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급 세계멸망 시나리오 (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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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 Destruction

O5-11은 자신의 전용기 안에 앉아 있었다. 어제 밤늦게까지 이어진 평의회는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과학자이자 의사로서 솔직히 지부 예산안 심사 따위는 알아들을 수도 없는 숫자놀음이었다. 그는 어서 파리나 모나코로 가서 며칠 푹 쉬고 싶었다. 빌어먹을 굼벵이 조종사가 출발하기만 하면 말이지.

신문도 다 읽고 내려놓았을 즈음에야, 비행기는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O5-11은 잠시 창 밖으로 멀어지는 지상을 힐끗 보고는, 눈을 붙였다. 길어야 네 시간이면 도착할 것이었다.

그는 어지러움에 눈을 떴다. 시계를 보니 비행을 한지 열두 시간이 꼬박 넘었다. 그는 손짓으로 경호원에게 조종석을 확인해 보라고 했다. 경호원이 조종석 문을 살짝 밀고 들어가는 순간, 총성이 났다. 경호원이 눈앞에서 죽어 쓰러졌지만, O5-11은 냉정을 유지했다. 그가 데려온 경호원은 하나뿐이었다. 어쨌든 내부 보안부가 꽤 유능하다고 생각했고, 이런 식으로 하이잭당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어차피 O5를 지키는 건 경호원이 아니다. 그는 좌석 손잡이 밑에 있는 버튼을 눌렀다. 이제 O5들만 예방접종을 맞은, 특수 청각적 인식재해 물질이 저것들을 즉사시킬 게 분명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버튼을 다시 눌러 보아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무력화된 건가? 물론 보안장치가 이것 하나만은 아니다. O5-11은 발밑의 뚜껑문을 열고 그 안에 보관된 산탄총을 집어들었다.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장전을 하고, 그는 닫혀버린 조종실 문에 대고 한 발 쏘았다. 굉음과 함께 산탄이 날아갔지만, 문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빌어먹을. 문도 방탄이라고? 좀 더 나은 방법을 찾아보려 몸을 돌렸을 때, 그는 그대로 앞으로 나뒹굴었다. 뇌에서 불꽃이 튀는 것 같았다. 끔찍한 고통에 소리조차 지르지 못했다. 흐려지는 시야 속으로 뿌연 안개가 보이기 시작했다. 지적 호기심으로 가득 찬 그의 뇌는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빠르게 원인을 찾아냈다. 델타/A9 정신적 오염. 그렇다면 여기는 SCP-705-KO. 하지만 조종사는 왜 영향을 받지 않는 거지-

그 때 조종사가 기내 방송을 했다. 제대로 들리지는 않았지만, 그 정도면 충분했다. 부서진 신의 교회. 그래, 물론 그렇겠지. 의식이 흐려지고 있었다. O5-11은 끔찍하게 억울했다. 이렇게 허무하게 부서진 신 스파이한테 죽다니. 아무 저항도 못 해보고. 끝도 없이 연습해 봤던 보안장치들은 제대로 써 보지도 못하고. 뚜벅거리는 발소리가 들렸다. 손에 아직 걸려 있던 산탄총을 우악스럽게 떼어 갔다. 시야가 점차 어두워지고, 눈이 감겨오고 있었다.

실종된 O5-11이 다시 발견된 것은 일주일 후였다. 그는 재단의 위장 회사 중 하나로 배달되었다. 자그마한 택배 상자였다. 안에는 머리 하나가, 눈 대신에 톱니바퀴들을 달고, 방부용 소금 속에 파묻혀 있었다.

그렇게 TF급 세계멸망 시나리오가 시작되었다.

O5-1의 고백서

배신

누구를 위하여 전화벨은 울리나

사보타주

선전포고


2부 - Spreading Flame

남자는 피식 웃었다. 그는 리모컨을 집어들어 TV를 껐다. TV는 열심히 우크라이나로 들어가는 수많은 차량들을 비추고 있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리모컨으로 TV를 끈 건 아니었다. 애지당치 콘센트에 연결되어 있지도 않았으니까. 그저 생각만 하더라도 켰다 껐다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 무슨 재미가 있겠어?

아, 재미라. 정말 훌륭한 것이었다. 특히나 저렇게 발버둥치는 걸 보는 건 훨씬 더. 곧 모든 것이 공허로 돌아온다는 것을 아는 그로써는 삶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저들이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아니, 잠깐. 이제 어휘부터 익숙해 져야겠군. 세계멸망. TF급 세계멸망 시나리오. 이제 이 아늑한 곳을 떠나야 할 테니까. 남자는 그 작은 방을 둘러보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공허와 존재의 딱 중간에 놓인 이곳이야말로 그에게는 최고의 안식처였다. 하지만 이제 피곤에 찌든 존재들 사이로 들어가야지. 그래도 그게 무기력한 공허보다는 나을 테니까. 그 피곤함은 에너지를 분출해 버린 후의 피곤함이니까. 최소한 에너지는 있잖아?

하지만 아직 몇 가지 준비해야 할 것이 남아 있었다. 어떻게든 환원, 아니 세계멸망을 막으려고 발버둥치는 저들을 즐기려면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야 했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구경거리는 아니니까. 그가 손가락을 딱 소리를 내며 튕기자 허공에서 검은 서류가방 하나가 떨어졌다. 남자는 서류가방을 열어보고 모든 것이 있는지 점검했다. 완벽했다. 이 정도면 꽤나 볼만한 것들을 많이 이끌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간다, 멸망하는 세계여. 내게 재미를 다오! 아무도 아닌 자는 그렇게 생각하고, 방 안 벽난로에 놓인 중절모를 쓰고 문을 열고 나갔다.

한밤중의 연락

키예프 공수작전

음성 회의

이상한 동맹

비극적 서곡

풀 하우스

불꽃놀이


3부 - Annihilation

카메라들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카메라들은 모두 일제히 앞에 있는 거대한 스크린을 비추고 있었다. 그 스크린에는 언뜻언뜻 어두운 복도와 철문들이 나타났다. 꼭 게임 스크린과 같은 화면이었지만, 그 앞에서 의자를 놓고 앉아있는 사람들의 얼굴은 아주 심각했다. 그런 분위기 속을 뚫고, 기자 하나가 넥타이를 가다듬고 늙은 군인에게 다가갔다. 그 군인의 머리는 하얗게 세어 있었고, 군복에는 훈장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예, 장군님, 지금 이 특수부대 작전은 무엇을 목표로 하시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이례적으로 언론에 전면 생중계를 하면서 진행되고 있는데요.”
“그, 그러니까-” 장군이 너무 낮아 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웅얼거리듯 말했다. “이 ‘재단’이라는 테라리스트 조직의 시설을 타격하기 위한 UN 합동 군의 공격입니다. 이들의 시설을 무력화하고 여기에 있는 무기나 뭐 그런 것들을 모두 확보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이 조직이 러시아에서 있었던 대량 핵무기 사태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대중이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자는 이미 다 알고 있는 그 답변에 약간 실망한 표정을 지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캐물었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무기가 있는지 짐작하는 게 있습니까? 옛날 이라크처럼 대량학살무기인가요?”
장군은 불쾌한 듯 눈을 가늘게 뜨고 기자를 노려보았다. 눈이 너무 작아서 별 티는 나지 않았다만. “알 수 없습니다. 현재 특수부대가 이동 중이니 스크린을 계속 보면 무언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기자는 포기한 듯 몸을 돌렸다. 그 때 스크린에서 무언가 이상한 소리가 났고, 그는 잽싸게 고개를 돌렸다. 스크린에서 특수부대원들이 모니터 하나 앞에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모니터에는 레이저 센서 영상이 뜨고 있었다. 모니터가 비추는 방에는 무언가 이상한 형체가 있었다.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크고, 말랐고, 팔이 너무 긴. 특수부대원들이 교신하는 소리가 났다.

이 철문 너머를 비추는 것 같다. 알 수 없는 인간형 개체가 있다.

스크린 앞에 앉아 있던 장군 하나가 손에 무전기를 들고 망설였다. 스크린과 뒤쪽의 카메라들을 힐끔힐끔 돌아보다가, 결심을 내린 듯 장군이 말했다. 진입하라.

특수부대원들이 철문에 폭탄을 부착했고, 정확히 4초 후 철문이 완전히 부서져 나갔다. 부대원들은 방 안으로 손전등을 비추고 총을 겨누며 들어갔다. 손전등 불빛이 이리저리 방을 훑었다. 어지럽게 맴돌던 불빛에 문득 창백한 형체가 잡혔다. 간신히 뼈에 거죽만 덮여 있는, 족히 3m는 되어 보이는 듯했다. 그것은 부대원들에게 등을 돌리고,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앉아 있었다.

“일어서! 신원을 밝혀라!” 부대원 하나가 용감하게 외쳤다. 그러나 아무 반응도 없자, 그 부대원은 총을 천장에 대고 위협사격을 했다. “당장 신원을 밝히지 않으면-”
총소리에 그 형체는 움찔하더니, 고개를 돌렸다. 부대원들, 그리고 스크린으로 그 모든 것을 보던 사람들이 모두 숨을 들이쉬었다. 그 얼굴은 절대로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끔찍할 정도로 넓게 벌어진 입에, 무시무시할 정도로 하얀 눈알. 신나게 허풍을 섞어 떠들던 기자도 입을 떡 벌리고 스크린 너머의 그 얼굴을 경악에 가득 차 볼 뿐이었다.

그 때, 끔찍한 비명 소리가 들렸다. 그 형체가 미친 듯이 손톱으로 자기 얼굴을 쥐어뜯고, 부들부들 떨며 신음을 내고 비명을 질렀다. 부대원들은 주춤주춤 문 쪽으로 물러섰다. 막 마지막 부대원이 부서진 철문 밖으로 나온 순간, SCP-096이 미친 듯이 달려나왔다. 순식간에 부대원들은 하나하나 붙잡혔고, 팔다리가 뜯겨나갔고, 갈기갈기 찢겼다. 비명소리가 스피커를 가득 채웠고, 이리저리 흩날리는 핏방울들이 스크린을 가득 물들였다. 기자는 언론인의 뛰어난 본능이 작동한 듯 군인들이 막기 전에 카메라를 보고 떠들기 시작했다.

“예, 보십시오! 지금 저… ‘재단’의 생체 무기로 보이는 것이 날뛰고 있습니다! 맨손으로 지금 중무장한 군인들을 전부 학살하는 중입니다! 현재 UN 합동 군이 이러한 상황에 대비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카메라 꺼. 망할 개 같은 카메라 끄라고-” 갑작스레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나타나 기자를 우악스레 밀치고 카메라를 발로 걷어찼다. 카메라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고, 남자들은 기자를 발로 밟고 다른 카메라들도 전부 빼앗기 시작했다. 카메라맨과 기자들의 고함 소리, 그 남자들이 소리치는 것, SCP-096의 비명이 섞여 울렸다.

“빌어먹을 이 생중계 때문에 차단이 안 될 것 같은데-”
“놔, 이거 안 놔? 기자를 이따위로 대접했다가는 후회할 텐데!”
“저 개 같은 게 날뛸 때 외부 수신호 다 끊었어. 생중계는 그 때 바로 끊겼으니까 아무 상관없다고. 빨리 타격조 보내서 저거 머리나 잘라와. 망할 재단. 저딴 걸 안 죽이고 가둬 놓으니까 이런 사단이 생기지-”

그러나 남자들은 전혀 몰랐다. 거기에는 스마트폰으로 스크린의 화면을 찍고 있던 여기자 하나가 있었던 것을. 그리고 그 기자가 몰래 찍은 동영상을 업로드해 버린 것을. 그 동영상이 이제 전 세계 9시 뉴스에 나오게 될 것을.

그리고… 그 영상이 ‘피바다’라는 이름으로 겉잡을 수 없이 퍼져나갈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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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도서관

검은 행진

맞수

오해

농장과 UZI

파국

선을 넘음


4부 - Madness

찢어진 신문 쪼가리가 휘날렸다. 소매통이 큰 사제복 같은 옷을 입은 사람 하나가 그걸 집어 들고 소리내어 읽었다. “공포의 바이러스들. 원인도 해결책도 발견되지 않아.. 우왕좌왕하는 WHO.”
거기까지 읽고 네탈시포는 신문을 휙 던져 버렸다. 바람에 그 쪼가리는 다시 휘날려 날아갔다. “하지만 나는 아니지. 나는 모든 것을 다 알아보았다. 바이러스에게서 구해주었도다. 나를 따르는 자들에게 생명이 있나니 따르라. 그러면 다 될 것이다.”
네탈시포가 천천히 왼손을 들어올렸다. 손에 낀 반지가 햇빛에 반짝였다. 뒤에 서 있던 사람들이 앞으로 나섰다. 사람들의 손에는 저마다 무언가가 하나씩 들려 있었다. 쇠망치, 크로우바, 톱, 칼과 총까지.

네탈시포가 들었던 왼손을 뻗어 저 너머를 가리켰다. 손이 가리키는 곳에는 재단의 제27기지가 있었다. 기지는 굳게 문을 걸어 잠그고 모여든 사람들을 쫓기 위해 요원들이 집결해 있었다. 기지 외벽 위에 올라선 요원이 확성기를 집어 들고 말하는 소리가 울렸다. “이곳은 군사 시설입니다. 민간인의 출입이 허가되지 않습니다. 모든 민간인은 서쪽에 위치한 생물재해 방호 구역으로 이동하십시오. 다시 한 번 알립니다. 모든-”

네탈시포가 손을 휘휘 저었다. 모여든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일제히 야유를 보냈다. 먼지구름이 자욱하게 일어나고 발구르는 소리나, 손에 든 도구를 내리치는 소리가 요원의 말소리를 완전히 덮어 버렸다. “들을 필요도 없군. 이동하자. 이교도는 구원받을 수 없나니. 모두 내리쳐 부수는 것이 그들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들의 피와 살과 가진 것으로 우리를 살찌우리라.”

네탈시포가 손을 내리고 옆에 서 있는 여자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 여자는 입으로 나팔을 가져가 대고 거세게 불었다. 사람들이 거세게 고함을 지르며 27기지를 향해 달려 나갔다. 요원들이 겁에 질려 총을 쏘아대기 시작했지만, 쉴 새 없이 몰려드는 인간들 앞에서는 무력했다.

네탈 사제는 고함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모든 것이 아주 잘 돌아가고 있었다. 아주 잘.

야나기 투나잇 쇼 방송사고

상황 보고?

27기지에서

제5기지의 미로

알쏭달쏭한 우연

복잡한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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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부 - Heptagon

러시아 비보르크 시에 위치한 제108구역은 원래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는 조용한 곳이었다. 그러나 이날만은 새벽부터 수십 명의 인부들과 각종 중장비가 왔다갔다하며 장갑 트럭에 거대한 컨테이너를 집어넣고 있었다. 인부들은 하나같이 고열 방호복을 입고 있었고 컨테이너에 몇 미터 이상 가까이 가려 하지 않았다. 컨테이너 안은 섭씨 1,000도가 넘어가는 고열로 달아오르고 있었으며, 러시아의 추위를 뚫고 주변에 아지랑이를 만들고 있었다. 그때 소리를 지르며 제108구역 담당자인 마진스키 박사가 내부 보안부 담당관을 대동하고 달려왔다.

"이게 지금 뭐 하는 거야? 당신들 누구야?" 마진스키 박사가 인부들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방호복을 입고 있는 인부들에게 그의 말은 잘 들리지 않았겠지만, 박사가 한 손에 들고 있는 AK74 소총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확실하게 전해주고 있을 터였다. 인부들이 뒤로 주춤주춤 물러섰다. 한 명이 머리 부분을 벗고 말했다.

"상부 지시에 따라 이 컨테이너를 중국으로 옮기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거기 구역에서 격리를 진행할 거라고 하던데요."
"무슨 개뼉다귀 같은 소리를 하는 거야!" 박사가 분통을 터뜨렸다. "중국에 지금 남아있는 재단 기지가 어디 있는데? 이게 뭔지는 아는 거냐? 중국에 무슨 시설이 있다고 옮기겠다는 거야, 이 머저리들아! 그런 거지같은 명령을 내린 게 누군데?"

"난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 박사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격분한 상태의 마진스키 박사가 뒤로 돌아서서 들고 있던 소총을 겨누었다. 총구 끝에는 며칠 전 새롭게 임명된 O5-10이 정장을 입고 서 있었다. 박사가 한 순간 돌처럼 굳었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되물었다.

"문제가 있나고요? 대통령 각하, 아니 O5-10 위원님. 이건 섭씨 1,500도 이상으로 계속 불태우지 않으면 주변에 방사선을 내뿜다가 태양과 비슷한 에너지를 내면서 폭발하는 개체입니다. 데이터베이스에 SCP-1428이라고 검색해 보셨으면 필요한 정보가 다 나오셨을 텐데요. 물론 재단의 업무에 대해 잘 모르실 수도 있겠지만, 격리를 하려면 특수 컨테이너와 동력 시설, 연료, 각종 무인 장비가 필요합니다. 이걸 중국으로 옮기면 도대체 거기 있는 누가 격리를 합니까?"

"중국 정부가 해야지. 거기 정부가 망했다면 군벌이든 지방 정부든 뭐가 되었든." O5-10이 천연덕스럽게 답했다. "이건 애초에 마더 러시아(Матушка Россия)에서 나온 게 아니지 않나. 이렇게 위험한 걸 어떻게 우리 국토에 그대로 놓아둘 수 있겠나?"
"이런 정신 나간 새끼. 체포해요." 마진스키 박사가 같이 온 내부 보안부 담당관에게 돌아섰다. "지금까지 십수년 동안 러시아를 해먹은 방식으로 똑같이 재단도 해먹을 작자야. O5고 뭐고 이건 심각한 규정 위반이니까, 당장 체포해. 빨리!"
"나는 재단을 승인하고 재단 직원들을 우리 내각에 앉혔네. 나도 재단의 일원으로 들어갔고. 대신 재단의 생물무기로 극동 러시아가 초토화된 걸 참아주었지. 거기에 O5-3이 나한테 약속한 게 하나 더 있는데." O5-10이 품에서 러시아어로 쓰인 서류 하나를 꺼냈다. "평의회 결의.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벨로루시, 핀란드의 영토와 영해, 영공에 있는 모든 유클리드급 이상 변칙 개체를 여기에 명시되지 않은 타국으로 90일 이내 이전시킨다. 읽어보겠나?"
마진스키 박사와 내부 보안부 담당관이 서류를 받아들어 읽었다. 박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미친 새끼들." 그가 그 말을 연거푸 중얼거리고 있을 때, 담당관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박사의 손에서 소총을 빼앗고 수갑을 채웠다. O5-10은 다시 서류를 받아들어 돌아섰다. 헬기 앞에 국방장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각하. 군은 준비되었습니다. 재단 과학부로부터 핀란드에 있는 모든 변칙 개체는 이전을 완료했다고 통보받았습니다. 아직까지 핀란드 내에 생물 무기 감염자가 발견된 바도 없습니다. 명령만 내리십시오."

O5-10이 헬기에 올라타 헤드셋을 썼다. 국방장관이 그 옆자리에 앉아 헬기 문을 닫았다. "겨울 전쟁의 빚을 갚을 때가 왔다." 그가 천천히 말했다. "비보르크에 집결한 전 병력을 출격시켜라. 최단 거리로 헬싱키로 진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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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부 - Survival

반갑습니다. 《야나기 투나잇 쇼》 호스트 알렉스 야나기입니다. 오늘은 정말로 특별하고 특이한 날입니다. 처음으로 우리 쇼에서 게스트를 모시지 않은 날이자, 재단의 정체가 만천하에 공개된지 정확하게 24시간이 지난 날이죠. VP0950 항성계의 마지막 항성이 백색왜성이 된 날이기도 하군요. 자, 이제 재단은 만천하게 공개되었습니다. 정말 수많은 일을 해놓고 갔죠. 다섯째주의, 부서진 신의 교회, 반란, GOC, MC&D 등의 수많은 요주의 단체가 사라졌습니다. 변칙 개체들은 이제 국가와 정부의 관리 하에 놓였고요. 재단은 사라졌으나 조그만 재단들이 정부 하에 새롭게 태어났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네요.

참으로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아직 많습니다. 러시아의 유럽 공세는 멈출까요? 이제 새롭게 신냉전이 도래하고, 3차 세계 대전이 벌어질까요? 미 대통령은 자국과 세계의 안보질서를 위협하는 모든 세력에게 기꺼이 무한한 화염과 분노로 답하겠다고 언급했습니다. 지구는 불타게 될까요? 아니면 온 바다가 SCP-505 때문에 잉크로 물들면서 끈적끈적하고 차갑게 멸망하게 될까요? 새롭게 세워진 조직은 과연 위험하고 잔혹한 것들을 제대로 잡아둘 능력이 있을까요? 알 피네 전 GOC 차장은 어디로 간 걸까요?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을 우리는 모릅니다. 어쩌면 이 모든 게 재단이 노린 것일지도 모릅니다. VP0950 항성계의 자의식 전문가께서는 "인공지능의 딜레마…인류의 자기파괴적인 성향을 알게 되어 인류를 자기가 지배해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고 결론내린 인공지능"과 같다고 인터뷰에서 말씀해 주셨죠.

이제 청문회와 재판이 연이어 진행됩니다. 전 O5 직원들과 재단 고위 간부들은 이번 사태뿐 아니라, 그간 재단이 해온 모든 일에 답해야 합니다. D계급, 인간 실험, 비윤리적인 격리 절차, 기억소거, 군사조직 운용, 초법적인 활동 그 모두에 대해서요. 어떤 답변이 나올지, 그리고 이 세계가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이상, 《야나기 투나잇 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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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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