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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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거리는 몸뚱어리를 힘겹게 가누어 문을 열고 들어온다. 옷에 진흙이 잔뜩 묻었으나 고쳐입을 정신머리가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 내가 죽일 놈이다. 자식새끼 입에 피죽도 못 물려주는 내가 죽일 놈이야.

남은 앵속각(罌粟殼)의 진액을 모두 장죽에 털어넣었다. 코끝에 아편 열매의 진한 향이 맴돈다. 장죽 끝에 불을 붙히는 손이 덜덜 떨린다.

그 조그마한 것들이 어미 젖 한 번 제대로 못 물어보고 한밤 중에 숨을 거두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살펴보고 때려도 보았거늘 눈을 감은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자작거리는 소리와 함께 장죽에 담은 것이 타들어간다. 아내가 아이를 배고서부터는 입에도 대지 않겠노라 약속한 그 연기가 피어오른다.

때려죽일 놈이다. 내 가족 하나 제대로 먹여살리지 못한 놈이 무슨 낯짝으로 아직 살아있느냐. 저승에 끌려가 여러 번 불타죽어야 마땅하다. 자식들 하나 살리지 못한 것이 어찌 인간이냐. 자식이 배가 고파 울어대는 것을 바라만 봐야하는 것이 짐승이 아니고서야 무어냐.

장죽을 부들거리는 손으로 겨우 쥐어잡고서, 달콤하다 못해 씁쓸한 연기를 빨아들인다. 이내 끔찍한 기억들은 전부 자욱한 연기에 묻혀 사라지고 머릿속에서 오만 환상이 펼쳐진다.

아아, 웃고 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내와 자식들이 안면 가득 미소를 펼쳐보인다. 뺨을 따라 눈물이 흘러내린다. 아내가 다가와 저고리로 내 눈물을 닦아낸다. 그래, 살아있었구나.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밤에, 차디 찬 땅 속에 묻히지 않았구나…

아이고, 내 자식들이 벌써 이렇게나 컸구나. 주전부리를 얼마나 했으면 이리도 살이 피둥피둥 쪘느냐. 오늘은 무엇을 하다 왔느냐. 바쁜 어미 대신 뒷산에서 솔방울들을 따왔구나, 장하다. 오늘 뿐 아닌 다른 날에도 너희 어머니를 잘 보살펴드려라.

갑자기 어디를 가려 하느냐. 이 아비를 두고 어디로 사라지려 하느냐. 내 앞에 있어라. 아비가 볼 수 있는 곳에만 있어라. 연기가 되어 사라지지 말아라.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이 못난 아비 곁에 머물러다오.

뺨을 따라 흐른 눈물이 무릎에 떨어져 짧은 잠에서 깨어났다. 뜨거워진 장죽을 내려놓고, 삼키지 못한 채 입안에 머금고 있던 달콤한 연기를 내뱉는다. 눈물이 멈추지를 않는다. 내 몰골과 처지가 우스워 짧게 울었다가, 세상이 이다지도 썩었기에 길게 울었다.

한창 슬픔에 가라앉고 있을 즈음에, 검은 도포를 입은 한 사내가 문을 열고 중한 발걸음으로 들어온다. 들어온 사내는 갓을 풀어 내려놓고 내 옆에 앉았다. 갓을 썼음에도 상투를 틀지 않았고 수염을 기른, 특이한 행색이었다.

짙은 갈색의 총명한 눈을 가진 자였다. 시선은 결코 나를 향하는 바가 없었으나, 필히 나를 살피고 있었다. 그는 품에서 작은 궐련을 꺼내어 입에 물었다. 궐련이 한 개비가 더 있었으나 내게 권하지는 않았다.

누구인지 물을 힘이 없었으나 어떤 이인지는 한눈에 알았다. 어느새 온 몸이 후들거리며 추위에 떨렸다. 시야가 흐려지고 전신에 소름이 돋는다. 한겨울에 산속을 헤매듯이 손끝의 감촉이 점차 사라져간다. 불덩이를 삼킨 듯이 목이 타들어가고 배가 부풀어오르며 땀이 비처럼 배어나온다.

사내는 궐련에 불을 붙이고, 꼿꼿이 앞만을 바라보다 문득 내 손을 잡았다. 그가 바라보는 것을 나도 바라볼 수는 없었으나 무엇을 보고 있는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커억. 큭. 마른 목에 고통스러운 신음을 몇 차례 내뱉었다. 오한이 나를 집어삼킨다. 사시나무가 경련하듯 몸이 떨리기 시작한다. 온 몸의 근육이 고통스럽게 떨리며, 찢기는 듯이 아프다. 이제는 팔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사내는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앉아 조용히 기다렸다. 그의 입에 물린 궐련의 불이 점차 사그라든다. 더 이상 그의 손이 느껴지지는 않았으나 그가 놓지 않고 있음을 마음으로 느꼈다.

숨이 더 이상 쉬어지지 않는다. 심장이 뛰지 않으며 온 몸이 차갑게 식는다. 갈기갈기 찢기는 고통을 온전히 느끼며, 나는 한없이 고해에 가라앉는다.

사내는 궐련의 불을 바닥에 눌러 끄고 갓을 썼다. 그의 눈에는 세상의 오만 감정이 담겨 있었다. 도포를 고쳐입은 사내는 타버린 한 개비의 궐련만을 남긴 채, 방 안 가득한 연기가 되어 흩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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