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을 사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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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렸을 적에, 어머니가 별이 되셔서
어머니에 관한 기억은 별로 생각나지 않습니다.

너무 어렸을 때였고
또 너무 오래전 기억이라
지금은 어머니의 얼굴조차 가물가물합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머니는 늘 바쁘셔서
자주 보지도,같이 있어주지도
못해주셨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굉장히 좋으신 분이셨고
늘 저를 아끼고 사랑으로 보듬어주셨다는 것은 기억합니다.

집으로 돌아오신 어머니가 저를 껴안아 주셨을 때
그 품이 매우 따뜻했었고, 또 매우 포근했었다는 점은 기억합니다.

그런 어머니께서, 딱 한번
제 작은 손을 꼭 잡으시고
해가 거의 다 저물어가는 늦은 저녁 시간에
밖으로 놀러 나갔던 적이 있습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울창한 나무 숲 사이로 차 하나가 지나갈 수 있는 작은 길 하나와
사람들이 지나갈 수 있는 계단 하나가 있는
언덕을 저를 데리고 올라갔었습니다.

언덕 위에는 작은 천문대 하나와 탁 트인 평원이 있었고
그 위로는 셀 수 없을 정도의 수많은 별들이
밝게 빛나서 그리 어둡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날 어머니는 천문대에서 커다란 망원경으로
여러 별들을 보여주시고 또 알려주셨습니다.

그저 밤하늘에 보이는 반짝이는 점들이라 생각했었던 별들이
그렇게나 아름답게 보였던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두 눈을 반짝이며 천체망원경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저에게
어머니는 활짝 웃으시며 자신의 직업이 이런 걸 하는 사람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동안 천문학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몰랐었던 저는
그 말을 듣고는 어머니의 직업이 매우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항상 천문학자를 동경해왔습니다.
언젠가 나도 어머니처럼 멋진 천문학자가 되겠다고 꿈꿔왔습니다.

현재 어른이 된 저는 비록 천문학자가 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마음껏 별을 바라 볼 수 있는 제57K기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곳의 하늘은 그때 그 천문대처럼 수많은 별들이 보입니다.
기지에 있는 커다란 망원경으로 별과 달도 볼 수 있습니다.
이곳이 숲으로 가려진 언덕 위에 있고, 또 탁 트인 평원도 있다는 점이 그때 그 곳과 똑같이 느껴집니다.

가끔씩 별들을 보면 그때 그 추억이 떠오르곤 합니다.
그 몇 안되는 어머니의 기억들이 떠오를 때 마다 마음 한 구석이 울컥해지기도 합니다.
또 그 순간이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아마 어머니께서는 저 밤하늘의 별들 중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 되어서
어디선가 저를 지켜보고 계시겠죠.

그렇게 느껴질 때마다 저는 이 한순간 한순간을 좋은 추억으로 남기려 합니다.
그리고 매 순간을 기억하려 노력합니다.

이 순간도 언젠가는 그때 그 추억처럼 그리워 질 수도 있기에
저는 모든 순간들을 기억하려 합니다.

오늘은 참 별이 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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