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숨을 들이쉰다. 다시 한 번 더 숨을 쉬기 위해서.
여름의 먹구름 속에선 물방울 대신 불꽃이 내린다.
한숨을 내쉰다.
입김에 흩어지는 담배 연기 사이로 거울이 드러난다.
나는 군복을 입은 청년이었다.
작은 틈 하나 없이 빽빽히 쌓여가는 시체 속에
틈새 사이로 흘러나온 눈물과 피가 나를 집어삼킨다.
전우의 다리를 내 손으로 잘라내야만했다.
나는 군복을 입은 청년이었기 때문이다.
두려움에 떨며 총을 잡고 있었다.
내 눈 앞에는 옆집에 살던 아저씨가 서있다.
살기 위해서, 손에 힘을 주었다.
짧은 파열음과, 긴 고통의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어두운 초록색의 군복을 입은 청년이었기 때문이다.
심장에 박힌 납덩어리의 무게가 느껴진다.
서서히 눈을 감는다.
그제서야 내가 누군지 깨달았다.
나는 어두운 초록색 군복을 입은,
얼굴조차 모르는 나의 아버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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