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세상The Great World1
개요
썩은 밧줄 하나에 몸을 맡겨 땅굴을 내려갈 때,
우리에게 남긴 것들을 보아라.
얼마나 위대했느냐?
인천 지하의 거대한 넥서스5 , 위대한 세상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완전히 베일에 감춰져 있었다. 옥리와 닮았지만 완전히 옥리는 아닌 것, 제37K기지라는 수수께끼의 집단6에 통제받던 그것은 2012년 이후 대격변을 맞이한다. 새로운 지배자가 도래한 시대에, 위대한 세상에 도사리는 다양한 존재자들은 더욱 넓은 세계에 노출되었다.
알려진 바
특징: 수도권 북부 곳곳에는 위대한 세상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여러 통로가 있다. 이 통로들은 크기가 쥐구멍 만한 것부터 거대한 시공 장비가 들어갈 수 있는 것까지 가지각색이다. 보통 크기가 큰 것들은 제37K기지 관할 거점들의 지하에나 있고, 크기가 작은 것들은 이미 옥리들이 폐쇄했거나10 DMZ, 이북 지역같이 민간인들에게 노출될 리 없는 곳에만 남아있다. 이 통로들을 사용하는 것 외에 위대한 세상으로 들어갈 방법은 없다.
현재 옥리들은 위대한 세상을 자신들이 통제하는 제37K기지11 의 관할로 두고 있다. 기지의 많은 직원이 넥서스 출신이며, 이외에도 많은 현지인이 옥리들에게 고용되었다. 옥리들은 업무에 큰 위해를 주지 않는 이상, 통치를 쉽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위대한 세상의 관습을 용인하는 모양이다. 대표적 예시가 제37K기지의 이사관이다.12131415 그들은 기지의 이사관을 현지 전통을 존중해 기지 고위직과 넥서스 공동체의 수장16이 함께 선출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러 정황상 현재의 이사관은 허수아비일 뿐이며 실질적으로 이사관 대행이 기지를 통제하는 것으로 보인다.1718
성질: 기본적으로, 위대한 세상은 바깥세상으로부터 완전히 고립되어 있다. 외부차원과 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위대한 세상은 기준우주에 고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위대한 세상은 땅굴을 통한 입구를 제외하면 밖과의 상호작용은 일절 하지 않는다.19 이 때문에 이미 있는 땅굴을 통하는 것 말고는 그곳으로 진입할 방법이 없다.2021 위대한 세상의 일부 구역은 주기적으로 위치나 지형을 바꿈이 확인되었는데, 이러한 성질이 위와 같은 기본적 특성에서 파생된다고 여기는 견해가 있다. 이 폐쇄성에 따라 외부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고유종, 독특한 문화가 발견된다.
위대한 세상에는 원주민들이 살고 있다. 적게는 3만 명, 많게는 10만 명으로 어림 잡힌다.22 이들 전부가 비능력자이며,2324 한국인과 혈통적으로 다르지 않고 표준 한국어에서 살짝 변형된 방언25 을 사용한다. 위대한 세상의 가혹한 환경에 따라 대부분의 현지인은 드문드문 있는 안전한 구역에서 도시, 촌락을 이루어 생활한다. 이들은 주변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여러 유물26을 바탕으로 생존한다. 옥리들과의 교통망이 존재하는 일부 무리 외부로부터 물자를 공급받기도 한다.
위대한 세상은 보통 사람 두어 명이 줄지어 갈법한 좁은 땅굴이고, 꽤 자주 더 넓은 통로가 있는 형태에 더 드물게 넓은 공터가 있는 모양새다. 이렇게 넓은 지역들은 지하로 내려갈 수록 점점 더 흔해지지만 마찬가지로 온갖 괴물들, 위험한 경이, 괴이한 현상들 또한 더 빈번해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현지인들은 지상 근처에 있는 몇 안되는 공터에 건설된 거대한 도시에서 거주한다. 이러한 도시들은 12개가 존재하며, 이를 흔히 "행정 구역"이라고 부른다. 행정 구역 외의 간간이 있는 꽤 살법한 장소에도 소수의 인구가 살며, 더 적게 아예 유적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있다. 유적에 거주하는 이들은 보통 유사인간이나 괴이한 유물을 손에 넣은 이들이기 때문에 "광인"이라고 불린다.2728
현지인들은 전통적으로 "재단"을 숭배한다.2930 조금 더 정확히는 신격화된 중앙의 제37K기지와 넥서스의 가장 거대한 12개 공동체가 그곳의 사람들을 통치하는 명분으로 제시하는 것이 "재단"이다. 그들이 숭배하는 "재단"이라는 건 옥리들과 사뭇 다른 개념으로 보이지만, 어느 정도의 연관성은 지닌듯하다. 그들은 "재단"을 마치 밖의 사람들이 조상신을 대하듯이 여기기 때문에,31 전통적인 관점에서 그들은 "재단"의 후손이다. 이러한 시각으로 볼 때 대한민국 지역사령부의 다른 기지들, 부서, 기타 등등은 마찬가지로 "재단"의 후손이다. 결정적인 원인은 아니겠지만 이전에도 오랜 기간 통치받았음과 더불어, 이것이 현지인들이 옥리들의 통치에 큰 반감을 품지 않는 이유라고 여겨진다.
내력 및 관계: 한반도에 존재하는 다른 변칙적 지역들, 무진, 명천구, 율도 등과는 다르게 위대한 세상을 다루는 전통적 사료들은 물론, 하다못해 이자메아가 남긴 자료조차 존재하지 않는다.32 이는 위대한 세상과 같이 넓은 규모의, 그리고 상대적으로 진입하기 어렵지 않은 성질을 지닌 지역치고는 특이하다. 어쩌면 현대 이전까지는 외부 세계와의 접촉이 없음을 시사하는 걸 수도 있다. 위대한 세상, 혹은, 범위를 좀 더 넓혀 제37K기지에 대해 언급하는 가장 첫 번째 문헌은 옥리들의 것이다.33
1953년, 한국전쟁의 종결 직후 옥리들은 격전지였던 지역의 수습을 진행했고, 이중 인천에서 버려진 자신들의 시설들을 재발견했다. 그러나 그곳에는 시설들을 알아서 운영하고 있던 하나의 집단이 존재했고 그들은 스스로 관계자라고 주장했다.3435 옥리들은 이들이 유지하던 규율이 그들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이후 별다른 과정 없이 그대로 행정 체계에 편입했으며, 이가 곧 제37K기지의 전신이 된다.36 이 시절의 제37K기지는 옥리들의 통제를 거의 받지 않았다. 기지 특유의 문화는 이때 정립된 것으로 보인다.37 옥리들은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 이후 독자적인 권역으로 남아있던 제37K기지를 통합하려는 시도를 했지만, 제37K기지의 인원들이 격렬하게 반발하는 바람에 여러 차례 무산되었다.
그러던 2012년, 상황이 급변한다.38 제37K기지는 미상의 세력, 아마 위대한 세상에서 올라온 것들39에게 습격을 받아 하나를 제외한 모든 산하 거점들40이 타격을 받는다. 그중 일부는 완파된 것도 있으며, 이 사건은 당시의 이사관, 즉 이태진을 포함해 300명이 넘는 사상자를 낸다. 직후 옥리들은 제37K기지를 대한민국 지역사령부가 강하게 통제하는 형태로 행정 구조에 재편입한 후 수습을 진행하는데, 이때 위대한 세상도 같이 발견한다. 이후로 위대한 세상은 옥리들이 독점하여, 꾸준히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옥리들은 2개의 행정 구역과 접촉을 이루었으며, 하나와는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다른 하나는 2012년의 습격 때 완전히 파괴되었기 때문에 주변의 현지인들을 이주하여 재건 중에 있다.
반면, 습격 이후에 재단과 접촉하지 못한 이들에 대해서는 알려진 사실이 많이 없다. 다만 자급자족이 되지 않는 지역들에서는 만성적인 기아가 일어나고,41 각 마을, 도시들을 연결하는 통로들이 관리가 되지 않아 무법지대가 되었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었다. 아직도 내부의 혼란상은 잦아들지 않았으며, 일부 현지인들은 공동체를 이탈하여 스스로 괴물이 되기를 택하기도 했다.42
접근법: 위대한 세상으로의 물리적 접근이든, 지식의 접근이든,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그것을 옥리들이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옥리들이 지배하거나, 옥리들에게 우호적인 자들이 다스리거나, 굳이 그렇지 않더라도 위험한 것들이 가득 존재하는 곳에 들어가 이목을 끌고 싶어 하는 이들은 없을 테다. 무진, 명천구와 다르게 위대한 세상은 독립적인 계를 이루기 때문에 외부에서 접근할 만한 지리적 요충지가 아니며, 그렇다고 율도처럼 옥리들이 명백하게 폭거를 행사하고 있는 것도 아니기에43 현재로서 그곳을 주목하는 이들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4445 더불어 위대한 세상에 관한 기록들은 재단에 의존해야 하므로, 그 넥서스 자체를 인지하지조차 못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4647
만약 우연히 그곳에 진입한다면, 우리와 같은 능력자, 그러니까 "광인"들은 현지인과 마주했을 때 적대적인 태도를 살 수 있음을 명심하라. 그들에게 적대적인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하되, 위대한 세상 내부에는 사람을 참칭하는 여러 괴이한 무리, 혹은 사람이지만 위험한 무리가 많기 때문에 이들에게 속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만약 이들이 정상적인 넥서스 공동체의 일원임이 파악되었을 때, 그들이 선의, 혹은 의심 따위로 자신들과 동행을 제안한다면 넥서스 특유의 지형 및 구조에 관련된 문제로 최소 몇 주 동안은 나올 수 없음을 감안해야 한다. 만약 재빨리 밖으로 도망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반드시 그렇게 하라.4849
또한 어떤 불쌍한 생물, 사람을 보든, 쓸만한 물건을 보든, 그것을 외부로 가져올 생각은 하면 안된다. 위대한 세상이 넥서스로써 지니는 특성 중 하나에 따라, 그렇게 외부로 반입된 것들은 이내 어떤 방식으로던 파괴된다. 다만 이것이 위대한 세상 밖으로 나오자마자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무작위적인 시간 차를 두고 "형태가 붕괴되는" 여러 방식으로 나타난다.50 또한 아무리 외부더라도 옥리들의 시설이나 영향권에 머무는 것은 해당하지 않고, 또 동경자들에게 구조된 넥서스 출신이 있는 만큼 연구가 좀 더 필요한 부분이다.51
관찰 및 이야기
Nx-50과 같은 거대한 요주의 구역이 재단은 물론, 다른 요주의 단체에도 장기간 알려지지 않았음은 상당히 흥미로운 소재다. 이것은 Nx-50이 극도의 폐쇄성을 지닌 상태로 하나의 독립된 계를 이루어왔음을 설명하는 가장 큰 근거일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의 의문점이 발생한다. 현재까지 Nx-50 내부에 존재하는 주목할만한 집단들의 다양성은 충분히 확인해왔지만, 그러한 것들을 설명하는 문헌에서는 외부의 존재라는 듯이 서술하는 경우가 있다. 전통적인 신앙에서, Nx-50의 원주민들은 "지상에서 온 사람들"과 "지하에서 온 사람들"의 결합으로 설명된다. 이들에 대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 SCP 재단, 《넥서스 기록서류: Nx-50》 中
공화국 남서부, 주로 개성시에는 불순분자들이 다스리고 있는 거대한 지하 공간이 있다. 이들은 남조선의 땅과도 연결되어 있지만, 괴뢰도당이나 재단 쪽에서나 알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곳에는 공화국 인민들을 배불리 먹이고, 윤택하고 입히고도 남을 만큼의 재물이 있기 때문에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는 그곳을 아주 점령해 적들을 몰아내고 인민들을 거주하게끔 명하셨지만, 괴뢰들의 저항이 끈질겨 끝내 후퇴할 수 밖에 없었다. 적들은 우리 인민군은 물론 무장을 하지 않은 인민조차도 발견 즉시 사살하는 것이 주된 원칙이기 때문에, 함부로 그곳에 들어가는 일 없이 신중하게 다루어야 할 것이다.
— 이상교화국, 《땅굴의 간략한 개요》52 中
심령폐색 현상에 관한 조사를 하기 이전, 클럽은 제37K기지의 정보를 확보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곳은 다른 재단 거점의 데이터베이스에서도, 그리고 우리와 인연이 있는 협력자들과의 교류에서도 정보를 얻기가 힘들었다. 이를 말미암아 매우 엄중한 보안 구역으로 추정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수준 높은 보안 강도가 예상된다. 따라서 심령폐색 현상의 조사와 혹여 있을 그것의 피해자를 구조하는 작전은 신중하게 평가되어야 한다.
— 심야클럽, 《외교-2012-03》 中
어머니께서 리얼리티 엔진과의 접속을 해제했을 때, 당신께서는 핵심주(核心州)와 정복지 곳곳에 마지막 보존 구역을 건설했습니다. 수십 년 동안의 시간은 그들이 이성의 마지막 파편을 붙잡을 수 있게 했습니다. 그들은 마치 어머니께서 그렇듯 호기심이 많고, 팽창주의자며, 스스로에게 위험합니다. 이번에는 다른 결과가 있습니까?
의문점
위대한 세상은 수수께끼로 가득하다. 이것은 처음에 어떻게 생겨났는가? 토착민들은 어디서 온 것인가? 그들은 왜 "재단"을 숭배하는가? 왜 이제까지 외부와의 접촉이 없었으며, 관련된 자료는 없는 것인가? 왜 밖으로 나온 위대한 세상의 것은 금세 파괴되는가? 이하는 개인적인 연구의 결과, 위대한 세상의 몇 가지 의문점을 해소할 수 있는 간략한 제시이다.
우리는 우선 위대한 세상이 다른 넥서스, 요주의 지역과 차이를 지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보통의 넥서스들은 한 가지 "테마"를 바탕으로 한 다음에 거기에서 변칙성의 풀이 넓어지는 형태라면, 위대한 세상은 모든 것들이 마구 섞여 있는데 그것들 결국에 동일한 방향성을 향해 나아가다 무너지는 결말을 맞이한다. 넥서스를 해석하는 데 그 "테마"는 굉장히 중요하기에, 우리는 이것부터 제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는 그림자 도시와 비교해볼 수도 있다. 그곳에서도 분명 잡다한 것들이 마구 뒤섞여 있는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그곳의 것들은 결국 하나의 테마를 공유한다. 어두움, 도시의 부정적인 면의 극단적인 거대화, 옥리들의 뒤틀린 유산들. 반면 위대한 세상의 것은 다소 애매하다. 그것을 어떤 테마로 묶을 수 있겠는가? 지하? 잊혀진 유산들? 혹은, "재단"? 모든 것이 적절한 해답이 되지 못한다. 다만 이것만은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데, 이곳의 모든 것들은 "영원함"을 향해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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