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뼈를 묻다

오락실 겸 조리실 결 체육관 겸 시그마-66의 메인 브리핑실인 곳에는 두 개의 긴 의자가 놓여 있었다. 하나는 일반 의자의 용도로, 하나는 발 받침대 용도였다. 핏자국으로 물든 또 하나의 의자는 누구의 소유도 아니었다. 피의 주인은 중앙에 놓인 탁자 위를 뒤덮은 문서를 의심스럽게 쳐다보며 의자의 등받이에 기댔다.

실험실 가운을 걸친 여자는 등허리를 꼿꼿이 세워 앉았으며, 자신이 탁자 위에 올려다놓은 종이 방향으로 시선을 향했다. 뉴잉글리시 악센트의 희끄무리한 수염이 난 남자가 말문을 열었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명령하는 바가… 우리 회사에 잠입해서, 경비를 전부 피하거나 죽이고, 다른 건 다 놔두고 딱 하나…"

"디지털 햄만 가져오라고. 그렇지." 친구들에겐 비아라고 불리는, 기동특무부대의 우두머리인 데이비스는 자신의 성씨가 바뀌고 나서 좋지 않은 직장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데이비스는 분명 한 때 O5 평의회 인원이 적절히 도장을 찍었고, 옳은 위치에 서명했을, 탁자 위의 모든 서류들을 두 번씩 확인하였다. 그 서류들은 전부 데이비스가 본인의 팀에게 마샬, 카터 앤 다크의 주요 경매를 위해 목숨을 걸으라 전하라고 떠들어대고 있었다. 컴퓨터에 담긴, 자아가 있는 햄을 데려올 수 있는 기회를 붙잡으라고. 첫 레이아웃 체크에서 MC&D가 보안에 관한 한 자신들의 이름값에 따른 힘과 돈에 부응하는 모습이 드러났다. 데이비스는 유치한 불쾌감이 왈칵 들어 경비에 대한 장비의 비율을 세어봤는데, 숫자가 거의 정확히 똑같았다. 그 곳으로 가는 건 자살행위일 텐데.

데이비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그게 자신의 팀이 불린 이유겠지. 4등급 연구원인 자신조차 자신의 팀원의 생사에 관심이 없었다. 분명 이런 짓보단 더 나은 일을 하려 대학에 들어갔을 텐데, 망할. 자신이 아내에게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죽었을 때 아내에게 돌아갈 복리후생 제도뿐인, 말 그대로 죽어서야 끝이 나는 직업이 아니라. 데이비스는 자신이 이 직업을 갖도록 만든 것에, 그리고 이 직업을 갖도록 만든 사람들에게 화가 났다.

가끔 데이비스는 재단과 싸워왔던 조직만큼이나 재단을 증오하기도 했다.

뱀의 손에서 근무했던 수척한 남자는 매우 빠르게 자신의 손가락을 탁자에 두드리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병신같은 뭔가를 위해서 죽는다는 거로구만. 아주 좋아, 지금까지의 모든 임무랑 똑같네. 수감자들이 자살하러 갈 수 있는 또 다른 기회 말이야. 그리고 이번에도 좆같은 느그들한테 둘러싸여서."

이미 전투 준비로 팔을 붕대질하고 있는 한 여자가 남자를 흘끗 쳐다봤다. 여자의 발 아래, 늘 그렇듯 의료용 가방이 준비되어 있었다. 잭슨은 그럴 필요가 없다면 죽음을 절대로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 자신이 싫어했던 사람들일지라도. "화나게 하네요." 잭슨은 반대쪽 손목을 풀며 끙 소리를 냈다.

"잘 됐네." 도미닉이 의도적으로 잭슨으로부터 시선을 돌렸다. 도미닉은 탁자를 더욱 격하게 두드렸지만, 날카로운 의사의 사망자 명단에 올라가는 것에 대한 걱정이 그 이유의 대부분인 듯 했다.

자신의 의자에 걸려 있던 여자가 제비를 돌아 의자에 부드럽게 앉았다. 여자는 자신의 팔에 피로 완성시키고자 했던 문양과 문서를 차례로 바라봤다. 여자가 손을 들어올렸다.

"그래, 베를롯 양?" 데이비스는 시선을 종이에 고정한 채 말했다. 반예술가는 언제나 질문이 있었다.

"일단, 성씨란 건 나무성애자들한테나 필요한 거야. 아리에스라 부르라고. 술이라도 마신 건지." 베를롯은 또박또박 말하며 들어올린 손을 탁자에 탁 하고 내려놓았다. "그리고, 어째서 서류는 내가 저 혼돈의 악마바지 새끼랑 함께해야 한다고 할까?"

"죄송합니다만 부인, 저는 공포의 군주 기술자입니다." 반란의 대표가 혀를 쏙 빼물며 베를롯에게 말했다. 베를롯 또한 복수로 마주 혀를 내밀었다. 무례하기도 하지! "제 바지에는 악마도 없고, 저에게 주어진 역할을 하려 혼자 서 있을 뿐입니다. 시험을 통과한, 공포의 군주 기술자의 혼돈 팀의 진짜 일원으로서요!"

베를롯은 그의 발언에 반박하지 않았다. 공포의 군주 남자는 첫째 날에 자신이 합법적인 혼돈의 반란 시설에 있었다고 세뇌당했다. 베를롯은 상당한 금액을 지불해서라도 어떻게 그레니치를 망가뜨리지 않으면서도 그런 종류의 격한 세뇌작업을 실행했는지 알아내고 싶었으나, 그녀가 가진 반짝이는 쓰레기의 대부분은 자신이 잡혔을 때 몰수당했다. 데이비스는 그에 대한 답을 제공하고자 베를롯을 조용히 시켰다.

"맞아, 함께 간다. 그레니치 씨가 우리 중에서는 이 작전에서 대상을 우리와 함께 하자고 설득시킬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판단했거든." 데이비스가 탁자의 중앙에 작고 검은 직사각형을 내려놓는다. "USB 드라이브야. 너는 그레니치가 작업을 할 때 망을 봐주는 역할을 해야 해. 그리고 대상이 필요로 한다면 업무 대행 또한 제공해야 하고."

"으. 알겠어. 내가 미친놈이 드라이브 안에 햄을 넣을 수 있도록 해 줄게." 아리에스가 점묘법으로 붉은색의 작은 문양을 만들어내는 것을 끝마치고 더 많은 혈액을 얻기 위해 자신의 주사기를 가지러 돌아갔다. "그래도 안전하다는 게 장점이라고는 할 수 있겠네. 경비원 정보망에 따르면 '자살 옥션'이라는데. 뭐, 알잖아. 나는 준비 됐어."

기동특무부대 내에서 마샬, 카터 앤 다크의 멤버로서 해당 단체에 대한 지식의 주 제공자인 에드윈은, 열 다섯번이나 서류를 읽은다면 뭔가 다른 것이 보일 것이라고 믿는 듯 빠르게 서류를 뒤적였다. "농담하는 거지. 자아가 있는 고깃덩이 바이러스를 가져오려고 이 모든 변칙 물품이랑 저 을 싸그리 놔두고 오겠다고? 심지어 별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닌데!"

올리비아가 서류 한 장을 가볍게 쳤다. "이번 목표는 시간 제한이 있습니다. 개체 배후의 불명의 단체와 개체를 뒤쫓는 것들 또한 있죠.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 그룹이 어떻냐고요? 착한 자들입니다. 위험하게도 말이죠. 우리 재단은 이 조그마한 결함품이 그냥 알파테스트에서 실패한 결과물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개체는 잠재적인 컴퓨터 감시 능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빠르게 퍼져서 우리 외의 변칙적 조직들에게 심한 타격을 줄 수도 있죠. 지금은 그 어느 쪽도 할 수 없긴 합니다. 재단은 해미를 시야 밖으로 치우고 싶어하고요." 올리비아가 '해미'라고 적힌 데크스탑의 모니터 스크린샷 사진을 빙글 돌리고, '고ㄱ1를_먹다'라고 이름이 붙여진 솜털덩이 하나를 가리켰다.

"이게 해미를 컴퓨터에서부터 완전히 내보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게 추측하셨다시피 개체를 먹거든요. 햄 새끼한테 죽었다고 복창하라 전하세요. 우리가 발견한 방법은 컴퓨터를 해머로 쳐부수는 방법을 제외하면 개체를 제거할 유일한 방법일 테니."

올리비아는 종이들을 주워모아 책상 위에 툭툭 쳐 종이를 가지런히 하였다. "이게 우리가 찾아낸 개체의 마지막 버전입니다. 다른 모든 단서들에 따르면 햄이 다른 컴퓨터에 나타날 시에는 제거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MC&D가 최고의 바이러스 보안을 가지고 있고, MC&D의 코딩하는 친구들한테서 돈으로 햄을 빼낼 수 있다는 게 다행이네요. 우리는 햄을 찾아 자신을 만든 단체를 반드시 추적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햄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죠. 햄은 우리의 주 목적이며, 상부께서는 부대 전체가 더 작은 것을 탐하느라 위험 부담을 지는 것을 원치 않으십니다. 제 골머리를 썩히게 하거나, 또는 보안 문제로 대답 불가한 질문, 혹은 둘 다 포함되는 질문이 아닌 질문이 더 있으십니까?"

아리에스가 실망을 담아 손을 천천히 내렸다. 도미닉은 서류에 뚫린 종이를 잠시 노려보다 고개를 저었다. 잭슨은 자신의 손목에 있는 찍찍이를 끝까지 당겨 감고, 감사를 담아 양손을 풀 뿐이었다.

"그러면 질문은 없다는 것이로군요. 좋습니다. 출발하기까지 네 시간 남았습니다. 목적지에 도달하는 데 세 시간이 더 걸리고요. 경매 시작 전까지 지도를 검토하고 개인 서류에는 나와있지 않은 세부 사항을 논의할 시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준비하세요."

올리비아가 자리에서 일어서고, 나머지 인원들 또한 올리비아를 따라 일어났다. 도미닉은 자신의 서류를 뒤적이며 혼자 조용히 중얼거리고 자신의 방으로 바쁘게 걸어갔다. 잭슨의 입이 험해졌으며, 손에 감긴 랩을 하나하나 풀었다. 잭슨의 뒤로 방문이 부드럽게 닫히자, 누군가는 잭슨이 나중에 랩을 풀 뿐인 목적으로 다시 방에서 손에 랩을 감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잭슨은 한 때 그 행위를 반복하는 것이 생각을 돕는다고 말한 적 있었다.

에드윈은 목에 감긴 폭발성 목걸이 주위에 걸린 로자리오를 만지작거리며 방을 떴다. 밖으로 나가는 유일한 문을 나서며 흥분한 단 한 명의 재단 인원을 제외하곤 팀의 모든 인원이 그 폭발성 목걸이를 차고 있었다. 에드윈은 늘 그랬던 것처럼, 언제부터 일이 잘못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이제 아무도 늙은이의 후회를 들을 수 없는 곳에서 문을 닫고 침대 위에 올라 의미없는 기도문을 중얼거릴 것이다.

자신이 누구를 들이받아야 하든지 신경 쓰지 않는 척 머리에 숫양의 뿔을 단, 클라라라고도 불리는 아리에스는 자신의 붓을 주머니에 쑤셔넣으며 메인 브리핑실을 마지막으로 떠났다. 팔다리에 달라붙은 마른 핏자국이 갈라졌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금방 한 여자와 공유하는 화장실에서 얼굴에 그림을 그릴 테니까. 그리고 그림을 씻어내지 않는 이상 자연스럽게 떨어져나간다면 제 역할을 다 할 것이다. 아리에스는 진짜 예술에 대한 작업을 수행할 때 만났던 친구들에게 분명 편지를 쓸 것이다. 아리에스의 친구 중 몇몇은 완전히 다른 역할으로 재단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봉투는 늘 그렇듯 비어있었다. 아리에스는 떠나기 전에 봉투 안에 다른 편지를 집어넣으려 했다. 편지는 아리에스의 방구석에 있는 무더기 위에 쌓일 것이었지만, 아리에스는 모든 편지를 전부 봉투에 집어넣었다. 만일 자신이 나이가 충분히 들었다면 편지를 부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 텐데.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는 단 하나도 없었다.

모두가 떠나자 긴 망토를 입고, 새의 두개골 귀걸이를 하였으며, 가짜 마이크로칩 꼬리가 달린 헤어밴드를 쓴 아이작 그레니치는 소파에서 기지개를 폈다. 그레니치는 천장을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흥얼거렸다. 자신이 동경했던 반란을 위한,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어 행복했다. 재미있는 임무가 될 것이다. 비록 모든 비관주의자들이 자신의 방에 축 늘어져 죽음을 예상하고 있지만.

좋은 예감이 들었다.

< 기동특무부대 시그마-66 작전 후 심리평가 | 아주 다른 말투로 기록된 두 대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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