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두려움을 무릅쓰고 고개를 들어보니 하늘은 꽉 차 있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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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 링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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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가: +1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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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언제나 별을 사랑했다.

안개 나루, 공식 명칭 무진에선 별이 잘 보이지 않는다. 자욱한 안개 때문이다. 안개 나루에선 사시사철 안개를 볼 수 있다. 타인은 이 안개를 안개 나루의 특산물이라 칭할 만큼 좋아했지만, 난 아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별이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네온사인이 별을 잘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별 말고도 빛을 내는 것이 너무 많다. 하지만, 난 그 원인을 안개로 지목할 수밖에 없었다. 예로부터 무진은 시골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난 별을 보고 싶다면 언덕으로 올라갔다. 집으로 나온 다음, 앞쪽으로 50보, 왼쪽으로 100보 정도를 걸어가면 큼지막한 언덕이 보였다. 16척 정도 되는 크기였다. 봄과 여름에는 푸른색이었다가, 가을쯤 되면 살짝 갈색빛이 돌았다. 겨울이 찾아오면 눈이 쌓여서 하얀색이었다. 난 그 언덕이 좋았다. 그 언덕만큼은 안개에 잠기지 않았다. 언덕의 맨 위쪽에는 그루터기가 하나가 있었는데, 딱 앉기 좋았다. 여러모로 별을 보기 적합한 장소였다.

매일 밤마다 언덕으로 달려갔다. 언덕을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별이 더 많아지는 걸 느꼈다. 그렇게 언덕 끝까지 올라가면, 별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은하수도 가끔씩 보였다. 북쪽에선 북극성이 보였다. 그때쯤 기진맥진한 상태로 그루터기에 앉았다. 몇몇 거대한 별을 중심으로 별이 촘촘히 모여 있는 모습은 날 놀라게 했다. 안개 나루는 원래부터 별이 잘 보이는 지역이었다. 그저 안개가 이를 가렸을 뿐이었다.

언덕에 올라가기 전에 집에서 수첩과 연필 하나를 들고 갔다. 그렇게 그루터기에 앉으면, 별을 감상하다가 수첩과 연필을 들었다. 그러고선, 수첩에 악보를 그리고 작곡을 했다. 음표, 박자, 이런 것들은 밤하늘을 보며 생각했다. 밤하늘에 별이 촘촘하면 그날은 박자가 빠른 곡을 작곡했다. 밤하늘이 유난히 밝으면 그날은 높은 음을 중심으로 작곡했다. 밤하늘에 빨간 별이 많으면 그 날은 신나는 느낌으로 작곡을 해보았다. 별을 볼 때마다 작곡이 잘되는 느낌이 들었다. 별이 나에게 작곡을 어떻게 할지 알려주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집으로 발을 옮겼다. 방에 들어가면, 피아노 앞에 앉아 작곡한 곡을 연주했다.

시간이 지나며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난 매일 밤마다 언덕으로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작곡했다. 핸드폰으로 작곡을 할 수 있는 걸 알았지만, 난 수첩과 연필이 더 손에 맞았다. 슬프게도 피아노 연주곡 말고 다른 악기를 작곡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피아노로도 할 수 있을 게 많을 거로 생각했다. 무엇보다 피아노 특유의 청명한 소리가 좋았다.

별을 보지 않으면 작곡하기 힘들어지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유는 모르겠다. 별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가며 비평해 주더니 하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작곡을 하기 힘들었다. 가끔 방에서 작곡을 하기도 했다. 대부분은 불협화음 투성이였다. 남 들려주기 애매하고 부끄러운 노래, 딱 그런 분류였다. 그렇기에 난 최대한 자주, 그리고 오래 언덕 위로 가기 위해 노력했다. 그 순간만이 내 삶의 안식처였으리라.

하지만, 난 내 마음을 읽지 못했다.


난 작곡을 그저 취미로만 생각했다. 예술가는 배고팠고, 그게 상식이었다. 적절한 진로를 찾고, 적절하게 행동하면 어떻게든 살아가겠지,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다가 13살쯤에 생각이 변했다. 어김없이 언덕으로 가기 위해 수첩과 연필을 들고 집 밖으로 나갔다. 그때쯤에 번쩍이는 섬광을 보았다. 거대한 음악 소리를 들었다. 안개를 뚫고 다가갈 만큼 거대한 섬광이었으리라. 난 번쩍이는 호기심에 곧 그 근원으로 발을 옮겼다. 공원에 한 밴드가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곳곳에선 섬광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그것은 빛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그건 마법이랑 비슷했다. 후에 안 사실로, 이를 전문 용어로 기적술이라 부른다고 한다.

난 그 광경에 매료되었다. 기타는 힘차게 코드를 연주하고 있었고, 드럼 또한 정박을 연주했다. 보컬 또한 여린 듯하면서도, 힘이 넘쳤다. 베이스 또한, 신기하게도 매력을 뽐냈다. 그 모습이 그 마법과 더해지니, 매료되지 않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자리에 털썩 앉아 천천히 그 광경을 구경했다. 한 명 한 명의 능력은 생각보다 뛰어나지는 않은 거 같았다. 하지만 함께 연주하니, 곧 단점은 사라지고 장점은 더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음색 하나 하나에서 영혼이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그렇게 모든 연주가 끝나니 시계는 10시를 가리켰다. 취침 시간을 훨씬 넘겼지만, 내 밤은 끝날 일이 없었다. 난 그들에게 뛰어가, 묻고 싶은 모든 걸 물었다. 모든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대부분이었다. 지금까지 기억하는 건 거의 없었다. 그래도, '거의'는 기억에 남는 게 조금이라도 있었다는 뜻이다. 첫 번째로 기억에 남는 건 그들이 한낮의 떡갈나무 유랑극단의 잎이라는 점이었다. 잎, 예쁜 이름 아닌가? 아무튼, 그들은 절제된 유랑극단에서 가장 자유로운 존재라고 자칭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딱 적당한 표현 같다.

그들은 밴드를 결성한 이유를 짧고 강렬히 설명해 주었다. 그들은 이것을, 자신들이 원하기 때문에 결성했다. 자신들이 스스로 떡갈나무에게 다가갔고, 그렇게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시대를 확실히 긍정적으로 보내고 싶었고,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음악가에게 중요한 것은 대담함이라고 하니, 그들은 확실히 대담했다.

그들은 자기들이 원해서 잎이 되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했다.

늦은 밤이었지만, 난 집으로 가지 않고 그 언덕으로 걸어갔다.

언덕 위 그루터기에 앉으니, 밤이 어느 때보다 더 촘촘하고 밝아 보였다. 밤이 드세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난 별을 보면서, 내 꿈을 수정했다.

난 음악가가 되고 싶었다.


그 뒤, 집에 돌아오자 어머니에게 혼이 났다. 어머니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묻어 있었다. 난 연신 죄송하다는 말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침대에 눕자, 스르륵 잠이 들었다.

그렇게 시간은 천천히, 하지만 빠르게 지나갔다. 시간은 느리다고 느끼면 빠르게, 빠르다고 느끼면 느리게 지나갔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니, 풍경이 변하기 시작했다. 벚꽃이 피면 곧 해가 쨍쨍하다가도, 곧 단풍이 물들었고 그러다가 눈이 포근하게 땅을 품었다. 하지만 이렇게 변하는 시간도 내 발걸음을 멈추기엔 부족했다. 밤마다 언덕으로 발을 옮겼고, 그곳에서 곡을 써 내려갔다. 이러니, 내 작곡 실력은 문자 그대로 일취월장하기 시작했다. 자신감도 붙기 시작하니, 곧 대담한 사람이 되었다.

스무 살이 되자마자 대담히 큰 결정을 했다. 그 큰 결정이란, 바로 떡갈나무에 입단한 것이다. 그 과정은 나이를 먹으니 좀 가물가물하지만, 좀 뜻깊은 기간인 건 확실하다. 가지라고 불리는 자들 앞에서 연주를 한 건 기억난다. 학창 시절 때 몇몇 악기를 배운 게 다행이었다. 그렇게 1~2주의 적응 기간이 끝나니, 난 완전히 잎이 되었다. 떡갈나무를 뒤에 지고, 음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본디 떡갈나무의 잎은 여러 장소를 움직이며 곡을 써 내려가고 공연을 하지만, 난 아니었다. 내 거점은 일편단심 내 고향 무진이었다. 다른 장소에서 별을 보며 작곡을 한 적도 있지만, 그 언덕 위에서만큼 작곡이 잘되지 않았다. 별이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일까, 싶기도 하다. 그곳만큼 별이 잘 보이는 장소는 본 적 없었다. 별을 보는 순간에만 작곡을 할 수 있는 건 내 단점인 건 확실했다. 난 내 장점을 더 강조하는 길을 선택했다. 한 음, 한 박자 정성을 부어 작곡했고, 그렇게 첫 번째 곡을 발매했다. 17분 정도 긴 길이의 피아노 연주곡이었고, 그곳 위에 내 목소리를 얹었다. 내 목소리는 언덕 위에서 뿜어져 나온 소리였다. 바람 소리가 섞여 들어갔지만, 난 오히려 좋다 하고 집어넣었다. 노래 연습은 전혀 하지 않아 살짝 어색하기도 했지만, 해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한 결정이었다.

그렇게 내 음악 생활이 시작되었다. 비록 피아노 연주곡에 목소리뿐인 단조로운 음악이었을 뿐이었지만, 사람들은 이에 열광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난 또 다른 시도를 하고 싶어졌다. 내 음악 생활은 이에 반복이었다. 첫 공연도 기억에 남는다. 소박했고 기적술사 또한 없었지만, 환호성만큼은 다른 음악가에 꿇리지 않을 수준이었다. 공연이 끝나면 다른 곡을 구상했고, 그러다가 잠에 들었다. 이렇게 60일을 지내다 보면, 다음 앨범이 나왔다. 그렇게 앨범이 나오면 다시 한번 공연을 돌았고, 그러다가 공연이 끝나면 언덕으로 가 작곡을 했다. 그 언덕과 난 절대 떨어질 수 없는 관계였음이 분명했다. 정확히는, 별이다.

별이 존재치 않으면 난 음악 생활을 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살아남을 수는 있었을까, 그것마저도 의문이다. 별은 나에게 작곡할 힘을 주었고, 영감을 주기도 했다. 별이 없으면 작곡을 할 수 없는 몸이 된 건 아쉬운 일이 확실했다. 하지만, 난 이것이 별과 더 가까워지라는 계시로 받아들였다. 비록 별과 관련한 음악을 쓴 적은 없지만, 난 별을 소중히 대했다. 별은 나의 형제였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간은 흐른다. 1년이 지나면 곧 3년이 지나고, 3년이 지나면 5년이 흐른다. 12년 정도가 지난다. 시간은 참 빠르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별은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이 문장이 과거형인 것에 주목하라.


나이 32세. 음악가 생활 12년 차에 접어든 순간이었다. 가수라는 단어는 나와 맞지 않은 것이, 난 내 목소리를 중심으로 노래를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난 음악가나 작곡가라는 수식어가 더 잘 맞는다 생각한다.

늘 똑같은 날이었다. 별이 가장 많이 있을 시간이 오기 1시간 전, 공원에서 간단히 공연을 했다. 내가 음악가를 꿈꾼 그 공원이었고, 그렇기에 더 힘이 들어갔던 것도 같다. 힘차게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고, 그럴 때마다 관객들은 환호했다. 작은 공원인만큼 사람은 많이 없었지만, 그들 한 명 한 명이 귀를 훤히 열어두고 있음은 확실했다. 난 무아지경에 빠질 정도로 연주했고, 형식적일지 아닐지 모를 박수 소리와 함께 퇴장했다.

난 공연이 끝나면 대부분 걸어서 귀가했다. 일단 난 무진 내에서만 활동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러면 언덕으로 가기 편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그 시절에 걷지를 않아서 체력이 꽤 약해진 것도 있다. 술이라도 왕창 마셔대면 내 몰골이 말이 아니었을거라 막연히 생각했다.

걸어서 귀가할 때 보이는 건 두꺼운 네온사인과 안개 뿐이었다. 전에도 말했지만, 난 안개가 싫었다. 안개 속에 있으면 우울해지는 거 같기도 했다. 흐릿하고, 우중충하다. 난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무엇보다, 안개가 있으면 별이 잘 보이지 않는다. 같은 의미에서 미세먼지와 황사도 싫어한다, 만국공통이긴 하다만.

가끔 내 미래를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내가 80살까지 나이를 먹어도, 난 아직도 음악을 작곡하고 있을까? 그때까지 내 목이 정정할까? 내 손가락이 붙어있을까? 뭐, 솔직히 말하자면 내 정신력이 버티지 못할지도 모른다. 나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요양원에 들어갔을지도 모르지. 그래도 난 피아노를 찾아다닐 거 같다. 아니면 휠체어를 이끌고 별을 찾으러 가던가. 둘 중 하나 아닐까, 싶다. 아님 정정해서 여전히 음악을 작곡하거나. 가장 최선의 미래다. 이렇게 이런 저런 상상을 하면,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 시간은 상대적이며, 이건 아직도 여전하다.

이렇게 이런저런 상상을 하다가 언덕으로 올라섰다. 이 16척 정도 되는 높이는 늘 날 반겼다. 이곳까지 걸어서 왔으니, 다리가 아팠다. 하지만 괜찮았다. 난 그저 별을 보러 왔고, 그루터기 아래에서 머리를 굴리며 음표를 그리면 되니. 그러다가 시간이 되면 다시 돌아갔다. 그뿐이다. 그루터기가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난 그 머리 위에 앉았고, 곧 수첩을 품에서 꺼냈다.

하늘을 올려다 보자 별은 여전히 하늘 위에서 빛나고 있었다. 늘 보였던 풍경이었다. 10분 동안 천천히 별을 감상하고, 수첩을 꺼내 악보를 쓴다. 매일 같이 해오던 루틴이었고, 늘 익숙했다. 하지만, 그 익숙함을 깨는 무언가가 있었다. 몇몇 별이 있어야 할 장소에 없던 것이다.

왼쪽으로 살짝 왼쪽 방향에선 푸르게 빛나는 별이 있었지만, 그때는 보이지 않았다. 또 언덕 중앙에서 고개를 들어보면 정확히 위에 붉게 빛나는 별이 있었다. 이것도 없었다. 여러 별들이 보이지 않았고, 난 그저 의아하게 생각할 뿐이었다. 하지만, 딱히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남은 별들은 내 곁을 지켜줄테니. 그러면 내 음악 생활도 그 별들의 은혜를 계속해서 받을테니. 그날도 무난하게 작곡을 끝마치고, 수면에 들었다.

생각해보면, 좀 걱정하는 게 맞았던 거 같다. 별이 날이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는 걸 알아챘던 건 10일이 지나서였다.

하루가 지날수록 공허해지는 밤하늘을 보며, 진심으로 걱정하기 시작했다. 이 별들은 다 어디로 가는 것인가? 작곡 실력 또한 퇴보를 거듭하기도 했다. 별이 사라지니 내 작곡 실력 또한 줄어드는 것 같았다. 아님 내 걱정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생각을 끊고 싶어졌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비어가는 별들을 보면 생각을 계속할 수 밖에 없었다.

15일 차에 들어서면 유난히 빛났던 별들만이 살아남고, 연약한 별을 곧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없게 된다. 별 대부분이 날 떠났다. 가히 절망스럽다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젠 수첩을 들고 펜을 집어도, 영감이 솟아오르지 않는다. 모든 음악에는 영감이 필요한 것은 아니나, 나에게는 필수와도 비슷한 존재였다.

실망 속에서 집에 가던 길에, 행인들한테서 한 가지 사실을 듣게 되었다. 빛은 굉장히 빠르다. 그래서 '광년'이라는 단위가 있는 것이다. 빛이 1년을 가는 거리, 그것이 광년이다. 그렇기에, 별이 만약 죽더라도 우린 그 별을 죽은 걸 매우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알아차리게 된다. 별의 빛이 꺼진 걸 알아차릴 때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기에. 내가 그동안 보던 별들 중 몇몇은,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렇다는 것은, 저 별들은 이미 죽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미 꺼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린 매우 빠른 속도로 그 별들이 죽었다는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다. 현대 과학을 완전히 부정한다.

20일이 지나니, 세상이 깜깜해졌다.


그 날은 내 형제가 요절한 날이다. 요절, 이라는 표현이 괜찮은지도 모르겠다. 행방불명이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표현을 찾는 것 또한 부질없게 느껴지는구나.

세상은 시끄러웠다. 하지만, 나에게는 고요하다고 느껴졌다. 귀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특히 음악 소리가. 별을 보지 않으면 음악을 작곡할 수 없는 이 몸뚱아리에서,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마치 성대를 잃어버린 성악가와 비슷했다.

텔레비전에선 여러 높은 사람들이 나와 말을 마구 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말하기를, 이 현상은 과학적으로 해명이 불가능했다. 먼저, 별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부터 이상했다. 별은, 원래 사라지면 우리 눈에는 최소 1년 이상은 우리 눈에 남아 있는다. 광년은 빛이 1년을 가는 거리인데, 별은 우리와 1광년 이상은 떨어져 있으니. 하지만, 이번 사례는 아니었다. 빛의 속도가 전보다 매우 빨라진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보는 방식이 달라진 것인가? 의문 투성이였다. 나도 그렇다.

시도가 중요하다고 늘 들어왔다. 10살 때 이후 처음으로 별을 보지 않고 음표를 그렸다. 결과는 굳이 말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 수첩을 집어던지고 싶어지기도 했다가, 곧 고통스러워져 침대 맡에 몸을 웅크렸다. 피아노를 쳐보기도 했다. 별이 없으니 모든 소리가 불협화음을 구성하는 것처럼 들려온다. 무기력하다. 그렇게 아침, 점심, 저녁을 걸렀다. 하지만 배를 곯았다는 감각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한 고통이 다른 고통을 능가하면, 더 작은 고통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몸을 웅크리고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시계는 11시를 가리켰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 언덕으로 올라갔다. 수첩과 연필을 품에 안고. 그 16척은 이제 나에게 256척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그 정상을 보면, 그루터기에 앉아 별을 기다렸다. 그루터기는 축축하다. 물기가 묻어있지만, 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염 없이 별을 기다렸다. 세월아, 네월아하며 별을 기다렸다. 별, 별, 작은 별, 큰 별. 그러나, 그 맑은 하늘에는 달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난 부질없는 희망을 놓지 않았고,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그루터기 위에서, 별을 기다리며 밤을 보냈다. 하지만 오지 않았다.

큰 결심을 해야 할 순간이 왔고, 12년만에 — 난 떡갈나무에 잘 가지 않는 편이었다. — 떡갈나무에게 갔다. 12년 동안 바뀐 것은 적었다. 난 가지에게 음악을 관두겠다 선언했다. 그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렸고, 의아해 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난 더 이상 음악을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감각점에서 중추신경계까지, 모든 신경을 관통하며 깨달았다.

돌아가는 길에, 이 고통을 잊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는 길에 맑디 맑은 소주 한 병을 샀고, 집에서 단숨에 들이켰다. 취기가 내 몸을 감싸니, 그나마 현실에서 멀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곧 현실이 돌아오는 걸 자각하니, 더 고통스러워졌다. 그렇게 한 번 더 들이키고, 한 번 더 들이키다 보니, 정신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취기에 둘러싸여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해지면, 기행을 벌이기 마련이다. 집 밖으로 나와, 큰 목소리로 외쳤다. 돌아와라, 돌아와라. 돌아와라, 돌아와라. 그렇게 외치다 보니 곧 감성적으로 변해, 땅 바닥에 앉아 한 없이 흐느꼈다. 하늘이 꺼져라 울어보니, 속이 후련해진 듯 후련하면서도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공허했다.

깜깜한 하늘을 바라보려고 했다. 하지만 올려볼 수 없었다. 그저 공허했다. 무기력했다.

그렇게 시간은 하염 없이 지나가고, 현대로 시간은 이동한다.


침대 맡에서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있었다. 오늘 하루도 한 끼도 먹지 않았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저 공허했다.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생각을 하면 곧 고통스러운 기억까지 떠오르기 때문이다. 피아노에는 먼지가 소복히 쌓여있다. 연주를 하지 않은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 기간은 기억나지 않는다. 어림도 할 수 없다. 수첩 또한 동일하다.

그나마 먼지가 쌓이지 않은 것은 병원 진단서다. 10개월 전에 병원에 간 뒤 받아온 것이다. 병원에서 말하기를, 내 간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전문 용어로 간암이라고 한다. 2년 동안 알코올 의존증으로 의심받을 정도로 술을 마셨고, 그렇게 됐다. 의사는 내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답했다. 물론 기술의 발달로 어느 정도 치료가 가능했지만, 난 거부했다. 잘 모르겠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의욕이 없어서 일지도. 어떻게 보면 비의도적 자살과도 같았다.

하지만 내 생활은 바뀌지 않았다. 매일 같이 술을 마셨고, 매일 같이 공허를 응시했다. 반복이었다. 가끔 떡갈나무에서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 하지만 날 그렇게 자극하지는 못했다. 대부분은 제대로 들려오지 못했다. 지금은 그저 공허하다. 이 공허함은 내 신체 상태로도 전파된다. 날이 갈수록 차가워지고 말라간다. 배가 아프다. 창 밖을 바라보니, 안개가 보인다.

안개, 안개. 그저 날 차갑게 안아준다. 안개가 있기에, 난 밖을 응시하지 않을 수 있다. 안개 덕분에 사람들을 보지 않을 수 있다. 안개를 보다 보면 생각이 없어지기도 한다. 난 그 순간이 좋다. 지금은 밤이지만, 안개가 짙게 보이는구나. 이러다가 보면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난 왜 안개를 싫어했을까? 그 대답은 간단한다. 별을 가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가려질 대상이 없다. 그러면 증오는 사그라진다.

그러다가 문뜩 옛날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희망에 가득찼던 시절이었다. 큰 야망을 가졌었고, 행복을 추구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생각을 멈추고 방에 틀어박혀 있다. 이런 생각을 하니 더 고통스러워졌다. 그렇기에 생각을 멈추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시절 추억은 아주 매력적이기에, 난 더욱 생각한다. 그러다가 현재와 과거를 비교하여 더 고통스러워진다. 행복과 고통이 동시에 있다.

난 곧 그 언덕을 생각한다. 별을 보러 가기 위해 갔던 언덕. 지금은 가치를 잃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추억이라는 가치가 남아있기에, 아직까지 존재하는 것 아닐까.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긴다. 그러다가 먼지가 짙게 쌓인 수첩을 보고, 난 그 수첩에게 다가간다. 먼지를 후 불어보니, 헤지고 변색된 종이가 드러난다. 하지만 음표는 아직도 그 자리에 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런 음표를 보더니, 언덕에 올라가고 싶다는 충동이 느껴진다. 그러다가 그 충동이 곧 내 몸에서 축적된, 그런 욕망이란 걸 인지한다. 그 음표처럼 추억도 여전했던 걸까. 오늘이 내 인생 마지막 날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그 언덕으로 다시 올라가고 싶어진다. 다시 한 번 음악을 하고 싶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는 걸 깨닫는다. 이 몸뚱아리로 그곳으로 걸어갈 수 있을까, 라는 의문까지 든다. 하지만, 인간은 무모한 도전을 하기에 가치가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상기한다.

수첩 하나를 품에 끼고 밖으로 나간다. 차디찬 안개가 내 옆을 지나간다. 아랑곳하지 않고, 그 언덕으로 발을 옮긴다. 오랜 시간 동안 그곳에 가지 않았기에, 길이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결국엔 그 길을 찾아내고 언덕과 마주한다. 정말 오랜만에 밟아보는 16척이었고, 한 걸음 한 걸음이 힘들었다. 슬픈 진실로, 올라가는 길에 각혈을 했다.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발이 좀 더 빨라지는 것만 같다.

그렇게 결국 어둠과 안개를 뚫고, 언덕의 끝을 마주한다. 그 그루터기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 버섯이 조금 자란 것만 빼면. 난 그 그루터기에게 다가가다, 잠깐 넘어진다. 넘어지면서 각혈한다. 피가 잔디에 묻었다. 하지만, 이건 중요하지 않다. 그 그루터기에 앉아, 그 하늘을 바라본다. 몸이 차갑고, 감각 하나하나가 둔해지는 듯하다. 마지막 남은 마음으로, 위를 올려다본다.

저 빛나는 것은 무엇인가?

별이다.

아아, 별. 별.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그것이 밉다. 말 없이 사람을 떠난다는 것은 지극히 비도덕적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애틋하게 보인다. 아아, 북극성이여. 아아, 저 큰 별이여, 그리고 그 근처 작은 별이여. 은하수는 보이지 않는다. 배가 아프고, 점점 더 몸이 야위어간다. 하지만, 저것만은 뚜렷하게 보인다. 별, 별. 별이여, 당신을 기다려왔다.

의식이 희미해지는 걸 느끼자, 마지막 한마디를 남기려 온 힘을 쓴다. 그 힘은 성대에 맺힌다. 쉰 목소리가 힘겹게 진동한다. 왜 이제야 온 건가, 왜 떠난건가. 왜 이리 늦었나.

난 언제나 별을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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