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을가 허브



밤.

산새 우는 소리가 마치 먼 곳에서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지는 시간이다.

후미진 선방에는 아무도 드나드는 소리 없고, 어둠만이 깔리었다.

그저 정적만이 세상을 지배할 뿐.

오늘은 잠에 들면 안 된다.

배우는 자로서의 마지막 날. 준비되었다고 자임하는 자는 뜬눈으로 밤을 새워야 한다.

지난 삶과 앞으로의 삶은 다를 것이다.

구도자는 깨달음을 기다리듯 다가올 여명을 기다려야만 한다.

그것이 세을진인이 되고자 하는 자의 마지막 업(業)이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긴 참선의 시간.

감은 눈 너머로 어떤 형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는 얼굴과, 모르는 얼굴들이다. 여섯 명의 사람들이 방 안에 좌정하고 있다.

아는 얼굴을 직시한다.
지금 저 너머에서 다가올 내일을 준비하고 계실 스승이다.

모르는 얼굴들을 직시한다.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두렵고 의아한 낯빛을 애써 걷어낸다.

얼굴들이 한목소리로 외친다.




진인이 될 제자야.

너는 고개를 들고 귀를 열어,

뭇 스승들의 이야기를 들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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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을가란 단순한 종교가 아니다.

그것은 깨달음이다. 지나친 모든 것은 번뇌를 낳으며, 그것은 곧 죄악이라는 깨달음이다.

그것은 정언이다. 모든 존재는 다가올 정토 이쿠나안에 자리가 예비되어 있다는 정언이다.

그것은 가르침이다. 육(肉)의 고(苦), 행(行), 명(明), 퇴(退)가 다르지 않다는 가르침이다.

그것은 약속이다. 언젠가 돌아와 이 땅의 억조창생을 제도하고 정토로 이끌리라는 천인교사의 약속이다.

그것은 기억이다. 짓밟힌 모든 육(肉)과 혈(血)의 기억이다.

그것은 배곯음이다.

그것은 우리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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