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일곱 기둥'의 '감찰' 부분.
[푸른 화면에 VKTM 마크가 띄워진다. 색이 자연스레 각양각색으로 바뀐다.]
나레이션: 6번째 기둥까지 잘 따라오셨나요? 이제 여러분들은 각자 고유의 VKTM 콘텐츠를 만들 준비가 되었습니다!
[붉은 커튼이 쳐져 있는 무대. 커튼을 열고 VKTM 마크가 그려진 티셔츠와 바지를 입은, 붕대로 눈을 가린 사람(이하 SCP-988-KO-1)이 등장한다. SCP-988-KO-1의 두 눈 부분에 피가 흐른 흔적이 보인다.]
SCP-988-KO-1: 저는 VKTM에 제 혼과 열정을 바칠 준비가 되었습니다! 이제 비디오를 만들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저를 출격시켜주십시오! 저를 출격시켜주십시오! 저를…
나레이션: 하지만! 아, 열정은 좋았어요! 감사합니다. 아무리 VKTM에 헌신했어도 이후에 배신을 저지른 사람도 있었습니다. 여기서 인간은 태초에 배신의 민족이었으며,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종족이었다는 또 다른 진실을 알고 가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배신을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간단합니다. VKTM의 아래에선 행복할지라도 VKTM의 은덕恩德을 망각하는 순간, 대가가 따른다는 점을 뼛속까지 몸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집중하십시오! 이것이 지혜의 일곱 기둥 중 가장 중요한 기둥입니다! 감. 찰. 우린 당신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감찰'이란 흰색 자막이 2초 보였다가 사라진다. 오른쪽에서 관계자로 추정되는, 검은 모자를 써 얼굴이 보이지 않는 두 인원이 십자가에 손과 발이 묶인 백남준을 데려온 뒤 반대 방향으로 퇴장한다.]
나레이션: 이 자가 오늘의 배신자 되시겠습니다. 그래, 우리 배신자여. 훌륭한 업적을 남기었던 그가 어찌하여 우리 VKTM을 배신하셨나이까?
백남준: 틀렸어…
나레이션: 뭐-라-고-요?
백남준: 네들은 틀렸다는 말이야! 너희들은 정작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려고 하지 않았어요! 같잖은 장난으로 불쾌감을 주기나 하고, 마치 사이비 종교와 다를 바 없어!
SCP-988-KO-1: 괘씸한 놈!
나레이션: 우리가 사이비 종교라니요! 저 멀리 미친 동네인 아가동산이랑 콘텐츠 업체인 우리랑 비슷하게 본다는 겁니까? (헛웃음)
SCP-988-KO-1: 용서할 수 없군요. 피의 물결! 장기臟器의 향연! 허락해주십시오!
나레이션: 화려한 공연…은 이미 앞 장에서 했군요. 유혈낭자流血狼藉가 많이 나오면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잖아요? 방식을 바꾸겠습니다. 저기 있는 상자에서 스위치를 찾아서 눌러주세요.
[드럼 소리가 울려 퍼진다. SCP-988-KO-1은 구석으로 가서 상자를 열고 뒤적거리며 필요 없는 여러 종류의 칼과 알 수 없는 붉은색 덩어리를 밖으로 던진다. 약 6초 후, SCP-988-KO-1은 안에서 스위치를 꺼내고 버튼을 누른다. 카메라는 켜진 CRT 텔레비전 화면을 대사大寫한다.]
나레이션: (드럼 소리가 끝나고 트럼펫 소리가 울리며) '운수 좋은 날' 게임! 남준아! 밥상을 차려놨는데 왜 먹지를 않는 거니!
백남준: 미쳤군.
나레이션: 이 게임에서 화면에 단어가 4개 등장할 겁니다. 그러면 당신은 그중 하나를 선택해 그 단어에 해당하는 벌칙을 받는 겁니다.
SCP-988-KO-1: 전 어려운 벌칙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화가 덜 풀렸거든요!
나레이션: 자, 배신자여. 선택하십시오.
[푸른 화면에 '다', '다', '익', '선' 글자가 보인다.]
백남준: (침묵)
나레이션: 혹시 주무시나요? 잠은 묘에서 잘까요?
백남준: 선.
나레이션: 네! 두 번째 '다'를 선택하셨습니다! 과연 어떤 벌칙이 나오나 볼까요!
[두 번째 '다' 네모 팻말이 돌면서 커지고 화면에 가득 채우는 그래픽 연출.]
나레이션: 'VKTM 만세!' 열 번 외치기! 이번 게임에서 가장 쉬운 벌칙입니다!
[다시 무대 화면이 보인다.]
백남준: 내가 만세를 외칠 것 같으냐!
SCP-988-KO-1: 좋은 벌칙을 받았으면 감사할 줄 알아야지! 심장 뽑는 벌칙이 안 나온 게 어디야!
나레이션: 그냥 'VKTM 만세!'를 외치면 끝나는 벌칙이고, 무엇보다도 상처를 입거나 병에 걸리지는 않잖아요.
백남준: 그래도 안 해. 나는 묵언수행을 하겠어.
[백남준이 고개를 떨굴 때 SCP-988-KO-1이 손바닥으로 백남준의 뺨을 크게 친다.]
백남준: (조용한 신음)
나레이션: 자꾸 이런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시면, 우린 곤란합니다.
백남준: 너희들이 협박한다고 해도, 나는 굴복하지 않으리라.
나레이션: 과연 이래도 버틸 수 있나 볼까요.
[CRT 텔레비전에 요트가 보인다.]
나레이션: 당신이 벌칙을 받지 않는다면 우리는 요트에서 파티를 열 겁니다.
백남준: 무슨…
나레이션: 당신의 지인들이 초대받고 찾아오셨습니다. 지인들은 웰컴 드링크를 마시면서 서로 안부 인사를 건넵니다. 누군가는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바다에 뛰어들겠죠. 어느덧 저녁입니다. 저녁은 코스 요리입니다. 지인들은 풀때기로 이루어진 전채前菜를 맛있게 먹고 본 요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떠든 뒤에 그들의 앞에 접시가 놓이고, 뚜껑을 열면 맛있는 고기가 있습니다. 역시 그들은 게걸스럽게 먹습니다. 이때 우리는 텔레비전을 식탁에 놓고 재생합니다. 영상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CRT 텔레비전에 백남준의 아내인 구보타 시게코의 사진이 보인다.]
SCP-988-KO-1: '백남준씨의 아내는 맛있게 드셨습니까?'
백남준: 잠깐! 아내는 안 돼!
나레이션: 우리는 마지막 후식을 준비합니다. 사람들이 토를 하고 있지만, 우린 상관없었습니다. 식탁의 중앙에 접시 딱 하나가 놓입니다. 접시 위에는 붉은 철 뚜껑이 있습니다. 뚜껑을 살짝 열어 피 냄새를 진동시키고, 완전히 열 때…
SCP-988-KO-1: (백남준의 귀에 속삭이며) 아내의 사진과 눈알과 코가 올려져 있는 아이스크림을…
백남준: (대노하며) 이 잔인무도한 녀석들! 외칠게! 외친다고!
나레이션: 그럼 벌칙을 이행해 주시죠. 배. 신. 자.
[5초 간 정적. 백남준의 얼굴에 땀이 맺힌다.]
백남준: VKTM 만세…
SCP-988-KO-1: (큰 소리로) 소리가 작다!
백남준: (울먹이며) VKTM 만세! VKTM 만세! VKTM 만세! VKTM 만세! VKTM 만세! VKTM…
나레이션: 그만! 당신의 VKTM에 대한 열정, 잘 받았습니다. 다시 VKTM에 헌신할 생각이 있습니까?
백남준: 그래요! 다신 배신 안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내는 살려주세요…
나레이션: 잘하셨습니다! 이제 그를 보내줍시다.
SCP-988-KO-1: 대신 보내주기 전에 배신자의 뇌 속에 전자칩을 심는 건 어떨까요? 그러면 그가 앞으로 작품을 낼 때마다 그도 알지 못하게 VKTM의 흔적을 남기게 되겠죠. 아무리 그가 VKTM에 나가려고 발버둥을 치더라도 그의 몸은 VKTM을 벗어날 수 없을 겁니다.
나레이션: 좋은 생각이군요! 나중에 그가 또 배신하게 된다면 반영해보도록 하죠. 아무튼 여러분들, 잘 보셨습니까? 이것이 배신의 대가입니다. VKTM에 발을 담근 순간, 머리부터 발끝까지 VKTM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VKTM의 의리를 받았다면, 열정적으로 보답하세요. 멋진 내일TM을 배신으로 갚지 마십시오. 우린 당신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무대에서 수고하셨습니다, 형제여. 이제 당신은 VKTM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출격해도 좋습니다!
SCP-988-KO-1: VKTM 만세!
[SCP-988-KO-1이 만세를 반복하며 크게 외친다. SCP-988-KO-1의 두 눈 부분에 피가 눈물처럼 흐르기 시작한다. 이전의 두 인원이 다시 출현해 오열하는 백남준을 옮기며 퇴장한다. 다시 푸른 화면에 붉은색 VKTM 마크가 띄워진다.]
나레이션: '지혜의 일곱 기둥' 교육 프로그램은 어떠셨습니까. 이 영상을 보시고 VKTM에 열정적으로 헌신할 당신의 첫 작품이 기다려지는군요! 진정한 인생이란 멋진 내일TM로부터 온다는 것! 꼭 기억해주세요! 이 영상은 비칸데르니드 테크니컬미디어가 제작했습니다. 언젠가 다시 만납시다, 대한민국! 멋진 내일을 위해TM!
[화면이 용암溶暗한다.]
나레이션: 오직 비칸데르니드만.
[기록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