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게 개인 파란 하늘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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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맑은 날 밖에서, 가족과 보내는 휴일. 최고다.

마음이 충만해지는, 상쾌하고 밝은 기분이다. 그렇기에, 안심을 해버리고, 가장 방심하게 되는 타이밍이기도 하다는 생각이다. 그런 느낌이 든다.

나에게는 딸이 있었다. 아직 어렸던 시절, 토요일과 일요일이면 근처에 있는 약간 큰 공원에서 놀고 싶어한다. 질려하지도 않고 끝없이 그네나 시소를 타겠다고 그러거나, 돌연 영문도 모르게 즐거운 듯이 뛰어다니고 한다. 돌멩이나 잎사귀, 때로는 벌레를 주워와선, 무엇이든 보여주려 오고…. 내가 분 비누방울을 소리높여 웃으며 뒤쫓는 날이면, 아내와 꽃을 엮어 화관을 만들거나. ……놀이에 어울려 주는 것은 피로하기는 했으나, 행복했다. 정말로 행복했다. 정말로.


6월, 장마철 중간에 드물게 맑았던, 그 날.
나는 당시 5세였던 딸과 둘이서, 공원에 놀러 왔다. 물구덩이들을 찰박찰박 밟으며 놀던 딸이 돌연,

「아빠ー, 저거 봐아ー」

라고 말하면서, 무언가에 끌려가는 듯한 기세로 힘체가 뒤돌아보며, 내 뒤를 가리켰다. 나는 쓱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여깨가 드러난 디자인의 하얀 원피스를 입은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나이는 내 딸과 같아 보이는 정도. 공원에서 뛰어놀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새하얌”에, 일말의 불안과 위화감을 느꼈다. 무엇보다도 불가사의한 것은, 오른쪽 귀가 오른쪽 어깨에 거의 닿을 정도의 느낌으로, 늘 고개를 삐딱하게 갸웃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하얀 여자아이는 고개는 계속 삐딱한 채로, 이쪽으로 종종걸음으로 다가오며, 이렇게 말했다.

「같이 놀자ー!」

「응! 놀아ー!」

딸도 그렇게 대답하고 같이 놀기 시작했다. 같이 노는 것은, 물론 상관 없다. 하지만 나는, 하얀 여자아이에게 확인을 해야 했다.

「어머니나 아버지 있니?」

「괜찮아요ー」

제대로 된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뭐, 어리니 어쩔 수 없지 하는 생각도 있었다. 애 부모가 그렇게 멀리 있지 않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도 있었고, 내가 제대로 보고만 있으면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여자아이와 딸은, 그네에서 놀기 시작했다.
기이ー잇, 기이ー잇, 기이ー잇 하며, 매달린 물건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린다.

재미있네ー 라던가, 그 양복 예쁘네ー 라던가 하는 말을 떠들면서, 둘은 그네를 타고 있다.
「아빠―, 밀어줘ー」라고 청해오기에, 등 뒤를 꾹 눌러 기세를 올려 주었다.

딸의 다음으로, 여자아이의 등을 밀어 주었다. 동시에, 여자아이의 이상함을 다시금 인식했다.
역시 목이 이상하다. 부러진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부자연스럽게, 항상 목을 구부리고 있다.

등을 밀어 그네의 기세를 올려주니, 여자아이는 높은 목소리로 웃었다. ……평범하다.
만져본 느낌은 따뜻하고, 유령처럼 차갑다거나 그런 것도 없었다.

실컷 그네에서 논 뒤, 나는 딸이 땀으로 흠뻑 젖은 것을 깨달았다.
그 날은 맑고 더운 날이라 그랬는지, 마치 비를 맞은 것처럼 폭포수 같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나는 가지고 왔던 수건으로 머리칼을 닦아 주었다.

그리고, 하얀 여자아이도 닦아 주어야겠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여자아이는 땀이 한 방울도 나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햇살도 따가운데, 피부가 그을린다는 느낌도 없다. 병적인 것 같기도 하고, 건강적으로 다른 것 같기도 한, 뭐라 말할 수 없는 하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하얀 여자아이가 물어왔다.

비와 맑음, 어느 쪽이 좋아?

맑은 쪽이 좋겠지

왠지 모르게, 그렇게 대답했다.



그 순간, 여자아이의 목이 철벅철벅철벅철벅 하는 소리를 내면서, 비틀렸다.

시계바늘처럼 서서히 비틀렸다. 분명히 불가능한 각도로. 돌아간 목의 턱이 가리키는 곳에는, 하늘이 캄캄했다. 맑은 그대로, 파란 하늘의 파란색이 빨려들어가듯이 검은색으로 변했다.



우와앙우와앙 하는 머릿속에 울리는 것 같은 섬뜩한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퍼뜩 정신이 들어 딸을 찾는다.

없다.

딸은. 내 딸은 어디에!?

초조함이 엄습해 한기를 느꼈다. 현실을 벗어난 상황에, 꺼슬꺼슬한 불안감을 느끼며, 주위를 둘러본다.

딸은 바로 발견했다. 10 미터 가량 떨어진 데에, 목이 비틀린 하얀 여자아이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 여자아이와 마주보고 딸이 서 있었다. 이쪽을 향해서,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고 있다.

내 옆에 있었을 여자아이가, 어느 사이에 이동해 있다. 아니, 그런 것은 아무래도 됐다. 딸을 구해야 한다. 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호흡도 잘 되지 않아, 괴롭다.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오한이 지독하다. 몸이, 그리로 향하는 것을 거부했다.


여자아이의 목은 계속 비틀려, 마침내 왼쪽 어깨에서 귀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처음 보였던 것은 왼귀였다. 얼굴을 이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완전히 등을 보이고 있으면서, 여자아이는 섬뜩할 정도의 만면의 미소를 이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얼굴이 완전히 보일 즈음, 여자아이는 마치 남자 같은 끔찍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진짜 한 말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나는 이렇게 들었다.


세이테구라키노마조라루루나라 니에오케


그것을 들은 순간, 나는 힘을 내서 딸의 방향으로 달려나갔다.

공포로 몸이 무겁고, 끔찍한 정신적 저항이 느껴졌지만, 딸의 얼굴을 보아 이겨냈다. 딸이 위험하다고 느꼈다.

아버지로서, 딸을 구해야 한다고. 무슨 일이 일어나기 전에 지켜줘야 한다고.

하얀 여자아이가 가급적 시야에 들어오지 않게 하면서, 한 순간에 딸을 끌어안았다.


하타토세루야니미시히 키마가미가사시다레


하늘은 맑게 개인 파란 하늘로 돌아갔다. 햇살이 눈부셨다. 파란 하늘 덕분에, 공포가 조금 가셨다. 딸을 확보하고, 묘한 안심감을 함부로 느꼈다.

다음 순간, 여자아이는 뚝 하고 목이 매달린 듯한 움직임으로 허공에 떴다. 그리고, 기이ー잇, 기이ー잇, 기이ー잇 하는 소리를 내면서, 그네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자아이는 괴로운 듯이 목을 피가 나도록 움켜쥐고 있었다. 눈이 데굴데굴 움직이며, 휴욱휴욱 하는 가는 숨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맑게 개인 파란 하늘처럼, 상쾌하게 웃는 낯으로 이쪽을 보고, 눈에서 하얀 액체를 흘리면서 힘이 빠져나갔다.

내게는, 그것이 마치 테루테루보즈처럼 보였다.

「또 노올ー자ー!」

딸의 목소리가 들리고, 툭 하고 의식이 끊어졌다.


눈을 떴을 때, 나는 열사병으로 쓰러진 취급을 받았는지, 공원의 나무그늘에 있는 긴의자에 뉘여 있었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지만, 점차로 회복했다.

그 후, 딸이 만족할 때까지 놀고, 집에 돌아와서는 밥을 먹고, 다음 날 평소처럼 직장에 나갔다. 그 후로, 달라진 것은 없었다. 머리에 스며들어 잊을 수 없게 되었지만, 실제로 피해가 생기지 않는다면, 이상한 꿈일 뿐이다.

……나는, 그 때의 일을 꿈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어제까지.


어제, 20세 생일을 맞은 딸이 자살미수를 했다. 비 오는 날에, 그 공원에서, 목을 매달았다.

나는 필사적으로 딸을 멈추고, 설득했다. 그러면 안 돼. 행복하잖아. 정신이 나갔느냐고.

아버지로서, 딸을 구해야 한다고. 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게 해선 안 된다고.

두터운 구름 때문에 날은 어둡고, 억수같이 내리는 빗속에서, 가족과 오랜만에 보내는 휴일이었다.

마음이 충만해지고, 이런저런 고통이 없었다. 하얗고 예쁜 옷을 걸친 딸은, 어린애처럼 물구덩이를 찰박찰박 디뎠다.

어떻게든 천천히 해내서, 딸은 즐거운 듯이, 살이 드러날 정도로 목을 쥐어뜯으며, 흔들리는 데까지 갔다. 터질 듯한 파란 하늘을 함께 바라보면서, 마음껏 발받침을 걷어차 주겠어. 딸은, 영문도 모른 채 닿지 않는 지면에 헛발질을 하다가, 도리반도리반 핏발이 선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나무나 밧줄을 잡아보려 하지만, 내게 저지당한다. 딸은 정말로 귀엽고, 아주 행복을 느꼈다. 행복했다. 정말로 행복했다. 정말로.




정신을 차려 보니, 하늘은 검었다.
내 끔찍한 행위를 알아차린 것도 그 때였다.

힘이 빠지고 차갑게 식은 딸이, 「아빠, 저거 봐아ー」 하며 내 뒤쪽을 가리키니, 나는 쓱 돌아섰다.

너무나 상쾌하고, 맑고, 따스한, 행복한 파란 하늘과 태양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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