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7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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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7941 부분도식


일련번호: SCP-7941

등급: 타우미엘 무효

특수 격리 절차: SCP-7941은 파괴되었다. 대상이 파괴되면서 발생해 현재 진행되는 XK-Δ급 "태양의 특이점Solar Singularity" 시나리오를 감안할 때 기타 격리 조치는 가능하지도 필요하지도 않다.

SCP-7941-A과 대화하는 유일한 통화장치는 종적을 감추었으며, 파괴되었다고 추정된다. 추후로 대상과 연락할 계제는 없다.

설명: SCP-7941은 실험성 성간우주선 SCPSS 르나르(Renard)이다. 타원체 형태를 띠며 총길이는 200m, 최대 지름은 95m에 이른다. SCP-[데이터 유실]1를 개조해 전방추진 수단으로 사용하므로 초광속으로 항행할 수 있으면서도(이론적 상황임) 동시에 상대론적 시간 효과를 회피할 수 있다. 편제된 승선 인원은 승무원 150명, 장교 10명, D계급 50명이다.

SCP-7941의 원래 목적은 SCP-104092에게 프로토콜 39-르나르를 구성하는 의식의 일환으로 매년 D계급 인원 50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SCP-10409가 안쪽 오르트 구름 한가운데에 고정하여 머무르고 있으며 또 SCP-10409의 요구를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하고자 여러 차례 협상을 시도했으나 모두 오히려 인류를 적대하는 마음만 더욱 키우고 말아버린 관계로, O5 사령부에서는 프로토콜 39-르나르를 실행하는 데 변칙적 수단을 이용해도 좋다고 허가하였다.

또한 비행 상황을 추적하고자 SCP-7941 승무원 50인을 선별하여 개조 SCP-29223를 이식했다. 이 중 10인은 D계급을 선정했다. 해당 D계급들을 면밀히 감시했으며, 나머지 인원들은 지상 사령부와 연락을 유지했다.

부록 - 사건-7941-ROUGE: 2025년 5월 19일, SCP-7941이 최초 항해에 나서 지구 궤도를 탈출하고 10분 뒤 SCP-[데이터 유실]가 추진장치 내에서 자의식을 형성했다. 이내 SCP-[데이터 유실]는 O5 평의회에게 "반짝반짝SHINY"이라는 단어만 4 × 1039회 반복한 .txt 파일을 송신했다.

이 직후 함선의 항행 컴퓨터가 즉시 SCP-[데이터 유실]에게 장악되어 함선의 경로가 태양 충돌 비가역 경로로 설정되었다. 탑승한 모든 인원에게 경구용 청산가리정이 지급되었으며, D계급 또한 모두 약을 수령했다.

사건-7941-ROUGE 발생 직후 생존한 유일한 SCP-7941 탑승 인원은 D-81840, 32세 자메이카계 흑인 자카리아 머튼 켄트Zachariah Merton Kent이다. D-81840은 SCP-7941에 탑승한 D계급 중에서 7번째로 SCP-2922를 이식받았다.

사건-7941-ROUGE 이후 D-81840은 SCP-7941-A가 되어 [5/7941 등급 인가 필요]

D-81804를 거친 SCP-2922 기록 [축약]

<기록 시작>

(2025/05/20, 0539 GMT. SCP-7941이 태양 근처에서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최대 안전거리 이내로 진입하기 6분 전.)

[비고: (M)은 D-81840의 머릿속 생각, (V)는 직접 내는 목소리다. SCP-2922는 두 가지를 모두 감지할 수 있다. 두 가지는 서로 음색이 누구나 감지할 만큼 뚜렷하게 구별된다.]

(선실에서 갖가지 경보음이 들린다.)

D-81840 (M): 어유 얼마나 더 있어야 되냐? 그냥 할 수 있을 때 얼른 가버리든가 해야겠다. 무중력 상태에서 몇 번 칠 수 있다 그랬지? …아니다, 그러고 있다가 죽기는 좀 그래. 뭐 그렇다고 누구한테 걸릴 것도 아니긴 하잖아 그치?

태너: D-81840, 응답하세요.

D-81840이 깜짝 놀라 소리지른다.

D-84840 (V): 하느님? 드디어 오셨나요?

태너: 재단 제59기지 박사 실비아 태너Sylvia Tanner입니다.

D-84840 (V): 아하. 안녕하세요 박사님… 혹시 신이세요?

태너: 그럴리가요. 지상 사령부에서 연락드립니다.

D-84840 (V): 인터컴으로요?

태너: 지금 당신의 정신으로 전화를 걸었어요.

D-84840 (V):진짜로 신 아니신 거 맞아요?

태너: 집중해주세요. 몇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D-84840 (V): 알았어요, 근데 별로 수다 떨 만한 시간이 없는데.

태너: 네, 상황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감이군요.

D-84840 (V): 에이 뭘요. 지루하지 않게 죽으면 좋지.

태너: 스캐너에 따르면 르나르 호 생존자는 당신뿐이라고 나오더군요. 왜 청산가리 약을 먹지 않았죠?

D-81840 (V): 아니 먹는 건 선택사항인 줄 알았죠!

태너: 그렇긴 합니다. 그냥 궁금해서요.

D-81840 (V): 아니… 좀 직관적인 생각은 아니긴 한데요. 어차피 조금 있으면 바로 죽을 텐데 뭐하러 굳이 더 빨리 죽냐? 그게 말이 안돼 보였거든요.

태너: 일리는 있군요. 하지만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라 그래도 통제할 가능성 한 가닥을 믿고 운전대라도 잡아보려 하실 줄 알았습니다.

D-81840 (V): 아, 그게요 박사님… 저는 운전대를 잡고 싶지 않아요.

태너: 뭐라고요?

(D-81840이 한숨을 깊게 내쉰다.)

D-81840 (V): …말하자면 길어요. 중요한 일 보느라 바쁘실 텐데 괜히 죽기 전에 횡설수설하는 사람 말 듣지 마요.

태너: 아뇨, 재단에도 최소한의 품위라는 건 있습니다.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충분히 들어드릴 수 있어요.

D-81840 (V): 하하. 이렇게 대접받을 자격이 있나 싶은데 그냥 넘어갈게요. 듣고 싶다니 들려드리죠.

첫째, 맞아요, 저 자살충동 있어요. 제가 징징거리는 소리 5분 이상 들어주는 사람이면 모두 다 알죠. 둘째, 저는 죽는 게 아니라 죽임당하고 싶어요. 아주 큰 차이죠.

태너: 무슨 뜻인가요?

D-81840 (V): 자살은 탈주잖아요. 저는 나보다 강력한 힘이 나를 처벌해줬으면 좋겠어요. 저한테서 나온 나쁜 짓, 제가 저지른 모든 짓은 제가 마땅한 응보를 받을 때까지 항상 저를 괴롭히고 있어요. 마치 제가 문제를 모두 해소할 때까지 이 세상 전체가 조금씩 잘못되어 간달까요.

살아오면서 저는 항상 그랬어요. 우리 엄마 아빠도 날 마냥 보듬어주진 않을 텐데 — 제 생각의 메커니즘이 그냥 이렇게 짜였나 봐요.

태너: 그래 무슨 짓을 하셨길래 태양에 처박히는 운명이 마땅하다 하시는 건가요?

D-81840 (V): 그쪽에서 우리를 감옥에서 스카우트하지 않아요? 배경 정도는 확인해보셨을 테잖아요. 설령 안했다 쳐도 6년 전에 뉴스 보지 않았어요? 자크 켄트 모르세요? 벤브룩Benbrook 호수 사건? #HeartReact4Comstock?

태너: 가르쳐주세요.

D-81840 (V): 어휴, 알았어요. 바야흐로 2019년, 저는 포트워스에서 입에 풀칠하려고 살다 보니 쓰리잡을 뛰고 있었죠. 아침이랑 오후에는 스쿨버스 운전하고, 오후에는 햄버거 굽고, 8시부터 자정까지는 공항 가서 페덱스 상하차를 굴렀어요.

태너: 스케줄이 빡빡하단 사실이 용납불가능한 범죄의 원인일 수 있는지 잘 모르겠는데요.

D-81840 (V): 일단 들어봐요. 발렌타인 데이 밤을 넘겼을 때였어요. 그날 저는 공항에서 초과근무를 했죠. 집에 돌아오니 4시 반이었어요.

태너: 그러니까 그게 어째서 원인이 되었다는… 아.

D-81840 (V): 네. 버스 운전할 시간이었죠. 4시 반이면 차고지로 가서 새 엔진 정비점검을 돌려야 할 시간이었어요. 그리고 그날 5시 반, 저는 앤서니 컴스톡Anthony Comstock 초등학교 2학년들을 등교시키러 운전을 시작했죠.

눈을 뜨고 있으려고 몬스터 대짜 몇 캔을 깠어요. 근데 전혀 안 들었죠. 억지로 버티지만 않으면 누가 가슴팍에 잭해머를 쏴갈겨도 잠들었을걸요. 그나마 얼굴에다 뺨따구를 몇 번씩 때려가면서 겨우 버텼죠. 1학년 여학생이 스티븐 유니버스 책가방 메고 저를 바라봤어요. 그 친구가 다가와서 제 팔을 다정하게 톡톡 두드렸죠. "아저씨 괜찮아요?" 저는 대답 못했어요.

앞에 놓인 길은 더 이상 길도 아니었어요. 그냥 주황색 노란색 파란색 쉭쉭 그어놓은 흐리멍텅한 그림일 뿐이지.

어떤 3학년 학생이 퍼시픽 림 개간지나더라, 라고 말한 것 이후에 들린 목소리는 모두 비명이었어요.

두쿵. 쿠왕. 우직.

(숨소리가 떨린다.)

…풍덩.

정신을 차려보니 방향제 바닥까지 물이 차올라 있었죠. 소방차가 버스를 호수에서 끌어내고 있었고요.

뒤를 돌아봤어요. 시퍼런 그림자 20개가 둘둘 뭉쳐서 저를 바라보고 있었죠. 아무 말 없이. 지금도 잠을 청할 때마다 두 시간씩은 그 이미지를 머릿속에서 내몰아야 해요.

…제 조카가 그 버스에 있었요. 이블린 켄트. 그리고 다른 애들 19명, 아니 걔네는 제 이름도 모를 거 아니예요. 근데 저를 믿었잖아요.

판사는 저한테 200년을 선고했어요. 한 명당. 웃기지 말라고 해요. 다른 어디도 아니고 텍사스 아니에요? 우리 주 상징새가 전기의자인 곳인데 — 내가 사형을 못 받는다고?!

둘, 미신 그렇게 믿냐고 해도 좋은데 이 포트워스의 집합적 업보가 아직도 나 땜에 불균형이 어마어마한가봐요! 나쁜 일이 착한 사람한테 생기면 안되잖아요, 더구나 인과관계도 없이. 거기다 애들은 더더욱 아니잖아요.

태너: 어, D-81840?

D-81840 (V): 내가 한 짓이 살인이든 과실치사든 아무 상관 없어요. 법률용어 따위로 내가 저지른 짓을 설명하려 들지 마요. 차라리 국선변호사 말을 씹을 걸 그랬어요. 추잡하게 무죄라고 우기고 열심히 변명하고 후회하는 기색 하나도 보이지 말걸 그랬어요. 그래야지 내가 무사히 죽임당해서 지금처럼 풀다 만 거지같은 수학문제 같은 기분 안 느낄 텐데!

태너: 켄트 씨?

D-81840 (V): 뭐요?!

태너: 지금 태양 최소 안전거리 안쪽으로 들어가신 지 32초가 지나서요.

D-81840 (V):뭐야.

태너: 지금 무슨 느낌 드세요?

D-81840 (V): 솔직하게요? 우주선 탈 때부터 에어컨이 너무 세다 싶었는데 지금도 좀 쌀랑하네요.

(24초 동안 세찬 흔들림과 빽빽한 경보음 소리.)

태너: 어, 지금 속도가 예기치 않게 급증하는데요…

D-81840 (V): 네 박사님, 잠시 즐거웠어요! 얼마나 친절하신 분이면 나같은 아주 개새끼 저승길 가는 문턱까지 이렇게 바래다주고.

(흔들림과 경보음이 별안간 멎는다.)

이제 저야 뭐 불이 확 붙어서 그토록 오래 쫓아다니던 최후의 카타르시스를 뭔데 잠시만 아니 미친 나 지금 왜 살아있어?!

(쿠광.)

(D-81840이 가쁜 숨을 소리 죽여 쉰다.)

태너: 말도 안돼. 계측값에 따르면 거긴 지금 말 그대로 태양 속이란 말이에요. 게다가 방금 바깥에서 문 하나가 따여서 열렸다고. …아직도 쌀쌀해요?

D-81840 (V): 네, 뭐예요 대체 이거?

(함선에서 먼 발소리가 들린다.)

…놀라지 마세요 박사님. 함선에 누가 또 있나 봐요.

태너: 정말 그렇다면 제가 따로 다시 알릴 때까지는 저랑 생각으로만 대화하세요. 하실 수 있겠나요?

D-81840 (M): 이렇게요?

태너: 네, 좋아요.

(새근거리듯이 음조 낮은 목소리가 들린다.)

[불명]: 그대.

태너: 지금 선실에 누가 또 있나요? 보입니까?

D-81840 (M): 네, 보이긴 해요. 천장에 서 있는데.

태너: 어떻게 생겼죠?

D-81840 (M): …조류…사제?

[불명]: 그대. 새 거민. 뜻밖.

태너: 좋습니다, 제가 허락하기 전까지는 절대 대화를 시도하지 —

D-81840 (V): 어 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자크예요. 영어 할 줄 아세요?

태너: 아 이런 세상에.

[불명]: 다소. 사전이 불완전에 해당.

태너: 그래요, 대신에 뭘 하건 제가 말하고 있는 줄은 진짜로 알리지 마십시오.

D-81840 (M): 알았어요.

D-81840 (V): 저기, 제가 아무것도 몰라서 그런데 여기가 어딘가요? 당신은 누구고요?

[불명] 나.우르.카NaUrKa: 장소: 사우.엘SauEl. 자신: 나.우르.카, 큰으뜸 생명꾼lifemonger.

태너: …방금 "사우엘"이라고 말한 겁니까?

D-81840 (M): 중요한 건가요?

태너: 자세히 말씀드릴 순 없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무슨 뜻인지 찾으시겠군요. 제가 계속 당신한테 대답할 수는 없지만 전화는 끊지 않는 채로 녹음시켜 놓을게요. 주기적으로 저한테 연락해서 무엇을 봤는지 알려주세요. 아시겠죠?

D-81840 (M): 뭐 그러죠. 달리 할 일도 없는데.

나.우르.카: 따름. 우리 성채, 불사. 그대의 불멸을 수령. 영원한 안전.

D-81840 (M): 아. 미친. 지랄같은!

D-81840 (V): 어, 네 좋아요? 언제 시작하나요?

<기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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