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번호: SCP-855-KO
등급: 심의 대상 아님.
설명: 재단 SCiP는 모든 문서를 다양한 방식으로 분류하며 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속성 태그 분류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각 SCP가 갖는 고유의 성질에 따라 특정 낱말 묶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분류위원회는 심의와 회의를 걸쳐 속성 태그 일람을 운영하며 효율적인 업무 환경에 기여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분류위원회는 재단이 발견하고 기록하는 변칙 개체들로부터 만들어지는 의도적인 업무 방해 현상이 존재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는 위원회 내에서는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SCiP에도 'SCP-855-KO' 항목에 게시되었다.
SCP-855-KO의 실재 여부에 대해 정보오염부를 포함한 전문분야 직원들 간의 갑론을박이 수차례 이어졌으나 이렇다 할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일부 직원들은 이미 진전을 이뤘다고 여겼는데, 이 덕에 태그 분류의 한계점과 담당 팀에게 맡겨지는 업무량,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근무 환경이 조명되었다는 점을 크게 평가했다. 이 모든 토론이 보안 인가 제한이 없는 재단 공개 포럼에서 진행되었단 점이 한몫하였다.
분류위원회가 주장하는 SCP-855-KO의 유형에는 총 세 가지가 있다.
- SCP-855-KO-A: 미분류형, 속성 태그가 없는 유형
개체 ████, 본 항목은 격리된 후 6년 동안 어느 속성 태그에도 속하지 않았으나 '그림자' 태그와 '진동' 태그가 추가된 날 각각 두 번에 걸쳐 변칙성이 축소되었다. 연구진 중 일부는 ████가 태그 분류를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한 이런 현상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고 개체에게는 지성이나 외부 환경을 인지할 수 있는 수단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외부적 개입, 즉 SCP-855-KO의 존재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 외 3 개체, 세부 설명은 각 링크 참조. 위와 같이 신규 태그 추가 이후 한 번 변화한 개체들이다. 아무런 징후 없이 변칙성이 소실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임에도 ████은 태그 '예측성'이 추가된 직후에 예측 능력을 잃었다. 나머지 3 개체는 각 유일한 태그가 추가된 후에 한 달 안에 무효화되었다.
SCP-855-KO의 존재를 부정하는 일각에서는 변칙성을 바꾸는 성질 역시 태그 '변성' 또는 '비정형'에 포함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비아냥댔다. 다만 더이상 변할 징후를 보이지 않는 개체에 위 태그를 남겨두는 사례는 없었으므로 기각되었다. 존재학부는 그것이 정체성 모순 변칙을 발현시킬 수 있음을 우려해 만류하는 입장을 표했다.
████ 외 42 개체, 세부 설명은 각 링크 참조. 발견된 후부터 지금까지 어떤 속성 태그도 갖지 않았으며 변화하지도 않은 개체이다. SCP-855-KO 자체도 여기에 속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이 경우는 그 존재부터 논의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알맞지 않다.
부정 측은 이것이 대단한 우연의 결집처럼 보일지는 모르겠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위 항목은 최초 세자리 수 이상의 개체가 근거로 등재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차 줄어들었다. 특히, '무형' 태그의 등장 이후로 약 30 개체 이상이 한 번에 제명되며 긍정 측의 주장이 힘을 잃었다.
- SCP-855-KO-B: 반분류형, 태그 등록에 반하는 유형.
개체 ████, 구형 태블릿에 기생하는 전자 기반 정보 독립체. 전자기장을 생성하는 능력이 '전자' 태그의 유무에 따라 나타나고 사라진다. 대상은 이 능력으로 수차례 격리 파기를 일으킨 바가 있기에 원칙주의를 고수하는 분류위원회와 해당 기지의 격리이사관보 간에 신경전이 오갔다.
좋은 소식 하나 알려드리죠. 이제 본 문서에 토론 내용을 직접 게시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알고 계셨나요? 언급된 김에 흔적 하나 남기겠습니다.
봅시다. 이상하게도 B 유형에는 정보 독립체 비율이 상당하군요?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겠지요. 독립체가 변칙성을 활용해서 자신이 어떻게 분류되는지 알 수만 있다면 무슨 장난질이든 못 치겠습니까? 그게 실제로 '변칙의 규칙'인 게 아니라고요. 이런 사실은 분명히 적어두셔야만 할 것 같은데 의도적인 건지 빠뜨리셨길래 짚어드립니다.
위원회장님, 세상 모든 우연에 변칙이란 이름을 붙일 수는 없는 겁니다.
— 제04K기지 격리이사관보 강현희
████ 외 8 개체, 세부 설명은 각 링크 참조. 특정 태그가 존재할 때 그러한 성질이 사라지고 태그를 제거하면 다시 나타나는 개체다. 이런 경우 무의미한 반복 실험에 현장 연구원도 최신화를 포기하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분류위원회는 이런 유형의 태그를 당장 성질이 드러나지 않더라도 모두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적어도 넷, 많게는 서른 이상의 비직관적인 태그들을 가진 SCP가 우후중순 쌓이게 되었고 이에 뾰족한 수는 등장하지 않은 상태다. 이 유형은 855-KO의 존재 가능성을 가장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사례라 평가받는다.
안녕하십니까? 존재학부 이준영 과장입니다. 저는 꽤 전부터 이 토론을 흥미롭게 관전해오고 있었습니다. 분위기가 큰 규모에 걸맞게 달아오른 것은 이해합니다만 잠시 제 의견을 들어주십사 부탁드립니다.
최근 개인적인 호기심 때문에 어떤 실험 하나를 진행했습니다. 그 실험이라 함은 외부에서 부여하는 정체성(친숙한 말로는 이미지나 인상)이 어떤 물체가 가진 성질 또는 정보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의 여부였습니다. 지금 논란의 중심에 선 태그 부여와 변칙성의 관계처럼 말이죠.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네. 인위적으로 재현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그 역의 경우에도 말입니다. 그렇게 나무로 구성되었어도 '금속' 태그를 붙일 수 있는 물체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역설적이죠.
그래선지 저도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더군요. 재단 데이터베이스의 태그 기능을 와해시키려는 어떤 의지가 존재하겠다는 생각 말입니다. 하지만 위원회 여러분들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것이 단순히 초자연 현상이 아닌 누군가에 의해서 해를 당하는 일종의 테러가 아닌가 싶단 말입니다. 이 모든 게 우연일 거란 생각은 허황스럽습니다. 하지만 855-KO라고 부르는 것도 허상에 가깝습니다. 벽 너머에서 돌멩이가 날아들어 오면 어떤 자식인지 기를 써서 잡아야지, '날아드는 돌'이란 별칭을 지어주는 건 역시 이릅니다.
— 존재학부 이준영 과장
- SCP-855-KO-C: 과분류형, 그 용도와는 별개로 지나치게 많은 태그가 부여된 유형.
개체 ████는 AAA 규격의 리튬 전지로 총 17,576가지1 변칙성을 특정 주기에 걸쳐 나타낸다. 이런 이유로 ████는 현존하는 대부분의 속성 태그가 부여되었다.
경험론적으로 접근해봅시다. 외부 개입이든 변칙 현상이든 정말 855-KO가 존재한다면 그게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태그 시스템을 의심하고, 위험하단 판단을 내리고, 결국엔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본다면 저는 조금 안도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까진 여기에 그런 의견은 나온 적이 없었고, 그만큼 855-KO가 유능하지는 않단 뜻이니까요.
— 제81KA기지 오노미치 박사
████ 외 2 개체. 각각 122개, 121개, 103개의 태그를 갖는다.
세계 각국의 모든 재단 기지, 그리고 모든 문서가 태그 기능에 의존하고 있다 보니 영향력에 조심스러운 것은 이해합니다만, 지금은 적극적인 실험만이 정답입니다. 입증 과정부터 넘겨야 격리 절차도 수립할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물론 필요하다면 기존 태그도 잠시 삭제해보고, 임시로 태그를 추가해보는 방향은 어떠겠습니까.
— 미네르바 기지 지안루카 박사
- SCP-855-KO-D: 해당 없음. 위 세 가지 유형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
개체 ████는 데이터베이스 결함 때문에 추가해야 하는 태그 셋(도시, 시각, 전염성)이 누락되었다. 이 오류는 AIC의 현장 학습 도중 일부 태그 간의 논리적 모순 관계를 해결하려다 발생하였고 이 때문에 페이지 하나가 잠겨진 상태다. 대상은 임시로 두 일련번호를 동시에 사용 중이다.
이 외 29 항목은 각 링크 참조.
아이러니합니다. 쉽사리 분류할 수 없는 유형에서조차 분류할 수 없는 유형이 나오다니.
토론에 참여하고 계신 여러분들의 모든 의견을 수집하고 검토하고 있습니다. 수십 명씩이나 참여해주실줄은 몰랐습니다. 많은 관심에 감사드리며 진전이 있는 대로 갱신하겠습니다.
— 분류위원회장 ████ █████
반갑습니다. 제27기지 케이트 요원입니다.
이탈리아 지부의 박사분 말씀에서 영감을 받아 재밌는 실험 하나를 구상해봤습니다. 물론 개편의 의의도 있지만 모든 태그를 과감하게 손댄다면 훨씬 확실한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분류위원회의 과업은 너무 좁은 기준을 두고 넣느냐 빼느냐에 주목하는 것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좀 더 널널하고 유연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이렇게 한다면 반대 의견이나 피드백 따위에 업무 시간을 뺏기지 않고 좀 더 위원회 재량껏 진행할 수 있을 겁니다.
특수 태그를 추가한다면 모든 A형 문서에도 태그가 달릴 것입니다. B형 문서의 골치아픔도 해소될 테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모든 게 '의도된' 것이라면 855-KO도 분명히 반응을 보일 겁니다. 이제는 진실이 코앞에 닥쳤군요.
위 건의 사항을 제출합니다.
— 제27기지 케이트 로터스 요원
훌륭한 아이디어입니다.
— 분류위원회 ███████ ███ 팀장
좋군요. 잘했어요.
— 제81KA기지 오노미치 박사
위원회 심의 중입니다. 곧 알려드리겠습니다.
— 분류위원회장 ████ █████
만장일치로 통과됐습니다. 추가 의견은 내일 오전까지만 더 받고 바로 적용하겠습니다.
— 분류위원회장 ████ █████
벌써요? 빠르네요.
— 제21K기지 서정혁 연구원
네. 그랬네요.
— 분류위원회장 ████ █████
아뇨. 보통 빠른 게 아니라 게눈 훔치듯 안건을 해치우셨어요.
— 제04K기지 격리이사관보 강현희
그 정도까진 아닙니다.
— 분류위원회장 ████ █████
아무쪼록. 이제 끝난 거네요.
— 제27기지 케이트 로터스 요원
뭐가 끝납니까?
— 분류위원회장 ████ █████
내일이면 855-KO라는 놈. 진짠지 아닌지 드러나겠다고요. 죄다 이상 반응 보이면 있었다는 게 되겠죠.
— 제27기지 케이트 로터스 요원
하지만 그건 그거대로 새로운 이상 현상일 가능성이 있지 않습니까?
— 제04K기지 격리이사관보 강현희
네?
— 제27기지 케이트 로터스 요원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죄송합니다만, 그건 너무 억지입니다. 지금 이건 과학적 증명이자 통계적 사실이라고요. 설령 그런 의견을 가지신다 한들 설명란에 인용은 해드릴 수 있겠는데요.
— 분류위원회장 ████ █████
이쪽도 방금 받았습니다. 지금 막 읽는 중이에요. 우리 기지에서 보관 중인 것 중 하나도 무효화됐다고 합니다.
지금 이거 855-KO에서 언급된 것들 전체가 영향 받고 있는 건가요?
— 제27기지 케이트 로터스 요원
이쪽에서 각 기지에 연락 돌리고 있습니다. 금방 확인해보겠습니다.
— 분류위원회장 ████ █████
다들 들으신 모양이군요. 이게 뭔 난리랩니까?
— 미네르바 기지 지안루카 박사
그렇다니까! 외부 세력 짓이 분명해요.
잠깐만. 요 문서는 어느 유형에 속했었죠?
— 존재학부 이준영 과장
-D에 속합니다. 해당 없음이요.
— 분류위원회 ███████ ███ 팀장
그럼 이 현상도 끝나면서 마무리되는 걸까요?
— 제27기지 케이트 로터스 요원
예, 그 점은 동의합니다. 애시당초 정규 태그로 올리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니…
도무지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군요.
— 분류위원회장 ████ █████
지금 확인된 것만 40건 정도네요. 말도 안 돼.
어쩌면…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놓쳐버리는 것이 855-KO의 본질이 아니었을까요. 뭐 하나 확신할 수 없게 만드는.
— 제27기지 케이트 로터스 요원
그 말도 추측이란 점에선 묘하게 맞아떨어지는군요.
— 존재학부 이준영 과장
무효화 파티로구먼. 내가 GOC 소속이었다면 발로도 박수를 쳤을 텐데요.
— 제81KA기지 오노미치 박사
CCTV 확인해보세요. 발박수 치는 놈 있으면 잠입요원이겠네.
— 미네르바 기지 지안루카 박사
흐름상, 이 문서에 언급된 모든 개체들이 무효화될 전망인 것 같습니다. 여전히 이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조만간 등급 심의도 다시 받아서 해명으로 갈아 끼워야겠군요.
다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 분류위원회장 ████ █████
해명 없는 해명됨이란 점이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그동안 토론은 즐거웠어요.
— 제81KA기지 오노미치 박사
…
이후 무의미한 대화 34건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