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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SCP-910-KO: 보기만 해도 배부르네
저자: Langston772020년 8월 물고기 경연 출품작입니다. 작품에 도움주신 igangsu님, thecult : 닉네임이 현존하는 사용자 이름과 일치하지 않습니다.님, ProfoundAbyss님, thd-glasses님, Migueludeom님께 감사드립니다.
일련번호: SCP-910-KO
등급: 안전
특수 격리 절차: SCP-910-KO를 홍보하거나 공유하는 매체는 발견되면 즉시 소각, 삭제한다. 작성자를 찾아내 SCP-910-KO를 알게 된 경로를 심문, 기억소거를 실시한다. SCP-910-KO의 무검열본은 조리부에서 보관하고 있으며 열람에는 실험 목적으로의 4등급 이상 인가가 필요하다. 열람 전, 인원은 절대로 SCP-910-KO를 실험 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며, 어길 시 징계위원회에 소환되는 것을 감수하겠다는 각서를 작성해야 한다. SCP-910-KO의 실험은 카메라가 설치된 방에서 실시한다. 담당 연구원은 방 바깥에서 카메라를 통해 실험 현장을 관찰한다.
SCP-910-KO-1이 민간에서 발견되면 요원을 파견해 확보한다. 담당 요원은 SCP-910-KO-1을 바닥에서 2m 이상 올리지 말아야 함을 숙지해야 한다. 확보된 SCP-910-KO-1은 성분 조사를 거치고 소각 처리된다. SCP-910-KO-2는 SCP-910-KO-1의 변칙성에 노출된 지 72시간이 지날 때까지 재단 기지에 격리되어 관찰된다. SCP-910-KO-2가 토해낸 참조기들은 소각된다. 민간에서 SCP-910-KO-2의 사인은 단순 질식사로 위장된다.
설명: SCP-910-KO는 한반도에서 공유되는 변칙적인 굴비 제작 레시피다. SCP-910-KO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가지고 있다.1
- 재료: 참조기(Larimichthys polyactis), 쌀뜨물, 부추, [편집됨], 인간의 침
- 참조기를 쌀뜨물에 약 5시간 정도 담근다. 이후 건져내고 칼로 비늘을 제거한다.
- 찜솥에 물을 붓고 부추와 인간의 침 █ml, [편집됨]를 물속에 넣는다.
- 찜솥에 참조기를 넣고 뚜껑을 닫은 채 ██분 동안 찐다.
- 참조기를 찌는 동안, 다음과 같은 주문을 5번 읊는다.
천지신명께서는 이 세상을 굽어살피사 저희에게 식복을 내려주소서.
위와 같은 과정으로 만들어진 굴비(SCP-910-KO-1)는 외견상 일반적인 굴비와 동일하며 맛, 부패 속도 또한 같다. SCP-910-KO-1의 변칙성은 개체를 2m 이상 높이로 올렸을 때 발생한다. 올려진 SCP-910-KO-1를 육안으로 본 모든 인간(SCP-910-KO-2)은 '포만감'을 느끼게 된다. SCP-910-KO-2는 포만감의 정도를 식사를 든든히 하고 배가 찬 느낌이라고 설명한다. SCP-910-KO-2가 SCP-910-KO-1을 보기 전에 배부른 상태인 경우에도 이 현상이 발생한다. 이 포만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지게 되며 메스꺼움과 복통을 동원한다. 이에 SCP-910-KO-2는 불쾌감을 느끼고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
SCP-910-KO-1을 본 지 72시간이 지난 SCP-910-KO-2의 배는 갑자기 팽창하기 시작하고 -2는 이에 극심한 고통을 느낀다. -2가 고통을 견디지 못해 의식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2의 배가 최대치까지 팽창하면 SCP-910-KO-2는 다량의 살아있는 참조기를 한꺼번에 토해낸다. 대부분의 SCP-910-KO-2는 이 과정에서 위와 식도에 상처를 입어 과다출혈로 사망한다. 구토된 참조기들은 모두 비변칙적인 종인 것으로 밝혀졌다.
SCP-910-KO는 경신대기근2 이전 의주부(현재의 평안북도 신의주시/의주군 일대)에서 유포된 것으로 추측되나 제작자는 불명이다.
부록 910-KO/A: 2020/05/15 서울특별시 노원구 공릉동의 한 원룸에서 SCP-910-KO-1 개체가 발견되었다. 당시 개체는 끊어진 줄에 묶인 채 식탁에 놓여있었다. 현장에는 위와 식도에서의 과다출혈로 사망한 주██ 씨와 폐사한 70여 마리의 참조기 떼 또한 발견되었다. 재단은 주██ 씨가 사망하기 전 만나 SCP-910-KO를 알려줬다는 안██ 씨와 면담을 진행했다. 안██ 씨는 탈북자 출신이라 문화어를 사용했고 쉬운 해석을 위해 면담 기록의 문화어 어휘는 한국어로 번역되었다.
면담자: 이선경 연구원
피면담자: 안██(당시 ██대 학생)
<면담 시작>
이선경: 그럼 면담 시작하겠습니다. 여기가 답답하시다면 다른 곳에서 할 수 있습니다.
안██: 일없- 아니, 괜찮습니다, 선생님.
이선경: 알겠습니다. 그럼 첫 질문으로, 어떻게 하여 그 굴비 요리법을 알게 된 것입니까?
안██: 그거는 제가 북에서 넘어오기 전부터 제가 살던 마을에 있던 방법이었습니다.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마을에서 대대로 전해져 오던 거였죠.
이선경: (서류를 넘기며) 안██ 씨는… 평안북도 신의주시에 거주하셨었군요. 2016년에 가족들과 넘어왔고요.
안██: 맞습니다. 꽤 고생했었죠.
이선경: 그런데 아까 굴비 요리법이 대대로 내려온 것이라고 했는데 혹시 누가 처음 만들었고 왜 만들게 된 것인지 알고 계십니까?
안██: 아뇨, 그거에 대해선 몰라요. 부모님도 모르셔요. 아주 오래전, 조선 시절 조상께서 처음 만들었다고 들은 적은 있습니다.
이선경: 흥미롭네요. 꽤 오래된 요리법이로군요.
안██: 아아, 그러고 보니 그 요리법을 만들게 된 배경이 뭔지는 기억나네요.
이선경: 그렇다면 천천히 말씀해주세요.
안██: 좀 흐릿한 기억이지만, 아주 오래전 심한 가뭄이 들어 먹을 게 없자 사람들에게 아귀餓鬼들이 들러붙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잡아먹기 시작했죠. 조상께서는 이 굴비 요리법을 만들어내 먹지 않아도 배부를 수 있게 했습니다.
이선경: 아귀라면 비유 같은 것이 아닙니까?
안██: 그게 비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뒤의 이야기를 들으면 비유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선경: 그럼 들어보겠습니다. 계속하시죠.
안██: 네, 그 굴비를 보기만 해도 배부른 것까지는 괜찮았죠. 그런데 문제는, 아귀들이 그 요리법에 스며들고 말았다네요. 봉인된 걸 수도 있죠.
이선경: 아귀가 어떻게 요리법에 스며든 것입니까?
안██: 그것도 어떻게 된 건진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 보기만 해도 배불러진다는 성질에 아귀들이 홀린 것 아닐까요?
이선경: 그게 가능성 있겠네요.
안██: 계속 이어가자면, 조상들은 이 굴비 덕에 그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고 요리법은 저희 가족이 매우 위급할 때 쓰이곤 하다가 아버지 세대부터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어 조기를 구할 수도 없게 되면서 잊혔었다죠. 이 얘기는 남으로 건너오기 전에 어머니한테서 들은 거에요.
이선경: 굴비를 위급할 때 사용했다라… 좋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자면, 왜 그 요리법에 부추, 인간의 침, 그리고… [편집됨]는 왜 들어가는 것입니까?
안██: 어머니에게서 들은 건데, 부추를 먹으면 끈기가 세져 사람이 소로 보이지 않게 해주고 사람의 침은 그 사람의 배부름 같은 걸 다스리는 거랬어요. 그리고 [편집됨]는 북에서만 자라는 거였는데 굴비의 그 효과를 만들어내는 데 아주 용하다네요. 요새는 중국산으로 가끔 보이더라고요.
이선경: 그렇군요. 그러면 그 요리법을 주██ 씨에게 알려준 이유는 무엇입니까? 주의점을 알고 알려준 것입니까?
안██: (머뭇거림) 어… 그게, 몇 주 전에 대학 과동기끼리 술자리에서 얘기하다가 제가 말한 걸 ██가 흘려들었나 봐요. 다음날 걔가 다이어트를 한다고 알려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그냥 알려줬는데.. 저는 그런 부작용이 있는 줄도 몰랐다고요. 그럴 의도는 아니었어요. 정말 전…
이선경: 알겠습니다. 좀 쉬시는 게 좋겠네요. 일단 면담은 여기까지 하도록 합시다. 수고하셨습니다, 안██ 씨.
안██: 네. 감사합니다.
<면담 종료>
부록 910-KO/B: 2020/07/11 조리부는 SCP-910-KO의 1671년 최초 발견 이후 현재까지의 발견 사례 횟수를 그래프로 정리하였다.3 그 결과, SCP-910-KO는 1970년대 초반부터 발견 사례가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한 것이 눈에 띄었다. 횟수는 이후 증가세 없이 감소했고 2000년대에는 발견 사례가 1년에 두 번 꼴로 감소했다. 그후 2010년대 초반부터 SCP-910-KO의 발견 사례가 소폭 증가하였다.
현재 조리부는 SCP-910-KO와 시대의 흐름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