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담 기록 #841K-9
일자: 2019년 11월 9일
면담자: 내부감찰부 서지연 요원
피면담자: 반밈 전문가 이한석 박사
개요: 포상 수여를 위해 내부감찰부에서 제27K기지로 팀을 파견하였다. 이한석 박사가 인터뷰 중에 사건의 전말을 밝혔다.
[기록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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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연 요원: 가짜라구요?
이한석 박사: 예. 맞습니다.
서지연 요원: 아니, 맞습니다가 아니라- 어디서부터 가짜란 거에요?
이한석 박사: 상부에 보고했던 첨부파일입니다. 산불 때 관측된 변칙 현상은 없었어요. 사실 그렇게 찍은 걸 보면 뿌연 노이즈만 껴서 나오니까요.
서지연 요원: 아무도 검수를- 혹시 보안인가가 어떻게 되십니까?
이한석 박사: 4등급이요.
서지연 요원: 염병. 위계질서가 한 건 했네.
이한석 박사: 우리는 평소대로 사람들을 구한 겁니다. 그게 재단의 일상이니까요.
서지연 요원: 지금 문제는 그게 아니라… (긴 한숨) 이거 완전 이슈네. 됐고, 그럼 그거나 한번 봅시다.
이한석 박사: 열람 제한이 I급 재해-
서지연 요원: 지난주에 정기 접종받았으니까 괜찮아요. 빨리.
이한석 박사가 태블릿 전원을 켠다.
서지연 요원: 이거? 이게 시작 버튼인가 보네. 오케이. 이건 우리가 가져갑니다. 다른 데 깔린 곳은 없죠? 요 기지 표준 절차가 그럴 텐데.
이한석 박사: 네. 없습니다.
서지연 요원: 이사관님이 아주 이뻐해 주시겠네요. 대체 왜 그런 거에요?
이한석 박사: 재단은 변칙이 아니면 가만히 앉아 구경만 해요. 조금만 손 쓰면 구할 수 있는데도. 그런 상황에서도 가만히 있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나라가 한 해에 소방관이 얼마나 죽는지 알고 있어요?
서지연 요원: 그럼 우리는 안 다치는 줄 알아요? 현장팀도 중상 둘, 경상 셋 있었는데 문서 한 줄 실리지도 않았어요. 왜? 민간 피해 없는 것만으로도 너무 다행이니까. 나름 최전선에 계신 분이 왜…
이한석 박사가 뜸을 들인다.
이한석 박사: 제가 어릴 적에. 학교도 안 다닐 정도로 어릴 때. 화재 때문에 가족을 잃었어요. 엄마, 아빠, 동생까지. 저만 살아남았었어요.
이한석 박사가 옷깃을 풀어 목의 화상 흉터를 보인다.
이한석 박사: 감성팔이는 이쯤할게요. 여기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딨다고. 그런데도 정말 슬펐던 건 그 산 뒤편에 우리 재단 기지가 있었단 거에요. 제가 재단에서 처음 발령 나온 근무지였죠. 무슨 생각을 했겠어요, 제가. 그때는 왜? 변칙재해가 아니었으니까. 보안인가가 올라가면서 알 수 있었던 것도 많았죠. 마음이 아프더군요. 이번에도 보셨어요? 기체 얼음, 집채만 한 물방울, ██ ███ ███ █████ ██… 놀랍지도 않더랍니다.
서지연 요원: 마지막 건 몰랐는데, 곧 처방 당하겠네요.
이한석 박사: 승진하시면 다시 알려드려야겠네.
(잠시 정적)
서지연 요원: 이해해요.
이한석 박사: 고맙네요.
서지연 요원: 빈말로 하는 말이 아니고, 저는… 유감이네요.
(잠시 정적)
이한석 박사: 고생하셨어요.
서지연 요원: 연락할게요.
[기록 종료]
비고: 2019년 11월 15일, 이한석 박사 건의 징계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