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인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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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언인의 초상The Picture of an Unian》은 현재 아무 생명도 살지 않는 언Un 행성에 살았던 종족인 언인[Un人]Unian 중 불명의 한 개체의 모습을 표현한 그림이다. 이 그림은 선언[先Un] 시대에 물질문화 측면에서 막대한 부를 축적했던 것으로 유명한 "원내삼시[圓內三矢]three-arrows-in-circle" 문화권의 한 유적에서 발견되었다. 원자량 14 탄소의 비율을 분석한 결과 이 그림은, 언의 대(大)원자시계에 따라 동기화 보정한 선언 시대 달력상으로 21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언인의 초상》을 발견하면서 언인학[Un人學] 학계에서는 많은 문제들이 새로이 제기되었다.

그림 속 언인의 정체

네 언인들The Four Unians》 등 언인의 모습을 표현한 다른 자료들과 마찬가지로, 《언인의 초상》에 그려진 언인 개체의 정체는 현재 불명이다. 그러나 해당 언인의 사회적 위치를 다양하게 추정해볼 수 있는 두 학설이 존재한다. 바로 '군주설'과 '범(凡) 외부자설'이다.

'군주설(lord theory)'에 따르면 《언인의 초상》 속 언인은 원내삼시 문화의 중요 인물로, 그림이 발견된 유적을 다스렸던 군주이다. 이 학설의 지지자 측에서는 이 그림이 원내삼시 문화 유적의 지성소(至聖所)에서 발견되었음을 강조하며, 지성소에 있었던 유물이라면 원내삼시 문화에서 중요한 대상이었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 학설이 참이라면 이 그림은 최초로 발견된 원내삼시 문화권 인물의 모습이 된다.

이 군주설에 대한 반론이 합쳐져 이루어진 '범 외부자설(outsider theory)'에 따르면, 《언인의 초상》 속 언인은 원내삼시 문화와 상호작용하던 별개의 이름 모를 문화권의 일원이다. 이 학설의 지지자 측에서는 이 언인의 복장에 원내삼시 룬이 그려지지 않았음을 지적하고 있다. 해당 복장에는 아직 미해독된 다른 룬이 그려져 있는데, 이것이 이 언인이 속한 문화권의 상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범'이라는 말에서 보이듯 해당 언인의 정확한 정체가 무엇인지는 추측이 난립하고 있다. 범 외부자설 속의 다양한 학설 중에는, 적대 문화권에서 잡혀온 포로였다는 설, 원내삼시 문화에 족외혼을 올 후보자였다는 설, 심지어 원내삼시 문화에서 숭배하는 대상이었다는 설 들이 있다.

언인의 소리

《언인의 초상》의 가장 독특한 특징은 그림에 시각 자극을 줄 때 그 반응으로 음파를 발산하는 점이다. 어떻게 이 그림이 음파를 내는지는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밝혀지지 않아 아직도 언 문화답사계 내에서 미지의 특성으로 남겨져 있다. 이 현상의 자연적 과정을 규명하려는 현대식 연구가 여러 번 이어졌으나 아직까지도 뚜렷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는 선언 시대의 언이 원시적 행성이었다는 편견이 말 그대로 편견이거나, 적어도 원내삼시 문화에 관해서는 편견일 수 있음을 뜻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까지 이런 현상은 《언인의 초상》의 사례가 유일하다. 이 독특한 성질을 설명하는 학설들 중 큰 지지를 얻는 것만 해도 진귀한 물품이었다는 설, 모종의 프로토타입이라는 설, 불명의 창작자(들)가 의도한 사양이었다는 설 등 다양하다. 《언인의 초상》 속 인물의 정체에 관한 학설과 달리, 《언인의 초상》이 음파를 생성하는 이유에 관해서는 서로 극렬히 대립하는 이론은 없다.

흥미로운 것은 《언인의 초상》에 관찰자가 가까이 있을수록 발산하는 음파가 강해진다는 점이다. 이 현상은 오리온자리 팔에 사는 서로 다른 생물종을 이용한 수백 번의 실험 각각에서 그대로 발생했다. 때문에 이 음파는 비언[非Un] 생물종이 관찰하는 데 따른 반응으로 추정된다. 해당 이론을 입증하려면 살아 있는 언인 개체로써 확인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겠으나, 그런 개체를 회수 및 복제할 수 없는 한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하다. 현재까지는 이것이 최선의 추측이다.

해당 음파에 기호학적 의미가 있다는 것 역시 충분히 추측해볼 만한 가능성이지만, 아직 이를 입증하거나 반증할 방법은 없다. 이론적으로 가장 적절한 확인 방법인 솔리다리티 텍스트 밈 매개체로도 해당 음파에 대해서는 딱히 효과가 없었다.

언인의 생리적 특징

언인 화석이나 사체 부위가 현존하지 않는 상황에서 언인 연구는 오랫동안 그 시각적 묘사로써 단서를 얻는 방법에 의존해 왔는데, 언인 생리학 연구 또한 그런 분야 중 하나이다.

《언인의 초상》은 언인의 생리적 특징을 이해하는 데 있어 뚜렷이 기여한 자료로, 언인에게 상체가 존재했음을 입증하고 있다. 상체 (그리고 이에 달린 다리) 가 있음으로써 언인은 물체를 조작하고 주변환경을 개변하며 언 행성 도처에 있는 지금의 수많은 폐허와 버려진 거주지를 세웠을 것으로 보인다.

현존하는 다른 언인 그림은 《네 언인들》처럼 머리만을 묘사하고 있는데, 이는 언인 개체들의 선조형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오리온자리 팔에 사는 지성 종족이 진화하는 과정의 75%와 일치하는 만큼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격론이 펼쳐지는 앞선 두 특징과 달리, 언인 개체의 진화 양상에 관해서는 학계에서 의견이 거의 대립하지 않는다.

사실 지성 개체는 머리에서부터 진화해 발달하는 것이 유일하게 자연스러운 과정이기는 하다. 언 행성에 살았던 이 개체들도 별반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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