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쇠 늑대

무쇠 늑대가 어둠 속에 울부짖나니,
그 이빨은 창백하고 날카롭더라.
육의 무리를 감시하며,
발톱으로 고깃덩이 양떼들을 잡으니.
육과 피를 삼키고,
뼈와 내장을 찢는구나.
좁은 길을 따라 그들을 끌어가,
그들 스스로 하나게 되게 하리라.

늑대들은 양들을 자기네 둥지로 몰았다. 양들은 비명질렀다. 금속질 가시가 이빨처럼 돋아난, 감히 달빛도 들어오지 못하는 동굴에. 촛불들만이 조용히 빛나며 황동 동상을 비췄다. 뱀처럼 생긴 야수를 묘사한, 힘과 영광의 헌신을.

늑대들은 모여 양들을 모서리로 끌었고 양들은 공포에 떨었다. 가장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의 우두머리가 갈 곳 잃은 양떼들 중 하나를 잡아 제단 위에 뉘었다. 양은 발악했으나 그 부질없는 발버둥은 손발이 무쇠 대못으로 못박히며 끝났다. 그것의 비명은 철저하게 무시당했다. 다른 양들은 더 깊이 도망쳤다. 그들에게는 목자가 가진 발톱도, 늑대들의 무기도 없었다.

의식이 시작되었고, 우두머리는 고대의 주문을 읆었다. 양의 배가 갈렸고, 끄집어내진 내장은 황동 동상 발치의 기름 웅덩이에 빠져 불탔다. 불길이 점점 맹렬해저감에 따라 늑대들의 속삭임은 점차 성가와 울부짖음으로 화했다.

늑대들은 양의 육신을 잘라냈지만 그 때마다 종양이 자라나 상처를 덮었다. 병들고 오염된 육은 뜯기었으나, 그 자리엔 더욱 추한 것이 올라왔다. 양이 이제는 양이라 부를 수도 없는 고깃덩어리가 되어 떨며 비명 지를 적에도 늑대들은 멈추지 않았다. 목자가 수확할 때에 비하면 이는 덜한 고통이었지만, 양은 계속 울부짖었다.

앙의 육신이 뜯기고 또 뜯어져 결국 그 뼈대만 앙상해질 즈음에야 늑대들은 멈췄다. 양의 몸에서 흐른 선홍빛 액체는 그들의 금속 발톱을 피로 물들이며 동시에 바닥에도 흘러내렸다. 양은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그 숨소리조차 거의 들리지 않을 지경이었다.

늑대들은 다시 울부짖었다. 우두머리의 몸짓에 따라, 그들은 톱니바퀴와 파이프, 또 금속판으로 조잡하게 만들어진 날카로운 도구들을 꺼내들었다. 양들을 위해 만들어진 또 다른 장기와 혈관들. 양은 그걸 보았으나 더 이상 저항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양은 늑대들이 뼈대 속에 물체들을 쑤셔넣는 것을 느끼고 그 찰칵대며 돌아가는 소리를 들었다. 양은 소리를 지르려 했으나 더이상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혈관에 잔뜩 달라붙은 태엽장치들과 가죽 아래의 금속 조각들은 서로 녹아붙어 자라났다.

늑대들은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았다. 얼마간 후에 삐걱댐과 찰칵임이 멈추고, 양의 배는 스스로를 땜질해 붙였다. 양은 제단 아래 우뚝 섰다. 그것을 한때 못밖았던 대못은 이제 몸의 일부였다. 그 흐리멍텅한 텅 빈 눈은 동굴 속의 양들도 늑대들도 향하지 않았다. 완전한 침묵 속에 그것은 동굴의 밖으로 향했다. 늑대들은 옆으로 비켜서 길을 내주고는 달빛 속으로 사라지는 양을 지켜보았다.

“다음 놈을 데려와라.” 우두머리가 말했다. 피가 흥건한 제단에 또 다른 동물이 올라갔다. 비명이 울렸다.


무쇠 늑대가 어둠 속을 활보하니,
그 발톱은 길고 날카롭구나.
목자는 그를 신경쓰지 않으니,
그 스스로가 야수인 까닭이랴.
길 잃은 양떼는 공포 속에 비명지르니,
길들여졌으나 홀로 남겨진 탓이로다.
무쇠 늑대는 양들이 아니라,
바로 목자의 목덜미를 원하는도다.

“늑대들이 왔어.” 여자가 말했다.

“신경 꺼. 양 몇 마리 때문에 늑대들 발톱에 맞설 이유는 없어. 그냥 음식들이잖아.” 목자가 대답했다.

“난 돌아가볼께.” 확신 있는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그의 거만함에 그녀는 토론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날개를 펴고 고요 속에 날아올랐다.

목자는 사라지는 동료를 좇아 밤하늘을 응시하다 발걸음을 그의 양떼에게로 향했다. 보름달이 떴고, 숲 깊은 곳에 안광이 보였다. 그는 우리 속에 갇힌, 어두운 밤 속에 조용해진 그의 무리를 보았다. 그들은 전부 텅 빈 눈으로 밤하늘을 쳐다볼 뿐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냉소와 함께 성소로 돌아갔다. 야수들을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당장 더 중요한 것들도 널려있었다. 양 한두 마리 따위는 아무 상관도 없었고, 늑대들이 뭘 원하는지를 알아본답시고 힘을 뺄 마음도 없었다. 그들이 육으로 가득 찬 세계를 정화하든, 그 황동 신에게 제물을 바치던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애시당초 양들은 황야에 널려있었다.

목자는 정좌해 명상을 시작했다. 몇 시간 동안, 그의 정신은 더 거대한, 사라졌으나 언젠가 돌아오리라 예언된 곳을 여행했다. 하지만 그때 천둥이 내려쳐 그를 깨웠다. 그는 달려나갔고, 번개가 지나간 곳에는 성소에 절반이 화염에 휩싸여 있었다. 두루마리, 장비, 물자들 전부가 있는 곳이었다. 엄청난 손실은 아니었으나 그는 격노했다.

그는 늑대들의 머리를 따버리겠다 곱씹으며 복수하러 숲으로 들어갔다. 늑대들의 발톱과 이빨은 그에 것에 비할 바 못 되었으며, 그 아래에서 늑대들은 그를 공개적으로 공격한 것이 실수임을 똑똑히 깨달을 것이었다. 하지만 반쯤 갔을까, 어떻게인지 우리를 박차나와 성소 앞에 집결한 양들이 그를 가로막았다. 그들은 조용히 주인을 응시했다.

“뭐 하는 짓들이야?” 그가 명령했다. “당장 자리로 돌아가라, 하등한 것들아!”

하지만 처음으로, 그가 길들인 양떼들이 말을 듣지 않았다. 사실 애초에 그의 말을 이해하지도 못했다. 그들은 더 이상 듣지도 생각하지도 못했다. 목자는 그제야 양들의 어색한 침묵과 텅 빈 눈을 떠올렸다. 단순히 그리 보일 뿐이라 여겼으나, 그는 무언가 달라졌음을 깨달았다.

분노와 약간의 공포 하에, 목자는 양들의 육에 지배권을 행사했다. 그것들은 으깬 고깃덩이나 바닥에 떨어진 핏물 꼴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그 대신에, 그것들은 점차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는 가죽을 잡아뜯어내 버렸지만 그 속은 소름끼치는 기계로 가득했다. 그들의 혈관은 금속으로, 몸은 돌아가는 톱니들로, 피는 기름으로 대체되었다. 그들은 양이 아니라, 상상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소름끼치는 한데 뭉처진 기계 한 덩어리였다. 허나 그럼에도 그것들은 어찌어찌 서로 맞아 들어가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목자는 한 걸음 물러섰으나 그는 이미 포위되어 있었다. 양들, 그가 한때 길들였던 무리들은 그에 맞섰고, 그는 그 광경이 굉장히 꼴보기 싫었다. 그는 간단히 하나를 조각내고 또 하나를 반으로 갈랐다. 하지만 하나가 박살나면 더 많은 양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심지어 땅에 흩뿌려진 조각들마저 다시 붙으려 발악했고, 더욱 기괴한 꼴이 되어 돌아왔다.

그는 싸웠으나 그의 무리는 그 동료들 중에서도 비견될 바 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그가 사용할 만한 장비는 전부 늑대들에게 불탔다. 그를 괴물로 변하게 해줄 양떼들은 이미 사라졌다. 늑대들은 이미 그들 모두를 처리했다. 늑대들은 그들을 금속 괴물로 만들었고, 그와 동시에 그의 회복과 재충전에 이용할 음식들은 전부 소모되어 버렸다.

목자는 한때 그가 거느리던 무심한 양떼들에 저항했다. 그들의 이빨과 발톱은 그들을 만든 늑대들만큼이나 날카로웠다. 그는 양들을 계속 파괴했지만 어느새 치유하기엔 너무 많은 상처들에 고통받았고, 몸이 금속 가시로 덮여버렸고, 더 이상 불러올 피조차 남지 않았다. 늑대들은 이 광경을 숲에서 지켜보며 울부짖고 웃었다.

종국에 목자는 쓰러졌다. 한때 양들이던 태엽괴물들은 조용히 그를 물어뜯고 할퀴어댔다. 늑대들은 숲에서 나와 그들의 비열한 창조물들 사이를 걸었다. 그들은 한때 강대하던 목동에게 나아가 웃어댔다.

늑대들은 그의 목을 물어뜯고 그 몸을 포식했다. 늑대들의 밤이었다.


옛날에…

“왜 그들을 보호하느냐?” 카르시스트가 웃었다. “너희에게도 저들은 단순히 길잃은 양떼들, 네 배고픈 용신을 위한 음식일 뿐이거늘? 나는 육의 목자요 목적 없는 양떼들을 이끄는 자로다. 그들이 수확되던 들판의 야수들에게 조각나던, 죽는 건 매한가지지. 그들이 내 음식으로서 먹히든 네 흉측한 입 속에서 끝나든. 차이가 무어냐?”

“나는 늑대가 되리라.” 메카네인이 응수했다. “네 그림자 밑에서 널 쫓아 네 무리속 양들을 줄여나가리라. 널 영원히 괴롭히고, 양들을 더 이상 양이 아니게 만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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