있었다.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다음 번 논의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답이 없었다.

결국 다음 차례의 논의가 시작하기 전에 박사들은 최후의 수단을 택했다. 출제자 본인에게 물어보는 것이었다.

만약 나였다면, 괜히 다른 팀을 보내기보다는 자기를 잘 알고 있는 사람, 그러니까 나, 그리고 우리들이 따라오길 바라고 있을 걸. 다른 사람들이 몇이 있어도 도움은 안 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야지. 무슨 소리냐고? 우리 넷에게 장비랑 지원을 달라는 거지. 자기가 싼 똥은 자기가 치우는 거 아니였나? - 한유빈 요원


세 번째 논의는 이전 논의와 달랐다. 이번에는 어떻게에 대한 논의가 아니였다. 그저 주어진 방법이 진정 올바른 지 확인할 뿐이었다. 답은 사실 간단했다.

따라서 2인3각 달리기에서 우승하고 싶다면 두 사람이 마치 같은 사람인 것처럼 달리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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