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번호: SCP-911-KO
등급: 유클리드
특수 격리 절차: 계약에 따라 제01K기지(경기도 성남시), 제8106기지(사이타마현), 제CN-19기지(푸젠성), 제CN-65기지(후난성), 제16기지(신베이시)는 주기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하여 각국의 초상 기관과 함께 SCP-911-KO를 격리하고 승강장을 관리한다. SCP-911-KO가 발생하는 건물들은 모두 재단이 매입하였으며 변칙성 유지를 위해 빈 상태로 두고 있다.
다음은 SCP-911-KO의 격리에 참여하는 초상 기관의 목록이다.
- 대한민국 국가초상방재원
- 일본국 일본초상조직평화우호조약기구
-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안전부 변칙문제관리국
- 중화민국 행정원 내정부 민이서
SCP-911-KO가 발생하면 다섯 기지에서 각각 파견한 요원 3명이 해당 국가의 초상 기관 인원과 함께 승강장으로 진입하여 비상 상황에 대비한다. 모든 승객은 승차할 때 소지품 검사를 진행하고 하차 후 간단한 입국 심사를 받는다. 소지품 검사에서 반입 금지 물품이 발견되면 해당 물품을 압수하고 물품의 종류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
거동이 수상하거나 위협적인 행동을 보이는 사람은 제압하여 본국의 초상 기관으로 신병을 인도한다. SCP-911-KO-B의 요청에 따라 요원들은 SCP-911-KO-A와 사람이 물리적으로 접촉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한다. 이와 관련된 더 자세한 사항은 문서 911-KO-A를 참고하라.
SCP-911-KO-B가 재단의 요청에 따라 제공한 정보는 3등급 기밀로 분류하여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한다. SCP-911-KO-B에게 요청하는 정보는 사망한 요주의 인물에 대한 것으로 제한한다.
인터넷에 퍼진 '존재하지 않는 지하철역 출구'에 대한 소문은 일부러 엉터리로 된 역정보를 유포하여 근거 없는 괴담으로 여기게 한다. 2022년 난징 지하철 8호선이 계획대로 개통하여 반차오역이 건설되면 작전명 '메트로 2022'를 실행한다.
SCP-911-KO로 나타난 계단과 에스컬레이터. 윗쪽으로 지상 공간의 천장이 보인다.
설명: SCP-911-KO는 동아시아에 있는 특정 역들과 관련 있는 현상이다. SCP-911-KO가 발생하는 역은 모두 도시철도가 지나가며 역명을 한자로 '板橋(간자체: 板桥)'라고 쓴다.
다음은 SCP-911-KO가 발생하는 역의 목록이다.
- 대한민국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板橋驛)
- 일본국 도쿄도 이타바시구 이타바시역(板橋駅)
- 중화민국 신베이시 반차오구 반차오역(板橋車站)
- 중화인민공화국 광둥성 광저우시 판위구 반차오역(板桥站)
- 중화인민공화국 후베이성 우한시 훙산구 반차오역(板桥站)
- 중화인민공화국 장쑤성 난징시 반차오역(板桥站)(미개통)
현지 시각으로 각각 오후 10시(중국, 대만)와 11시(한국, 일본)가 되면 SCP-911-KO가 발생하여 사람이 없는 역 근처의 건물에 공간 변칙을 일으킨다. 영향받은 건물의 정문은 약 100 m2의 공간으로 이어진다. 이 지상 공간 안에는 분실물 보관함, 소화전, 작동하지 않는 공중전화, 화장실 등이 있으며, 문의 반대편 벽에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과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이 계단과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존재학 적 없는 승강장에 도착한다.
SCP-911-KO의 승강장은 원래 역의 승강장과 구조 및 내부 시설이 똑같지만, 근무하는 직원이 아무도 없고 광고판이 모두 비어 있다. 승강장은 기존의 역 운영 기관이 아닌 '의령수철도공사'라는 단체에서 무인 시스템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공고문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승강장에 들어가거나 계단을 타려면 각각 출구/입구로 쓰이는 2개의 개찰구를 지나가야 한다. 이때 해당 국가에서 통용되는 교통카드 또는 현금으로 요금을 지불할 수 있다. 원래 역이 지상역이거나 스크린도어가 없는 경우에는 승강장의 구조가 조금 변경된다. 스크린도어 바깥으로 나가려고 시도하면 보이지 않는 장막에 막혀 나갈 수 없다.
일정 시간마다 8량 1편성의 통근형 무인 전동차가 현지 언어로 열차가 진입한다고 알리는 안내 방송과 함께 승강장으로 진입한다. 전동차는 실존하는 그 어떤 모델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열차는 각각 시계/반시계 방향으로 위치상 가장 가까운 역으로 이동한다. 평균 속도는 일반적인 도시철도 열차보다 조금 빠른 정도이지만, 최대 20분 안에 다음 역에 도착한다. 조사 결과 주행 도중에 흄 준위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주위에 공간 왜곡이 일어났다.
흐릿한 형태를 가진 인간형 독립체(SCP-911-KO-A)가 나타나곤 하는데, 이들은 SCP-911-KO로 발생한 지상 공간에서 나타나 출처를 알 수 없는 동전으로 요금을 지불하고 열차에 탑승한다. 그 후 탑승한 역 외의 다른 한 곳에 도착하면 열차에서 내리고 개찰구 바깥으로 나가면서 모습이 사라진다. 이때 검은색 복장을 한 또다른 인간형 독립체가 잠시 목격되기도 한다. SCP-911-KO-A는 대화가 가능하지만 구사하는 언어는 개체마다 다르다. 대부분의 개체는 취한 것처럼 행동하여 제대로 된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
SCP-911-KO의 열차 중 4량은 '망자 전용칸', 나머지 4량은 '생자 전용칸'이라고 지칭되어 있다. SCP-911-KO-A는 망자 전용칸으로 지칭된 칸에만 탈 수 있으며, 반대로 사람을 포함한 생물은 생자 전용칸으로 지칭된 칸에만 탈 수 있다. 생자 전용칸은 보통 열차의 양쪽 끝에 두 칸씩 설치되어 있다. SCP-911-KO-A와 그것이 아닌 개체가 서로 다른 칸에 타려고 하면 알 수 없는 힘에 막혀 탑승하지 못한다.
SCP-911-KO가 발생하고 다음 날 현지 시각으로 각각 오전 5시(중국, 대만)와 6시(한국, 일본)가 되기 10분 전부터 열차는 다음 역에 도착하면 운행을 멈추고 승강장에 설치된 스피커로 운영 시간이 종료되었으니 나가 달라는 방송이 나온다. 정각이 되면 승강장과 열차에 있던 사람들은 역에서 가장 가까운 공원으로 순간이동하고 SCP-911-KO에 영향받은 건물은 원래대로 돌아온다. 승강장 또는 열차에 놓고 온 물품은 나중에 지상에 있는 분실물 보관함에서 찾을 수 있다.
부록 911-KO.1: 관련 기록
2020년 2월부터 인터넷에서 '귀신 지하철'에 대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소문의 요지는 '어떤 지하철 역 근처에 있는 빌딩 문으로 지나가면 계단이 하나 있는데, 그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귀신들이 사용하는 지하철 승강장이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괴담으로 여겨졌지만, 점점 명확한 증거들이 나오면서 재단도 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다음은 재단 웹크롤러로 수집된 SCP-911-KO와 관련된 인터넷 자료들이다.
okaeri 2020/03/23 (Mon) 01:12:03 #99821175
이타바시구에는 이상한 빌딩이 하나 있다.
처음 그 빌딩의 존재를 알아챈 건 2주일 전 새벽녘 때였다. 나는 그날 밤 잠이 오지 않아 늦게까지 컴퓨터 게임을 하다가 갈증이 났다. 맥주를 마시려고 냉장고를 여니 하필이면 다 떨어져 어쩔 수 없이 피곤한 몸을 일으켜 편의점으로 갔다. 왠지 맥주가 너무 마시고 싶어 귀찮음을 감수하고 편의점까지 향한 것이었다.
맥주캔을 비닐 봉지에 담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그 빌딩 주변을 지나치게 되었다. 평소 가지 않는 길이었지만 이왕 나온 김에 간단한 담력 시험이나 해보려고 한 게 그 이유였다. 길의 중간 지점을 지나쳤을 무렵에 문제의 빌딩이 눈에 들어왔다. 버블 시대에 지어졌으나 건물주가 파산하여 오랫동안 비어 있었다고 들어본 적 있는 건물이었다. 며칠 전 뉴스에서 불량 청소년들이 빈 건물을 점거해 아지트로 개조했다고 보도한 것이 순간 떠올랐다.
그때, 검은 두 형체가 빌딩의 문에서 걸어 나왔다.
나는 겁에 질려 우연히 옆에 있던 좁은 골목으로 몸을 쑤셔 넣었다. 조금 진정이 되고 빌딩을 보니 수상한 남자 둘이 슈트 가방을 들고 주변을 훑어보고 있었다. 다행히 내가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그들은 이윽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분명 일본어는 아니었다)로 대화를 나누고 나와 반대편으로 뛰어갔다.
인기척이 사라지자 나는 그동안 참던 숨을 내쉬고 조심스레 빌딩에 다가갔다. 건물은 여전히 조용하고 어두웠다. 나는 쉬지 않고 박동하는 심장을 무시하고 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그곳은 불이 꺼진 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걸 보고 조금 용기가 생기자 이번에는 과감하게 문을 열어보기로 했다. 아까 남자들이 나왔으니 잠겨 있진 않을 거다 — 라고 생각했다.
내 예상과는 전혀 달리, 나는 실제 내부보다 넓은 듯한 네모난 공간과 마주하였다. 공중전화와 소화전도 눈에 들어왔다. 더욱 소름돋았던 것은, 문 반대편에 있는 벽에 어디론가 이어지는 계단이 하나 있었다는 것이다. 그걸 보고 나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집으로 있는 힘껏 뛰어가 현관문 앞에 도착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나는 그 후로 절대 그 길을 지나가지 않으리라 다짐했지만, 방금 전 그 다짐이 깨져버리고 말았다. 도로 공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시 빌딩 앞을 지나가게 된 것이었다. 다른 길로 돌아가기에는 그때 내 배가 너무 아파 시간을 오래 끌 여유가 없었다.
찌릿 거리는 배를 부여잡으며 거리로 들어서자 2주 전과 다름없이 어두컴컴한 거리가 나를 반겨주었다. 그냥 존엄성을 버릴까, 같은 극단적인 생각도 들었지만, 쓸데없이 용기가 솟아올라 그냥 빠르게 지나가기로 하였다. 눈을 희미하게 뜬 채로 걸어가니 두려움도 그렇게 많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행이라고 생각이 든 순간, 나는 눈을 떴다.
문이 열린 빌딩 안쪽에 희미한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날 쳐다보더니 고개를 문 쪽으로 돌렸다. 그러고는 천천히, 깊이를 알 수 없는 계단 아래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시 조용해졌다.
알 수 없는 광경에 놀란 나는 잠시 멍한 채 멈춰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무작정 걷기만 하였다. 다행히 큰일이 나기 전에 집에 도착할 수 있었지만, 놀란 가슴은 아직도 벌렁벌렁 뛰고 있다. 아무래도 오늘은 잠들기 그른 모양이다.
내가 본 건 대체 무엇이었고, 그 계단 아래에는 무엇이 있는 걸까. 도무지 잠 못 이룰 것 같은 밤이다.
뒷골목공포골
날짜: 2020/04/02
제목: 야 시바 이거 뭐냐
작성자: 13인의아해🟢
본인 판교역 근처 지나가던 길인데 여기 이상한 건물 있었음
분명 상권 가운데에 있는 건물인데 여기만 텅 비어 있더라
촉이 발동해서 정문 만져봤는데 쑥 열리더라고
근데 웬 이상한 방? 홀? 뭐 이런 공간이 나옴
빌딩 안이 아닌 다른 차원으로 이어진 것 같았음
존나 놀라서 속으로 시발시발하면서 다시 걸어감 ㅋㅋㅋㅋㅋ
그 무슨 백룸 괴담처럼 되게 기괴한 분위기였다 안에 막 여러 가지가 있었고
근데 문 건너편에 계단 같은 게 놓여 있더라 내려가면 뭐가 있는지는 너무 무서워서 못 봄
아 오늘 밤샘 게임이나 달려야겠다
저거 진짜 뭐냐
추천 21 | 비추 5
댓글(12):
주작감별사(33940): 응 주작이야
ㄴ 13인의아해🟢: 뭐만 하면 주작이래
ㄴㄴ 기기괴괴(플러그소프트): 이 새끼 유명인임 그냥 병먹금
도둑놈쉐리🟢: 성남 사는데 살면서 저런 빌딩 본 적 없음
으후루꾸꾸루후으(91102): ㄹㅇ 뭐냐 존나 무섭네
까까머리중사(SCP 재단): 저거 내려가면 귀신 있는 거 아님? 한 번 들어가보지…
ㄴ 13인의아해🟢: ㅅㅂㅅㅂ 지랄하지 마
세모세모(18473): 어디 빌딩인지 알아? 들어가보게
ㄴ 13인의아해🟢: 몰라. 내가 원래 거기 사람 아닌데 당근 교환하려고 판교역 들른 거임. 그래서 돌아가는 길에 어쩌다가 그 빌딩 앞을 지난 거고. 다시는 거기로 안 갈 거라 찾아볼 생각 전혀 없음…
ㄴㄴ 세모세모(18473): 아쉽네
나는행복합니다🟢(삼대천 체육관): 이거 진짜의 냄새가 나는데
빠라와찌(83729): 아 재단 뭐하냐 ㅋㅋㅋㅋㅋㅋㅋ
뒷골목공포골
날짜: 2020/04/05
제목: 아무래도 ㅈ된 거 같다
작성자: 세모세모(18473)
그저께 판교역에서 이상한 빌딩 봤다는 글 보고 궁금증 도져서
직접 사진 비교해 가며 그 빌딩 찾아가봤다
금방 찾아지더라
문제는 미친 거기
정확히는 사람 같은 게
빌딩에 다가가는 순간 문이 저절로 열리더니
무슨 귀신 같이 생긴 놈이 나오고는
나랑 눈 마주침 ㅅㅂㅅㅂㅅㅂ
존나 무서워서 지금 근처 공원 화장실에 짱박혀 있다
사진은 못 찍음 근데 실화다
나 어떡하냐
추천 10 | 비추 2
댓글(5):
으후루꾸꾸루후으(91102): X를 눌러 joy를 표하십시오
13인의아해🟢: 이 새끼 진짜 갔네 그럼 귀신이 나온다는 거야? 그건 못 봤는데
ㄴ 세모세모(18473): 진짜 귀신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는데 일단 뭔가 흐릿한 사람 같았음. 근데 사람이 흐릿할 리가 없잖아?
ㄴㄴ 13인의아해🟢: 진짜 뭐냐 거기
ㄴ 세모세모(18473): 아무튼 한동안 좀 조심하며 살아야 할 듯 ㅅㅂ
부록 911-KO.2: 발견
2020년 4월 12일 서울특별시 강남구에서 한 중국인이 마약 유통 혐의로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경찰 당국은 피의자를 조사하는 중 그가 입국 허가를 받지 않은 점이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이때 피의자가 신문 과정에서 SCP-911-KO를 '귀신 지하철'이라고 처음 언급하였다. 국가초상방재원은 피의자의 행적을 추적하여 판교역 근처 5층짜리 건물에 나타난 SCP-911-KO를 발견할 수 있었다.
SCP-911-KO가 발생하는 건물의 1층은 지난 몇 년 동안 임차인이 없어 오랫동안 계속 비어 있었다. 이에 대해 건물주는 방송국 취재진으로 위장한 요원들과의 인터뷰에서 4년 전 토지를 구입하였을 때 자신이 자주 찾던 무당이 1층에 가게를 들이지 말라고 강하게 조언하여 비운 것이라고 말하였다. 또한 그는 처음에 조언을 무시하였지만, 입주한 가게들이 연달아 금방 폐업하고 원인을 알 수 없는 곰팡이와 얼룩이 1층 벽에서 계속 발견되어 결국 비우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그 후 중국, 일본, 대만 순으로 SCP-911-KO가 추가적으로 발견되면서 조사를 거치고 SCP로 지정되었다. 조사 결과 SCP-911-KO가 발생하는 건물 모두 오랫동안 여러 이유로 1층이 비어 있었다.
부록 911-KO.3: 면담 기록
2020년 4월 17일 제01K기지에서 양복을 입은 노인 남성(SCP-911-KO-B)가 나타났다. 그는 자신이 의령수철도공사의 사장이라고 말하며 기지 이사관과의 대화를 요청하였고, 노래마인 최 이사관이 이 요청을 받아들였다.
[기록 시작]
[SCP-911-KO-B가 이사관실로 들어온다. 노래마인 이사관이 자리에서 일어나 SCP-911-KO-B를 반긴다.]
노래마인 이사관: 반갑습니다. 여기 앉으세요.
SCP-911-KO-B: (중절모를 벗고) 반갑소. 의령수철도공사의 사장인 현의옹이오. [악수] 그쪽이 이곳의 담당자인가 보오?
노래마인 이사관: 네, 그렇습니다. 말씀하실 게 있다는데, 무슨 용무이신가요?
SCP-911-KO-B: (의자에 앉고) 좀 이야기가 길 거요. [헛기침] 그대들도 알 지는 모르겠으나, 이번에 발견한 그 지하철은 우리의 소유오. 그러하여 이번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이렇게 찾아왔소.
노래마인 이사관: 아, 그런 이유셨군요. 그럼 바로 본론부터 이야기하시죠. 급한 일이신 것 같은데.
SCP-911-KO-B: 사실 이곳 재단에서 우리가 운영하는 지하철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며칠 전 들었소. 소식을 듣고 처음엔 무척 놀라웠소. 혹시라도 악용될까봐 존재를 감춰왔지만, 그렇게 철저히는 아닌지라 이미 알고 있는 이승 사람이 여럿 있기도 했지만.
노래마인 이사관: 그러면 최근에 지하철을 개통하신 건가요? 관련 기록을 찾아보니 빨라봐야 올해 2월 즈음에야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SCP-911-KO-B: 사실은 개통한 지 꽤 되었으나 사람도 탈 수 있게 된 건 몇 달 전부터요. 정확히는 '생자', 즉 살아있는 사람이지. 그 전에는 그 흐릿하게 생긴 '혼'만이 탈 수 있었소. 사람이 죽으면 혼이 나오지, 영혼 말이오. 원래 고향을 벗어나 다른 곳에서 죽는 일이 자주 있는데, 이들은 자신의 언어와 문화에 맞는 저승으로 향해야 하오. 그러던 중 현대에 들어서면서 귀향길을 돕기 위해 개통된 게 바로 그 지하철이오. 마치 다리처럼 나라를 잇는다고 하여 '널빤지 판', '다리 교' 자가 들어간 역에 승강장을 지은 것이오. 마침 네 나라의 수도와 그 근처에 있는 주요 도시에 모두 판교라는 이름의 지하철 역이 있기도 했소.
노래마인 이사관: [끄덕임] 그래서 모두 판교였던 거군요.?그런데 그런 원리라면, 가령 한국인이 외국에 귀화한 후 죽으면 반드시 한국으로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인가요? 그리고 예전에 지하철이 없었을 때는 무엇으로 이동했던 건가요?
SCP-911-KO-B: 일단 첫 번째 질문에 답하자면 사람은 자신에게 더 친숙하고 그 문화를 잘 아는 나라의 저승으로 가야 하오. 두 번째 질문의 답으로는 '사자'가 있소. 저승사자 말이오. 일종의 심부름꾼이지. 사자는 혼을 데리고 목적지까지 향하는 임무를 맡아왔는데, 일이 워낙 고되어 해당 업무를 우리가 나눠서 맡게 된 거요.
노래마인 이사관: 찾아보니 중국에만 역이 2개 있던데, 그 이유도 알 수 있을까요?
SCP-911-KO-B: 중국이 워낙 땅이 넓고 지역마다 문화나 언어도 달라 일부러 그렇게 역을 설치한 것이었소. [한숨] 그런데 요즘 적자를 생각하면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던 같소.
노래마인 이사관: 적자가 꽤 심한가 봅니다.
SCP-911-KO-B: 그렇소. 원래 우리의 주요 고객은 혼이었는데, 더 이상 이들이 지불하는 요금만으로는 재정 유지가 힘들어졌소. [침묵] '상부'에서도 계속되는 적자가 그리 맘에 들어하지 않는 눈치오. 그런 참에 재단이 지하철을 찾아냈다고 하여 내 이렇게 찾아와 부탁하려는 거요.
노래마인 이사관: 그렇군요. 너무 걱정 마시고 부탁하실 게 있다면 말하셔도 됩니다.
SCP-911-KO-B: 그 부탁할 게 무엇이냐면, 염치 없지만 승강장 관리를 재단에 맡겼으면 하오. 이미 이승에 지하철의 존재가 알려진 이상 나쁜 일에 이용하려는 자들이 널려있을 거요. 그런 자들을 막아주고 안전한 운행을 도와주기만 하면 되오. 나머지는 모두 우리가 도맡겠소. 그 대신에 재단이 지사철을 이용하는 걸 눈감아 주겠소. 비행기나 배에 탈 필요 없이 빠르게 4개국을 오갈 수 있으니 그쪽에 큰 도움이 될 거요.
노래마인 이사관: 어, 저희야 논의만 조금 거치면 통과되겠지만 상부와 협의 없이 이렇게 맡기셔도 되나요? 상부에서 이 일을 이미 승인한 거면 괜찮겠지만…
SCP-911-KO-B: 괜찮소. 어차피 그들은 여기 일을 잘 몰라서 내가 알아서 잘 말하면 수락할 거요. 당장 급한 상황이라 잘 이해해 줄 거요. 걱정 마시오. 그리고 그 혼들은 사자들이 일러준 대로 열차에 타고 내리는 거니 이상한 길로 새어가지 않도록 지켜 봐주기만 해주시오. 워낙 이승에 오래 머문 혼이라 꽤 헤롱댈 거요. 아, 무엇보다 절대로 그들이 생자와 섞이게 하지 마시오. 그럼 충분하오.
노래마인 이사관: '섞이다'? 잘 이해가 안 되는데요. '섞이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습니다.
SCP-911-KO-B: 망자들은 다들 처음에는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오. 이승의 양기에 휘둘려 제정신도 아니지. 그래서 생자를 보면 살려달라고 울부짖고 소동을 일으킬 수도 있소. 혹은 빙의하는 것처럼 육체를 차지하려 들지도 모르오. 아직 그런 일까지 일어나지는 않긴 했으나… 어쨌든 조금이라도 신경 써주면 괜찮을 일이오.
노래마인 이사관: 아. [침묵] 그거 참… 무서운 사실이군요. 아무튼 알겠습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하도록 하죠.
SCP-911-KO-B: 생각해줘서 고맙소. 얘기가 된 것 같으니 나는 이만 가보오. (중절모를 쓰고) 나중에 논의가 끝나면 다시 오겠소.
노래마인 이사관: [웃음] 네. 안녕히 가세요.
[SCP-911-KO-B가 안개가 되어 사라진다.]
[기록 종료]
면담이 끝나고도 SCP-911-KO-B는 나흘 동안 제8106기지, 제CN-19기지, 제CN-65기지, 제16기지에 순서대로 나타나 해당 기지 이사관과 위와 비슷한 내용의 대화를 나누었다. 그 후 각국 지부는 2주 동안 회의한 끝에 SCP-911-KO의 관리를 맡기로 결정하였고 다음 날 제01K기지에 나타난 SCP-911-KO-B가 이에 동의하여 계약을 맺었다.
SCP-911-KO-B는 계약에 따라 1~2개월마다 재단이 요청하였던 사망한 요주의 인물의 정보를 제공하기로 하였다. SCP-911-KO-B의 '상부'가 이 계약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