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885-KO

일련번호: SCP-885-KO

등급: 에덴1

특수 격리 절차: SCP-885-KO는 기준현실에서 직접적 배제가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된다. 해당 객체로 인하여 완료된 CK급 시나리오로 일어날 수 있는 추가적인 피해의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최우선적인 목표이다. SCP-885-KO로 인해 발생한 CK급 시나리오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거나 기준현실 자체를 재차 개변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설명: SCP-885-KO는 20██년 ██월 █일 이후부터 나타난 통계예언학적 수치의 변동이다. SCP-885-KO가 최초로 보고되기 이전의 전조 현상은 다음과 같다.

• 통계예언학과 내 사물형 예언 개체Oracle Entity전체의 산출값이 동일선상의 모호한 예언으로 수렴함.2 공통적으로 포함된 단어는 두근거림, 축하, 탄생, 날개, 하양색 등이 존재한다.

• 제05K기지 내부의 예언자Oracle Being 인원 28명이 해석 장치의 연산에 오류가 생겼다는 보고를 동시에 제출함. 실제로는 가동 중이던 모든 예언 산출 장치가 null값을 예언의 결과값으로써 출력한 것으로 확인됨.3

• 재단 인원들 사이에서의 강한 기시감 및 이로 인한 업무 능률 저하의 지속적인 보고. 기시감 호소는 인간형 변칙 개체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SCP-885-KO는 자기 실현적 예언의 일종으로서 기능한다. 객체 자체는 그 어떠한 사건이나 인과를 야기하지 않는 무의미한 값이지만. SCP-885-KO를 결과값으로 산출한 개체는 자기 실현적 예언의 여부와 무관하게 현실을 개변시키지 않는 결과를 야기한다.

SCP-885-KO가 결과로 산출된 예언은 어떠한 값도 가지지 않기에 모호함-엄밀함의 해석적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이로 인해 예언 산출 개체는 사용자의 소망만을 반영하여 가능한 모든 결과를 고정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SCP-885-KO가 예언된다면 객체를 예언한 예언 산출 장치는 해당 영향 하의 사용자를 기대 가능한 미래에 귀속시키게 된다.

확인된 바, SCP-885-KO는 지구상의 모든 예언 산출 개체에게서 출력될 수 있는 확률이 존재한다. 이는 부분적으로 CK급 시나리오를 야기할 가능성을 시사하며 야기하였다. 현재 CK급 시나리오가 야기된 재단 내 구역은 제05K기지와 청록학교이며, 각각 예언 산출 개체와 예언자에 의해 SCP-885-KO가 예언되었다고 추정된다.4

현재 SCP-885-KO를 결과로서 가지는 자기 실현적 예언을 직접적으로 해결하거나 우회하는 방법은 없다.

부록 1: 통계예언학과 내부 보고서

SCP-885-KO는 그 자체로는 무의미한 값입니다. 하지만 예언 산출 개체가 해당 값을 예언으로써 산출해 낸다면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개체가 자기 실현적 예언을 도출하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 도식을 따릅니다. 사용자의 생각과 예언의 범위가 그 대상입니다.

사용자는 예언 산출 개체를 사용할 때 예언을 받을 대상을 생각하고, 개체는 대상의 형질을 반영하여 최대한 일치하는 존재를 예언의 객체로 지정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사용자가 생각한 대상은 예언의 객체와 일치하게 됩니다. 예언과 관련된 인간형 변칙 개체라면 자신의 의지로 대상을 조정하는 게 보통이고요.

또한, 통상적으로 개체의 예언이 작용할 수 있는 범위는 한계가 있습니다. 시간적, 공간적으로 개별적인 예언자 또는 예언 산출 개체가 예지할 수 있는 한계 내에서 전자의 조건이 작용하게 될 때 예언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SCP-885-KO는 우선적으로 후자를 완벽하게 무의미한 것으로 변질시킵니다. 어떠한 사건이나 결과를 예견한 것이 아니기에 시간과 공간과 무관하게 SCP-885-KO라는 예언이 일어날 수 있고. 따라서 이는 의미없는 값이 됩니다.

이후 예언 산출 개체의 사용자가 생각한 대상 또한 동일한 과정에 의해 소거되는 결과를 야기합니다. 대상과 무관하게 SCP-885-KO는 존재했거나 존재할 수 있고, 일어나거나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결론적으로 SCP-885-KO의 예언 대상은 가능한 하나의 미래에 영구히 귀속당합니다. 자기 실현적 예언의 기작에서 결과가 무의미한 값으로 대체되고 현실성의 변동 및 고정이라는 현상만 잔존한 결과죠.

현재로썬 제05K기지 내부의 일부 인원 및 타 시설의 인간형 변칙 개체만이 해당 현상에 휘말린 것에 그쳤습니다. 그러나 기지 규모보다도 더 큰 범위에서 SCP-885-KO를 결과로 하는 예언이 도출된다면 통계예언학과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통계예언학과 제6팀 팀장 이람 연구원



부록 2: 통계예언학과 내 요청에 의한 변칙 개체 지원

이하는 통계예언학과 측 요청에 의하여 청록학교 측에서 인계받은 인간형 변칙 개체(B-1225)의 면담 및 일시적 재배치 기록이다.

면담 진행자: 통계예언학과 이람 연구원

면담 대상: B-1225

면담자는 서류 뭉치를 들고 면담실 안에 착석한다. 카메라 화상은 방 내부의 조명 밝기로 인하여 조금 흐릿하게 촬영된다.

이람 연구원: 이름. 연령.

B-1225: 저… 저는…

이람 연구원: 됐어, 대답 못하면 상관없어. 형식적인 질문일 뿐이였으니까. B-1225, 너는 '현장 체험 학습' 프로그램의 일환으로써 재단의 격리 체계에 협조하고 개체의 격리법을 설계하는 것에 도움을 줄 거야. 이해하고 있지? 학생 식별 번호로 부르는 것은 양해를 부탁해. 서류에서 네 이름을 아직 찾지 못했거든.

B-1225: 네… 네. 이해하고 있어요. 상황도 대강 전해들었고요. 연구원님 부서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기지 내 인원들이 어떠한 변칙성에 노출되었고…

이람 연구원이 불편하다는 듯 손을 B-1225의 앞에 가로저어서 말을 끊는다.

이람 연구원: 그 이야기는 하지 말자고.
???: 고작 그 정도에 불안해해서 될까나. 뭐, 나는 네가 그럴수록 이곳에 더 가까워질 수 있지만.

B-1225: …죄송합니다.

이람 연구원: 네 실책은 아니지, 사과할 필요는 없어. 이 상황에 대해 설명하더라도 프로젝트의 담당자인 내가 설명했어야 하는 문제를 멋대로 격리 중인…
???: 경이를 가진 인간과 경이는 구분되어야지, 내가 그렇게 말한 적 없던가?

면담자는 잠시 말을 가다듬고 다시 이어간다.

이람 연구원: 아직 견습에 불과한 학생에게 누설한 것에 대해 언짢았을 뿐이야.

이람 연구원: 너에 대해서 전해들은 게 있어, 예언자라고 하던데? 대단하다고 생각해, 예언을 다루는 내 학과 내에서도 직접적으로 변칙성을 보유하고 그걸 바탕으로 스스로 예언을 내리는 사람은 거의 없거든. 나도 그런 능력은 없는 평범한 사람이고 말이야.
???: 나는 다음의 나에게 더 많은 걸 물려줬어. 그들이 나를 가두기 위해 널 안정적으로 만들지 않았다면 너는 더 일찍 그걸 쓸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 지금은 할 수 없겠지.

B-1225: …그런가요.

이람 연구원: 학생 명부에서는 특기할 만하다는 언급이 서너 차례 보였거든, 예언 대상의 범위도 포괄적이고 변칙성의 제어 면에서 용이하다고 말이야.

이람 연구원: 마침 난 학과 내에서 새로 들어온 직원들을 교육하는 팀을 이끌고 있기에 기회가 생기면 청록학교에 방문교사 형식으로 와 볼까도 생각했기에 눈여겨 볼 필요는 있었지.

B-1225: 그… 그렇군요. 근데… 이 일을 거절할 수는 있는 건가요? 조금 무서운데…

면담자는 한동안 침묵을 유지하다 B-1225를 바라본다.

이람 연구원: 글쎄다. 그건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봐야겠네. 나도 잘 모르거든.

이람 연구원: 그런데 말이야. 네가 청록에서 나가 있는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인지하고 있니?

면담자는 잠시 서류를 뒤져 무언가를 찾아낸 뒤 B-1225를 다시 호명한다.

이람 연구원: 나는 알고 있는데 말이야. 금미래 학생.

이람 연구원이 B-1225를 응시한다.

이람 연구원: 네가 한 일에 대해서 말이지. 서류상으로는 네 변칙성 정도라면 하나의 시설 바깥에서 상황을 예견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하더구나. 그리고 네가 떠난 당일날 바로 뒤에 청록학교는 누군가가 도출한 예언으로 인해 상당한 피해를 입었지.

이람 연구원: 동기는 내가 알 방법이 전혀 없다만, 네가 고의든 실수든 청록학교 내부의 누군가를 향해 예언을 만들어내려고 했고 그 결과로 본 게 아무것도 아니라서 당황했을 거 같은데 말이야. 안 그러니?

B-1225: …실수였어요.

이람 연구원: 뭐가?

B-1225가 이전보다 작은 음성으로 답변을 이어간다.

B-1225: 그냥… 어떤 시점에서 제가 기대할 수 있는 일을 보고 싶었을 뿐이에요.

B-1225: 그러고는 반 애들의 미래를 고스란히 봤어요. 청록을 졸업하면 어떻게 되고 제가 보고 싶었던 시점 직전까지도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을지 전부 다. 의도한 건 아니였어요. 아마도 그 애들은 그걸 그대로… 따라가겠죠?

이람 연구원: 그래, 네가 본 게 SCP-885-KO라는 거야. 아무것도 아니기에 모든 결과로 이어지고, 종국에는 바꿀 수 없는 미래가 된 거지.

B-1225: 바꿀… 수 없어요?

이람 연구원: 너도 알 텐데. 네 예언이 어떤 범주에 속하고 어떻게 일어나는지. 그런 거라면 일이 어떻게 끝나는지에 따라 네 사안으로 인해 청록학교 내부 방침에 사소한 변화가 추가될 수도 있을 거야.

면담자는 사소한 방침이라는 음절을 강조하여 말한다.

이람 연구원: 그러니까, 협조할 거라고 기대해도 되겠지? 나는 이 사건에 대하여 아직까지는 확언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아. 하지만 너는 다르지. 지금으로써는 네가 그 아이들을 정해진 미래에 가둔 거니까. 네 스스로의 의지로 말이야.

B-1225: …그런 거 같네요.

이람 연구원: 그러니, 그 책임을 다하고 싶다면 고민은 해 줘.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올 테니까.

B-1225가 수동적으로 수긍하는 태도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람 연구원은 면담실의 문을 열고 나가며 조명을 소등하고, 서류를 챙겨 바깥으로 향한다.

<기록 종료>



부록 3: SCP-885-KO의 영향 조사본

이하는 SCP-885-KO로 인한 국소적 CK급 시나리오의 관찰 기록이다. 현장 인력으로는 통계예언학과 내 인원과 청록학교 학생 1명이 파견되었다.

조사 인력 명단: 통계예언학과 이람 연구원, 금미래(B-1225)

이람 연구원: 잘 따라오고 있지? 이제부터 너는 나와 함께 청록학교 내부의 상황을 관찰하고, SCP-885-KO의 도출이 어떠한 영향을 야기했는지를 기록할 거야.

금미래: 그… 게 어떤 의미를 가지죠?

이람 연구원은 질문에 크게 호응하며 대답해준다.

이람 연구원: 일반적으로 예언의 수리를 해결하려면 산출된 예언 하나를 대전제로 두고, 그 내부에서 소전제 하나하나를 해석해서 조건을 충족시키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해. 가령 방직된 솜덩어리가 붉은 색을 흐트리며 날아간다는 게 나왔다 해 보자고, 그러면 우선 '솜덩어리', '붉은 색', '흐트리다' 와 같이 개별적인 성분으로 해체하는 거지. 그렇게 되면 하나하나 적합한 조건을 끼워서 해결할 수 있는 거야. 그렇지만 SCP-885-KO는 결과란 게 존재할 리가 없으니까 과정을 해석하는 것 또한 불가능하겠지? 그렇게 되니 우리가 그걸 직접적으로 도출할 수는 없어, 하지만 현재진행형으로 고정된 인과를 관찰한다면 그것의 해결 방안에 대한 실마리를 어느 정도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실마리라고 하니 생각난 건데…

금미래는 이람 연구원의 설명을 뒤늦게나마 적당히 끊어낸다.

금미래: 그… 그 정도면 될 거 같아요.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람 연구원: (정색하는 어투로) 아직 설명 다 안 끝냈는데.

금미래: (단호하게) 나중에 들을게요. 지금은 일단 앞으로 가죠.

이람 연구원: 뭐, 알겠어. 상황을 보러 가자고.

금미래와 이람 연구원은 교실에 도착한다. 교실 내에는 교직원들과 학생들이 평상시와 동일한 일정대로 이동 중이나, 아무도 조사 인력들을 인지하지 못한다.

금미래: …아무도 우릴 못 알아차리네요?

이람 연구원: 내가 소식을 듣고 내 부서에 막 돌아왔을 때도 그랬지. 직관적인 예나 보여 주도록 할게.

이람 연구원은 바닥에서 지우개를 왼손으로 집어올리고. 무작위로 지나가는 학생에게 던진다. 던져진 지우개는 경로 상으로 나아가다가 학생에게 도달하기 직전에 통과되어 그대로 바닥에 떨어진다.

금미래: 그냥 무시하고 몸을 통과했어…? 어떻게 된 거에요?

이람 연구원: 저게 결과야. 모든 게 정해진다는 경향성만 남으니까 외부에서는 저들한테 아무런 간섭도 못 하게 된 거지. 반대로 저들 또한 우리를 알아차릴 가능성은 0에 가까워.

금미래: 그러면… 어떻게 저걸 해결해요?

이람 연구원: 나도 모르지, 알면 일단 학생인 너와 같이 오기보다는 타 부서의 인원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해서 이곳에 상황을 해결하러 오지 않았을까? 생각해 봐.

이람 연구원은 손으로 깍지를 끼고 팔을 머리 위로 당겼다 내려놓은 뒤 히죽거리며 금미래를 바라본다.

이람 연구원: 어떤 것도 우리가 직접 바꿀 수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난 정말로 모르겠는데.

금미래: 다른 결과… 다른 결과를 만들면 될 거 같아요. 이를테면… 더 강한 경향성을 가진 예지.

이람 연구원: 훌륭한 접근이네. 그럼 난 다른 구역을 돌아보고 있을게, 대략적인 답을 알아낸 지금 한 자리에서만 머물러 있기엔 너무 시간 낭비 같거든.

금미래: 자… 잠깐만요! 저는 어쩌고요?

이람 연구원: 그건 네가 스스로 해결해. 여긴 위험한 넥서스도 아닐 뿐더러 어떠한 위해도 존재하지 않는 익숙한 공간이잖아? 굳이 내 보호가 필요할 거라고는 생각하진 않는데.

금미래: 듣고 보니 그런 거 같기도…

이람 연구원: 그럼 정해진 걸로, 난 다른 층들을 살펴보면서 구체적인 변칙 현상의 형태를 더 파악해 볼 테니까 너는 네 소지품을 찾아. 방금 말한 대로 SCP-885-KO를 덮어씌울 만한 새로운 예지를 얻어내려면 평상시 쓰던 도구가 있는 게 나을 거 같으니까.

금미래: 네, 알겠어요.

금미래는 이람 연구원과 떨어진 뒤 교실로 향한다. 교실 뒤의 사물함을 열어서 자신의 수정구와 기타 고전적인 예언 자료들을 챙겨 들고 교실을 빠져나와 본관 중앙 계단에 도착한다.

금미래: 하아… 무슨 상황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어. 저 사람을 믿어도 될까? 선생님은 재단 기지에서 온 사람들을 별로 좋게 이야기하진 않았는데… 보통의 경우에는 더 나은 결과를 위해서 뭐든지 한다 했던가.

작은 움직임에 의해 금미래의 머리 위 나뭇잎이 부스럭거린다. 금미래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금미래: 상황이 심각하다는 건 대강 알겠지만,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어. 내가 보려고 한 미래가 왜 그런 걸로 되었는지, 이 상황이 만약에 계속된다면…

금미래의 앞에 하얀색 새 한 마리가 나무에서부터 떨어진다. 날개가 꺾여서 푸드덕거리는 새를 아무도 보지 못하고 지나친다. 새는 그대로 정해진 길을 가던 학생 하나에 의해 짓밟힌다.

금미래: …방금 뭐야?

금미래를 제외하고 현장에 있는 그 누구도 죽어가는 새를 인지하지 못한다. 새는 천천히 밟힌 곳에서 피를 흘리며, 푸드덕거리며 죽어간다.

금미래: …왜 아무도 보지 못한 건데?
???: 지금은 너만이 볼 수 있었을 거야. 내가 어떻게 추락했는지를 은유하는 것은 딱히 내키지는 않지만, 나라는 존재에게 사건을 엮기 위해서는 필요했어.

유사한 상황이 몇 차례 더 불연속적으로 발생한다. 학생끼리 보지 못하여 부딪히고, 복도에 배치되어 있던 구조물에 맞고 쓰러지거나 이동 방향이 서로 엇갈린다.

금미래: 왜 아무도 저걸 못 보는 거야…

이람 연구원: 금미래 학생, 아무래도 상황이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심각한 거 같네?

금미래: (놀란 어투로) 언제 뒤에 있던 건데요!

이람 연구원: 내가 잠시 상황을 관찰하러 간 뒤 돌아오고 나서 네가 장비를 가져온 뒤 나에 대해서 혼잣말로 의심을 늘어놓을 때부터? 음습하게 들린다면 사과할게.

금미래: …괜찮아요. 그리고 아까는 분명 서로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하시지 않았어요?

이람 연구원: 그런 줄 알았지. 근데 그것보다 더 끔찍하더라. 영향을 주지 못하는 건 예견된 상황에서 벗어난 우리랑 바깥의 사람들 뿐인가 봐.

이람 연구원: 저기 보여?

이람 연구원은 왼손 검지를 들어서 창문 바깥을 가리킨다. 가리킨 방향에는 피웅덩이와 출혈이 멎지 않는 학생 서너명이 뒤엉켜 있다.

금미래: 저… 저런 걸 보고도 그냥 가만히 계신 거에요?

이람 연구원: 나도 도와주려고 시도는 했지, 아까 보여준 대로 실효성은 없었지만.

이람 연구원: 그래도 아주 무의미하진 않아. 아무래도 SCP-885-KO를 결과로 가지는 자기 실현적 예언 하에서는 모든 대상이 서로를 알아차리지 못하나 보네. 이 역시 결과에서 벗어난 거라 그런가?

금미래: 그, 아까부터 결과거리시는데. 결과란 거 없잖아요…

이람 연구원: 그래, 원래는 쓰레기값이였어야 하는데 말야. 근데 존재하는 걸 어쩌겠어. 이대로 이 상황이 방치된다면 매우 느리고 점진적으로 예언에서 벗어날 때까지 천천히 죽지도 못하고 사는 상황이 될 수도 있겠네. 청록학교의 경우 학생 및 교직원의 밀집도가 높아지는 구간도 많으니 접촉사고가 나기에도 확률적으로…

금미래: 그만! 그만 해요. 끔찍한 상황을 무덤덤하게 나열하진 말아주세요.

이람 연구원: (목소리를 낮추며) 그래, 지금 SCP-885-KO가 영향을 주고 있는 게 여기뿐인 건 아니지만 그만할게. 난 내 학과의 사람들이 저리 될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딱히 이 상황에서 진지하지도 않으니까. 너는 그렇게 생각하지?

금미래: …됐어요. 더 말하지만 말아주세요. 그래서 저걸 해결할 방법은 더 찾으셨어요?

이람 연구원: 일반적으로 CK급 시나리오에서는 저걸 무의미하다고 현실성을 이루는 공리에 끼워맞추거나… 동일한 맥락에서 현실조작을 행하는 방법도 있긴 해.

금미래: 현실조작이라는 건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이람 연구원: 네가 이 이후에 조치를 받을 거라고 가정하고 그냥 말해주마. 현실조정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더 큰 현실성을 가진 객체가 더 낮은 현실성을 덮어씌우는 식으로 작동해.

이람 연구원: 마치 예언끼리 모순을 일으킬 때처럼 말이야. 동일한 시점과 장소를 나타내는 상충되는 예언이 같은 대상에게 부과된다면 더 간단한 쪽이 우선되거든. 개연성이라고 적당히 비유해도 괜찮겠지.

금미래: 그럼 개연성이 없는 쪽은 어떻게 되는 건데요.

이람 연구원: 지워지겠지? 성립할 수 없으니까.

금미래: 결국 아까랑 같은 이야기네요. 저걸 다시 바꿀 수 있을 만한 예언을 만들어내라. 그럴 만한 사람이 지금 당장 있어요?

이람 연구원: 없으면 내가 이러고 있지는 않지. 예언자는 I~V까지 5단계로 분류돼. I급은 길면 5분 뒤의 가시거리 내를 예견할 수 있지만 V급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의미가 없을 수준이지. 그리고 넌 어디에 속할 거 같아?

금미래: …처음부터 절 설득하려고 여기까지 끌고 온 거에요? 제가 저걸 바꿀 능력이 충분히 되어서?

이람 연구원: 좋을 대로 생각해, 나도 가급적이면 후유증이 없는 방법을 쓰고 싶었어. 하지만 학과 내 인력 대부분이 변칙 개체의 영향 하에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나 마냥 지원을 기다릴 수는 없었고. 그래서 이 사건과 관련되어 있되 협조할 수밖에 없는 사람을 찾아야 했거든.

금미래: 그렇다고 이런 걸 직접 보여줄 필요가 있었어요?

이람 연구원: 내 생각에는 필요했어. 너도 재단에 발을 들이면 알게 될 거야. 세상을 온전하게 돌아가지 못하게 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그런 것들 하나하나에서 찻잔 속 각설탕 같은 세상을 유지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말이야.

이람 연구원: 물론 그렇게 해서 상황을 바꾼다 할지라도 새로 씌워지는 자기 실현적 예언의 강제성이 바뀌는 건 별개지. 아마 저 아이들도 네가 다시 예견한 모든 사건을 결국에는 겪게 되는 식으로 살아가지 않을까?

금미래: …그럼 지금이랑 뭐가 달라지는 거죠.

이람 연구원: 적어도 차악의 결과잖아. 너만 잊어버린다면 그게 필연인지 우연일지 알아낼 수 있는 사람은 나중에는 아무도 없을 거야.

금미래는 벌레 씹은 표정으로 이람 연구원을 무시한다.

이람 연구원: …어려운 방법도 있지, 내가 돌아가서 실질적으로 더 규모가 큰 작전 계획 등등이 실행 허가가 날 때까지 죽치고 더 불확실한 계획에 매달려서 아까와 같은 상황을 매일같이 보며 시달리기. 그렇게 불필요한 희생을 그대로 만들어내라는 건 불합리하잖아.

이람 연구원: 그럴 바에는 너를 설득하는 게 더 낫지 않았겠어? 이해할 수 있잖니, 꼬마도 아니고.

이람 연구원: 이러니저러니 해도 너는 그저… 아니야, 아무튼 하고 싶은 말은 그럴 힘이 있다면 왜 하지 않으려 드는 거니.

금미래: 몰라요. 연구원님이 알아서 생각하세요.

이람 연구원: (한숨) 그래, 알아서 해 보마. 그래도 이 안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검토를—

금미래: 그냥 좀 꺼져요!

금미래는 이람 연구원을 뒤로 하고 학교 건물 바깥으로 나와서 부지를 돌아다닌다.

금미래: 진짜 최악이야.

금미래: 나한테 뭐 어쩌라는 거야! 난 그냥… 평소처럼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고 싶었을 뿐이라고. 내가 보고 싶은 건 이런 게 아니였어.

금미래는 운동장 바닥에 있는 축구공을 발로 찬다. 축구공은 여기저기를 튀어다니다 도랑에 떨어진다.

금미래: …여전히 바뀐 거 하나 없는 거 같은데.

금미래: 진짜로 여기에서 일어나는 모든 게 다 내 부주의 때문이야?

금미래: 나는 그냥 내가 그때 어떤 상황인지 알고 싶었던 것 뿐인데.

금미래: 다 모르겠어, 다 모르겠다고. 내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 거야…

금미래는 바닥에 주저앉는다.
???: 그래서 아무것도 안 할 거야?

금미래: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아. 그냥 이게 꿈이였으면 좋겠어.
???: 정말로? 그래도 괜찮을까?

금미래: 애초에 이 모든 게 없었던 일이였다면…
???: 인간은 끝없이 실수를 반복하면서 배우지, 나도 너도 예외가 아니야.
darkred|???:## 그런데 말야, 네 자신이 과거에다 예지를 걸 수 있다면 어떨 거 같아?

금미래: (잠시 정적) …아니야, 그런 게 가능할 리 없어. 상황은 이미 일어났는걸.
???: 지금 네 행동이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딱히 맘에 들진 않아, 아니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으로… 아, 그래. 지금은 규칙이 부과되어 있지. 말할 순 없겠어, 너도 예외는 아니지?

금미래는 자리를 박차고 나서서 이동한다.

금미래: …정말 맘에 안 드는 방법이지만, 저 사람한테 다시 가는 수밖에.

금미래: 연구원님! 계세요?

금미래는 동행자의 호칭을 부르며 찾는다.

금미래: 연구원님!

금미래는 앉아 있는 이람 연구원을 발견하고 다가간다. 그는 금미래가 다가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한다.
???: 얘야, 손님이 다가오면 슬슬 알아차리는 게 어때? 네 도움이 필요한 어린아이일 뿐이잖아.

이람 연구원: (중얼거리며) …너는 언제부터 너였어?

???: 처음부터, 언제나. 나는 네 곁에 있었지. 너는 나에게서 갈라져 나왔으니까 당연한 거 아니겠어? 이만 가 보마. 소중하고 소중한 다음의 나야.
금미래: …무슨 말이에요?
???: 너는 언제나 기대 이상으로 하려 하지 않았지. 그래서 나는 너에게 기대를 접었었고. 기억해, 나는 언제나 너를 통하여 다시 날개를 하늘 높이 펴서 날아오를 수 있어.

이람 연구원: (헛기침)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서 생각은 해 봤어?

금미래: 네, 좋아요. 할게요. 하면 되는 거죠?

이람 연구원: 좋아!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물을게, 이건 순순히 네 자전적인 협력에 의한 것이고. 나는 너에게 그 어떠한 강요도 안 했어. 이 말만 확실하게 녹음기랑 촬영 장비에 해 놓을 수 있지? 난 껄끄러운 일에 엮이는 건 질색이거든.

금미래: (한숨을 쉬며) 뭐, 알겠어요. 제가 예언을 해서 저 현상을 다른 미래로 다시 바꿔놓으면 일단은 해결되는 게 맞죠?

이람 연구원: 응. 단지 네가 어떠한 미래를 바랄지만 생각하면서 미래를 예지해 봐. 예언의 경향성은 예언자 또는 예언 개체의 사용자가 바라는 방향성에 가깝게 범위 내에서 정해지거든.

금미래: (숨을 고르며) 내가 원하는… 미래…
???: 그래, 그렇게 하는 거야. 솔직히 말이야, 내가 다시 존재하기 위한 결과가 이렇게까지 눈에 띄게 될 줄은 몰랐거든. 너는 그걸 덮어주기만 하면 돼.

이람 연구원: 아 그래, 여기 네 도구들. 아까 떨어트렸길래 가져왔어.

이람 연구원은 금미래에게 수정구를 양 손으로 건낸다.

이람 연구원: 솔직히 이런 고전적인 심리적 트리거가 무슨 의미인지는 난 잘 모르겠지만, 이거라도 있으면 조금은 위안이 되지 않겠어?
???: 아무래도 내 일부를 바탕으로 할지라도 내 지식까지 온전히 얻지는 못한 모양이네. 하긴, 그랬다면 지금쯤 너는 격리실에 들어갔겠구나.

금미래: (비꼬는 어조로) 진짜, 고맙네요. 그럼…

수정구에서 빛이 발산된다. 예언은 완전히 수리된다. SCP-885-KO의 영향이 서서히 걷혀 가며, 청록학교 내부의 임직원 및 학생 다수가 상황을 알아차리고 부상자를 보건실로 옮긴다.

이람 연구원: 뭐… 고맙게도 여기는 얼추 된 거 같네, 그럼 난 조금 더 어려운 방법에 대해 생각해 봐야겠어.

금미래: (숨을 헐떡거리며) 무… 슨 말인데요. 그게.

이람 연구원: 난 아직 할 일이 남았거든. 수고했어. 금미래 학생. 그리고 머리 조심해, 너무 많은 미래를 한 번에 보게 되면… 네 연령대의 경우 쓰러질 수도 있거든. 뇌가 처리 가능한 이미지의 양을 넘어가서 그럴지도 몰라.

금미래: …처음부터 다 알고 있—

금미래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다. 이람 연구원은 금미래를 안전한 곳에 대려다두고, 연락을 취한다.

<기록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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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게 정말 합당한 조치였나?


양병건 연구원님,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는 이해합니다만. 필요한 조치였습니다. CK급 시나리오였고, 이론적으로 가능한 경우의 수를 찾아내기보다는 추가적인 사례가 더 발생하기 전에 가용 가능한 수를 사용한 뒤 그것을 엄밀하게 분석해서 다른 경우에도 적용 가능할 만하게 바꿔놓는 편이 더 나았을 겁니다.


그 말을 진심으로 하는 거면 난 자네를 진심으로 불쌍해 해야겠는걸, 자네도 우리 기지랑 학과가 어떠한 입장인지는 알 거 아닌가. 재단의 선은 항상 사람을 위해서 쓰여야 해.


저들은 어디까지나 더 낫고 현대적인 격리 단위 하에 있는 변칙 개체들일 뿐입니다. 과도한 동정심은 논점에 어긋난다고요. 단지 할 수 있을 만큼을 지시하고 상황에 대한 심각성을 설득시킨 것이 연구원님께는 그리도 껄끄러운 일이였습니까?
???: 정말이지, 내가 이렇게 독선적이고 제멋대로였던가? 나라면 그렇게 말하거나 생각하지 않아. 이것 또한 그들이 저 아이의 본성을 뒤틀어놓아서 재갈을 물린 탓인가?


그만하지, 자네가 이런 문제에 대해서 더 다른 의견을 들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그렇지만 자네도 그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아.
왜냐하면…
???: 다음의 내가 될 수 있으니까, 그렇지?


됐습니다. 저는 학과와 재단을 위해서 변칙 개체의 영향력으로부터 여러분을 빼내었는데. 돌아오는 것이 방법론적인 지적과 냉대라면 감내해야죠. 그 학생은 지금쯤 기억 소거 절차를 받고 친구들이랑 지내고 있을까요? 모를 일이죠. 제 소관도 아니고요.
???: 추락한 날개는 나누어진 찰나에 내려앉아 머리에 걸린 달을 등지고 부정된 영원을 가르고 하늘을 향해 다시 비상할 것이다. 그게 내가 마지막으로 남긴 저주이자 예언이였지. 머지 않았어.


…그래, 내가 미안하게 되었네. 가서 평소대로 일하게.


알겠습니다. 그리고, 해당 학생이 새로 산출해낸 예언에 대한 영향은 최소화할 수 있을 겁니다. 시간변칙부의 도움으로 관측한 값에 따르면—


그만하게나. 난 가서 일하라고 지시를 했어.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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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야. 무슨 생각 해?


응…? 아무것도.


혹시 아직도 다친 애들 생각 해? 괜찮아. 너도 그렇고 다들 나았잖아. 다친 걸 나을 수 있게 해 주는 애들도 좀 도와줬고.


…그거 다행이네.


그리고, 너 오늘 생일이잖아! 축하 안 할 거야?


생일… 그래…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고 싶었는데, 딱히 뭘 봤는지 기억나진 않아.


괜찮아! 그런 건 이제부터 바꾸면 되는 거니까.


고마워… 나는 항상 너희가 보지 못하는 것만 보고 있는데. 너는 내가 보지 못했던 지금을 봐주는구나.


천만에, 우린 계속 친구잖아. 그렇지?


그럼. 나도 너랑 계속 있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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