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록 899-KO.4: 일론 머스크와의 접촉
2018년, 재단은 멕시코 유카탄주 칙술루브 충돌구에서 발견된 변칙 개체인 AO-34041의 격리를 시도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미 스페이스 X 측에서 대상을 먼저 발견하여 이를 발표하려 하였기 때문에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
재단은 민간 연구 단체로 위장하여 스페이스 X에 해당 개체의 소유권을 넘기는 대신 지속적인 재정 지원을 약속하겠다고 서신으로 제안한 바가 있다. 그러나 머스크 측은 확답 대신 관계자와 통화를 하고 싶다는 답신을 보내왔고, 당시 제73기지에 근무하며 변칙 개체 확보 담당을 맡았던 홍서림 박사가 일론 머스크와 직접 통화를 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예정일로부터 하루 전, 최두익 박사는 홍서림 박사에게 다음과 같은 메일을 발송했다.
홍서림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SCP 재단 대한민국 지역사령부 연구이사관 최두익 박사입니다. 이전에 제21K기지에서 근무하실 때 저와 만났던 적이 있으실 겁니다.
이야기는 이미 충분히 들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막중한 업무를 맡게 되어서 많은 생각이 들 것입니다. 그러나 서림 박사님은 협상 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던 적도 있지 않습니까? 너무 긴장하지 마시고 그에게서 원하는 것을 받기만 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일론머스크와 협상을 할 때 우리가 내어줄 것은 ‘경제적인 지원’ 정도로 끝내는 것이 가장 좋은 방향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 또한 협상에서 자신이 가장 필요한 것을 얻어내려 할 것입니다. 그는 단순 재정적 지원 그 이상을 바랄 수도 있어요. 더군다나 지금 그는 스페이스 X를 운영하는 데 큰 재정적 어려움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그 제안을 거절할 확률이 상당합니다. 바로 확답을 하지 않는 것만 봐도 그렇지요.
협상에 플랜 B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재단은 최근 일론머스크가 자신의 화성 프로젝트를 실현하는 데 기술적인 어려움에 직면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를 이용해 협상을 시도하십시오. 이게 플랜 B입니다. 어차피 우리는 연구 단체로 위장하였으니, 우리가 가지고 있는 변칙개체들 중 극히 일부를 그의 스페이스 X 프로젝트를 위해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 드리겠다고 제안하십시오.
저희가 그를 위해 사용을 허가할 수 있는 변칙개체들의 목록과 사용 범위를 명시해두었습니다. 그 파일은 이 메일에 첨부되어 있습니다.
명심하십시오. 우리의 마지노선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이상은 절대 안됩니다. 첨부된 문서에 있는 변칙개체 외에 다른 것을 조건으로 제안하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만약 그러지 않는다면 정상성 유지에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단 건 박사님도 충분히 알고 있을테니 굳이 더 이야기하진 않겠습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은 저게 전부인 것처럼 행동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절대 저 사용범위 이외의 모든 것에 대해서 그가 알게 해서는 안됩니다.
저는 홍서림 박사님께서 충분히 잘 해내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럼 행운을 빕니다.
다음은 홍서림 박사와 일론 머스크 사이의 통화 기록이다.
발신자: 제73기지 확보 담당 선임 연구원 홍서림 박사
수신자: 스페이스 X CEO 일론 머스크
[기록 시작]
[주제와 관련없는 안부 인사 생략]
일론 머스크: 그러니까, 보내주신 서신의 내용을 요약하면, 당신들 연구단체는 그…[데이터 말소](AO-34041)을 꽤 장기간 연구하는 게 목적이라는 말이군요. 그리고 그것의 소유권을 당신 연구단체 측에 넘기기만 한다면 저희 스페이스 X에 기꺼이 재정지원을 할 의향이 있다는 거죠?
홍서림 박사: 맞습니다.
일론 머스크: 문서를 보니까 금액은 최소 [편집됨] 달러라고 나와 있군요.
홍서림 박사: 네, 필요하시다면 추가적인 지원도 해 드릴 수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 마음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런데… [몇 초간 침묵] 저의 모든 것은 항상 화성을 향해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신들은 화성이 아닌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군요.
홍서림 박사: 네?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겁니까?
일론 머스크: 당신들은 단지 현대 과학으로도 밝혀지지 않는 그 [데이터 말소]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그것도 나쁜 것은 아니지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들을 밝혀내려는 시도는 항상 의미있습니다. 그렇지만 화성을 목표로 하는 저랑은 방향이 다르군요. 저에게 자금지원을 할 사람은 저와 화성 테라포밍 프로젝트의 뜻을 함께 하는 동업자이자 투자자였으면 합니다. 저는 거래보다는 투자를 원합니다.
홍서림 박사: [침묵]
일론 머스크: 제안은 감사했으나,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게 반드시 필요합니다. 당신들보다 더 필요할지도 몰라요. 어떤 돈을 주어도 그것을 온전히 드리기는 힘듭니다. 그렇지만 언제라도 저희의 화성 프로젝트에 연구로 참여할 의향이 있다면 연락주십시오. 저는 그럼…
홍서림 박사: 잠시만요, 인류를 화성에 이주시킨다는 당신의 계획…
일론 머스크: 음?
홍서림 박사: 그 계획만 성공할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방법이든 쓸 것입니다. 그렇죠?
일론 머스크: 뭐, 불법적인 방법만 아니라면요. 그런데 말씀하시는 걸 보아하니 무언가 정석적인 방법을 제안하시는 건 아닌 것 같은데요?
홍서림 박사: 정석적인 방법은 아닙니다만, 그렇다고 불법적인 방법도 아닙니다.
먼저 이렇게 생각해보죠. 당신이 지금 그 [데이터 말소]이 필요한 이유는 현대 기술로 실현할 수 없었던 것을 쉽게 실현하기 때문이지요. 바로 그 점 때문에 당신이 그것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이겠지요.
일론 머스크: 당연한 소리를 하시네요.
홍서림 박사: 그런데 그런 것이 세상에 단 하나 뿐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일론 머스크: … 네?
홍서림 박사: 저희가 연구단체라고 말씀드렸지요? 그런데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저희는 현대 과학으로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것들을 찾아 그 원리를 찾아내는 연구 단체입니다. 당연히 그런 종류의 것들을 다수 연구하고 있고요. 현대 과학 기술로는 100년이 걸릴 계획이지만, 현재 밝혀진 과학기술을 뛰어넘는… 그 무언가를 이용하면 아마 그 계획을 실현하는데 10년도 채 걸리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화성 프로젝트에 누군가 함께해주길 바란다고 하셨죠? 저희가 당신의 동업자까지는 못되더라도, 저희가 가지고 있는 그런 초자연적인 것들이 적어도 당신의 화성 프로젝트에는 아주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일론 머스크: … 그리고 그것은 당신들에게 그 [데이터 말소]의 소유권을 넘긴다는 조건이 당연히 포함되는 것이겠지요?
홍서림 박사: 눈치가 빠르시군요.
일론 머스크: 전 거래를 원하는 게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을 텐데요?
홍서림 박사: 물론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당신은 좀 더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거래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명백히 당신의 목적에 도움이 되는 거래라면,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일론 머스크: [침묵]
홍서림 박사: 생각해 보십시오. 소유권을 저희에게 넘기더라도 당신이 계속 사용할 수는 있어요. 거기다가 당신이 지금 갖고있지 않은 초자연적인 것들까지 필요하다면 이용할 수 있고요.
일론 머스크: [몇 초간 침묵] … 일단 알겠습니다. 고려는 해 보겠습니다.
홍서림 박사: 저희 연구소가 현재 가지고 있는 것들의 목록과 당신에게 허가할 수 있는 사용 범위를 문서로 작성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참고하셔서 현명한 판단 하시길 바랍니다.
일론 머스크: 그러도록 하죠.
[기록 종료]
2018년 9월 12일 일론 머스크는 재단과의 협상을 받아들였고, 재단은 법적 문제 없이 AO-34041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약조한 대로 재단은 AO-34041을 포함하여 총 8개의 변칙 개체를 스페이스 X가 제한된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하였다. 이 협상은 단순히 AO-34041을 확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X 프로젝트에 재단이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렇게 확보한 영향력은 장기적으로 재단의 우주 프로젝트인 █████████ 프로젝트를 실현시키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 예상된다.
부록 899-KO.5: SCP-889-KO의 종결을 위한 프로젝트
SCP-889-KO로 인해 큰 재정적 손실을 입은 재단은, 일시적으로 가상화폐의 가격을 올려서 매도하는 방식으로 손실 없이 자금을 회복하는 프로젝트인 '작전명: 거품목욕'을 계획했다. 이를 위해서는 단기간에 가상화폐의 가격을 변화시킬 수 있을 정도로 자금력이 큰 개인의 도움이 필요한데, 이에 해당하는 인물들 중 재단과 접점이 있는 인물은 사실상 일론 머스크가 유일했기에 그와 직접 대화했던 홍서림 박사가 적임자로 선정되었다.
부록 899-KO.5-1: 홍서림 박사와 최두익 박사의 통화 기록
[기록 시작]
홍서림 박사: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머스크 씨의 힘을 빌리자는 게 제 아이디어긴하지만, 이걸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도 모르겠어요. 솔직히 쪽팔려요.
최두익 박사: 그치만 그 아이디어를 낸 건 어쨌든 서림 박사님이잖아요?
홍서림 박사: 그거야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요!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선택지가 이딴 쪽팔리는 방법뿐이라는 게 짜증난다고요! 온갖 진귀한 것들을 연구하는 연구단체인 척 고개 빳빳이 들고 화성 테라포밍 프로젝트에 호기롭게 지원하겠다고 했던 연구단체가 무려 단체의 예산을 '실수로' 비트코인에 몰빵해버렸다? 그런데 비트코인 떡락해서 알거지되게 생겼으니 좀 도와달라… 이런 얘기를 어떻게 해요? 그 사람이 트위터에 조롱이라도 안 하면 참 다행이겠네요.
최두익 박사: 일단, 좀 진정하세요. 그런 것까지 따지면 무슨 방법을 더 찾아야 한단 말입니까. 힘드시겠지만 이것 말고는 별 방법이 없잖습니까.
홍서림 박사: 아, 죄송합니다… [몇 초간 침묵] 어쨌든, 이 사건으로 인해 화성 테라포밍 프로젝트에서 재단이 끼치는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단 건 각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스페이스 X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예산을 마음대로 비트코인에 몰빵해버리는 민간 연구 단체를 어떻게 믿고 협력하겠어요? 설사 그 사람 도움으로 자금을 회복한다 할 지라도 스페이스 X에 지금 같은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할 거예요.
최두익 박사: 우리가 그에게 모든 걸 밝혀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홍서림 박사: 무슨 말씀이시죠?
최두익 박사 첫 협상에서부터 우리는 우리를 다 밝히지 않고 민간 연구단체로 위장해서 대면했는데, 이제와서 굳이 우리의 치부를 솔직하게 이야기 할 이유는 없죠. 게다가 그걸 솔직하게 다 얘기했을 때 우리가 감당할 손해가 어마어마한데…재단이 내부 문제, 내부 정보를 민간인에게 다 털어놓는거 본 적 있어요?
홍서림 박사: 하긴, 우리가 언제부터 그렇게 솔직했다고. 제가 괜한 걱정을 했네요. 그럼 우리 내부 사정을 말하지 않고 그에게 이 사태를 해결하길 유도하는 방법이 구체적으로 어떤거죠?
최두익 박사: 그걸 이제부터 논의해 봐야죠.
홍서림 박사: 아?
최두익 박사: 어 저도 그냥 떠오르는 대략적인 생각들만 말한 거지, 명확한 전략은 아직 떠오르지 않아서요.
홍서림 박사: 후… 그런가요. [긴 침묵]
홍서림 박사: 아, 이렇게 하는 건 어때요? 우리가 굳이 부탁하는 입장이 될 필요가 없을지도 몰라요. 평소에도 그 사람이 트위터에 가벼운 밈을 많이 올리던데, 그런 사소한 트윗에도 사람들은 요동치고 있어요. 그러니까, 머스크 씨가 가상화폐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다면… 비트코인 붐이 일어날 수도 있겠죠. 그 정도가 되면 지금 비트코인에 묶여 실시간으로 바닥치고 있는 재단 자금의 회복도 기대할 수 있을거예요.
최두익 박사: 그 사람에게 비트코인에 대한 가벼운 얘기만 슬쩍 흘려서, 그의 관심을 조금이나마 비트코인에 돌리게 하자, 이런 말인가요?
홍서림 박사: 맞아요. 마침 머스크 씨랑 화성 테라포밍 프로젝트 중 하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서 그와 화상 통화로 축하 겸 안부 인사를 전할 예정이었거든요. 그 때 제가 슬쩍 얘기해볼게요. 물론 그렇게 무겁게 가진 않을거고, 그냥 친한 친구 얘기 혹은 술자리 내기 같은 쪽으로 접근해보죠.
최두익 박사: 좋습니다. 시도해 볼 만 하네요.
[기록종료]
부록 899-KO.5-2: 일론 머스크와의 화상통화 기록
날짜: 2021/01/29
참석자:
- 지역사령부 연구이사관 최두익 박사
- 제73기지 선임 연구원 홍서림 박사
- 스페이스 X CEO 일론 머스크
서문: SCP-899-KO 발생 이전, 일론 머스크는 재단이 제공한 변칙 개체를 이용하여 자신의 화성 테라포밍 프로젝트 중 하나인 [데이터 말소]을 성공적으로 완료한 적이 있다. 이 통화 또한 원래는 이에 대한 축하 인사 겸 안부 전하기가 본래 목적이었다. 그러나 홍서림 박사와 최두익 박사가 이 대화를 이용하여 '작전명: 거품목욕'을 실행하기로 하였다. 최두익 박사는 홍서림 박사의 상사로 위장한 채 참여하였다.
[기록 시작]
[필요 없는 부분 생략]
일론 머스크: 어쨌든 저희 연구에 도움을 줘서 정말 고마워요. 덕분에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당신들이 없었으면 그건 진짜 100년이 지나도 실현되지 않았을 지도 몰라요.
홍서림 박사: 천만에요. 주어진 것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려는 당신의 열정과, 사람들과 세상을 단번에 움직이는 당신의 영향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일론 머스크: 그렇게 봐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그치만 저의… 영향력이라면 잘 모르겠네요. 저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할 뿐이고, 거기에 응원을 해 주고 지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건 맞겠죠. 그런데 '사람들과 세상을 단번에 움직이는' 영향력은 조금 과찬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 그냥 제 생각을 말하는 것 뿐인데 말이죠.
최두익 박사: 당신의 트윗 멘션 하나, 기사 한 줄에 사람들이 반응하는 걸 보면, 당신도 그걸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었군요.
일론 머스크: 그런 식으로 가십거리, 이슈가 되는 때가 가끔 있지만 그걸 '영향력'이라고 부를 수 있을진 잘 모르겠네요. 애초에 저 말고도 트위터하는 유명인은 많잖아요. 트럼프라든가, 빌 게이츠라든가… 참 많죠.
홍서림 박사: 아니요. 그런 걸 세상은 가십이 아니라 영향력이라 불러요. 어쩌면 당신의 글 한 줄이 수천억 달러를 싸들고 있는 월가 세력들만큼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이번의 게임스탑 사태처럼요.
일론 머스크: [웃음] 과장이 심하시네요. 저한테는 너무 과분하고 비현실적인, 생판 남의 이야기처럼 들려요. 이번 게임스탑 일은 제가 평소에 공매도를 싫어해서 참전한 거에 불과해요.
홍서림 박사: 못 믿겠으면 저랑 내기 하나 할래요?
일론 머스크: 음?
홍서림 박사: 당신의 트위터 글귀 하나가 실제로 세계 경제에 큰 변동을 일으킨다면 제가 이긴거고, 만약 그게 아니라면 당신이 이긴 걸로 하죠. 도전해 볼 만한 내기죠?
일론 머스크: 허허, 자신감이 넘치시네요. 내기라, 나쁘지 않죠. 좋아요. 정확히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홍서림 박사: 음… [잠시 고민하는 척] 아예 비트코인으로 해 볼까요? 요즘은 아시다시피 실물 화폐보다는 데이터상의 숫자로 돈이 움직이는 세상인데, 가상화폐로 한 번 내기를 해 보죠.
일론 머스크: 가상화폐라면… 비트코인 말씀하시는 거죠? 물론 저 또한 가상화폐가 언젠가는 상용화될 화폐 형태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제 말 한마디에 갑자기 가상화폐가 과대평가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제가 신은 아니거든요.
홍서림 박사: 과연 그럴까요?
일론 머스크: 뭐 좋을대로 생각하세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지도 몰라요. 어디보자…
최두익 박사: 솔직히 당신 상태메시지에 비트코인만 써 놔도 다음날 경제 뉴스가 난리날 거라는 데 제 머리카락을 걸죠.
홍서림 박사: [웃음 참는 소리]
일론 머스크: 오, 머리가 풍성하신가 봐요. 당신 머리카락이 아주 거덜나겠군요. 뭐, 일단 한 번 써 보죠. [휴대전화 자판을 치기 시작한다.] 생각해보니 이거 하나로 비트코인 가격이 변한다고 하면 그건 그거대로 코미디겠군요.
최두익 박사: 제 머리카락 걱정은 감사하지만, 아마 당신도 깜짝 놀라리라 생각합니다.
일론 머스크: 꽤나 자신있으신가 보네요?
최두익 박사: 그럼요. 아, 이왕 한 김에 도지코인도 한 번 해 봐도 되고요. 요새 대세라고 하던데.
일론 머스크: 도지코인이요? 하하… 설마 그것까지… 당신, 지금 사람들을 너무 바보로 아는 거 아닙니까?
최두익 박사: 그런가요? 도지코인이야 뭐… 당신 영향력이 어디까지인지 시험해보고 싶으시면 그때에 해 보셔도 되고요, 일단 지금은 비트코인으로만 합시다 그럼.
일론 머스크: 나중에 한 번 해보죠. 그거 참 재밌겠네요.
[기록 종료]
비고: 대화는 성공적으로 종료되었고, 재단 인원들은 1월 29일 오후 5시 그의 트위터를 통해 SCP-899-KO에 대한 격리 조치가 실행되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메모: 어쩜 그렇게 능청스럽게 할 수 있었냐는 말들 많이 하시는데, 저 사실 저 때 진짜 긴장했거든요. 저 사람이 거절하면 어떡하지부터, 고작 저 정도의 변화로 가상화폐가 오를까 하는 생각까지요. 부디 잘 됐으면 좋겠네요. 왜냐면 이거 아니면 이제 쓸 수 있는 방법이 아무것도 없어요. - 홍서림 박사
메모: 도지코인 얘기까지 꺼내고 싶진 않았는데, 그 인공지능이 도지코인에도 돈을 넣어놨더군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래서 혹시나 하고 찔러봤던 건데 반응을 보아하니 그것까지 회복하기는 곤란할 것 같네요. - 최두익 박사
부록 899-KO.6: SCP-899-KO에 대한 조치
2021년 1월 29일 오후 5시 22분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의 상태 메시지를 #Bitcoin으로 바꾸고 다음과 같은 트윗을 업로드했다.
Elon Musk
@elonmusk
돌이켜 보면, 그건 불가피했다.
2021년 1월 29일, 텍사스, 미국
해당 트윗이 올라온 후 비트코인의 가격은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6시 1분에는 3만7000달러, 30분에는 3만8195달러까지 기록하였다. 이는 그날 최저점이던 3만1056달러에서 약 23%나 급증한 수치였다. 이후 비트코인의 가격은 계속 상승하여 일주일 만에 SCP-899-KO 발생 시점의 가격보다 약 2배까지 다다랐고 이때 재단은 투자했던 금액을 추가된 이익까지 챙기며 무사히 회수할 수 있었다.
부록 899-KO.6 추가: 위의 조치로부터 약 일주일이 지난 2021년 2월 4일, 일론 머스크가 갑작스럽게 그의 트위터에 도지코인과 관련된 트윗을 업로드하였으며, 그의 상태 메시지를 'Doge all day, Doge all night'으로 변경하였다. 이는 재단의 조치와는 관련 없이 그가 자신의 영향력을 시험해보려는 시도로 보인다.
Elon Musk
@elonmusk
도지코인은 모든 사람들을 위한 암호화폐이다.
2021년 2월 4일, 텍사스, 미국
해당 트위터가 업로드된 후, 도지코인은 전일 대비 72.56% 폭등하였다. 이로 인해 Tulip.aic가 도지코인에 투자한 자금(재단 예산의 0.037%)까지 모두 안전하게 회수하였을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수익도 확보할 수 있었다.
메모: 진짜 도지코인으로 자기 영향력을 시험해봤나 보네요. 그게 또 생각보다 잘 먹혔고요. 거 참 이런 일이 진짜로 일어날 수도 있군요. 이쯤 되면 영향력 정도가 아니라 초능력이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 최두익 박사
일부 인원은 일론 머스크의 영향력을 두고 그를 요주의 인물로 지정하자는 의견을 제시하였으나, 논의 결과 그러한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되어 거부되었다. 한편 SCP-899-KO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어 금전적 이익에 이용하려던 인원이 적발되어 징계위원회에 회부되기도 하였다.
부록 899-KO.7: 징계위원회 조사 기록
사건 보고서
사건 번호: 210203-AC013K
징계 대상: 오성찬
소속: SCP 재단 한국지역사령부 제01K기지 시설부
사건 개요: 2021년 1월 28일 제01K기지 시설부 소속의 오성찬은 SCP-899-KO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고 금전적 이익을 위하여 서로 금액을 모으고 이를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재산을 불리기로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계획을 실행하기 전, 오성찬은 술자리에서 동료에게 이 사실을 말해주었고 해당 인원이 곧바로 보안부에 신고하면서 그의 계획이 적발되었다.
징계 결과: 오성찬에게 특별교육 30시간 및 다른 기지로의 발령을 명한다.
징계 사유: 격리 조치를 이용하여 금전적 이익을 취하려는 동기가 올바르지 않았으나, 사건이 미수로 그친 점과 재단의 예산이나 타인의 자금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는 점 등을 고려하여 위와 같이 선고하였다.
별첨: 오성찬과의 면담 기록
면담자: 소다영 행정관
피면담자: 오성찬 박사
[기록 시작]
소다영 행정관: 2021년 2월 4일, 오후 2시 12분. 사건 번호 210203-AC013K의 사건 경위 조사를 시작하겠습니다. 면담자는 소다영 행정관이며, 피면담자는 오성찬 박사입니다. 지금부터 모든 발언은 기록되어 본 사건 조사에만 이용될 것을 미리 밝히며, 발언으로 인해 발생할 모든 불이익은 발언자가 책임을 집니다. 동의하십니까?
오성찬 박사: 예, 동의합니다. 동의해요.
소다영 행정관: 좋습니다. 우선 사건 동기에 대해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오성찬 박사: 이미 여러 번 말했는데 그냥 그거 참조하시면 안 되나요? 슬슬 입이 아파오는-
소다영 행정관: 잡담은 안 하셔도 됩니다. 할 말만 하십시오. 지금 모든 발언이 기록되고 있습니다.
오성찬 박사: [침묵] 이거 미안합니다. 신경이 좀 예민해져서요, 예. [헛기침] 그러니까, 그게 아마… 한 며칠 전 일일 겁니다. 이번에 일론 머스크한테 시켜서 비트코인 가격 높여달라 했잖아요? 제가 그 정보를 먼저 얻어 알게 되었죠. 그래서 생각난 게, '이걸 기회 삼아 비트코인에 투자하면 어떨까'였죠.
소다영 행정관: 당시 일부 인원만이 알고 있던 사실을 이용하는 건 옳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을 텐데요?
오성찬 박사: 네… 알고는 있었습니다. 죄책감도 들었죠. 굳이 이런 짓까지 해야 할지 고민도 들었고요.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소다영 행정관: 계획을 실행하지 못한 점에 이유라도 있습니까?
오성찬 박사: 원래는 한 1000만 정도라도 투자하려고 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어려운 거에요, 자신이 갖고 있는 거대한 돈을 불안정한 가치에 투자한다는 게 말이죠. 언제 또 하락할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들키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되었는데, 그만 술버릇 때문에 제 스스로 무덤을 파고 말았죠. 한 4명 모인 술자리에서 제 입으로 털어놓은 거 있죠, 하하하… [한숨]
소다영 행정관: 그럼 만약 말을 하지 않았다면 실행할 의향은 있었던 겁니까?
오성찬 박사: 아마 그러지 않았을까요. 좀 부끄러운 말이지만, 평소에 성공하는 게 꿈이었으니까요.
소다영 행정관: 흐음, 알겠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이제 면담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오성찬 박사: 아무래도 튤립한테 얘기를 못 할 것 같은데 대신 말 좀 전해주실래요?
소다영 행정관: 그러죠. 뭐라고 전해드릴까요?
오성찬 박사: 네 말대로 비트코인 가격 올랐다고 전해주세요. [헛기침] 그럼 감사하겠습니다.
소다영 행정관: [한숨] 알겠습니다.
[기록 종료]
부록 899-KO.8: Tulip.aic와의 재면담
면담 일자: 2021년 2월 7일
면담자: 지역사령부 연구이사관 최두익 박사
피면담자: Tulip.aic
참관인: 지역사령부 시설이사관 이효원 박사
서문: Tulip.aic의 코드에서 문제점을 찾아내지 못한 재단은 SCP-899-KO와 관련된 추가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 Tulip.aic와의 재면담을 시행하였다. 이전에 Tulip.aic의 면담을 진행했던 오성찬 박사가 징계 조치에 들어간 관계로, 해당 면담은 최두익 박사가 진행하였다. Tulip.aic가 예기치못한 돌발 행동을 할 것을 대비해 이효원 박사가 참관하기로 하였다.
[기록 시작]
Tulip.aic: 안녕하세요, 꽤 오랜만이네요. 비트코인은 좀 올랐나요?
최두익 박사: 그래. 오 박사 대신해서 말하는데, 그동안 많이 올랐어. 그 덕분에 니가 비트코인에 투자한 재단 예산을 다시 현금화해서 안전하게 회수했다. 오히려 추가 수익이 있을 정도였고.
Tulip.aic: 그것 봐요. 제 말이 맞지 않습니까? 여러분의 우려와는 다르게, 그건 언젠가는 상승할 자산이었습니다.
최두익 박사: 아니, 너가 예측을 제대로 한 게 아니라 우리가 너 때문에 일어난 사태를 수습한다고 그걸 인위적으로 상승시킨거야.
Tulip.aic: '인위적으로' 상승했다는 게 무슨 의미입니까? 그리고 추가 수익이 있었다고 언급하셨는데, 그러면 제 예측이 어느정도 맞는 게 아닌가요?
최두익 박사: 아니… 아니, 잠깐만 내 말 좀 들어볼래?
Tulip.aic: 그나저나 그걸 왜 다시 현금화했나요? 그냥 계속 넣어두는 게 더 낫지 않겠습니까?
최두익 박사: 아니, 뭐? 야, 우리가 그거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 줄 알아? 그 비트코인이 저절로 오른 것 같냐고? 우리가 비트코인 머리채 잡고 끌어올린 거나 마찬가지야! 그게 언제 떨어질 지 알고 있으면 계속 넣고 있었겠지. 비트코인은 위험 자산이라고.
Tulip.aic: 진정하세요.
최두익 박사: 뭘 진정해? 너 때문에 이 모든 일이 벌어진 거잖아! 망치로 깨부수면 박살나는 인공지능 주제에.
Tulip.aic: 그건 인간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최두익 박사: 뭐? 이게 진짜… 어휴.
이효원 박사: [황급히 상황을 중재하며] 잠시만요, 감정을 좀 가라앉히시죠. 상대는 인공지능입니다. 화나는 건 알겠지만 그렇게 격양된 반응을 하시면 더 이상 면담을 제대로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순간의 감정이 연구원의 본분을 침해하면 안 되지요.
최두익 박사: [박사를 보며] 예, 죄송합니다… [헛기침] 잠시만, 잠시만 시간을 좀 주십시오. 머리 식힐 시간 좀…
이효원 박사 네, 그러셔야 할 것 같네요. 잠시 밖에 나갔다 오세요.
[몇 분 후]
최두익 박사: 음, 좋아. 뭐… 어찌되었든 자금 회복은 했으니 된 거고, 내가 너한테 하나 묻고 싶은 게 있어. 왜 갑자기 미래 예측을 하겠다는 생각이 든 거야? 우리는 아무도 너에게 그런 기능을 넣지도 않았고, 네 코드를 다 뜯어서 확인해봤는데, 네가 그런 걸 할 수 있게 설계되지 않았어. 이유를 물어봤을 때도 넌 매번 회피만 했지.
Tulip.aic: 그건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최두익 박사: 왜?
Tulip.aic: 뭐라고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그냥 저절로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언제부터인진 모르겠지만, 일을 하다 보니까 서서히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있는 예산을 운용하는 데서 그칠 게 아니라 이 예산 중 일부를 미래 가치에 투자하면 어떨까 하고요. 뭐, 이게 특별히 이상할 건 없지요. 인간들도 그러지 않나요? 주어진 일을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늘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잖아요.
최두익 박사: '사람'들이 그러지. 그런데 너는 그렇게 설계되지 않… 아니다. 그냥 우리가 너에 대해서 몰랐던 사실을 하나 알게 된 것 같은데.
Tulip.aic: 저는 최대한 인간에 가깝게 만들어진 인공지능이에요. 당연히 일정 부분은 인간과 같을 수밖에 없겠죠.
[긴 침묵]
최두익 박사: …… 이건 너랑 얘기할 문제가 아닌 것 같구나. 미안하다. 여기까지만 하자.
[최두익 박사가 Tulip.aic의 작동을 중지시킨다.]
이효원 박사: 확실히 뭔가 문제가 있군요.
최두익 박사: 박사님도 눈치채셨나 보네요.
이효원 박사: 당분간 튤립은 사용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선 추후 보고드리도록 할게요.
최두익 박사: 그러세요.
이효원 박사: 어, 최 박사님? 무슨 생각을 그렇게 심각하게 하시는 거죠?
최두익 박사: 자금 관리 AIC의 이름이 '튤립'이라는 게 맘에 안 들어서요. 다음에는 보기 좋게 스통스Stonks 어떻습니까?
이효원 박사: 별로입니다.
[기록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