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번호: SCP-677-KO
등급: 유클리드(Euclid)
특수 격리 절차: SCP-677-KO가 변칙 인물을 주로 표적으로 삼는 점을 생각했을 때, 장막에 끼치는 위협이 중대하지 않은 고로 막대한 격리 절차가 필요하지는 않다. 그러나, SCP-677-KO의 세력 확장을 저지하고자 초상 사회에서의 SCP-677-KO의 평판을 떨어뜨리고, 확인된 관계자를 최대한 체포한다.
통계예언학과는 SCP-677-KO가 사용하는 예언을 분석해, 예언 속 재앙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장소의 주민을 대피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일을 맡는다.
설명: SCP-677-KO는 대한민국에서 주로 활동하는 "오망성진리회"라는 이름의 다섯째주의의 한 종파이다. SCP-677-KO는 포교 중 어떠한 "재앙"이 닥쳐올 것이라 주장하며, 그 재앙을 피하는 방법은 오직 SCP-677-KO에 가입해 매달 일정한 회비를 내고 그들의 활동에 가담해야 알려줄 수 있다고 한다. SCP-677-KO의 포교 활동은 변칙 존재, 혹은 변칙성을 다룰 수 있는 인물에 집중하는데, 그 이유는 대상 내부에서 일어나는 어떤 활동과 연관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PoI-6077은 SCP-677-KO의 교주이다. 대상은 자체의 예언 능력, 혹은 예언을 전달받는 경로를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SCP-677-KO 측에서는 PoI-6077이 "별의 부름을 받아" 예언 능력을 얻었고, 그를 따르는 신도가 늘어날수록 그 능력이 강해진다고 주장한다. PoI-6077의 예언은 실제로도 100%에 달하는 정확도를 보인다. 약 1달~4달을 주기로 SCP-677-KO는 포교에 새로운 재앙을 이용하는데, 각 예언은 수 주에서 수년 이내로 전부 실현됐다. SCP-677-KO가 각종 주식·암호화폐 등으로 막대한 활동 자금을 획득했다는 점을 생각해도, PoI-6077, 혹은 PoI-6077이 연줄이 닿는 누군가에게 람다급 이상의 예언 능력이 있음은 확실하다. PoI-6077의 자세한 인적 사항이나 격리 절차는 별개 문서를 참고할 것.
SCP-677-KO의 포교 과정은 초반에는 여타 비변칙 사이비 종교와 유사하다. 그러나, 이후 주로 심리 검사 등으로 이어지는 일반 사이비 종교와는 달리, 신속하게 어떤 "재앙"에 관한 예언을 동원해 협박한다. SCP-677-KO 측에서는 철저한 밑조사로 포교 대상의 인간관계를 파악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만약 예언의 재앙이 대한민국 외에서 일어날 경우, 해당 장소에 친지가 거주하는 자를 골라 포교한다. SCP-677-KO 측에서는 이 도중 변칙 능력을 동원한 속임수로 상대방을 홀리고, 마약이나 연기 등으로 상대방의 사리 분별력을 낮추기에, 대부분의 포교 대상은 SCP-677-KO에 가입하게 된다.
SCP-677-KO에 가입 의사를 표할 경우, 수일 내로 SCP-677-KO의 구성원이 대상의 거처에 방문해 SCP-677-KO 소유의 건물 중 하나로 안내한다. 건물에 출입한 인물이 이후 외부에서 목격된 사례는 없다. 다만, SCP-677-KO 소유 건물 근처의 주민이 출처 불명의 연기나 악취로 인한 고통을 호소한 바 있다. SCP-677-KO의 거점으로 추정되는 곳 중 하나를 급습한 적이 있었으나, 내부에 사람은 없었고 다만 파쇄된 문서, 마약, 향로, 5의 배수로 맞춘 여러 종류의 초 등이 발견됐다.
SCP-677-KO가 포교에 활용한 것이 확실한 21세기 사건 중 주요 목록은 다음과 같다.
- 2018년 무진시 묻지마 살인사건
- 2020년 혼돈의 반란 민간 기업 오인 습격 사건
- 2023년 대규모 산불
- 2025년 ██바이러스 대유행
- SCP-████의 브라질 강타
- SCP-5799-KO의 격리 파기
- 외 30여 건
SCP-677-KO가 포교 활동 중 공개하는 예언의 내용은 재앙이 닥칠 대략적인 범위와 재앙의 유형뿐인데, 그 한정된 정보 때문에 재단은 예언 내용을 취득해도 별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SCP-677-KO 내에 잠입한 재단 요원은 전부 어느 시점 이후로 연락이 끊겼다.
부록 677KO.1: 면담 기록 2025/09/31
면담자: 유성한 연구원
피면담자: PoI-6077
서문: 2025년 9월 30일, PoI-6077이 갑작스레 제57K기지에 홀로 투항해왔다. 대상은 어떠한 "협상"을 하자고 제안했으며, 이내 긴급 회의 후 면담을 시행했다.
<기록 시작>
PoI-6077: 오호, 변칙 개체일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주는 취급이 꽤 좋네요. 에어컨도 빵빵하고, 의자도 편하고.
유성한 연구원: 그쪽이 무슨 존재인지도 모르는 데다가, 갑자기 협상하자고 찾아오니 최대한 조심해야죠. 여기저기 변칙능력 차단 장치를 설치해 놓았으니 이상한 짓은 안 하는 게 좋을 겁니다
PoI-6077: 아, 당연히 그렇죠. 그럴 생각은 추호에도 없습니다. 그럼, 우선 제가 재단에 줄 수 있는 것을 말하죠. 수십 명의 변칙인간의 상세한 정보와 위치, 저희가 모아놓은 변칙 존재 잔뜩, 저희가 구류한 재단 요원들, 저희 조직의 상세 정보, 각종 예언까지. 제 기분에 따라 덤도 얹어 줄 수 있고요.
유성한 연구원: …네? 제가 제대로 들은 게 맞습니까?
PoI-6077: 물론이죠. 저와 제 교단이 소유한 전체를 줄 수도 있어요. 그 대신 제가 재단에 요구하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유성한 연구원: 말해보세요.
PoI-6077: 첫째, 제가 지금까지 저지른 모든 초상 법규 위반을 없던 것으로 할 것. 둘째, 제 세 번째 조건을 들어줄 때까지 재단 측에서 제 신변을 무슨 일이 있어도 철저히 보호할 것. 셋째, 석 달 안으로 지구를 영구적으로 떠날 수단을 제공할 것.
유성한 연구원: 지구를 떠난다뇨? 설마 당신네 다섯째주의자들이 말하는 승천 같은 걸 위해섭니까? 그 버스 타고 우주로 떠난 학생들처럼요?
PoI-6077: 네? 당치도 않습니다. 세상에 다섯 같은 게 어디 있다고요. 제가 말하는 지구를 떠난다는 건 그저 우주에 거주 공간을 하나 만들어달란 겁니다. 제 기대수명까지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고, 가능한 한 지구에서 멀리 있었으면 좋겠네요.
유성한 연구원: 다섯 같은 게 어딨냐니… 당신이 다섯째 교주잖습니까!
PoI-6077: 종교를 믿는 건 교인이죠, 교주가 아니라. 둘은 서로 달라요. 교주가 꼭 교인이란 법은 없습니다만.
유성한 연구원: 하, 이건 또 뭔… 그럼 그쪽이 다섯째 신자가 아니라면 지구를 떠나는 이유는 뭐죠? 당신네가 말하는 그 예언 때문인가요?
PoI-6077: 뭐,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요. 협상에 응한다면 알려 드릴 수도 있습니다.
유성한 연구원: … 제가 처리하기엔 너무 큰 일 같은데 지금 당장은 뭐라 할 수 없겠습니다. 일단 회의를 한 후 결론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PoI-6077: 뭐, 조금 시간이 걸려도 괜찮습니다. 아, 저도 믿는 구석이 있어서 온 거니 갑자기 잡아 가두거나 하진 말고요. 제가 마음만 먹으면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제 신자들이… 알죠?
(유성한 연구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선다)
<기록 종료>
후문: 비록 PoI-6077의 의도는 불명이나, 대상한테서 강한 변칙성은 탐지되지 않았고, 위협적일 수 있는 요주의 단체를 제거할 기회이며, 대상의 요구 조건을 들어주는 데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대상의 조건에 응하기로 했다. 제57K기지에 제대로 된 인간형 개체 격리실이 없기에, 대상은 직원 사무실을 개조한 방이 주어졌다. 이튿날 대상과의 면담이 시행되었다.
부록 677KO.2: 면담 기록 2025/10/01
면담자: 유성한 연구원
피면담자: PoI-6077
<기록 시작>
유성한 연구원: 자 그럼, 우린 당신에게 안전한 거주 시설을 제공했으니, 그쪽도 계약 조건에 따라 정보를 제공하시죠.
PoI-6077: 흐음… 다시 생각해보니 좀 그런데… 말이 좋아 거주시설이지 사실상 격리실 아닙니까? 외출도 제한됐고요.
유성한 연구원: 아니 그 안에 편의 물품이랑 오락 물품이 얼마나 많은데… 적당히 만족하는 게 어떨까요?
PoI-6077: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제 기분이 나빠져서, 실수로 제 교인들에게 원격 지령을 내려버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유성한 연구원이 PoI-6077을 강하게 째려본다.)
PoI-6077: 하하, 농담입니다, 농담. 조크를 잘 못 받아들이시네. 그래서, 질문하고 싶은 건 뭡니까? 용건이 있어서 온 것 아닌가요? 계약 내용에 있는 거라면 질문하는 대로 답해 드리죠.
유성한 연구원: 자 그럼… 일단 당신이 다섯째주의자가 아니라면, 다섯째 교단 종파 중 하나의 수장인 이유는 무엇이죠?
PoI-6077: 아, 그러러면 일단 제가 어떻게 예언 능력을 얻었는지부터 얘기해야겠군요. 저는 본디 천문학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외계인이란 분야에 가장 흥미가 있었죠. 매일매일 직접 만든 교신 도구로 외계인의 연락을 기다리곤 했습니다.
유성한 연구원: 그래서, 외계인이 당신에게 말을 걸었고, 예언 방법을 전해줬다, 이 말입니까?
PoI-6077: 뭐, 대충 비슷합니다. 몇 주, 몇 달을 계속해도 그럴듯한 결과가 안 나오길래 실망한 채로 반복만을 했는데, 어느 날 흄뽕1을 맞고 실험하니 갑자기 장치가 영어로 메시지를 출력하는 거에요. "우리는 지구인을 도와주고자 미래의 일을 알려주고자 한다. 약간의 현실성을 납부하면 대가로 예언을 주겠다. 서비스의 편의를 위해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가 쓰는 언어로 메시지를 보낸다. 몇 월 며칠에 파리 어디에 무슨 참사가 일어날 거다", 이런 식으로요. 그냥 마약 부작용인가 보다 하고 잊고 지냈는데, 딱 그날 예언이 실현된 거죠. 몇 차례 더 실험해봤는데도 계속 똑같은 결과가 나오자 확실해졌고요.
유성한 연구원: 그래서 그 능력으로 사이비 종교를 차렸다는 겁니까?
PoI-6077: 그쵸. 누가 예언을 보내는 건지, 어디서 나오는 건진 불명이었지만, 일단 예언이 100% 정확하단 건 확실했으니까요. 비록 송신자가 지구 문화에 익숙지 않아서 그런지 철자 같은 것도 제가 아는 영어랑 약간 다르고, 쓰잘데기 없는 예언, 이미 일어난 일의 예언도 꽤 자주 하긴 했지만, 예언을 많이 내려줬기에 별문제는 안 됐습니다. 나중엔 굳이 흄뽕을 쓸 필요 없이 변칙 인간의 체액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유성한 연구원: 그래서 그게 다섯째 교단이 된 경위는요?
PoI-6077: 아, 유명세에 비해 한국에 세력이 없길래 이름을 빌려 왔죠. 완전히 새로운 스타트업을 시도하는 것보단 이름값을 좀 갖고 시작하는 게 낫지 않겠어요? 나중엔 진짜들도 좀 섞여들어 온 것 같긴 한데, 저야 돈만 벌 수 있으면 좋죠.
유성한 연구원: 뭐… 알겠습니다. 그럼 두 번째 질문. 그렇게 잘 살다가 갑자기 지구를 떠나려 하는 이유는 무엇이죠?
PoI-6077: 흐음… 이건 지금 답해주고 싶지가 않은데…
유성한 연구원: 그게 무슨 말이죠, 계약했잖습니까?
PoI-6077: 분명 그랬죠, 하지만 "언제" 말해줄지는 명시하지 않았을 텐데요? 제가 지금 말해주든, 떠나기 직전에 말해주든 제 맘이죠.
유성한 연구원: 이건 또 뭔 궤변을…
PoI-6077: 일주일에 최소 한 번 외출을 허용해준다면 지금 당장 말해드리죠. 어떻습니까?
유성한 연구원: (무전기로) 네 부장님, 저런 조건을 해대는데 어떡하면 좋죠? 수락해요 말아요? 네? 정말요? 네, 알겠습니다. (PoI-6077) 네, 수락합니다. 다만 재단 요원이 항상 동행해야 합니다. 그럼 말하세요.
PoI-6077: 아주 좋습니다. 당신도 짐작했겠지만, 떠나는 건 예언 때문이죠.
유성한 연구원: 구체적으로 어떤 예언 말이죠?
PoI-6077: 지구가 멸망하거든요.
(정적)
유성한 연구원: 네?
PoI-6077: 제가 지난주에 예언을 또 받았는데, 어떤 거대한 괴수가 지구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묘사된 바로는 족히 토성 크기는 되더군요. 괴수의 출발 지점과 지구 사이의 거리랑, 괴수의 속도 또한 나왔는데, 계산해보면 내년 안으로 도착할 게 뻔합니다. 막을 방법은 없겠죠.
유성한 연구원: … 예언의 전문을 말해줄 수 있겠습니까?
PoI-6077: 그러죠. 영어 원문에서 번역했습니다. "어느 거대한 괴수가 그쪽의 행성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놈은 지구에서 9460해 m 떨어진 곳에서 출발했으나, 이미 그러한 지 1000만 년이 지났다. 놈은 물리법칙을 어기며 광속으로 이동할 수 있다. 달리 특별한 능력은 없으나, 놈의 몸집만 해도 지구의 10배에 달하기에 그 크기와 속도만으로도 지구에 끔찍한 영향을 끼치기에 족하다. 놈의 진로를 막을 방법은 없다. 남은 시간을 가능한 한 이용하라." 그 뒤에는 좀 더 정확한 위치나 도착 시점을 계산하는 데 필요한 수가 이것저것 있더군요. 이 자료는 나중에 보내드리죠. 어찌됐든, 9460해 미터를 환산하면 정확히 1000만 광년인데, 괴수는 1000만년 전에 광속으로 출발했다죠. 네, 우린 끝났습니다.
유성한 연구원: 그 말이 진짜라는 증거는 있습니까?
PoI-6077: 일단, 지금까지 온 예언은 하나의 예외도 없이 실현됐고, 천문학 전공을 살려 묘사된 방향을 관측하니 실제로 거대한 무언가가 보이더군요. 비록 흐릿해서 무엇이었는지 잘 확인할 순 없었지만, 붉고, 얼룩덜룩하고, 뾰족뾰족하며, 괴기한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원한다면 확인해봐도 좋아요. 제가 괜히 천문관측기지를 찾아온 게 아닙니다.
유성한 연구원: …이만하면 충분히 들은 것 같군요. 오늘 면담은 그만하죠.
<기록 종료>
후문: PoI-6077이 묘사한 독립체는 URA-60772로 지정되어, 즉시 연구가 시작되었다. URA-6077의 혼란 등급은 아미타(최고 등급)로 지정되었으며, 제01K기지는 조사 결과에 따라 XK급 시나리오를 발령할 준비를 했다.
부록 677KO.3: URA-6077 조사 기록
재단 측에서는 면담이 이루어진 후 천문학부·통계예언학과·초월적독립체대책부 등이 협업하여 URA-6077을 조사했다. PoI-6077이 수신한 예언을 분석한 결과, 변칙성이 검출되어 예언 자체는 진실임이 검증되었으며 예언에 쓰인 어휘 등이 1900년대 초중반 영국의 것과 흡사하다는 것이 밝혀졌으나, 그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초월적독립체대책부 측에서는 대상에 대항할 여러 수단을 구상했으나, 각기 다양한 어려움에 봉착했다.
- 대상을 주머니 우주에 가두자는 제안은 기술적 문제로 봉착됐다. 재단의 역량으로는 도시 한 개 크기의 주머니 차원 생성이 한계이다.
- 중력 조작으로 대상의 경로를 굴절시키자는 제안 또한 대상의 막대한 질량과 속도 탓에 효용이 없을 가능성이 높아 반려되었다.
- 고유무기로 대상을 파괴하는 것은 그 실현 가능성이 불분명할뿐더러, 대상의 파편만으로도 지구에 악영향을 끼치는 데 충분하다.
- 타 행성으로 인류가 이주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안으로 보이나, URA-6077의 크기를 생각했을 때 지구 외 행성이 파괴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럼에도 나머지 대책 중 최선으로 생각되었기에, 대책부는 이 노선에 집중키로 했다.
한편, 제57K기지 천문학부에서는 거대변칙독립체로 인해 발생할 공간 왜곡, 흄 장 왜곡, 중력파 등을 탐지하려 했으나, 모종의 이유로 어떠한 성과도 없었다. PoI-6077이 묘사한 붉은 독립체 또한 발견되지 않았다. 제57K기지에서는 독립체에 자체 은폐 기능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계속했으나, 역시 별 정보를 얻지 못했다.
2025년 11월, 막대한 예산을 들여 URA-6077이 위치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거대 구역 전체를 정밀 스캐닝했으나, 어떠한 이상성도 확인되지 않았다. 예언 분석 결과가 잘못되었거나, 예언을 잘못 해석했을 가능성을 고려해 조사에 잠시 제동이 걸렸으며, 혼란 등급을 에키로 하향했다.
그러던 중, 2025년 12월 초 저녁, 제57K기지의 전파 망원경에 다음과 같은 신호가 수신되었다. 영국식 영어였던 기존 예언과는 달리, 현대의 미국식 영어로 발신되었다.
카산드라 코퍼레이션이 지구(행성-RAO52B) 고객님들께 사과드립니다
저희 카산드라 코퍼레이션은 예언 능력을 적극 활용하여, 일정 현실성을 납부받는 대가로 타 행성에 예언 내용을 송신해 도움을 드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단체입니다. 저희 단체는 저희 예언을 다수 수신 및 활용해 오셔서 저희 단체의 존재 의의를 증명해주시고 계신 행성-RAO52B, 일명 "지구"의 고객님들께 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예언 송신 시스템을 점검한 결과, 지구를 향해 송신하는 메시지의 설정을 계산하던 중, 오류가 발생한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저희 컴퓨터가 계산한 메시지 수신 시점은 20세기 초중반이었으나, 실제 수신 시점은 21세기 초중반이었습니다. 이 오차로 인해 이미 쓸모가 없게 되어버린 예언, 부적절한 예언 등을 송신해버렸고, 메시지에서 시대상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고객님들께 많은 불편과 혼란을 야기한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저희 카산드라 코퍼레이션에서는 이 일에 보상하고자 지구에 예언을 보내는 빈도를 늘리는 등 혜택을 드리고자 합니다. 또한, 앞으로는 발송 시스템을 더더욱 철저히 점검하여 이러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불편을 끼쳐 드려서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카산드라 코퍼레이션 임직원 일동 올림
부록 677KO.4: 회의 기록 2025/12/3
서문: 제57K기지에서 부록 677KO.3의 메시지를 수신한 다음 날, 바로 비상 회의가 소집되었다. 천문학부 인원 몇 명과 제57K기지에 임시로 머무르던 통계예언학과 인원 1명이 제57K기지의 회의실에 모였다.
<기록 시작>
천문학부장 천문연 박사: …그래서, 저게 무슨 의미죠?
통계예언학과 선임 연구원 김서정: PoI-6077은 분명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의 말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했습니다. 100년 전이라면… 아직 영국이 가장 강력할 때이죠. 그리고 영국에서는 도로 표지판에선 아직도 마일을 쓰며, mi가 아니라 m으로 줄여 씁니다. 아무래도 PoI-6077은 계산 과정에서 마일과 미터를 혼동한 것 같습니다.
천문연 박사: 1마일이 1600미터니까, 원 계산보다 1600배 더 멀리 있는 거라면… 우주론적 사건의 지평선3보다 멀리 있네요. 네. URA-6077은 내년에도, 앞으로도, 절대로 지구에 도달하지 못합니다.
김서정 연구원: 잠깐, 그렇다면 PoI-6077이 언급한 붉은 괴수는 뭐죠? 그냥 헛것이었나요?
천문학부 선임 연구원 유성한: 아, 간밤에 정밀 스캐닝 결과를 다시 분석해봤는데, PoI-6077이 계산한 장소에 SCP-3485-1이 있었습니다. 네, 그 거대 우주 랍스터 껍데기요.
(정적)
천문연 박사: 몇 주 동안 심혈을 기울여 조사해 왔는데 전말이 이러니 허탈하군요.
김서정 연구원: 뭐, 지구 멸망보단 아무래도 훨씬 낫죠.
유성한 연구원: 그럼, 뒤처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른 변칙 존재들은요?
천문연 박사: 일단 K급 시나리오랑 에키급 혼란 등급은 해제해 달라 본부에 요청해야겠죠. URA-6077은 안전 내지는 무효로 재분류하고, SCP-677-KO는 관련 인물을 최대한 잡아들인 후, 리더가 지들 팔아먹었다 공표하면 아마 빠르게 사라지겠죠.
김서정 연구원: 카산드라 코퍼레이션이란 새로운 요주의 단체는 통계예언학과쪽에서 차차 조사해나가야겠네요. 일감이 다시 생겼군요.
천문연 박사: 문제는 PoI-6077인데… 그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지 의견 있나요? 이미 발사 캡슐이랑 발사대 연료도 다 준비됐는데. 예언이 틀렸다고 말해줘야 할려나요?
(정적)
유성한 연구원: … 굳이 말할 필요가 있을까요?
<기록 종료>
후문: 제57K기지는 다음과 같은 사유로 제01K기지에 제안서를 냈다.
- PoI-6077의 재단 거주 기간이 연장되면, 그의 까다로운 요구 조건에 드는 비용이 무시 못 할 수준으로 늘어남.
- 발사를 취소하면 상당한 예산이 위약금, 미사용 연료 등의 이유로 낭비됨.
- PoI-6077을 지구에 내버려두면 다시 SCP-677-KO로 도주할 우려가 있음.
- PoI-6077은 요주의 단체 수장으로서 수많은 부당한 금전적 이득을 취해왔으므로 윤리 문제 또한 적음.
- 비록 대상이 요주의 인물이라고는 하나, 재단에는 맺은 계약을 이행할 의무가 있음
제안서의 내용은 PoI-6077에게 카산드라 코퍼레이션의 메시지를 알려주지 아니하고, 발사는 예정대로 진행하며, 한편 PoI-6077이 탈 캡슐을 이용해 인간의 장기 우주 생존에 관한 실험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 제안서는 승인되었다.
부록 677KO.5: 발사 과정 영상 기록 2025/12/31
<기록 시작>
(카메라는 발사 캡슐을 비춘다. 캡슐은 발사대에 위치했으며, 이륙 준비가 완료되었다. 우주복으로 환복한 PoI-6077는 발사대에 올라갈 준비를 하고, 유성한 연구원이 그를 배웅하고자 발사대 앞에 나와 있다.)
PoI-6077: 그럼, 드디어 헤어질 시간이군요. 3개월 동안 재단에서 나름 재밌게 지냈는데, 하핫.
유성한 연구원: 뜸들이지 말고 얼른 가시죠. 발사 시간 놓쳐서 지구에 남으면 저희 책임 아닙니다.
PoI-6077: 하하, 물론이죠. 지구에 남아 벌벌 떨어야 하는 우리 연구원님과는 달리, 전 생명보장 티켓이 있으니까요. 남은 재단님들끼리 어떻게든 잘 막아보세요.
유성한 연구원: 세상 사람 다 버리고 혼자 살아남으려 가니 기분 참 좋겠네요.
PoI-6077: 물론 좋죠. 80억 인류 중에 혼자 생존이 보장된다니 아주 특별한 사람이 된 기분 아니겠어요? 하지만 뭐, 행운을 빕니다. 이건 진심이에요.
유성한 연구원: 할 말 다 끝났으면 어서 떠나시죠.
PoI-6077: 알았어요 이 사람아, 몇 달 후면 이승에 있지도 않을 사람이 왜 이리 쩨쩨하데. 떠납니다 떠나요. 아 맞다, 기분 나빠지면 원격으로 지령 내릴 수 있다는 건 거짓말이었습니다. 전 그럴 수단도 능력도 없어요. 끝까지 못 알아채데요? 하하핫. 그럼 진짜로 떠납니다!
(PoI-6077이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발사대 맨 위에 있는 캡슐 입구를 향해 상승한다. 엘리베이터가 정지하자 PoI-6077이 걸어나와 캡슐에 입장하고, 출입구를 봉한다.)
(발사대의 인원이 PoI-6077이 탑승했음을 무전기로 알린다. 카운트다운이 시작한다.)
유성한 연구원: (무전기로) 어 그래, 알았어, 수고했다. 역시 난 연기는 안 어울린단 말이야. 캡슐에서 데이터 잘 들어오는지 확인하고. 어 그래. 내일 보자.
<기록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