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명: 등신불
  • 평가: +8+x


초상조사기획소

"Rumor는 Importance와 Ambiguity의 곱이다."


3급 기밀 지정

S E C R E T

사무소장 유 차 성
부장 남 신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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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과 주황색 페인트로 칠한, 깔끔하면서도 옛스러운 감성이 느껴지는 1층 건물이 있다. 보통 사람들은 배경으로 보고 넘어가는 곳. 그보다 그 건물에 조금 관심 있는 사람들은 그곳을 간판대로 '조사기획소 환등'이라 불렀다. 조사기획소라고 해봤자 탐정이나 심부름 센터 같은 곳. 무슨 고양이 찾기 같은 사소한 일이나, 심해봤자 불륜 같은 거나 조사하지 않을까. 그 건물 주변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은 달랐다.
애초에 이름부터가 달랐다.

정식 명칭은 '초상조사기획소 환등'. 변칙 현상과 관계 있거나 추정되는 사건을 조사하는 것이 그들의 업무였다. 초상공안이 아무리 성실해도 (작정하고 디스토피아라도 만들 것이 아닌 이상에서야)사각지대는 있기 마련이다. 초상 사건에 휘말린 사람들은 보통은 그런 기관에 의뢰를 부탁하지 않는다. 제 목숨 아까워서 두려워하거나, 반대로 아예 그들의 존재를 모르거나. 당연히 초상사회 속 세계에서 '사소한' 일만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다녀왔습니다!"

한 사람이 그 사무소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손님이 아닌 직원이었다. 성별도 나이도 모호한, 귀염상이면서도 수수한 외형이 스쳐지나가도 큰 인상을 주지 않을 것 같았다. 찰랑. 커다란 가방에 걸린 원숭이 인형이 작게 흔들렸다. 열차 모형도.

"오랜만입니다, 이원 씨. 수고 많았습니다."

"아, 신진 씨. 오랜만이에요. 보고서는 잘 받으셨나요?"

남신진. 이 사무소의 부장이자 프로파일러가 인사를 건냈다. 전에는 국가 기관에서 일했다던데, 왜 여기 온 걸까. 이원은 도통 알 수 없었다. 특이한 사건 조사를 맡고 있는 만큼, 이곳의 직원들도 결코 평범한 사람은 아니다. 네 명밖에 안 된다면 더더욱 실력이나 능력이 있을 수밖에 없다. 네, 남신진 부장은 질문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만 보니까 사무소에는 그 한 명밖에 없었다. 나머지 자리에는 제 주인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근데 소장님도 연리도 안 계신데요.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걸까요?"

"오늘 쉬는 날이잖습니까. 그래서 제가 그 분 일까지 겸임하고 있는 것이고요."

아, 그랬죠. 소장님까지 쉬시는 건 드물어서요. 여기 일을 하다 보면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른다. 운 없으면 한 사건에 언제고 묶여 있어야 한다. 이번에도 며칠 동안 그 마을에 있지 않았던가. 그래도 이번에는 의뢰인을 설득시킬 방법을 찾느라 시간이 끌린 거지, 범인 자체는 빠르게 찾았지만…

그래서 이 사무소에서는 휴가나 포상을 두둑히 준다. 비교 대상을 모르니 이원에게는 잘 와닿지는 않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들 말하는 걸 보면 그런 모양이었다. 그래서 네 명이 다 사무실에 모여 있는 날은 생각보다 흔치 않다.

"그 동안 무슨 일 없었어요?"

"네. 그것 외에는 유의미한 사건은 없었습니다. 아, 전 괜찮습니다. 방금 마셨어요."

조용히 커피머신 앞으로 간 제 동료에게 그는 조용히 거부 의사를 보였다. 그러자 이원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그러면 어쩔 수 없지요, 라는 말과 함께 제 자리로 총총 돌아갔다. 마치 처음부터 제 몫은 필요 없다는 듯이. 부러운 몸이군요. 남신진 부장이 그 모습을 보면서 답했다. 아닌 게 아니라 긴 출장 끝에 돌아왔는데도 상대는 전혀 지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자신은 사무실 일을 처리하느라 피곤한데.

"지원 사유는?"

"이곳에서 인간으로서 살아가려면 직장이 있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직장이라면 다른 일도 있을텐데? 왜 이곳에 온 거지?"

"이곳이라면 제 능력을 꺼리지 않아 하면서도 최악으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는 항상 그랬다. 처음 면접을 보러 왔었을 때부터, 정확히는 그 전에 정보를 받았을 때부터 별세계 속 존재 같았다. 인간의 외형과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사람과는 동떨어진 자. 먹지도 자지도 않아도 되지만 그럼에도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기꺼이 따라하는 이상한 인간.

"그건 그렇고 이원 씨."

"네? 무슨 일인가요?"

"당신이 이 정도로 능력을 적극적으로 쓸 줄은 몰랐는데 말이죠. 범인이 로어라는 걸 언제 눈치 챈 겁니까?"

싱긋싱긋 웃고 있던 이원의 표정이 굳었다. 나쁜 의미는 아니다. 상처 입은 것도 아니다. 그저 정곡을 찔렀을 뿐이었다. 원숭이 인형도 제 주인을 닮아 축 쳐진 것 같았다.

"…바로 눈치 채셨네요. 로어를 제압했을 당시 상황이 기록에서 빠진 것 때문인가요?"

"그것도 있고. 곽 씨가 범인이라는 걸 그 정도 대화만으로 눈치채는 건 쉽지 않죠. 마침 곽 씨가 악몽을 꾸었다고 증언도 했잖습니까."

예상은 했지만, 부장 상대로 적당히 얼버무리는 건 역시 쉽지 않았다. 이원은 풀이 죽은 듯이 고개를 숙였다. 마치 범인이 자백을 하는 것처럼.

"…기록에도 나와 있지만, 해치지는 않았어요. 그냥 오네이로이에서 면담을 했을 뿐이에요."

"그 정도는 압니다. 다른 로어라면 모를까 당신이 그럴 것 같지는 않으니까요."

"…"

"그저 보고서에 당시 상황을 기록했으면, 하는 겁니다. 이대로면 범인을 찾고 제압할 당시가 빠져 있어서, 사건이 중간에 뚝하고 해결된 느낌이니까요."

"…알겠습니다."

하지만 나머지는 괜찮군요. 마을 사람들도 잘 설득한 것 같고… 남신진 부장은 그 말을 끝으로 자신의 업무로 돌아갔다. 원도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변칙 사건은 오늘도 어김 없이 생긴다. 환등 사무소의 이름이 알려질 수록 업무량은 더 늘어나겠지. 이대로면 넷만으로는 늘어나는 일들을 해결하기 벅찰 것이었다. 더군다나 자신과 소장이 직접 뛰는 건 한계가 있고, 연리는 외형이 외형이라 사람 앞에 대놓고 나서기 어렵다. 조만간 사람을 새로 뽑자고 얘기해야겠어. 그는 기지개를 켰다. 얼마나 범상치 않은 사람이 올까.


인원의 절반이 빈 사무소는 뭔가 쓸쓸했다. 물론 이대로도 당장 의뢰가 들어왔을 때 문제는 없다. 부장은 매우 똑똑했고, 자신은 능력이 있으니까. 꿈꾸미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꿈을 통해 현실의 존재를 이동시킬 수 있다. 탐정으로서는 꽤나 쏠쏠한 능력. 하지만… 이원은 지금 당장 일할 생각은 없었다. 육체적 피로는 없었지만, 정신적으로 지쳤다. 인간으로서 하기에는 어려운 고민이라 애써 티는 안 냈지만.

최악의 사건이었다. 이원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 일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불쾌한 사건 순위가 갱신될 것 같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이렇게 기분 나쁜 일은 없었다.

"기록을 못 한 게 아니라…"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협조적이고 친절했다. 얼마 안 지나서 범인은 눈에 바로 들어왔고, 사건 수습도 빨랐다. 이전에 해결하던 도중에 괜히 삼대천 사람과 시비 붙어서 고생했던 것에 비하면, 사건만 보았을 때 이번 일은 몇 배는 깔끔했다.

"안 한 거라고요…"

무엇이 문제였냐 하면 이 로어가 자신의 마음을 조사 내내 후벼파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모난 놈이 나타난 것에서 문제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었다. 그 돌출 행동이 선하든 악하든 관계 없이. 뒤에서 욕하고 험담해도, 결국 앞에서는 나서지 않는 것이 마을의 규칙이었다. 윤 씨는 그것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고, 결국 그 규칙을 배신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그 결과는… 죽음과 마을 사람들의 외면이었고. 그건 마을 사람들이 악해서가 아니었다. 그들은 그저 권력이 두려웠던 것이었다.

"괴담이 현실화될 때는 자기가 자리 잡을 환경을 만들어내는 법이에요."

참수불상은 그걸 노리고 있었다. 괴담의 내용은 결국 요약하자면 '마을 내 금기를 어긴 사람은 죽을 때까지 괴롭힘당한다는 규칙이 있다.' '괴롭힌 자는 참수지장의 손에 비참하게 죽는다'였다. 이 분위기대로라면, 보고서에 쓴 대로, 그 내용이 퍼지기에 딱 좋은 환경일 것이었다.

"로어가 실체화되면 곤란하니, 여기서 당신을 막아야겠어요."

그것이 로어라는 종족의 습성이었다. 괴담의 능력과 외형을 일부 따온 현상. 실체화되면 그 괴담과 유사한 사건을 지속적으로 일으킨다. 그렇게 사람들의 두려움을, 괴담의 명성을 드높인다. 그것이 그들의 규칙이다. 그리고 초상 공안은 로어를 잡기 위해 안달이 났고, 환등 사무소 역시 수사를 통해 로어를 잡는 것을 돕고 있었다. 자신도 그렇고.

"자네도 알텐데! 이 이야기를 현실에 알릴 기회라고! 어째서 배신하는 건가!"

배신자. 그런 의미에서 이원, 혹은 그런 이름이 붙은 원숭이는 다른 로어와는 크게 달랐다. 원래 괴담은 인간을 우습게 여기는 폭력의 결정체였을텐데, 현현하면서 무슨 문제가 생긴 건지 오네이로이 어딘가에서 눈을 떴을 때부터 그런 생각은 머리 속 어디에도 없었다.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은,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 뿐.

"그 사람의 죽음을 모욕하지 말아주세요. 마을 사람들은 당신의 먹이가 아닙니다."

"자네의 원전이 울겠어! 지금도 내 앞에서 겨우 버티는 주제에,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이원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댕댕댕. 자신은 확실히 원전과 반대로 가고 있다. 사무소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능력은 원래 힘의 파편에 불과하다. 사람을 꿈 속의 본체로 초대하고, 꿈을 통해 현실의 존재에게 공격할 수 있다. 탐정보다는 암살자에 가까운 힘. 그런 강력한 능력조차 우회하지 않으면 쓰는 것 자체를 망설인 채로, 그는 인간 놀이를 하고 있다. 이 얼마나 우스운가.

"인간의 껍데기를 뒤집어 썼다고 다인가 본데, 로어인 이상 그것들은 먹이일 뿐이라고! 언젠가…"

"마지막을 정하는 건 저에요."

자신은 그런 존재였다. 오네이로이 속 본체를 두고, 인간 형태의 그릇을 현실에 투영해 살아가고 있다. 분명, 로어들은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것이다. 사람을 해치지 않으니 괴담 원전 이상의 힘은 기대하기 어렵다. 언젠가 그들 곁으로 돌아간다면 무슨 꼴을 당할까. 참수지장이 아니더라도, 일족의 배신자를 그들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인간이 되고 싶지만 사람이 아닌 그것은 어느 길에 설 수 있을까.

"남신진 씨."

"네?"

"저는 이 사무소의 직원인가요?"

"그렇지요?"

명백한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고는 근무로 돌아갔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원숭이는 사람이 될 수 없다고 누군가는 그런다. 이원은 그 말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살고 있었다. 하지만… 두려웠다. 아직 사무소 사람들은 본체와 만나본 적 없다. 정확히는 보았지만 까먹은 쪽에 더 가까웠다. 본체는 악몽 속에서만 드러나니까. 오로지 몽중 기록만이 그들이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 본 결과라면, 이걸 사람이라고 볼 수 있을까? 직원이라 볼 수 있을까?

"…이원 씨. 괜찮아요?"

남신진이 고개를 들었을 때, 이원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고개를 애써 끄덕였건만 당황해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최악의 사건이었다. 이원은 그렇게 생각했다. 꿈처럼 잊어버릴 수 있을까. 털어낼 수 있을까. 언제까지 연기를 해야하는 걸까.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의뢰할 수조차 없는 고민 속에서 이원은 흐느끼고 있었다. 상대는 알지 못할 평행선 너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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