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단이 탄 험비 두 대는 밤새도록 나아갔다. 해가 다시 뜨고 저물고 있었다. 바퀴에 잉크가 질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숲의 모든 것이 새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카잔은 쉴 새 없이 중얼거렸다. "염병, 난 죽었다, 케테르급 개체를 이 오합지졸을 데리고 탐사하러 오다니, 염병, 염병, 제발 나만 아니면, 나 말고 다 상관없으니까 나는 제발…"
그의 옆에 앉은 자우가 불편하게 몸을 들썩거렸다. 그때 험비가 멈춰 섰다. 군인이 와이퍼를 작동시켜 잉크가 묻어있는 앞유리창을 닦아냈다. 차 안의 모두가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무전기가 지직거리며 왜 멈췄는지 물어본 뒤에도 몇 초 뒤에야, 카잔이 무전기를 집어 들고 답했다. "다 왔어요. SCP-505를 찾았으니까, 이제 저 지랄맞은 걸 어떻게 가져갈지나 고민해 보라고요."
새 보호복을 주섬주섬 입고 그들은 차에서 내렸다. 제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방금 전에 내릴 때 입었던 보호복은 그 자리에 버리고 탄 상태였다. 네탈시포가 보았던 것처럼, 탐사 로봇처럼 생긴 기계 위에 작은 탱크가 올려져 있었고, 그 안에는 SCP-505가 들어 있었다. 그 안에서 나오는 잉크는 탱크의 관을 타고 땅으로 흘러내렸다. 땅으로 흘러내린 잉크는 스며들거나, 조금씩 흘러 바로 옆에 있는 개천으로 떨어졌다. 개천 역시 거뭇거뭇한 빛을 띄고 있었고, 간간이 배를 까뒤집고 둥둥 떠다니는 물고기들이 보였다.
비록 큰 필요는 없지만 방독면까지 쓴 카잔이 차에서 먼저 내렸다. 자우와 EPA 직원이 그 뒤를 따랐다. "오 제발, 저기요. 방독면 좀 쓰라고요. 넘어졌다가 얼굴에 닿으면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니까." 뒷차에서 내려서 다가오는 힉스 단장을 보고 카잔이 짜증을 팍팍 냈다. 계속해서 궁시렁거리면서 그가 트렁크를 열고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어댔다. 땅이 잉크 때문에 질척거려서 발이 푹푹 빠졌다. 탱크 쪽으로 다가갈수록 더 심했고, 반 미터 반경 안에서는 아예 갯벌처럼 발을 들어올리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자우는 탱크를 멀찍이서 조심스럽게 요모조모 뜯어보았다. "그러니까 선동자라는 네탈시포는 이런 걸 풀어놨다는 거군요. 도대체 왜? 무지해서?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광신도여서? 그것도 그렇고, 이거 막을 방법이 있지 않나요? 초기 오염 시에는 소각하고 수산화나트륨이나 알코올을 끼얹으면 해결할 수 있다고 한 것 같은데?"
"그것도 그렇기는 합니다만." 민간 전문가가 아주 조심스럽게 허리를 숙이고 유리관을 땅에 꽂았다. 몇 초 뒤 다시 관을 들어 올리자, 관은 잉크로 새까맣게 물든 흙으로 차 있었다. 그녀가 관을 바닥에 버렸다. "진짜로 관측정을 설치해서 오염을 확인하면 좋겠지만, 일단 개천이 오염된 시점에서 끝난 거예요. 물에 섞인 이상 통째로 증발시키는 방법 이외에는 답이 없습니다. 지하수 오염까지도 각오해야 하고, 저게 첸탕강으로 흘러가면 동중국해도 영향을 피할 수 없는 데다가… 원유 유출과 달리 잉크가 물에 뜨는 것도 아니니 더 심각하죠."
"그게 맞는 말 같군요." EPA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좋아. 잘 알겠으니까." 힉스 단장이 손뼉을 쳤다. "그만 저 염병할 걸 확보해서 돌아가자고. 저것만 확보해도 우리 목적은 성공이고, 얼마나 오염되었는지 조사하는 건 다른 나라 조사단들이 하겠지. 당장 내일이면 영국 조사단도 도착할 거라고."
뒷차를 운전하던 군인이 트렁크를 열고 기름통과 화염방사기를 꺼내 들었다. 그와 EPA 직원이 뚜껑을 열고 기름을 뿌려대기 시작하자, 카잔이 혀를 찼다. "하이고, 그걸로 퍽이나 잘 되겠다. 하긴 편집된 보고서만 봤으니 이걸 애초에 어떻게 회수했는지는 듣도 보도 못했겠지. 저기 미안한데, 그 트렁크에 505용 보관함 있지? 그거 뚜껑이나 열어놔. 그리고 장갑 좀 이리 줘 봐. 야, 거기 트렁크 안에 고양이하고 자우 요원. 능력 좀 쓸 테니까 수습 좀 해봐." 카잔이 건네받은 여분의 장갑 네 개를 전부 다 왼손에 끼고, 제자리에 똑바로 서서 눈을 감았다. 그의 모습이 한순간 지우개로 지우듯 사라지더니, 트렁크 앞에 슥 나타났다. 그는 장갑을 겹겹이 낀 손의 두 손가락으로 SCP-505를 대롱대롱 들고 있었다. "이 정도 쓸모는 있어야 비밀병기지. 알겠냐?" 카잔이 손가락을 벌려 만년필을 보관함 안으로 떨어뜨렸다.
힉스 단장과 환경 직원들은 다들 당황한 표정이었다. 힉스 단장이 더듬거리며 물었다. "당신… 변칙적인 능력이 있는 건가? 어떻게?"
"뭐, 그건 알 필요 없고." 카잔이 손가락 두 개를 붙여 올려 경례했다. "자우 요원. 기억 좀 지워달라고. 그렇게 쳐다보지는 말고. 이거 회수하다가 몇 명 죽어 나가는 것보단 이렇게 해결하는 게 낫잖아?" 자우가 그를 째려보는 것을 보고 카잔이 덧붙였다. 자우가 한숨을 푹 쉬고 말했다. "귀신 군. 좀 부탁할게요. 나 원 참."
청년이 쇠를 긁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잊으라. 당신들은 505를 정상적인 절차에 맞게 잘 회수했어. 여기서 이상한 건 저 만년필 하나뿐이야. 이제 돌아가자고.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잠깐 멍한 표정을 지었다. 힉스 단장과 군인들은 얼굴을 찡그리고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EPA 직원과 민간 전문가는 이맛살을 찌푸리고 관자놀이를 어루만졌다. 카잔이 여유롭게 콧노래를 부르며 험비 문을 잡는 찰나, 단장의 말이 들려왔다. "아, 그래. O5-3에게 들었지. 네가 바로 그 새로 들어왔다는 아무도 아닌 자로군. 이것 참, 일이 쉬워진다고 해야 하나."
자우와 귀신 군이 고개를 돌려 단장을 바라보았다. "무슨 소리-" 이미 군인들은 트렁크에 들어있던 소총을 꺼내 들고 있었다. 힉스 단장은 허리춤에 차고 있던 권총을 빼 들어 겨누었다. "하나 말해주자면, 알파-1은 인식재해 저항 조치는 다 받은 상태라네. 그럼 짜이찌엔." 그때 굉음과 함께 앞에 세워져 있던 험비의 트렁크 문이 열렸다. Cat With Eye가 케이지에서 뛰쳐나와 자우의 어깨 위로 펄쩍 올라탔다. "야, 지금이야! 도망치라고!" 단장과 군인들의 시선이 자우에게 쏠린 틈을 타, 카잔이 다시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고양이가 코를 밟고 날렵하게 정수리 위까지 올라가자 자우가 고개를 숙였다. 꼬리가 길게 늘어져서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으나, 눈앞이 흐릿해지며 온 사방이 잠시 어두워졌다. 몇 초 뒤, 그들은 다시 아무도 아닌 자의 초라한 방으로 돌아와 있었다.
한편 그 시각, 연단 위에 선 네탈시포가 큐빅을 손으로 천천히 가리켰다. "저기, 누가 저 청년 좀 앞으로 데려와 주지. 혹시나 못 알아들은 사람이 있을까 해서 말하자면, 안 된다고 한 것 같거든."
사람들 틈을 뚫고 큐빅 주위로 보조 성자들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큐빅은 주춤거리며 두세 발짝 뒤로 물러났으나, 뒤쪽에 있던 사람들이 그의 등을 밀쳐서 앞으로 밀어냈다. 보조 성자가 그의 팔을 잡아끌고 연단 앞까지 데려왔다. 네탈시포가 큐빅을 연단 위로 끌어 올렸다. 사람들을 향해 그를 돌려세운 뒤, 네탈시포가 물었다. "자, 그럼, 큐빅 형제. 그 안 된다는 말의 의미는 뭐지? 이자를 죽인다면 안 된다는 건가? 설명을 아주 잘해야 할 거야."
"음… 그러니까… 제 말은…" 큐빅이 더듬거리며 머리를 굴렸다. "그러니까… 자백을 들어야 한다는 거죠. 사람들 앞에서 자기 죄상을 털어놓고 반성하게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이미 자기가 죄가 있다는 걸 인정했다면서요."
네탈시포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래서?" "이미 자기가 죄가 있다는 걸 여러 사제님들한테 인정했다면, 지금 이 사람들 앞에서도 다시 말할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뭐… 제가 하는 말에 틀린 게 있나요? 그냥 우리가 이대로 죽여버리면, 그건 정의로운 처벌이라고 할 수가 없겠죠."
네탈시포가 아주 희미하게,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마를 찌푸렸다. 아니, 큐빅은 그가 찌푸린 건지 아닌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평온하게 돌아오고, 등을 돌려 쓰러져 있는 즈소를 일으켜 세웠기 때문이었다. 축 늘어진 즈소의 몸에서 물과 피가 뚝뚝 떨어졌다. 네탈시포 옆에 있는 다섯째 지도자가 검지손가락을 즈소의 관자놀이에 가져다 대고 무어라 중얼거렸다. 그녀가 콜록거리며 물을 토해냈다.
"자, 인류의 반역자, 혼자 고립된 자, 재단 직원아, 네가 말했던 걸 다시 이 자리에서 말해라. 온갖 사이비와 공안들과 연합해서 어떻게 끔찍한 계획을 세우고, 여기 네탈시포 사제님께 누명을 씌우려 했는지 똑똑히 말해라." 다섯째 지도자가 엄숙하게 말했다.
즈소는 눈을 찡그리고 비틀거렸다. 기침을 뱉어낸 뒤 그녀가 연단에서 소리쳤다. "이 머저리 새끼들. 그래, 그 말을 믿냐? 난 중국어도 못하는데 공안이랑 그런 복잡한 계획을 세운다고? 뭐 언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한다 치자. 내가 너희한테 잡힌 건 그 '잉크 바다' 얘기가 나오기도 전인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너희는 믿냐?"
즈소가 한국어로 내지르는 소리를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겠지만, 그 몸짓과 표정에서 뉘앙스는 대충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었다. 뒤쪽에 선 사제들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즈소가 계속해서 소리를 쳤다. "사르킥? 부서진 신? 뉴스도 안 보냐? 그런 사이비들은 애초에 재단하고도 싸운 데야! 도대체 왜 이놈들이 자기 소굴에 틀어박혀 있지 않고 이렇게 우왕좌왕 떠돌아다니면서 이런 사기꾼 밑에 들어가 있겠냐? 다 재단이 공격하고 박살 내서 그런 거 아니야! 그리고 연합을 할 거면 전부 다 하지 이 다섯째주의 얼간이는 왜 빼놓는 건데? 이게 죄다-"
네탈시포가 혀를 차고 오른손을 들었다. 다섯째주의 지도자가 즈소의 입을 틀어막고 연단 뒤쪽으로 질질 끌고 갔다. "그래, 아직도 자백하지 않고 있군. 잘 알았다." 그가 모여든 군중을 향해 돌아섰다. "저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어서 두려운 자들도 있을 것이고, 알아듣지 못해 두려워하는 자들도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걱정하지 마라. 저자가 이제 이 자리에서 분열의 씨를 뿌려 우리를 갈라놓으려 하나, 우리는 굳건히 버티리니. 저자의 입을 열게 하고 다시 죄상을 낱낱이 밝힐 것이다." 이어서 네탈시포가 큐빅과 사제 하나를 가리켰다. "그리고 조사를 부실히 한 사제에게도 책임을 묻겠다. 그리고 여기 큐빅 형제가 재단 직원을 옹호했는데, 그에게도 왜 그랬는지 물어야 온전히 진실을 밝힐 것이다. 전부 데려가라."
"잠깐만-" 큐빅이 반발하며 입을 열었지만, 사제들이 그의 주위를 에워싸고 강제로 입을 벌려 솜과 천을 쑤셔 넣었다. 아예 사람들에게 모습이 보이지 않게 사방에서 둘러싸인 채로, 큐빅과 사제 하나 역시 끌려갔다.
미합중국 하원
외교위원회
SCP 재단의 반인류적·비윤리적 활동 조사를 위한 청문회증인: 샐리, AEA 차장, 전 SCP 재단 한국사령부 과학부 연구2과장
(일부 상략)
외교위원회 위원장: 샐리 차장. 오늘 새벽 국방부에서는 소위 '잉크 바다'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면 핵무기나 네이팜탄도 쓸 수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대통령은 아예 네이팜탄을 실은 B-1 폭격기가 괌에서 대기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이 사실입니까? 아울러 가능한 모든 공중 전력을 동원해 네탈시포 군벌을 소탕하겠다고 밝혔는데, 동의합니까?
샐리 차장: 저는 국방부나 백악관의 군사 전략 업무를 맡고 있지 않습니다만, 동의합니다. 그러한 조치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SCP 재단에서는 해당 '잉크 바다'를 NK급 세계멸망 시나리오로 지정한 바 있으며, 해당 잉크는 자가증식할 뿐 추가적인 변칙성은 없으므로 고열의 폭탄을 이용하면 아예 증발시켜서 원천적인 제거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중국 내에는 현재 다수의 변칙 개체가 격리되지 않은 채로 있습니다. 이미 505의 격리 실패가 발생한 상황인 만큼, 군벌 세력의 소탕 역시 시급해 보입니다.
외교위원회 위원장: SCP 재단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지금 AEA는 재단 직원들을 대거 고용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여러 비윤리적 활동에 어쨌든 실무를 담당한 걸 감안하면 부적절하지 않습니까? 적절한 검증 절차가 있는 겁니까?
샐리 차장: 그렇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SCP 재단이야말로 지금까지 인류 역사상 존재했던 조직 중 가장 효율적으로 변칙 개체를 관리해 온 조직이라는 것입니다. 재단은 현대적 관료제와 과학기술 적용을 통해 이를 수행해 왔으며, 지금 우리로서는 재단 직원들을 구제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잔학 행위나 범죄 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지시했는지 여부는 엄정하게 검증하고 있다고 말씀드립니다.
외교위원회 위원장: 그렇다면, GOC에서 주장했던 것처럼 당신도 재단이 생물무기를 아시아에 살포했다고 생각합니까?
샐리 차장: 위원장님, 그 부분은 현재 FBI와 AEA에서 추가적인 조사가 이루어지는 중이고, UN군 사령부에서도 재조사에 착수한 만큼 제 개인 의견을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외교위원회 위원장: 난 당신 개인적인 의견을 묻는 겁니다.
샐리 차장: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확실하지 않다고 봅니다. 제가 UN군과 함께 재단 일본 지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당 생물무기가 살포된 뒤였습니다. 저로써는 알지 못합니다.
청문회가 끝나고, 샐리 차장은 카메라 불빛을 피해 얼굴을 가리며 계단을 내려갔다. 기자들이 따라붙어 질문을 던져댔고, 경관들의 저지선 너머에서 플래카드를 든 사람들이 소리를 질러댔다. 그녀는 말없이 대기하던 차에 올라탔다. 킬리 국장이 옆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고맙군요. 청문회에서 위증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킬리 국장이 먼저 침묵을 깼다.
"우리 모두에게는 더 큰 목적이 있는 법이니까요." 샐리 차장이 답했다. "하나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국장님이 재단에 있을 때 재단 내부보안부 차장이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노래마인 관리자를 죽이라고 지시하셨죠?"
"난…" 킬리 국장이 시선을 돌렸다.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난 명령을 따랐고, 그게 잘못되었다는 걸 너무 늦게.. 늦게서야 깨달았죠. 그에 대해 내가 속죄할 방법은 찾기 어렵겠지만, 그래도-"
"전 국장님께 책임을 물을 생각은 없습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샐리 차장이 내뱉었다. "그러나 그 명령을 내린 자들이 누군지는 알아보고 싶습니다. 평의회든, 윤리위원회든, 사령부의 최고위층이든. 제게 독자적으로 수사할 권한을 주시면 감사하겠군요. 최소한 진실을 밝혀서 비공개 보고서라도 내야 마음이 풀릴 것 같군요."
"물론이죠, 물론이죠." 킬리 국장의 목소리에서 희미하게 안도하는 기미가 느껴졌다. "나한테 보고할 필요도 없어요. 그 건에 관련해서라면 당신에게 전부 위임하겠습니다. 확보된 모든 재단 문서도 살펴봐도 좋습니다. 다만 내부 보안부 사람들에게는 너무 책임을 묻지 마세요. 내가 그랬듯 결국 그들도 명령을 받고 따랐을 뿐이니까요."
"물론입니다." 샐리 차장의 얼굴은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킬리 차장에게 보이지 않도록 그녀가 얼굴을 돌리고 차가운 차창에 댔다. 됐다. 이걸로 첫발은 뗀 거야. 샐리는 속으로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일지 더듬었다. FBI와 협조해서 O5-4가 어디 있는지 알아내고, 중국에 간 조사단이 돌아오면 후속 조치도 논의하고, 알 피네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파악하고, 확보하지 못한 SCP 개체들이 어디로 갔는지 추적하고, 진짜 O5-3이 어디 있을지 알아내고… 그 모든 일이 가능할지 확신할 수는 없었다. 물론, 확신이 없다 해서 멈출 수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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