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756-KO

특수 격리 절차: SCP-756-KO는 21K기지 분석심리학부 건물 지하 1층 표준 인간형 격리실에 격리한다. 격리실의 한쪽 면을 텔레킬 합금을 덧대어 대상으로부터 면담자를 보호한다. 흡수한 텔레파시를 일정 시간 이후에 재방출하는 텔레킬 합금의 특성으로 인해 정기적으로 텔레킬 합금을 교체하고, 기존 텔레킬 합금은 기지 외곽 지역으로 운송하여 텔레파시를 안전히 방출시킨다.

분석심리학부장 천세윤 박사는 일정에 따라 SCP-756-KO와 정기적으로 면담을 하며 심리를 평가한다. 면담 이후 천세윤 박사는 SCP-756-KO로 인한 정신적 영향이 없는지 곽수일 박사의 주관으로 정신 클리닉을 받아야 한다.

설명: SCP-756-KO는 현 분석심리학부의 부서장인 천세윤 박사로 인식되고 있는 인간형 독립체이다. SCP-756-KO는 자신의 외모와 목소리, 행동양식, 성격 등을 모두 천세윤 박사와 동일하게 인식시키는 텔레파시적 특성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 본래의 천세윤 박사와 SCP-756-KO를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나 SCP-756-KO이 가진 텔레파시 특성으로 인해 JUNG 아키텍쳐 기반 사이킥 감식기로 쉽게 구분이 가능하다. SCP-756-KO는 지속적으로 자신이 진짜 천세윤 박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술한 방법을 통해 쉽게 파훼된다.

발견기록: 2020년 11월 21일 21K기지 분석심리학부 본관 천세윤 박사의 사무실 내에서 SCP-756-KO이 존재하는 것을 천세윤 박사가 발견하였다. 이후 JUNG 아키텍쳐 인격구조 스캐너 및 사이킥 감식기를 통해 SCP-756-KO의 변칙성이 확인되었고, 그 즉시 SCP-756-KO는 격리조치가 되었다. 당시 SCP-756-KO는 격리 조치에 순순히 응하였다.


1주차

1차 면담기록

개요: SCP-756-KO가 격리된 직후 분석심리학부 내부규정에 따라 천세윤 박사가 직접 면담을 진행, 이후 곽수일 박사의 주관으로 천세윤 박사와 정신 클리닉을 실시함.

면담자: 천세윤 박사

대상: SCP-756-KO


<기록 시작>

SCP-756-KO: 여어, 가짜 어서오고.

천세윤 박사: 아직까지도 여유로워 보이는군.

SCP-756-KO: 방금 내 말투 따라 한 거야? 좀 더 노력해봐, 비음을 살짝 더 섞어보라고. 목걸이도 안 차고 있네.

천세윤 박사: 면담을 시작하지. 너는 누구지?

SCP-756-KO: 천세윤. 분석심리학부장.

천세윤 박사: 어떻게 21K 기지에 잠입한 거지?

SCP-756-KO: 잠입은 모르겠고 들어온건 예전에 윤금선 교수님이 직접 추천사 써줘서 왔는데, 예전에. 너는 언제인지 기억하나?

천세윤 박사: 7년 전쯤이지. 수일이랑 같이 추천받아서 여기 들어왔잖아.

SCP-756-KO: 오오, 새끼 공부 열심히 했는데? 곽수일이 편하게 부르는 거 보니까 진짜 조사 많이 했네.

천세윤 박사: 왜 나를 사칭하고 있는 거지? 무엇을 원하는 거야?

SCP-756-KO: [노래를 흥얼거림]

천세윤 박사: SCP-756-KO?

SCP-756-KO: 뭐 나야 모르지? JUNG 아키텍쳐에 접근하려고? 아니면 SCiPNET에 침투해서 자신과 관련한 정보를 삭제하거나 변조시키려고? [노래를 마저 흥얼거림]

천세윤 박사: [침묵] 그럼 예정대로 심리상담을…

SCP-756-KO: [말을 끊고] 그, 다음엔 좀 책 같은 거 넣어주면 안 되나? 심심해 죽겠네.

천세윤 박사: 아니, 그런 불가능해. 넌 지금 요주의 인물일 뿐 아니라 SCP로 등록되었다고.

SCP-756-KO: 그래? 그럼 어쩔 수 없네… 에구구, 으아아… 바닥이 좀 차네.

천세윤 박사: SCP-756-KO? 지금 뭐 하는…

SCP-756-KO: 졸려.

천세윤 박사: 뭐?

SCP-756-KO: 원래 천세윤은 잠을 많이 잔다고. 그, 미안한데, 가면서 불 좀 꺼주라.

천세윤 박사: … 심리 평가는 보류하는걸로.

SCP-756-KO: 뭐야 끝이야? 어, 수고했고, 담주에 보자. 난 이제 낮잠이나 자련다.

<기록 종료>


1차 클리닉 녹음기록

주관: 곽수일 박사

대상: 천세윤 박사


<녹화 시작>

화면을 켠 곽수일 박사가 화면을 차지하고 있다.

곽수일 박사: 혹시 모를 정신오염에 대비한 거니까 보존용으로 녹화 기록 시작할게. 규정에 따라서.

천세윤 박사: 그래.

곽수일 박사: 그래. 네가 '굳이' 수립한 규정에 따라서. 일단 이거 받아.

천세윤 박사: 이게 뭔데?

곽수일 박사: 다음에 756-KO 면담할 때 필요한 파일 요청한 거.

천세윤 박사: 아 맞아.

곽수일 박사: 근데 이 요상한 표지 좀 제발 고치면 안 돼? 갑자기 바꿔서 부서 내부에서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illusion0.png

천세윤 박사: 왜 재미있잖아, 착시현상

곽수일 박사: [한숨] 말을 말자.

곽수일 박사가 테이블에 서류가방을 올려두고 가방을 연다.

곽수일 박사: 그럼 1차 클리닉을 시작할게.

천세윤 박사: 그럼 부탁해.

곽수일 박사: 세트 좀 설치할게, 잠시만.

천세윤 박사: 이제 뭐 하는 거지?

곽수일 박사: 분석심리학부에서 변칙개체와 면담 이후엔 혹시 모를 정신적인 이상이 생기진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간단한 테스트 하는거야. 의사들이 손전등 눈에 비춰서 홍채 반응 확인하는 거랑 같은 거지.

천세윤 박사: 피곤한데 그냥 대충 해.

곽수일 박사가 고무로 만들어진 손 모형과 붓을 꺼냄.

곽수일 박사: 감각 기능 먼저 간단히 확인할게. 왼손을 여기 검은 상자 안에 넣고 모형 손을 바라봐 줘.

천세윤 박사: 응.

곽수일 박사는 양손에 붓을 들고 고무손과 왼손을 동시에 같은 부위를 쓸어내린다.

곽수일 박사: 어때?

천세윤 박사: 이거 느낌이 이상한데? 고무손이 꼭 진짜 내 손이 된 느낌이야.

곽수일 박사: 음, 그럼 감각기능 정상. 다른 기능은 빠르게 검사할게. 다음 단어의 공통점을 최대한 많이 말해줘 사과 딸기 자두.

천세윤 박사: 과일, 구형, 빨간색… 새콤달콤.

곽수일 박사: 사고 기능 정상. 몇주 전쯤에 새로 들어온 신입 봤어? 어때 보여?

천세윤 박사: 다홍이?

곽수일 박사: 아니 걔 말고, 걔 후임으로 온 애.

천세윤 박사: 아, 희영이? 걔는 좀… 사람이 내성적인 거 같더라. 다홍이가 발산하는 에너지에 꽤 시달리겠는데. 그래도 사람은 좋아 보이더라 인상이 긍정적이야. 그러고 보니 요새 희영이를 잘 못 봤네.

곽수일 박사: 감정 기능 정상. 직관 기능은 장비가 고장 나서 패스.

천세윤 박사: 그럼 클리닉은 이렇게 끝?

곽수일 박사: 일단은? 아, 맞아 그리고 이거. 니가 이야기한 각설탕 가져왔어.

천세윤 박사: 아 고마워. 거기 테이블에다 두고

곽수일 박사: 그럼 농땡이나 잘 피우고. 난 가본다.

천세윤 박사: 그래 잘 가. 캠은 내가 끔.

곽수일 박사: 오케이. 그리고 제발 비밀번호는 외우고 다녀. 어디 써놓지 말고. 예전에 보안부한테 그렇게 털리고도 정신 못차렸구나.

천세윤 박사: 나 알아서 할 거야.

곽수일 박사는 한숨을 쉬고는 가방을 들고 사무실을 떠남.

천세윤 박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닫힌 문을 잠시 쳐다보고는 각설탕 하나를 까서 입에 던져넣음.

카메라를 바라보고 손을 뻗어 카메라를 종료함.

<녹화 종료>


2주차

2차 면담기록

면담자: 천세윤 박사

대상: SCP-756-KO


<기록 시작>

천세윤 박사: SCP-756-KO?

SCP-756-KO: [코 고는 소리]

천세윤 박사: … 756-KO?

SCP-756-KO: [코 고는 소리]

천세윤 박사: [한숨] 야, 천세윤!

SCP-756-KO: [부스럭거리는 소리] 으아아… 불렀어? 근데 지금은 낮잠 타임이라서 말야.

천세윤 박사: 정기 면담 시간이야.

SCP-756-KO: 너는 요새 낮잠 많이 자냐? 나는 점심 먹고 사무실에서 낮잠을 꼭 자는데, 얼굴 보니까 방금 낮잠 자고 온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아. 좀 더 분발해 봐.

천세윤 박사: 오늘은 심리평가를 할 거야. 제대로 말이야.

SCP-756-KO: 넌 가짜라서 심리학 잘 모르잖아. 분석심리학에서 말하는 의식의 기능 4가지 말해봐.

천세윤 박사: 사고, 감정, 감각, 직관.

SCP-756-KO: A형 텔레파시와 B형 텔레파시의 차이점은?

천세윤 박사: 특정한 정신반응을 읽어내는 거만 가능하면 A형, 유도하는 것이 가능하면 B형, 둘 다 되면 C형.

SCP-756-KO: 땡! 하하! 뭐야, 그러고도 분석심리학부장이야? 정답은 집단무의식을 경유하는지의 여부였습니다, 빠밤.

천세윤 박사: 그거는 1형과 2형이잖아. 그래서 A1형, B1형 이런 식으로 표현하지.

SCP-756-KO: 이야, 너 진짜 공부 많이 했구나, 함정에도 안 걸리네. 여기서 일하던 친구인가?

천세윤 박사: … 심리평가나 마저 하도록 하지.

SCP-756-KO: 심리검사는 해석법을 아는 사람한테는 안 통하는데, 어떻게 하려고?

천세윤 박사: 그냥 간단히 대화나 하는 거지. 정 안되면 JUNG 아키텍쳐를 쓸 수도 있고.

SCP-756-KO: [웃음] '정' 안되면 'JUNG' 아키텍쳐를 쓴다고? 히히…

천세윤 박사: JUNG은 '정'이라고 읽는 게 아니라 설계자의 이름을 따서 '융'이라고 읽어.

SCP-756-KO: 나도 알아. 말장난도 못 하나. 그럼 어떤 대화를 하면 되지?

천세윤 박사: 음, 뭐가 좋을까. 우리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나 해보지.

SCP-756-KO: 그래, 감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천세윤 박사: … 갑자기?

SCP-756-KO: 그냥, 생각났어.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고 하는 게 사실은 지극히 의식적인 행위잖아.

천세윤 박사: 애초에 의식의 4가지 기능 중 하나니까.

SCP-756-KO: 그래, 그런데 무의식적인 반응으로 인해 없는 감각이 생겨나거나 기존의 감각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지.

천세윤 박사: 대개 정신증을 겪는 환자들에게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지. 환영과 환청 등도 있고, 아니면 몸 어딘가에 존재하지 않는 상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고.

SCP-756-KO: 꼭 정신질환자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우리 눈의 맹점은 실제로 안 보이는 시각의 사각지대지만 우리의 뇌는 그것을 속이고 다 보인다고 인식시키잖아. 그렇다면 우리가 보는 것이 결국 진짜라고 할 수 있을까?

SCP-756-KO가 자신의 목을 가리킨다.

SCP-756-KO: 내가 찬 이 목걸이는 사실 내 인식이 만들어낸 허상일 수도 있지. 우리 스스로는 그것을 구분할 수 없고.

천세윤 박사: 지금 목걸이를 안 차고 있어.

SCP-756-KO: 하하 그래. 나도 알아. 그냥 재미난 설명을 해보려고 한 소리야. 항상 그 목걸이를 차고 다녔는데, 없으니까 허전하네. 아마 책상 서랍 어딘가 있을 텐데, 다음 면담 땐 좀 읽을만한 책이랑 그 목걸이도 반입 가능할까?

천세윤 박사: 아니.

SCP-756-KO: 진짜 재미없게 사네.

<기록 종료>


2차 클리닉 녹음기록

주관: 곽수일 박사

대상: 천세윤 박사


<녹화 시작>

곽수일 박사: 오, 간만에 그 목걸이 다시 차네.

천세윤 박사: 책상 정리하다 안에서 발견했어. 클리닉 때문에 온 거지?

곽수일 박사: 어. 빠르게 간단히만 하자. 방식은 지난번이랑 똑같아.

서류가방을 열고 상자와 고무손을 꺼낸다.

곽수일 박사: 어때?

천세윤 박사: 똑같아. 고무손이 내 손이 된 것 같은 느낌.

곽수일 박사: 감각 기능 이상 없고, 라면, 비빔밥, 떡볶이.

천세윤 박사: 요리이고, 맵고, 빨간색이라는 공통점이 있지. 그리고 다 맛있고.

곽수일 박사: 사고 기능 이상 무, 좋아하는 거 아무거나 대봐.

천세윤 박사: 어… 강아지, 낮잠, 핑크플로이드…

곽수일 박사: 음, 감정 기능 이상 무.

천세윤 박사: [기지개를 켬] 으아, 이거 언제까지 해야 해?

곽수일 박사: 일단 다음주에 있는 면담이 아마 마지막이 될 거니까 그때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야지.

천세윤 박사: 그래 그럼 그때도 부탁해.

곽수일 박사: 오케이, 그리고 곧 보안부 감찰 있을 거니까 제발 SCiPNET 비밀번호 좀 외워두고. 맨날 까먹어 어떻게.

천세윤 박사: 아, 어…

곽수일 박사: 그럼 난 가본다?

천세윤 박사: 아아 잠깐 잠깐, 그, 미안한데, SCiPNET에서 PoI 데이터베이스 쪽 접근하려는데 추가 패스워드가 있더라고. 혹시 내꺼 기억하고 있어?

곽수일 박사: 아니? 보통 수첩에 적어두잖아 넌. 설마 수첩도 잃어버린 거야?

천세윤 박사: 아니아니, 그냥 거기에 없길래… 맞아 또 잊어버렸어.

곽수일 박사: [한숨] 적어둔 쪽지가 어디 책상 밑에 굴러다니겠지. 좀 찾아봐, 보안부가 먼저 찾기 전에. 난 모른다…

천세윤 박사: 헤헤…

곽수일 박사: 그럼 난 진짜 간다.

천세윤 박사: 어 빠이.

곽수일 박사가 문을 나서고 천세윤 박사가 커피에 각설탕을 듬쁙 넣어 마신다.

천세윤 박사: 어? 잠깐, 수일아? 고무손 놓고 갔다!

천세윤 박사는 두리번 거리다 테이블에 놓인 고무손을 잡는다. 곧이어 놀라 모형을 손에서 놓친다.

천세윤 박사: 뭐? 뭐야, 이거…

손가락으로 모형 손을 툭툭 건드린다.

천세윤 박사: 왜… 감각이 느껴지지?

두리번거리다 여전히 녹화되고 있는 캠코더를 발견하고 황급히 종료시킨다.

<녹화 종료>


3주차

3차 면담기록

면담자: 천세윤 박사

대상: SCP-756-KO


<기록 시작>

SCP-756-KO: 여어, 어서 와. 목걸이도 찼네?

천세윤 박사: 어떻게 한거야?

SCP-756-KO: 뭐? 어떻게라니? 뭘?

천세윤 박사: 이거 말이야.

SCP-756-KO: 아, 고무손? 그게 왜?

천세윤 박사: 모르는 척 하지 마. 왜 내가 이것을 만지면 내 왼손에도 똑같은 감각이 느껴지는 거지?

SCP-756-KO: 나는 모르겠는데? 난 여기 계속 있었는데?

천세윤 박사: 우리가 면담하는 사이 나에게 텔레파시로 어떤 암시를 준거 아니야?

SCP-756-KO: 특격차에 안 쓰여있나? 우리 둘 사이엔 텔레킬 합금이 가로막고 있어. 난 너에게 어떤 텔레파시도 읽어내거나 보낼 수 없어. 너도 마찬가지고.

천세윤 박사: 그럼 대체 왜… 어떻게…

SCP-756-KO: 감각을 신뢰하는 편이야?

천세윤 박사: 뭐?

SCP-756-KO: 감각은 생각보다 그렇게 정확한 게 아니야. 우리는 인간의 인식이 의도하는 대로 느낀다 이 말이야.

천세윤 박사: 딴소리하지 마. 이게 어떻게 된 거냐고. 빨리 말해.

SCP-756-KO: 헤헤… 성격이 급하시네. 그거랑 관련된 이야기니까 그러지. 그러니까 아까 이야기는 곧 우리가 인식하는 세상과 실제 세상에 차이가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거야. 그렇다면 우리는 결코 우리의 감각, 즉, 인식을 신뢰할 수 없다는 거지.

천세윤 박사: 하, 말은 그럴 듯하군.

SCP-756-KO: 그럴 듯한게 아니라 실제로 그래. 내가 괜히 보고서의 표지를 착시현상으로 둔 게 아니라니까? 표지나 한번 보고 말하셔. 빙글빙글 돌고 있잖아. 실제론 그러지 않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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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756-KO: 봐! 우리의 감각이 얼마나 부정확한지, 우리가 알고 느끼는 세상이 실제와는 다를 수 있다는 거 배웠잖아. 안 그래?

천세윤 박사: 그건 정신증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질환이잖아.

SCP-756-KO: 우리가 정신증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어떻게 확신하지?

천세윤 박사: 그래서 내가 왜 이 고무손의 감각을 느끼는 건데?

SCP-756-KO: [콧노래를 흥얼거림]

천세윤 박사: 왜? 대체 왜?

SCP-756-KO: 말했잖아? 너의 인식이 그렇게 정의 내리고 있는 거라니까? 요새 목에 난 상처는 좀 좋아졌나? 어째 지난번보다 멍이 더 많이 든 거 같은데?

천세윤 박사: 꺼져, 천세윤. 네 말은 아무것도 믿지 않을 거야.

SCP-756-KO: 좋은 자세야. 심리학에 있어서 자기 자신도 믿을게 못 된다는 것이 꽤 중요한 진리로 작용하지.

천세윤 박사: 돌려내!

SCP-756-KO: 내가 한 거 아니라니까? 그건 너에게 달린거라고. [콧노래를 흥얼거림]

천세윤 박사: [격리실 벽을 주먹으로 내려침]

SCP-756-KO: 내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은 거기에 너무 신경 쓰지 말라는 거야. 그럴수록 정신에너지가 낭비되잖아. 다른 사람들을 텔레파시로 속이는데 이미 많이 소모하고 있을 텐데.

천세윤 박사: 하하…

SCP-756-KO: [콧노래를 흥얼거림]

<기록 종료>


3차 클리닉 녹음기록

주관: 곽수일 박사, 강다홍 연구원

대상: 천세윤 박사


<녹화 시작>

강다홍 연구원: 안녕하세요! 오늘은 저도 같이 왔어요!

천세윤 박사:

곽수일 박사: 뭐야, 오늘은 왜 이렇게 우수에 젖어 있어. 가을 타냐?

천세윤 박사: 아니 그냥…

강다홍 연구원: 헤… 천박사님 저런 모습 처음 보는데요?

곽수일 박사: 아무튼 다홍씨, 클리닉 세팅해주세요.

강다홍 연구원: 넵!

천세윤 박사: 그래, 맞아. 클리닉.

곽수일 박사: 슬슬 시작 해 볼까? 지난번에 고무손을 여기 놓고 간 거 같아서 말이야.

강다홍 연구원: 천박사님! 천박사님! 각설탕 하나만 먹어도 되요?

천세윤 박사: 아오 정신 없어. 그래 먹어.

강다홍 연구원이 각설탕 하나를 입에 넣는다.

강다홍 연구원: 어우! 짜! 이거 뭐예요? 소금 아니에요?

천세윤 박사: 뭐?

강다홍 연구원: 누가 소금을 각설탕처럼 포장해요? 으으, 짜…

천세윤 박사: 그거 소금이었어?

곽수일 박사: 어 맞잖아. 뭘 새삼스럽게.

천세윤 박사: 무슨 소리야 니가 먼저 나에게 각설탕이라고 말을 하면서 줬잖아.

곽수일 박사: 당황스럽네, 한 3주 전쯤에 니가 먼저 연구 목적으로 각소금을 '각설탕'이라고 불러달라고 나한테 말했었잖아?

천세윤 박사: 그으… 랬나…?

강다홍 연구원: 그럼 고무손은 어떻게 하나요? 가져오나요?

곽수일 박사: 어 그래. 클리닉은 마저 해야지.

천세윤 박사: 아앗! 고무손 만지지 마!

강다홍 연구원: 네? 왜요?

곽수일 박사: 혼란스러워 하는거 같은데,

천세윤 박사: 그… 그런거 같아. 목… 목에 상처 자국이 느껴지는데… 보여?

강다홍 연구원: 아니… 요…?

곽수일 박사: 감각 기능에 이상이 생긴 거 아니야? 잠깐, 혹시 지금 현실감이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드니? 다홍씨! 그 고무손 내려놔요!

천세윤 박사: 내가 목걸이를 차고 있던가? 목에 상처가 있던가? 다홍…씨… 뒤에 누가 있는거 아니에요? 웅성거리는 소리가 너무 큰데…

강다홍 연구원: 네?? 여기는 저희 셋밖에 없는데요? 저 무서워요…

곽수일 박사: 환영과 환청을 겪는 것 같아. 세윤씨! 정신 좀 차려봐! 다홍씨, 세윤씨 좀 부축해봐요.

천세윤 박사: 나, 눈이 안 보여, 누가 내 눈을 가렸어…

강다홍 연구원: 그… 그런데… 천박사님 목걸이가 뜨거워요…

곽수일 박사: 뭐? 이거 텔레킬 합금 아니야?

강다홍 연구원: 그렇다면… 현재 텔레파시 방출 중이에요! 물러나세요!

곽수일 박사: 주변에 이 정도 세기의 텔레파시 근원지는 따로 없는데…

강다홍 연구원: 이 정도 축적될 양이면 근원지가 목걸이와 꼭 붙어있어야 할 텐데…

곽수일 박사: 그렇다는 건…

바닥에 쓰러진 천세윤 박사의 모습이 깜빡인다.

강다홍 연구원: 천… 천박사님의 모습이… 희… 희영씨?

곽수일 박사: 그래, 그렇게 된 것이군.

강다홍 연구원: … 지금 바로 756-KO의 격리실로 뛰어갈게요.

곽수일 박사: 그래 부탁해.

<녹화 종료>


















특수 격리 절차: SCP-756-KO는 21K기지 분석심리학부 건물 지하 1층에 위치한 텔레킬 합금을 덧댄 표준 인간형 격리실에 격리되어 있다. 대상은 현재 자가 최면 상태에 빠져 있어 활동성을 보이지 않으므로 식도와 연결된 고무튜브를 통해 식사를 제공한다. SCP-756-KO에 접근하는 인원은 텔레킬 방호복을 꼭 착용해야 한다.

텔레파시 재방출 시기가 되면 정기적으로 텔레킬 합금을 교체하고, 기존 텔레킬 합금은 외곽 지역으로 운송하여 텔레파시를 안전히 방출시킨다.

설명: SCP-756-KO는 과거 분석심리학부 소속이었던 진희영 연구원으로, B1형 텔레파시 사용자이다. 주로 타인의 감각을 임의로 조정할 수 있어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약 3주간 분석심리학부의 인원들로 하여금 자신을 부서장인 천세윤 박사로 인식하게끔 감각을 유도했다.

해당 독립체는 부서원으로 근무하며 분석심리학과 변칙적 초심리학에 대한 지식을 쌓으며 천세윤 박사로 위장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고, 천세윤 박사가 소홀히 보관한 SCiPNET의 계정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발견하자 곧 실행에 옮겼다.

대상은 자신의 외형과 목소리를 천세윤 박사와 동일하게 인지되도록 타인의 감각을 조정했으며, 본래의 천세윤 박사에 대한 JUNG 아키텍쳐 기반 사이킥 감식기의 결과를 실제와 다르게 인식하게 하여 천세윤 박사에게 SCP-756-KO라는 일련번호를 부여하고 격리시키는 데까지 성공했다.

천세윤 박사로 위장한 시점 이후로 대상은 SCiPNET에 침투하여 자신에 대한 정보를 삭제하려 시도했으나 기존 천세윤 박사가 특수히 걸어둔 PoI 데이터베이스 접근 암호를 풀지 못해 그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 SCP-756-KO는 당시에 새롭게 실시된 정신 감정 클리닉의 부작용과 당시 천세윤 박사를 모사하기 위해 찬 텔레킬 합금으로 이루어진 목걸이의 연쇄 작용으로 인해 자가 최면상태에 빠져 스스로 무력화되었다. 이후 천세윤 박사는 본인임을 인증받은 뒤 격리에서 해제되었고, 대상은 기존 천세윤 박사가 할당되었던 일련번호인 SCP-756-KO를 재할당 받게 되어 현재의 격리절차에 따라 격리되었다.


1주차

1차 면담기록

면담자: 천세윤 박사

대상: SCP-756-KO


<기록 시작>

천세윤 박사: 여어 오랜만.

SCP-756-KO: [낮게 웅얼거림]

천세윤 박사: 지금은 좀 괜찮아졌으려나?

SCP-756-KO: 어어어으으…

천세윤 박사: 이거 상태가 맛이 가버렸구먼. 내 말은 들려?

SCP-756-KO: [웅얼거림]

천세윤 박사: 완전히 스스로 감각을 차단해 버린 것 같네. 의식적으로 아무것도 보고 듣고 느낄 수 없겠지만, 그냥 들어. 무의식적으로라도 알아듣겠지 아마.

SCP-756-KO: [알아들을 수 없이 중얼거림]

천세윤 박사: 니 꼴을 봐. 그러게 적당히 했어야지.

SCP-756-KO: [판독 불가]

천세윤 박사: 너 스스로 자초한 일이야. 난 경고 했다. 희영아.

SCP-756-KO: 으으으… 어어어…

천세윤 박사: 솔직히 너 처음 여기 입사하는 그 순간에도 난 그걸 알아차렸어. 너의 정체와 능력과 의도 모두.

침묵

천세윤 박사: 그리고 우리 업무에 대한 열정까지도. 그렇게 보면 또 우린 닮은 점이 많아 보이기도 하네.

SCP-756-KO: [낮게 웅얼거림]

천세윤 박사: 그래서 네가 어디까지 가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던 걸지도? 사실 넌 언제든지 그걸 되돌릴 수 있었어. 그걸 다른 한편으론 후회하기도 했다는 걸 알아.

SCP-756-KO: [허공을 쳐다보며 눈을 깜빡임]

천세윤 박사: 음…

한숨 소리

천세윤 박사: 오늘 면담은 여기까지.

SCP-756-KO: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림]

<기록 종료>


1차 클리닉 녹음기록

주관: 곽수일 박사, 강다홍 연구원

대상: 천세윤 박사


<녹화 시작>

곽수일 박사가 캠코더를 켬

곽수일 박사: 바깥공기는 어떠셔?

강다홍 연구원: 으아아아!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천세윤 박사: 헤, 그냥 운이 좋았던 거지. 그나저나 웬 캠코더?

곽수일 박사: 클리닉 때문이지. 당연히. 아 넌 격리 해제된 이후에는 처음이겠구나?

천세윤 박사: 아 그거 이제 필요 없어.

강다홍 연구원: 네? 756-KO하고… 그러니까 진짜 756-KO하고 접촉했으니까… 정신감정을 받아야 하지 않겠어요?

천세윤 박사: 그거 사실 아무 상관 없던 거야. 그냥 내가 그 녀석 잡으려고 격리당하기 전에 급하게 만든 건데.

곽수일 박사: 뭐? 이게?

천세윤 박사: 뭐야, 너도 모르고 있었어? 매뉴얼 대로 2번째 클리닉 때 고무손을 놓고 갔잖아.

곽수일 박사: 그냥 매뉴얼에 쓰여 있어서 그냥 한 건데?

강다홍 연구원: 잠깐, 그럼 걔가 갑자기 정신증 반응을 보였던 게 우리 클리닉 때문이었다는 거에요?

천세윤 박사: 뭐, 반쯤 그렇지? 아, 너무 죄책감 가질 필요는 없어. 어쩔 수 없었던 거니까.

곽수일 박사: 아하, 감각을 교란한 거였군.

천세윤 박사: 그 녀석은 감각을 조종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걔는 대개 타인의 감각을 뒤바꾸지.

강다홍 연구원: 네, 그렇죠…?

천세윤 박사: 그리고 나는 걔가 자신의 감각을 뒤바꾸게끔 유도한 거고. 일종의 간단한 최면요법을 쓴 거라고 보면 되려나?

곽수일 박사: 지속적으로 자신의 감각을 신뢰하지 못하게 만드는 암시를 곳곳에 넣어둔 거군. 바로 이 착시현상 표지 같은 거로.

천세윤 박사: 그렇지. 한번 자신의 감각을 믿지 못하게 되면 계속해서 현실과 자신이 만들어낸 텔레파시로 인한 감각을 구별할 수 없게 될 테고, 그럼 결국 무한한 환영의 늪에 빠지게 되겠지.

강다홍 연구원: 자기 텔레파시로 자기 감각을 속이게끔 하신 거군요…

천세윤 박사: 그렇지. 그리고 사실 걔는 이미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감각을 속이고 있었기도 해. 자신이 각설탕이라고 인식한 소금 덩어리를 설탕으로 인지했으니까.

강다홍 연구원: 그럼 그 목걸이는요? 그걸로 텔레파시를 막으려 한 건가요?

천세윤 박사: 그 정도 크기로는 어림도 없지. 대신에 거꾸로 텔레파시를 흡수하고 도로 방출할 때 자신이 유도한 감각의 변조를 자신도 영향을 받게끔 하는 역할을 해줬지.

곽수일 박사: 세상에, 대체 언제부터 이걸 준비 했던거야?

천세윤 박사: 딱히? 그냥 걔한테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게 있었고, 그게 운 좋게 잘 맞물린 거지.

곽수일 박사: 그런 거 치고는 너무 아다리가 잘 맞는데…

천세윤 박사: 으아아, 난 이만 잠이나 자련다. 간만에 업무 좀 뛰니 피곤하네.

강다홍 연구원: 네? 격리 동안 맨날 잠만 잤잖아요!

천세윤 박사: 그러다가 오늘 갑자기 깨어 있으니까 피곤한 거지. 좀 생체 패턴 좀 천천히 되돌려야지 이제. [하품] 나 이제 잘 거니까 다들 가봐.

곽수일 박사: … 그럼 클리닉은 여기까지?

천세윤 박사: [안대를 쓰며] 클리닉은 무슨 클리닉이야 얼어 죽을. 빨리 가봐.

강다홍 연구원: 어… 네. 안녕히 주무셔요.

곽수일 박사: 그래, 간다.

곽수일 박사는 서류가방을 집어 들고 캠코더를 바라본다. 곧바로 그는 손을 뻗어 캠코더를 종료한다.

<녹화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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