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ataphysics Department Theme * [2018 Wikidot Theme] * Based on Aelanna's Sigma-9 Theme as Edited by Dr Devan * Inspired by Rimple's "Pataphysics Department" * Created by Lt Flops, Logo Designed by TSATPWTCOTTTADC, CSS Spinner by Woedenaz * With Code Help From Stormbreath **/ @import url('https://scpko.wdfiles.com/local--files/unfont/UnJamoNovel.css'); #header h1 a::before { content: "‘형이초학부"; } #header h2 span::before { content: "우리의 신들을 살해하다"; } #header h1 a { font-family: 'Carrois Gothic', 'UnJamoNovel', sans-serif, Aria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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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콘텐츠 경고:
이 작품에는 식인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독자의 주의가 필요합니다.
SCP-696-KO 관련 답변 및 자료 첨부
저자:ProfoundAbyss
'형이초학부 테마 byLt Flo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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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신인: 디에고 알칸타라 박사, SCP 재단 형이초학부
수신인: 존 탬슨, SCP 재단 윤리위원회
SCP-696-KO의 변칙성에 노출된 적 있는 재단 인원들을 상대로 전수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조사 대상이 되었던 인원들 중 23일 이후 환각 또는 그 밖의 이상 징후를 경험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현재로서는 형이초학부 인원이 과거처럼 SCP-696-KO에 희생당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입니다. SCP-696-KO-2 역시 변칙성의 대부분을 상실했으므로 그녀로 인한 격리 파기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질문하셨던 내용에 대해 답변 드리자면, SCP-696-KO를 어떤 식으로 격리하든 간에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격리 절차는 30일 내에 무용지물이 될 겁니다. 7월 사건의 결과로 서사 혼란 사태가 발생했는데, SCP-696-KO 하위 서사의 기반이 극도로 불안정해졌기 때문에 앞으로의 상황 전개를 확실하게 예측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번 사건 관련해서 제 책임이 크다는 사실은 인정합니다만 그 당시 형이초학부의 하위 부서 하나가 SCP-696-KO에 의해 궤멸되기 직전이었고, 구조를 위해서는 빠르게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요청하신 대로 SCP-696-KO 관련 자료를 첨부합니다. 저는 위원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일련번호: SCP-696-KO
등급: 안전
특수 격리 절차: SCP-696-KO는 안전 등급 표준 격리실에 보관한다. SCP-696-KO의 변칙성에 노출된 인원들은 별도로 격리한 뒤 추가 이상징후는 없는지 관찰하도록 한다.
현재 SCP-696-KO 격리실에 대한 출입은 금지되어 있다. 실험을 목적으로 출입을 희망하는 인원은 격리 총책임자인 알렉세이 아나이 박사에게 문의할 것.
설명: SCP-696-KO는 나무를 깎아 만든 10 cm 크기의 고양이 수인 인형이다. SCP-696-KO는 목걸이를 착용하고 튜닉을 입은 사냥꾼의 모습을 하고 있다. SCP-696-KO는 오른손으로 창을 쥐고 있으며, 허리 부분에는 단검과 술잔으로 추정되는 둥근 물체가 달려 있다. 대상의 얼굴은 날개 끝이 뭉툭한 나비를 형상화한 것으로 보이는 가면으로 가려져 있다.
누군가 SCP-696-KO와 10분 이상 같은 공간에 머무를 경우 그 사람은 자신이 위치한 방 구석에서 풀과 나무가 자라나 점차 공간을 잠식하는 환각을 경험하게 된다. 환각 속 식물체들의 공간 잠식 속도는 사람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평균적으로 24시간당 2제곱미터 정도이다. 식물체들과 접촉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SCP-696-KO에 영향을 받은 모든 인원들은 격리 담당자와의 면담에서 해당 식물체들에 대해 본능적인 거부감 내지 혐오감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SCP-696-KO는 러시아 야로슬라블Yaroslavl 주 야로슬라블의 한 살인 현장에서 발견되었다. 사망자인 레오니트 니키신은 동화 작가 겸 공예가로,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장난감 판매 사이트에서 자체 제작한 목각인형을 팔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5월 30일 니키신의 자택에서 여러 차례의 총성이 들렸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러시아 경찰들은 가슴에 여덟 발의 총상을 입은 채 쓰러진 니키신과 총알이 들어있지 않은 토카레프 권총 한 정, 그리고 니키신이 책상 옆에 올려놓은 SCP-696-KO를 발견했다. 수사를 진행하던 중 경찰관 세 명이 SCP-696-KO의 변칙성에 노출되어 환각 증세를 호소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당국으로부터 상황을 전달받은 재단 측에서 SCP-696-KO를 회수했으나, 재단 인원들 또한 대상의 정확한 변칙성에 무지했던 탓에 초기 격리를 담당한 인원들 중 두 명이 환각을 보기 시작했다.
발신인: 아멜리아 서틀러 연구원, SCP 재단 형이초학부
수신인: 알렉세이 아나이 박사, SCP-696-KO 격리 총책임자
야로슬라블에서 저희 팀을 이렇듯 따뜻하게 맞아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박사님. 덕분에 최소한의 준비만 하고 급히 날아왔음에도 불구하고 편안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SCP-696-KO의 영향을 받은 인원들에 대한 연구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희 형이초학부 측은 사실 메일에 첨부된 가설에 대해 회의적으로 반응했습니다만, 박사님의 추측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속속들이 발견되는 중이라 아무래도 그 가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SCP-696-KO의 영향을 받은 인원들의 뉴런 활동을 분석한 결과, 공통적으로 대뇌피질의 특정 뉴런에 비정상적인 활동 패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관측했습니다. 이 패턴은 SCP-696-KO의 변칙적 효과가 대뇌에 작용한 결과로, 시각 기관을 자극해 대상 인원으로 하여금 특이한 환각을 보게 할 뿐 아니라 그들의 뇌가 감각 기관이 인식하지 않은 정보를 처리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특정한 기억을 두뇌에 삽입시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들의 무의식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 텍스트를 읽은 기억이 들어있습니다.
민간인들의 경우 텍스트의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기가 어렵습니다만, 이유는 몰라도 재단에 소속된 두 사람, 게오르기 수디아노프와 제임스 모악에게서 특히 강력한 뉴런 활동이 관측되고 있어 이들로부터 더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을 듯합니다. 현재 저희 팀은 두 사람의 대뇌로부터 텍스트를 추출하여 재구성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결과물이 나오는 대로 박사님께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대상자: 게오르기 수디아노프
토얀은 오두막 불가에서 자신의 청동 창을 손질하고 있었습니다.
숫돌에 창날을 가는 동안, 오두막 안으로 토얀의 친구 아파란이 들어왔습니다.
아파란은 토얀의 꼬리를 밟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살금살금 걸어가 토얀의 등 뒤에 섰습니다. 그리고 그는 몸을 굽혀, 토얀이 자기 옆에 놓아둔 하얀 가면에 손을 뻗었습니다.
휙 하는 소리와 함께 토얀이 창자루를 휘둘러 아파란의 손을 때렸습니다. 아파란은 가시에 찔린 고양이 같은 소리를 내며 펄쩍 뛰었습니다.
"내 가면 건드리지 마." 토얀이 털을 곤두세우며 말했습니다.
아파란의 귀가 축 늘어졌습니다. "그렇지만 나도 갖고 싶은걸." 그가 미안해하면서도 우물거렸습니다.
토얀은 한숨을 쉬었습니다. 널찍하면서도 단단한 흰색 가면은 타함의 사냥꾼들에게 주어지는 징표입니다. 아파란도 짐승을 혼자서 잡을 수 있는 나이와 능력이 되었으니 마땅히 그만의 가면이 주어져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파란에게는 여전히 가면이 없습니다. 요즘 들어 짐승이 한 마리도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짐승을 잡아야 가면을 만들 수 있습니다.
토얀은 고민에 시간을 많이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는 창을 짚고 일어나 한 차례 자신의 귀를 쫑긋거리더니 문을 열고 오두막 바깥으로 나섰습니다.
그가 향하는 곳은 바로 숲이었습니다.
대상자: 제임스 모악
토얀은 숲 입구의 커다란 바위 위에 올라앉아, 가면을 쓰고 짐승을 기다렸습니다.
그가 걸친 가죽옷 위에는 형형색색의 작은 돌들을 엮어 만든 목걸이가 걸려 있고, 허리에 묶은 끈에는 청동 단검과 가면과 비슷한 재질인 하얀 술잔이 달려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짐승은 나타나지 않으니, 그 술잔에 축하주를 담아 마실 날은 요원할 듯합니다. 토얀은 한숨을 쉬고 바위에서 뛰어내렸습니다.
"토얀, 여기는 무슨 일이에요?" 토얀의 등 뒤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가 뒤를 돌아보자, 토얀처럼 가죽옷을 입은 늘씬한 여자 한 명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그녀의 손에는 긴 지팡이가 들려 있었습니다.
"혹시 짐승이 나타날까 봐 찾아왔어, 샤니." 토얀은 그렇게 대답하면서 한 마디 덧붙였습니다. "아무래도 없는 것 같지만."
사냥터지기 샤니는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그녀의 목에 걸린 작은 옥석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습니다. "아파란의 가면을 만들어 주고 싶으신 거죠?"
"뭐 그렇지."
"안됐네요, 토얀. 오늘 밤까지는 짐승이 한 마리도 나타나지 않을 거예요. 며칠 뒤에 다시 오세요." 샤니가 말했습니다.
토얀은 그대로 돌아서려다, 다시 샤니를 보며 말했습니다. "며칠 뒤라고? 그럼 그때는 짐승이 나타난다는 거야?"
"맞아요, 며칠만 기다리면 짐승 두 마리가 나타날 거예요. 오두막으로 돌아가서 쉬고 계세요. 숲속에서 짐승을 보게 되면, 소식을 전해드릴게요."
발신인: 알렉세이 아나이 박사, SCP-696-KO 격리 총책임자
수신인: 아멜리아 서틀러 연구원, SCP 재단 형이초학부
수디아노프와 모악이 실종됐네. 그냥 자신들이 격리된 방에서 홀연히 사라져 버렸어. 보안 담당관들도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하고, CCTV를 뒤져봤지만 건진 게 없네.
그게 다가 아니야. 최근 들어 SCP-696-KO의 변칙성에 노출된 인원들이 환각 속 식물체들의 성장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고 진술했네. 그 불쌍한 사람들은 이제 겁에 질려서 침대 바깥으로 나올 엄두도 못 내고 있어. 격리 절차를 개선할 방안을 찾아야 하네. SCP-696-KO로 인한 뉴런 활동으로부터 추가적으로 알아낸 사실은 없나?
발신인: 아멜리아 서틀러 연구원, SCP 재단 형이초학부
수신인: 알렉세이 아나이 박사, SCP-696-KO 격리 총책임자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습니다. 좋은 소식은 실종 이후 민간인들 중 두 사람의 대뇌피질에서 두 사람만큼이나 강한 뉴런 활동이 추가로 감지되었다는 겁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그로부터 텍스트를 추출해 재구성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나쁜 소식은 그렇게 추출한 텍스트의 내용입니다. 아래에 첨부하겠습니다.
대상자: 카티아 이바노프나
모두의 환호 속에 토얀은 돌 탁자 옆으로 다가갔습니다. 누군가가 그에게 청동으로 날을 세운 양손 도끼를 건넸습니다.
토얀은 한 차례 심호흡을 하고 도끼를 높이 들었다가, 고함과 함께 도끼를 내리쳤습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떨어진 도끼가 탁자 위에 놓여진 짐승의 몸과 머리를 분리했습니다. 짐승의 머리가 탁자 밑에 놓아둔 단지 안으로 떨어지고 그 위로 목으로부터 빨간 피가 뿜어져 나왔습니다.
타함의 주민들은 기뻐서 목청껏 소리 질렀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토얀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토얀이 숲에서 비틀거리며 나타난 두 마리의 짐승을 붙잡아 이렇듯 데려왔기 때문입니다.
본래 잡은 짐승으로 잔치를 벌일 때에는, 짐승을 잡아 데려온 사냥꾼이 그 목을 치는 것이 관례입니다. 토얀은 관습대로 두 짐승의 목을 청동 도끼로 자른 다음 아파란에게 도끼를 건네고 허리끈에서 자신의 청동 단검을 꺼냈습니다.
주민들의 웅성이는 소리 속에서 토얀은 침착하게 탁자 위로 뛰어올라 능숙한 솜씨로 짐승의 가죽을 벗기기 시작했습니다. 이 분야에서도 토얀은 그 누구보다 뛰어났기 때문에, 작업은 빠르게 끝났습니다. 토얀은 두 짐승의 가죽을 그 어떤 불필요한 칼자국이나 잘려 나간 조각도 만들지 않고 깨끗하게 벗겨냈습니다. 여기저기서 그 가죽을 자신에게 달라고 아우성이었습니다.
하지만 토얀은 이미 가죽을 누구에게 선물할지 생각해 두고 있었습니다. 군중을 헤치고 마당을 가로지른 토얀은 그 끝에서 다른 여자들과 함께 솥에 불을 피우느라 분주한 샤니를 발견했습니다.
"샤니!" 토얀이 외쳤습니다.
샤니가 목소리를 듣고 그를 바라보자, 토얀은 약간 쑥스러워하면서도 자신의 손에 든 가죽을 샤니에게 건넸습니다.
"방금 벗긴 거야. 이번 짐승들은 정말 가죽이 깨끗하고 튼튼해서 좋더라. 자르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어."
"고마워요." 샤니는 얼굴을 붉혔습니다. 가죽을 전달받은 그녀는 주변 여자들이 키득대는 소리가 부끄러워 자신의 오두막으로 도망쳤습니다.
그때 토얀의 뒤에서 타함의 청년들이 가죽을 벗긴 짐승들을 들고 나타났습니다. 하나같이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침이 가득했습니다. 샤니와 여자들이 불 위에 걸어놓은 솥에서 물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타함의 솜씨 좋은 요리사들이 일할 차례입니다.
대상자: 블라디미르 카타리
"허리는 어디 갔어?" 아파란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습니다. "벌써 다 먹었나?"
"글쎄다." 토얀은 짐승의 허벅지와 종아리를 분리하는 데 열중하느라 아파란의 말에 대충 대답했습니다.
일단 연회가 시작되자 타함의 주민들은 장기를 모두 빼낸 두 짐승의 살덩어리에 무자비하게 달려들었습니다. 다리는 토얀의 차지였습니다. 이미 아파란과 함께 짐승의 다리 네 개 중 두 개를 먹어 치운 그였지만, 일단 모락모락 김이 나는 살구색 허벅지살을 보니 토얀의 입에는 또다시 침이 고이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후, 토얀의 앞에는 깨끗이 살을 발라낸 다리뼈가 놓였습니다. 그는 뼈를 집어 들어 단검으로 쪼갰습니다. 안에 남아있는 붉은 골수까지 알뜰하게 핥아먹는 모습을 아파란은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았습니다.
그때 타함의 처녀들이 그들이 손질한 장기들을 도자기에 담아서 들어왔습니다. 두 짐승의 붉은 심장은 샤니의 손에 든 항아리에 담겨 있었습니다. 소금 간을 한 심장 요리는 토얀과 아파란 같은 사냥꾼들이 그 무엇보다 좋아하는 음식입니다.
당장이라도 샤니를 덮쳐서 항아리를 빼앗으려는 듯이 꼬리를 흔드는 두 사람 앞에서 샤니는 웃으며 그들을 제지했습니다. "잠깐만 기다려요, 여러분. 먼저 할 일이 있어요."
샤니는 그렇게 말하며 옆에 있던 다른 여자에게 손짓했습니다. 그 여자의 손에는 널찍한 나무 쟁반이 들려 있었고, 그 쟁반 위에 올려놓은 것은 다름 아니라 아파란이 그토록 갖고 싶어 하던 물건이었습니다.
짐승의 골반을 갈아 만든 흰 가면, 그리고 머리뼈를 가공한 술잔! 아파란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샤니는 항아리를 내려놓은 뒤, 경건하게 가면과 술잔을 집어 들고 아파란에게 다가갔습니다. "당신 거예요, 아파란. 한 세트 더 만들 수도 있었지만, 당신 말고 자격이 있는 사냥꾼이 없어서 일단은 보관해 두기로 했어요."
아파란은 뛸 듯이 좋아하며 가면과 술잔을 받아 들었습니다. 토얀은 아파란의 등을 두드리면서 축하해 주었습니다. "이리 와! 그 잔으로 처음 마시는 술이니까 나와 같이 마시자고."
토얀은 자신과 아파란의 잔에 술을 따랐습니다. 아파란은 샤니를 자기 옆에 앉혔습니다. 두 사람은 술을 단숨에 들이키고 바닥에 놓인 항아리에서 각자 심장을 집어 들었습니다.
아파란이 정말 기쁠 때만 내는 골골거리는 소리를 내더니 심장을 한 입 크게 베어 물었습니다. 토얀도 웃으면서 심장을 깨물어 먹기 시작했습니다. 샤니는 토얀의 옆자리에 다소곳이 앉아 두 사람을 바라보며 토얀의 잔에 술을 따라 마셨습니다.
"맞다, 한 가지 알려드릴게요." 샤니가 넌지시 말했습니다. 토얀, 그리고 벌써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아파란이 샤니를 쳐다보았습니다. "아무래도 가뭄이 끝난 모양이에요. 앞으로 짐승들이 더 많이 나타날 거예요."
"진짜?" 아파란이 거의 비명을 지르다시피 했습니다.
"네, 적어도 네 마리 정도는 더 숲에 나타날 것 같아요. 그중에 어쩌면……" 샤니가 말끝을 흐렸습니다.
"어쩌면?" 토얀이 캐물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오랫동안 찾던 '그' 짐승이 나타날지도 몰라요!"
"확실한 거야?" 아파란이 말했습니다.
"방금 '어쩌면'이라고 말했잖아, 아파란." 토얀이 대답했습니다.
"아무튼 그건 나중 일이니까, 일단 눈앞에 있는 것부터 생각하자고요." 샤니가 그렇게 말하며 잘라서 야채로 속을 채운 대장 구이가 올려진 쟁반을 가져왔습니다. "예를 들어 이건 어때요?"
"어떻고 말고가 어디 있어?" 토얀이 그렇게 말하며 구운 대장을 집어 들었습니다.
6월 18일: 오전 6시경 SCP-696-KO가 격리실에서 사라졌다가 알렉세이 아나이 박사의 사무실에서 다시 발견되었다. 아나이 박사는 SCP-696-KO를 원래 자리로 돌려놓으려고 시도했으나 대상은 아나이 박사의 손이 닿는 순간 사무실 내에서 사라졌다.
잠시 후 아멜리아 서틀러 연구원이 자신의 방 침대 옆에서 SCP-696-KO를 발견하고 아나이 박사에게 연락했다. 아나이 박사는 서틀러 연구원의 방을 임시 격리실로 지정, 출입을 통제했으나 두 사람이 SCP-696-KO의 변칙성에 영향을 받는 것을 피할 수는 없었다. 같은 날 12시에는 아나이 박사, 16시에는 서틀러 연구원이 각각 자신이 머물고 있는 방에서 식물체가 자라는 환각을 경험하고 있음을 신고했다.
격리 총책임자가 방에서 나오지 못하는 사이, 재단에서 임시로 수용 중이던 이바노프나 경관과 카타리 경관이 18시 30분 전후로 실종되었다.
6월 19일: 01시경, 아나이 박사와 서틀러 연구원이 실종되었다. 아직 실종되지 않은 유일한 사람인 켈라신 경관의 대뇌피질에서 평소보다 강력한 뉴런 활동이 관측되었다.
6월 20일: 실종되었던 서틀러 연구원이 17시에 자신의 숙소에서 발견되었다. 발견 당시 서틀러 연구원은 몹시 지친 몰골을 하고 있었으며, 기원이 불분명한 소금물에 흠뻑 젖은 상태였다. 그녀는 디브리핑 과정에서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고 모든 종류의 진술을 거부했으나, 동료들이 그녀의 뉴런 활동 패턴을 연구하는 것만은 허락했다.
대상자: 안톤 켈라신
샤니는 몸을 일으켰습니다. 그녀는 혹시라도 귀에 무슨 소리가 들릴까 가만히 서서 잠시 그대로 있었습니다. 아무 소리도 없다는 것을 깨닫자 샤니는 몸을 떨고 있는 짐승을 붙잡아 우격다짐으로 일으켜 세웠습니다.
"가요." 샤니가 짐승에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빨리 도망쳐야 해요. 당신이 토얀이나 타함의 다른 누군가한테 잡아먹히면 당신 혼자 죽는 걸로 끝나지 않아요."
"그게 무슨 뜻이야? 그리고 당신은 왜 나를 돕는 거야? 지금까지 확인한 텍스트에 따르면, 당신은-"
"토얀과 가까운 사이죠, 맞아요. 그래서 이러는 거예요." 샤니는 잠시 고민하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타함에서 살아있는 동물이라고는 우리와 당신 짐승들밖에 없어요. 그래서 우리는 당신들을 사냥하고, 먹고, 우리 삶의 모든 부분을 여기에 맞추고 살아왔어요. 하지만 짐승의 고기는 우리 배를 채워주지 못해요. 물론 한바탕 잔치를 벌이고 나면 포만감은 느껴지지만, 영적인 배고픔이 남아요. 우리 중에 굶어 죽는 사람은 없어요. 그런데도 사냥꾼들은 여전히 허기에 괴로워하며 짐승들을 쫓죠.
숲은 우리에게 약속했어요. 굶지 않게 해 주겠다고. 그런데 숲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어요. 사냥터지기들이 따지자 숲은 올바른 짐승을 찾지 못해서 그런 거라면서, 자신의 몸집이 더 커지면 올바른 짐승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어요. 그 올바른 짐승의 고기를 먹으면, 타함에서 벗어나 짐승이 가득한 새로운 세계로 갈 수 있다고도 했죠."
"내가 '그' 짐승이라고? 어째서?" 짐승이 물었습니다.
"저도 자세히는 몰라요." 샤니가 주변을 경계하면서 조용히 말했습니다. "우리 사냥터지기들은 짐승을 발견하고 사냥꾼들에게 알리는 역할만 할 뿐이지, 짐승들을 데려오는 것은 숲의 몫이에요. 뭔가 떠올려 보세요. 당신과 숲 사이에 무슨 관련이 있나요?"
"숲은 696-KO의 서사 차원과 우리 차원을 연결하는 매개체야. 그러니까…… 설마, 안 돼." 짐승이 두 손에 얼굴을 파묻었습니다.
"무슨 뜻이에요? 빨리 말해 봐요! 오늘 나타난 짐승이 한 마리가 아니라는 걸 토얀이 곧 알아챌 거예요." 샤니가 다그쳤습니다.
"내 아버지 때문이야." 짐승의 두 손 사이로 목소리가 새어 나왔습니다. "내 아버지는 우리 차원과 하위 서사 차원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주도하셨어. 난, 난…… 그 프로젝트에 대해 SCP-696-KO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 중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그때 그들의 뒤쪽으로부터 뜻 모를 고함 소리가 들렸습니다. 깜짝 놀란 짐승은 몸을 다시 움츠렸습니다. 샤니는 좀 더 침착하게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청동 창날이 희미한 빛에 번쩍이는 것과, 사냥꾼들이 얼굴에 쓴 흰 가면이 보였습니다.
"도망쳐요!" 샤니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하지만 어디로 가야 된단 말이야?" 짐승이 울먹였습니다.
"왔던 길로요. 가다가 길이 바위로 막히면 바위를 굴려 치우고, 나무로 막히면 타 넘고, 무슨 일이 있어도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지 말고 정면으로 가로질러 가세요! 그러면 바다가 나올 거예요. 그 속으로 곧장 들어가세요."
이제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짐승의 둔한 귀에도 들려왔습니다. 샤니는 지팡이로 짐승을 후려치다시피 하며 떠밀었습니다.
"뛰어요! 절대 멈추지 말고!" 그녀는 짐승이 숲의 울창한 나무 사이로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뒤, 다른 방향으로 도망쳤습니다.
발신인: O5-2
수신인: 디에고 알칸타라 박사, SCP 재단 형이초학부
[데이터 말소]
발신인: 디에고 알칸타라 박사, SCP 재단 형이초학부
수신인: O5-2
알겠습니다. 즉시 착수하겠습니다.
대상자: 아멜리아 서틀러
바다가 다가왔다 물러나는 소리가 모래사장을 가득 채웠습니다.
샤니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애써 움직여 해변의 끄트머리까지 다가갔습니다.
사냥꾼들이 그녀의 뒤에 서 있었습니다. 샤니는 정말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사냥터지기는 사냥터를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샤니는 돌아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잘 알고 있었지만, 그 일을 피할 방도는 없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하는 수 없이, 훌쩍이고 비틀거리며, 모래사장을 가로질러 숲으로 향했습니다.
숲의 경계에서는 아파란과 토얀이 서 있었습니다. 그들의 표정은 흰 가면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이 내민 서늘한 청동 창의 끄트머리가 자신을 향하는 것을 보면서, 샤니는 그들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엎드렸습니다.
"토얀, 제 말을 들어주세요." 샤니가 울먹였습니다. "설명할 수 있어요."
"유감이야, 샤니." 토얀이 차갑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듣고 싶지 않아."
일련번호: SCP-696-KO
등급: 케테르
특수 격리 절차: SCP-696-KO-1 및 SCP-696-KO-2는 현재 임시 격리실 내에 보관되어 있다. 해당 격리실에 대한 출입은 그 어떤 경우를 막론하고 불허된다. 격리 담당 기술자는 하루에 한 번 격리실과 연결된 배수펌프의 상태를 점검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원격 장치를 통해 펌프를 수리하도록 한다.
설명: SCP-696-KO-1은 나무를 깎아 만든 10 cm 크기의 고양이 수인 인형이다. SCP-696-KO는 목걸이를 착용하고 튜닉을 입은 사냥꾼의 모습을 하고 있다. SCP-696-KO는 오른손으로 창을 쥐고 있으며, 허리 부분에는 단검과 술잔으로 추정되는 둥근 물체가 달려 있다. 대상의 얼굴은 날개 끝이 뭉툭한 나비를 형상화한 것으로 보이는 가면으로 가려져 있다.
누군가 SCP-696-KO-1과 10분 이상 같은 공간에 머무를 경우 그 사람은 자신이 위치한 방 구석에서 풀과 나무가 자라나 점차 공간을 잠식하는 환각을 경험하게 된다. 환각 속 식물체들의 공간 잠식 속도는 사람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평균적으로 24시간 당 2 10 50제곱미터 정도이다. 식물체들과 접촉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SCP-696-KO-1에 영향을 받은 모든 인원들은 격리 담당자와의 면담에서 해당 식물체들에 대해 본능적인 거부감 내지 혐오감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SCP-696-KO-2는 SCP-696-KO-1과 비슷하게 생긴 고양이 수인 여성의 시신이다. SCP-696-KO-2의 머리는 존재하지 않으며, 절단면의 상태로 보았을 때 도끼로 추정되는 물체로 머리가 잘려 나간 듯하다. 대상의 등에는 수십 차례의 채찍질로 인해 살점이 찢겨 나간 상처가 16개 나 있다. SCP-696-KO-2는 생물학적으로 사망한 상태이며 다른 모든 장기가 활동을 정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심장과 골수를 비롯한 순환계만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수준의 활동성을 보이고 있다. 그 결과 SCP-696-KO-2의 노출된 경동맥과 등에 난 상처로부터 계속해서 피가 뿜어져 나오고 있는데, 계산 결과 이렇게 분출되는 혈액의 양은 분당 300리터 정도이다.
내력: SCP-696-KO-1은 러시아 야로슬라블 주 야로슬라블의 한 살인 현장에서 발견되었다. 사망자인 레오니트 니키신은 동화 작가 겸 공예가로,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장난감 판매 사이트에서 자체 제작한 목각인형을 팔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5월 30일 니키신의 자택에서 여러 차례의 총성이 들렸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러시아 경찰들은 가슴에 여덟 발의 총상을 입은 채 쓰러진 니키신과 총알이 들어있지 않은 토카레프 권총 한 정, 그리고 니키신이 책상 옆에 올려놓은 SCP-696-KO-1을 발견했다. 수사를 진행하던 중 경찰관 세 명이 SCP-696-KO-1의 변칙성에 노출되어 환각 증세를 호소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당국으로부터 상황을 전달받은 재단 측에서 SCP-696-KO-1을 회수했으나, 재단 인원들 또한 대상의 정확한 변칙성에 무지했던 탓에 초기 격리를 담당한 인원들 중 두 명이 환각을 보기 시작했다.
당시 격리 총책임자였던 알렉세이 아나이 박사는 니키신의 본래 직업을 고려했을 때 해당 환각이 하위 서사 간섭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 추측하고 형이초학부에 협력을 요청했다. 며칠 뒤 형이초학부 소속 아멜리아 서틀러 연구원 외 5명이 야로슬라블로 이동, 영향을 받은 인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했다.
연구 결과 영향을 받은 인원들에게 SCP-696-KO-1과 유사한 고양이 수인들이 등장하는 이야기의 텍스트를 읽었다는, 존재하지 않는 기억이 삽입되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나 더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하기 전에 SCP-696-KO-1이 격리 상태를 벗어나는 사태가 발생, 결과적으로 아나이 박사와 서틀러 연구원이 실종되어 24시간 동안 격리 절차가 마비되었다.1 서틀러 연구원은 실종된 다음 날 복귀했으나, 정신적으로 심한 충격을 받은 탓에 모든 면담과 진술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부록: 서틀러 연구원의 복귀 2일 후, 즉 서틀러 연구원을 제외한 모든 영향 받은 인원이 실종된 다음 날 머리가 없는 사체가 격리실 한가운데에 나타났다. 사체(이후 SCP-696-KO-2로 명명됨)가 나타난 이후 서틀러 연구원을 포함하여 야로슬라블 시에 체류 중인 형이초학부 인원들 모두가 SCP-696-KO-1의 영향 범위 바깥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로 인한 환각이 보인다고 보고했다.
대상자: 아멜리아 서틀러
토얀은 피와 살점이 묻은 아홉 갈래 채찍을 바닥에 내던졌습니다.
말뚝에 묶인 샤니는 더 이상 비명 지를 힘도 없어, 그저 미약한 신음을 흘릴 뿐이었습니다.
토얀은 옆에 놓인 청동 도끼를 집어 들었습니다.
"이해할 수 없어." 토얀이 털을 잔뜩 곤두세우며 말했습니다. "올바른 짐승이 올 거라고 말한 건 바로 너였잖아. 왜 그 짐승을 놓아준 거야? 우리의 허기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어, 너도 알면서 왜 그런 짓을 한 거냐고."
"나…… 난……" 샤니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토얀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니야, 샤니. 대답은 안 해도 괜찮아. 솔직히 무슨 이유였든 알고 싶지 않아. 분명 멍청한 이유였겠지."
그는 그렇게 말하며 도끼를 들어 올렸습니다. 샤니는 뜻 모를 소리를 내며 울부짖었습니다.
도끼가 힘차게 내려오며 샤니의 목을 한 번에 잘라 떨어뜨렸습니다. 샤니의 잘린 목으로부터 피가 울컥거리며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너." 토얀이 송곳니를 드러냈습니다. "내가 하는 말을 어떻게든지 듣게 될 거라는 거 알아. 너는 나와 내 종족의 희망을 빼앗아 도망쳤다. 어디 계속 도망쳐 봐. 숲이 널 반드시 붙들고 말 거다. 나는 네 심장을 씹어먹기 전에는 결코 쉬지 않겠다."
발신인: 디에고 알칸타라 박사, SCP 재단 형이초학부
수신인: 아멜리아 서틀러 연구원, SCP 재단 형이초학부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네. 더 일찍 연락하지 못한 것을 용서해 주게.
자네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으니 빠르게 요점만 말하도록 하지. 자네와 자네 동료들을 구할 방법이 있어.
지금까지 야로슬라블에서 전달받은 텍스트를 우리 쪽이 연구한 결과 SCP-696-KO의 서사 차원과 우리 차원 사이의 서사 간섭 메커니즘을 어느 정도 밝혀낼 수 있었네. 아래 첨부한 파일에는 SCP-696-KO의 변칙성을 역설계한 물건이 들어 있어. 일단 한 번 보면 그 기작을 이해할 수 있을 걸세.
이 파일에 담긴 내용 중 일부에 대해 자네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아. 자네 아버님과 같이 일한 사람으로서 그 마음 십분 이해하네. 그렇지만 자네가 지금 여기서 죽는다면 형이초학부가 입을 타격은 둘째치고서라도 과거를 직시할 기회는 영영 없을 거야. 아멜리아, 자네는 반드시 살아남아야 해.
그들이 다른 세계에서 무슨 짓을 하게 될지, 자네가 어떤 일의 시발점이 될지에 대한 걱정은 버리도록 하게. 행운을 비네.
대상자: 아멜리아 서틀러
바다가 다가왔다 물러나는 소리가 모래사장을 가득 채웠습니다.
샤니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애써 움직여 해변의 끄트머리까지 다가갔습니다.
사냥꾼들이 그녀의 뒤에 서 있었습니다. 샤니는 정말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사냥터지기는 사냥터를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샤니는 돌아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잘 알고 있었지만, 그 일을 피할 방도는 없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하는 수 없이, 훌쩍이고 비틀거리며, 모래사장을 가로질러 숲으로 향했습니다.
숲의 경계에서는 아파란과 토얀이 서 있었습니다. 그들의 표정은 흰 가면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두 사냥꾼은 샤니에게 창을 겨누지 않고 그냥 그대로 서 있습니다. 아니, 애초에 시선이 그녀를 향해 있지 않습니다.
샤니는 의아한 나머지 두려움도 잊고 토얀의 가면, 정확히는 그 가면에 난 눈구멍 속을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토얀의 눈은 바다 저 멀리 있는 무언가를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녀는 뒤를 돌아봅니다. 그곳에는 커다란 범선 한 척이 해변으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떠 있습니다. 범선 옆에는 작은 배들이 바다 위에 내려져 그 위에 올라탄 사람들이 노를 저으며 해변으로 나아오고 있습니다.
아파란, 토얀, 그리고 샤니는 해변에 닿은 배들로부터 처음 보는 복장과 외모의 사람들이 내려 주변을 둘러보는 모습을 멍하니 쳐다봅니다. 그 순간, 샤니는 무언가 절박한 감정에 사로잡혀, 말을 듣지 않는 다리를 애써 움직여 가며 이방인들을 향해 다가갑니다. 이방인들도 샤니가 다가오는 모습을 봅니다. 그들은 경계하면서도 조금씩 그녀와 거리를 좁혀 갑니다.
그때 뒤에서 비명에 가까운 고함이 들려옵니다. 샤니는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 모래사장에 주저앉습니다. 그녀는 뒤를 돌아봅니다. 토얀이 미친 듯이 달려오며 샤니를 향해 창을 내뻗습니다.
큰 소리와 함께 샤니는 땅에 쓰러집니다. 그렇지만 창에 찔렸을 때 느낄 법한 몸의 통증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샤니는 이상함을 느끼고 다시 뒤를 봅니다.
토얀의 발치에 무언가에 맞아 부서져 버린 그의 가면이 떨어져 있습니다. 시선을 위로 향하자, 이번에는 토얀의 휘둥그레진 두 눈과 그 눈 사이에 난 구멍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피가 보입니다. 토얀은 끔찍한 표정을 하고, 하지만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한 채 모랫바닥에 쓰러집니다.
이제 샤니는 몸을 일으켜 해변을 바라봅니다. 그곳에서는 이방인들 중 한 사람, 잿빛 눈과 지저분하지만 그래도 생기 넘치는 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한 여자가 연기 나는 총을 들고 서 있습니다. 여자는 잠시 샤니를 쳐다보더니, 다시 앞을 바라보고는 눈을 가늘게 뜨며 허리에 걸려 있던 칼집으로부터 검을 뽑아 샤니에게 다가옵니다.
샤니는 도망치려고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갈색 머리의 여자는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그대로 돌진하며 샤니를 지나칩니다. 샤니는 그제서야 갈색 머리의 여자가 누구를 위해 검을 뽑은 것인지 깨닫습니다.
아파란은 고함과 함께 여자의 목을 노리고 창을 휘두릅니다. 그러나 여자는 몸을 숙여 창을 피하고, 검을 한 차례 휘둘러 아파란의 창을 베어버립니다. 아파란이 자루만 남은 자신의 창을 보고 놀랄 겨를도 없이, 여자는 다시 검을 뻗어 아파란의 가슴을 꿰뚫습니다.
아파란은 숨이 빠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창자루를 떨어뜨립니다. 여자가 아파란의 가슴에서 검을 뽑아내자 흩뿌려진 피가 묻은 모래사장 위로 아파란의 몸이 무너집니다.
여자는 손수건을 꺼내 검을 닦고, 검집에 다시 집어넣은 뒤, 샤니의 팔을 붙잡아 그녀를 일으킵니다.
"당신은…… 누구죠?" 샤니가 물었습니다.
여자는 크게 놀란 듯 눈을 크게 떴습니다. "우리 말을 할 줄 아나?"
"그런 것 같아요. 당신 종족을 만난 건 처음이지만……"
여자는 옷매무새를 가다듬었습니다. "내 이름은 알리시아 사우스마크, 과거 리벤트리 공국의 대공이었다. 지금은…… 리벤트리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을 이끌고 퍼플블룸을 따라 방랑하고 있지."
"……리벤트리? 퍼플블룸?"
"설명하자면 길다. 그런데 그쪽은……" 알리시아는 그렇게 말하며 샤니를 위아래로 훑어보았습니다. "무슨 일로 저 두 사람에게 쫓기고 있던 거지?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
"제 이름은 샤니에요." 샤니는 그렇게 말하고, 끔찍한 고민의 시간을 거친 뒤, 평생 동안 후회하게 될 한 마디 말을 꺼냈습니다. "도와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