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조음과 뱃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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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조음이, 고막을 때린다.

단정(短艇)커터(cutter) 위에 몸을 굽혔다가,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말갛도록 파란 하늘과 순백의 구름, 햇빛.
빛의 화살이 눈을 꿰뚫어, 나는 무심코 손바닥을 치켜든다.
흐림 하나 없는 창공에 비해, 내 손바닥은 새카맣다.

피와 기름과 검댕으로 더러워진 손바닥.

이 손바닥을 보여주었을 때는, 누님도 기뻐했다.

「먼저 간 그이와 같은, 해병의 손이다」라고.

내 옷도 얼굴도, 검댕으로 새카맣다.

떠 있는 성이여浮かべる城ぞ 믿음직하다頼みなる

행진곡에서 노래된 배(艦)ふね는, 격투 끝에 바닷속에 가라앉았다.

상등수병과 함께, 부상자 포함 네 명 남짓 단정에 탄 일을 기억한다.
그놈은 이미 숨이 붙어있지 않았다.
쇳조각이 그의 배때지를 찌르고 있다.

죽인 것은, 나다.

상등수병은 우리를 욕하며 물과 휴대식료를 요구했다.
그리고, 놈은 부상자를 망설임도 없이 죽이기 시작했다.

나는 부상병의 배를 찌르고 있던 쇳조각을 뽑아, 그 놈의 목과 배에 쑤셨다.

그 사이에도 파도와 조류는 단정을 실어나르고 있었다.

나는 이제 죽는다. 그 사실을, 이상하게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니, 태양의 빛이 급속히 쇠하다.
이제 눈이 안 보이기 시작했나, 라고 생각하는 그 찰나, 나는 숨을 삼켰다.
태양은 사라지고, 천상에는 만천의 별들이 반짝였다.

별들은 궤적을 그리며, 원을 그리듯 돌기 시작한다.

올려다보는 나의 시점을 중심으로, 별들은 원운동을 계속한다.
단정이 기울고, 상등수병의 시체는 어딘가로 떠내려갔다.

그리고 나의 상하감각은 일순 반전했다.
바다가 하늘이 되고, 하늘이 바다가 된 듯.

안개 너머에, 무언가 보인다.

그것은 군함이었다. 함종은 구축함.
본 적도 없는 함영이니, 미군의 함대인가?

단정은 2열로 늘어선 군함들 한가운데를 천천히 나아간다.

참으로 볼만한 〝〟이다.
하지만 어딘가 부족하다.

구축함을 지나치면, 다음은 예스러운 순양함의 줄이다.
심지어 포함이 두 척. 거대한 토치카 같은 이연장포탑은 황해해전의 을 닮았다.
다양한 형태의 함들이 속속 나타난다.

전함에 항모, 얼굴을 들여다보는 잠수함, 그리고 화물선.

마치 이 곳은 함대의 집결지점 같다.

함렬 가운데, 더욱 고풍스러운 함영이 나타난다.

파열하고破裂して 시나가와品川 나가신다乗り出す 아즈마함東艦

그 노래에서 불리던, 그 함이 거기에 있었다.

갑판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모자를 흔들었다.
인간이 아닌 모습의 자도 있었다.

모터보트가 한 적 달려오고, 단정 옆에서 정지했다.
덩치 큰 남자가 거기에 있었다. 피부는 희고, 머리는 검고, 눈동자는 깊은 옥색.

「귀군은, 더욱 더 항로를 원하는가?」

남자는 나에게, 어색한 일본어로 물었다.

나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본다, 두터운 해병의 손.

아니, 패잔병에 불과하다.

하지만, 저 배들 중 어느 하나에라도 탈 수 있다면.
분명 이 세상 끝까지라도 갈 수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혼신의 힘을 쥐어짜, 나는 대답했다.

「더욱 더 항로를!」

덩치 큰 남자는, 나에게 손을 내밀며 이렇게 말했다.

「좋다, “함대”에 잘 왔다」

나는, 그 손바닥을 잡는다.

해조음의 가운데, 귀에 익지 않은 언어의 뱃노래가 섞여 울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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