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돌려 본 2월의 하늘은 회색빛으로, 군데군데 지상의 화염의 빛을 비춰 달궈진 것처럼 보였다. 만약 져버린다면, 다시는 하늘에 푸른빛이 돌아올 일은 없을 거다. 그때엔,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근거 따위는 없다. 그저 그렇게 생각해서, 그렇게 생각했고, 내 감성의 문제이니까.
하지만 결국, 하늘은 푸른 채였다. 사실 이 전쟁이라는 건 그저 형이상적으로 전개된 것일 뿐 아닐까라고 가끔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푸른 하늘의 아래에서 도로 옆에 쌓인 잔해를 눈에 담을 때마다 생각했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종이 위에 조인된 것일 뿐인, 형식적인 의미로 이 나라의 전쟁이 끝났을 뿐, 남겨진 사람들의 생존을 건 전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아니, 오히려 이 나라의 전쟁이 끝나고, 그러고 나서야 우리들의 생존을 건 전쟁이 우리들에게 돌아온 것이다.
불타던 벌판은 재와 잔해 더미가 된 지 오래였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건 아무래도 지나친 말이고, 죄다 남아 있었다는 표현도 타당하지 안을 것이다. 적어도 히비야의 제1생명관은 그을린 채로 나마 남아, 나는 물리적인 실직은 면할 수 있었다. 이 4층에는 문패와는 다른 사무실이 입주해 있고, 그 중에 내 책상도 있다. 수집원제도본국은 대부분 군이나 행정청과의 절충 같은 사무를 다루곤 했다.
파이프를 문 맥아더가 아쓰기에 착륙하기도 전에 평상복과 제복이 섞인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
그들은 자신들을 재단파운데이션이라 칭했다. 몰랐던 일은 아니다. 오히려 꽤 전부터 재단은 수집원에 접촉을 시도해 왔다. 그걸 정부 방침에 따라 그저 무시해오던 상층부는 이제와서는 당황한 듯 보였다.
"자네들은 그대로 가치 있는 직무를 이어나가야 주게." 해럴드 A. 히즈먼 재단 섭외부 특명고등판무관은 통역을 거치지 않고 우리에게 연설했다. "――그래, 우리와 함께 말이지."
물론 반발하는 직원도 있었다. 몇인가 있던 군 출신은 다음날부터 오지 않게 되었고, 국수주의적 신조를 가진 연의관들은 전부 미국과 일본의 피를 반씩 가지고 있는 판무관을 욕했다. 물론 일본어를 알아듣는 히즈먼 판무관이 없는 곳에서였지만.
아마 직원 중에서는 가장 영어가 되는 게 나였기 때문에, 그 뒤로는 바빴다. 히즈먼 판무관이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던 건 역시 예외였고, 재단에서 파견된 직원의 절반 이상이 — 일본계나 일본인도 분명 있었지만 —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었으니, 이들의 통역을 도우라고 명령 받은 것이다.
"████, 너" 어느날, 동료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수집원이 재단이 되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거냐"
그의 말에는 비난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저 거기에는 순수한 의문이 함유되어 있다고, 나에게는 그렇게 들렸다.
"아무렇지도 않다니"
이야기의 말씨는 알아도, 그 의미까지는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닌 채로, 나는 무력하게 그 말을 곱씹었다.
"네가 번역하고 있는 재단의 말이 기존의 수집원의 말을 대체해가는 걸 보면 말야" 그는 그러고는 일단 생각하면서 말을 끊었다. "……뭐랄까, 수집원도 우리도, 점점 변해가고 있구나, 라고, 그렇게 생각해서"
그는 감수성을 풍부한 게 틀림없었다. 물론 조롱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부러워하는 마음으로 나는 말하고 있다. 나에게 있어 이 "재단을 수입하는" 작업은 단순히 건조한 무미무취한 사무작업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는 거기에서 미묘한 기미를 발견했고, 그로 인해 변질되는 형이상적인 무언가를 느끼고 있었다.
"수집원은 이제 재단의 일본 지부가 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거기에 순응해 가는 거지."
내가 그에게 한 대답과 거의 같은 문구를, 나는 추후 회의 자리에서 들었다.
"수집원은 이제 재단의 일본 지부가 된다. 자네들이 할 수 있는 거기에 순응해 가는 거다." 히즈먼 판무관은 도저히 일본인의 피가 섞였다고 보이지 않은 그 얼굴을 숙인 채 말했다. 그리고 이내 앉아 있는 나를 보았다. "그래서인데 ████ 군. 재단의 신조, 그래 Secure Contain Protect. 이것의 일본어 번역을 부탁하지. 지금까지는 공식 호칭이 없었으니까.
직접 지명된 나는 우선 주위의 질투와 호기심을 전신으로 느끼고는 침착함을 잃고, 그제서야 나에게 주어진 사명의 중대함을 깨달았다.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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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나는 번역을 완성했다.
맞이한 당일에, 히즈먼 판무관은 내가 건넨 최종본의 종이에서 고개를 들어,
"어째서 이렇게 번역한 거지?"
라고 물었다. 역시 비난의 기미는 없었고, 그렇기에 나는 말문이 막혔다. 나는 며칠 동안 번역을 하는 동안 내내 동료에게 들었던 그 말에 고민했다. 하지만 그걸 판무관에게 고백하는 것은 꺼려야할 일이라고 생각됐다.
――내가 번역하는 말이, 수집원을 바꿔나간다. 내가 번역하는 말이, 재단 일본 지부를 만드는 거다. ……같은 거창한 명분을 내세워도, 그저 번역가의 자만에 불과하다고 하면, 그것뿐인 것이다.
"……별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고민 끝에, 나는 나도 모르게 말했다. 당혹스러운 듯한 히즈먼 판무관의 표정을 보며, 후회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이러다가는 각하되는 건 아닐까 하는 조바심이 갑자기 내 마음을 어지럽혔다.
"그렇군"
히즈먼 판무관은 그 한 마디를 하고, 나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고생했다"
이번에는 내가 당혹스러워할 차례였다. 히즈먼 판무관은 철가면으로 이미 유명했기 때문에, 그의 미소의 의미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감, 감사합니다."
각하될 거라고 멋대로 믿었던 내가, 다음날 직장에 걸린 "확보, 격리, 보호"라는 세 단어를 보고 주저앉을 정도로 경악한 것은, 지금은 전해지지 않는 일본 지부 창립기의 한 일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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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보하고, 격리하고, 보호하라"
일본 지부 창립일, 방일한 "관리자"는 푸른 하늘 아래에서, 연설의 끝을 그 서투른 일본어로 끝맺었다.
그 날의, 투명하게 맑았던 푸른 하늘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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