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이하 파일은 3/920-KO 등급 보안인가를 요함
보안인가 3/920-KO 등급 없이 본 파일에 접근하려는 모든 시도는 기록되며
즉각적인 징계 조치의 대상이 될 수 있음.
일련번호: SCP-920-KO
등급: 안전
특수 격리 절차: SCP-920-KO는 현재 완전히 폐쇄되었지만, 격리 담당 부서는 사이트에 업로드되었던 문서가 인터넷과 인스턴트 메신저를 통하여 유포되면 그 경로를 추적하여 SCP-920-KO의 흔적을 말소하는 데 주력한다. 업로드되었던 모든 문서는 재단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였으며, 승인된 인원만 열람할 수 있도록 하였다.
설명: SCP-920-KO는 도서를 스캐너로 복사한 문서를 업로드하고 공유하는 웹 사이트이었다. 2020년 6월 27일 이전에 개설된 것으로 추정되며, 2022년 9월 18일 후술할 사건으로 인하여 폐쇄되었다. 폐쇄되기 직전의 도메인은 https://www.neets-library68.com이었는데, 단속을 피하기 위하여 주기적으로 도메인을 변경하였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SCP-920-KO의 운영자는 최소 5명 이상이다. 서버는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 소재하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운영자는 도서의 페이지를 스캐너로 복사하여 만든 PDF 형식의 문서를 사이트에 업로드하고, 사이트 상단과 하단에 게시된 배너로 수익을 거두었다. 이용자는 사이트 내 검색창에 키워드를 검색하고 원하는 문서를 찾아 다운로드할 수 있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SCP-920-KO에 업로드된 문서의 원본이 되는 모든 도서가 처음 업로드된 시점에는 아직 정식으로 출간되지 않았거나, 기준 우주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사이트 운영자가 이러한 도서를 어떤 경로로 구하였는지는 알 수 없다. 이러한 도서는 뱀의 손과 관련된 변칙적 외부차원 공간인 방랑자의 도서관에서 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세한 사항은 부록 참조.
SCP-920-KO에 업로드된 문서 중 96%가 만화, 웹소설, 라이트 노벨 등 서브컬처 관련 도서를 복사한 것이었다. 이 점은 다른 불법 복제물 공유 사이트와 비슷하지만, 많은 이용자가 사이트의 변칙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허구라고 판단하여 일일 평균 트래픽은 낮게 측정되었다. 한편, 상당한 수의 문서가 SCP 재단과 재단이 격리하고 있는 변칙성, 각종 요주의 단체를 언급하거나 암시하였다. 그 중 일부는 SCP 재단을 다수의 창작자가 기여한 콘텐츠로 여기는 형이초학적 변칙성을 보였다.
부록 920-KO/A: 발견된 특이 문서
제목: SCP-5000 Graphic Novel
저자: DrDobermann
출간일: 2021년 8월 25일
설명: 'SCP-5000'이라는 기계 수트에 기록된 SCP 재단의 피에트로 윌슨 연구원이 겪은 사건을 다루는 120쪽 분량의 그래픽 노벨이다. 현재 SCP-5000이라는 일련번호가 부여된 변칙 개체는 존재하지 않지만, 내용 면에서 등장하거나 언급된 변칙 개체와 재단 관련 인물 중 실제와 가깝게 묘사된 것이 상당하였다. 작품의 주인공인 피에트로 윌슨 연구원은 실제로 제06차단기지에서 근무하고 있었지만, 본 도서에 관한 지식은 없었다.
제목: 거울나라의 아이리스 - SCP FOUNDATION -
저자: 아키라
출간일: 2018년 9월 14일
설명: 어떤 사고로 SCP 재단이 존재하는 우주로 이동하게 된 주인공이 재단에 격리되고 변칙 개체와 조우하며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는 256쪽 분량의 라이트 노벨이다. 내용 면에서 SCP-105가 주인공의 조력자로 등장한다. 재단에 관한 묘사는 실제와 다른 점이 많았다. 현재 4권까지 업로드되어 있으며, 애니메이션 각색 결정을 축하하는 띠지가 4권 표지를 스캔한 이미지에 함께 실려 있다.
제목: SCP 재단: 확보하고, 격리하고, 보호하라
저자: 올드스테어즈
출간일: 2021년 7월 25일
설명: SCP 재단의 한 연구원과 동료들의 업무를 소재로 다루는 200쪽 분량의 만화이다. 해당 도서가 아동을 주요 독자층으로 공략하여 변칙성에 관한 일부 묘사가 삭제되거나 변경되었지만, 대부분 실제와 유사하다. 현재 같은 저자가 출간하고 SCP-920-KO에 업로드된 재단 관련 도서가 총 11권으로, 모두 해당 도서와 비슷한 맥락으로 전개된다.
부록 920-KO/B: 운영자와의 접촉
SCP-920-KO가 장막 정책의 붕괴를 야기한다는 우려가 커짐에 따라 제01K기지 사령부는 단순히 감시만 한다는 기존 격리 방침을 폐기하고, SCP-920-KO를 민간 사회로부터 완전히 격리하기로 결정하였다.
2022년 8월 23일 기동특무부대 델타-18("밈당김")은 SCP-920-KO의 변칙성에 관한 정보를 얻고자 사이트 운영자와의 접촉을 시도하였다. 어떤 요주의 웹 사이트의 운영자로 위장한 우민재 요원이 SCP-920-KO의 공식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배너 게제에 관한 사항을 문의하자, 운영자 중 한 명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기록 시작]
최석사 오후 9시 37분
혹시 배너에 올리실 파일이랑 링크 알 수 있을까요?
미리 알아두어야 배너 크기를 맞추든 해서요
최석사 오후 9시 40분
ㅇㅋ
확인 완료
입금은 아까 그 계좌로 보내주심 되고 ㅇㅇ
밂 오후 9시 40분
넵
근데 궁금한 게 있어서
질문 가능?
최석사 오후 9시 40분
?
일단 해보세요
밂 오후 9시 41분
별 건 아니고
사이트 둘러보다가 되게 이상한 걸 발견해서
[링크 편집됨]
이거 뭐임????
최석사 오후 9시 41분
아 그거 ㅋㅋㅋㅋ
밂 오후 9시 41분
아니 재단을 배경으로 하는 라노벨이 대체 왜 존재하는데요?
그리고 이건 또 어디서 찾은 거임?
최석사 오후 9시 42분
다 방법이 있죠 ㅎㅎ
구하는 루트가 따로 있음
밂 오후 9시 42분
구글링해도 없던걸요
작가는 아는 사람이긴 한데 이런 걸 썼다는 기록은 없고
최석사 오후 9시 43분
음
이거까지 말하면 영업 비밀 유출하는 건데
뭐라고 해야 하냐
3년 전엔가 어떤 도서관으로 이어지는 장소를 발견함
밂 오후 9시 44분
도서관?
요즘 유행하는 인스타 감성 같은 식인가
최석사 오후 9시 45분
ㄴㄴ 단순히 숨겨진 게 아니고
복잡한 마법으로 형성된 포탈 같은 거였는데
호기심이 도져서 여러 번 시도하다가
겨우 들어가는 데 성공함
밂 오후 9시 45분
님 뭐임;;
호기심 든다고 그게 가능한가
최석사 오후 9시 46분
ISCUT 석사 출신은 가능합니다 ^^
재능낭비죠 뭐
하여튼 들어가 보니까 난생 처음 보는 책이 많던걸요
그때 눈에 들어온 게 하필 그 책이었음 ㅋㅋㅋㅋㅋㅋ
밂 오후 9시 47분
와
관리하는 사람은 뭐라고 안 하던가요
최석사 오후 9시 47분
워낙 넓다보니 휴대용 스캐너까지는 신경 못 쓰던데요
몇 번 마주친 적 있었는데 일단 사람은 아닌 것 같았음…
뭐 그래도 지능은 딸리는지 이쪽은 눈치채지도 못 하더래요 ㅋㅋ
밂 오후 9시 47분
배짱 참 두둑하시네…
해서 왜 하필 재단 라노벨인데요
설마 취향이 그쪽
최석사 오후 9시 48분
무슨
그냥 그게 잘 팔리거든요
조회수가 ㅈㄴ 높으니까
최석사 오후 9시 48분
미친 소리 같겠지만 전부 사실이에요
의외로 좋아하는 사람 많음
세상은 넓고 취향은 많답니다 ^^
밂 오후 9시 49분
어…
정신 나갈 것 같네요
확실히 돈이 잘 벌릴 것 같긴 한데
최석사 오후 9시 49분
돈은 항상 옳다고 하잖아요
수요가 있으면 공급도 있어야 하는데
어떤 미친 놈이 재단으로 동인지를 만들겠음?
이런 상황에서 이건 완전 블루오션이죠 ㅋㅋㅋ
위 대화에서 언급된 것을 근거로 델타-18은 SCP-920-KO의 운영자 중 일부가 방랑자의 도서관과 연관되어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들이 도서관을 주요 근거지로 삼는 뱀의 손의 일원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기동특무부대 타우-9("책벌레")는 도서관으로 이어지는 "길"이 세계 곳곳에서 발견된 만큼 뱀의 손과 관련 없이 방랑자의 도서관에 출입하는 방법을 단독으로 알아낸 것일 수 있다고 추측하였다.
현재 델타-18과 타우-9는 한반도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뱀의 손의 하부 조직인 능구렁이 손의 최근 행적을 예의 주시하며 SCP-920-KO와의 연관성 유무를 확인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SCP-920-KO와 민간 네트워크 사이의 연결을 완전히 차단하는 방안을 개발하고 있다.
부록 920-KO/C: 사이트 폐쇄
SCP-920-KO를 무력화하고자 개발된 방안이 연이어 실패하자 델타-18과 타우-9는 논의 끝에 SCP-920-KO의 격리에 한하여 뱀의 손(능구렁이 손)과 협력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를 위하여 재단이 소유한 모든 첩보 수단을 동원하던 중에 8월 28일 능구렁이 손의 일원이 우민재 요원의 텔레그램 계정을 통하여 먼저 재단에 연락하였다.
[기록 시작]
BradánFeasa 오후 7시 28분
안녕하세요?
우민재 요원 맞으신가요?
BradánFeasa 오후 7시 28분
너무 놀라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능구렁이 손에서 일하는 브라단 파서입니다.
최근 재단의 행적을 인지하고 이렇게 연락하였습니다.
지금 대화 가능하신가요?
밂 오후 7시 30분
ㅈ잠까ㅏㄴ
잠깐만요
좀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아서
몇 분만 기다려주세요
BradánFeasa 오후 7시 30분
알겠습니다 :)
[우민재 요원은 위와 같은 사실을 상부에 전달하였고, 서우람 WoI 연구과 과장이 대신 대화를 이어가기로 하였다.]
밂 오후 7시 44분
안녕하세요 WoI 연구과 과장 서우람입니다
방금 우 요원과 이야기해봤고
그 대신에 저와 대화해도 괜찮을까요
BradánFeasa 오후 7시 44분
네, 물론이죠.
밂 오후 7시 45분
다행이네요
저희에게 연락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https://www.neets-library68.com/
역시 이놈 때문이려나요
BradánFeasa 오후 7시 45분
맞아요!
5개월 전에 저희 쪽에서 해당 사이트의 존재를 인지하였는데,
도서관의 책을 함부로 복제하여 공유한다는 증거가 나와서
이미 개별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다가 나중에 재단에서도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요.
밂 오후 7시 45분
그렇군요
고생이 많으십니다
저희도 서둘러 격리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는데
매번 요리조리 포위망을 빠져나오니 참…
어렵네요
BradánFeasa 오후 7시 46분
그래서 제가 재단에 제안을 하나 하려고 합니다!
당신들이 SCP-920-KO라고 부르는 그 사이트를
폐쇄하는 데 힘을 보태드리려고 하는데,
어떤가요?
밂 오후 7시 48분
'힘을 보태준다'고 하신다면 이게 정확히 무슨 의미죠?
BradánFeasa 오후 7시 48분
간단합니다.
그쪽에서 모아온 사이트 운영자에 관한 정보를 주신다면
저희가 그 자들을 직접 잡아두고
보안의 틈새를 노려 그동안 사이트를 해킹하시면 됩니다.
운영자의 신상과 거주 위치만 알려주셔도 괜찮으니
꽤 괜찮은 제안이지 않나요?
밂 오후 7시 49분
글쎄요…
그쪽에서 그들을 가지고 무엇을 할지 모르는 데다가
무엇보다 정보를 넘긴다는 점을 살짝 꺼름칙한걸요
자칫 저희 데이터베이스의 보안 문제로 번질 수도
BradánFeasa 오후 7시 49분
걱정 마세요.
운영자가 도서관에 드나드는 현장을 포착하는 데에만
이용할 것이라고 분명히 약속하겠습니다.
지금 저희나 그쪽이나 둘 다 곤란한 상황 아닌가요?
그런 만큼 서로 힘을 합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밂 오후 7시 50분
보안 관련 사항이 불안하긴 하지만…
좋습니다 상부에 제안해보겠습니다
그나저나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나서는 목적이 무엇이죠?
능구렁이 손이 저희에게 협조 의사를 밝힌 적이 있던가요
BradánFeasa 오후 7시 51분
아, 그게…
모두를 위한 도서관의 도서를 영리적으로 이용하였다는 문제도 있었고,
이런 말 하기 조금 그렇지만
저희 대장 되시는 분이 굉장히 화를 내시는 바람에… :/
BradánFeasa 오후 7시 51분
여간 큰일이 아니었지요.
어떤 놈이 자기를 난봉꾼으로 그렸냐고 격노하시던걸요.
이후 두 차례에 걸친 능구렁이 손과의 조율 끝에 서우람 박사가 제안한 안에 윤리위원회와 제01K기지 사령부가 동의하였다. 그의 안에 따라 도서를 복사하는 역할을 맡았던 사이트 운영자의 신병은 재단의 신문 후 능구렁이 손에 인도하고, 나머지는 재단이 처리하게 되었다.
2022년 9월 15일 초록색으로 도장된 한국GM 다마스 1대가 제21K기지 입구 앞에 출현하였다. 해당 차량은 트렁크 문을 열어 최영무를 비롯한 사람 5명을 배출한 후 보안 요원이 접근하기 전에 공간 변칙을 일으켜 사라졌다. 이들은 모두 안대를 쓰고 팔과 다리가 기적술을 접목하여 제작된 밧줄로 묶여 있었다. 이때 능구렁이 손의 일원이 텔레그램으로 SCP-920-KO의 운영자를 체포하여 재단에 '배달'하였다고 메시지를 전송하였다.
메시지를 확인한 델타-18은 곧바로 무방비 상태인 SCP-920-KO의 서버를 해킹하여 업로드된 모든 문서를 삭제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후 사이트 대문에 이용자를 향한 경고문이 적힌 팝업 메시지를 3일 동안 게시하고, 마침내 9월 18일에 사이트를 완전히 폐쇄하였다. 한편, 제21K기지에서 체포된 SCP-920-KO의 운영자에 대한 신문이 이루어졌다.
면담자: 우민재 요원
면담 대상: 최영무 (당시 31세)
서론: 최영무는 체포 당시 얼굴과 팔, 다리에 구타 흔적이 남아 있었다.
[기록 시작]
우민재 요원: 네, 여기에 앉으시면 됩니다. 편히 앉으세요, 편하게요.
최영무: (손목을 요원에게 내보이고) 이렇게 팔에 수갑을 채우고는 편히 앉으라는 건 또 뭐요? 이 뭔…
우민재 요원: 신문 도중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날 수 있으니까 미리 예방하는 거죠. 허리 아프실까봐 방석도 깔아드렸는데.
최영무: 아니…. [한숨] 됐어요. 앉을게요, 앉을게.
우민재 요원: 잘 됐군요. (최영무의 얼굴을 보고) 아이고, 얼굴이 온통 멍투성이신데, 무슨 일 있으셨나 봅니다.
최영무: 이거요? 그 능구렁이 손인가 뭔가 하는 놈들 때문이죠, 씨발. 사람을 그냥 막무가내로 패던데, 아니, 제가 진짜 나쁜 놈인 건 알겠는데 이렇게까지 두들겨 맞을 정도는 아니잖아요.
우민재 요원: 혹시 그때 최영무 씨를 붙잡은 사람들의 인상착의는 기억이 나시나요?
최영무: 기억이 날락 말락합니다. 일단 대장 격 되는 놈이 하나 있었어요. 빵모자에 파란색 자켓 입은 여자였던 것 같았는데, 얼핏 본 눈매가 되게 더러웠어요. 말도 험악하게 하고. 게다가 뭔 검은색 몽둥이를 휘둘러서 그거 맞고 결국 나자빠졌죠.
우민재 요원: 음, 그 여자가 아무래도 능구렁이 손의 지도자 역할을 맡나 보네요. 그쪽은 저희도 아는 것이 거의 없지만 말이죠. 또 없었나요?
최영무: 한 3명이었는데, 그 깡패 같은 여자랑 검은 머리 마법사 여자 하나, 또 덩치 큰 남자 하나였어요. 다행히 그 사람들은 자기 능력 가지고 사람 잡는 일은 없더라고요. 입도 험하지 않고. 물론 그 여자가 나머지 몫까지 다 해버렸지만요.
우민재 요원: 그때 능구렁이 손에 체포되어 다른 운영자들의 신상을 전부 제공해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원래 다른 운영자의 신원을 알고 계셨던 건가요?
최영무: 애초에 돈 목적으로 뭉친 놈들이었으니까, 서로 꼬리 자르지 못하게 미리 파악해 두고 있었죠. 사실 이 사이트도 오래 못 갈 운명이었어요. 가장 중요한 역할인 스캔본 뜨는 건 나 혼자만 하는데 돈은 또 공평히 나누었거든요. 몇 번이나 얘기해 봐도 역시 사람의 욕심은 이길 수가 없던걸요. 생각해 보니 토토 사이트 운영한 적 있는 한 놈이 있는데, 걔가 그나마 당신네 추적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되긴 했죠.
우민재 요원: 사이트를 추적하는 것이 쉽지 않은 데 이유가 있었군요. 그런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사이트를 운영하셨다는 건, 돈이 꽤나 궁하셨나 보네요. 특히 외부차원 공간인 도서관을 여러 번 출입하시기까지 하면서요.
최영무: 그것도 있고… 솔직히 재밌었거든요. 미지의 공간을 탐험해서 원하는 물건을 찾는 건 나이를 먹어도 지루하지가 않더라고요. [웃음] 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요.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있긴 한데….
우민재 요원: 한 가지 더요?
최영무: 그, 말하기에 조금 그런 이야기인데, 종종 책 찾다 보면 제 취향인 책도 나와서요. 다른 차원의 우주에서 만든… 그… '동인지'는 어디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반년 전엔가 사람과 구미호의 자식인 여주인공을 그린 한 단편 로맨스를 찾은 적이 있는데, 그게 제일 마음에–
우민재 요원: (손목시계를 보고) 아, 이런. 시간이 다 됐나 봅니다. 최영무 씨 말고도 신문할 사람이 여럿 있어서요. 나머지는… [헛기침] 나중에 이야기하죠.
최영무: 그러시든지요.
[기록 종료]
9월 20일 제21K기지 입구 앞에 상술한 한국GM 다마스 1대가 다시 출현하였다.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차량의 운전자는 구속된 상태로 인도된 최영무를 밧줄로 포박하고 트렁크에 실은 후 또 다시 공간 변칙을 일으켜 사라졌다. 운전자는 또한 사라지기 전 다음과 같은 쪽지를 우민재 요원에게 전달하였다.
이번에는 고마웠다.
그 책들은 읽지 않는 게 좋아.
읽어봐야 쓸데없는 것투성이거든.
– H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