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873-KO
일련번호: SCP-873-KO 보안 인가 적용됨
격리 등급: 보류 담당 부서: 무속학부

특수 격리 절차

SCP-873-KO는 이미 민간에 유적지로 알려진바, 물리적인 격리는 불가능하다.

현재 SCP-873-KO의 극도로 불안정한 변칙성과 불규칙적인 그 발현 주기로 인하여, 제13K 무속학부 인원이 상시 대기하여 변칙 사태 발현에 대비해야 한다. 또한, SCP-873-KO의 정체를 최대한 은폐하기 위해 적절한 역정보 및 기억 소거 절차 역시 행해져야 한다.


설명

SCP-873-KO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표선면 토산2리에 위치한 민간 신앙 유적으로, 민간에는 "여드렛당" 혹은 "토산알당" 등의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SCP-873-KO와 동일한 양상을 띠는 당은 제주 동반부에 걸쳐 널리 분포되어 있으나, 변칙성이 확인된 사례는 SCP-873-KO가 유일했다. 이는 각 분파에서 발산되는 아키바 방사선의 응집과 활용을 수행하는 아키바 회로 및 신통력기관이 SCP-873-KO에 존재하거나, 혹은 하였던 것이 원인으로 보여진다.

이와는 별개로, 현재 SCP-873-KO는 훼손이 극심한 상태이다. 이는 일제강점기 당시 1943년부터 해당 지역에 시행되었던 행정구역 재편과 미신타파 정책으로 인해 토산리의 신앙체계가 분열됨과 동시에 SCP-873-KO 전신이 파괴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반도 내 초상사학이 발달하며 행해진 추가 조사에 따르면, SCP-873-KO의 파괴는 미신타파 정책보다는 이자메아의 제3차 백택 계획에 의거했음이 자명해 보인다. 아래는 관련 자료이다.

…하여, 제주의 요보(ヨボ')들은 특히나 토산 사람들과의 교류를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 미개한 잡것들끼리 서로를 배척한다는 것이 퍽 우습게 보이면서도 그 뒤에는 꽤 흥미로운 이유가 전제해 있더군요.

이들은 "토산 귀신 들러붙는다"며 토산으로는 장가를 들려 하지도 않습니다. 이 "토산 귀신"이라 함은 마을에서 섬기는 뱀신을 이르는 것인데, 단순 미신으로 치부하기도 그런 것이 제주 전역에서 이 뱀귀신의 자취가 확인되었기 때문입니다. 귀신 옮는다는 말이 빈말은 아닌 것이죠.

또 한 가지 신묘한 것이, 이 뱀신은 어머니에서 딸로 옮겨가며, 갖가지 재앙을 다루어 자신을 계속해서 섬기도록 강제한다는군요. 각종 질병과 불운을 내린다는데, 제3차 백택 계획을 병행하며 수집한 자료에 의하면 본래 거대한 구렁이 내지 이무기의 형상을 한 괴수라 합니다.

고로, 토산의 뱀귀신을 획득한다면, 주술적 및 물리적 자산으로서 효과적으로 전장에서 활용할 수 있으리라 사료됩니다…

위 자료는 야기시타 하야토柳下 隼人 중좌에게 전해진 편지에서 발췌한 내용으로, 해당 편지 내용에 따르면 당시 이자메아는 SCP-873-KO와 연관된 신격독립체를 확보하는 것이 목적일 뿐, SCP-873-KO의 직접적인 파괴는 의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자메아의 해당 신격독립체 확보 여부는 불명이다.

SCP-873-KO의 전신은 현재 토산2리사무소라 명명된 "메뚜기마루" 지역에 위치하였던 것으로 기록된다. 본래 "토산당"이라 불리며 토산리를 대표하는 당이었으나, 상술한 이자메아의 토산리 침탈로 당이 와해되어 두 개로 분리되었다. 이후 토산1리의 위치한 당을 토산웃당, 토산2리의 위치한 당을 토산알당이라 명명하였다. 두 당에서 구전되는 본풀이가 판이하게 다르기에, 토산당 그 자체의 변칙성이 SCP-873-KO로 이전되거나 혹은 둘로 나뉜 것으로 보인다. 후자의 경우, 토산웃당 또한 변칙성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존재하기에, SCP-873-KO와 더불어 조사의 대상이 되었다.

SCP-873-KO는 여드렛도라 불리우는 신격을 모시는 사당으로, 매월 8, 18, 28일 제일(祭日)로 한다. 이때 SCP-873-KO의 당본풀이에 의거하여 "방울풂"이라 하는 독자적인 무속 의례를 시행하는데, 재현 결과 대다수의 사례에서 보여지는 강신학과 측 무속작용 모델이 아닌 진혼학과 측 무속작용 모델이 사용됨이 확인되었다. 해당 자료는 분석을 위해 진혼학과가 위치한 제19K격리구역으로 전송되었다.

이하는 토산2리에서 구전되는 SCP-873-KO의 당본풀이를 무속학부 신화학과에서 채록하여 정리한 자료이다.

조사 기록 873-KO-A


기록자: 무속학부 신화학과 박사 강홍재


[…]

토산에서 모시는 뱀신은 본래 제주가 아닌 육지, 그러니까 나주 영산 금성산에서 근원했다 전해집니다.

당시 고을에서도 이 뱀신을 신령이라 하여 숭앙하였는데, 이 때문인지 나주에 부임하는 목사는 모두 백 일을 채우지 일이 없었다 합니다. 해마다 목사가 파직되니 선뜻 나주로 향하려는 이가 없었는데, 한 용감한 선비가 자임하여 도임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새로이 나주 목사로 부임한 선비가 금성산을 지나려는데, 구실아치 하나가 산에 신령이 거하고 있으니 하마(下馬)할 것을 권하였습니다. 그러나 목사는 이를 가소로이 여겨 그대로 나아갔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말이 발을 절기 시작하더니, 정도가 극심해져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지경까지 이르렀답니다. 이에 목사가 심방을 불러 신령을 끌어내라 하니, 굿을 치름과 동시에 웬 처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합니다. 목사가 처녀에게 참모습을 보이라 명하니, 곧 처녀는 아가리가 각각 하늘과 땅에 닿는 대망(大蟒)으로 변하였습니다.

목사가 신위(神威)를 증명하라 하였으나, 여의주와 불로초가 보이지 않아 신이 아니라 판단하여 뱀신을 쏘아 죽여 사체를 불살랐습니다. 불살라진 사체는 곧 바둑돌로 변해 서울 종로 네거리로 옮겨갔습니다.

마침 서울로 진상(進上)을 간 강씨, 한씨, 이씨 형방이 이 바둑돌을 주웠는데, 진상도 수월히 되고 보답도 많이 받는 등 여러 이득이 뒤따랐습니다. 그리하여 다시 제주로 돌아가기 위한 귀로서 바둑돌을 버리게 되는데, 갑자기 바닷길이 막혀 배를 띄울 수 없더라지 뭡니까. 고로 굿을 하여 항해 길에 올랐는데, 어느샌가 바둑돌이 돌아와 있었다고 합니다.

배가 제주에 닿자, 바둑돌은 여인의 모습으로 성산읍 온평리에 상륙하여 당신 맹호부인에게 인사를 드렸습니다. 여인이 제주에 좌정하겠다 하니, 맹호부인은 토산 땅만이 비어 그곳으로 향하라 하였고, 이에 뱀신은 토산 메뚜기마루에 좌정할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그렇게 길을 가는데, 신풍리 본향당의 하천당신 개로육서또가 뱀신의 아리따운 모습에 반하여 손목을 붙잡았습니다. 뱀신은 분개하여, "더럽고 부정한 놈에게 손목이 잡혔다"며 장도로 자신의 손목을 잘라버립니다.

이후 메뚜기마루에 좌정하나, 누구 하나 대접하는 이가 없어 용왕국으로 향하게 됩니다. 잘린 손목으로 인해 용왕이 어찌하여 날핏 냄새가 나느냐 묻게 되고, 이에 뱀신이 진상을 말하자 용왕은 도리어 개로육서또의 말을 듣지 않은 뱀신을 꾸짖습니다. 그렇게 개로육서또와 뱀신은 부부의 연을 맺게 되고, 뱀신은 다시 메뚜기마루로 돌아갑니다.

하루는, 뱀신이 계집종을 데리고 근처 연못에서 빨래를 하는데, 그만 왜놈들에게 윤간을 당한 뒤 살해당하고 맙니다. 한 맺힌 뱀신의 넋은 강씨 집안 아기씨에게로 갔고, 아기씨는 극심한 신병에 시달리게 됩니다. 듣는 약이 없어 굿을 하니 혼령이 나타나 연갑에 든 명주를 풀어보라 하였는데, 그 안에 말라비틀어진 뱀의 사체가 들어있었습니다.

이 뱀을 위한 굿을 하자 강씨 아기씨는 씻은 듯이 나았고, 그 이후에도 매월 매 8일마다 굿을 하니, 그 신을 여드렛도라 불렀다 합니다. 방울풂이라는 것 역시 이때 뱀의 사체로 굿을 했던 것과 유사하게 작용하며, 명주로 뱀의 모양을 흉내 내어 행한다 하더군요. 방울풂 의례가 진혼학과 측 무속작용 모델을 활용하는 것 역시 의례의 목적이 원령을 달래는 것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반면 토산1리의 토산웃당은 매 7일마다 굿을 해 이렛당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섬겨지는 신중부인이라는 신격은 여드렛도와는 달리 어린아이의 잔병치레를 치료해 주는 신으로 묘사됩니다. 이 신격 역시 개로육서또의 부인으로 묘사되며 여드렛당본풀이와 병행되어 전파되어 왔는데, 실제로 각 마을에서 SCP-873-KO의 분파가 발견되는 것처럼 이렛당의 분파 역시 발견된 바 있습니다.

SCP-873-KO를 보다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이렛당본풀이 역시 채록하여 토산당의 기존 본풀이를 추적하는 것 역시 필요하리라 사료됩니다.


발견

SCP-873-KO는 20██년 6월 표선면 전체를 덮친 무속적 변칙 현상을 조사하던 도중 처음 그 변칙성이 확인되었다. 본래 SCP-873-KO는 그 이전까지 어떠한 형태의 변칙성도 관측된 바가 없었기에 재단의 이목을 끌지 못하였다. 그러나 해당 지역에서 원인 불명의 질병 환자가 급증함과 동시에 SCP-873-KO의 흄 준위가 불안정성을 띠며 요동치는 것을 재단이 감지, 긴급히 무속학부 인원을 파견하여 변칙성 완화에 나섰다. SCP-873-KO의 폭주는 성공적으로 수습되었으며, 곧바로 제13K기지 관할 변칙 개체로서 일련번호를 부여받았다.

당시 표선면에서 관측된 변칙성은 다음과 같다.

  • 다수의 사람들이 갑작스러운 발작 및 의식불명 상태에 빠짐. 증언에 의하면 피해자 전원은 공통적으로 실신 직전 극심한 탈수 증세를 호소하였으며, 입에 거품을 문 채로 허공을 향해 용서를 빌다 이내 의식을 잃었다고 한다. 20██년 6월 교통사고량의 급증이 해당 변칙성으로 인한 것임이 확인되었다.
  • 광범위하고 무작위적인 환각 증세. 피해자들은 음습한 구석이나 천장에서 말라비틀어진 뱀 여럿이 짓이겨진 듯 뒤엉킨 채 기어 오고 있었다 진술했다. 환각의 강도는 사태 당시 SCP-873-KO와 피해자 개인의 거리와 비례했으며, 특정 범위 내의 인물들은 작열통을 호소하거나 각혈을 하는 경우도 존재하였다.
  • 각종 질병의 창궐. 이는 피부병, 안질, 이질 등을 수반하였으며, 유아의 경우 간헐적인 증상만을 내비쳤다. 당시 질병을 앓던 유아 주변에 있던 이들은 알 수 없는 죄악감, 분노, 혼란 등의 감정을 겪었다 증언하였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아이를 향한 보호본능이 강박에 준할 정도로 극심해진 경향을 보였다.


조사 기록 873-KO-B


기록자: 무속학부 신화학과 박사 강홍재


[…]

흥미로운 현상입니다. 동시에, 지극히 불안한 현상이지요.

토산알당, 그러니까 SCP-873-KO는 토산1리에 위치한 토산웃당과는 다르게 관리는 물론이요 단골무당조차 매우 희귀하여 당굿조차 제대로 치러지고 있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그 단골과 신앙민들조차 여드렛당의 뱀신을 모시는 것을 극구 함구하는 경향이 있으니, 아키바 방사선이 모일래야 모일 수가 없는 구조이죠. 당장 숭앙의 대상부터가 토산, 아니 제주에 남아 있는지조차 불명입니다. 당장 미신타파 정책, 새마을 운동, 프로젝트 디어사이드 등 무수한 무속적 존재들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들을 헤쳐내었는지부터가 관건이겠군요.

반면, 토산웃당의 경우 이야기가 다릅니다. 현재에 이르러서도 당이 잘 보존되어 제일마다 전도에 흩어진 단골들이 모여들어 당굿을 벌이지요. 즉, SCP-873-KO와 비교하여 아키바 수급이 압도적으로 원활합니다. 만약 변칙 사태가 벌어질 것이었으면, SCP-873-KO가 아니라 토산웃당이 그 주체가 되었겠지요. 제3차 백택 계획 관련 자료에서도 토산웃당에서 섬겨지는 신, 즉 신중부인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으므로, 토산알당의 뱀신, 즉 여드렛도보다는 신통력기관으로 토산에 존재할 확률이 월등히 높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러하지 않았죠. SCP-873-KO 폭주 당시 피해자 증언에 따르면, 무수한 뱀이 뒤엉킨 형상의 곡두가 들끓고, 갑작스레 광증이 일며 잔병치레를 하는 등, 액을 거두는 신중부인이 아닌 액을 내리는 여드렛도의 존재감이 더욱 짙게 나타납니다.

여기서 문제가 하나 더 나타납니다. 분명 사태는 SCP-873-KO를 중심으로 발현되었습니다. 적어도, 그것이 주류 가설입니다. 그러나, 정작 저희가 SCP-873-KO를 조사했을 때, 여드렛도는 물론이고 그 어떠한 형태의 신통력기관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추후 조사가 더 진행되어야겠지만, 뚜렷한 신체(神體) 또한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은 여드렛도나 SCP-873-KO가 이번 사태의 원흉이라는 전제부터 의심되게 만듭니다. 별개의 기적술사 혹은 현실조정자의 소행일 가능성 역시 염두에 두어야겠지요.

[…]

해당 사건 이후 SCP-873-KO의 흄 준위는 안정되었으나, 경미한 변동이 간헐적으로 감지되기를 반복하였기에 일련번호를 유지함과 동시에 격리 절차가 수립되었다. 치료된 이들에게는 기억 소거 절차가 행해졌으며, 표선면 변칙 사태는 독감 유행이라는 역정보를 통해 은폐되었다.


부록 873-KO-가

표선면 변칙 사태로부터 약 2주 뒤인 20██년 6월 18일, SCP-873-KO 내부로 신원 미상의 인물이 진입하는 것이 포착되었다. 이하는 SCP-873-KO에 설치된 감시카메라에 포착된 당시 기록이다. 해당 감시카메라는 SCP-873-KO의 변칙성 양상을 확인하기 위해 흄장 시각화 필터가 장착되어 있었다.

영상 기록 873-KO-C


[불필요한 기록 생략]

우거진 잡목 사이로 스러진 돌무더기가 보인다. SCP-873-KO이다. SCP-873-KO의 흄 준위가 미세하게 요동치나, 아직 안정권에 들어있다.

SCP-873-KO의 흄 준위가 점차 요동치기 시작한다. 멀리서 바스락거리는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발자국 소리가 더욱 가까워지며, 흄 준위가 점차 안정권을 벗어나기 시작한다. 화면에 간헐적인 노이즈가 끼기 시작하며, SCP-873-KO의 흄 준위가 더욱 불안정해진다.

극심한 흄 준위 변동으로 화면이 노이즈로 뒤덮이며, 노이즈 너머로 안경을 쓴 젊은 여성의 인영이 포착된다. 기침 소리가 들리며, 대상은 비틀거리며 SCP-873-KO의 중앙으로 향한다.

대상이 무언가 읊조린다. 이후 잠시 멈칫하더니, 품에서 매듭지어진 무명을 꺼내고는 다시 읊조리기 시작한다. 음질이 좋지 않아 자세한 내용은 불명이나, 곡절로 미루어보아 본풀이를 노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상이 무명을 손목에 묶고는, 천천히 제자리에서 빙글 돌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무명이 바람에 나부끼며, 어디선가 방울 소리가 들려온다. 화면에서 노이즈가 점차 사그라들기 시작한다. 여성의 모습이 보다 선명하게 포착된다. 초췌한 모습에, 각혈한 듯 입가에 피가 묻어있다.

대상이 춤을 추며 무명을 한 차례 세차게 흔들자 매듭이 풀린다. 이내 대상이 무명의 매듭을 하나하나 풀기 시작하고, 이에 따라 흄 준위 역시 점차 안정되기 시작한다. 대상의 눈가에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무명의 매듭이 모두 풀리자, 여성이 이를 원형으로 감아 똬리를 튼 뱀의 형상을 만들어낸다. 대상이 마지막으로 무언가 읊조림과 동시에 흄 준위가 정상으로 돌아온다. 방울 소리가 완전히 끊긴다.

대상이 무명을 품에 집어넣고는, 잠시 숨을 몰아쉰다. 대상은 한참이나 제자리에서 숨을 고르다, 이내 곁눈질로 감시카메라를 잠시 바라보고는 발걸음을 옮겨 SCP-873-KO를 이탈한다.

발자국 소리가 멀어진다.

[기록 종료]

추후 조사 결과, 당시 SCP-873-KO의 흄 준위 양상은 이전 변칙성 폭주 사태의 것과 유사했으며, 영상 속 인물이 SCP-873-KO로 접근함과 동시에 촉발된 것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또한 대상이 무속 의식으로 SCP-873-KO의 흄 준위를 직접적으로 안정시킨 것 역시 확인되었기에, 재단은 대상을 PoI-1728-KO로 지정하여 그 신분을 확인하였다. 대상의 신분은 토산2리 알토산마을 거주민 양채은으로 확인되었다.

SCP-873-KO는 이후 한동안 변칙성을 발휘하지 않았다.


부록 873-KO-나

표선면 변칙 사태 이후, 무속학부 신화학과 주도하에 SCP-873-KO와 토산리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가 진행되었다. 이는 SCP-873-KO의 신화적, 역사적 맥락을 연구하여 해당 개체의 이해도를 높이는 것에 초점을 두었으며, 일련의 과정에서 SCP-873-KO와 연관된 구 이자메아 자료들을 추가로 확보하였다. 상세 내용은 아래 첨부하였다.

타카하시, 네놈은 너무 물러터졌어. 내 살다가 테시가와라 같은 얼간이를 또 보게 될 줄은 몰랐군.

그 작은 마을의 계집신 하나 잡아 오는 게 그리도 힘들더냐. 천황 폐하의 은혜가 네놈에겐 그것밖에 안 되더냐?

보고는 잘 읽었다. 어이가 없더군. 하천이 들끓어 물에 휩쓸리거나 웬 사내에게 멱이 따였다… 라고 했었지. 고작 그것 때문에 병사들을 퇴각시켜? 천황군은 이미 세키레이노호코 등 필요한 자산은 충분히 소유하고 있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괴이쩍은 환각 때문에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놈들은 알아서 처리하라. 천황군이라 부르기도 껄끄러운 한심한 놈들이다. 보아하니 어린 것들에게 총칼 겨누던 놈들은 알아서 죽어버렸다는데, 어차피 그리될 놈들이었다는 것을 인지하도록.

어디 중좌라는 것은 욕정 때문에 목숨을 끊고, 어디 소좌라는 것은 대일본제국의 면전에 역질을 뿌리는데, 내가 한낱 장군에게 무얼 기대할 수 있겠쏘냐. 내 직접 그리로 가겠다. 어디 그 마을 전체를 나비로 만드는 한이 있더라도 내 확보해 보이겠다.

똑바로 보고 배우도록.

야기시타 하야토


[…]

중간 결과 보고: 토산이 뱀소굴이라는 것은 과연 거짓이 아니었다. 정작 이 뱀신이라는 것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기대를 내걸 수 있는 부분이 상당수 확인되었다.

마을에 들어가자마자 보인 것은 똬리를 틀고 노기 서린 눈빛을 보내는 수많은 구렁이였다. 마을의 조선인들을 슬쩍 훑어보니, 그것들도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세키레이노호코로 구렁이들을 하나하나 찔러보았는데 역시나 신은 없었다. 뱀이 순식간에 나비로 변하자 요보들의 눈에는 공포가 역력했다.

그리하여 뱀신을 모신다는 당으로 향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 사특한 요물이 본색을 드러내는 것 아닌가. 병사들이 하나둘 입에 게거품을 물거나 피를 토하고 쓰러졌고, 발진에 뒤덮여 발광을 하거나 시력을 잃는 자들도 생겨났다. 게다가 구렁이들이 일제히 달려들기까지 하니, 사람과 뱀과 나비가 뒤섞인 아비규환이 되었다.

옆에 있던 한 조선인 무리의 표정을 보고 확신했다.

아, 이것들을 보호하고 있구나.

그 뱀신의 행보가 심히 괘씸하여, 그것의 위치를 자각시키기 위해 조선인 무리를 창으로 찔러 죽였다. 이윽고 병사들에게 지시하여 보이는 데로 전부 총살하고 마을을 부수다 보니, 어느새 공격이 잦아들더라지 뭔가. 기초적인 지능은 보유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자산으로서 확보할 경우 비교적 쉽게 길을 들일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

그때 음양사가 계집 하나를 손으로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저것이라고. 저것이 신을 품고 있다고.

옳다구나, 하고 잡아가려는데 타카하시 장군의 말마따나 거센 물줄기가 덮쳐왔다. 육지에서 물이 끊임없이 덮쳐대니 차마 눈이 뜨이지 않고 숨이 쉬어지지 않았는데, 보아하니 잡신이든 기적사든 무언가 합세한 듯하였다.

이대로는 계획이 실패할 것이 뻔해, 마을을 초토화하기로 하였다. 신이 들었다는 계집을 죽이고 당을 부수어 불태우고 제 분수를 깨우치게 해주면 필시 몸을 사릴 터. 그 틈을 타 확보하면 되었다. 내 말했지 않았는가. 마을 전체를 나비로 만드는 한이 있어도 해내겠다고.

지금은 퇴각하나, 계획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중좌로서 이딴 작은 계획 하나 성공시키지 못한다면 대좌로의 진급은 꿈도 꿀 수 없다. 내 언젠가 위대한 제국을 지탱하는 기둥이 되리라.

야기시타 하야토


부록 873-KO-다

20██년 6월 27일, 강홍재 박사가 민속학 교수로 위장하여 PoI-1728-KO와 접촉하였다. 이하는 당시의 면담 기록이다.

면담 기록 873-KO-D


면담자: 무속학부 신화학과 박사 강홍재
피면담자: PoI-1728-KO


[불필요한 기록 생략]

PoI-1728-KO: 민속학 교수… 시라고요.

강홍재 박사: 예. 다시 소개해 드리자면, 무진대학교 교수 강홍재라 합니다. 이번에 토산2리… 그러니까, 알토산 쪽 민간 신앙을 조사할 일이 생기게 되었는데, 이와 관련하여 취재를 요청드리고자 합니다.

PoI-1728-KO: 알토산… 글쎄요. 이쪽은 저도 자세히 아는 게 없는지라.

강 박사: 아, 혹시 웃토산 출신이십니까? 그러고 보니 오늘이 이렛당 제일이던데—

PoI-1728-KO: 아뇨. 아닙니다.

정적.

강 박사: …설화에 따르면, 웃토산의 신중부인은 인간에게 이로운 권능을 지니고 있어, 지금까지도 정성을 드리는 분들이 여럿 있으시죠.

PoI-1728-KO: 무슨…

강 박사: 반면, 알토산의 여드렛도는 모시는 심방들조차 본인들이 여드렛당의 단골임을 밝히지 않습니다. 예로부터 이런 말도 있었잖아요, 토산 사람은 들이지 아니하라고.

PoI-1728-KO: 침묵.

강 박사: 실은, 저번에 여드렛당에 계신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PoI-1728-KO: 예?

강 박사: 약소하게 굿을 치르고 계시던데… 방울풂, 맞죠? 뱀신의 한을 풀기 위한 의례. 행하지 않으면 뱀신이 재앙을 내려 집안을 망하게 한다죠.

PoI-1728-KO: …하고프신 말이 무엇이죠.

강 박사: 세습무 양채은 양, 맞으시죠? 현재 여드렛도를 모시는 몇 안 되는 단골 중 하나시고요.

PoI-1728-KO: 침묵.

강 박사: 아, 별것 아닙니다. 그러니까, 일제강점기 이후로 당이고 굿이고 전부 작살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직접적으로 신을 모시는 분들이라면 그간 학계에서 미처 수집하지 못했던 내용들을 알고 계시지 않을까 하여 여쭤본 겁니다. 질문해도 되겠습니까?

PoI-1728-KO: …그러시죠.

강 박사: 좋습니다. 우선… 여드렛당에서 따로 신체로 여기는 물건이 있습니까? 보통 제주의 신당에서는 신목형의 신체가 두루 발견되지만, 여드렛당의 잡목 중 그 어느 하나도 신체로 보이지는 않아서 말이죠.

PoI-1728-KO: 여드렛당에서 처음 행해진 굿이 뱀신의 사체로 행해졌음은 알고 계실 겁니다.

강 박사: 그게 신체라는 겁니까? 하지만 여드렛당에서 별다른 유물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PoI-1728-KO: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당연히 일제강점기 때 유실되었죠. 당도 터만 남고 폐허가 되었는데, 그 난리통에 신체가 무사할 수 있었겠습니까.

강 박사: 확실합니까?

PoI-1782-KO: 네.

강 박사: 정말로 확실합니까?

PoI-1782-KO: …네?

강 박사: 아닙니다. 흠… 신체도 없는 당에, 그것도 터만 남은 당에서 요근래까지 굿을 치르신 경위가 어떻게 되십니까? 굳이 그 장소가 아니어도 되었을 텐데요. 당장 이렛당 쪽 단골들도 별개로 치르는 편이고.

PoI-1782-KO: …저희 집안은 원래 여드렛당의 계보를 계속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저희 어머니께서 도맡아 하고 계셨는데…

강 박사: 아, 음. 유감입니다. 무튼, 그러면 혹시 처음 굿을 치르신 게 이번 달이십니까?

PoI-1782-KO: 아뇨. 꽤 되었습니다. …뭐, 이번에 크게 굿을 치를 일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만…

강 박사: 혹시 제가 저번에 보았던 그 굿입니까? 크게 치렀다기에는 많이 약소하던데요. 그러고 보니 그때 몸 상태도 많이 안 좋아 보이시던데.

PoI-1728-KO: 아, 아닙니다. 그리고 그때는… 어쩔 수 없었죠. 그리 크게 노하신 모습은 저도 처음 보았으니.

강 박사: 노하셨다라. 신의 심기를 건드릴만한 일이 최근에 있었는지요?

PoI-1728-KO: …신의 존재를 믿으시나 봅니다.

강 박사: 못 믿을 거야 없죠.

정적.

강 박사: 좋아요. 직설적으로 가봅시다. 저번에 독감이 크게 돌았었죠. 다만 증상이 증상인지라 흉흉한 소문도 여럿 돌았었고… 더군다나 범위도 딱 표선면 전체. 이곳을 관장하는 신의 분노라고밖에 볼 수 없죠.

PoI-1728-KO: 대학 교수라 하시면서 황당한 면이 있으시네요.

강 박사: 그런 말 많이 듣습니다. 무튼, 말씀을 들어보니 굿을 소홀히 한 것도 아니고… 그럼 신이 날뛸 이유가 무엇이 있을까요. 바로 윗마을부터가 다른 신격의 영역인데 말입니다.

PoI-1728-KO: …아까부터 자꾸 웃토산을 들먹이시는군요.

강 박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니까요. 혹시 모르잖습니까, 그 반대일 수도 있고. 애초에 일렛당신은 이리 심각한 사태에 움직인 적도 없지 않습니까.

PoI-1728-KO: 한숨.

강 박사: 무슨 일이죠?

PoI-1728-KO: 토산당이 원래 하나였다는 것은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강 박사: 당연하죠. 행정구역 개편 이후로 마을이 둘로 나뉘면서 주민들 생활, 사고체계, 신앙 등이 판이해지기는 했지만, 그 뿌리는 같죠. 다만 어떻게 동일한 체계가 그리 다른 양상을 띠게 되었는지, 그 명확한 분기점이 아직 불명이다마는…

PoI-1728-KO: 쯥… 이것 하나만 알아두시죠. 여드렛당… 아니, 여드렛당이든 일렛당이든, 토산한집은 현재 빈집이 되었습니다.

강 박사: 예?

PoI-1728-KO: 토산에는 현재 신이 없다는 말입니다. 하나였던 신이 둘이 되고, 그 자취마저 탐욕에 짓밟혔는데, 어찌 다시 돌아오시겠습니까.

강 박사: 무슨 말씀이신지… 분명 당장 몇 주 전까지만 하더라도 신을 모시고 계시지 않으셨습니까? 웃토산은 아직도 그러하고 있는 중인데요.

PoI-1728-KO: 뭐… 그리 여기신다면 별수 없지요. 대화 즐거웠습니다.

[기록 종료]


부록 873-KO-라

음성 기록 873-KO-E


개요: 이하는 강홍재 박사가 PoI-1728-KO의 자택에 부착한 도청 장치에 기록된 내용이다.


발자국 소리.

덜그럭거리는 소리.

한숨 소리.

PoI-1728-KO: …물러가시지요.

불명: 너 보러 온 거 아니니 걱정 말거라.

헛기침 소리.

불명: 부인께서는 어디 계시느냐?

PoI-1728-KO: 이제서야 찾으시는 겁니까?

정적.

불명: 나도 다 사정이—

PoI-1728-KO: 염치는 대체 어디다 두고 오셨습니까? 멋대로 혼인하시고는 거들떠도 보지 않으시더니, 이제는 질려서 아예 버리려 하십니까?

불명: 무슨 망발을! 내가 그날 왜놈들을 물리치지 않았다면 부인이 무슨 꼴을 당했을지 모르는 것이더냐!

덜컹거리는 소리.

PoI-1728-KO: 잘도 그런 말을 하십니다! 그분께서 진정 어떻게 되셨는지 알고는 계십니까? 지금 그분의 신체가 도난당한 것도 모르시지 않습니까!

정적.

불명: …뭔 헛소리냐? 뭐가 도난당했다고?

한숨 소리.

PoI-1728-KO: 근래에 좀도둑이 몇 들었습니다.

불명: 좀도둑이 들었다고? 누가? 언제?

PoI-1728-KO: …알아서 무엇 하시렵니까. 행할 의지도, 능력도 없으신데.

정적.

잡음.

불명: 말하라. 이번에도 왜놈들이더냐?

PoI-1728-KO: 왜놈이든 양놈이든 결국 화근은 사람이지 않습니까.

불명: 그놈들이 누구인지 물었다.

둔탁음.

PoI-1728-KO: 그—

불명: 아, 잠시 기다려보거라. 웬 쥐새끼가 엿듣고 있었군.

잡음.

파열음.

[기록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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