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번호: SCP-845-KO
등급: 안전(Safe)
특수 격리 절차: PoI-8450에게서 회수한 장비는 제04K기지에서 보관한다. SCP-845-KO 및 관련 파일은 SCiPNET에 업로드되어있다. 다운로드 권한은 3등급 이상에 주어지며 실험 전 각 기지 연구이사관보에게 보고해야 한다.
PoI-8450에게 시술받은 인원은 총 31명으로 추정되나 2명을 제외하곤 모두 특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 PoI 추적조의 표적 명단에 이들의 정보가 업로드되었고, 추가 정보가 입수되는 대로 업데이트하는 중이다. 추적조는 작전의 목적이 구금 및 격리가 아닌 치료임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설명: SCP-845-KO는 작은 단위1의 공간을 왜곡하고, 그것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변칙적인 알고리즘이다. PoI-8450은 이 알고리즘을 토대로 프로그래밍하여 3D 디자인 도구로서 기능하게끔 개조하였다. 개조에 사용된 코드는 오픈소스가 대부분이나 상업 소프트웨어 Maya와 Mudbox 고유의 소스도 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몇 가지 간단한 조건만 갖춰진다면 macOS를 제외한 모든 OS 환경에서 정상 작동한다.
'공간 왜곡을 유지한다'란, 공간 왜곡의 기준이 되는 위치가 사물 따위에 상속되어 함께 이동한다는 의미이다. 가령 SCP-845-KO로 구형의 물체를 찌그러뜨린다면 이를 굴리고 회전시키더라도 찌그러진 형태를 유지할 수 있다.[삽화 1] 하지만 SCP-845-KO가 직접 왜곡하는 것은 사물 자체가 아닌 설정된 공간 정보임을 유의하라.
연구팀 기록: 이 모호한 개념을 이해하기 좋은 비유가 있습니다. 모래시계 하나를 상상해보십시오. 845-KO로 모래가 지나가는 통로 부분을 넓힌다면 어떻게 될까요? 외관상으로는 확실히 넓어지겠지만 모래가 떨어지는 속도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 틈을 지나는 모래알 역시 통로를 지나며 커지기 때문입니다. 통과할 때만 잠깐 부풀었다 다시 원래 부피를 찾죠. 저는 이걸 실제로 커졌다고 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쪼록 이런 성질 덕분에 PoI-8450은 지난 수년 동안 뒷세계 성형 업소로 이름 날릴 수 있었습니다. 혈관은 건드리지도 않으니 부작용은 일반 성형 수술보다 훨씬 적을 테죠.
─ 장민호 박사
사물과 공간 정보 간의 상속 관계를 잇기 위해서는 PoI-8450이 개발한 전자 칩[삽화 2]을 부착한 후 SCP-845-KO가 설치된 컴퓨터에 특정 신호를 보내야 한다. 이 과정으로 SCP-845-KO에 정점 하나씩을 지정할 수 있으며 이를 반복하면 가상의 입체도형을 저장할 수 있다. 충분한 양의 정점이 만들어진다면 사물을 원하는 어떤 형태로든 성형할 수 있다.
▶ 면담기록 中
PoI-8450: 하나 고백하자면, 전자 칩은 사실 그냥 상징적인 장치에요. 물론 도움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지금 방식대로면 보통 손님 하나를 맞이할 때마다 반나절은 꼬박 걸리거든요. 무슨 말인지 아시죠? 특히 신체 전체에 버텍스2 찍으려면 천 번씩은 넘게 반복해야 하니까요. 물론 벌크업 정도야 몇십 개로 끝낼 수도 있겠지만, 그럼 퀄리티가 처참해지거든요. 하하.
그래서 만든 게 신호기 달린 막대기에 거리 센서를 연결한… 그런 복잡하고 조잡한 장비였어요. 스캐너랑 다를 바가 없을 만큼, 몇 초도 안 돼서 수백 개씩을 찍어낼 수 있었어요. 보이는 것에 비해 효과는 엄청났죠. 그다음 날 바로 손님 한 분께 실전 응용을 했습니다. 반나절은 걸릴 거라 말씀드렸는데 손님이 들고 온 커피 식기도 전에 끝났어요. 와, 혁신이다! 그리고 대박! 그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좋은 기술을 왜 안 써먹고 있느냐 한다면 또 할 말이 있거든요. (중략) 아까 말했던 그 손님이 나가시면서 저한테 물었어요. 혹시 후계자 기를 생각은 없냐고. 그때 저는 무슨 뜻인 줄도 모르고 히죽거리고 말았는데… 네, 문이 닫히고 나서야 그 섬찟한 말뜻을 깨달았어요.
그건 오직 저만 할 수 있었던 작업이 하루아침에 자동화 가능한 작업이 돼버렸단 거에요. 그게 티가 났겠죠. 누가 마음만 먹으면 내 멱쯤은 따버려도 문제없는. 그래서 그대로 부숴버렸어요. 관련 코드는 통째로 삭제했고요. 툴도 통째로 뒤집어엎었습니다. 저조차도 마스터할 수 없게요.
그분은 알면서도 봐준걸까요? 경고의 의미였을까요?
…
SCP-845-KO는 일련의 사건을 수사하던 중 발견되었다.
2021년 6월 18일, 강원 철원군에서 변칙적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시신(최 모 씨, 41)이 신고되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시신의 오른 손목부터 어깨 부근까지 결손되었음에도 작은 살점과 핏방울들이 촘촘히 나열되어 팔의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는 점이다. 손 대부분은 형태를 잃지 않고 손목에 붙어있듯이 떠 있었다. 사고 원인은 알 수 없으나 사인은 지혈 실패로 인한 과다출혈로 밝혀졌다. 잔해물 흔적은 팔이 폭발하듯 흩뿌려졌음을 보여주지만 그렇게 만들 수 있는 무언가는 발견할 수 없었다.
수사팀은 최 모 씨의 QR 코드 출입기록과 현금 인출기록, CCTV를 통해 동선을 추적했고 정기적으로 금전거래를 갖던 민간인 한 명3을 특정해낼 수 있었다. 주목할 만한 이는 더 있었으나 유일하게 PoI-8450만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며 최 모 씨를 모른다고 답하였다.
수사팀은 PoI-8450이 상주하는 작업 단지[삽화 3]를 특정하였다.
▶ 사건기록
일자: 2021년 6월 20일
타격팀: HT-1, 배제훈 팀장 외 3명
서론: 제1목표는 PoI-8450의 생포다.
<기록 시작>
배 팀장의 캠코더에 PoI-8450과 민간인 한 명이 잡힌다. 미상 인원은 치과 의자에 앉아 입을 벌리고 있고 PoI-8450이 구강을 살피는 중이다.
타격팀이 창문으로 진입한다.
배 팀장: 자아, 다들 하는 일 멈추고 머리에 손 올리세요.
PoI-8450: 시발 뭐야!
HT-2: 야, 움직이지 말라고!
공포탄 발사. PoI-8450이 엎드린다.
PoI-8450: 죄송해요. 살려줘요!
배 팀장: 삼돌이, 포박해.
HT-3: 옛.
HT-3이 달려간다.
미상 인원은 앉은 채로 반응이 없다.
HT-2: 얘는 왜 이래?
PoI-8450: 그렇게 두다간 죽어요. 빨리 손 봐야 해요.
배 팀장: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아저씨. 요 사람 모른다고 했죠?
배 팀장이 휴대전화로 최 모 씨 사진을 보여준다.
PoI-8450: 아니요, 아니에요. 알아요. 다 불게요. 그런데-
HT-2: 손댈 생각하지 마!
PoI-8450: 잠시만요! 알겠는데 지금 이 사람 내버려 두면 죽는다니까요!
HT-3이 포박을 마치고 뒤에서 총구를 겨눈다.
HT-3: 들어나 보죠. 상황 종료 아닙니까.
배 팀장: 일단 보고부터 한다.
배 팀장이 상황실에 무전을 친다.
HT-3: 좋아. 그럼 말해 봐.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PoI-8450: 일단… 장치 연결부터 끊어야 해요. 저기 모니터 위쪽에 검정… 검은 버튼 누르면 돼요. 빨리.
HT-2: 검정 버튼?
배 팀장이 눈짓하자 HT-2가 나선다.
배 팀장은 미상 인원을 겨눈다.
HT-2: 허… 역시 이거 좀 찝찝한데요.
배 팀장: 아무래도 그렇지?
HT-3: 정 그러면 두고, 우선 기술팀을…
HT-3이 PoI-8450을 일으켜 세우자마자 뒤로 넘어진다. 실내 전체에 돌 긁히는 소리가 크게 울린다.
배 팀장: 뭐-
동시에 PoI-8450을 중심으로 모든 방향의 공간이 십수 미터씩 늘어진다. 포승줄이 얇아지며 끊어진다.
PoI-8450: 잘 먹고 잘 살아라 새끼들아!
HT-2: 이런 썅!
HT-2가 달아나는 PoI-8450을 향해 사격한다. 바닥이 울렁거리며 균형을 잃게 만들어 제압에 실패한다.
배 팀장과 HT-3이 테이저 탄을 발사한다. 건물 기둥이 휘어지듯 불어나 방벽을 형성한다.
뒷문이 당겨오듯 커진다. PoI-8450이 뒷문을 통해 달아난다.
PoI-8450이 나가자 실내의 변칙 현상이 멎고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
PoI-8450이 도주하기 위해 차량 문을 연다.
PoI-8450: 아.
HT-4: 빙고! (무전으로) 여기는 너구리, 상황 종료.
운전석에 앉아있던 HT-4가 PoI-8450을 체포한다.
<기록 종료>
결과: 인명피해 없이 성공적으로 PoI-8450을 체포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검거된 미상 인원은 치아교정을 목적으로 방문했으며 간단한 심문 후 구금에서 풀려났다. 건강상 문제는 없다.
최 모 씨 시신 사건은 PoI-8450이 개발 도구를 다루다가 발생한 사고로 밝혀졌다.
SCP-845-KO로 왜곡된 공간 상태는 조작 컴퓨터와의 거리와 무관하게 유지되지만, 상태를 새로 업데이트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가까이 있어야 한다. 최 모 씨는 PoI-8450이 소스 코드를 갈아엎은 후 작업 단지 근처에 찾아온 유일한 피험자이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거리는 대략 500m 안팎으로 보인다.
PoI-8450은 사고의 원인이 '폴리곤의 노멀 각도가 재설정됨'일 것으로 추정했다.[삽화 4] SCP-845-KO가 저장하는 정점의 성질에는 위치값 뿐만 아니라 각도값, 즉 정점 법선 벡터가 존재한다. 이 값은 항상 표면의 바깥쪽을 향하며, SCP-845-KO의 경우엔 이것을 조작하여 이웃된 정점의 성질을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 PoI-8450이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표면 좌표를 계산하는 식이 바뀌었고, 그 결과 모든 정점의 각도가 뒤집히게 되었다. 이 때문에 최 모 씨의 피부 겉면은 안쪽으로, 속살은 바깥쪽으로 이동하려 하는 과정에서 신체가 견디지 못해 폭발하였다는 것이다.
D계급 실험에서도 같은 결과가 도출되며 이 추측에 힘을 실었다.
▶ 면담 기록 中
PoI-8450: 어디까지 이야기했죠? 제 시술자들?
그분이 최 씨였군요. 얼굴만 알았거든요. 몇 번 들렸던 손님이에요. 무슨 병인지는 몰라도 팔 쪽에 커다란 비늘 같은 것이 꼭 종양처럼 자라난 손님이셨죠. 살면서 별 희한한 걸 다 봤다 보니 아주 놀랍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사정이 있었을 거예요. 병원에는 못 갈 테니까 절 찾아왔겠죠. 듣기로는 부수고 잘라내도 다시 원형으로 자라난다고. 이분을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저뿐이었습니다. 네, 뭐. 이것 말고는 딱히 특별한 부분은 없네요. 저는 공간에 욱여넣어 비늘을 제거했고 최 씨는 돈을 두둑히 줬습니다. 따지자면 제거 수술이 아니라 아주 가느다란 선처럼 만든 거죠. 그래도 외관상으로 보기에 전혀 문제 없었습니다. 꾹 눌러 만지면 느껴질 정도요.
이후로도 제 손길이 필요할 법한 환자들을 소개해주기도 하는 등 서로 도움을 주고받았죠. 그래서 기억에 남네요.
(중략)
장민호 박사: 결국 각이 꼬이면서 일이 생긴 거군요.
PoI-8450: 그래도… 의도한 건 아니었어요.
장민호 박사: 그런데 본인은 무사한 걸 보면 자기 몸에는 손을 안 대셨나 봅니다?
PoI-8450: 그건… 음. 아마 라섹 하는 의사들도 다들 안경 쓰는 거랑 비슷하지 않을까요.
장민호 박사: 허.
PoI-8450: 제 컴퓨터는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장민호 박사: 우리가 보관할 겁니다.
PoI-8450: 도와드릴 건 없을까요?
장민호 박사: 없어요. 시술받은 사람들만 다 불면 풀려나실 겁니다.
PoI-8450: 그건 저도 아는 게 거의 없다니까… 그런 거 말고 이 연구나-
장민호 박사: 아니요. 우리 부서에선 지정도 해제하고 원 상태로 돌려놓을 방법까지 찾았습니다. 숟가락 얹을 생각 마세요.
PoI-8450: 그래요.
…
연구팀 기록: 우리는 SCP-845-KO의 영향 범위를 가능한 넓히는 방법을 연구 중입니다. 전국 추적조의 성과가 대단하다는 건 익히 들어 알지만, 시술 대상 중엔 외국인이나 해외로 도피한 인원도 있습니다. 죄다 잡아내는 건 한계가 있을 겁니다. 만약 영향 범위를 아주 큰 단위까지 키울 수 있다면, 비행기 타고 세계 일주 한 번 도는 것만으로 모두 정상화시킬 수도 있겠죠.
더 성과가 있다면 문서 업데이트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장민호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