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7999

Come find us. We'll be waiting.



"언젠가 인류가 시야를 멀리 뻗는 날이 올 것이다. 그날이 오면 우리는 지구 같은 행성을 바라볼 것이다."
― 크리스토퍼 렌



일련번호: SCP-7999
Level3
격리 등급:
유클리드
2차 등급:
통합
혼란 등급:
암흑
위험 등급:
주목

KeradidScience.png

베이즐 시어스Basil Sias 요원의 노트에서 발췌한 SCP-7999-3 종(種) 스케치

특수 격리 절차: SCP-7999가 이미 부분적 걷힌 장막 시나리오를 일으켰으므로, 재단 활동은 해당 현상을 기밀 사항에서 해제하고 SCP-7999-3 개체들을 일반 사회에 통합시키는 데 주력한다. 이러한 통합 활동은 제120기지 통합 위원회가 관할하도록 한다1. 마찬가지로, 재단 외교 및 연락 부처는 SCP-7999 사회와 인류 간 우호 관계를 유지하도록 한다.

어떠한 인원도 O5 평의회에서 명시적 허가를 받지 않고 SCP-7999-1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 SCP-7999-1을 통과하는 모든 SCP-7999-3 개체는 공식 출도착 기록에 기재한다.

설명: SCP-7999는 다음 상호 연관된 변칙존재들을 가리킨다.

SCP-7999-1: 2027년 3월 6일, 지구로부터 대략 405,000 km 떨어진 곳에 출현한 웜홀. 해당 웜홀은 태양계와 은하계 GN-z11를 서로 연결한다. 은하계 GN-z11은 큰곰자리 내부에 있으며 지구에서 약 320억 광년 떨어져 있다. 현재까지 웜홀을 통과하려는 모든 시도는 실패했다.

7kportalv2.png
SCP-7999-1이 열릴 때 촬영한 보안 영상의 캡쳐.

SCP-7999-2: 외계행성 GN 667Cc2. SCP-7999-1의 반대편에서 관찰된다. SCP-7999-2는 대상의 행성계에 출현한 웜홀에서 대략 250,000 km 떨어져 있다.

SCP-7999-2는 대략 화성과 비슷한 크기며, 중력은 지구의 0.364배다. SCP-7999-2는 석탄기 지구와 유사한 대기 조성을3 지녔다. SCP-7999-2는 대체로 수생 환경이며 표면의 약 85%가 액체 물로 덮였다. 행성 표면 관련 세부 사항은 추가 연구가 진행 중이다.

SCP-7999-3: SCP-7999-2 토착 지성 문명. "케라디드족Keradids"이라고 스스로를 부른다. SCP-7999-3 개체는 육족보행 절지동물로 Mantodea4와 생김새가 유사하지만 두개골이 발달했다. 앞다리는 다리와 팔 역할을 모두 수행하며 끝자락에는 인간 손에 해당하는 세 손가락 구조가 있다. SCP-7999-3 개체의 신장은 1~1.3미터 사이다.

SCP-7999-3 개체는 지성이 있으며 카르다쇼프 척도에서 제2유형에 해당하는 문명5을 이루었다. 현재 인간 발전 속도를 볼 때 인류 기술이 비슷한 수준에 도달하려면 10,00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거리: 대략 655,000 km


"역시 우린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저들은 우리와 비슷합니까?"


"아니,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흥미롭게도 닮은 구석은 거의, 혹은 아예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상관없습니다. 이것은 한평생… 아니 수많은 평생의 노력 끝에 얻은 결실입니다. 이제 마침내 보게 되었습니다. 이제 마침내 우리가 이 우주에서 결코 혼자가 아니라고 깨달았습니다."

"그러면 이제는 어떡합니까? 메시지를 전하겠습니까? 아니면 저들이 먼저 말하기를 기다리겠습니까?"


"질문이 너무 많습니다. 일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잠깐… 저것은…"


부록 7999.1: SCP-7999 브리핑


SCP-7999-1은 지구로부터 약 405,000km 떨어진 지점에서 지구와 금성의 궤도 사이에 처음 등장했다. 지구와 거리가 가까운 탓에 SCP-7999-1은 북반구 전역과 남반구 일부 지역에서 즉시 육안으로 관찰이 가능했다. 재단은 SCP-7999-1 관련 정보가 퍼지지 못하게 막으려 즉시 미디어를 통제하고, 에어로졸형 기억소거제를 살포하고, 표적형 밈적 인자를 퍼뜨려 인류가 SCP-7999-1을 볼 능력을 없애려 했다. 이후 재단은 SCP-7999-1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SCP-7999-1이 출현한 지 12시간 내에 일련의 메시지 5개가 전 세계 라디오 방송망에 빠르게 송출되었다. 재단은 로제타.aic6를 투입해 메시지를 번역하고자 했다. 로제타.aic는 22일에 걸친 분석 끝에 번역에 성공했다. 모든 메시지는 다음 뜻으로 밝혀졌다.

"안녕하세요? 들립니까? 이 세상은 생각할 줄 압니까?"


부록 7999.2: 2027년 3월 28일


제120기지


우리는 거의 30분 동안 아무 말 않고 로제타의 화면에 떠오른 메시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로제타가 드디어 메시지를 해독했는지 확인하려 방에 들르는 게 일종의 루틴이 된 참이었다. 로제타가 그럴 능력이 있다는 사실도 알았고, 이론상 해독 가능하단 것도 머리로는 알았지만, 나도 애시워스도 정말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못했다. 평범한 영문으로 적힌, 외계 문명에서 도착한 메시지라니.

애시워스가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대니얼 애시워스 박사: …그래서 한 말은 저게 다야?

베이즐 시어스 요원:7 로제타에 메시지를 전부 넣고 셀 수 없을만큼 많이 돌려봤지만 나온 건 이게 전부였어. 로제타는 신뢰도가 99%고, 처음 가동할 때 발생한 오류 몇 개 빼면 사실상 백프로지. 믿어도 된다고 봐.

애시워스: 문자가 많은 것 치고는 내용은 참 간략하네. O5들 반응은 어땠는데?

시어스: 첫 반응 말이야? 아주 미치고 팔짝 뛰더라. 전세계 모든 인구가 볼 수 있게 변칙존재가 하늘에 떡하니 놓이다니. 몇 시간 만에 메시지가 와서 망정이지, 듣기로는 온 인류를 기절시키고 지구에 항밈 차폐막을 둘러서 저게 없는 척 하자며 옥신각신해댔다나.

애시워스: 뭐 알겠는데, 그럼 지금은 뭐래?

시어스: 뭐, 그래서 O5들이 날 찾아왔고, 그래서 내가 너에게 말하러 왔지. 대화를 좀 나눴거든. 음, 뭐, 따지자면 대화보다는 그 양반들 보고 '난간에서 내려오라 설득하기'에 더 가까웠지만. 제120기지가 한 노력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내가 말했어. 그 말을 듣고 대부분은 좀 다른 시도를 해보기로 마음을 바꾼 것 같더라. 우리 보고 그 외계인들과 얘기를 하고, 할 수 있으면 우리 세상에 통합해보라고 했어.

애시워스: 그것 참… 놀라울 정도로 관대하네.

시어스: 대화 내용을 전부 말해주고 싶지만 솔직히 그럴 만큼 재밌지는 않아서 넘어갈게. 너도 나도 알듯이, 세상은 바뀌는 중이야, 애시워스. 네가 이 120기지에서 이룬 모든 일이 우리가 한 발짝 한 발짝 장막을 걷어낼 준비가 되었다는 증거라고. 어쩌면, 정말 어쩌면, 인류가 변칙의 존재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때가 지금인지도 몰라.

애시워스가 생긋 미소짓는다.

애시워스: O5가 승인했다면, 나도 당연히 찬성이지. 어서 답장을 써보자고.


몇 차례 논의를 거친 후, 재단은 다음 메시지를 돌려보냈다.

안녕하세요. 이야기 합시다.


부록 7999.3: 2027년 4월 3일


로제타.aic로 일련의 메시지를 주고 받은 후, SCP-7999-2의 토착 문명은 대표단을 보내 재단 대표단과 만나기로 했다. 인류는 SCP-7999-1을 자력으로 건너지 못하기에 SCP-7999-2 대표단은 지구 재단 기지에서 만나기로 동의했다. 대표단을 맞이하기 전 통합 과정을 더 수월하게 하고자, 재단 통합 위원회는 SCP-7999 최초 발견 사항을 각국 정부와 일반 대중에게 차츰 기밀 해제했다.

2027년 4월 3일, SCP-7999-2에서 보낸 두 대표가 재단 제120기지에 도착했다. 각 인물은 지구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특수복을 입은 채로 왔다. 재단은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대표단의 동의를 구하고 그들의 특수복에 로제타.aic를 설치하였다. 재단의 베이즐 시어스 요원과 SCP-7999-3 간에 이루어진 대화 기록을 아래에 옮겨 두었다.


제120기지


우리는 며칠간 로제타를 통역사 삼아 웜홀 너머로 메시지를 서로 보내고 건네받았다. 그들은 대화를 매우 간절히 바라는 모양이었는데, 우리가 처음 답변을 보내자 그들은 빠르게 일곱 번이나 "안녕하세요"라고 재답변을 보냈다. 대화는 비교적 매우 간단한 수준에 머물렀다. 그들은 우리가 스스로를 어떻게 부르는지, 우리가 사는 세상은 무엇인지, 우리는 어떤 생명체인지 물어봤고, 우리도 같은 질문을 물었다. 하지만 메시지로만 대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니, 우리는 결국 서로 만나기로 동의했다.

그들은 종 내에서 존경받는 두 구성원을 특사로 보냈다. 우리는 먼저 위험물질 팀을 보내 맞이해 회의 전 오염물질을 확실히 제거했는지 확인했다. 그들은 지구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특수복을 입고 왔고, 우리는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두 특수복에 로제타.aic를 설치했다.

나는 회의가 너무 긴장한 채 진행되거나,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모를까봐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방에 들어서자마자 특사 한 명이 바로 달려와 내 얼굴을 만져보고 잡아당겨보았다. 그는 내 볼을 주무르고 수염을 쓰다듬었다. 모두 극도로 경이와 매혹에 찬 채로였다.

SCP-7999-3-B: 보세요!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게 경이롭습니다! 게다가 얼굴에는 우리 털북숭이 짐승들처럼 키틴질 물질이 붙었습니다!

시어스: 어이쿠, 어,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다른 쪽도 동참해 내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그들은 지저귀고 딱딱거리는 소리를 내고 앞발을 동동거리며 서로 소통했다. 나는 애시워스를 바라보며 "살려줘"라고 입 모양을 보냈지만, 애시워스는 싱긋 웃으며 바라볼 뿐이었다.

SCP-7999-3-A: 생각할 줄 아는 털북숭이 짐승이라니, 진실로 놀랍습니다. 게다가 팔다리는 4개만 달렸습니다!

애시워스: SCP 재단을 대표해, 지구라는 행성에 오신 것을 정식으로 환영합니다. 논의할 게 많으니, 두 분은 먼저 테이블로 와주시고, 시어스 요원은 그만 놓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걱정마세요, 곧 있으면 다시 얼굴 잡아당기게 해드리겠습니다.

두 특사는 계속해서 내 몸을 쿡쿡 눌러대며 이제는 팔에 관심을 가졌다. 애시워스는 그런 나를 보며 히죽 웃었다. 나는 그에게 중지를 펄쳐 보였다.

애시워스: 시작에 앞서, 두 분을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요? 지금 문서에서는 두 분을 각각 SCP-7999-3-A와 -B로 적습니다만, 솔직히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요.

SCP-7999-3-A: 이름을 묻습니까? 아주 좋습니다. 저는 케타당카Ketandanka8라고 합니다.

SCP-7999-3-B: 저는 카테칸Carteckan이라고 합니다! 오, 케타당카, 보십시오! 팔이 단단하고 고형 내골격 구조가 있는 듯합니다!

두 케라디즈는 서로에게 계속 지저귀었고, 애시워스는 대화 흐름을 다시 잡으려 애썼다.

애시워스: 두 분 모두 감사합니다. 자 그럼, 여러분이 저 메시지를 송신한 분들이시죠? 맞습니까?

케타당카: 정확히 말하자면 저였습니다. 카테칸도 팀의 일원이었지만, 메시지는 제가 보냈습니다. 우리가… 우리는 여러분 종이 답변을 보낼 줄 알아서 무척 기뻤습니다.

로제타는 익숙한 인류 언어끼리 번역할 때도 어조 번역을 어려워했다. 그럼에도 나는 케타당카의 조금 불편한 기색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말투는 딱딱했고, 지나치게 격식을 차렸다. 그런 불편함과 격식도 과학 실험을 하듯 나를 분석하려는 그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그 순간 나는 이런 생명체들이 회의실을 가득 매우고 진지한 얘기를 하며, 서로 손을 비비는 광경을 상상할 수 밖에 없었다.

시어스: 우리에게도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답니다! 그렇지만 일단, 메시지를 보낸 목적이 무엇인지는 여쭈고 싶네요.

카테칸: 우리 세상 사이에 포탈이 열렸고, 대화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세월 동안 여러 행성에 메시지를 보냈지만, 회신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우리는 만나고 싶었습니다. 우리와 비슷한 종을 본 것은 이곳이 처음입니다! 통로가 처음 열렸을 때부터 멀리서 이 세상을 바라보았고, 이 행성에는 무엇이 있는지, 이곳의 주민들은 무엇을 창조했는지 알기를 바랐습니다!

애시워스: 그럼 문화 교류를 바란다는 말인가요?

케타당카: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원합니다. 우리는 배우고 싶고, 답례로 또 나누고 싶습니다. 시간이 있는 동안에 말입니다.

시어스: 웜홀이 저기에 있는만큼, 우리는 여러분을 세상에서 감출 수도 없고, 감출 이유도 없습니다. 우리 양쪽 모두에게 좋은 일일 것 같네요.

애시워스: 우리는 장막을 조금씩 조금씩 걷어내려 노력해왔습니다. 하지만—

케타당카: 장막?

애시워스: 전문 용어입니다. 우리 종인 인류를 과학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들로부터 분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케타당카: 잘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애시워스: 그건 우리 대표단이 이따가 설명을 시작하면 이해가 될 것 같네요. 아무튼 아까 하던 말을 계속하자면, 웜홀은 하룻밤 만에 장막을 사실상 산산조각냈습니다. 여러분을 세상에서 감출 수는 있겠지만, 그래봤자 우리 양측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겠죠. 여러분의 사회를 우리 사회에 소개하고 이해하려면 문화 교류 만한 게 없을 것 같네요. 찬성합니다.

케타당카: 그것은 정말로 기쁜 소식입니다. 우리는 이미 카테칸을 대표로 선출했는데 괜찮겠습니까?

애시워스: 물론 괜찮고 말고요! 저희야말로 카테칸에게 지구를 소개하게 되어서 기쁘죠. 베이즐?

시어스: 어, 그건 내가 맡을게.

나는 카테칸에게 손을 뻗었다. 그는 나를 멀뚱히 쳐다보았다.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감정을 표하진 않았지만, 혼란스러워한다는 건 눈치챌 수 있었다. 나는 잠시 후 내 손을 그의 손에 뻗어 내 손으로 직접 쥐었다. 카테칸은 움찔하며 나를 탁자로 잡아댕겼다. 나는 잠시 숨을 고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시어스: 자, 이걸 첫 문화 교류로 삼아도 될 것 같네요. 이건 악수라고 합니다.

나는 다시 한 번 손을 뻗었다.

시어스: 인사할 때 하는 행동이에요.

카테칸은 머뭇거리며 다시 한 번 손을 뻗었고, 나는 손을 쥐었다. 내가 맞잡은 손을 흔들자 카테칸은 움찔했지만, 이내 똑같이 흔들어 주었다.



현재 거리: 대략 550,000km


"네? 문제가 있습니까?"

"좌표가 상당히 위험한 지점에 있지 않습니까?"


"네, 저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건 잘 압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이런 기회를 놓칠 이유입니까? 그 오랜 시간을 기다려왔는데?"

"그… 렇긴 하겠습니다."


"우리는 이해해야만 합니다. 이건 순전히 과학적 호기심 때문이 아닙니다. 이건 수백만이 평생 동안 부은 노력의 결실입니다. 우리는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주 저 반대쪽 끝에 생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면, 우리가 사라져도 무언가가 살아남으리란 사실을 알면 말입니다."

"저도 다른 누구 못지 않게 저들을 더 알고 싶지만, 이게 정말로 위험을 감수할 만한 일입니까?"


"분명 그럴 것입니다."


제120기지


카테칸: 무엇을 처음으로 보여줄 생각입니까?

시어스: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정하기가 어렵네요. 인간 사회는 단일 구조가 아니거든요. 보여줄 문화와 사회가 무수히 많고, 하나하나가 전부 다를 거예요. 밖으로 같이 나갈 허가까지 받았고, 기회가 이렇게나 주어지다니 월척을 낚은 기분이네요.

카테칸은 대답 삼아 지저귀고 앞다리를 서로 비볐다. 앞팔이라고 해야 하나? 아직 손이 달린 위쪽 기관을 뭐라 부를지 알아내지 못했다. 나는 카테칸이 여섯 부속지를 모두 쓰며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보았고, 신체가 각각 어느 부위에 대응하는지 알아내기는 난해했다.

시어스: 음? 뭔가 문제라도 있나요?

카테칸: 단어를 번역해주는 목소리가 뭐라고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낚다"와 "기분"은 이해했지만, "월척"은 무엇입니까? 그 발언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나는 쿡쿡 웃었다.

시어스: 맞네요, 깜빡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속담은 가능한 한 피해야겠네요. "월척을 낚다"는 큰 행운 덕에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 하는 말이에요. 인류는 이런 자잘한 표현이 많습니다.

카테칸: 아! 그럼 월척은 훌륭한 행운을 의미하는군요! 그렇다면 우리 세계가 서로 소통하는 것은 월척입니다!

카테칸은 다시 지저귀며 이번에는 온몸을 위아래로 움직였다.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시어스: 케타당카가 아까 장막이 뭔지 물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맞나요?

카테칸: 긍정합니다. 우리는 애시워스가 한 설명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과학은 시간만 충분하면 무엇이든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서, 과학은 분명 왜 인간이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골격을 갖췄는지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분명 연구를 하면 이곳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

시어스: 먼저 보여주고 싶은 게 있네요. 약간은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현재 거리: 대략 480,000km


"해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기 있습니다. 그야말로… 아름답습니다."


부록 7999.4: 2027년 4월 4일


제120기지


카테칸: 그래서 이 "장막"이라는 단어는 무슨 뜻입니까?

시어스: 여기서 장막은 비밀의 장막을 의미해요. 재단이 세상에서 감추는 것들을 의미하죠.

카테칸은 다시 지저귀는 소리를 내며, 부속지를 서로 비볐다.

시어스: …여러분은 이해하지 못하겠는 물건들을 감춘 적이 한 번도 없나요?

카테칸: 긍정합니다. 무엇을 감춥니까?

시어스: 어디보자, 이 우주가 작동하는 데에는 몇몇 법칙이 있잖아요, 그쵸? 절대로 바뀌지 않을, 불변의 진리 말이에요. 이 사과를 예시로 들어 보죠.

나는 걸어가며 사과를 누군가의 책상에서 주웠다.

시어스: 이 사과가 여기에 있든, 당신의 행성에 있든… 행성의 이름이 뭐였죠?

카테칸: 우리 고향의 이름은 둥지입니다.

시어스: 아 그렇죠, 그럼 사과가 여기에 있든, 둥지에 있든, 제가 이렇게 하면—

나는 사과를 떨어트렸고, 우리는 사과가 땅에 떨어져 굴러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시어스: 떨어지겠죠. 여러분 행성에서는 더 느리게 떨어지기야 하겠지만, 어쨌든 떨어지긴 하겠죠. 중력은 어디에서나 작용하니까요, 그쵸? 하지만 만약 무언가가 응당 따라야 할 그 법칙을 깨버린다면 어떨까요? 제가 이 사과를 떨어뜨렸는데, 대신 위로 두둥실 날아가면요?

카테칸: 멀리 가지 않게 잡아야 합니다.

시어스: 그것도 맞지만, 다는 아니죠. 우리는 개입해서 사과를 감출 거예요. 그게 바로 장막의 목적입니다. 세상의 법칙을 어기는 물건들을 대중의 눈에서 감추기요.

카테칸: 이유가 무엇입니까?

시어스: 아쉽지만, 저도 답을 모릅니다. 재단의 임무는 확보, 격리, 보호예요.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가둬놓은 것들도 많습니다. 세상에 풀었다간 많은 사람을 해칠 존재들이요. 한편 애초에 감추지 않았기를 제가… 아니 우리가 바라는 존재들도 많아요. 그게 바로 제120기지가 통합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 중 하나기도 하고요.

나는 목적지에 도착해 발걸음을 멈췄다. 그곳은 제120기지의 교실로, 기지에서 사는 어린 변칙 인간형 존재들을 위한 학교였다. 방 안에는 모습과 크기가 천차만별인 학생이 23명 정도 있었다. 몇몇은 평범한 13살짜리 꼬마처럼 보이는 반면에 몇몇은 인간이라고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학생들은 교실 앞에서 세계사를 가르치는 재단 요원에게 집중했다.

시어스: 이곳을 보여 드리고 싶었어요. 이 장소는 교실이라고 하고, 전 세계에 이런 장소가 있답니다. 인간들은 여기에 아이들을 데려와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거의 모든 지식을 가르쳐요. 하지만 이곳은 조금 특별한데, 왜인지 짐작이 가나요?

카테칸: 이들은 모두 변칙이라고 불리는 존재입니다. 맞습니까?

시어스: 그래요. 여기 아이들 대부분은 제120기지를 한 번도 떠나지 않았습니다. 밖에 나가본 아이들도 어릴 적에만 그랬고, 거의 전혀 기억하지 못해요. 다들 각각의 이유로 여기에 모였답니다. 저기 저 아이 보이나요? 저 여자애는 생각만으로 불을 지필 수 있어서 여기 왔습니다. 저쪽에 있는 아이는? 이야기책으로 괴물을 소환할 수 있어서 이곳에 있죠.

카테칸: 아이들 탁자 위에 있는 저것은 무엇입니까?

시어스: 저것들은 책이라고 해요. 여러분도 분명 역사 속 한때에는 책을 쓰지 않았나요?

카테칸: 책이라… 쓴 것 같습니다. 아주 아주 오래전에, 제가 태어나기 한참 전이었습니다. 안에 말을 적어 넣은 물건이 맞습니까? 하지만 모습이 저렇게 생기지는 않았습니다.

시어스: 뭐, 형태가 어떻든 간에, 기본 발상은 똑같죠. 말을 새겨넣어 다음 세대에게 지식을 전달할 도구에요.

우리는 둘 다 조용히 앉아 학급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선생이 학생들에게 모둠 활동을 지시하고, 각 학생은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을 옮겼다. 한 학생은 잠시 방구석에 혼자 남았다가, 다른 조에 합류하라는 손짓을 받고 움직였다. 카테칸은 고개를 숙이고 날개를 떨었다.

시어스: 문제라도 있나요?

카테칸: …아닙니다. 잠시 생각에 빠졌습니다. 모든 인간이 저런 경이로운 능력을 지녔는지 물으려 했지만, 몇몇 사람은 여기에 갇힌 한편 몇몇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아하니 답을 알 것 같습니다. 왜 이곳에 제일 먼저 왔습니까?

시어스: 이 아이들은 둥지에 있는 여러분과 같아요. 장막을 걷고 나가 더 큰 사회에서 살아갈 첫 변칙 존재 중 하나죠. 저들은 경이에요. 여러분이 이곳에 온 덕에, 드디어 나머지 세상을 마주할 경이죠.

카테칸은 두 앞다리를 경쾌하게 두드렸다.

카테칸: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다음은 무엇을 봅니까?

시어스: 저밖에 참 큰 세상이 놓였지만, 간단한 것부터 시작해보죠.


부록 7999.5: 2027년 4월 5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카테칸: 여러분의 날아다니는 장치는 놀랍습니다! 낯선 디자인에 단순하지만 잘 작동합니다. 명칭이 무엇이었습니까?

시어스: 비행기라고 해요.

카테칸: 아, 단어가 번역되지 않으니 발음할 수 없습니다. 그냥 날아다니는 장치라고 부르겠습니다. 날아다니는 장치에 대해 더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나는 웃음을 지었다. 카테칸은 밤 내내 이런 상태였다. 비행기의 복잡한 기계 구조부터 의자 직물 하나 하나까지, 조그만 것 하나하나가 카테칸에게는 놀라움으로 다가오는 듯했다. 솔직히 어린 아이와 함께 있는 기분이었다. 내 눈앞의 존재가 우리보다 거의 1만 년은 더 앞선 문명에서 왔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카테칸: 이 세상의 사람들은 언제 이 장치를 만들었습니까? 분명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을 터입니다!

시어스: 어디 보자, 처음으로 비행에 성공한 게 1903년이니, 120년보다 조금 더 됐네요. 첫 상업 비행은 1914년에 등장했지만 말이죠. 감이 잡히나요?

카테칸: 연대를…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우리 세상은 같은 단위계를 쓰지 않습니다. 우리가 이해한 바로는, 이 행성은 모항성을 아주 천천히 돕니다. 둥지는 다릅니다. 둥지는 빠르게 공전하지만, 이 세상만큼 빠르게 자전하지는 않습니다.

시어스: 어디보자, 우리는 하루를 24시간 주기로 정의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방금 타고 온 항공편을 예시로 들어 보죠. 여기 오는데 몇 분 오차를 빼면 얼추 3시간 정도 걸렸어요. 하루가 24시간이니까, 방금과 같은 항공편을 딱 8번 타면 하루에요. 여기까지 이해하셨나요?

카테칸은 대답 삼아 지저귀고 손가락을 꼼지락댔다. 나는 긍정의 의미로 간주하기로 했다.

시어스: 1년은 한 365일입니다. 아까 같은 항공편을… 2920번 타면 딱 1년이겠네요.

카테칸은 제자리에 멈춰 서서 팔을 들고 머리를 앞뒤로 까딱거렸다. 잠시 후 카테칸은 팔을 늘어뜨리더니 입을 벌렸다.

카테칸: 120년은…

시어스: 맞아요, 무척 긴 시간이죠!

카테칸: 아닙니다! 그것은 아무런 시간도 아닙니다! 여기 종은 그렇게나 짧은 시간에 비행을 완벽히 익혔습니까? 너무나도 짧아서 시어스도 거의 나이를 먹지 않았을 터입니다!

시어스: 아, 저는, 음, 그때 아직 안 태어났죠. 이제 겨우 30살인걸요.

카테칸은 다시 걷기를 멈추고 팔을 마구 휘저으며 지저귀었다.

카테칸: 그렇다면 시어스는 신생아입니다! 꼬마입니다! 시어스가 학교를 그렇게나 잘 알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시어스: 카테칸… 당신의 나이를 지구 해로 환산하면 몇 살이죠?

카테칸: 1,743살입니다. 저도 제가 굉장히 어리다는 사실은 알지만, 우리 종족의 특사로 활동할 자질은 갖췄으니 걱정하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이 시점에 우리는 공항을 완전히 벗어나 최초로 일반인들 속으로 첫 발걸음을 뗄 참이었다. 나는 태양 빛을 가리며 도시를 내다보았다. 아직 이른 시간이었기에 거리는 꽤 한산했다. 카테칸을 비밀로 감출 생각은 없었지만, 처음부터 관심을 너무 많이 받으며 시작할 필요는 없었다.

바르셀로나. 이곳이 카테칸을 데려올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했다. 이곳은 내가 잘 아는 장소였다. 나의 아버지가 여기서 자라났고, 나 또한 아주 어렸을 때 여기서 살았다. 다시 돌아오니 추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한 무리가 내 눈길을 잡아끌었다. 한 가족이었다. 나는 과테말라 국기가 한 가방에 달린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올렸다. 자랑스러운 과테말라 여성이었던 우리 어머니가 떠올랐다. 우리 어머니가 나를 바로 이 거리에서 다정히 이끌고 다니던 것처럼, 저 가족의 어머니도 막내를 데리고 다녔다.

나는 얼굴에 가벼운 산들바람을 느꼈다. 다시 여름이었다.

시어스: 카테칸, 저기 있는 사람들 무리가 보이나요?

카테칸: 그렇습니다. 다섯 명이 보입니다.

시어스: 저 사람들 나이를 모두 더해도, 당신 나이 절반도 못 미칠 거예요.

카테칸: 거짓말입니다! 분명 더 나이가 많은 이도 있지 않습니까? 이 종은 꼬마와 신생아들뿐입니까?

시어스: 온갖 수학 문제나 난해한 가설은 그렇게 빨리 해결해놓고는 이 사실은 아직 깨닫지 못하다니, 의외네요. 카테칸, 저 사람들은 전부 어른이에요. 저도 어른이고요. 인간들은 평균 여든 살 정도까지 밖에 살지 못합니다.

이즈음 나는 카테칸의 몸짓을 어느 정도 이해했다. 내가 말한 정보를 접한 카테칸이 보인 반응을 묘사하자면, 감정적으로는 "본능적 거부", 그리고 신체적으로는 "세 살에게 사실 엘모는 진짜가 아니라고 말해보았다"가 가장 적절할 것이다. 그는 거의 모든 팔다리를 마구 흔들어대는 게 무심한 사람이 보기엔 그냥 되는 대로 움직인다고 느낄 법했다. 하지만 주의 깊게 관찰하는 사람이라면 움직임 하나 하나가 고유하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그는 말 없는 관찰자에게 의미를 전달하고자 매우 의도적인 방식으로 팔 다리 하나하나를 움직였다. 카테칸의 종족은 언어만큼이나 비언어로도 소통했고, 어느 번역기도 잡아내지 못할 언어로 이야기했다.

시어스: 사실이랍니다. 저는 거짓말 하거나 놀리려고 여기 있는 게 아니니까요. 여러분은 분명 장생종 같네요. 적색왜성을 공전하니까 그렇게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요. 하지만 인간들은 덧없는 존재에요. 순식간에 왔다가 사라진답니다.

카테칸: 저 움직이는 기계 말입니다. 이 종이 만든지 얼마나 되었습니까?

시어스: 1886년이요. 한 141년 전이네요.

카테칸: 전기로 밝히는 불은?

시어스: 1879년이요. 148년 전이죠.

카테칸: 당신 종은, 얼마나 오랫동안 존속했습니까?

시어스: 오오, 그거 좋은 질문이네요! 정확히는 잘 모르지만, 추정치로는 대략 200,000년 되었다고 해요.

카테칸은 다시 한번 말을 멈추었고, 움직임이 완전히 멎었다. 조금이 지나서야 움직인 카테칸은 몸을 돌려 도시와 떠오르는 해의 모습을 보았다. 그는 눈으로 지나가는 차를 좇았고, 길을 건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카테칸: 여러분은 정말 많습니다.

시어스: 게다가 아직 아침이죠. 대부분은 아직 자는 중이에요.

카테칸: 더 많은 것을 봐야겠습니다. 더 보여주기 바랍니다.



현재 거리: 약 460,000km


"저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존재해왔을 것 같습니까?"


"단순히 물어보면 되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하지만 그전에 다른 사람과 한번 추측해보고 싶었습니다. 과학적 탐구라고 합시다."


'발전 수준을 보아하니… 최소한 백만 년은 지나지 않았겠습니까? 우리와 발전 단계가 많이 다르니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지금까지 본 사실을 보면 그래도 어느 정도는 맞을 것 같습니다."

"놀랍습니다."


"이미 말했지만, 단순히 물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 정도면 꽤 많이 대화해오지 않았습니까. 메시지를 하나 보내길 바랍니까?"

"사실, 제가 물어보고 싶은 건 그것이 아닙니다. 한번 만나자고 요청할 수 있겠습니까? 그들을 더 잘 알고 싶습니다. 그들이 만든 경이를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습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카테칸: 이 장소는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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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크 데 라 시우타데야.

시어스: "파르크 데 라 시우타데야"입니다. 이 도시에서 가장 큰 녹지 중 하나죠. 늘 딸아이를 데리고 오곤 해서, 같이 오면 마음에 드실 거라고 생각했네요. 지구 생명체들을 볼 동물원도 있고, 여러 건축물도 있고—

말을 끝내기도 전에 카테칸이 근처 나무에 달려나갔다. 어린 야자수였는데, 카테칸이 잎에 쉽게 닿는 것을 보아하니 최근에 심은 듯했다. 카테칸은 손에 잎 한 장을 올려 손가락으로 훑고, 다시 내 쪽으로 돌아섰다. 카테칸은 잠시 내게 시선을 고정하더니, 다시 잎을 보았다. 나는 그에게 걸어갔다.

카테칸: 이 초목. 우리 둥지에 있는 식물과 비슷합니다.

시어스: 정말요?

카테칸: 그렇습니다. 다만 색깔이 다르고, 만질 때 손가락이 아프지도 않습니다.

카테칸은 시선을 올려 다른 나무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다.

카테칸: 하지만 이것은 전혀 다릅니다. 이러한 구조를 지닌 초목은 보지 못했습니다.

시어스: 그건 단풍나무 같네요, 아마. 지금 만지는 그건 잎사귀라고 합니다.

카테칸은 순간 조용해졌다. 처음에는 무슨 문제라도 있는 줄 알았지만, 곧 사마귀 한 마리가 나무에서 카테칸의 손으로 기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카테칸의 눈은 그 작은 곤충에 고정되어 있었다.

카테칸: 이곳은 정말로 비슷한 반면 동시에 대단히 다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합니까? 우주 반대편에 있는 행성이 이렇게나 공통점이 많다니.

시어스: 그러게 말이에요. 순전한 우연의 일치일까요?

카테칸: 경이로운 존재입니다. 마치 우리 세상의 다른 케라디드들 같은 생명체지만, 한편…

카테칸은 사마귀를 한쪽 손에서 다른 쪽 손으로 옮겼다.

카테칸: 당신도 생각할 줄 압니까, 생명체여? 우리와 비슷한 존재입니까?

시어스: 미안하지만, 그 곤충에게서는 아무 말도 듣지 못하실 거예요. 지구에는 말을 할 수 있는 존재가 몇 있지만, 이곳에서 볼 수 있을 존재는 다른 인간뿐이거든요.

카테칸은 사마귀를 다시 잎사귀에 놓았다.

카테칸: 생각할 수 있는 다른 존재가 있다 해도, 분명 아주 외로웠을 것입니다.

시어스: 음? 왜 그렇게 생각하죠?

카테칸: 이 행성에 갇혀, 온 은하에서 혼자라니, 인간은 분명 아주 외로웠을 것입니다.

나는 카테칸에게 여기서 어떻게 답해야 할지 확신이 가지 않았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서서 사마귀가 잎사귀를 가로지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나는 걸을 때마다 이 나무를 지나쳤지만, 큰 관심을 둬본 적은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름조차 답하지 못하는, 그런 평범한 나무였으니까. 하지만 이 침묵 속에서, 나는 카테칸의 입장이 되어 나무에 달린 잎들을 올려다보았다. 잎이라고 다 같은 녹색이 아니었다. 어떤 잎은 옅어서 거의 노란색에 가까웠고, 어떤 잎은 선명한 짙은 녹색이었다. 어떤 잎에는 작은 곤충이 매달려 있었으며, 어떤 잎은 최근에야 자란 듯 아직 트고 있었다.

나는 잎을 하나 따 카테칸에게 건넸다. 카테칸은 그 잎을 받아 눈높이로 들어 올렸다. 참 기묘한 광경이었다. 그토록 발전한 종이 나뭇잎 한 장을 보고 아이처럼 감격에 차다니. 나는 빙그레 웃으며 다음 장소로 함께 떠났다.



현재 거리: 대략 450,000km


"어떻게 되어 갑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말로 감히 설명하지 못 할 정도입니다. 우리와 많은 면에서 흡사하지만, 동시에 마치 어린아이와 다름없습니다. 쉽게 감탄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이 세상의 진정한 경이를 깨닫지 못합니다. 저들에게 보여주려고 하지만, 저들은 정작 사소한 것에 꽂혀 있는 모양입니다."


"관점이 다른 것입니다.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저들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생각해 봅시다. 다른 경험을 하며 무엇이 중요한지가 형성되는 법입니다."

"얘기하게 됐으니,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우리 그것은 눈치챘습니다,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두 행성 사이 거리를 계속 주시해왔습니다."

"얼마나 더 남았습니까?"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시간은 있지만, 원하는 만큼 풍족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준비를 해두시길 바랍니다."

"우주는 참 잔혹하기도 합니다. 이런 기회를 보여주고는 단숨에 박살 내 버리다니."


부록 7999.6 2027년 4월 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카테칸: 저 특이한 구조물은 무엇입니까?

시어스: "바실리카 이 템플 엑스피아토리 데 라 사그라다 파밀리아", 혹은 줄여서 "라 사그라다 파밀리아"라고도 하는 곳이에요. 신성한 장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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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실리카 이 템플 엑스피아토리 데 라 사그라다 파밀리아

카테칸: 그렇다면 예배당입니까?

시어스: 전통적인 양식은 아니지만, 네, 맞아요. 100년 넘게 건설되었답니다…만 여러분에게는 그렇게까지 놀랄 일은 아니겠네요, 그쵸?

카테칸: 어찌하여 저렇게 생겼습니까? 지금까지 본 다른 건물과 몹시 다릅니다.

카테칸이 손가락으로 건물 윤곽을 따며 말했다.

시어스: 음, 글쎄요… 제대로 설명하려면 교회 건축의 역사를 일일이 설명해야 할 것 같네요. 예술적인 이유라고 해두죠.

그는 멈추어서 로제타가 번역해준 내 말을 들었다. 그러고는 혼란스러운 듯 익숙한 딱딱 소리를 냈다.

카테칸: 그 단어가 번역되지 않았습니다.

시어스: 어느 단어요? 예술?

카테칸: 네, 바로 그 단어입니다. 무슨 의미입니까?

시어스: 음, 그건… 젠장, 예술을 어떻게 설명한담? 둥지에는 예술이나 그런 게 없나요?

카테칸: 모르겠습니다.

시어스: 없나 보네요, 그래요. 예술이란… 어제 바라봤던 나뭇잎 기억하나요? 사마귀가 올라갔던 그거?

카테칸: 네! 아주 똑똑히 기억합니다!

시어스: 그 나뭇잎이 아름다웠다고 생각하나요?

카테칸: 아름답다? 네, 그랬던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시어스: 예술이란 무언가 아름다운 걸 만들어서 남에게 보여주는 거예요. 한편 뭔가 추한 걸 만들어서 보여주는 것도 예술이 될 수 있죠. 세상에 있는 무언가나 사회에 남기는 일종의 논평 같은 거예요. 하 이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 저 대성당을 다시 한번 봅시다. 이 대성당이 예술 작품인 이유는 단순히 보기 좋은 것을 넘어 역사를 상징하기 때문이에요. 건축가 수십 명이 각자의 설계를 하나로 모아 이 거대한 공동 작품 하나를 탄생시켰고, 그 작품은 내전과 전염병 동안에도 살아남았죠. 상징하는 바 때문에 예술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제 생각은 그래요.

카테칸: 아.

미묘한 변화였지만, 카테칸의 몸이 전쟁과 역병이라는 말을 듣고는 미세하게 경직되었다.

시어스: 자, 따라오세요. 더 괜찮은 곳으로 모셔다 드릴게요. 걸어가는 길에 종교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나는 카테칸을 대성당으로부터 멀리 데려갔다. 주변에 군중이 모여들기 시작한 참이었고, 나는 관광객들이 케라디드족에 대해 던지는 질문에 응답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조용히 몇 분간 걷다가, 카테칸이 다시 질문했다. 우리는 종교 얘기를 나누었다. 사람들은 각각 다른 믿음을 가졌고, 신이나 신성에 대한 만인 공통의 믿음은 없다고 말해주었다.

카테칸: 모두가 한 가지를 믿으면 더 수월하지 않습니까? 사고의 바탕이 그렇게 다르면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습니까?

나는 안타깝게도 그의 말이 맞다고 말했다. 전쟁이라는 말에 보인 반응을 생각해서, 추가로 부연하지는 않기로 했다. 나는 그저 인간 사회는 단일 구조가 아니라고 상기시켜 주었다.

시어스: 제가 지금까지 보여준 것들 있죠? 같은 나라에서도, 몇 킬로미터만 이동하면 완전히 다르게 생겼을 거예요. 지구를 돌면서 더 멀리 갈수록, 더더욱 많이 달라질 테고요. 제 생각에는, 그게 아마 인류의 가장 큰 경이에요. 우리가 얼마나 다양한지 말에요.

이즈음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라발 지역에 있는 작은 아트 스튜디오 겸 카페였다. 나는 우리 둘이 각각 쓸 캔버스와 물감 세트를 가져와 바깥 광장에 자리를 잡았다.

카테칸: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합니까?

시어스: 간단해요. 저는 당신을 칠할 거고, 당신도 저를 칠해줬으면 좋겠네요… 아, 방금 말한 단어는 아마 번역이 안 됐겠네요.

카테칸: 아닙니다. 그 단어는 잘 이해했습니다.

카테칸은 붓을 집어서 물감에 푹 담갔다. 그러고 나자마자 내 팔을 따라 파란 물감으로 붓을 그었다.

카테칸: 자. 시어스를 칠했습니다. 이것이 "예술"이라고 불리는 것입니까?

시어스: 물어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그럴 수도 있죠!

카테칸: 더 많이 얘기할수록 오히려 점점 더 적게 이해하는 기분이 듭니다.

시어스: 자, 제가 시범을 보여 드릴게요. 가만히 계셔보셔요,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카테칸은 그 자리에서 꼼짝 않는 동안 나는 캔버스에 밑그림을 그리고 물감을 칠했다. 그림을 끝내자, 나는 카테칸에게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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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질 시어스 요원이 그린 카테칸의 초상화. 확대하려면 가져다 대기.

카테칸: 아! 접니다!

시어스: 맞아요! 아까 "당신을 칠한다"고 했을 때 이런 의미였어요. 당신의 모습을 캔버스에 재현했답니다. 이걸 보니까 어떤 기분이 드나요?

카테칸: 기쁩니다. 기뻐서 심장이 뜁니다. 마치… 내가 중요한 존재가 된 것 같습니다.

시어스: 좋아요! 그게 바로 예술입니다. 예술은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하거나, 얘기하게 하는 거예요.

카테칸: 나도 예술을 만들 수 있습니까? 아니면 몇몇 인간만 가능합니까?

시어스: 아까 말했듯이, 누구에게 물어보느냐에 따라서 아까 저에게 파란 물감을 묻힌 것도 충분히 예술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제대로 대답을 하자면, 그 누구라도 예술가가 될 수 있답니다. 한번 시도해봐요. 캔버스에 한번 제 모습을 칠해보세요.

카테칸은 붓과 물감을 다시 집었다. 나는 가만히 앉아 카테칸이 심각한 표정으로 맹렬히 붓을 놀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팔을 서투르게 움직여대는 카테칸은, 그림을 그린다기보단 캔버스를 두들겨 패는 것처럼 여러 번 보였다. 하지만 카테칸은 아주 자랑스럽게 최종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그림은 무엇을 표현한 것인지도 알아보기 힘들었고 색을 되는 대로 휘갈긴 것처럼 보였다. 가장 추상적인 그림을 그리는 현대 미술가들조차 한 수 접을 것 같았다. 하지만 카테칸은 매우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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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칸이 그린 베이즐 시어스 요원의 초상화. 확대하려면 가져다 대기.

카테칸: 이것이 예술입니까? 나 또한 예술가입니까?

시어스: 물론 예술가죠. 아주 훌륭한 작품이네요, 카테칸.

카테칸은 캔버스를 이젤에서 떼어 나한테 건네었다.

카테칸: 시어스는 이것을 간직해야 합니다. 내가 주는 선물이자, 해준 일에 대한 감사인사입니다.

나는 캔버스를 받았고, 대신 카테칸에게 내 캔버스를 건네었다.

시어스: 그럼 이 그림은 당신이 잘 간직하세요. 언제라도 예술의 여정을 시작한 그 순간을 기억할 수 있게요.

우리는 일어서서 떠나려 했지만, 카테칸이 길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 무리에 곧바로 정신이 팔리고 말았다.

카테칸: 저것은 무엇입니까?

시어스: 아, 맞다! 오늘 탱고 공연을 하는 걸 깜빡 잊었네요.

누군가 음악을 틀자 사람들이 두 명씩 짝을 이루었다. 우리는 사람들이 춤추고 광장을 거닐며 합을 맞춰 스텝을 밟고 딥 동작을 하는 모습을 구경했다.

카테칸: 이것을 보자니 신이 납니다. 이것은 예술입니까?

시어스: 이건 무용이라고 해요. 예술의 한 형태죠, 맞아요.

카테칸: 우리도 시도해보아도 됩니까?

시어스: 우리요?

카테칸: 저 인간들은 둘씩 짝을 지었습니다.

시어스: 아, 그쵸 그쵸. 네 물론이죠, 같이 춤추어봐요. 그렇지만 마지막으로 춤춘 지 좀 됐으니 양해해 주세요.

우리는 캔버스를 옆에 두고 광장으로 걸어나갔다. 나는 카테칸을 앞에 세운 뒤, 손 하나를 내 골반에 얹고 다른 하나는 바깥으로 뻗었다. 나는 카테칸이 앞다리를 내 발에 얹어서 동작을 따라 하기를 도왔다. 우리는 같이 움직이며 다른 춤 추는 사람들을 어설프게나마 모방했다.

카테칸: 시어스가 따뜻합니다. 무언가 문제라도 있습니까?

시어스: 괜찮아요, 그냥…

나는 카테칸을 한 바퀴 회전시킨 뒤 딥 동작을 했다. 카테칸의 몸무게가 가볍고 키도 90cm 정도밖에 되지 않는 덕에 가뿐하게 움직였다.

시어스: 당신을 보자니 제 딸아이가 생각나네요. 딸아이가 아직 작았을 때 이렇게 같이 춤추곤 했거든요. 생각해보니, 딱 당신 키 정도였네요.

카테칸: 인간들은 꽤나 큽니다.

시어스: 뭐, 위안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좀 큰 편이긴 해요.

춤을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카테칸과 내가 추는 동작은 어설프고 호흡도 잘 안 맞았지만, 사람들이 이쪽만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시어스: 사실, 정말 여러 면에서 제 딸을 떠오르게 하네요. 세상만사에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죠. 공원을 걸을 때면 꽃 하나하나마다 멈춰 서서 감상했고, 항상 이건 왜 이렇게 생겼나요 저건 왜 저런가요 하고 물어봤어요. 어찌나 질문을 많이 하는지, 저와 제 남편은 늘 어떻게 대답할지 다 알지를 못했죠.

나는 카테칸을 한 번 더 빙그르 회전시켰다.

시어스: 대답을 다 알지는 못한다고 느끼기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런 모든 순간은 참 특별하니까요. 당신과 그런 순간을 나눌 기회가 생겨서 기쁠 뿐이에요.

카테칸: 시어스는 딸 이야기를 할 때면 슬퍼 보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나는 웃었다.

시어스: 딸이 죽은 것처럼 얘기했나 보네요. 아니, 그냥 어른이 됐을 뿐이에요.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났죠. 슬픈 건 아니에요, 그냥… 추억에 잠긴 게 다죠.

나는 크게 한 발 내딛으며 카테칸과 딥 동작을 다시 한번 취하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회전시켰다. 나는 카테칸의 손을 놓아주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카테칸은 잠시 혼란스러워하다가, 고개 숙여 답했다. 인상적인 공연이라고 하기엔 부끄러웠지만, 모여든 관중은 그럼에도 크게 환호해주었다.



현재 거리: 약 410,000km


"새로운 보고 사항은 없습니까?"

"이미 한 말을 반복하지 않고 설명해보려 애쓰는 중입니다. 여기에서 너무나도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분명 여러 방면에서 우리보다 뒤처졌지만, 이들은 상상도 못 한 것들을 가졌고 상상도 못 한 일들을 해왔습니다. 여기서 배운 개념 중 어떤 것은 어떻게 말이 되게 설명할지 감이 안 잡히고, 아직도 나도 이해하지 못한 것들도 있습니다."


"우리보다 뒤처진 것도 옛말이 될 것입니다. 저들이 발전하는 속도를 보지 않았습니까? 눈 깜짝할 새에 우리 수준을 따라잡을 게 분명합니다."

"서로 만나게 되어서 참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시간이 더 있었으면 합니까?"


부록 7999.7 2027년 4월 7일


둥지


카테칸은 다음 날 아침 내 방에 불쑥 나타나 날 놀라게 했다. 그는 당장 자기 고향 행성으로 가자고 고집했다. 나는 솔직히 혼란스러웠다. "아직 볼 게 너무나도 많은데요?"라고 말한 게 기억난다. 아직 온 지 일주일도 안 됐지만, 카테칸을 보니 거절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어찌나 다급하게 말하는지 그냥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케타당카와 함께 웜홀을 건널 유일한 수단인 셔틀에 탑승하고는, 그대로 출발했다.

솔직히 웜홀을 지나갈 때 뭐가 좀 더 일어날 줄 알았다. 어찌 됐든 고전 SF 영화를 보며 자라났으니까,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하이퍼스페이스로 도약하면서 몸이 시트에 묻히고 필사적으로 버티는 그런 상황을 마음 한편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그런 중대한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달나라 여행과도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러니까 하이퍼스페이스 도약도, 갑작스러운 운동량 변화도 없었단 말이다. 우리는 그냥… 도착했다.



현재 거리: 약 380,000km


"네. 그것 때문에 저한테 연락한 것이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지금 예측 모델들은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각기 다른 결과를 내놓지만, 전부 두 세계 모두의 사람들에게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그렇다면 요청을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시어스를 우리에게 데려와도 되겠습니까? 너무 늦기 전에 인류에게 우리의 세상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것이 정말 옳은 선택이라고 확신합니까?"

"네. 우리가 그들을 알 듯, 그들도 우리를 알아야 합니다. 아직 시간이 있는 동안에 말입니다."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NestPortal.jpg

시어스 요원의 바디캠에서 회수한 SCP-7999-2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

나는 눈 깜짝할 새에 우주 반대편에 도달했다. 자그마한 항성계였고 겨우 다섯 남짓한 행성들이 적색왜성을 공전했다. 그 모습을 제대로 감상할 틈도 없이, 우리는 둥지에 한 시간도 채 안 되어 도착했다. 내 예상보다 훨씬 빨랐지만, 그들의 기술력은 우리보다 가뜩이나 월등했으니 당연했다. 우리는 둥지 어딘가에 착륙했고 셔틀 출입문이 열렸다.

너무나도 익숙한 광경이었다. 우리는 지구와 똑같이 생긴 우윳빛 모래로 채워진 해변에 착륙했다. 멀리서는 수많은 관목식물이 가운데로 갈수록 검어지는 검붉은색과 주황색 잎을 뽐내었다. 하늘조차도 익숙하게 느껴졌다. 태양이 하늘 위에 뜬 거대하고 창백한 구슬처럼 보인다는 점을 제하면, 노을지는 지구 하늘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하늘에 둥둥 뜬 포탈 너머로 내가 집이라 부르는 창백한 푸른 점이 보였다.

카테칸: 어서, 우리와 함께 갑시다. 보여줄 것은 너무 많고 보여줄 시간은 너무 적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카테칸을 따라갔다. 우리는 마치 숲 속이나 정글 같은 장소로 들어갔다. 슈트를 입은 채로는 기후가 어떤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카테칸: 여기는 둥지, 우리의 집입니다. 동시에 우리가 가져본 유일한 집입니다.

시어스: 다른 세계를 개척해본 적이 없나요?

케타당카: 여러 번 시도는 해보았습니다. 우리는 아주 특정한 요소들이 필요하고, 우리가 찾은 행성은 대부분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카테칸: 지구라는 행성도 우리의 계산을 토대로 보면 결코 생명이 살 수 없습니다. 조석력도 일정하지 않고, 대기는 너무 얇습니다. 또한, 모항성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서 태양 에너지가 생명을 부양하기에 충분하지 않습니다. 인류가 존재함은 기적이고, 이토록 발전함은 더더욱 큰 기적입니다.

시어스: 이쯤이 제가 딱 그 반대를 말할 타이밍이려나요? 우리 계산대로라면 여러분의 행성도 여러분이 말한 것과 똑같은 이유로 생명이 살 수 있을 리가 없는 걸요.

그들은 멈추어서, 서로에게 딱딱대는 소리를 냈다. 무언가 답변을 하고 싶어하는 듯했지만, 양쪽 다 침묵하며 계속 걸어갔다. 우리는 이윽고 도시처럼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각 건물은 나지막한 높이에 둥근 모습이었다. 대부분은 토종 식물에 뒤덮인 채라서 땅에서 튀어나온 이상한 둥근 돌출부를 빼면 주변 환경과 거의 구분이 되지 않았다. 하나하나가 특정한 목적만을 위해 지어진 것 같았고 어떠한 장식 요소나 꾸밈도 찾아보지 못했다. 같이 걸어가는 동안 나는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이곳은 너무나도… 조용했다. 카테칸과 케타당카를 제하면 어떤 케라디드족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물어보고 싶었지만, 카테칸의 침통한 얼굴이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나는 이윽고 그들의 안내를 따라 어느 거대한 구조물에 도착했다. 아까 보았던 작은 구조물 여럿을 구조나 목적은 그다지 생각하지 않은 채 붙여놓은 모습이었다. 우리가 다가가자 벽에서 저절로 문이 생겨나 옆으로 스르르 열렸다. 나는 어느 거대한 방으로 안내받았다. 방에는 형언할 수 없는 장비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나는 화면, 버튼, 눈금반 등 몇몇 기술은 대략 알아보았다. 각각 무슨 용도인지 짐작이 가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어딘가 익숙해 보이기는 했다. 한편 나머지 물건은 전혀 낯설었고, 금속봉과 와이어로 구성된 게 가까이 갔다간 감전시키거나 팔다리가 날아갈 것 같았다. 우리는 이곳에 와서 드디어 다른 케라디드족을 만났다. 여섯 명밖에 안 되는 작은 무리가 곁에 옹기종기 모여 지저귀고 딱딱댔다. 그들은 호기심에 굶주린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의자가 없었기에 나는 그나마 가장 안전해 보이는 곳에 몸을 기대었다. 카테칸이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카테칸: 시어스는 분명 질문이 무척 많을 것입니다, 맞습니까? 어서, 저들에게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시어스: 세상에, 어… 우리가 밖에서 걸어오며 지나친 그건 뭐죠? 이 장소는 또 어디죠? 여긴, 그냥, 막 작은 도시 같은 건가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네요.

나는 줄줄 질문을 내뱉다가 말을 멈추었다. 머리가 웅웅댔고, 그리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카테칸: 네, 예상했던 바입니다. 과연 인류도 우리처럼 호기심이 많습니다. 호기심이 단순한 것에 그칠 뿐입니다. 단순한 질문부터 시작해야겠습니다. 이곳은 이 행성에 남은 가장 큰 도시입니다. 바깥에서 본 것은 주택과 사무용 건물의 잔해입니다.

카테칸은 나를 바라보며, 내가 뭔가 말참견을 하기를 기다렸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카테칸: …시어스는 이것에 더 질문할 것이 없습니까?

시어스: 없네요, 사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것 같아요. 성당에 같이 간 일 기억하나요?

카테칸: 그렇습니다.

시어스: 제가 "전쟁"이란 단어를 언급했죠. 미묘했지만, 카테칸이 그때 경직되는 모습을 봤어요. 그 사실과 방금 들은 내용과 아까 본 것들을 종합하면, 뭐, 아주 똑똑한 종이 아니더라도 분명 눈치채겠죠. 다른 질문을 하나 할게요. 당신 종은 얼마나 남았죠?

케타당카: 여기 모인 이들이 전부입니다.

여덟 명. 한 명씩 세어보니 이 방에 케라디드가 모두 여덞 명이 모여 있었다. 나이를 가늠하기는 어려웠지만, 카테칸이 이전에 자기 나이를 두고 말한 바를 생각하면 다들 카테칸보다는 나이가 비슷하거나 많다고 짐작해도 좋을 듯했다.

시어스: 이 행성 전체에서요?

케타당카: 그렇습니다.

시어스: 이런 일이 있던지 얼마나 오래됐죠?

케타당카: 카테칸이 가장 어린 이입니다. 카테칸이 부화실에서 갓 태어났을 때 일어났습니다.

시어스: …그 후로 다른 아이는 아무도 안 태어났고요?

그들은 서로 지저귀었고, 카테칸이 나를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그를 따라 바닥 특정 부분에 올라서자 바닥이 땅 밑으로 하강했다. 우리는 커다란 공동에 도착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얼룩덜룩한 커다란 녹색 알 모양 물체가 바닥을 덮었다.

카테칸: 여기는 보육실입니다. 이곳에서 알을 부화할 때까지 보살핍니다.

시어스: 둘러봐도 100개는 족히 넘겠는데요.

카테칸: 긍정합니다. 더 정확히는, 알이 삼백 하고도 마흔 다섯개가 있습니다.

시어스: 죄송하지만 좀 혼란스러운데, 그렇게 알이 많다면 대체 무엇이 문제인 거죠?

카테칸: 우리 또한 모릅니다. 우리는 천 년이 넘게 이 문제 때문에 가장 많이 좌절하고 혼란에 빠졌습니다. 알은 모두 살아있고, 2년 안으로 부화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런데도…

나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손전등을 꺼내 알 하나를 비췄다. 희미했지만, 대략 케라디드처럼 생긴 형체가 안에 보였다.

카테칸: 우리는 멸종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시어스: 말도 안 돼요!

카테칸: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오래전에, 나이 든 이들이 하나씩 죽어갈 때 이미 받아들였습니다. 순식간에 수백이 수십이 되었고, 수십이 고작 여덟이 되었습니다. 이런 우리에게 어떤 희망이 남았겠습니까?

시어스: 여러분이 가진 기술을 모두 동원하면 분명—

카테칸: 시어스, 제발 들으십시오. 우리는 이미 압니다. 시어스가 역시 안다는 것도 압니다.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미 시도했습니다. 우리는 두렵지 않습니다. 우리는 결국 우리 목표를 이루었습니다.

시어스: 무슨 목표 말이죠?

카테칸: 우리와 같은 또 다른 이를 만나는 것입니다. 생각할 줄 아는 다른 이 말입니다. 우리는 태초부터 우리 행성이 유일하지 않다는 생각을 숭앙해 왔습니다. 이 행성에 생명이 존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존재하지 않습니까. 그러므로 다른 곳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카테칸은 나를 다시 승강기를 타고 밖으로 데려다 주었다. 별들이 머리 위를 수놓았다. 수백만 년이 지나도 그 빛이 지구에 닿지 못할 외계 별자리들이었다.

카테칸: 초창기에는 멋진 꿈이었을 뿐, 집중해본 적은 결코 없었습니다. 우리는 먼저 고향에서부터 사회를 지어나갔습니다. 육지에서 바다에 이르기까지 이곳에 사는 모든 생명체에 대해 배웠습니다. 그러고는 주변 행성의 생명에 대해서도 배웠습니다.

시어스: 그래서 다른 생명을 찾았나요?

카테칸: 절반만 그렇습니다. 우리 행성계에서 바로 옆에 있는 '흙더미' 행성에는 미생물은 존재했지만, 그 이상은 없었습니다. '흙더미' 너머 가스 세계인 '필터'에는 생명이 생길 재료는 있었지만 무언가가 태어나지는 못했습니다. 우리와 같은, 우리처럼 생각하는 존재는 찾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우리 모항성에서 에너지를 얻어 우리 행성계 밖으로 여러 무리를 보냈습니다.

시어스: 인류도 그럴 수만 있으면 좋겠네요, 하지만 저희 고향에는 아직 풀어야할 문제가 너무 많아서요.

카테칸: 시어스는 마치 우리는 그런 문제를 겪지 않은 것처럼 말합니다. 우리 고향 또한 문제가 많았지만, 우리는 그것들을 외면해버렸습니다. 지구에서 본 문제와 같은 문제 말입니다. 시어스가 전에… 인류 사회는 단일 구조가 아니라고 했습니까? 우리도 아니었습니다. 지구에서 본 것만큼 다양하지는 않았지만 말입니다.

카테칸은 딱딱대며 뒷다리를 굴렀다.

카테칸: 우리 일족의 역사 전체를 나열하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지금은 시간이 귀중합니다. 시어스는 이미 무엇이 일어났는지 이해했습니다. 그 후 살아남은 이들은 두 배로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우리의 모든 노력을 저 밖의 다른 이를 찾는 데 집중하자 우리는 포탈 기술을 만들어냈고, 이내 우주를 가로질러 두리번댔습니다.

카테칸은 별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카테칸: 저 위에 있는 모든 별과 항성계 하나하나를 뒤져보았습니다. 모두 척박하고 황량해서 죽어가는 미생물 몇 개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행성에 생명의 재료는 있었어도, 생각할 줄 아는 이는 없었습니다. 다른 이들을 찾으려고 하는 죽어가는 먼지 같은 종에게 걸맞은 상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어스: 하지만 우리를 찾았잖아요.

카테칸: 그렇습니다. 우리 사람들이 2백만 년 동안 존재한 끝에, 결국 우리와 같은 존재를, 우리만큼이나 불가능한 세계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마주했습니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시선을 포탈과 그 너머 보이는 창백한 푸른 점에 고정했다. 이상하게도 지구가 그리 멀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우리 하늘에 뜬 달을 보는 것 같았다.

카테칸: 하지만 운명은 잔혹합니다.

시어스: 카테칸, 계속 시간이 얼마 없다는 말을 하네요.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진 않았지만, 무언가 문제가 있는 거죠, 그쵸?

카테칸: …그렇습니다. 시어스는 집에 가야 합니다, 지금 당장.



현재 거리: 대략 340,000km


"카테칸,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조금만 더 시간을 끌면 둥지가 파괴되고 말 것입니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지금 죽음을 피한다고 해서 결국에 다가올 일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어찌 되든 죽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차라리 여기서 죽더라도 우리의 지식을 다른 이에게 전해줬다는 것을 알고 죽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카테칸, 그런 것은 불가능합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저쪽도 위험에 빠트릴 것입니다."

"전부 가설일 뿐 아닙니까? 확실하게 증명할 수도 없는 모듈과 시뮬레이션뿐이잖습니까.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모릅니다!"


"카테칸…"

"이 교류에서 얻은 지식은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입니다. 지금 연결을 끊으면 다시는 얻을 수 없습니다. 저들에게 보여줄 게 너무나 많고, 우리가 볼 게 너무나도 많습니다."


"카테칸-'

"논의할 주제가, 배울 개념이 너무나도 많은데. 저들의 신앙 체계나 역사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봐야 할 국가들이 너무나도 많은데! 시어스는 이 도시 하나밖에 보지 못했고, 둥지에 아직 보여줄 게 너무나도 많이—"


"카테칸! 그만 하십시오! 시뮬레이션은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포탈을 닫지 않는다면 둥지가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통과하며 산산조각이 나거나, 더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결코 연 채로 둘 수는 없습니다."

"단순히 닫았다가 더 안전한 곳에서 다시 여는 것은 불가능하겠습니까?"


"저게 마지막 좌표였습니다, 카테칸. 새 좌표를 입력하는 방법을 알던 마지막 이는 오래전에 죽었습니다. 다 이미 알잖습니까. 추가 좌표를 입력할 방법은 이제 아무도 모릅니다. 저 포탈이 닫히면, 이제 끝입니다."

"그렇다면 더욱더—"


"카테칸."

"…압니다. 그저 작별을 고할 준비가 안 됐을 뿐입니다."


부록 7999.8 2027년 4월 7일


둥지


시어스는 머리를 옆으로 살짝 기울인 채 나를 바라보았다. 혼란을 뜻하는 표현으로, 내가 지난 며칠 동안 매우 익숙해진 몸짓이었다.

시어스: 왜 이렇게 갑작스럽게요? 무언가 문제라도 있나요?

카테칸: 그렇습니다.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우리 행성들은—

시어스: 지난 며칠 간 서서히 서로에게 이끌려왔죠. 그 얘기하려던 거 맞죠?

카테칸: 어떻게 그걸—

시어스: 재단이 그 정도로 바보거나 무식하진 않아요, 카테칸. 포탈이 열린 순간부터 우리 행성 사이 거리를 쭉 관찰해왔죠. 우리 궤도 사이에 포탈을 연 시점에서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어요.

카테칸: 화가 나지는 않았습니까?

시어스: 높으신 분들이 아예 화가 나지 않았다고는 못하겠네요.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달리할 수 있는 일이 많지는 않고요. O5는 제가 여러분을 협박해서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했지만, 그건 제 방식이 아니라서요.

시어스는 이상한 리듬타는 듯한 소리를 냈다. 무언가를 재밌어할 때 자주 내던 소리다.

시어스: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나죠?

카테칸: 시어스는 집에 돌아가고, 우리 세계 간 포탈은 닫힙니다.

시어스: 다시 열 방법은 없고요?

카테칸: 없습니다.

시어스: 젠장.

우리는 아무 말 없이 하늘의 별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카테칸: 우리는 너무나도 작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시어스: 어째서요?

카테칸: 우리는 살아있는 동안 찾아갈 수 있는 그야말로 모든 별을 수색하며 우리와 같은 이를 찾으려 헤매왔습니다. 수많은 이들이 찾으며 저 너머 누군가가 있기를 바라며 죽어갔습니다. 죽으면서 누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채로요! 누군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알았더라도… 우리는 너무나도 짧은, 의미가 있는지 의문스러운 시간 밖에 상대를 알지 못했습니다. 너무나도 덧없는 순간이었고, 이제 끝나버렸습니다.

시어스: 카테칸 말이 맞아요. 우리는 참 작은 존재고,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면 참 좋았겠죠. 여러분이 우리보다 훨씬 잘 알겠지만, 우주는 우리의 이해를 아득히 뛰어넘을 만큼 광대해요. 우리가 죽고 나면, 우리를 구성하는 물질은 우주로 다 돌아가겠죠. 우리는 다음 별들, 어쩌면 다음 문명을 이룰 물질이 되고요. 우리는 그 우주의 일부분이 될 거에요, 안 그래요?

시어스는 발을 딛고 일어섰다. 그는 나에게 손을 뻗었다. 나는 그의 손을 맞잡았다.

시어스: 참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지만, 한 번이라도 이런 순간을 느낄 수 있어서 참 행운이었어요. 그리고 어떤 안녕도 영원한 헤어짐은 아닐 테니, 안녕이라고 하진 않을게요. 대신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별에서 만나요.

카테칸: 별에서… 만나요.

시어스는 떠났고, 본부로 돌아가 케타당카가 집으로 데려다 줄 것이었다. 나도 머지않아 본부에 돌아왔지만, 셔틀은 이미 떠난 후였다. 남은 이들 중 하나가 나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시어스가 전한 선물이었다. 안에는 붓과 물감 세트가 들었다.

다른 이들이 포탈을 닫는 작업을 하는 동안, 나는 선물을 들고 지하 공동으로 돌아왔다. 나는 붓을 꺼내 들어 그림을 칠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행성에서 본 것만큼 경이롭지는 않을 테지만, 분명 아름다운 그림이 될 것이었다. 나는 자는 것도 잊은 채 먹느라 잠시 멈출 때를 제외하곤 다음날까지 쉬지 않고 그림을 칠했다. 시어스는 볼 수 없을 테고, 지구의 그 누구도 볼 수 없을 테지만, 그곳에서 보낸 시간을 기억할 증표가 될 터였다.

작업을 끝내자, 나는 내 붓을 내려놓았다. 반짝이는 별들 아래에서 케라디드와 인간이 서로 바라보고 있는 풍경이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동굴 벽에 빈자리가 얼마나 많은지 알아차렸고, 다음 걸작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저 멀리서, 무언가 금이 가는 소리를 들은 것만 같았다.























































현재 거리: 대략 320억 광년


"우리를 찾으러 와요.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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