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781-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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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번호: SCP-781-KO

등급: 케테르(Keter)

특수 격리 절차: SCP-781-KO는 제05K기지 표준 동물형 격리실 2호에 격리한다. 해당 개체의 특성에 따라 격리실 내부는 모든 종류의 피해에 내성을 가지도록 보강한다.

1985년 5월 25일 개정: SCP-781-KO는 현재 격리가 파기된 상태이다. SCP-781-KO의 특성에 따라 대상은 무등산 내부로 이동했을 것으로 보이므로, 일주일 교대제로 무등산 전체를 수색한다. 만일 SCP-781-KO의 외형과 비슷한 조류가 목격되었다는 정보가 들어올 경우, 목격한 민간인에게 A등급 기억소거를 실시한다. SCP-781-KO가 격리될 경우에 일어날 위험 요소와 관련하여 제05기지를 무등산 내부로 옮기기로 하였다. 본 특수 격리 절차는 기지 이동 이후 기지 사정에 맞게 개정될 예정이다.

1995년 7월 27일 개정: SCP-781-KO는 확보되는 즉시 제05K기지 고위험 유클리드 등급 격리실 15호에 격리한다. 격리실 내부는 환기구를 포함하여 모든 부분을 막아 완전 밀폐하도록 한다.

현재 SCP-781-KO는 격리되지 않은 상태로, 광주광역시 무등산에 서식 중이다. SCP-781-KO가 이제 무등산 토착 생물로 완벽하게 변신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으므로, 제05K기지는 야생동물 감시소로 위장하여 SCP-781-KO로 의심되는 개체가 있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한다. SCP-781-KO를 확보 및 격리하는 것이 제05K기지 최우선 격리 목표이다.

설명: SCP-781-KO는 무정형 변칙 개체이다. SCP-781-KO의 외형은 가변적으로 나타난다. 이는 일종의 기적술로 보이며, SCP-781-KO의 실제 형태는 불명이다.

격리 당시 및 격리 도중의 SCP-781-KO는 2m 크기의 붉은 깃털을 가진 조류의 형태를 취했다. 격리 도중에 SCP-781-KO가 외형을 바꾸는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다만 기적술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과, 몸체와 그 주변의 현실성 수치가 낮다는 점을 들어 변신형 개체라는 가설이 제기되었다. 이후 수달과 같은 동물형이나, 인간형, 또는 바람과 같은 무생물로 변하는 것이 목격되어 사실로 파악되었다. SCP-781-KO가 격리되지 않은 현재로서는 무등산 내부에서 야생동물의 형태로 서식하고 있으리라 예상된다.

SCP-781-KO는 변신 외의 기적술도 사용하였으나, 그 명확한 종류와 능력의 한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까지는 앞서 얘기한 신체 변형과 더불어 정신조작까지만 목격되었다. 그러나 SCP-781-KO가 현재까지 재단의 모든 격리 시도를 벗어날 때마다 추가적인 기적학 요소들이 발견되고는 한다.

SCP-781-KO가 무등산에서 오랫동안 벗어날 경우, 광주광역시 전체의 현실성 수치가 급격하게 낮아진다1. 이로 인해 SCP-781-KO가 격리될 당시 광주광역시 내부의 변칙 개체 및 변칙 사건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였다. SCP-781-KO가 무등산에 존재함에 따라, 광주광역시 전체의 현실을 안정화하는 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제05K기지는 재격리의 용이함 및 현재 격리 기능의 안정화를 위해 무등산 내부로 확장, 이전하였다.

부록 1: SCP-781-KO 회수 기록

SCP-781-KO는 19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반에 등산객들에게 여러번 목격되면서 재단에 이목을 끌게 되었다. 이에 따라 무등산으로 기동특무부대 람다-4 ("조류관찰자")를 파견하여 해당 변칙 개체가 실존하는 지를 확인하고, 만약에 그렇다면 확보하도록 하였다. 아래는 작전하는 동안 있었던 기동특무부대원 사이의 녹취 기록이다.

<기록 시작>

L-1: 마이크 체크

L-2: 하나, 둘, 하나, 둘.

L-3: 셋, 둘, 셋, 둘.

L-4: 넷, 둘, 넷, 둘.

L-1: 전부 이상 없음. 사령부와의 통신 괜찮은지?

사령부: 이상없다.

L-1: 산 속으로 들어가는 만큼, 중간중간 통신에 이상이 생길 수 있으니 보고해주시길.

사령부: 확인.

L-1: 현재까지 SCP-781-KO의 목격 정보를 토대로 자주 나타나는 서식지 몇 군데를 특정해내었다. 우리의 임무는 그 곳을 반복적으로 순찰하면서 해당 개체를 포착 및 격리하는 데에 있다. 이를 위해 모두 마취탄으로 준비해왔지만 혹시 모르니까 실탄 또한 구비해두었다. 이상 임무에 앞서 질문 사항 있는 대원 있나?

L-2, L-3, L-4: 없습니다.

L-1: 좋아, 출발하지.

[임무와 관련 없는 잡담은 생략함]

L-2: 근데 저희 한참을 걸어왔는데 목표 지점에는 언제 도착합니까?

L-1: 여긴데?

L-3: 네?

L-2: 임무 시작 전에 불사조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L-1: 그래, 그랬지.

L-2: 그러면 대충 그슬린 흔적이라던가, 그런게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여긴 그냥 수풀이 너무 우거져 있는데요.

L-4: 어쩌면 불이 안 붙은 불사조일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그냥 그 형상만을 취한 무언가일 수도 있고요.

L-1: 직접 만나보면 알겠지. 일단 여기에는 없는 것 같으니까 이동하자고.

[이동 도중의 잡담은 생략함]

L-1: 모두 정지.

L-2: 놈입니까? 붉은 빛이 보이네요.

L-4: 실제 불은 아닙니다. 깃털이 흩날리면서 불처럼 보이는 거 같아요.

L-3: 그치만 저 정도면 자체발광 아닙니까?

L-4: 낮에 봐서 그 정도까진 모르겠군요.

L-1: 모두 천천히 진입하지. 총은 조준해놓도록.

SCP-781-KO: 거기 누구여?

L-2: 말을 하네?

L-1: 말을 해.

SCP-781-KO: 내 새의 형상을 취했지만 말여, 일케 멋진 새가 실제로 존재하믄 당연히 말을 혀야 하는 거 아닌가? 세상 참말로 좋아졌어, 사람들이 신화를 안 믿응께 말여.

L-1: 사령부,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SCP-781-KO: 엄마? 니들 군인이어야?

사령부: 일단 최대한 대화해보다가 제압을 시도해보는 게 좋겠다.

SCP-781-KO: 제압을 뭐 어찐다고?

L-3: 들었나본데요.

SCP-781-KO: 내가 니들보다 몇 백 살은 더 먹었는디 뭘 어쩌고 저쪄?

L-1: 도망친다! 다들 발포!

[날개짓 소리]

L-2: 뭐야 불이잖아!

L-3: 무슨 불이 총알을 태ㅇ… 아악 뜨거!!

L-1: 3번이 당했다! 불이 붙었어!

[이리저리 구르는 소리와 고통에 찬 신음소리]

L-4: 놈이 저 멀리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쫓을까요?

L-1: 망할, 일단 3번부터 챙기고 후퇴한다! 불 때문에 더 쫓을 수도 없을 거야.

<기록 종료>

추후 조사 결과, L-3에게 화상이 나타나지 않았고, SCP-781-KO와 조우한 지점에서도 불에 의한 흔적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SCP-781-KO가 환각 관련 능력을 가지고 있거나 관련 기적술을 구사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초 조우로부터 3일 뒤, 제05K기지 금가인 격리부장은 SCP-781-KO가 여전히 서식지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기에 신속히 무등산 내부로 후속 탐사 인력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주일 뒤에 제05K기지 사령부는 해당 주장을 받아들여 최초 탐사와 같은 탐사 인력을 꾸려 무등산 내부로 파견했다. 해당 탐사를 주장한 금가인 요원 또한 함께 동행하였다. 아래는 그 녹취록이다.

<기록 시작>

격리부장 금가인: 마이크 체크.

L-1: 하나, 둘, 하나, 둘.

금가인 격리부장: 길어지면 곤란하니 확인이라고만 해주세요.

L-2: 확인했습니다.

L-3: 확인.

L-4: 확인, 확인.

L-1: 격리부장님. 실례가 안되신다면 이번 탐사를 기획하게 된 이유가 어떻게 되죠? 이미 한 번 적대 대상을 만난 조류는 원래 있던 서식지를 벗어날 확률도 꽤 있을 텐데요.

금가인 격리부장: 그건 가면서 애기 드릴게요. [나뭇잎 밟는 소리가 몇 초간 이어진다.] 우선 산 속에 있는 개체 치고 겉모습이 되게 화려하다는 데에서 주목했어요. 아까도 말했지만, 일반적인 새라면 서식지를 옮기겠죠. 하지만 그 전에 적의 눈에 안 띄게 행동할 거예요. 이 개체는 정반대인 거죠. 특히나 사람 말을 했다고 하니, 사람의 성격으로 따지고 보면 굉장히 오만한 새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다면 저희 같은 사람 한두명 왔다고 자기가 사는 장소를 옮길 리가 없는 거죠.

L-1: 흥미롭네요. 그렇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금가인 격리부장: 저도 그래요. 아니라면 무등산 전역을 뒤져봐야죠.

L-2: 그렇게 됐으면 좋겠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네요.

[이동 도중의 잡담은 생략함]

금가인 격리부장: 쉿, 모두 저기.

L-1: 정말 저기 있네요.

금가인 격리부장: 좋아요, 전에 어느 정도 거리에서 개체가 여러분을 눈치 챘죠?

SCP-781-KO: 어, 그 정도 거리에서 알아쳤어.

L-2: 그렇다는데요?

SCP-781-KO: 도대체 먼 배짱으루 전에 왔던 놈들이 똑같이 왔디야. 거 내가 신통방통허지 않았으면 딱 보고 도망쳤다는 예상은 안해봤는겨?

금가인 격리부장: [풀을 헤치고 앞으로 가는 소리] 이번에는 제가 왔으니까요. 좀 특별한 장비도 가져왔고. [총 장전하는 소리]

SCP-781-KO: 어허, 이놈 말하는 뽄새 보소.

[날개짓 소리]

L-1: 격리부장님, 위험합니다!

[총 격발음, 흙에서 구르는 소리와 함께 날개짓 소리가 잦아든다.]

L-2: 대장, 격리부장님! 두 분 다 괜찮으십니까?

금가인 격리부장: 네네, 확실히 진짜 불꽃은 아니다보니까 그렇게 크게 통각이 느껴지진 않는군요.

L-3: 그런데도 개체는 저 멀리서 지켜만 보고 있군요.

L-4: 심지어 전에 봤을 때랑 거리도 비슷하네요. 재수 없는 자식.

L-1: 웃는 얼굴처럼 보이는 데 기분 탓인가?

L-2: 에이, 새가 어떻게 웃어요.

SCP-781-KO: 웃는 거 맞어, 이것들아.

L-4: 역시 재수없군요.

금가인 격리부장: 저런 힘을 가진 변칙 개체가 그렇죠 뭐. 저기에 미소를 가시게 하는 게 저희 일이고.

SCP-781-KO: 그랴. 열심히 해보쇼. 나는 이만 가볼랑께.

금가인 격리부장: 아, 그러고보니 총알은 어디 박혔으려나아.

[날개 퍼덕이는 소리와 둔탁한 추락음]

금가인 격리부장: 효과 좋고.

SCP-781-KO: 뭐야, 이게 뭐야!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금가인 격리부장: 제가 부장 직함까지 달았는데 뭔가 만드는 걸 좋아해서요. 이건, 뭐랄까, 폭발탄의 일종인데 화약 대신 강한 마취제가 든 탄환이라고 하죠. 대신 표적에 적중하기는 보단 주변의 현실조작을 감지하고 터지는 종류죠.

SCP-781-KO: 너이 개새…

금가인 격리부장: 진짜 새한테 그런 소리 듣고 싶지는 않네요. 그래도 대량 생산은 못해서 하나만 들고 왔는데 걸려줘서 고맙다 해야하나.

[풀을 헤치며 나아가는 소리]

SCP-781-KO: 내 몸에서 손 떼!

L-1: 에헤이, 우리 사이에 그러기에요?

금가인 격리부장: SCP-781-KO 포획 완료. 생각보다 개체 크기가 크니 헬기라던가, 뭐 그런거 지원 바람. 이상.

<기록 종료>

부록 2: SCP-781-KO 면담 기록

SCP-781-KO는 격리된 이후 여러 면담 요청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SCP-781-KO의 변칙성 등이 밝혀지지 않아 관련 실험도 모두 보류되었다.

SCP-781-KO가 격리된 지 1주일 후, 광주 지역 내 변칙 개체의 수 및 변칙 현상의 발생 빈도가 더욱 늘어났다. 당시 복개하천 내부에 위치한 제05K기지에서는 이에 맞추어 지속적으로 증축을 해나갔으나, 현실적으로 모든 개체를 격리할 수는 없었다. 이 때 변칙적 개체의 폭발적 증가가 SCP-781-KO가 격리와 관련있을지 모른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에 제05K기지 지도부는 SCP-781-KO와 면담을 성사시키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였다. 이에 격리 과정에 참여했던 금가인 격리부장이 직접 면담을 시도하였으며, 처음으로 이에 대해 성공하였다.

아래는 그에 대한 녹취록이다.

<기록 시작>

[금가인 격리부장이 격리 통제실에 들어온다. 격무로 인해 초췌한 표정이다. 이를 본 SCP-781-KO가 비웃는 표정을 보인다. 금가인 격리부장이 이제까지 급증한 변칙 개체와 관련된 자료를 감시창에 들이대며 손으로 꽉 눌러 고정시킴]

금가인 격리부장: 당신이 한 짓이지?

SCP-781-KO: 엄매, 갑자기 와서 그게 뭔소리디야.

금가인 격리부장: 이제야 말하는군. 당신이 한 짓 맞지?

SCP-781-KO: 일단 많이 피로해보잉께, 긴장을 풀고, 심호흡해서 진정하고 말혀.

금가인 격리부장: 이봐, 미안하지만 피곤해가지고 그런 유머 감각을 잃어버렸어. 핵심만 말해. 당신이 한 짓이야, 아니야?

SCP-781-KO: 보자이보자이… '광주직할시 내 변칙 개체 증가 현황'… 내용은… 그려 요즘 코빼기도 안 보인다혔더니 이래서 난리였구만.

금가인 격리부장: 그래서 대답은?

SCP-781-KO: 맞기도 허고… 아니기도 허고…

금가인 격리부장: [감시창을 강하게 치면서] 핵심만 말하라고!

SCP-781-KO: 워매 무서워브러라잉. 근디 정말로 그게 맞어. 이거시 내가 한 짓은 아닌디 말여. 나랑은 관련이 좀 있는 일이여. 쪼매 긴 이야기일텐디, 괜찮으신가?

금가인 격리부장: 말하는 동안 좀 졸게 한 번 씨부려봐.

SCP-781-KO: 그려 그럼. 일단 얘기하기에 앞서, 산신령이란 존재는 좀 아시나?

금가인 격리부장: 못 믿을 거야 없지. 전설이나 민담에 나오는 존재들을 찾아내는 게 우리 역할이니까. 그게 지금 사태와 무슨 관련이 있지?

SCP-781-KO: 내가 바로 무등산의 산신령이다, 이말이야!

금가인 격리부장: 그래, 그래, 그래서.

SCP-781-KO: 은근 안 놀라는구만?

금가인 격리부장: 어제는 가로등 뽑으려 드는 뭔 도깨비같은 장사를 잡아넣었고, 그제는 길을 잃고 헤메는 처녀귀신을 찾았어. 이제와서 더 놀랄 일이 뭐가 있겠어? 설명이나 하라고.

SCP-781-KO: 흠, 그려. 고생이 많았구만. 하지만 설명이 좀 복잡헌디… 어디 보자… 마을 사람들이 산신에게 제사를 지냈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

금가인 격리부장: 마을의 평안과 안녕을 위해서지.

SCP-781-KO: 그러치. 그 말은 산신에게 마을 사람들을 평안케 할 힘이 있었다는 거제. 그 방법이 무엇이냐, 고것이 꼴에 신이랍시고 보통 수법이 아니여요.

금가인 격리부장: 계속 얘기해봐.

SCP-781-KO: 산신이 '신'이라서 기본적인 신통력은 갖추고는 있는디, 앞에 '산'이 붙어가지고 산에 있어서야 그 힘이 크게 커지게 디야. 거기서 넘쳐난 힘이 주변 마을에 스며들어서 주민들을 지켜주는 거고. 산신이 산에서 들이앉아 마을을 호령항께 튀어나올라는 괴력난신들이 꽁지가 빠져불고 납작 업드리고 억울한 영혼들은 감싸안겨 성불을 하는겨.

[SCP-781-KO가 반응을 유도하듯이 고개를 이리저리 기웃거리지만 격리부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SCP-781-KO: 근디 이렇게 산에 빠져나와있으면 산에서 흐를 기운도 없어지지, 마을 사람들을 막아줄 힘도 없어지지, 그러니까 고런 괴물이나 귀신 같은 것들이 꽁지를 궁둥이 딱 붙인지 위풍당당허게 나돌아다니는 거제. 그런 놈들 잡아들이는 네놈들이 고생하는 거야 당연한기여.

금가인 격리부장: 그러니까, 우리가 당신을 여기 가두고 있어서 지금 우리가 고생하고 있는거다?

SCP-781-KO: 역시 이해가 빨러.

금가인 격리부장: 쉬고 싶으면 풀어달라고 협박하는 거 같은데 지금?

SCP-781-KO: 그럼 별다른 뾰족한 수가 있으신감?

금가인 격리부장: 회의를 좀 해봐야겠어. 나중에 다시 얘기하지.

<기록 종료>

이후 SCP-781-KO의 격리에 대하여 05K기지 지도부 사이에서 지속적인 회의를 거쳤으나,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해당 사항에 대한 결정은 제01K기지 이사관 회의로 넘어갔다.

1985년 5월 24일, SCP-781-KO가 면담 도중 격리실을 탈출하였다. 아래는 당시의 녹취록이다.

<기록 시작>

알렉산드라 라이트 박사: SCP-781-KO, 면담 시작하겠습니다.

SCP-781-KO: 만날 오던 탈모 걸린 아는 어디 가고 니는 누구여?

알렉산드라 라이트 박사: 탈모… 큽, 격리부장님은 잠깐 일이 있으셔서 제가 대신 왔습니다.

SCP-781-KO: 나 떄문이여?

알렉산드라 라이트 박사: 어느 정도는요. 회의 때문에 자료 만들어야 해서요. 시작하기에 앞서, 불편한 부분은 없습니까, SCP-781-KO?

SCP-781-KO: 갇혀 지내는 거 빼고는 다 괜차녀. 혹시 지금 밖에 날씨가 어떻게 되는가?

알렉산드라 라이트 박사: 많이 흐렸습니다. 그럼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죠.

SCP-781-KO: 아니, 아니, 잠깐. 바람이 많이 불었는가?

알렉산드라 라이트 박사: 예, 아무래도 좀 그렇더군요. SCP-781-KO, 당신이 쓰는 기적술에 대한 질문이…

SCP-781-KO: 그럼,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단 말이구만.

알렉산드라 라이트 박사: 무슨 말이죠?

SCP-781-KO: 나가 빠져나가기 좋을 때란 말이여. [SCP-781-KO가 사라진다.]

알렉산드라 라이트 박사: 뭐야! [옆의 진주헌 보안요원에게] 격리실 개방 가능해?

보안요원 진주헌: 아뇨, 변신형 개체일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되어서 당장은 불가능합니다. 일단 내부에 생체 스캔이랑 분석 돌려볼게요.

[보안요원이 격리실 상태를 나타내는 계기판을 조작한다.]

알렉산드라 라이트 박사: 변신형 개체라면, 벌레나 그런 걸로 변해서 환풍구로 나갈 수도 있잖아. 대비는 해뒀지?

보안요원 진주헌: 저희 격리부장님을 뭘로 보시고요. 날파리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놨죠. [사이] 생체 반응 없음?

알렉산드라 라이트 박사: 없다고?

보안요원 진주헌: 잠시만요, 다른 특이점도 보입니다. 내부 기압 상승 및 기류 불안정… 만약 무턱대고 격리실 열었다면 저희들 날아갈 뻔했습니다.

알렉산드라 라이트 박사: 안에 생명체의 흔적은 없는데, 내부에 공기가 휘몰아치는 중이라고? 뭐 바람이라도 되서 나갔다는 거야?

보안요원 진주헌: 그러고보니 오늘 광주에 강풍 주의보가 내렸습니다.

[침묵, 동시에 격리실 내부의 기압이 내려간다.]

알렉산드라 라이트 박사: 격리부장님한테 연결해. 보고할 게 하나 더 늘었다고.

보안요원 진주헌: 비명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네요.

<기록 종료>

부록 3: 제01K기지 한국사령부 거점 기지 이사관 회의 녹취록

아래 내용은 SCP-781-KO의 격리가 파기되던 날에 제01K기지에서 진행된 기지 이사관 회의의 녹취록 일부이다.

SCP재단 한국지역사령부 지역거점기지 이사관 회의

회의 날짜: 1985년 5월 24일

참여자:

  • 제01K기지 이사관 제니퍼 "올라시" 양
  • 제01K기지 수석비서관 백영
  • 제02K기지 이사관 이해융
  • 제04K기지 이사관 김두일
  • 제05K기지 이사관 민수영
  • 제06K기지 이사관 제정우
  • 제07K기지 이사관 연주현

<기록 시작>

백영: 다음 안건입니다. 제05K기지에서 발제해주셨는데, SCP-781-KO 관련 건입니다. 민수영 이사관님께서 직접 얘기해주시겠습니다.

민수영: 네, 감사합니다. 현재 제05K기지는 큰 인력부족과 높은 업무 강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지난 몇 주간 변칙 현상 및 변칙 독립체가 급증하기 때문인데, 최근 이 급증의 원인이 SCP-781-KO에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문제는 SCP-781-KO가 격리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기지 내부에서 SCP-781-KO의 격리 여부에 대해 논의해봤으나, 합의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 사항을 이사관 회의에서 결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만장일치 결정이 나왔고요. 따라서 여기에 대해 여러분의 의견을 묻고 싶습니다.

연주현: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급증 사태의 원인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확인된 것인가요? 아니면 781-KO의 진술에 의존하는 겁니까?

민수영: 최종적으로는 SCP-781-KO의 진술에 확언받은 면이 있습니다. 다만 급증 사태 초기의 조사 결과 SCP-781-KO의 격리 전후로 현실성 수치가 급락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정황으로 이미 확인된 사항을 진술로 확정되었다고 해도 무방할 겁니다.

이해융: 기지 증설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셨습니까?

민수영: 네. 하지만 이대로 증설하면서 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증설 계획이 좀 급하게 이루어지다보니, 내부 동선이 좀 꼬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증설 계획을 밀어붙여야 하고요. 설마 이대로가 계속되지는 않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모든 증설을 마무리하고도 격리실이 꽉 찰 때까지 1~2년 정도 밖에 안 걸리리라 추산됩니다.

제정우: 사태가 그렇게까지 심각합니까?

민수영: 하루에 인원 파견이 필요한 사건만 두 손으로 못 셀 정도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며칠에 한 번씩은 유클리드급 SCP와 관련된 사건이 터지고요. 이대로 있다면 케테르급도 나오지 않으리란 법이 없습니다. 저희가 얼마나 많이 인원 지원 요구를 했는지 저기 이사관님이 잘 아실 겁니다.

[올라시 이사관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민수영: 현재로서는 너무 위험한 유클리드급 개체는 다른 기지로 보내는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지만, 케테르급도 똑같이 처리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백영: 질문 더 있으십니까? 없으면 각자 의견을 피력해주시기 바랍니다.

김두일: 제04K기지에서는 반대하는 바입니다. 저희에게 우선되는 사항은 격리입니다. 격리하는 개체 수를 줄이겠다고 변칙 개체를 풀어놓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해융: 제02K기지입니다. 제05K기지 격리부장이 SCP-781-KO에게 한 방 먹였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격리의 용이성을 위해 SCP-781-KO의 격리를 해제해도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SCP-781-KO가 변형 능력이 있다는 가설이 있는데 사실입니까?

민수영: 명확히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럴 확률이 높습니다. 기본적으로 신체에 현실성 수치가 많이 낮고, 산신의 형태로서는 드문 불사조의 형태, 그리고 자기과시적인 성격을 본다면 그냥 불사조가 멋지니까 불사조로 변신한 형태로 추론됩니다. 그렇다면 다른 형태로도 변신이 가능하다 할 수 있겠죠.

김두일: 또 확실하진 않군요.

이해융: 당장으로선 이 부분에 대해서 확인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그랬다면 재단과의 거래를 통해 평범한 야생동물로 변신해서 살아가도록 할 수 있으니까요.

제정우: 제06K기지입니다. 781-KO의 자기과시적인 성격을 생각해본다면 거래에 제대로 응할지는 걱정입니다. 애초에 격리를 격리당하는 변칙 개체에게 맡긴다는 게 어불성설입니다. 이런 이유로 제06K기지에서는 반대합니다.

연주현: 제07K기지입니다. 그렇다하더라도 SCP-781-KO의 특성을 생각해볼 때 이대로 두는 게 위험하다고는 생각합니다. 산에 새로 기지를 건설하든, 그냥 풀어놓든, SCP-781-KO를 제05K기지에 그대로 두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백영: 현재까지 격리 유지에 2분, 격리하지 않는 것에 2분 의견 주셨습니다. 다른 분들 의견은..

이 때 제05K기지 이사관보가 회의실에 들어와 민수영 이사관에게 귓속말로 얘기를 나눈다.

민수영: 응. [귓속말] 그래서? [귓속말] 음. 결국 그렇게 됐구나. 내가 격리부장에게 요청한 건? [귓속말, 동시에 이사관보가 파일 무더기를 꺼내서 민수영 이사관에게 전달한다.] 그래 수고했어. 가서 참여한 사람들에게 나 올 때까지만이라도 쉬라고 해.

김두일: 무슨 일이죠?

민수영: SCP-781-KO가 탈출했다는군요.

[정적. 서로 꺼낼 말을 못 찾는 표정이다. 마침내 연주현 이사관이 입을 연다.]

연주현: 그럼 이 안건을 계속할 이유가 있을까요? 어차피 이 개체는 무등산에 돌아갔으니, 격리 해제에 관한 의견 대로 된 거 아니겠습니까?

민수영: 아뇨, 안건을 없앨 필요는 없습니다. 안건을 바꿀 필요는 있죠. 저희는 SCP-781-KO의 격리를 유지하는냐 대신 SCP-781-KO를 재격리하느냐라고요.

이해융: 그럼 거기에 대한 당신의 의견은 뭡니까? 다시 잡아들여야 합니까? 아니면 그냥 무등산에 살게 둬야 합니까?

민수영: 둘 다 아닙니다. 하지만 연주현 이사관님께서 얘기한 것과 비슷한 결을 가진 대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민수영 이사관이 전달받은 서류를 모두에게 나눠준다.] 저는 제05K기지를 무등산 내부로 옮길 것을 제안하는 바입니다.

연주현: 뭐라고요?

제정우: 당신은 왜 놀랍니까.

김두일: 경제적으로 부담이 너무 클 겁니다. 이미 수용 중인 개체가 많은 지금, 그걸 어떻게 옮기는 지도 모두 문제가 될 거고요…… 아.

이해융: 그래서 이 서류들이…

민수영: 격무에 시달리던 이후, SCP-781-KO를 격리한 격리 부장 및 여러 이사관보 분들과 논의해서 내린 결론입니다. 이 회의에서 얘기하기 위해 기지를 옮길 가능성에 대한 서류들도 이렇게 준비해왔고요. 근처에 적당히 매입해서 기지로 쓸 부지. 역정보 내용, 청산 가능한 연구 가치가 없는 SCP들, 기타 SCP들 이주 계획 등등, 새 기지로 옮기는 것에 대한 모든 정보들을 수합하여 여기에 있습니다. 저희의 조사에 대해 이견이 있으시다면 얘기해주십시오. 더 고민해보면 되니까요.

[종이 넘기는 소리. 다들 읽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해융: 단기간에 만들었으니 조금 부족한 부분은 보여도… 틀 자체는 나쁠 것이 없군요. 정말 대단해요. 직원을 여기에 얼마나 쏟아부으신 겁니까?

민수영: 윤리위원회에 제소되기 싫으니 말을 아끼겠습니다. 다만 무수면 최고 기록을 넘겼다고만 해두죠.

김두일: 흥미롭군요… 정말 흥미로워요… 건설 기간이 오래 걸리리라 예상되는 것만 빼면요. 여기에 대한 해법은 있습니까?

민수영: 안타깝게도 거기에 대해서는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SCP-781-KO가 탈출한 지금, 이전 문제에 집중할 수 있을 만큼의 여지가 생겼다는 게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SCP-781-KO도 저희에게 한 번 데인 만큼, 그렇게 과시하며 다니지는 않을 것 같고요.

제정우: 이전 계획이 상당히 이상적인 해결책임은 동의합니다. 그래도 격리 개체에게 그런 행위를 하리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요?

민수영: 설마 산신이 그렇게 쪼잔할까요.

올라시: 확실한 건 재밌는 생각이라는 겁니다. 해결안을 이대로 두고 표결을 진행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좋습니다. 찬성하시는 분?

[민수영 이사관, 이해융 이사관, 연주현 이사관, 김두일 이사관, 올라시 이사관이 거수한다.]

연주현: 김두일 이사관님은 의견을 바꾸셨군요.

김두일: 이 두터운 걸 작성하신 분들의 정성을 생각해서입니다.

올라시: 반대하시는 분?

[제정우 이사관이 거수한다.]

올라시: 좋습니다. (헛기침) 제05K기지 이사계획을 가결하도록 하죠.

<기록 종료>

부록 4: SCP-781-KO 발견 및 면담 기록
다음은 금가인 격리부장이 휴가 도중에 SCP-781-KO를 발견했을 때의 영상 기록이다. 당시 SCP-781-KO는 비격리 대상으로 지정되어 있었으며, 휴가 중이었던 사정 탓에 바로 재격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기록 시작>


영상은 계곡에서 헤엄치고 있는 수달을 비추면서 시작한다. 금가인 격리부장은 무등산 계곡에 위치한 식당에 방문하였다가 수달을 발견하고 캠코더를 켰다고 진술하였다.

수달이 점점 카메라를 향해 다가온다. 금가인 격리부장이 흥분했는지 카메라가 조금 흔들린다. 수달은 금가인 격리부장이 앉아있는 계곡가의 평상에 올라온다. 동시에 수달은 흰색의 긴 머리카락과 수염을 가진 중노년의 인물로 변한다. 복식은 녹색 두루마기를 입었으며, 그외 외형상 특별한 사항은 없다. 노인이 말을 하자, SCP-781-KO와 동일한 목소리임이 파악된다.

SCP-781-KO: 뭐여, 별로 안 놀라네. 괜히 무안시럽게.

금가인 격리부장: 아니, 내가 뭐, 이 정도가지고 놀랄 짬도 아니고. 당신 탈출하기 전까지 도깨비랑 처녀귀신 잡으러 다녔다니까? 꽃 달고 다니는 사람과 사람 잡아먹는 꽃이 사는 섬에 대해선 들어봤나 몰라.

SCP-781-KO: 아, 도원 말여?

금가인 격리부장: 오, 들어봤나 보네.

SCP-781-KO: 나도 살아온 세월이 세월이라서 말여. [사이] 이젠 나 안 잡아가는겨?

금가인 격리부장: 음, 휴가인데 그렇게 힘 빼고 싶지는 않아서. 마취총도 안 가지고 나왔고 말이지. 안타깝게도.

SCP-781-KO: 포기하지는 않았단 말이구만.

금가인 격리부장: 언제나 답을 찾을 수 있는데 포기해서 뭐해.

SCP-781-KO: 그려, 어떤 방법인감?

금가인 격리부장: 그걸 당사자한테 말해주는 바보가 어딨어?

SCP-781-KO: 거, 요즘 산이 궁둥이가 슬슬 가렵다고 혀서 말이지… 혹시 자네들이 뭐 알고 있는 게 없나 혀서 말이여.

금가인 격리부장: [사이] 정말 몰라서 하는 말이야?

SCP-781-KO: 당연히 그짓말이지. 요 끈질기고 깜찍한 녀석들아. 정말 징하다 징혀. 이렇게까지 효율적으로 날 잡아묵고 싶은 것들은 내 천 년 넘게 살면서 처음이여.

금가인 격리부장: [식탁 위의 삼계탕을 가리키며] 이것처럼 잡아먹지는 않아. 잡아 가두는 거라고.

SCP-781-KO: 고것이나 고것이나. 썩어문드러지는 건 똑같겄구만.

금가인 격리부장: 그래서 방해할거야?

SCP-781-KO: 아니.

금가인 격리부장: 어쭈? 자신있나봐?

SCP-781-KO: 글씨다… 자신있다기 보단 난 그네들을 존중하는 것이여. 내는 천하의 이성계가 와도 쫄지 않고 꺼지라 했던 존재여. 그만큼 저항과 투쟁의 마음가짐을 내 아래의 사람들에게 남겨주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했었다고. 그러다가… 에잇. 소주 같은 거 없남?

금가인 격리부장: 안 마셔.

SCP-781-KO: 에라이, 네놈 술 받을 조상이 불쌍하다. 아무튼 나는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몸부림 치는 그네들을 존중한다는 거여. 설령 그 저항이 대상이 나일지라도 말이여.

금가인 격리부장: 그것 참 고맙네. 그러면서도 찾기 힘들게 다른 야생동물로 변신하고 말이야.

SCP-781-KO: 흐흐, 이건 나와 그네들의 대결이여. 상대가 최선을 다하는 만큼 나도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하는 거 아니겄어?

금가인 격리부장: 예이예이, 알아서 하셔요.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 반드시 잡아넣을 테니까.

SCP-781-KO: 끌끌, 그려 고생혀!

SCP-781-KO가 다시 수달로 변해 계곡을 거슬러 올라간다. 금가인 격리부장은 수달의 형태가 보이지 않게 되자 이내 카메라를 끈다.

<기록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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