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754-KO
평가: +10+x

일련번호: SCP-754-KO

등급: 유클리드(Euclid)

특수 격리 절차: SCP-754-KO는 대상이 위치한 지반을 침하시키며, 시설 상부에 위장 환경을 조성하는 것으로서 비관계자의 출입을 통제한다. SCP-754-KO 내부에는 CCTV를 설치하여 지네 군집의 준동 및 SCP-754-KO-1의 형성을 감시한다. SCP-754-KO 내부의 군집 유지를 위해, 달마다 약 40kg가량의 곡물을 제공하여야 한다. 인가받지 아니한 인원이 SCP-754-KO를 발견하였을 경우, SCP-754-KO-1과의 협의 후 단계적 기억소거 절차를 실행한다.

설명: SCP-754-KO는 경기도 광교산 소류지 상류에 위치한 사찰 시설 및 해당 장소에 서식하는 지네Chilopoda 군집체의 총칭이다. SCP-754-KO는 현재 재단의 공작에 의하여 지하시설화 되어 있는 상태이며, 지상에는 사찰의 일부 터 부분만 노출되어 있다. 고고학적 연구 결과 SCP-754-KO는 과거 건립 당시 10채 내외의 누(樓) 와 전(殿)이 위치했던 중·대규모의 사찰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나, 대상의 발견 당시에는 원통전(圓通殿)으로 추정되는 건축물만이 식별 및 출입이 가능한 수준으로 잔존해 있었다.

순각강에 속하는 생명체를 SCP-754-KO 인근에 위치시킬 경우, 해당 생명체는 확인되지 않은 기작을 통해 SCP-754-KO로 유도된다. 이로 인해 SCP-754-KO 내부에는 최소 ███ 마리 이상가는 규모의 지네 군집이 존재하며, 현재 해당 군집의 과반은 왕지네Scolopendra mutilans 및 홍지네 Octocryptos sexpinosus로 구성되어 있다. SCP-754-KO 내부로 진입한 순각강 생명체는 사냥 활동 및 생식 활동을 중단하는 등 통상의 행동 양식과 확연히 비교되는 특성을 가지게 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특정한 상황에서, SCP-754-KO의 지네 군집 일부는 비융합적 방법으로 집합하여 인간형 군집체(통칭 SCP-754-KO-1)을 형성한다. SCP-754-KO-1은 집합 당시의 구성 개체수에 따라 대개 3m에서 4m 사이의 크기로 형성되며, 하체의 형상이 명확하지 않은 좌불 형태로 구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SCP-754-KO-1 형성 이전의 각 지네 개체들은 일반적인 생물학적 특성을 보이나, 형성된 SCP-754-KO-1은 초상적 수준의 내충격성 및 내화성을 가지는 등 창발적 변칙성을 나타낸다.

SCP-754-KO-1은 인간 수준의 지능과 발성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재단에 적대적이지 않아 유의미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SCP-754-KO-1의 등장은 무작위적이며 구성하는 개체도 각 형성마다 매번 차이가 있으나, SCP-754-KO-1의 인격 및 지능, 기억은 항상 연속성을 가지는 것이 확인되었다.

SCP-754-KO-1은 발생시 특정한 행동을 수행하진 않으나, 선호하는 행동은 지성체와의 감정적 교류인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SCP-754-KO-1은 재단과의 최초 조우 당시 SCP-754-KO에 통상인이 출입하는 것에 대해 재단에 원천적 봉쇄를 자제할 것을 요청한 바가 있다. 당시 해당 요청은 반려되었으나, 이후 대상의 고의적 비협조에 따른 격리 파기 위험성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대상과의 협의 후 현재의 특수 격리 절차가 수립되었다.

녹취 기록 754-KO-A

개요: SCP-754-KO-1과의 대화를 녹취한 기록. SCP-754-KO-1은 녹취를 비선호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으나, 본 기록은 별개의 이유로 녹음기록이 활성화되어 있는 상태에서 대상이 먼저 대화를 시도해 온 이례적인 기록이다.

면담자: 윤차근 연구원


[기록 시작]

(SCP-754-KO-1이 형성되기 전까지의 기록 생략)

SCP-754-KO-1: 잠시 한담이나 나누고 싶구나, 중생아.

윤차근 연구원: [욕설 편집됨] 놀랐잖습니까! 갑자기 나오시면..

SCP-754-KO-1: 사바세계에 일어나는 일은 티끌 하나가 날리는 일견 하찮아 보이는 것조차 모두 육십이억 항하사 보살의 지고한 뜻에 따른 것인즉, 중생은 그 마음이 부러 동할 필요가 없느니라.

윤차근 연구원: 그래도 그렇지, 방금은 정말.. 일단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위에 보고를 올려야 하니.

SCP-754-KO-1: 천천히 하여도 무방하느니라. 내 앞으로 설할 것이 적지 않으니.

윤차근 연구원: 됐습니다. 간단한 구두보고만 올리면 충분하니까요. 뭐, 우리 지네 보살님이 평소에도 뻔질나게 사람들 놀래키고 다니신 덕이죠.

SCP-754-KO-1: 높고 바른 깨달음은 아무리 나누어도 그 뜻이 결코 줄지 않고, 천만억의 입과 입으로 전해져 멀어져도 그 빛이 결코 바라는 법이 없으니, 진력을 다하여 이를 제도하는 것이 곧 공덕이니라.

윤차근 연구원: 어련하시겠습니까. 그래서, 하시고 싶다고 한 말씀이 무엇입니까?

SCP-754-KO-1: 금일은 그대들 무리가 마땅히 알고자 하는 것에 대해 설하고자 함이니. 기꺼히 그대들이 쓰는 그 이야기를 담는 기물을 사용하는 것도 허하겠노라.

윤차근 연구원: 웬일이십니까? 영 고집불통이시던 양반께서.

SCP-754-KO-1: 아집은 심안을 어둡게 하고 의를 상하게 하는 악덕인즉, 나는 그러한 부덕을 행한 적이 추호도 없느니라.

윤차근 연구원: 에이, 저번에 오가는 사람 막지말라고 그렇게 떼를 쓰시던 분이. 보안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아무리 말씀을 드려도 기어코 지금처럼 번거롭게 격리절차를 바꿔내시지 않으셨습니까.

SCP-754-KO-1: 내 거하는 이 산줄기는 근 인방의 중생들이 통하는 인맥이거늘, 그대 무리가 이를 끊는 부절의 악덕을 저질렀다면 죽어 능히 초강대왕의 심판을 받았을게야.

윤차근 연구원: 뭐, 그렇다고 칩시다. 본론이나 말씀해주시죠.

SCP-754-KO-1: 중생아, 오늘의 법회는 그대가 문하면 내가 답하는 것이니, 이것은 곧 그대들이 알고자 하는 것을 들을 기회임을 알라.

윤차근 연구원: 좋습니다. 보고할 것이 꽤 늘어나겠네요. 그렇다면 먼저, 지네 보살님께선 정확한 이름이 어떻게 되십니까?

SCP-754-KO-1: 이름이란 곧 존재를 칭하는 형이니, 이는 없는 것과 같다. 뭇 열반에 이른 정신은 자아가 없고, 개아가 없고, 영혼이 없어 곧 그 존재조차 없음이라.

윤차근 연구원: …솔직히, 잘 이해가 가진 않는군요.

SCP-754-KO-1: 형이 있는 것에 얽매이지 말지어다. 대천세계에 진실로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중생의 소망과 의지, 인연일 뿐이니, 명 따위에 마음을 쓴다면 티끌만큼의 이해조차 얻지 못할 것이니라.

윤차근 연구원: 쯧, 알겠습니다. 그럼, 지네 보살님은 왜.. 아니 어떻게 만들어지는 겁니까?

SCP-754-KO-1: 나는 부처의 몸으로 제도할 이에게는 부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하고, 벽지불의 몸으로 제도할 이에게는 벽지불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하는 이이니라. 또 자재천의 몸으로 제도할 이에게는 자재천 몸을 드러내고, 비사문, 비구, 가루다, 긴나라, 마후라가, 야차, 사람, 우바새, 우바이의 몸으로 제도할 이에게는 내 다 그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하느니라. 존재의 드러나는 허물이란 매이지 말아야 할 것 중에서도 매이지 말아야 할 것이니, 이에 대한 물음은 겐지스 강의 모래알 만큼의 날을 들여 문답해 보았자 얻을 것이 없느니라.

윤차근 연구원: 아까부터 줄창 뜬구름만 잡으시면서 대답을 돌리는데, 자꾸 이러시면 저 이야기 안할랍니다.

SCP-754-KO-1: 본래 열반에 이르는 행로는 그 이치가 실로 오묘하여 일겁에 일겁을 곱하여 셈한 겁만큼 수행하여도 그 깨달음이 족하다 할 수 없는 것이 이치이니라. 그럼에도 세존께서는 이 땅의 수많은 선남자와 선여인을 구제하기 위해 말씀의 뜻을 방편하여 설한 복덕이 있으시니, 중생이여, 그대가 다음으로 묻는 것은 필시 그대가 알고자 하는 것을 알게 될 것을 약조하노라. 허나 이전에 물은 것은 다시 묻지 말라.

윤차근 연구원: 재단 연구원의 입장에서는 뭐, 그 질문들 외에는 딱히 궁금한 건 없습디다. 그렇지만 개인적인 입장에서라면.. 그 혹시, 사람을 어떻게 그.. 해하시거나 하신 적이 있습니까?

SCP-754-KO-1: 있노라. 마흔둘의 중생에게 살계를 펼쳤지.

윤차근 연구원: 좀 의외군요. 하루종일 깨달음이니, 복덕이니 하시던 분이. 제대로 아는 건 아닙니다만.. 불교에서는 살생이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SCP-754-KO-1: 중생아, 그대는 깊은 우물가에 빠진 젖먹이를 보면 어찌하겠느냐? 가만히 보기만 한다면 머지않아 그 아해는 조그마한 숨을 들이켤 때마다 부아가 짓이겨지는 고통에 사무쳐 몸 둘 바를 찾지 못하다 숨이 끊어지겠지. 허니 응당 구하는 것이 마땅하리라. 헌데, 그 아해를 우물에서 꺼내다 티끌만 한 상처를 내었다. 사람을 상하게 하는 것이 죄이니, 그 역시 악덕인 것이냐? 내 하는 일이 이렇다.

윤차근 연구원: 뭐, 확실히 그런 상황이라면 일단 구하고 봐야겠죠. 그치만 그 예시가 사람을 해친 것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제 기준에서는, 티끌만한 상처보다는 영구적인 죽음이 약간은 더 심각한 걸로 느껴지거든요.

SCP-754-KO-1: 화난(火難), 수난(水難), 풍난(風難), 왕난(王難), 귀난(鬼難), 가쇄난(枷鎖難), 원적난(怨賊難)을 피하게 하며,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고통을 차차 모두 다 없애고, 죄지은 중생들의 죄를 사하는 것. 그것이 곧 나의 업이니라. 그때의 살계 역시, 응당 필연적인 것이었지.

윤차근 연구원: 그러니까, 영감님 업과 사람을 죽인 게 무슨 상관이냐고요.

SCP-754-KO-1: 한 사람이 있었노라. 그자는 아비의 재산을 물려받은 졸부였지. 세존께서 설하시길 천만억 중생들은 각기 천만억의 부덕을 하나씩 지니고 있다고 하니, 그의 경우에는 과히 색을 밝히는 것이었다.

윤차근 연구원: 그래서, 여기 살던 비구니라도 덮쳤습니까?

SCP-754-KO-1: 허나 제 양기를 못 이겨 아녀자를 범하거나 하는 악한은 아니었으니, 도리어 그 음욕에 비해 기가 지나치게 허해 기녀와의 하룻밤 밤일에도 벅차하곤 했었노라. 때문에 그는 정력에 좋다는 약재와 보양식들을 밤낮으로 탐닉하며, 그 자신의 육욕과 몸 사이에 있는 틈을 번뇌하고 다시 번뇌했다네.

윤차근 연구원: 그 마음 저도 좀 알 것 같습니다. 저도 기가 좀 허해서, 개구리 고기나 흑염소즙 같은 거 있으면 아주 환장을 하거든요.

SCP-754-KO-1: 또 마흔하나의 승려가 있었노라. 제 나름대로의 힘을 다해 불도를 걷고 있는 수행자들이었지. 한데 그들에겐 한가지 번뇌가 있었으니, 그들이 거하는 사찰에 오공들이 수도 없이 둥지를 틀었다는 것이네.

윤차근 연구원: ..여긴가요?

SCP-754-KO-1: 절간의 기둥이 마치 꿈틀거리는 듯 보이고, 가사에 오공이 기어들어가는 통에 예불조차 제대로 드릴 수 없는 형편이었지. 본디 십중금계를 엄히 여겨 지키던 승려들이었으나, 상황이 이리되면 자연히 심마가 자라나는 법.

윤차근 연구원: 심마라…

SCP-754-KO-1: 인연이란 때론 오묘한 것이라, 그날 절에는 한명의 객이 묵게 되었네. 옆고을의 심마니에게 삼이나 한 뿌리 사러가던 졸부가 말이야. 그는 승려들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것을 보고, 무엇이 문제냐고 물었지. 승려들은 그에게 절간을 덮은 오공의 무리에 대해 말해주었고, 절 안으로 들어가니 과연 그 말 그대로였다네.

윤차근 연구원: 그렇다면.. 이후의 이야기는 대강 알 것도 같군요.

SCP-754-KO-1: 남자는 단박에 주장했네. 그에게 맡긴다면, 이 많은 오공들을 하룻밤 사이에 먹어 치워주겠노라고. 그리고 승려들은 우를 범하고 말았지. 차도살인의 계를 꾸민게야. 그들 스스로는 수행을 위한 것이라고 쉼없이 되뇌었겠지만, 바로 그것이 우물가로 걸어가는 발걸음임을 제 자신이 몰랐으랴.

윤차근 연구원: ..섬찟하군요. 머릿속으로 영감님이 사람 공격하는 걸 상상해 버렸습니다.

SCP-754-KO-1: 그것이 나의 업이니라. 감히 불국토에서 살생을 저지르려한 악한들의 죄업을, 수미산에 부리를 긁는 새 마냥 덜어내려 몸부림치는 것이지. 내가 먹은 살은 승복을 입고 살생을 계획한 성죄(性罪)요, 내가 마신 피는 절간의 생명을 가벼히 보아 입에 담은 가훼사(可毀事)이니, 내 그 죄사들을 천개의 팔로 찢고 찢어 육도 사방에 남지 않도록 내 몸에 담았도다.

윤차근 연구원: 결국 영감님도 여기서 살생을 저지른 셈 아닙니까.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셨지만, 결론적으로는 말이죠.

SCP-754-KO-1: 그것은 아까의 젖먹이 이야기와 같도다. 본디 부처의 눈에 눈물이 나게 함으로서 반중겁 동안 등활지옥에서 참회하게 될 이들의 죄와 고통을 고작 인세에서의 작은 고난으로 갈음하게 된 셈이니, 이를 티끌만한 생채기와 같지 않다고 어찌 따지겠느냐. 도리어 나를 거쳐 곧바로 윤회에 들게 되었으니, 그들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홍복이리라.

윤차근 연구원: 하지만 그건.. 잠깐만요!

SCP-754-KO-1: 그대 중생이여, 오늘의 문답을 잊지 말라. 그런 구원이 다시 있을 확률은 수미산 겨자씨에 빗대어도 부족함이 없나니..

(SCP-754-KO-1이 해산됨)

[기록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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