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8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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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번호: SCP-8523 2등급/8523
등급: 안전 보안인가 필요

UjTajzf.jpeg

닉스 1이 관측한 HD 50655 Ad


특수 격리 절차:

HD 50655 Ad에 대한 모든 탐사는 SCP 재단이 독점적으로 진행하며, 무인으로 행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여 진행한 모든 탐사는 실패한 것으로 간주한다.


설명:

SCP-8523은 지구로부터 20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지구형 행성인 HD 50655 Ad의 바다에서 관측되는 중력 현상이다. SCP-8523은 어떤 물체가 HD 50655 Ad의 점심해수층1을 지날 때에 활성화되며, 그에 맞춰서 대상이 무한히 가라앉도록 중력이 조정된다.

생물에 대한 영향을 고려해볼 때, 현재로선 SCP-8523이 어떤 형태의 유기물이든 간에 영향을 주지 못하거나, HD 50655 Ad의 심해에 서식하는 몇몇 생명체들이 그저 변칙적인 환경에 생존하도록 적응한 것으로 여겨진다.

마지막으로, SCP-8523의 영향을 받은 영역의 다른 물리적 법칙이나 물질 그 자체는 모두 정상성에서 벗어나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비정기적인 주기를 가진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그 생태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아래의 부분을 참고할 것.


개체 내력:

2344년 9월 6일, 미국 우주 행정부(USSA)는 우주비행사 아가사 리플리와 레아 위버를 닉스 프로젝트에 배정하였다. 이는 바다 행성2 HD 50655 Ad에 존재하는 외계인을 발견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진행된 우주 비행 프로젝트이다. 위 탐사는 엘리자베스 케인 망원경에서 높은 농도의 디메틸 황산3를 감지하면서 진행되었다.

해당 작전이 원격 데이터 수집과 중심해수층4에 대한 현장 조사에 주로 집중함에도 불구하고, 위버는 결국 잠수한 닉스 1에 탑승해 심해 조사를 개시하여, SCP-8523을 활성화시켰다. 이는 2353년 10월 9일, 작전의 취소를 야기하였다.

재단은 SCP-8523을 2363년 12월 24일이 되서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는 알려진 위버의 죽음에 대한 석연치 않은 세부 사항과 관련된 의문점과, 지난 달에 도착한 리플리가 즉각적으로 모든 매체에서 사라진 점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 녹취록은 보존 및 추가적인 연구를 위해 USSA로부터 제공받은 것이다. 닉스 1을 리플리가 거주하였던 헤르메스 1 우주선에 연결하였던 다정보 시스템의 도움으로 원본 영상을 회수할 수 있었다.


영상 기록 #1


날짜: 2353년 7월 27일

주: 1,336m에 도달하면서, 닉스 1은 수면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였다. SCP-8523이 처음으로 나타났다.


[기록 시작]

위버는 티타늄으로 지어진 하얀 방에 있는 의자에 앉아있다. 그녀 앞에는 잠수함의 기능을 조작하기 위한 계기판과 그 옆의 수중 음파 탐지기가 있으며, 그녀의 진로와 위치의 정보가 나타나고 있다. 위버는 해당 정보값을 확인하면서 밸러스트 조절을 만졌으나, 몇 분 뒤 이를 멈추고 통신기로 손을 뻗는다. 그녀의 얼굴에 혼란스러운 표정이 보인다.

위버: 헤르메스 1, 내 말 들려?

리플리: 들려. 무슨 문제라도?

위버: 나 안 올라가고 있어. 지금 1,339m야.

리플리: 다시 한 번 확인해봤어?

위버: 응. 나 지금 가라앉고—

위버가 몸을 돌려 수중 음파 탐지기에 표시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려고 하다가, 갑작스러운 높은 음의 소리가 잠수함 전체적으로 울린다. 근접 경보이다.

위버: 잠깐만.

리플리: 무슨 일이야?

경보가 두 번 울린다. 더 가까워졌다는 신호이다. 약간의 침묵이 흘렀다가, 높은 음의 소리가 3번 더 울린다.

리플리: 닉스 1?

위버: 여기 주변에 뭔가 있어.

위버가 사진을 찍는다.

yXM4hIP.jpeg

사진 1


리플리: 그게 뭔데?

위버: 나도 모르겠어. 꽤나 잘 숨어있나 본데.

경보가 멈춘다. 그 존재는 수중 음파 탐지기에 몇 초간 더 머물렀다가, 사라진다.

위버: 이상하다. 사라진 거 같아.

리플리: ROV5를 준비 중이야. 기다려.

위버: 그거 필요한 상황인거 맞아?

리플리: 혼나는 것보단 안전한 게 낫지. 뭐든 필요하면 연락해, 알겠지?

위버: 물론.

리플리가 3시간 동안 모든 장비를 준비했다. 가끔씩 위버에게 확인 차 연락을 위해 돌아올 뿐이었다. 위버는 긴장한 상태이며, 불안하게 손가락을 계기판에 두드렸다. 닉스 1이 이제 1,391m 지점에 있는 상태에서, ROV 소테리아 2가 마침내 발진하였다. 소테리아 1은 언제든 자신의 자매함을 지원하기 위해 들어갈 준비를 하였다.

리플리: 기분은 어때?

위버: 좀 불안한데.

리플리: 오, 자기. 뭔가 하고 싶은 말 있어?

그녀의 손가락이 멈추고는 날카로운 한숨을 내쉬었다.

위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을 뿐이야.

리플리: 미래가 아픈 건 미지의 영역이라서 그런 게 아닐 거야. 우리 엄마는 이런 말을 좋아했어.

위버: 당신 엄마는 또 당신보고 '이상한 것들'을 끌어들이는 자석이라고 말하길 좋아했지. 그러니까 결국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고 마는 거 아닐까.

리플리: … 그 '이상한 것들'에 당신도 들어가 있는 건 알지?

위버: 알지, 그리고 그런 건 무시하는 편이야.

두 명이 웃는다. 몇 초 뒤, 날카로운 소음이 잠수함 전체적으로 울린다. 이후 무언가 긁는 소리가 옅게 나더니, 소테리아 2가 도달한다. 그리고 위버는 몇 분간 아무 문제 없이 리플리의 지시를 따른다.

리플리: 지금 위치는 어때?

위버: 1,419m. 아직도 가라앉고 있어.

리플리: 확인, 소테리아 1을 보낼게.

수중 음파 탐지기가 주변에 있는 비정형의 존재를 보여주지만, 이번엔 높은 음의 경보가 울리지 않는다. 위버는 알아채지 못한 듯 하고, 그것은 빠르게 닉스 1을 둘러쌌다가 흐려지며 사라진다.

리플리: 준비 됐어. 너 어딨어?

위버: 1,413m. ROV는 어디야?

리플리: 둘 다 1425m에 있어.

근접 경보가 울린다.

위버: 기다려 봐.

위버가 사진을 찍는다.

1RWpnaN.jpeg

사진 2


위버: 뭔가… 세 개가 근처에 있어. 작네. 뭔가 벌집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녀가 사진을 확대한다.

위버: 조사해봐야 할까?

리플리: 지금은 네가 우선 순위야, 그러니까 임무는 무시하라고. 우리 경로를 변경해볼게.

위버: 라져 댓.

그녀가 한숨을 내쉰다.

위버: 그래도 좀 아쉽네.

리플리: 긴장 풀어. 그런 건 나중에 해도 되니까.

해당 작전은 이후 몇 시간 동안 별다른 진전 없이 진행된다. 두 사람은 그 동안 조용하였으나, 잠수함에 부딪치는 물소리는 확연히, 묵직하게, 그리고 가까이 들린다.

리플리: 여기까지만 할까, 레아?

위버: 선택의 여지가 있어?

무전기가 잠시 침묵한다.

위버: 미안. 좀 긴장해가지고.

리플리: 어이, 어이. 다 괜찮을 거야. 사고는 일어나곤 하잖아.

위버: 집과 몇 광년은 떨어진 지점에서 생기는 사고는 최악이지.

위버는 잠시 말을 멈추고는 고개를 젓는다. 침묵.

위버: 내가 밑에 내려갈 때마다 당신이 항상 뭐라 했더라?

리플리: 오늘을 사랑하고, 모든 내일을 붙잡아라.

위버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숨을 쉰다. 살짝 웃는다.

위버: 좋아 그럼. 최선을 다해 볼게.

리플리: 우리가 최선을 다해야지.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테니까.


[기록 종료]



사진 모음집#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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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2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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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0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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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57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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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33 m



영상 기록#2


날짜: 2353년 8월 5일

주: 8월 1일에 소테리아 1과 2의 통신이 두절되고, 2일과 4일에 있었던 두 번의 구조 시도가 소득 없이 끝난 이후에, USSA를 향해 지원을 요청하는 메세지가 보내졌다. 평균 응답 시간은 2달이다. 닉스 1은 수심 6,038m에 있다.


[기록 시작]

위버가 조종실의 벽에 기대어서 책을 읽고 있다.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보인다.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있고, 그녀의 곱슬거리고 큰 붉은 머리는 헝클어져 있다. 헤르메스 1과의 통신기가 켜지자, 위버는 하품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에 앉는다.

리플리: 좋은 아침. 오늘은 어때?

위버: 안녕 자기. 여전히 피곤해. 하지만 당신 책을 읽을 의욕이 조금 생기고 있어.

리플리: 오, 지금 읽는 건 뭐야?

위버: "해저 2만리", 쥘 베른 작. 정말 예전 작품이야.

리플리: 뭔가 피해망상이 생길만한 선택 아니야?

위버: 사실 놀라울 정도로 도움이 돼. 공감이 되는 경험을 읽는 건 언제나 도움이 되지.

위버는 미소를 짓고는 또 하품을 내쉰다.

위버: 하지만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걸 나에게 줘서 내가 이 꼬라지로 되었다고 할 수 있지 않나? 만에 하나 말이야?

리플리: 에이, 말도 안 되는 소릴.

잠시 침묵.

리플리: 그래도 재밌는 우연이긴 하네.

위버: 재밌어?

리플리: 물론 블랙 코미디지! 하지만 보통은 재밌다고 하잖아.

위버: 당신 매력이 더 이상하거든, 참나.

리플리: 또 그런다—

잠수함이 밖에 있는 무언가와 부딪친다.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위버는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져 머리가 계기판에 부딪친다. 근접 경보가 계속해서 울리기 시작하고, 보안 경고등이 방을 붉게 물들이는 동안 겹치며 메아리친다.

리플리: 레아?! 너 괜찮아?!

위버가 고통에 신음하고는 일어선다.

위버: 뭔가가 날 쳤어!

위버가 사진을 찍는다.

EMcHd57.jpeg

사진 7


위버: 뭐야 시발?

리플리: 무슨 일이야?

위버: 이건… 모르겠어, 마치—

리플리: 그건 좆까고. 당신 괜찮아?

위버가 머리에 손을 올리면서, 짜증나는 듯한 신음을 흘린다. 다리가 떨리고 있다.

리플리: 자기야?

위버의 눈에 눈물이 고이면서 훌쩍인다.

리플리: 자기, 이봐, 울지 마. 그건 이제 사라졌겠지, 안 그래?

이후 몇 분간 리플리는 위버에게 몇 가지 숨쉬기 운동법을 가르친다. 위버는 그 동안 몸을 움츠린 채로 허벅지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진정하고 난 뒤에, 위버는 심호흡하고는 붉어진 눈을 비빈다.

리플리: 좀 나아졌어?

위버: 많이 괜찮아졌어. 날 신경써 줘서 고마워.

리플리: 그러려고 내가 있는 건데. 사랑해.

위버가 웃는다.

위버: 나도 사랑해.

리플리: 그래서, 책이나 다시 읽을까?

위버: 오— 그거 좋은 생각이다. 나중엔 같이 프랑켄슈타인을 읽어도 되겠다.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거잖아.

리플리: 기억해주니 기쁜걸!

위버: 리프, 우리 결혼했잖아.

리플리: 그러고보니 우리 생일이 금방이네… 3주 남았어.

위버: 그러니까 '결혼기념일' 말하는 거지?

리플리: 포르투갈어로는 같은 단어야. 미묘하지.

위버: Tenho que praticar mais, aliás6.

리플리: Tem mesmo, mas não agora — cê sabe que eles detestam quando a gente faz isso7.

위버: Qualé, sério mesmo8?

리플리: Não quero levar outro esporro não9.

위버: 하지만 이미 포르투갈어로 얘기했잖아.

리플리: 아 이런 시발.

위버가 웃으면서, 의자에 등을 기댄다.

위버: 어쨌든, 우리도 늙었네.

리플리: 냉동수면 시간을 내 나이에 더하고 싶진 않아. 그러니까 난 아직 한창이라고.

위버: 당신 흰머리는 다르게 말하고 있던데.

리플리: 나한테 그런 말 하지 마.

두 명이 웃고는, 그들이 같이 읽고 얘기하면서 몇 시간이 흐른다. 마지막에 그들은 서로에게 잘 자라고 얘기하고는, 내일 구조 작전을 계속하기로 동의한다. 침묵이 뒤따른다.


[기록 종료]


사진 모음집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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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92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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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89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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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11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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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1 m



영상 기록 #3


날짜: 2353년 8월 12일

주: 8월 6일에 있었던 구조 시도도 역시 실패하였다. 닉스 1이 있는 수심은 이제 9,083m이다.


[기록 시작]

위버와 리플리가 모두 잠들어 있을 때, 물방울 하나가 닉스 1 조종실의 천장에서 떨어진다. 그러다 한 방울 더, 한 방울 더 떨어진다. 이는 1시간 동안 지속되지만, 그 뒤에도 물방울은 계속 떨어지다가, 이내 더 많이 떨어진다. 근접 경보가 울리고, 수중 음파 탐지기에는 비정형적인 존재로 가득 찬다.

처음으로, 닉스 1이 내려가길 멈추고는 침묵이 깔린다. 그러다가 날카롭고 목을 긁는 듯한 소리가 밖에서 들린다. 그렇게 잠시 동안 울렸다가, 소리가 그대로 왔다갔다한다. 잠수함이 잠시 흔들리더니 다시 가라앉는다. 그럼에도 물은 다시 흐른다, 더 빨라진다. 그러더니 그 존재가 멀어지듯 움직인다.

30분 뒤, 다급한 발소리가 조종실로 향하는 복도에서 들린다. 문이 열리자, 위버의 땀범벅이 된 몸이 보인다. 몽유병을 경험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급작스럽게 기침하고는, 다리를 떨기 시작한다. 위버는 배 위에 손을 얹고 떠나기 전에 바닥에 물을 토한다.

3시간 뒤, 위버는 방에 돌아왔다. 물은 이 시점에서 완전히 증발했으며, 위버는 통신기를 킨다.

위버: 거기 있어?

리플리: 응. 무슨 일 있어, 자기?

위버: 나 무서워.

리플리가 멈칫하고는 한숨을 쉰다. 목소리에 슬픔이 깔려있다.

리플리: 나도 알아, 자기. 나도 무서워.

리플리가 위버를 재우기 위해 노래를 불러준다.


[기록 종료]



사진 모음집#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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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38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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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90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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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17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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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39 m



영상 기록 #4


날짜: 2353년 8월 19일

주: 헤르메스 1의 마지막 ROV가 8월 16일에 소실되었다. 닉스 1은 추정 최대 수심 14,218m를 돌파하였다.


[기록 시작]

위버는 무표정한 모습이며, 눈 밑에 다크서클이 더 커졌다. 그녀는 지난 3시간 동안 리플리에게 그들의 미래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그러다 완전하고 갑작스러운 침묵이 순간 찾아오더니, 위버는 천장을 움직이지 않고 바라본다. 잠수함이 해류를 타게 되면서 영상이 잠시 흔들린다.

리플리: 오늘따라 나빠 보이네.

위버: 아무것도 아니야. 정말로.

리플리: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아?

위버가 한숨을 쉰다. 표정에 망설이는 기색이 보인다.

위버: 당신에게 더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그래. 당신도 그렇게 마음이 편하진 않잖아?

리플리: 괜찮아. 당신은 짐이 되지 않으니까.

위버가 손에 얼굴을 묻고는 심호흡 한다. 어깨에 긴장한 낌새가 보인다.

리플리: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죽을 때까지도 우리는 갈라지지 않겠습니다.' 서약할 때 기억해?

위버: 하지만—

리플리: 쉿. 괜찮아.

위버: 리프, 우린 계속 할 때마다 실패하고 있잖아.

리플리: 하지만 난 당신을 포기하지 않았어.

위버: 가끔씩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

리플리: 그 땐 나 자신도 포기할 거야.

무전이 20초간 조용하다.

리플리: 물론 나도 이러기 싫어. — 그리고 물론 난 당신을 잃는 게 두려워. 하지만 시도하는 것 말고 우리가 뭘 할 수 있겠어? 나도 모든 게 괜찮다고 믿고 싶어.

위버: 내 잘못이야.

리플리: 다 괜찮아. 이제 계속해보자.

위버가 뺨을 가볍게 때린다.

위버: 악몽이 날 괴롭히고 있어.

잠시 침묵.

위버: 물 속에서, 어둠에 둘러쌓여서,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채로 있어.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아. 매일 내가 잘 때면, 난 식은 땀에 젖은 채로 그게 악몽이 아니라는 느낌과 함께 깨어나. 그게 빌어먹도록 짜증나.

리플리: 마음이 편치 않을 때는 머릿속에서 하는 말은 아무것도 믿지 마. 괜히 더 나빠질 뿐이야.

위버: 그려려고 노력은 하는데, 쉽지가 않아. 특히 내가 보는 게 하얀 방일 뿐일 땐.

리플리가 잠시 생각하면서 멈춘다.

리플리: 내가 어렸을 때 꿨던 악몽에 대해 말해준 적이 있었나?

위버: 내 기억 상에는 없어.

리플리: Então senta que lá vem a história10.

리플리가 목을 푼다.

리플리: 내가 13살일 때, 난 어두운 복도를 걸어 지나가다가 그 끝에서 이상한 노인을 만나는 꿈을 꾸기 시작했어. 몇 년 동안은 이어졌던 것 같아, 그리고 계속해서 밤의 공포를 헤쳐가는 게 꽁지 빠지게 고통스러웠어. 하지만 어느 날, 악몽은 사라졌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어. 왜게?

위버: 잘 모르겠는데.

리플리: 내가 처음으로 널 곁에 두었던 밤이거든.

위버는 살짝 미소를 짓고는 놀란 표정을 짓는다.

위버: 넌 내가 지금까지 본 여자 중 최고야.

그녀가 한숨을 쉰다, 그러다가 잠시 머뭇거린다.

위버: 그리고 난 시발 당신이 정말 그리워.

리플리: 우린 다시 만날 거야. 맹세해.

위버가 마른 침을 삼킨다.

리플리: 날 믿어?

위버: 믿어. 정말로 믿어. 난 그저 그게 너무 힘들지만 않기를 바랄 뿐이야. 우리 첫 임무를 떠올리게 하거든.

리플리: 그래. 토성의 위성은 한참 고요했지. 하지만 쉽지 않을 거라고 얘기 들었잖아.

위버가 얼굴을 문지르면서 키득거린다.

위버: 생각해보니, 중성자성을 도는 행성을 방문하는 것도 좋은 생각은 아니었던 거 같아.

리플리: 적어도 끝났을 때 얘기할 좋은 이야기가 있잖아. 우리 미래의 딸이 정말 좋아하겠다.

위버: 아직도 그런 생각을 해?

리플리: 물론이지. 딸 이름은 마가렛으로 할 거야.

위버: … 남자면 어떡하게?

리플리: 휴고나 디에고를 생각하고 있어.

위버: 둘 다 아니면?

리플리: 걔가 알아서 생각하겠지.

위버가 웃음을 터뜨리며 계기판으로 몸을 기울인다.

위버: 이제 정말로 여기서 나갈 필요가 생겨버렸네.


[기록 종료]



사진 모음집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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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11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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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93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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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52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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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59 m



영상 기록 #5


날짜: 2353년 8월 26일

주: 닉스 1의 수심은 19,442m이다.


[기록 시작]

주 복도를 서두르면서 걷는 발소리가 지난 몇 시간 동안 이어지던 침묵을 깬다. 위버가 문을 열고 통신기에 달려들면서 피로에 헐떡이는 모습이 보인다.

위버: 도와줘.

리플리: 무슨 일이야?

위버: 그게 벽에서 오고 있어—

위버가 손을 머리에 얹고는 고통에 신음한다. 바닥에 물이 나오면서 다리가 떨리고 있다.

리플리: 레아?

위버: 시발! 시바알!

리플리: 레아 너 괜찮아?!

위버: 여기서 나가야 해, 여기서—

리플리: 닥치고 안전실로 가!

위버가 급하게 몸을 돌리고 출구로 향하지만, 솟아오르는 물이 그녀의 움직임을 느리게 하고, 가는 길에 몇 번씩 넘어지게 만든다.

마침내 위버가 문에 도달해서 열고 난 뒤, 그녀는 물이 찬 복도를 달리다가 우회전 한다. 복도 끝에 안전실이 있다. 위버는 물 위에서 뛰어올라 문을 향해 수영한다. 그리고 도달하자, 위버는 자신의 손을 인식기에 올린다.

문이 즉시 열린다. 거기엔 작고 하얀 방이 보급품과 의약품이 있는 몇몇 박스와 찬장들로 가득차있다. 해당 물품들은 자물쇠와 유리병으로 보호되고 있다. 위버가 문을 닫고는 얕게 떨리는 바닥에 주저앉아 거친 숨을 내뱉는다.

위버: 이제 어쩌지?!

리플리: 내 말을 들어!

물이 방의 벽을 통해 스며들어오고, 잠수함의 전체 구조가 삐그덕거린다. 소리가 서로 반복적으로 겹쳐서 울린다. 내부와 바깥에서 일련의 쿵쾅거리는 소리가 잇따른다. 위버가 귀를 막는다.

위버: 나 어떡해?!

리플리: 시발 내 말 들어 레아!

물이 이제 무릎께까지 차올랐고, 퍼져나가면서 방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넘어뜨린다. 위버는 자신의 결혼 반지를 보더니, 거기에 입을 맞춘다.

리플리: 미안해— 미안해, 그럴 생각은 아니었어…

벽이 갈라지면서 열리고, 이후 연속으로 창문이 깨져나간다. 위버가 마른 침을 삼킨다.

리플리: 레아? 아직 거기 있어?

위버: 사랑해.

물이 어깨까지 차오르고, 위버의 몸이 떨린다. 위버는 처음엔 망설이는 듯하다가, 통신기를 끄고 벽에 몸을 기댄다.

리플리: 왜—

파열음이 들리고, 위버의 몸이 부서지는 짧고 축축한 소리가 이어진다. 닉스 1과의 통신이 확실하게 끊기고, 녹화의 시점이 헤르메스 1로 변경된다. 영상은 창문으로 몇몇 별이 보이는 넓은 방을 비춘다. 리플리는 몸을 떨고 있다. 숨을 거의 못 쉴 지경에 이를 듯하다.

리플리: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리플리: 거기 있어?! 레아 거기 있어?!

리플리: 대답해! 제발 당장 대답하라고!

이후 몇 분간 리플리는 위버의 이름을 부른다. 리플리의 경악한 표정이 답이 없자 화난 표정으로 바뀐다. 그리곤 앞에 있는 계기판을 계속해서 내리친다. 내리치는 세기는 직전의 것보다 더 세진다.

리플리: 다시 목소리를 들려줘.

리플리: 네 목소리를 다시 듣게 해줘.

리플리: 널 보낼 수 없어. 널 보낼 수 없다고 레아!

리플리: 돌아와. 집으로 돌아와.

리플리: 나에게 돌아와줘… 제발 돌아와…

리플리가 무릎을 꿇는다. 그녀의 서서히 고개를 들고 천장을 올려다본다. 그러자 눈이 점점 더 커진다.

작은 물방울 하나가 이마 위로 떨어진다.


[기록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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