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소리들
꿈장이 "창조주"의 하프 소리
일련번호: SCP-351
등급: 유클리드(Euclid) 무효(Neutralized)
특수 격리 절차: SCP-351은 현재 제15기지에 위차한 인간형 변칙개체를 위한 표준형 격리실에 격리되어있다. 만약 해당 격리실이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 될 시 해당 기지 관리자 혹은 5단계 이상 보안인가 소지자의 판단하에 적절한 격리실로 이주할 수 있다. SCP-351에게는 하루 3회 5세의 남아에게 적합한 영양소가 함유된 식사와 함께 충분한 양의 수분이 제공되어야 한다. 장난감, 인형, 책을 비롯한 놀잇감은 관리자의 검수를 거쳐 제공가능하나 라디오,신문을 비롯한 외부와의 통신이 가능한 물건은 금지된다. 격리실의 침구류는 유아용 캐릭터로 장식된 것을 장려하지만 '광대' '곰인형' '관절인형' 등을 연상시키는 캐릭터는 사용하지 않음을 권장한다.
만약 SCP-351이 수면중 비이상적인 신음, 비명, 뒤척임을 보일시 즉시 특무기동부대를 대기시킨다.
설명: SCP-351은 5세 가량의 남자아이와 비슷한 형상을 한 변칙개체이다. 해당 개체는 19■■년 ■■월 ■■■■주의 비정상적인 이상현상 발생으로 처음 포착되었다. 재단은 발생한 변칙현상의 역추적과 탐문을 통해 SCP-351을 특정해냈으며 선점에 성공하였다. 이후 개체의 부모와 주변 사람들에게 SCP-351에 대한 광범위적인 기억소거가 시행되었다.
SCP-351의 변칙현상은 대상이 잠을 잘때 일어난다. 해당 개체가 꿈속에서 상상해낸 사물 혹은 인물들은 꿈을 꾼 근시간 내에 혹은 대상이 잠에서 깨어날때 실제로 나타난다. 이 행동으로 생겨나는 대상은 약 70% 확률로 변칙개체가 된다. 해당 개체의 특성이 밝혀지지 않거나 변칙현상이 미미한 경우 SCP-351-1로 구분하고 이후 적절한 평가를 거쳐 새로운 항목으로 이동 할 수 있다.
격리가 진행됨에 따라 SCP-351이 생성하는 변칙개체의 빈도와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재단은 지도부의 투표를 거쳐 SCP-351을 처분하기로 결정했으며 무효화를 성공적으로 완료하였다. 이후 변칙개체의 발생은 19■■년 이전과 비슷하게 회복되었다. 최근 변칙개체의 발생률이 유의미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증가폭은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4년 후에는 기존 발생률의 200% 가까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부록 1: SCP-351-1 목록
SCP-351-1 #1
설명: 미 육군에서 사용하는 수통의 형상을 한 개체. 물이 무한히 흘러내린다. 해당 형상은 SCP-351이 가지고 놀던 모형군인에서 발안한 것으로 보이며 SCP-351의 격리과정에서 수분이 충실히 제공되지 않았음이 확인되었다.
[해당개체는 이후 SCP-352로 개별분류 되었으며 SCP-351의 격리절차에 적절한 식량과 수분의 제공이 명시되었다.]
SCP-351-1 #2
설명: 갈색 곱슬털과 검은 눈으로 구성된 곰인형으로 목에는 붉은 나비넥타이가 걸려있다. 분석 결과 평범한 곰인형으로 밝혀졌다. SCP-351과의 면담에서 사지 못했던 장난감이라는 진술을 확인 했다.
[해당 비변칙개체는 이후 SCP-351에게로 반환되었다. 유용한 변칙개체의 획득을 위해 SCP-351에게 정기적으로 장난감을 지급하기로 했다.]
SCP-351-1 #3
설명: 고풍스러운 만년필의 형상을 한 개체. 이 개체를 손에 쥘시 무의식중에 자신에 대한 자서전을 작성한다. SCP-351이 격리된 장소에서 해당 개체와 흡사한 형태의 만년필의 존재를 확인하였다.
[해당개체는 이후 SCP-354로 개별분류 되었다.]
SCP-351-1 #4
#2와 흡사한 형태의 곰인형. 털의 색이 분홍색이었다. 이후 비변칙개체의 기술은 생략한다.
SCP-351-1 #8
설명: 엉망이 된 오믈렛과 비슷한 모양을 한 개체. 익힌 계란의 냄새가 났으며 발견 당시엔 따듯했다. D계급 인원에게 섭취시킨 결과 맛이 무척 시다고 답변했으며 3분 후 해당 인원은 허공으로 부유하는 효과를 보였다. SCP-351과의 면담에서 구름위에서 오믈렛을 먹는 꿈을 꾸었다는 진술을 확인했다.
[변칙개체로 분류, 그러나 대상이 소멸하였으므로 항목은 작성하지 않았다.]
SCP-351-1 #19
설명: 노란 덤프트럭 모양의 모형 장난감. 하지만 무게는 실제 덤프트럭에 버금가는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개체는 이후 SCP-366으로 개별분류 되었다.]
SCP-351-1 #35
설명: 그리즐리 베어와 흡사한 형태의 맹수. 하지만 털은 분홍색을 띄고 있었다. 생성 직후 재단의 보안 요원들에게 적대감을 나타내고 공격을 시도하였으나 사살되었다. 해당 개체의 해부 결과 피부와 골 강도는 곰인형과 흡사한 수준으로 밝혀졌다.
[해당개체는 변칙개체로 분류되었다. SCP-351에게서 곰,사자를 비롯한 맹수관련 물품을 회수하고 추가지급이 금지되었다.]
SCP-351-1 #78
설명: 비변칙 개체의 수백배에 달하는 크기의 검은색 파리. 약 30여 개체가 관측되었으며 해당 파리들은 생성 즉시 날아가 ■■■■주의 한 가정을 급습했다. 이로 인해 성인 남성 1, 성인 여성 1, 여자아이 1 총 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이들이 사망한 직후 파리들은 사라졌다.
[해당개체는 소멸하여 항목이 작성되지 않았다. SCP-351에게 피해자들의 얘기를 전하는것은 금지되었다.]
SCP-351-1 #104
설명: 인근의 라디오 채널에서 방영된 광대에 관한 라디오 드라마. 해당 드라마를 들은 사람들에게 일시적인 무력화 현상이 나타났다. 또한 해당 드라마를 들은 10세 이하의 아동들은 ■■■■,■■,■■■에 관한 묘사를 했다.
[해당개체는 이후 SCP-404로 개별분류 되었으며 SCP-351에게 라디오, 신문을 비롯한 대중매체의 제공이 금지되었다.]
SCP-351-1 #142
설명: 3 x 0.7m 크기의 긴 원통형 폭탄. 검사결과 대상의 안에는 상당량의 우라늄이 확인되었다.
[해당 개체는 국방부의 기밀프로젝트로 이송되었다.]
SCP-351-1 #143
설명: 3.3 x 1.5m 크기의 둥근 구형에 가까운 폭탄. 검사결과 대상의 안에는 상당량의 플루토늄이 확인되었다.
[해당개체는 국방부의 기밀 프로젝트로 이송되었다.]
SCP-351-1 #152
설명: 중세 유럽에서 유행했던 의사 차림을 한 검은 옷을 입은 남성형의 개체. 합리적인 대화가 가능했으며 격리조치에 순순히 따랐다.
[해당개체는 이후 SCP-571로 잠정 분류되었으며 대상의 연구를 위해 요청하는 요구를 가급적 수용하라는 권고가 내려졌다.]
SCP-351-1 #153
설명: ■■■■■■■■의 샘.
[해당 정보에 대한 열람은 7등급 이상의 인원에게 허가되어있습니다.]
SCP-351-1 #173
설명: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구성된 인간과 비슷한 형상의 조각. 머리가 비대하며 겉에는 페인트가 칠해져 있다. 대상을 바라보는 사람이 없을시 빠른 속도로 이동해 주변의 사람들을 죽인다.
[해당개체는 이후 SCP-649로 개별분류 되었다. 재단의 지도부에서는 최근 SCP-351이 생성하는 변칙개체들의 수와 위험성이 증가하는데에 우려를 표했다.]
부록 2: 오웬의 일기
19■■년 ■■월 ■일
오늘 재단에서 SCP-351을 확보했다. 지미 보다 서너살쯤 어려보이는 남자아이였다… 지도부는 나치나 공산주의자들 보다 먼저 아이를 확보했다고 축배를 들었다. 대상의 위험성도 중요성도 알고 있다. 하지만 회의감이 드는건 어쩔 수 없다.
19■■년 ■■월 ■■일
SCP-351이 부모를 보고 싶다며 칭얼거렸다. 자신을 잊어버린 부모를 보게 되면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그저 잘 지내고 계시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내 이름을 묻는 아이의 말에 무심코 답할뻔 했다.
19■■년 ■■월 ■■일
SCP-351이 끈질기게 내 이름을 물었다. 첫글자만 알려달라는 말에 별 수 없이 답해줬다. 아이는 내 옷에 적힌 숫자를 읽고선 나를 O5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자기가 알고 있는 숫자라서 다행이라며. 집에 돌아와서 술을 마셨다.
19■■년 ■■월 ■■일
오늘도 SCA-351과 하루를 보냈다. 요즘은 내 일기가 아니라 SCP-351의 관찰일지를 쓰는것 같다. 엄마가 해주던 요리를 먹고싶다는 말에 오믈렛을 해주었다.
19■■년 ■■월 ■■일
빌어쳐먹을. 그렇게 맛이 없었나?
19■■년 ■월 ■일
SCP-351의 불안이 깊어지는것 같다. 마약을 투여하자는 대가리가 비어버린 놈의 말에 턱을 후려치려다 참았다. 제발 저 새끼의 집 앞에 마약쟁이가 상상할법한 변칙개체가 나타나길 빌었다.
19■■년 ■월 ■일
아이가 부모의 안부를 물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건 눈물을 닦아주는 일 뿐이었다. 부인이 술을 그만 마시라며 타박을 했다.
19■■년 ■월 ■■일
금지된 일이지만, SCP-351의 자택으로 가서 사진을 찍었다. 온화해 보이는 부인과 품에 안겨있는 귀여운 여자아이다. 나도 귀여운 딸이 있으면 좋을텐데. 사진을 몰래 아이에게 전달했다.
19■■년 ■월 ■일
내 탓이다. 나는…
19■■년 ■월 ■■일
SCP-351과의 접촉이 금지되었다. 나를 6등급으로 승진시킨다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아이와 나를 차단하는 것 같다. 지도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19■■년 ■월 ■■일
지미가 시험을 망쳤다.
19■■년 ■월 ■■일
쓸 내용이 별로 없다.
19■■년 ■월 ■■일
요즘 인근에서 폭발사고가 잦아지고 있다. 기동부대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19■■년 ■월 ■일
진실을 알았다. 개자식들. 전쟁이 빨리 끝나길 바란다. 그러면 이 짓거리도 끝이날까.
19■■년 ■■월 ■■일
재단의 지도부에서 SCP-351을 처분하라는 명령서가 하달되었다. 명령은 내일 수행될 것이다. 내가 쌓은 인맥을 총 동원해 기지를 방문했다. 이 일이 옮은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SCP-351에게 슈퍼맨 코믹스를 선물했다. 크리스마스에 지미에게 주려고 샀던 것이다. 부디 내 작은 선물이 그 아이를 구할 수 있기를…
19■■년 ■■월 ■■일
아이가 죽었다. 작은 망토를 두르고, 고작해야 참새만도 못한 속도로 방을 날아다니던 그 아이를 보안요원들이 사살했다. 피와 총알에 찢긴 망토가 힘없이 떨어졌다. 나는 아이의 마지막 말을 잊을 수가 없다. 꿈 속에서 밝게 웃는 그 아이를 수십번은 더 움켜쥐었다. 내게도 너와 같은 힘이 있었다면.
19■■년 ■월 ■■일
빌어먹을 지도부는 틀렸다. 그 배에 기름낀 돼지새끼들은 SCP-351이 마지막까지 인류를 멸망시키려고 했다며 비난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인류를 멸망시키려고 했다고? 그 작은 아이가 총을 맞고 죽어가면서, 마지막으로 꾼 꿈은 고작해야 그 빌어쳐먹을 이상한 물건들이 조금 늘어나는것 뿐이야. 만약 그 아이에게 한 톨의 분노가 증오가 있었다면 우리는 지금 살아있을 수 조차 없었다.
우리의 선택은 잘못되었다. 지금의 격리절차는 잘못됐어. 우리는 기껏해야 맛이 조금 이상한 음료나 두배쯤 튕기는 탱탱볼따위를 만지며 살고 있었겠지. 하지만 그 늙은이들이 강요한건 전쟁을 끝낼 폭탄과 자신들의 영생을 위한 샘 따위였다.
나는 이 빌어쳐먹을 단체를 갈아엎을 생각이다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보안계급이 5단계로 줄어들고 SCP들의 번호가 재지정된 것 따위는 중요하지 않을 정도로요.]
[우리 단체는 관리Administrate가 아닌 보호Protect를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더 이상의 파괴는 없을 겁니다. 우리들은 투쟁과 보호를 멈추지 않을겁니다.]
[희망을 잃지 않았던 그 작은 아이를 기리기 위해 해당 항목은 영구히 보존됩니다. - O5-01]
꿈장이 "자"의 피리 소리
수십일 가까이 조용하기 짝이 없던 입원실은 하루 반절 새에 북적대기 시작했다. 각종 장비를 들여오는 연구진들, 촬영과 기록을 준비하는 의료진들, 타 부서에서 참관해 토론을 펼치는 박사들. 고요히 잠든 여인을 가운데에 두고는 말이다. 히츠 박사는 오랜만에 겪는 시끌벅적한 상황에 마음이 혼란스러워졌으나 팔머는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일어날 기색조차 없었다. 근 2년간 그래왔던 것처럼.
연구진들이 마지막 장비를 들여왔고, 그는 팔머의 손을 꼭 한 번 쥐고는 일어나 비켜주었다.
수면변칙부로부터 퍼지기 시작한 정체불명의 기면증. 뇌 활동 그래프는 재해 인자의 공격을 받은 패턴을 나타냈으나 겉으로 보기엔 잠에 빠진 것으로만 보인다. 상급 부서의 인식재해 대응 절차가 처방되었고, 대부분은 호전되었기에 정식 변칙 현상으로 기록되지는 않았다. 팔머 박사는 희생자 중에서도 아주 특이한 경우였다.
인지 투과 해석. 20██년 고안된 의료 기술로, 재해 인자로 인해 혼수상태에 빠진 이들을 치료할 목적으로 개발 진행.
"…사전에 스캔한 뇌 데이터를 기반으로 손상된 구조를 복원한다." 히츠 박사는 손에 든 계획 보고서를 마지막으로 읊었다.
이번 시도도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면 내일 팔머가 내일 눕게 될 곳은 병실이 아닌 안치실이 될 것이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던 히츠 박사에게 있어 오늘은 마지막 병문안이 될 것이다. 그야말로 가파른 절벽 앞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찰나, 환자실은 정적에 가까워졌다. 그녀가 도착한 것이리라. 멀대 같은 연구진들 틈에서 비집어 나온 것은 신경과학과의 시즌 박사였다. 오늘 실험을 주최하고 계획한 그 담당자였다. 그녀가 팔머 옆에 다가가 앉자, 보조 연구원 린치가 주사기 하나를 건네주었다. 시즌은 주사기를 두어 번 흔들고는 히츠에게 눈인사를 건넸다.
"효과가 있을까요?" 히츠 박사가 질문으로 응했다.
"여전히 실험적인 방법입니다만, 이번엔 실패하지 않을 겁니다." 시즌 박사가 답했다.
히츠 박사가 입을 달싹이려 했으나 고개를 저었다. 이론적으론 완벽한 처방. 임상 시험도 성공적이었지만, 마음 한편의 불안을 떨칠 수 없었다. 히츠는 뒤로 물러나며 주머니 속 이어폰을 만지작거렸다.
'만약 이번에도 안 된다면…'
갑작스러운 비프음이 히츠의 정신을 환기시켰다. 전원이 들어온 기계는 불쾌한 소리로 존재감을 표하기 시작했다. 히츠는 불길한 예감은 접기로 했다. 그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기도뿐이었다. 시즌 박사는 소형 태블릿을 확인하고는 팔머의 혈관에 투명한 액체를 주입했다. 두어 명의 연구원은 팔머와 장치를 연결했다.
히츠는 보조 연구원이 만지는 디스플레이를 어깨너머 물끄러미 지켜봤다. 연구원 린치가 코드를 타이핑하자 디스플레이에는 조잡한 이미지와 미묘한 형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텅 비어 있는 듯한 뇌 지도의 3D 모형. 팔머의 것이었다.
"연동되었습니다, 박사님." 린치가 보고했다.
시즌 박사는 끄덕이고는 태블릿으로 밈 인자 몇 가지를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보고서의 비유대로라면, 심폐소생술과 비슷한 계열이랬다.
그 자리의 모두가 검은 화면을 숨죽여 지켜보았다. 병실은 수술실의 분위기를 띠기 시작했고, 외부에서 온 박사들도 팔짱 끼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방은 정적 외엔 심박 측정기 소리뿐이었다.
어두운 뇌 지도 한 가운데, 작은 빛 하나가 나타났다. 그러곤 곧장 빛줄기 하나가 피어올랐다. 그것은 연노랑 빛이었다. 참관 박사들은 놀라워했고 시즌 박사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빛은 한 줄기로 시작해, 점점 식물 뿌리 같은 형상들이 곳곳을 채우기 시작했다. 병실 내 분위기가 들뜨기 시작했다.
"맙소사." 히츠는 그저 울컥했다. 팔머에겐 이 정도의 진전은 한 번도 없었다.
보조 연구원 린치가 외쳤다. "등측면 전두피질 활성화되었습니다! 미상의 재해 인자에 따른 기억 손실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좋아, 측두엽은?" 시즌이 물었다.
"이제 반응 보입니다. 복구 인자 렌더하겠습니다." 다른 연구진이 보고했다.
시즌은 팔머의 신경에 연결된 청각 장치를 살폈다. 스위치를 올리자, 마치 북소리 같은 진동이 손끝으로 느껴졌다. 팔머의 심박에 맞춰 울리는 중저음은 운율이 느껴질 정도였다. 노란빛도 운율에 따라 확장되기 시작했다.
"이완기 진입. 피험자는 완전 자각 상태입니다." 연구진이 보고했다.
두 번째 약물을 주사하던 시즌은 끄덕였고, 손짓으로 무언가를 지시했다. 이에 보조가 무언가를 타이핑했다. 디스플레이에는 형상 하나가 더 등장했다. 노랗게 물들어가는 뇌 모형 옆에 나타난 것은 이전에 팔머를 스캔했던 지도였다. 녹색 빛깔로 반질거리는 아름다운 모형. 팔머의 부활이 이제 코앞에 다가왔다. 히츠는 진심으로 희망했다.
"복구 인자 렌더링 완료. 다들 귀 막으세요!" 시즌 박사가 큰 소리로 경고했다.
"셋, 둘, 하나. 주입."
병실은 순식간에 들리지 않는 폭음으로 가득 찼고, 그 자리의 모두에게 아찔한 추락 감각이 느껴졌다. 동시에, 뇌 모형엔 폭포 같은 녹색 물결이 쏟아져 들어왔다. 세부 구조까지 차오르던 물결은 굉음이 가라앉자 다시 흘러내려 버렸다. 구멍 난 독에 물 빠지듯이. 예상치 못한 결과에 대부분이 당황했다.
"다시." 오직 시즌 박사만이 내색하지 않고 다시 전원을 올렸다. 하지만 여러 시도에도 녹색 빛은 어둠 속에 녹아들 뿐이었다. 복구 인자는 전혀 먹혀들지 못했다.
"뭔가 이상합니다. 밈 처방이 전부 무효 되고 있습니다." 린치가 소리쳤다. 심박 측정기는 그의 상태를 대변하듯 규칙 없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만큼 히츠의 심박도 요동쳐댔다.
다급해진 시즌 박사는 새 약물을 주입했지만 팔머의 뇌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병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찰랑거리던 뇌 지도는 식어버렸고, 마지막 남은 앙상한 노란빛마저 깜빡이다가 사라져버렸다. 팔머는 또다시 흑색의 침묵을 지키기 시작했다. 스캐너는 그에게서 어떤 신호도 잡아내질 못했다.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기분. 히츠는 또 한 번 똑똑히 겪고 말았다. 안타까운 심정은 같겠지만 그 자리의 누가 히츠에 비할 수 있겠는가. 참관 박사들은 서류를 내던지곤 하나둘씩 자리를 비켜주기 시작했다. 시즌은 무거운 마음으로 바싹 마른 입술을 열었다.
"2011년 2월 2일부, 엥시 팔머 박사는 뇌사 판정, 표준 기증 절차에 따라…"
시즌 박사의 말문을 막히게 한 건 히츠였다. 언제 꺼냈는지 모를 이어폰은 팔머의 스캐너에 연결되어있었다.
"잠깐, 뭐 하는 거에요?" 그녀가 몰라서 물은 것은 아닐 것이다.
"내가 개발한 청각 인자에요. 박사님은 내가 직접 찾아올 겁니다." 히츠 박사의 발언에 병실이 웅성댔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상황에 개입하려는 사람은 없었다. 이 상황 자체를 흥미롭게 보는 이들도 있었다.
"히츠, 이성적으로 판단하세요. 후회할 겁니다."
"시즌 박사님, 저는…"
저 멀리, 코드를 뽑으려 달리는 눈치 빠른 린치 덕분에 히츠에겐 마지막 말을 할 시간조차 주어질 수 없었다. 그는 버튼을 눌렀다.
"…는 어떤… 까요? …"
웅얼거리는 소리. 좀처럼 눈이 떠지질 않는다. 바깥의 소리는 웅웅대며 하나의 소음처럼 들려온다. 마치 이 기분은… 어린 시절 심한 감기에 걸려 약에 취해 있었던 때처럼. 온몸에 식은 땀이 난다. 정신이 몽롱하다.
"손님!" 승무원이 소리쳤다.
"아. 아이쿠, 죄송합니다. 뭐, 뭐라고 하셨죠?" 덕분에 히츠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왜 긴장하고 있었는지 히츠는 알 길이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자 점차 상황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생애 처음 해외 출장을 가는 비행기, 바로 그날이었다.
"음료 말이에요. 음료." 승무원이 말했다.
히츠는 잠시 고민하며 승무원의 얼굴을 살폈지만, 머리통엔 볼펜 정도의 길고 뻣뻣한 흰 털이 가득히 달려있어 거의 알아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히츠는 갑자기 등골이 쭈뼛하더니 목이 다 나가버린 느낌을 받았다.
"저는 물을 좀… 예, 감사합니다." 히츠는 거의 쌕쌕거리는 소리로 답했다. 민들레 얼굴은 물을 한 잔 따라주더니 휭하니 가버렸다. 옆 좌석에서 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정신 차려요, 히츠!" 목소리의 주인공은 팔머였다. 히츠와 함께 수면변칙부를 기획한 자, 동시에 히츠의 첫 사수였던 그녀.
"아, 박사님." 히츠가 간신히 대답했다. 팔머는 그런 히츠에게 담배 한 대를 물려주고는 불을 붙여주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무언가를 기대하는 표정이 은은히 엿보였다.
"고마워요. 음, 물 한잔 하니 좀 낫네요." 히츠가 미소 지어 보이곤 연기를 뻐끔거리며 대답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글쎄요, 아직 정신 못 차린 것 같은데." 팔머가 읽기 힘든 표정으로 말했다.
"네? 하하, 무슨 말씀이세요?" 그는 어리둥절하며 물었다. 기내의 공기가 싸늘해졌다.
"물 말이에요, 마시지도 않았으면서." 팔머의 표정은 갈수록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섞여갔다. 소름이 전신을 휘감는 알 수 없는 느낌. 히츠는 손에 쥔 물잔을 보기 위해 시선을 돌렸다. 쥐고 있던 것은 사라지고, 주먹 사이로 새 나오는 농밀한 연기뿐이었다.
그는 저도 모르게 벌벌 떨고 있었다. "저는… 모르겠어요. 왜 그런걸 묻는 건데요?" 그것은 어쩌면 '묻기'보다는 '생각하기'에 가까웠다. 목소리는 목구멍에서 막혀 거의 나오질 못했다. 그걸 인지하는 순간 선체는 드르륵대는 소리와 함께 흔들리기 시작했다.
"대, 대체 무슨 일이…" 히츠는 승무원을 찾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몸은 거의 움직여주질 않았다. 걸음, 호흡, 그 모든 동작 하나하나가 물속에 빠진 것처럼 흘러갔다.
"나한테 물으면 쓰나요? 박사님 잠버릇이 고약한 걸 탓해요." 팔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물고 있던 담배를 바닥으로 튕기었다.
거의 즉시, 비행기가 폭발했다.
"아악!"
히츠의 비명은 공중으로 솟아올랐고, 그의 평형감각은 비행기의 파편과 함께 산산이 박살 난 지 오래였다. 그가 공중에서 몇 번을 회전했는지는 몰라도 왜 아직도 기절하지 않는지 의심될 정도의 패닉 상태였다. 곧 사방에서 어떤 외침이 들리기 시작했다.
"이제 그만 정신 차려!" 팔머의 목소리였다.
그는 난잡한 정신을 깨우고 목소리에 집중하려 했다. 그리고 마음의 눈을 뜨기 직전, 히츠는 거대하고 푹신한 바닥에 처박혔다. 살짝 물기가 찬 노란 천, 부드러운 질감. 히츠는 두통을 이겨내고 일어나 주위를 살폈다. 그리곤 곧 이것이 거대한 꽃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어쩌면 빌딩 하나보다 더 클지도 모를 민들레였다.
그제야 히츠는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간만의 평화로운 순간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자 저도 모르게 흰 연기를 내뿜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연기는 공중에 퍼지더니 희고 작은 알갱이가 되어 날아갔다. 태어나 본 적 없는 아름다운 광경에 감탄사를 뱉었으나 성대는 거의 작동하질 못했다. 아니, 그보다도 들리지 않는 편에 가 마지막으로 소리를 들은 것이 기억나질 않았다. 귀가 먹먹해져 왔다.
그 기이함을 알아챔과 동시에 바닥을 이루던 노란 꽃잎은 곳곳에서 터져 올라 개미만 한 검은 씨앗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씨앗엔 작은 솜털이 하나씩 달려있었다. 겁에 질린 히츠가 벌떡 일어나는 사이, 이미 씨앗 수십억 개는 히츠를 발을 덮쳤고, 그대로 타고 올라 체내 곳곳을 뚫고 지나가기 시작했다. 형용할 수 없는 구역질에 비명을 지르자 하늘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물감 섞듯 뒤섞이는 세상. 감각은 어느샌가 흩어져 버렸고, 시야는 하나의 흑백 풍경화로 재구성되었다. 눈에 보이는 벤치와 강, 그 너머 핵폭발 버섯구름. 살아서 수십 번 남짓 보았던 그 이미지.
히츠는 아직도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확신하질 못했다. 옷을 펄럭이며 씨앗은 사라졌음을 확인한 그가 주변을 살폈다. 벤치에는 중절모를 쓴 사내가 앉아있었다. 히츠는 언제 정신을 놓았냐는 듯 조심스레 다가가 그를 훑어보았다. 그의 입엔 궐련 담배가 물려 있었다. 불현듯 무언가를 떠올린 그가 쇼크에 빠졌다. 틀림없는 그 자였다.
"맙소사… 내가 지금 잘못 보고 있는 건 아니겠죠? SCP-990?"
보고서에 명시된 복장 그대로의 모습. SCP-990, 꿈속의 사내. 히츠가 그의 옆에 앉자 중년이 입을 열었다.
"히츠 그린 박사."
"듣고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뭔가 이상하다는 걸 전혀 못 느끼나?"
"뭐라고요?"
"말 그대로네." 990은 으쓱했다.
"무슨 말… 알아듣게 이야기를 좀 해봐요!"
"그렇지 않아, 직접 알아내는 수밖에 없지. 음, 그래. 담배 한 대 하겠나?"
"아니오. 저는 비흡연자라…"
"일평생 단 한 번도?"
그 질문에 히츠는 알 수 없는 기시감을 느꼈다. 무언가를 잊고 있다는 확신이 머릿속을 관통했다. 그제야 히츠는 눈앞의 것을 의심할 수 있었다.
"그래. 이건… 이건 990이 아니야. 그냥 가짜일 뿐이라고. 대체 넌 뭐야? 이것들도 다 뭐냐고!"
"직접 알아내지 않으면 의미 없어."
"헛소리 마! 장난질은 그만두고…"
히츠가 달려들어 중년의 멱살을 쥐어 잡자 그것의 외형은 거품처럼 오그라들더니 수천 개의 꽃잎이 되어 터져버렸다. 그 순간, 히츠는 자각했다.
"다 꿈이야." 히츠의 메타인지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하늘이 노란빛으로 녹아내린다. 땅은 민들레 향으로 무너져 내린다. 더 이상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그렇게 도달한 곳은 희고 흰 배경이었다. 그저 공간뿐인 공간.
"드디어 자각하셨구먼." 뒤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놀란 히츠가 뒤돌아봤다.
"반가워요, 그린. 실력 다 죽으셨네." 팔머가 농담 투로 말했다.
"박사님? 세상에, 진짜 박사님 맞으세요?" 히츠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물었다.
"이제 다 알면서 왜? 솔직히 나도 놀랐어요. 여기까지…"
"아뇨, 아니야. 당신과 나만 알 만한 것에 대한 걸 대봐요!" 히츠가 소리쳤다.
"그렇지 않아요, 그린. 당신이 알고 있는 정보라면 꿈은 그걸로 위장할 텐데."
"그렇다면 당신이 진짜라는 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죠?"
"몰랐던 것을 가르침으로써 증명할 수 있죠. 방금처럼. 그쵸?"
할 말을 잃은 히츠는 입을 다물고는 잠깐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는 마지못해 납득했다. 어찌 되었건 그의 꿈이 자각몽이 된 이상 더 위협이 될 것도 없었다.
"보통 사람은 여기서 자각할 수도 없죠. 역시 재능 있는 거 맞다니까." 팔머는 머쓱해하는 그를 보며 능글맞게 물었다. "일단 좀 앉고 이야기하게요. 한 대 피울까요?"
히츠는 불현듯 깨닫는다. "맞아요, 제 꿈표식1은 늘 담배였죠. 입에 물어본 적도 없었는데… 역시 박사님답네요."
"당신 것 뿐만 아니라 기지 인원들이라면야… 그래, 말 나온 김에 바깥은 어떤가요? 아주 난리죠?"
"박사님이 쓰러진 뒤로… 부서 일은 저랑 시즌 박사가 다 맡고 있어요. 어떻게 하루하루 꾸역꾸역 넘기지만 그 빈자리가 너무 커요. 그래도 기면 현상에 걸린 인원들은 팔머 박사님 빼고는 대부분 일어났다고요. 다시 쌓아 올리면서 규모를 키우고 있고요." 히츠는 그간의 일을 주저리주저리 읊었다.
그녀가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꽃을 봤나요?"
히츠가 고개를 끄덕이자 팔머는 말을 이었다. "그건 인지적으로는 거대한 꽃이에요. 사람들의 꿈에서만 피어나는 꽃. 오직 꿈에서만 보이고 기억할 수 있는 꽃이에요. 어떻게 그것이 자라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수없이 많은 변칙 개체를 스캔하고, 꿈 독립체를 연구하고, 실험 인원들을 갈아 마시다 생겨난 종양 같은 것으로 생각해요."
"종양… 해석 스캐너가 오염되었군요."
"정확히는 스캐너의 인공 신경망이요. 종양은 자신과 접촉한 사람에게 씨앗이 돼죠. 스캐너를 이용했던 모든… 아마 박사님에게도 들어있겠죠." 팔머는 설명하며 히츠의 가슴팍에 손을 얹었다. 그는 그런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씨앗은 꿈속에서 자라나 꽃이 되고, 다른 장치로 옮겨붙고, 또다시 전염되고… 우리 부서는 물론이고 다른 모든 장비도, 연결된 시스템들과 데이터도… 저는 꿈속에 갇힌 채 깨달았지만 할 수 있는 건 없었죠. 꽃은 너무나도 거대하고, 수면변칙부는 날 깨우려고 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기면증은 우리가 다 치료했어요. 다른 환자들은 모두 일어났다고요!"
"그게 바로 꽃의 속임수에요. 그렇게나 영리할 줄은 몰랐는데… 아마 완쾌된 사람은 없을 거예요. 스캐너엔 이미 뿌리를 뻗을 만큼 뻗었으니까. 감염자들을 정상으로 분류하곤 더 널리 퍼뜨리려는 셈이겠죠."
히츠는 그제야 상황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잊어서는 안 될 기억이 있던 나는 꽃을 본 이상 깨어나서는 안 됐고, 내 치료를 방해해야 했어요. 나는 꿈속에서 시각 재해를 만들었고 나한테 노출시켰어요. 그렇게 된 거예요. 정말 고통스러운 작업이었죠."
히츠는 팔머의 앙상했던 뇌 모형을 떠올렸다. 히츠는 자신의 노력이 팔머에겐 필사적인 자해가 되었음을 생각하니 울음이 북받쳤다. 팔머는 그를 이해한다는 듯 한동안 안아주었다. "그래도 희망이 없었는데, 이렇게 날 찾으러 와줬잖아요."
그러고는 팔머는 주먹 안에서 작은 호롱불을 만들어 보였다. 히츠가 불꽃의 표면을 읽자 따끔거리는 재해 인자를 볼 수 있었다.
"내가 수년 동안 만든 작품이에요. 시각적으로는 불. 본질적으로는 꽃과 씨앗을 태울 수 있는 유일한 재해 인자. 지금은 눈이 따끔거리는 수준이지만 꽃과 맞닿기만 하면… 뿌리까지 태우기엔 충분한 화력이죠."
"그럼 이것만 있다면…"
"히츠.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잊지 말아요. 일어나게 되면 부서의 모든 스캐너를 내게 연결해요. 데이터베이스도, 연구 자료도 모두. 내가 불태울 수 있게 끔요. 방법은 이것뿐이에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 그리고 새 부서를 창립해요. 할 수 있을 거에요."
"아니요. 팔머, 다른 방법이 있을 거에요!"
"꽃은 당신의 기억을 어떻게든 먹어 치울테죠. 하지만 꿈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빠져나간다면, 그리고 당신의 인식 저항력이라면…"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계산대로면 박사님도 불길에 휩싸일 테니까, 그럴 수는 없어요!"
"히츠, 내가 재단의 일원인 이상 더 큰 선을 위한 희생은 필연적이에요."
"제발, 팔머. 나는…"
팔머에게도 오래간만의 소중한 만남이었지만 더 이상의 대화는 감정에 휩쓸리게 할 것이었다. 냉혹해질 수밖에 없었던 그녀는 히츠를 각몽의 낭떠러지로 떨어뜨렸다. 그 덕에 히츠에겐 마지막 말을 전할 시간조차 주어질 수 없었다.
그렇게, 히츠는 현실로 내동댕이쳐졌다.
눈을 떴다. 꿈이 아닌 현실. 그토록 오랜만이던 현실이었다. 목이 타는 듯이 쓰려왔다.
"윽, 목… 목이…" 그녀가 거의 새는 듯한 목소리로 끅끅댔다.
"박사님, 시즌 박사입니다. 정신이 드십니까?" 시즌이 놀라며 물었다.
"눈이 너무 부셔서…" 그녀가 눈쌀을 찌푸리며 답했다.
"떨어져 계십시오, 시즌. 아직 신분 증명이 필요합니다." 알아듣기 힘든 중저음의 목소리.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명 상급 부서의 누군가일 것이다. 시즌이 그 자에게 자리를 비켜주었다.
"엥시 팔머 박사. 4등급 연구원, 수면변칙부장… 아직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암구호는 사천, 금화조, 감면하다. 맞을 거예요." 팔머가 힘들이며 가까스로 답했다.
"확인했습니다. 고생 많았습니다. 시즌, 목 좀 축이게 해주세요."
"예, 이사관님." 시즌이 대답하며 팔머의 입에 젖은 물수건을 물려주었다. 이사관은 병실을 나가며 전등을 꺼주었다.
"시즌? 시즌이군요… 뭐가 어떻게 된 거예요? 기억이 이상해요." 팔머가 물수건을 뱉으며 물었다.
"박사님, 지금은 안정을 취하셔야-"
"그린, 그린은 어딨죠? 분명 같이 있었던 기억이 나는데." 팔머가 다급히 물었다.
"히츠 박사는 깨어나자마자 인공 신경망과 데이터베이스에 자신을 연결했습니다. 그걸 알았을 때는 이미…"
"지금 어딨냐는 말이에요, 시즌!" 팔머는 완전히 나가버린 목으로 소리쳤다.
"복도 끝쪽 중환자실이요, 박사님. 일단 진정하시고…"
팔머는 시즌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침대에서 뛰어내렸다. 발이 땅을 내딛는 걸음 하나마다 온몸의 근육이 부서지는 것 같았다. 시즌은 자빠지려는 박사를 부축해 중환자실에 다다랐다. 팔머의 눈에는 스캐너 디스플레이가 가장 먼저 보였다. 화면에서 회전하는 히츠의 뇌 모형은 붉은빛으로 들끓고 있었다. 식을 줄 모르는 용광로가 연상될 정도로 붉은빛이었다.
팔머가 절룩거리며 천천히 히츠에게 다가갔다. 소형 태블릿에 기록된 손상 내역은 숨이 붙어있는 것조차 기적일 정도라 말하고 있었다.
"나는… 아직도 상황 정리가 안 돼요. 히츠가 왜…"
"히츠 박사는 인공 신경망과 데이터베이스의 감염 인자를 모조리 정화했습니다. 그제야 수면 스캐너는 제작동을 했고요. 늦게서야 알았지만, 우리 기지 전원과 외부 인력 수만 명이 감염되어 있었죠. 그 덕에 박사님도 구해낼 수 있었고요. 방법은 알 수 없지만, 그가 우리 모두를 구한 겁니다."
"…"
팔머는 조용히 히츠의 손을 잡아주었다. 기억은 모조리 잃었지만 남은 감정만이 그를 추억할 수 있었다.
...
팔머 박사는 의료진들의 도움을 받아 안정을 취하고 건강을 회복했다. 기지에는 다시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팔머 박사는 업무에 복귀했고 수면변칙부는 그녀의 재임과 함께 안정화되었다. 시즌 박사는 수면 중 외부 인원과 소통할 수 있는 기술을 기획했고, 보조연구원 린치가 이를 마무리지었다. 히츠 박사의 신체는 불우한 이들을 위하여 기증되었다. 그는 재단 역사의 영웅이 되었으며 최고사령부 훈장을 받는 영광이 주어졌다. 나날이 조용할 수 없는 재단의 변방 기지에 잠깐의 평화가 찾아왔다.
히츠의 기억이 꽃향기에 젖어간다.
비행기는 사라지고 승무원은 잊혀진다. 가짜 990은 지워지고 담배 연기는 흩어진다. 꽃은 자신을 그늘 밑에 숨기고, 팔머의 조언을 어둠 속에 묻는다.
하지만, 기억 속의 불을 묻지는 못한다. 꽃의 뿌리를 태울 불 하나만은.
그렇게, 히츠는 꽃을 태운다.
더 큰 선을 위한 희생으로써.
귀여운 양들의 향연
구름 위의 양 한 마리
lecha 작“박사님, 안녕하세요.”
“잘 잤소, 캐롤라인 박사?”
“그럼요, 어제는 몸을 갉아먹는듯한 고통 같은 것은 하나도 없이 푹 잘 수 있었어요.”
“약물의 사용을 늘린게 효과가 있나 보군. 다행이군요,”
“박사님.”
“말하시오, 박사.”
“우리가 알고 지낸지 몇 년이나 되었죠?”
“글쎄요, 꽤 오래된지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군요.”
“한 팀의 팀원으로 만나서, 참 많은 세월을 정체모를 것들로부터 싸워왔죠. 아직도 현장에 있을때가 생각나네요. 제리는 잘 있던가요?”
“제리박사 말이오? 그렇소, 어제도 같이 이야기를 나누다 왔지.”
“그렇군요, 그 사람은 우리와 반대되는 조직에서 일 하다 온 사람이니, 그 누구보다 그곳의 정보를 잘 알고 있었죠. 루시는 어떻던가요?
아직도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나요?”
“없소, 몇 년 전 모든걸 썩어 없어지게 만드는 망할 장식을 회수하다가 손가락을 3개정도 잃은 후로는.”
“앞으로 살아갈 날이 길텐데, 그가 잘 적응하기만을 바래야겠네요”
“재단의 심리치료팀은 뛰어나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거요.”
“모두 잘 지내고 있다니 참 다행이네요, 제가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 클레비안 박사?”
“무슨 부탁?”
“클레비안 박사, 저는 이제 더 이상 이렇게 힘겹게 살아가고 싶지 않아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제가 맡은 업무의 인수인계는 다 끝난걸로 알고 있어요, 어제 왔던 요원이 말해주더군요. 그렇다면 이제 더 이상 이 숨을 붙잡고 있을 이유가 없겠지요.”
“하지만…”
“제 마지막 부탁입니다. 박사님, 제게 흘러들어오고 있는 이 약물을 최대치로 올려주세요, 제가 최대한 고통 없이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게요.”
“그건 안될 말이오 박사, 다시 일어나서 같이 일을 해야지. 사람들이 모두 기다리고 있소.”
“당신이 그들을 잘 이끌어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제발, 저를 이 고통 속에서 살아가게 놔두지 마세요. 저는 이미 몇 년이나 이것들과 싸워왔지만, 더는 이것을 붙들 용기가 없습니다.”
“…알았소. 잠깐만 기다리시오.”
대화를 마친 박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평소에 보여주던 기계적인 표정과는 다르게 그의 얼굴은 마치 크리스마스 장식을 연상시키듯 붉게 물들어 있었다.
박사는 떨리는 몸을 숙여, 캐롤라인의 주름진 얼굴에 키스했다. 그리고는 그녀를 쳐다보지 않은 채 그녀의 몸을 연결하는 수많은 약물관 중 하나를 잡았다.
그의 손이 익숙하게 밸브를 끝까지 풀자, 한방울씩 떨어지던 약물이 힘차게 그녀의 팔로 밀려들어갔다.
그녀의 의식이 희미해지기 직전, 박사는 뿌옇게 변한 시야 속에서 캐롤라인이 자신의 손을 들어올리는 것을 보았다.
주름진 손마디에는 기억나지도 않을 만큼 오래 전, 박사가 사준 작은 은반지가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박사는 놓칠새라 재빨리 그 손을 꽉 잡았지만, 이미 그녀의 눈은 속절없이 감기고 있었다.
수 초도 지나지 않은 그 짧은 시간 동안 들어올렸던 손이 힘없이 떨어지고, 그녀의 바이탈이 정지했음을 알리는 각종 기계음 속에, 박사는 무너지듯 그 가녀린 몸에 매달렸다.
병실 바깥에서 희미하게 울려퍼지는 캐롤 소리는 누군가의 탄생을 축하해줌과 동시에, 병실 안에서 새어나가는 작은 울음소리를 가려주고 있었다.
…
병실 내부는 여전히 어두웠다. 그러나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은 미약한 숨결은 아직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었다.
클레비안 박사는 보고서에 체크하는 것을 멈추고, 병상에 누워있는 캐롤라인을 응시했다.
힘겹게 숨을 내뱉는것과는 다르게, 그녀의 표정은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가기라도 한 듯 평화로웠다.
그녀의 몸에 연결된 바이탈 장치들은 꺼지지 않고 계속해서 그녀의 심장을 뛰게 만들고 있었다.
근 몇십년간을 계속해서 작동해온 그것들은 결코 그녀를 죽음이라는 기나긴 휴식 속에 데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희미한 기계음에 담아 내보내고 있었다.
그녀를 쳐다보는 클레비안 박사의 눈에는 아무런 감정도 깃들어 있지 않았다.
그는 매끈한 손을 들어올려 캐롤라인의 팔로 들어가고 있는 수액 줄을 확인했다.
희미한 색깔의 꽃무늬가 새겨진 작은 약병에서부터 흘러나온 무색의 약물은, 연결된 수액줄을 따라 그녀의 혈관 속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그는 그 약병을 뽑아서 뚜껑을 닫은 후, 자신의 가운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금색의 만년필을 뽑아 그가 들고 있던 보고서에 가볍게 메모를 시작했다.
-혼수상태의 환자 또한 scp 576의 변칙적인 효과를 받을 수 있다. 이는 복용자의 추억에 기반한 꿈을 만들어 냄과 동시에, 복용자의 REM수면상태를 유지하는 효과가 있다. 이는 현재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려진 재단의 변칙 개체들과 더불어 재단이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는 인원의 생명을 연장하여 정보를 뽑아내는데에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다.-
메모를 마친 박사는, 그녀의 침대에 붙어있는 금색 명판을 한번 손으로 쓸어내렸다.
양각으로 새겨진 동그라미 하나와 뒤의 숫자가 주는 차가운 감촉을 느낀 박사는, 그대로 그녀의 곁에서 벗어나 바깥으로 향했다.
크리스마스가 오기에는 한참 먼 밤이었고, 물론 성탄절을 알리는 축복의 캐롤 소리 또한 들려오지 않았다.
침대 위의 양 두 마리
ㅇㅇ 작일련번호: SCP-xxx
등급: 유클리드(Euclid)
특수 격리 절차: SCP-xxx-a는 5M×5M×3M부피의 강화 유리로 이루어진 우리에 격리해야 하며 이우리는 10M×10M×15M 크기의 방 중앙에 위치해있어야 한다. 방의 천장, 벽 그리고 바닥에는 각각 9개의 총 54개의 인공 관원이 설치되어 상시로 유리내부를 비추고 있어야 한다. 각각의 광원들은 9개의 발전기에 벽 하나당 각각 한개씩 병렬로 연결되어 있고 발전기와 광원들은 하루에 한번씩 점검되어야만 한다. 또한 SCP-XXXX-2은 적어도 한명의 SCP-xxx의 영향을 받은인원을 통해 격리실과 연결된 유리를 통해 육안으로 지속적으로 관찰해야만 한다.
SCP-xxx-a가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거나 탈출을 시도할 경우 대상의 그러한 행동이 중지될때까지 광원의 출력을 높임으로 대상의 행동을 저지해야한다.
설명: SCP-xxx은 인류 문화 전반에서 나타나는 변칙적 현상으로, 대부분의 인류 문화에서 나타나는 밤에 나타나 어린아이들을 잡아가는 가공의 존재에 대한 전설의 원인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현상은 타문화와의 교류가 거의 없고 심지어 SCP-xxx-a와 접촉한적이 없는 소규모 공동체에도 발현되며. SCP-xxx에 의해 나타난 전설들은 몇몇의 차이를 제외하고는 거의 동일한 특성(아이를 납치 한다거나 어둠속에 숨는다거나)을 보인다.
SCP-xxx-a는 SCP-xxx에 의해 나타난 전설에 묘사되어지는 존재로 보이는 지성을 가진 독립체이다. 대상의 외형적 특징은 가변적이며 이는 대상 스스로가 마음대로 제어할수있다. SCP-xxx-a가 변할수있는 최대 부피와 질량은 성인남성의 2배를 넘지 못하는것으로 보인다. 대상은 SCP-xxx와 관련된 전설의 존재를 아는 사람에게만 관찰되어질수 있다.
SCP-xxx-a는 자신을 비추는 광원이 없는 환경에있을경우 같은 환경을 가진곳으로 물리적인 방해를 무시하고 도약할수있다. 대상의 이러한 능력에는 거리제한이 없는 것으로 보이며 같은 환경에서 자신을 관찰하는 정신연령 20세 이상의 인간이 없을 경우 강한 현실조작 능력을 행사할수있다.
SCP-xxx-a가 격리되기 이전에는 대상은 주로 12세이하의 어린아이의 방의 침대밑이나 벽장속으로 능력을 통해 이동해 가족 구성원이 잠든틈을타 어린아이를 납치해서 잔인하게 고문해서 살해했다. 몇차례의 면담 결과 대상은 인간에 대해 매우 강한 증오심을 가지고있음이 판명되었다.
면담기록
본 면담은 SCP-xxx-a가 격리되고 6개월이 지난후 탈출시도가 눈에뛰게 줄어든후 -박사에 의해 진행되었다.
[면담시작]
-박사 : SCP-xxx-a? 요새 어떤가? 또 탈출하려고 하는건 아니겠지?(웃음)
SCP-xxx-a : 나를 그딴식으로 부르지마
-박사 : 좋아… 그럼 부기맨은 어때?
SCP-xxx-a : 나를 니들이 붙인 더러운 이름으로 부르지말라고!
-박사 : 그럼 어떻게? 바바야가? 망태기 할아버지? 크람푸스?
[침묵]
-박사 : SCP-xxx-a?
SCP-xxx-a : 너도 날 깔보고있지?
-박사 : 흠… 글쎄
SCP-xxx-a : 모두가 날 병신으로 생각하고 있어… 나를… 내 존재를… 고작 어린아이 어르는데나 사용하고있다고…
-박사 : 아직 너를 무서워하는 아이들은 꽤 된다네. 어른중에도 몇몇있고.
SCP-xxx-a : (흐느낌)난 밤의 지배자였어… 태양의 그림자에 숨어 그 누구도 모르게 행성을 집어삼키는… 우주를 떠돌며 모든 생명을 암살하는… 두려워 할수 조차 없는 절대적인 존재 였단말이야! 이렇게 침대 밑에 숨어서 멍청한 인간의 애새끼나 죽이는 하찮은 존재가 아니었단 말이야!
-박사 : 자네가 옛날에 그렇게 강했다면 지금은 왜 이런가?
SCP-xxx-a : 니들 때문이잖아 이 증오스러운 족속들아! 니들이 내힘을 빼앗아 갔잖아…
-박사 : 무슨말인가?
SCP-xxx-a : 어떻게 내 존재를 알아차린거야? 어떻게 나에 대해 모두에게 알린거야? 니들은 날 인식할수도 볼수도 없었는데! 갑자기 니들 모두가 나에대해 두려워 하기 시작했잖아! 누가 저 어둠속에 괴물이 있다고 말한거야? 누가 저 침대밑에 괴물이 있다고 까발린거야? 이제 이 행성위에서 나에대해 모르는 새끼들은 없어… 이제 난 그냥 어둠속에 쳐박혀 있길 좋아하는 병신이 되버렸다고… 내힘! 내권능! 모두다 사라져 버렸어! 하필이면 니들같은 하찮은 종족 때문에!
-박사 : 누가 자네에 대해 의도적으로 이야기를 퍼뜨렸다는건가? 그게 자네가 이렇게 된거랑 무슨 상관인가?
SCP-xxx-a : 그 씨발 새끼들…. 그새끼들만 없엇으면…
-박사 : 뭐를 말한는 건가?
SCP-xxx-a : …내가 니들을 증오하는 이유가 뭔줄아나?
-박사 : 우리가 너에대해 알고있어서?
SCP-xxx-a : 한개더있지
-박사 : 뭔가?
[침묵]
SCP-xxx-a : 그새끼들이랑 니들이랑 똑같이 생겼거든
[면담종료]
삼각균 작
일련번호: SCP-836-KO
등급: 케테르(Keter) 무효(Neutralized)
특수 격리 절차: SCP-836-KO-1의 지인이나 철학/논리학 학위가 있는 인원들로 SCP-836-KO 전용 연구팀을 구성한다. 연구팀은 SCP-836-KO-1이 정의하는 전능성에 대해 분석하며 SCP-836-KO 개체의 취약점을 도출해 격리를 설계한다. 해당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연구팀은 SCP-836-KO-1과 관련된 모든 기록에 접근할 수 있으며 필요할 경우 면담이나 실험을 실시할 수 있다. 분석한 결과는 문서 836ko/A에 정리되어 있으며 열람에는 4/836k 등급 보안 인가가 필요하다.
SCP-836-KO-1은 표준 인간형 개체 격리실에서 수면하며 실험을 제외하면 해당 개체는 약물과 수면요법을 이용해야 하며 이를 통해 SCP-836-KO의 출현 가능성을 최소화한다. 해당 사항을 제외하면 SCP-836-KO-1 개체는 비교적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
설명: SCP-836-KO는 특정한 논리의 전개를 통해 꿈에서 현실로 나타난 모든 변칙적 독립체를 지칭한다. 해당 논리는 전능성을 가진 존재는 꿈속에서 꿈 밖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전개되며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형이상학과 논리학 대한 상당한 지식이 필요하다. 또한 꿈속에서 해당 논리를 떠올리고 전개할 수 있어야 하므로 자각몽을 자유롭게 꿀 수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SCP-836-KO를 출현시킬 수 있는 개체(이하 SCP-836-KO-1이라 지칭한다)는 극소수일 것이라 추정되며 재단이 파악한 개체는 현재 어빙 박사가 유일하다.
SCP-836-KO 개체는 필수적으로 일종의 전능성을 가진다. 이 전능성을 포함한 대상의 모든 특성은 꿈에 기원하는 개체의 특성상 SCP-836-KO-1의 인식을 반영하게 되며 이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어빙 박사에서 기원한 SCP-836-KO 개체는 거의 완전한 전능성을 가질 것이라 추측되며 [편집됨]
SCP-836-KO는 19██/9/21, 제19기지에서의 출현으로 인해 최초로 발견되었다. 대상은 어빙 박사의 숙소에서 나타났으며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4시간 뒤 사라지기 전까지 대상은 [편집됨] 대상이 사라진 이유는 불명이다. 해당 사건으로 인한 어빙 박사의 징계는 연구를 위해 무기한 연기되었다.
부록-01: 19██/9/28, SCP-836-KO 개체가 다시 출현했다. 출현 4시간 뒤 교전 중인 요원과 SCP-836-KO 개체가 갑작스럽게 움직임을 멈췄으며 5초 뒤 개체가 사라졌다. 어빙 박사는 개체가 스스로 꿈에서 나왔으며 의도적으로 개체를 소환하지 않았다 밝혔다. 사건 이후 격리 절차에 약물을 복용한다는 내용이 추가되었다.
부록-02: 19██/10/12, 실험을 위해 어빙 박사에게 약물 복용을 멈추고 꿈속에서 개체를 소환한 뒤 통제를 시도하라고 지시했다. 실험은 주변 시설과 300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진행되었다. 연구팀은 약물의 효과가 남아있을 수 있다 판단했으며 관찰 기간을 일주일로 설정했다.
19██/10/15, 동공 활동을 통해 어빙 박사가 자각몽에 돌입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4시간 동안 지속되었으며 박사는 그 직후 깨어났다. 박사는 연구팀의 논리학 담당 인원들을 소집할 것을 요청했으며 3시간 동안의 회의 끝에 어빙 박사와 연구팀은 SCP-836-KO가 현실에 출현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SCP-836-KO를 무효 등급으로 재지정하는 것이 논의 중이다.
부록-03: 19██/10/17, 어빙 박사와 연구팀이 SCP-836-KO를 출현시키기 위한 논리 전개의 기초 단계에서 오류를 발견했다. SCP-836-KO가 실제로 출현했다는 것과 최초 출현 이후 실행한 연구에서는 어떤 오류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이는 CK 등급 사건을 의미할 수 있다. SCP-836-KO는 무효 등급으로 재지정되었다.
부록-04: 19██/11/7, 제19기지의 모든 인원이 움직임을 멈추는 일이 발생했다. 해당 사건 이후 어빙 박사는 숙소에서 바지에 배설한 채로 발견되었다. 추후 실시한 면담 결과 인원들은 “갑작스러운 경외심”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어빙 박사는 현재 정상적인 사고능력을 상실한 상태며 재교육을 시도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