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666-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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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번호: SCP-666-FR

위협 등급: 적색

등급: 안전 유클리드

특수 격리 절차: SCP-666-FR은 키비안 기지에서 상자 2개로 이루어진 2중 보관함에 격리한다.

내부 상자는 조그만 호도나무 상자로 하고 바깥에 여러 인장을 둘러 항상 외부 상자 안에 두며, 외부 상자는 티타늄 함으로 하고 6자리 비밀번호를 4개 맞춰 여는 자물쇠를 채운다. SCP-666-FR이 담긴 보관함은 5m × 5m × 5m 콘크리트 격리실에 두고 다른 물건을 비치하지 않으며, 격리실 벽에는 주 1회 은비학적 보호 문양과 악마 방어 형상, 주술 인장 등을 채운다.

매주 월요일 격리실에서 향과 성수를 이용해 정화의식을 실시한다.

SCP-666-FR 격리실 유지 담당자는 악마학부 소속의 40세 이하이며 신체·정신적 건강이 온전한 인원으로 한다. SCP-666-FR을 연구하고자 하는 인원에게도 이 규정을 준용하며, 또한 먼저 악마학부 부장에게 직접 승인받아야 배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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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666-FR

설명: SCP-666-FR은 닌텐도 게임보이 어드밴스 SP 기기로, 색상은 빨간색이며 상태가 불량하다. 재단이 SCP-666-FR 기기 대부분을 보수했으나 여전히 외관에 긁힌 상처가 다수 남았고 화면에 균열이 크게 생겨나 있으며, 콘솔에 꽂힌 게임 카트리지를 제거하면 복구 불가능할 만큼 중대한 손상을 입힐 우려가 잔존한다. SCP-666-FR에 꽂힌 카트리지는 레이싱 게임 《마리오 카트 어드밴스》(이하 SCP-666-FR-1)다.

SCP-666-FR은 전원 스위치가 고장났으며 항상 켜진 채로 남아 있다. 대상의 배터리는 절대 소진되지 않는다고 보인다. 해당 변칙성의 원리는 불명이다.

SCP-666-FR-1이 같은 게임의 비변칙 카트리지와 다른 주요 차이점은 기원 불명의 변칙적 버그가 나타난다는 점과 [데이터 말소]이다. 현재 연구진이 뚜렷한 차이점의 전체 목록을 작성하는 중이다.

SCP-666-FR은 2004년 2월 27일 어떤 승용차가 도로에서 벗어나 35m 높이 계곡으로 추락해 충돌하면서 발견되었다. 승용차에 탑승했던 4인 가족은 모두 목숨을 잃었으며, 이후 프랑스 경찰이 차내에서 대상을 회수했다. 대상은 이 사고를 계기로 손상을 입고 변칙성을 얻었다고 추정되었다.


2004/02/27 사건 관련 경찰 조서:

상황: 라베른Laverne 가족은 모르비에Morbier에 있는 스키장에 가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어머니 도나Dona 라베른은 자신의 언니 모르간 드페이Morgane Defey에게 도착하는 대로 연락하겠다고 알렸다. 48시간 동안 아무 소식이 없자 드페이가 경찰에 실종을 신고했다.

조서: 경찰이 모르비에 수색을 개시했으나 한동안 차량도 일가족의 시신도 발견되지 않았다. 부모의 은행카드 사용 내역을 추적했으나 드페이가 신고한 뒤 72시간 동안 내역이 전혀 남지 않은 탓에 역시 일가족의 위치를 특정하지 못했다.

수색 개시 36시간 후, 라베른 가족의 포드 피에스타가 당초 목적지에서 40km 떨어진 위치의 외딴 산길에 난 싱크홀 아래에서 발견되었다. 일가족 4인의 시신 모두 차내에 함께 남아 있었다.

차량의 잔해가 심각하게 파손된 탓에 인명구조팀을 동원하여 시신들을 차량 바깥으로 회수할 수 있었다. 당시 현장에서 작업했던 인원들은 사건 현장 주변에 이상하게 파리들이 많이 꼬였으며 또 유황 냄새가 도처에 진동했다고 알렸다.

그 밖에도 몇 가지 사항을 본 조사관은 주목하고 있다. 1: 차량이 있던 위치는 인근 주민에게만 겨우 알려진 외딴 곳이었다. 2: 차량 트렁크에서 엽총이 경찰 제복에 둘둘 싸인 채로 발견되었다(아버지 브뤼노Bruno 라베른은 경찰에 근무했다). 3: 일가족 중 가장 어린 딸 상드라Sandra 라베른이 발견 당시 쥐고 있던 게임기는 전원이 꺼지지 않았다. 해당 게임기는 묻어 있는 조직을 부검실에서 분석한 다음 특수한 기관으로 인계했다. 4: 차내에서 피 묻은 칼이 발견되었다. 5: 부모의 시신에서 사건 이전에 생겨난 흔적들이 발견되었다. 브뤼노 라베른의 목 오른편에 자상이 여러 개 나 있는데, 형태와 깊이로 미루어 4에서 언급한 칼에 찔려 만들어졌다고 추정되었다. 이후 칼날에서 채취한 혈흔을 실험실 분석한 결과 가설이 사실로 입증되었다. 한편 도나 라베른의 입에는 말라붙은 타액이 뒤덮여 있었는데, 간질발작 증세로 추정된다.

결론: 사건의 정황은 현재로서 불명이다. 더 깊은 조사가 필요하다.

경찰 수사관
콜레트 샹테코크Colette Chantecoq

장 샤르팡티에Jean Charpentier 반장 (재단 위장요원) 비고: 이상의 문제를 조사 유예 처리 후 SCP 재단으로 무사 이송했음.


SCP-666-FR-1의 관찰된 변칙행동 목록:
(2004/02/03 현재 연구진이 계속 작성 중인 항목임)

대상을 회수한 뒤 마이어Meier 박사의 감독하에 수차례 SCP-666-FR-1으로 실험을 실시하였다. 연구진이 확인한 버그들은 다음과 같다.

  • 《마리오 카트 어드밴스》는 세미 3D 환경에서 플레이어가 이따금 앞길을 정확히 분간하기 어렵기 때문에 푯말로 커브 방향을 알리는데, SCP-666-FR-1은 약 15% 확률로 틀린 푯말이 등장한다. 이를테면 실제 진로는 완만한 우회전 커브인데도 푯말에는 좌회전 급커브가 표시될 수 있으며, 또 직선 구간을 주행해야 하는데도 푯말로 커브를 표시하는 경우도 있다.
  • 마리오를 CPU가 플레이하면 레이스 출발 신호 다음 프레임에서 사라진 다음 다시 등장하지 않는다. 플레이어가 마리오를 선택하면 이 버그는 발생하지 않는다.
  • 플레이어가 루이지를 선택하면 카트가 조작되지 않는다. 플레이어의 카트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출발선에 그대로 남는다. 게임을 중지하고 다른 캐릭터를 선택할 수는 있다.
  • 플레이어가 요시를 선택하면 모든 CPU(와리오 제외)가 이상행동을 보이며 경기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는데, 역방향으로 주행하거나 장애물을 직접 들이받거나 물·허공 등으로 떨어지면서 플레이어를 피해 다니고 되도록 멀리 떨어져 있으려 한다. CPU가 요시를 플레이하면 움직이지 않고 출발선에 내내 그대로 남으며 다른 CPU가 모두 무시한다.
  • "스카이 가든" 서킷에서는 모드와 무관하게 경기를 시작할 수 없다. 서킷을 선택하면 몇 초 뒤 게임이 멈췄다가 자동으로 타이틀 화면으로 되돌아간다. 이 게임 자동 리부팅 현상은 《마리오 카트 어드밴스》에서 자연 존재하는 기능이 아니다.
  • 마리오 시리즈에 빈번히 등장하는 유령형 적 "부끄부끄"를 표시하는 스프라이트가 없다. 가끔 대신해서 검은색 사각형이 등장하기도 한다.
  • 타임어택 모드에서 시간 기록을 저장할 수 없다.
  • 클로킹, 무적, 아이템 뺏기 등 유리한 효과를 부여하는 아이템 "부끄부끄"를 아이템 박스를 먹어서 얻을 수 없다.
  • 도로 텍스처와 장애물 스프라이트 등이 숱하게 글리치로 뒤덮여서 게임의 가시성을 저해한다.

지금 우리 연구 대상에서 중요한 부분은 어떤 변질점이 정상 수준을 넘어서는가 하는 겁니다. 젊은 분들, 취급할 만한 좀더 흥미로운 부분이 많습니다. 괜히 쓸데없이 이런 목록을 싹 다 채우고 빠진 픽셀 수를 하나하나 세어보려 들지 말고 CPU한테 좀더 집중해 보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 마이어 박사

SCP-666-FR-1의 NPC는 똑같은 게임의 다른 평범한 카트리지와 판이하게 다른 행동을 보이며, 각 NPC마다 구체적 패턴은 서로 다르다. 원래 게임에는 "라이벌 시스템"이 있어 플레이어가 선택하는 캐릭터에 따라 NPC에게 서로 다른 속도를 부여하여 특정 NPC 하나가 경기의 주요 맞수가 되고 나머지 NPC들은 적당히 조화를 이루면서 주행한다. SCP-666-FR-1에서는 이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는다.

  • 마리오는 전술한 내용과 같이 CPU가 조종할 시 사라진다.
  • 루이지의 CPU는 항상 가장 빠르고 또 가장 공격성이 높다. 다른 캐릭터들보다 등껍질이나 바나나 등 순수 공격형 아이템을 훨씬 자주 획득한다. 또한 더욱 두드러지는 점으로, 루이지는 행동에서 일종의 원한을 관찰할 수 있으며 10여 게임에 걸쳐서 이를 기억하는 능력까지 보인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루이지가 플레이어의 공격을 받거나 플레이어가 몇 차례를 내리 우승한다면 루이지는 후속 게임에서 플레이어를 계속 밀치거나 뒤에 바짝 붙어 따라가면서 초록등껍질을 모아 플레이어가 1등으로 달릴 때마다 쏘아보내는 등 갖은 수단으로 방해하며 복수를 추구하듯이 행동한다. 루이지는 게임 실력 또한 매우 뛰어난데, 고난도 테크닉을 구사할 수 있고 실력 높은 게이머만 타는 지름길 경로를 선택하며 또 플레이어의 공격을 예상하기까지 한다.
  • 피치는 항상 캐릭터들 중에서 맨 뒤에서 주행한다. 이는 순전히 자발적 행동으로, 경기의 전개나 플레이어의 실력과 무관하게 피치는 속도를 늦춰 대열 맨 뒤로 가려고 하며 가끔은 아예 멈춰서서 다른 캐릭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기까지 한다. 반면 플레이어가 마리오를 선택하면 피치는 플레이어의 행동과 무관하게 마리오를 따라온다. 역방향으로 주행하거나 멈춰서더라도 따라 움직이며, 플레이어를 공격하지도 않고 밀치지도 않으며 따라오기만 한다. 그러나 이때 플레이어가 피치를 공격하면, 피치의 행동은 평소와 같이 되돌아가고 남은 경기 내내 그대로 이어지며 한동안 다시 플레이어를 믿는 듯이 움직이지 않는다. 피치의 CPU에게 다시 "믿음을 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캐릭터를 선택해 20여 경기를 플레이한 다음 다시 마리오를 선택하는 것이다. 피치의 CPU는 게임 실력이 중하위 수준으로, 공격 아이템을 사용하지 않고 진입하기 쉬운 지름길만을 선택하며 이따금 조종 실수를 내고는 한다.
  • 키노피오의 CPU는 게임 실력이 매우 낮으며, 거의 모든 테크닉을 구사하기 어려워하며 게임의 숱한 장애물들과 무시로 부딪힌다. 키노피오는 아이템을 그냥 임의로 사용하며 이따금 역방향으로 주행하다 길을 잃기도 한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키노피오는 실력이 점차 향상되고 있는데, 현재는 주행 실수가 조금 뜸해졌으며 서킷의 경로를 더 잘 따라 움직일 수 있다.
  • 요시는 전술한 내용과 같이 CPU가 조종할 때 그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 동키콩과 쿠파는 CPU는 게임 실력이 평범한 수준으로, 간간이 지름길을 타고 아이템을 전략적으로 사용하며 가끔 상대의 움직임을 예상하거나 뒤따르는 상대를 방해하곤 한다. 또한 더욱 두드러지는 점으로, 동키콩과 쿠파는 서로 주행을 방해하려는 성향을 강력하게 띠며 특히 서로 원한을 형성하여 10여 경기 동안 이어가기도 한다. 한편 동키콩은 루이지를 절대로 앞지르려 하지 않으며 루이지가 역전하려고 하면 항상 스스로 속도를 늦추지만, 쿠파는 서슴지 않고 루이지와 직접 맞부딪치려 한다. 또한, 드물게 보이는 행동이지만 동키콩은 속도를 늦춰 키노피오 주변에 머물기도 한다.
  • 와리오는 CPU 중에 유일하게 원 게임 개발사가 의도한 대로 게임 시스템에 맞추어 정상으로 움직인다. 와리오는 플레이어가 선택하는 캐릭터에 맞추어 속도를 조정하며 변칙적 행동을 나타내지 않는다.

SCP-666-FR은 에테르 잔재1가 CPU에 고착되는 전형적 사례라 하겠습니다. 에테르 잔재라는 증거는 충분합니다. 게임간 기억, 적응형 복합적 전략, 게임 중의 개인적·개별적 행동, 학습 현상… 하지만 한 게임에 여러 잔재가 동시에 고착하는 사례는 처음이라 놀랍군요. 보통 호수에 빠져 죽은 어린이의 에테르 잔재면 〈무쥬라의 가면〉 카트리지를 과부하시키고도 남는단 말이죠. 그런데 닌텐도 64의 반밖에 안되는 카트리지 속에 잔재가 한번에 대여섯씩이나 고착했다니! 제가 지금까지 변칙 비디오게임을 30년 이상 연구했습니다만 지금까지 알던 걸 전부 뒤엎을 현상인데…

이 잔재들이 분명히 그 교통사고로 숨진 불운한 희생자들이리라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겠습니다만, 희생자는 4명밖에 없는데 변칙적으로 움직이는 CPU는 훨씬 많으니 뭐가 어떻게 고착되었는지 아직 의문투성이군요. 더구나 콘솔을 단 몇 분 플레이하면 풍겨나오는 저 유황 냄새도 너무나 불쾌합니다. 불길한 것이 영향을 끼친다고 의심되군요. 악마학 전문가이자 믿음직한 제 동료 몰리터Molitor 박사에게 의견을 물어야겠습니다. - 마이어 박사


악마학부 보고서:

예비 조사 보고서:

급속한 부패 상태와 파리의 다량 출현, 유황 냄새는 모두 악마가 존재한다고 추측할 때 곧잘 언급되는 징후다. 물론 합리적 설명을 먼저 시도해보지 않는 채로 무작정 개체가 빙의되었다거나 만마전 깊은 곳에서 악마가 튀어나왔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마이어 박사의 선행조사와 경찰 조서, 악마학부 소속 영매 및 강신술사 들이 콘솔을 검토한 결과 등을 기반으로 예비조사를 거친 결과, 현재로서는 악마가 존재할 가능성은 절대 배제하지 못하며 나아가 사실로 판명될 공산이 크다.

사건 분석:

파리떼가 가족들이 이동하는 내내 콘솔에 뒤따르지 않았으므로, 라베른 사건이 전술한 징후들을 야기했음은 분명하다. 우선 해당 사건이 정확히 어떤 시점에 발생했는지 조사했다. 실제 사정을 확연하게 파악하기는 아직도 어려우나, 빙의설을 채택한다면 사건 중 설명이 가능한 몇몇 사건이 존재한다.

경찰에서 현장을 조사하고 부검을 거쳐 작성한 조서에 따르면, 차량을 운전하던 브뤼노 라베른이 현장에서 발견된 그 칼에 찔려 중상을 입은 다음에 차량이 도로에서 이탈했다고 한다. 해당 정보를 설명할 만한 2가지 주요 가설은 다음과 같다. 1: 브뤼노 라베른이 자기 자신을 스스로 찔렀다. 칼의 원래 주인이 자신이라는 점을 근거로 삼을 수 있다. 2: 아들 앙투안Antoine 라베른이 홧김에 아버지를 찔렀다. 브뤼노 라베른을 공격하기 가장 좋은 자리에 앉았다는 사실로 뒷받침받을 수 있다.

두 행동 모두 비합리적 설명이라고 비칠 수 있겠다. 그러나 악마학적 분야에서는 더러 오컴의 면도날을 거스르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하기 마련이고, 그러므로 변칙현상을 인지하면서 생겨나는 가설은 모두 검토해보아야 한다. 빙의가 의심되거나 확실시되는 사례에서는 행동이나 저의 들을 연결지어 볼 수 있기 마련이다. 급격한 분노 폭발이라든가 편집증 내지 정신적 결함이 발전하여 발생한 치명적 충동, 심지어 극도의 절망까지 등이 모두 악마 내지 폴터가이스트의 영향을 의심해볼 만한 증상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의심사항은 도나 라베른의 입가에 남은 타액 흔적이다. 타액을 과다 분비하는 현상은 구마의식 내지 자연적 빙의현상에서 이따금 보이곤 한다. 사건 당시 도나는 안전벨트를 착용한 탓에 정상 상황에서는 브뤼노를 찔렀다고 보기 어려우나, 빙의자가 사지를 인간에게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형태로 비틀고 초인급 힘을 발휘한 사례 역시 다수 존재하는 탓에 보고서를 작성하는 현재로서는 아직 가설을 배제하지 못한다. 결론적으로 현재 타액 흔적은 해명되지 않았다.

가족 중 가장 어린 상드라 라베른 또한 아직 합리적 이유로 빙의자 후보에서 제외할 수 없다. 상드라가 희생자 중 유일하게 부검 감정서로도 사건현장의 징후로도 빙의를 의심할 증거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 그 자체가 혐의 요소로 성립한다. 악의적 개체는 은밀히 행동하고 속임수를 꾸미기 좋아하는 경향을 띤다. 악마가 상드라에게 빙의했을 가능성은 아직 남으며, 이 때문에 콘솔이 변칙능력을 얻고 차내에서 변칙효과를 표출해 집합적 히스테리를 일으켰을 수도 있다.

악마학부 권고사항:

악마학부가 제시받은 정보들을 모두 고려하여 도출한 가설은 마이어 박사와 일치한다. 해당 콘솔에는 현재 의식체를 수용하고 있으며, 그 정체는 십중팔구 라베른 가족의 에테르 잔재이며 더불어 정체불명의 다른 인물 또한 포함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가장 큰 의문점은 CPU 중에서 누가 누구인지 판별할 수 없다는 점이며, 악마의 영향을 입은 인물이 누구였는지 역시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악마학부는 비디오게임연구부와 합동하여 SCP-666-FR-1을 계속 연구하기를 권고한다. 특히 아직 연구되지 않은 게임 모드, 이를테면 대전 모드를 연구해봄직하며, 또 해당 CPU들과 대화할 방법 또한 탐색해야 할 것이다.


SCP-666-FR-1 대전 모드 실험:

날짜: 2004/04/06

계획: SCP-666-FR-1 대전 모드 탐색 실험. 대전 케이블로 비변칙 게임보이 어드밴스 3대를 연결해 4인이 플레이한다. SCP-666-FR 연구책임자 마이어 박사와 부책임자 및 자문역 몰리터 박사가 감독한다.

기동특무부대 Mi-5 ("프로게이머Pro Gamers") 대원 4인이 선발되어 세션에 참여한다. 웨이커Waker 요원이 조정자 및 분대장 역할과 P1(플레이어 1)을 맡고 SCP-666-FR로 플레이한다. 헤일Hale 요원이 P2, 머피Murphy 요원이 P3, 서머Summer 요원이 P4를 맡는다.


녹취록:

MTF 대원들이 실험실에 자리를 잡는다. 원탁에 의자 4개를 놓고 둘러앉은 덕분에 대전 케이블이 비교적 짧은데도 편안히 안정적으로 자리를 배치할 수 있다. 마이어 박사와 몰리터 박사가 가까운 데 앉아서 시청각 녹화 장비를 최종 점검한다.

대원들이 배치를 마치자, 웨이커 요원이 SCP-666-FR-1로 게임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웨이커: 출발합니까 박사님? "마리오 서킷"으로 플레이하는 거죠?

마이어: 네, 편하게 시작하면 됩니다. 어차피 엄청난 걸 기대하는 탐사가 아니라서요. 코스 한번 후딱 돌아보고 나서 서머·헤일·머피 요원은 퇴근해도 됩니다. 웨이커 요원한테 CPU들하고 상호작용을 시도시킬 테고요.

머피: 그냥 멀티카트리지 게임으로 하면 안되나요? 저 요시 싫어한단 말이에요2. 평범한 카트리지를 못 구해서 그런가요? 비디오게임 시장이 그렇게 비싸졌나?

헤일: 헛소리하지 마. 그냥 애초에 금지되어서 그래.

머피: 금지됐다고?

웨이커: 기본적 프로토콜이야, 블루. 유관 학부장이 승인해야지만 멀티카트리지를 플레이할 수가 있어. 감염될 위험이 크잖아, 변칙개체가 다른 카트리지로 전송될 수 있고. 그런 일은 막으려고 노력해야지.

서머: 노력을 한다… 그렇군요.

머피: 야, 진지한 거 말하잖아.

몰리터: 자 여러분, 집중해 주시겠나요? 얼른 돌아보고 마치자고요.

웨이커: 알겠습니다. 가자.

웨이커 요원이 "마리오 서킷"을 선택하고 게임을 시작한다. 김수한무가 신호등으로 시작신호를 주는 그때, 웨이커 요원이 대원들과 출발선에 함께 선 루이지 (이하 SCP-666-FR-L) 를 발견한다.

웨이커: 어, 박사님들, CPU가 있네요.

마이어: 벌써 이상상황이군. 멀티 모드엔 CPU가 없는데. 누군가요?

헤일: 루이지요.

레이스가 시작된다. SCP-666-FR-L이 로켓 스타트를 넣고 재빠르게 출발한다. 대원들이 그 뒤를 쫓는다.

웨이커: 어떡하죠?

마이어: 일단 레이스를 계속합시다. 몰리터와 논의해보죠. 마이어 박사가 몰리터 박사에게 몸을 기울이고 나지막이 말한다. 저게 무슨 뜻이라고 생각해?

몰리터: 아직 모르죠 박사님, 제 분야가 아니잖아요. 빙의된 카트리지에서 이런 버그가 흔하다고 말한 사람은 박사님 아니었어요?

머피: 젠장, 트랙에 장애물이 있다. 조심해.

헤일: 알았어.

서킷 도로 여러 곳에서 더러 움직이지 않는 등껍질이 등장한다. 등껍질을 건드리면 몇 초 뒤에 다른 등껍질이 무작위 지점에서 다시 등장한다. 원래 게임에는 등껍질을 비롯하여 아무 장애물도 나오지 않는다.

마이어: 그래도 저게 일단 잔재라는 건 확실할 테잖아? 혹시 우리하고 대화를 시도하려는 신호는 아닐까?

몰리터: 글쎄요…

몰리터 박사가 헤일 요원의 화면에 시선을 기울인다. 그녀가 지켜보는 사이 SCP-666-FR-L이 커브 구간에 놓은 바나나를 헤일이 밟고 미끄러진다.

몰리터: 그렇다손 쳐도 그다지 명백해 보이진 않는데요.

마이어: 알았어. 마이어 박사가 자세를 바로잡고 웨이커에게 다가가 말한다 웨이커, 헤일, 평범하게 플레이하면서 루이지 곁에 붙으세요. 머피, 서머, 둘은 기다리면서 맵을 구석구석 살펴보셔도 좋습니다.

웨이커: 들었지 다들? 가보자고 애애앵. 헤일, 일로 와봐, 여기 내가 먹은 거 봐. 웨이커가 헤일에게 자기 화면을 보여준다. 빨간등껍질 3개가 나왔다.

헤일: 킥킥거리며 기대가 되는구만요.

머피 요원이 트랙 내측 가장자리, 서머 요원이 외측 가장자리를 따라 달린다. 서머가 아이템 박스가 나오는 자리까지 왔을 때, 박스 대신 땅에 생긴 다른 텍스처를 발견한다.

서머: 뭐 하나 찾았어요.

머피: 뭐야, 어디에? 빨리 말해봐봐.

서머: 나 있는 데.

머피: 갈게.

머피 요원이 서머 요원에게 합류하고, 마이어 박사와 몰리터 박사가 둘의 스크린을 들여다본다. 땅에 어렴풋하고 평평한 텍스처가 보인다. 칼 스프라이트가 비정칙적 붉은 형체에 둘러싸인 모습이다.

머피: 피 묻은 단도인가 본데요. 아님 장검이라거나.

몰리터: 에이, 단도 맞아요. 마이어? 생각이 바뀌었어요. 이유가 여기 있을 수도 있겠네요.

마이어: 이쪽도 명확해지기까진 한참 멀었어. 웨이커, 헤일, 루이지를 묶어둘 수 있어요?

헤일: 마리오 카트에서요? 이거 격투게임이나 FPS가 아니에요 박사님, 구석에 몰아세우거나 그러지도 못한다고요.

마이어: 일단 적어도…

웨이커: 적어도 조금이라도 방해하려고는 진작부터 시도하고 있었죠. 서머, 머피, 공격템 챙겨와서 합류해. 저 배관공 녀석이 클리어해버리면 안되지.

대원들이 함께 SCP-666-FR-L을 공격한다. 그사이 대상이 LAP 4/5를 돌기 시작한다. 몇 차례 CPU에 공격을 맞힌 다음 서머 요원이 앞길을 통제하고자 맨 앞에 위치를 잡는다. 그런데, 서머 요원이 출발선을 넘자 마이어 박사를 부른다.

서머: 박사님, 랩 카운트가 안돼요.

마이어: 뭐라고요?

웨이커: 랩 횟수가 넘어가지지 않습니다. 분명히 트랙을 다 돌았는데 여전히 LAP 4/5로 뜨고 있어요.

헤일: 저도 통과해보겠습니다. 그렇네요, 저도 4/5에서 멈췄어요.

머피: 저도 마찬가지예요.

마이어: 일단 계속 달려봅시다.

대원들이 다시 SCP-666-FR-L을 방해하며, SCP-666-FR-L은 주행 순서에서 2등과 3등을 오간다. 트랙을 4바퀴 더 돌았지만 여전히 게임이 진행되지 않는다. 그때, SCP-666-FR-L이 대원들을 돌피해 삽시간에 서머 요원을 제치는 동시에 출발선을 넘는다. 즉시 게임 시스템에 LAP 5/5로 마지막 바퀴로 넘어갔다고 표시된다.

마이어: 웃음. 치트를 쓰다니.

몰리터: 클리어하게 두지 마세요.

웨이커: 야 서머, 슬슬 갓모드 좀 발동해 제발, 계속 우리 남동생처럼 그러지 말고. 우리가 다 작살나도 괜찮으니까 진짜로. 헤일, 머피, 저 루이지 너네 남동생처럼 밟아줘, 오케?

머피: 그런 일이야 항상 OK죠 대장.

대원들이 합에 맞춰 움직인다. 웨이커·헤일·머피 요원이 SCP-666-FR-L의 속도를 늦추는 한편 서머 요원은 계속 1등 자리를 지킨다. 이후 게임이 25분 동안 이어진다. 딱히 극적인 사건은 발생하지 않으나, SCP-666-FR-L이 공격성을 부쩍 높여 행동하며 게임의 한계를 넘어서 가속하거나 아이템 박스를 먹지 않았는데도 아이템을 꺼내 사용한다. 또한 트랙에 움직이지 않는 등껍질이 더욱 자주 출현하는데, 다만 이따금 SCP-666-FR-L 역시 이 등껍질에 걸린다.

게임 시작 25분 경과, SCP-666-FR-L이 별안간 길가에 멈춰서더니 서킷 구석에다 카트를 세운다. 대원들이 모여 대상을 둘러싼다. 서머 요원만이 대상이 급출발하는 상황을 대비해 조금 앞에 멈춰서서 머무른다.

마이어: 포기했나?

웨이커: 아직은 모르죠.

약 20초 후, SCP-666-FR의 화면에 두꺼운 빨간색 장식체 폰트가 떠오른다. 실제로 캐릭터 선택창 등 게임 일부 인터페이스에서 사용하는 폰트이며, 모두 대문자로만 쓰였다. (비고: 원문 그대로 적음)

SCP-666-FR-L: 치터들

몰리터: 말을 해요, 박사님! 말했어요.

마이어: 그거 봐, 내가 말했잖아.

웨이커: 사돈 남말하네 이자식이. 치팅은 지가 먼저 했으면서! 그나저나 대답은 어떡해야 가능할까요, 마이어 박사님?

SCP-666-FR-L: 아니 당신들이 치터

머피: SCP-666-FR 화면을 굽어다본다. 아, 이거…

마이어: 웨이커, 콘솔 가까이에서 말해봐요. 우리 말이 들리나 봅니다.

웨이커: 저기요? 제 말 들립니까?

SCP-666-FR-L:

몰리터: 좋아요, 교대 좀 해요, 저한테 맡겨요. 몰리터 박사가 SCP-666-FR에 얼굴을 가까이 댄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당신의 정체를 확인하고 싶습니다만, 혹시 자신이 누군지…

SCP-666-FR-L: 나 치터랑 말 안해요

머피: 참 맹랑하네 저 자식.

몰리터: 게임 플레이 상태로 볼 때, 실력도 굉장히 뛰어나고, 그러면서 변덕스러운데다 자기 캐릭터가 플레이되지 못하게 막는 걸 보면… 앙투안, 너 맞니? 앙투안 라베른?

마이어: 중얼거림. 지금 아들 말하는…?

SCP-666-FR-L이 대답하지 않는다.

몰리터: 아무 반응 없으니 인정하는 뜻으로 알게, 앙투안.

SCP-666-FR-L: 알아서 생각해요

몰리터: 앙투안, 뭐가 어떻게 된 건지 기억나니? 어쩌다가 그 속으로 들어간 거야?

SCP-666-FR-L: 몇 초 동안 반응 없다가 경찰이세요

몰리터: 그래 경찰이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 앙투안.

SCP-666-FR-L: 저 감옥 가도 상관업어요

몰리터: 응? 그래…

SCP-666-FR-L: 저 나가고 싶어요 이제 질렷어요

몰리터: 아빠한테 단도로 상처를 입힌 게 너니, 앙투안?

SCP-666-FR-L: 나가고 싶어요

몰리터: 앙투안, 네가 아빠를 찌른 거야?

텍스트가 사라지더니 20초 동안 아무 글씨도 나타나지 않는다.

몰리터: 왜 그랬던 거야, 앙투-

갑자기 SCP-666-FR-L이 다시 출발한다.

웨이커: 아 이런, 얘들아!

웨이커 요원이 SCP-666-FR-L에게 초록등껍질을 3번 연속 맞힌다. SCP-666-FR-L은 다시 움직임을 멈춘다.

마이어: 괜찮아요 웨이커, 거기까지.

몰리터: 앙투안, 우리는 그냥 무슨 일이 있었나 궁금해서 그래. 억지로 그랬던 거야? 누가 네 몸을 조종하는 느낌을 받았니? 말해줘.

SCP-666-FR-L: 10여 초 있다가 지켜주려고 그랫어요

몰리터: 지킨다고? 누구를? 엄마를? 아빠가 엄마한테 무슨 짓을 했니?

SCP-666-FR-L: 말고요

SCP-666-FR-L: 그 불쌍한 아줌마 말고

몰리터: 그렇구나, 엄마는 아니구나. 그럼 동생 말이야? 상드라를?

SCP-666-FR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온다. 해당 음성을 분석한 결과 이 소리는 원래 루이지 캐릭터가 보통 다른 물체에 충돌했을 때 내는 효과음으로, 원래 음성이 극심하게 왜곡되어 있었다. 웨이커 요원이 SCP-666-FR을 꽉 붙잡지만 머피 요원이 잠시 자기 콘솔을 놓쳐버린다.

머피: 앗 아야, 젠장.

몰리터: 눈살을 찡그리지만 소리에 동요하지 않으며 앙투안?

SCP-666-FR-L: 그 미친 도라버린 돌아버린 아줌마가

몰리터: 그래, 일단 진정해, 처음부터 다시 해보자.

SCP-666-FR-L: 실어요

SCP-666-FR-L: 죽고 싶어요

SCP-666-FR-L: 냅둬요

SCP-666-FR-L: 게임 꺼요

SCP-666-FR-L이 또다시 급출발한다. 평상시 게임이 허용하는 속도보다 월등하게 빠르다.

마이어: 서머, 잡아요!

대원들이 다시 멈춰세우려 노력하지만, SCP-666-FR-L은 비정상적 속도를 유지하고 또 등껍질을 한도 없이 발사하면서 1분 뒤 레이스를 1등으로 종료한다. 루이지의 CPU는 코스를 클리어한 뒤 행동이 평소처럼 돌아갔다.

여러 차례 레이스를 재개시했으나, SCP-666-FR-L은 위와 같이 마련한 적잖은 전술적 이점에 힘입어 계속 지체없이 코스를 빠르게 클리어하며 대화를 거부했다. 5번째 게임 이후 SCP-666-FR-L이 움직임을 완전히 멈췄으나 대화는 여전히 거부했다. 이 시점에서 마이어 박사는 실험을 종료했다.



결론:

초도 부검 감정서가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의 목에 남은 상처와 각도와 아들의 손에 묻은 피를 감안할 때, 앙투안이 도로 한복판에서 운전 중이던 아버지를 공격하면서 차량이 계곡으로 추락한 게 사실상 확실하다더군요. 물론 아직도 그 이유는 오리무중입니다. 이상적으로는 아버지와 대화해야만 밝혀질 듯하군요. 아직도 잔재가 SCP-666-FR에 남았다면. - 마이어 박사


부검 감정서를 보니 브뤼노 라베른은 목을 단도에 모두 6번 찔렸다고 합니다. 공격이 워낙 갑작스럽고 거칠었던 만큼 지금 시점에서는 앙투안 라베른을 빙의자 용의선상에서 배제할 합리적 근거가 없습니다. SCP-666-FR-L은 누군가를 "지키려고" 행동했다고 주장했는데, 아직은 무슨 뜻인지 모호하고 좀더 명확하게 알아낼 만한 단서도 없습니다. 물론 SCP-666-FR-L이 아들로 행세하는 악마일 가능성도 아직까지는 무시할 수 없습니다. - 몰리터 박사


날짜: 2004/04/08

계획: 브뤼노 라베른의 에테르 잔재를 찾아 다른 CPU와 대화하는 실험. 단일 카트리지 대전 모드로 2번째 서킷을 플레이한다. 참여자 및 장비는 앞과 같다. 각 요원의 역할 역시 앞과 같다.


녹취록:

MTF 대원들이 실험실에 자리를 잡는다. 마이어 박사와 몰리터 박사가 옆에 선다.

웨이커: 두 번째 서킷이죠? "도넛 평야"?

마이어: 네. 돌아봐도 별일 없으면 바로 셋째 서킷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웨이커: 가보자 얘들아. 헤일, 나랑 평범하게 플레이. 서머, 머피, 맵 돌아보면서 조사해.

게임 시작. 곧바로 대원들이 CPU(이하 SCP-666-FR-D)가 대원들의 캐릭터와 출발선에 선 모습을 카운트다운 중에 발견한다.

머피: CPU 있어요. 이번엔 동키콩.

헤일: 맵에 지금 글리치가 어마무시하네, 나도 보여. 일단 가봐, 대장님하고 플레이하고 있을게.

레이스가 시작된다. 머피 요원과 서머 요원이 얼마 되지 않아 서킷에서 막대한 비주얼 글리치를 발견한다. 맵의 절반이 갈색 단색 텍스처에 덮여서 길과 장애물과 벽을 구분할 수 없다. 다만 각 요소의 히트박스는 그대로 잔존한다. 이 버그 때문에 레이스는 진행하기 굉장히 어려우며, 기억에 의존해야만 진행할 수 있다.

나무다리 위에 텅 빈 카트 스프라이트 4개가 뒤집어진 채로 보인다. 히트박스는 없다. 코스 다른 구역에 특정 스프라이트의 파편이 여러 개 퍼진 지점이 있다. 이 파편들은 움직이지 않았으며, 추후에 키노피오의 스프라이트 시트로 판명되었다.

이상의 사항들이 발견되는 와중에, 웨이커 요원과 헤일 요원은 SCP-666-FR-D가 아직 출발하지도 않았음을 깨닫는다. 두 사람이 대상에게 다가간다.

웨이커: 동키콩이 안 움직이네요. 대화하고 싶은 걸까요?

몰리터: 가까이서 있어봐요, 웨이커. 또 텍스트가 뜨면 알려줘요.

관련없는 대화 편집. 서머 요원과 머피 요원이 2분 동안 맵을 조사한 뒤 발견한 점을 연구진과 공유한다. 대원들이 모두 SCP-666-FR-D 주변에 모인다. 여전히 대상은 아무 말이 없다.

마이어: 자네는 동키콩이 누구의 잔재라고 생각해? 나는 아버지에 한 표. 아마 그래서 아무 말이 없겠지.

몰리터: 확신은 못하죠. 웨이커, 말 걸어도 될까요?

웨이커: 그러시죠.

몰리터 박사가 화면에 몸을 기울인다.

몰리터: 저기요? 제 말 들리시나요?

SCP-666-FR-D는 응답 없다.

몰리터: 말을 못하시면 표시라도 남겨주세요. 거기 갇혀 계신 거 알아요. 제 말 들리면… 어… 점프를 해주세요. 조금 앞으로 움직이시거나.

SCP-666-FR-D는 응답 없다.

몰리터: 이런이런… 제길.

헤일: 어떡하죠? 일단 코스를 클리어할까요? 아무래도 동키콩이 지금, 어… 휴식 중일지도…

마이어: 그래야겠군요. 혹시 모르니 다음번에 다시 일정을 잡아서 동키콩 옆에 콘솔을 놓고 녹음하기로 하겠습니다. 일단 레이스 끝내고 다음 맵으로 넘어가죠.

웨이커: 좋아 얘들아, 이렇게 된 거 진짜로 게임이나 해보자. 2등하면 내가 쏜다. 1등은 어차피 서머니까. 일단 출발선부터 잡…

SCP-666-FR의 화면에 폰트가 떠오른다. SCP-666-FR-L과 똑같은 폰트다.

SCP-666-FR-D: 게임 그만하세요

몰리터: 아하! 그렇지!

웨이커: 아 이런.

머피: 깜짝 놀랐네요.

몰리터: 저기요? 제 말 들리세요?

SCP-666-FR-D는 응답 없다.

몰리터: 당신이 브뤼노 라베른인가요?

SCP-666-FR-D: 아니요

몰리터: 그럼 혹시 누구신가요? 저희 경찰이에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싶어서 그래요. 어떤 일을 기억하시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SCP-666-FR-D: 말하기 싫어요

SCP-666-FR-D: 게임하기 싫어요

SCP-666-FR-D: 가세요

몰리터: 당신이 누군지 확인만 하고 싶어요. 라베른 가족 맞으시죠? 자기가 누구인지 기억하세요?

SCP-666-FR-D: 엄마요

마이어: 어머니라니, 이런 세상에. 멀리서 의자에 풀썩 앉아 대화를 지켜본다. 이 무슨 해피 패밀리즈 게임인가…

몰리터: 좋아요, 감사합니다. 자신의 이름은 혹시 기억하세요?

SCP-666-FR-D: 도나

몰리터: 그렇지, 고마워요 도나. 험난한 상황에 빠지신 점 저도 알지만 거기 계시게 되기 전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조금만 말씀 나누고 싶어요. 무슨 뜻인지 이해하시겠나요?

SCP-666-FR-D는 응답 없다.

몰리터: 도나, 저희는 정말 도와드리길 원해서 그래요.

SCP-666-FR-D: 전 원하지 않아요

SCP-666-FR-D: 돕지 마요

SCP-666-FR-D: 제가 다들 버렸어요

SCP-666-FR-D: 전 이런 짓 당해도 싸요

SCP-666-FR-D: 여기로 끌고 왔을 때 원망했어요

SCP-666-FR-D: 하지만

몰리터: 끌고 갔다고요? 누군가 그곳으로? 그게 누구였죠, 도나?

텍스트가 사라지고, 10초가 흐르고서야 다음 텍스트가 표시된다.

SCP-666-FR-D: 좋은 일로만 생각한 거예요

몰리터: 도나, 그렇게 생각한 게 누구인지 말씀해주세요.

텍스트가 사라지고, 20초가 지나고서 다음 텍스트가 표시된다.

SCP-666-FR-D: 안돼요 죄송해요

마이어: 어렵지 않을 텐데 왜…

몰리터: 나지막이 어려워요. 전형적 회피 반응이에요. 살얼음판을 걷는 거랑 같죠. 아무래도 딸을 말하는 듯해요… 아님 또 누구겠어요? 다시 화면에 몸을 기울여서 걱정 마요 도나, 다 이해해요. 방금 다들 버렸다고 말씀하셨죠. 좀더 자세히 말씀하실 수 있나요?

SCP-666-FR-D: 죄송해요

몰리터: 도나, 저도 정말 이해하지만 더 자세하게 들어야만 해요.

SCP-666-FR-D: 제가 도망쳤어요 모두 다 끝내고 싶어서 브뤼노가 알아채기 전에

몰리터: 알아채다니요?

텍스트가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몰리터: 도나, 정말 말씀해 주셔야만 해요.

몰리터가 여러 차례 부탁하지만 아무 반응 없다. 그때, 마이어 박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다.

마이어: 아 제길. 몰리터… 몰리터, 젠장!

몰리터: 왜요? 빨리 말해봐요!

마이어 박사가 웨이커 요원 옆으로 급히 달려가 콘솔에다 대고 말한다.

마이어: 도나! 도나, 키노피오가 누굽니까?

몰리터: 갑자기 왜 그러세요?

마이어: 도나, 대답해봐요! 키노피오가 누구예요? 말해보세요.

몰리터: 박사님!

마이어 박사가 몰리터 박사에게 고개를 홱 돌린다.

마이어: 키노피오야 몰리터, 키노피오라고! CPU가 아예 운전할 줄 몰랐잖아! 30게임인가 지나고야 겨우 약간 깨달았고! 유일하게 정체가 뭔지 그럴듯한 이론이 도통 안 잡혔던 그 CPU, 제길 그 녀석이 상드라일 리는 없잖아! 8살 어린이 정도면 마리오 카트에서 역방향으로 나가지 못한다는 정도는 너무나도 잘 안다고!

서머: 박사님.

서머 요원의 콘솔 화면이 멈췄다. 헤일 요원과 머피 요원의 콘솔도 마찬가지로 크래시가 발생했다. SCP-666-FR만이 계속 작동 중이다.

SCP-666-FR-D: 실수였어 미안하다고 실수였다고 나도 원치 않았어 나도 몰랐어 미안해

SCP-666-FR-D가 급출발해 웨이커 요원의 캐릭터와 충돌한다. 이때 비주얼 글리치가 화면을 뒤덮더니, 게임이 타이틀 화면으로 돌아온다. 글리치가 생기는 도중에 SCP-666-FR에서 왜곡된 소리가 들려온다. 분석 결과 소리의 정체는 키노피오가 기뻐할 때 내는 소리였으며, 소리가 왜곡된 방식을 살펴보자 갓난아기의 울음소리와 비슷한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같은 서킷에서 게임을 2번 더 시도했으나, SCP-666-FR-1은 두 번 모두 시작 페이지로 되돌아왔다. 이 시점에서 마이어 박사는 실험을 종료했다.



결론:

방금 공식 부검 감정서를 전달받았습니다. 도나 라베른은 임신했다는 사실을 계속 숨겼다는군요. 사망 당시 임신 약 8개월차였습니다. 이날 제가 동료들 앞에서 품위라고는 전혀 찾아보지 못할 행동을 보였던 점 정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몇 년을 게임을 연구한답시고 수많은 끔찍한 사건을 탐구하면서 제 자신이 돌처럼 강건하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이 자칭 무감한 정신력에도 등껍질에 갈라진 틈이 멀쩡히 나 있었나 봅니다. - 마이어 박사


사과할 일이 아닙니다, 마이어 박사님. 전적으로 이해해요. 단지 결론을 미리 공유했다면 박사님의 뛰어난 직관에만 의존하지 않고 면담을 좀더 유연한 방식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볼 뿐입니다. 끝난 일은 끝난 거고요.

부검 감정서에 따르면 도나 라베른의 혈액 속에 강력한 약품 여러 종의 성분이 다량 잔존했다고 합니다. 해당 인물의 사인은 물론 추락사고입니다만, 애초에 차량이 골짜기에 부딪히기 이전부터 고통을 겪는 중이었다는 게 분명합니다. 입에 거품이 남은 점도 이걸로 해명할 수 있습니다. 경련이 일어 질식하는 중이었던 거죠.

SCP-666-FR-D가 "버렸다"라고 말한 사정은 여기 있다고 추정합니다. 그 정도 분량 약품이 차를 타고 가던 중에 효과를 일으키려면 약을 여러 시간 전에 복용해야만 합니다. 분명히 차량을 탑승하기도 전에 복용했을 테죠. 도나 라베른은 남편과 아이들 앞에서 죽고 싶었던 겁니다.

라베른 가족이 워낙 은밀하고 주변 활동을 삼가는 시골 가족이라 자세히는 모릅니다만, 도나 라베른의 언니를 면담해보니 가정폭력을 추측할 만한 정황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부검 결과 실제로 확인되었죠. 두 어린이와 도나 라베른의 시신에서 물리적 폭력으로 발생한 상처가 여러 곳 보였습니다. 허리띠나 금속 도구에 맞았다고 추정되는데다 사고 이전에 생겨났죠. 이걸로 다시 여러 가지를 해명할 수 있습니다. 특히 도나 라베른이 바람 상대 사이에서 바라지 않았던 아이가 곧 태어날 예정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고통스러워한 점이 그렇습니다. 그러나 남은 의문점도 많습니다. 앙투안이 그렇게나 폭력적으로 아버지를 칼로 공격한 점, 차량이 예정 경로에서 그렇게나 멀찍이 이탈했다는 점, 트렁크에 있던 총… 저 본인은 도나를 무혐의로 선언하는 쪽으로 기울어집니다만, 아직도 빙의 가설에서 누구 하나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군요. - 몰리터


날짜: 2004/04/10

계획: 앞선 실험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도출하고자 실시하고자 다른 CPU와 대화하는 실험. 단일 카트리지 대전 모드로 3번째 서킷을 플레이한다. 참여자 및 장비는 앞과 같다. 각 요원의 역할 역시 앞과 같다.


녹취록:

MTF 대원들이 실험실에 자리를 잡는다. 몰리터 박사가 옆에 앉았다. 마이어 박사는 멀찍이 자리를 잡았다.

몰리터: 마이어 박사님, 장난치지 말고 가까이 좀 와요.

마이어: 아냐아냐 여기서도 뭐가 어떻게 돌아가나 아주 잘 들려. 젊은 친구들이 앞장서야지.

웨이커: 비행기 띄우시긴. 저 이제 40줄입니다요 어르신.

몰리터: 박사님, 게임 전문가는 박사님이라고요. 버그라든지 그런 것들 생기면 박사님이 제일 잘 알겠죠. 그만하고 가까이서 지시 좀 내리세요.

마이어: 웨이커, 게임 시작하세요. 세 번째 서킷 "유령의 늪"입니다.

몰리터 박사가 한숨지으면서 대원들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웨이커 요원이 코스를 시작한다.

머피: 좋아, 이번엔 또 무슨 유령이 나올까?

헤일: 어, 안 보이는데.

머피: 엥, 내 시점에서도 안 보여.

웨이커: 마이어 박사님, 이번엔 CPU가 안 나왔습니다.

마이어: 일단 맵을 살펴봅시다.

대원들이 나아가 서킷을 탐사합니다. 앞선 서킷과 비슷한 글리치가 보인다. 서킷의 여러 특정 지점에 움직이지 않는 스프라이트 파편들이 모여 "구름"을 4개씩 지었다. 각 "구름"은 특정 캐릭터 하나의 스프라이트로 이루어졌다(루이지, 피치, 키노피오, 동키콩). 이 스프라이트에는 히트박스가 없다.

한편 서머 요원이 서킷에 두루 걸친 투명 도로를 발견해낸다. 투명 도로를 달리면 정상 플레이 불가능한 허공 위를 주행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이 발견되는 특징들의 위치를 세세히 특정해 가면서 탐사가 10분 동안 이어진다.

몰리터: 이 멀티플레이 모드 서킷들이 각 에테르 잔재들의 일종의 "피난처"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들의 장애물 코스도 그렇고 어머니의 글리치 서킷도 그렇고… 여기도 나름대로 개조된 모습이 보이네요. 아직 아무도 안 나타났지만.

웨이커: 그래도 대화는 한 번 시도해보실래요?

몰리터: 좋아요, 뭐 잃을 것 없으니까. 화면에 다가간다. 안녕하세요? 거기 누구 있나요?

10초 동안 아무 대답 없다.

몰리터: 저희 경찰이에요, 지금 수사…

서머: 어, 움직였어. CPU가 서킷으로 돌아왔어요.

머피: 뭐야, 어디?

헤일: 나랑 서머 앞에. 김수한무가 난데없이 쿠파를 꺼내놨어. 일단 접근해서 대답하는지 보고…

쿠파(이하 SCP-666-FR-B)가 홱 유턴해 헤일 요원에게 돌진한다. 스프라이트가 붉게 번쩍이더니 기이한 소리가 나고, 바로 헤일 요원의 카트가 탄환에 부딪힌 듯이 뱅뱅 돈다. 음성 분석 결과 해당 소리는 쿠파의 울음소리를 피치 가속 및 변조해서 난 소리였다. 대원들은 이 소리를 "총소리와 비슷하다"라고 표현했다.

헤일: 윽, 공격하잖아. 이녀석 어떻게 공격하는지 나만 안 보여?

SCP-666-FR-B가 똑같이 서머 요원을 친다.

서머: 나도 안 보여. 반짝이고 땅 소리 나고 뱅뱅 돌아.

몰리터: 저기요, 어, 안녕하세요, 잠시만 공격을 멈춰주시겠나요? 말씀 나누고 싶어서 그래요.

SCP-666-FR-B이 대화 시도를 일체 무시하고 계속 대원들을 공격한다. 30분 동안 공격이 이어지며, 지름길을 타고 서킷을 빠르게 온통 누비면서 다닌다. SCP-666-FR-B는 경기를 완전히 무시하고 대원들을 집요하게 공격하며, 더러는 몇 분 동안 대원 하나만을 골라 공격하기도 한다. 대원들이 아이템으로 반격해보려 하지만, SCP-666-FR-B가 아이템을 훨씬 자주 사용하고 또 능력의 범위가 폭넓은 탓에 어떤 반격이든 작용하기 힘든데다가 영향을 별반 미치지 못한다.

머피: 어휴 진짜 힘드네요 몰리터 박사님. 어떻게든 대답 안하고 싶나 봐요.

몰리터: 앙투안처럼 움직임만 멈추는 정도도 안되는 건가요? 뭐 있잖아요 그… 등껍질 사용해서…

마이어: 치트가 너무 심해 몰리터. 밀리지도 않아. 아예 다른 규칙으로 움직이는 중이야. 일단은 실험은 여기서 중단하고 다음 맵으로…

서머: 박사님? 혹시 괜찮다면…

마이어: 응?

서머: 제가 좀 고집을 부려보고 싶어요.

마이어: 아하…

웨이커: 서머, 열정은 높이 사지만 오늘 우리가 맡은 임무가 이것뿐이 아냐.

서머: 저 혼자 하고 싶어요, 저는 상관없어요. 고집 한번만 부리고 싶은데요.

머피: 저 덕후가 고집 부리겠다고 고집 부리다니 놀라운데. 저렇게 말 많은 거 처음 봐.

헤일: 아 조용히 해 머피.

웨이커: 좋아, 박사님들만 괜찮다고 하시면..

마이어: 어떡할지 애매하군요, 전번에 너무 몰아붙였다가 도나와 말할 기회가 막혀버렸는데 혹시나…

몰리터: 저는 찬성할게요. 저 CPU한테 말 한 마디라도 뽑아내면 우리야 잘됐죠.

마이어: 좋아요, 그렇다면 부탁하죠.

웨이커 요원, 헤일 요원, 머피 요원이 떠난다. 서머 요원이 비변칙적 콘솔들이 배터리가 나가 게임이 방해받지 않도록 직접 콘솔들의 전원을 연결한다. 몰리터 박사가 작업을 돕는다. 서머 요원이 SCP-666-FR을 잡고 게임을 재개한다.

몰리터: 계획은 있어, 리암Lyam?

서머: 아직은 없어요. 일단 이것저것 시험해봐야죠.

마이어: 옆방에 있을 테니 소식이 있으면 알려주십시오. 항상 녹화 잊지 마시구요.

마이어 박사가 실험실을 나간다.

서머 요원이 혼자서 4시간 동안 게임을 플레이하며 SCP-666-FR-B의 보이지 않는 재빠른 공격을 회피하는 방법을 찾고자 시행착오를 거친다.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서머 요원이 정확한 타이밍에 차량을 점프시키면 공격을 회피할 수 있음을 찾아낸다. 그러나 타이밍을 칼같이 맞춰야 하다 보니 이 기술을 숙달하는 데 오랜 시간을 소요한다. 공격 페이스가 워낙에 빠른데다 SCP-666-FR-B이 고유의 공격성을 표출하며 서머 요원을 연신 허공으로 밀어 스턴시키려 드는 점도 난점으로 작용한다.

몰리터 박사는 30분 동안 플레이를 지켜보다가 실험실에서 나가고, 이후 주기적으로 상태를 확인할 때만 잠시 들어온다.

몰리터: 리암?

서머: 네 박사님?

몰리터: 이거 보안 문젠데 말이야… 너 지금 게임에 홀린 상황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어? 밈학부 부를 필요 없지?

서머: 살며시 웃음 띠며 아니에요 박사님. 확신해도 돼요.

몰리터: 농담조로 이렇게 한다고 돈 더 안 주는 거 알지?

서머: 짧게 웃고 알죠.

서머 요원이 10초 동안 말 없다.

서머: 그냥 이 이야기들이 저한테 너무 와닿아서 그래요. 이야기가… 말을 걸어요. 생각이 자주 들어요.

몰리터: 짐작이 가. 그러니깐 나도 이런 짓에 찬성했지.

몰리터 박사가 방을 떠나려 한다.

몰리터: 그래도 소득이 없으면 적당히 봐서 마무리지어 리암. 개인적 행동이 전문 인력한테 영향을 너무 끼치면 안되잖아, 알겠지?

서머: 네 박사님. 고마워요.

몰리터 박사가 실험실을 떠난다. 서머 요원은 생명 유지에 필요한 행위 시에만 이따금 멈출 뿐 5시간을 쉴새없이 더 진행하여 총 게임 시간이 9시간에 이른다. 9시간 경과 시점에서 서머 요원은 회피 방법을 숙달했고 아무 공격도 맞지 않은 채로 몇 분을 버틸 수 있었으며, 나아가 공격 아이템으로 SCP-666-FR-B를 맞히는 데까지 성공한다.

9시간 경과 얼마 후, SCP-666-FR-B가 멈춰선다.

SCP-666-FR-B: 그만 좀 멈춰봐요

SCP-666-FR-B: 죽겠어요

몰리터 박사와 마이어 박사는 당시 옆방에 없다. 서머 요원이 독자적으로 대화를 시도하기로 한다.

서머: 안돼요.

서머 요원이 SCP-666-FR-B가 움직이지 않는 틈을 타 빨간등껍질을 3번 연속 던져 맞힌다.

SCP-666-FR-B: 그만

서머 요원이 대상의 말을 무시하고 아이템 박스를 터치한다. 초록등껍질이 나온다.

SCP-666-FR-B: 그만

SCP-666-FR-B: 게임 끝내요

서머: 안 그러면요?

SCP-666-FR-B: 제발

서머: 당신은 누구죠? 이름을 말하세요.

SCP-666-FR-B: 브뤼노

서머: 전체 이름까지요.

SCP-666-FR-B: 브뤼노 라베른

서머: 기억하시는군요, 좋아요. 브뤼노, 뭐가 어떻게 된 건지 기억하세요? 왜 그곳으로 들어갔는지?

SCP-666-FR-B: 여긴 지옥이에요

서머: 아직 아니에요. 질문에 대답해주세요. 왜 그곳으로 들어갔는지 이유를 아세요?

SCP-666-FR-B: 나 아무것도 안했어요

서머: 브뤼노, 트렁크에는 왜 총을 넣어둔 거죠?

텍스트가 사라지고 SCP-666-FR-B가 10여 초 동안 아무 움직임 없다.

서머: 따님도 지금 게임 속에 들어가 있죠? 피치 맞나요?

SCP-666-FR-B:

서머: 좋아요, 그쪽 이야기를 선호하신다면 좀더 들어가보죠. 다른 캐릭터들 정체도 알려주시겠나요? 와리오는 누구죠?

SCP-666-FR-B: 아무도 아니에요

SCP-666-FR-B: 텅 빈 차가운 코드

서머: 그렇군요, 그렇담. 마리오? 그건요?

SCP-666-FR-B: 몰라요 자꾸 사라져요

서머: 조금이라도 짐작가는 거 없나요?

SCP-666-FR-B: 우리한테 오려고 하는 거 같아요

SCP-666-FR-B: 도와주러

SCP-666-FR-B: 천사일지 몰라요 알수 없어요

SCP-666-FR-B: 요시는 싫어해요 그래서 지우나봐요

서머: 아, 요시 이야기가 나왔군요. 요시는 누구죠?

SCP-666-FR-B: 몰라요

서머: 방금 요시가 다른 CPU를 지울 수 있다고 말씀하셨죠. 짐작이 가실 것 같은데요.

SCP-666-FR-B: 아뇨 그만 묻고 게임 끝내요

서머 요원이 초록등껍질을 던진다. SCP-666-FR-B가 잠시 스턴된다.

서머: 저 게임할 시간 많습니다. 며칠이라도 할 수 있어요.

SCP-666-FR-B: 제발 안돼요 저 못해요

서머: 요시를 플레이하면 왜 다들 도망가죠?

SCP-666-FR-B: 가끔 요시가 경기를 시작해요

SCP-666-FR-B: 당신들이 없을 때

SCP-666-FR-B: 그러면 감각이 돌아와요

SCP-666-FR-B: 아파요

SCP-666-FR-B: 역청 냄새가 진동해요

SCP-666-FR-B: 정말 아파요

SCP-666-FR-B: 게임 이제 재미없어요

SCP-666-FR-B: 그녀석이 없더라도

SCP-666-FR-B: 당신들이 플레이하면 위험하지 않아요

서머: 나지막이 말이 많아졌네. 이어서 하지만 우리가 요시 4명을 플레이할 때는 공격했잖아요?

SCP-666-FR-B: 당신들은 사람이니까

SCP-666-FR-B: 목소리가 들려요

SCP-666-FR-B: 아프게 하지 않아요

서머: 그러시다면야. 그건 그렇고 무슨 일을 저질렀던 거죠, 브뤼노? 아내분하고는 잘 지내셨나요? 아이들하고는요?

SCP-666-FR-B: 더 이상 의미 없어요

서머: 저희… 경찰 중에 더러는 당신이 빙의당했다고 생각하던데요. 하실 말씀 있나요?

SCP-666-FR-B: 웃기고 앉았네요 나도 경찰인데

서머: 이제는 아니죠. 자, 모든 행동을 자의로 실행하셨던 건 맞죠? 사고 나기 직전에 왜 경로를 이탈하셨던 거죠?

SCP-666-FR-B가 대답 없다.

서머: 트렁크의 총은 뭐고요?

SCP-666-FR-B가 대답 없다.

서머: 사람들에게서 먼 곳. 총알 세 발. 죽은 사람은 넷. 아기를 아셨던 거죠. 자기 아기가 아니라고 의심하셨을 테고.

SCP-666-FR-B가 대답 없다.

서머: 한번에 왕창 다 복수해버리고 싶었다, 그런 건가요?

SCP-666-FR-B가 대답 없다.

서머: 한숨. 지옥으로 꺼지시죠, 브뤼노 라베른 씨.

서머 요원이 SCP-666-FR-B를 쳐서 허공 속으로 빠뜨린다. SCP-666-FR-B는 다시 트랙에 나타나지 않는다. 서머 요원이 잠시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앉아 있다.

서머: 이런 행동 징계감이겠지…?



결론:

이번 면담은 완벽하기랑은 거리가 절대 가까울 수가 없지만, 적어도 CPU들의 정체를 단번에 밝혀낸 점은 성과라 하겠습니다. 물론 이런 사례는 절대로 되폴이되지 말아야 하며 모든 관련 인원에게 자신을 더욱 웃음거리로 전락시키지 말기를 힘주어 촉구합니다. 이번 대화 이후로 SCP-666-FR-B가 다시 대전 모드에 나타나지 않고 있으니 앞으로 다시 접촉할 기회는 영영 없을지도 모릅니다.

머지않아 마지막 4번째 서킷에서 최종 탐사를 실시하겠습니다. - 마이어 박사


SCP-666-FR-B의 침묵을 죄책감으로 읽을 여지는 충분하지만, 브뤼노 라베른이 산속에서 가족들을 전부 죽이려고 계획했다는 가설에는 아직도 의문스러운 점이 파다합니다. 한편 SCP-666-FR-B의 증언으로 보아 요시, 즉 SCP-666-FR-Y를 악마 개체가 조종하는 점은 확실해 보입니다. 다만 마리오, 즉 SCP-666-FR-M의 정체는 확언하진 못하겠습니다. 또다른 악마가 교란하는 걸까요? 여러 개체가 갈등을 빚는 걸까요? 아니면 정말 아버지 말대로 의로운 침입자일까요… 정말 그렇다고 해도 어떻게 길을 내고 나올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답이 뭐든 간에 빙의 가설은 여전히 완전하게는 배제할 수 없습니다. 가족 중 남자 둘이 저지른 극도의 폭력을 설명하려면 상드라 라베른의 대답을 확인해봐야 합니다. 결국 누구 콘솔이냐 물으면 상드라니까요.

SCP-666-FR-Y가 우리 몰래 게임을 시작하지 않도록 SCP-666-FR을 계속 지켜보는 안을 권고합니다. - 몰리터 박사


날짜: 2004/04/14

계획: 다른 CPU와 대화하는 실험. 단일 카트리지 대전 모드로 4번째 서킷을 플레이한다. 참여자 및 장비는 앞과 같다. 각 요원의 역할 역시 앞과 같다. 서머 요원에게는 향후로 심문이 필요할 때 반드시 연구진에게 일임하라고 지시했으며 재발 시 가중처벌을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녹취록:

MTF 대원들이 실험실에 자리를 잡는다. 마이어 박사와 몰리터 박사가 옆에 선다.

마이어: 자자, 신사 숙녀 여러분, 녹음 시작했습니다. 준비 끝났으면 시작하시죠.

마이어 박사가 의자를 끌고 와서 웨이커 요원 옆에 앉는다. 몰리터 박사가 웨이커 요원 옆에 쪼그려 앉는다.

마이어: "쿠파 성", 마지막 서킷이군요.

웨이커: 이번엔 뭐가 있나 어디 한번 보자고.

헤일: 난 진짜 용암 맵이 싫더라. 제일 짜증나, 성 맵은 맨날.

경기 시작. 곧바로 배경 이미지와 용암 텍스처가 없다는 점이 발견된다. 트랙 도로의 텍스터를 제외하고는 모두 검은색 일색이다. 효과음은 멀쩡하게 나오지만 음악은 나오지 않는다.

머피: 용암도 성도 없네. 소원 성취 아냐?

몰리터: 마이어, 어떻게 분석하세요? 있는 게 너무 없어요.

마이어: 아직 시작이잖아. 좀더 지켜보지. CPU 없나요?

웨이커: CPU 없네요.

대원들이 첫 바퀴를 돌기 시작한다. 선두에서 달리던 서머 요원이 피치(이하 SCP-666-FR-P)를 발견한다.

서머: CPU 발견. 피치예요. 서킷 한복판에.

머피: 출발선에서 시작 안하다니. 아주 가족이 다 치트쟁이야.

마이어: 머피, 그런 군소리 굳이 하지 마요, 아시겠죠. 웨이커, 따라잡아 주세요.

웨이커: 헤일, 머피, 유턴하자. 조이기 작전으로 간다.

대원들이 SCP-666-FR-P를 가로막으러 흩어진다. 웨이커 요원이 초록등껍질을 하나 챙겼을 때, 몰리터 박사가 끼어든다.

몰리터: 공격하진 말아요. 제일 어리잖아요.

웨이커: 그래도 최소한으로 압박하지 않으면 멈춰세우지도 못하는걸요.

몰리터: 천천히 접근해서 둘러싸요. 너무 빠르지 않게.

마이어: 으음, 몰리터 박사 말씀대로 해주시죠.

대원들이 지시를 따라 SCP-666-FR-P를 서킷 왼쪽 아래 코너에서 포위한다. 트랙에서 여러 가지 특이점이 발견된다. 중앙 커브에 고목 한 그루가 서서 길을 방해하고 있으며 나뭇가지에 잘린 끈이 묶여 매달렸다. 원래 게임에는 없는 스프라이트다. 왼쪽 직선 주로에는 양쪽에 픽셀 가족사진 스프라이트가 5개씩 놓였다. 대원들은 이상을 발견하고 박사들에게 알리지만 일단 살펴보지는 않는다.

웨이커: 좋아, 막아세웠어. 저기, 우리 어린…

SCP-666-FR-P가 갑자기 가속하며 머피 요원과 서머 요원 사이를 지나 코너에서 빠져나간다.

머피: 이 꼬맹이가!

몰리터: 일단 놔둬요. 다들 돌아가서 먼저 사진부터 보여주세요.

대원들이 지시를 따라 뒤로 돌아가 사진들을 살펴본다. 가족사진들이 픽셀화되고 크게 왜곡되었지만 라베른 가족들 중 누가 누구인지는 알아볼 수 있다.

1번째 사진에서는 상드라 라베른이 손에 게임보이를 든 채로 생일 촛불을 불어 끄면서 웃고 있다. 대조가 강렬하며 배경이 몹시 어둡다.

2번째 사진에서는 더 어린 상드라 라베른이 아버지의 어깨에 올라탔다. 브뤼노 라베른의 얼굴은 검은 픽셀 얼룩에 가려져 손상되었다.

3번째 사진에서는 도나 라베른이 정원 의자에 누워 있다. 사진이 매우 어두워 도나가 눈을 떴는지 감았는지 판별하기 어렵다.

4번째 사진에서는 결혼 당시의 브뤼노 라베른과 도나 라베른이 보인다. 사진들 중 픽셀화가 가장 덜하다.

5·6·7번째 사진에서는 풍경으로 산이 보인다. 6번째 사진에서 어린이 손이 두 손가락을 펴고 전경에서 뻗어 있다. 7번째 사진에서 나뭇잎 속에 정체불명의 얼굴이 보인다.

8번째 사진에서는 상드라 라베른이 무릎에 커다란 하얀 개를 올려놓고 있다. 상드라의 얼굴 윗부분은 사진 프레임 배치 때문에 잘렸다.

9번째 사진에서는 상드라 라베른의 교실이 보인다. 상드라의 모습은 비주얼 아티팩트로 가려졌다.

10번째 사진에서는 7세 당시의 앙투안이 팔에 아기를 안고 있다. 상드라 라베른으로 추정된다.

웨이커: 개를 키우는 줄은 몰랐는데.

몰리터: 저도 전혀 몰랐어요.

마이어: 멀티플레이 서킷이 피난처라는 자네 가설이 탄탄대로를 탈 모양인데. 아, 이거 말장난친 거 아냐.

몰리터: 아하하, 예… 웨이커 요원의 화면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귀엽네요, 여기 어린이들 사진…

화면에 텍스트가 뜬다. 대원들이 사진을 보던 중에 SCP-666-FR-P가 웨이커 요원에게 다가간다. 텍스트의 폰트가 다른 CPU들과 다른데, 모두 소문자이고 둥글며 색상은 하얀색과 파란색이 그라데이션을 이룬다. 게임 인터페이스에서 코인 카운터가 사용하는 폰트와 비슷하다.

SCP-666-FR-P: 나한테 안 착했어요

웨이커: 윽, 젠장, 섬뜩한데요.

몰리터: 진정해요 웨이커. 제가 맡을게요. 화면 가까이 다가간다 안녕 상드라, 내 말 들리니?

SCP-666-FR-P: 안 귀여워요

몰리터: 앙투안 말하는 거야? 사이가 안 좋았니? 그럴 수 있어, 오빠랑 싸울 수도 있는 거지.

SCP-666-FR-P: 아빠 같았어요

몰리터: 그래, 그랬구나 우리 친구. 언니는 경찰이야, 도와주러 왔어. 혹시 기억하는 게 뭐가 있는지 말해줄 수 있겠니?

마이어: 요원들에게 나지막이 다들 대기합시다, 서킷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SCP-666-FR-P: 다 기억해요

몰리터: 와 대단하다. 그럼 혹시, 오빠는 어떤 사람이었니? 무슨 못된 짓을 한 거야?

SCP-666-FR-P: 엄마한테 욕하고 나 때렸어요 아빠처럼

몰리터: 그랬구나, 이런, 그게 절대 착한 일은 아니지. 아빠를 좀 너무하게 따라했나 봐. 오빠는 아빠를 좋아했던 거니?

SCP-666-FR-P: 아니요

SCP-666-FR-P: 오빠가 아빠가 우리 모두 산에 데려가서 쏴죽일 거랬어요

몰리터: 그래, 말해준 거구나. 오빠는 아빠가 어떻게 그런 바보같은 짓을 하는 줄 알았니?

SCP-666-FR-P: 차고에서 아빠 보고 그랬대요

몰리터 박사가 머릿속이 복잡한 듯 머리를 감싸매며 생각에 잠긴다. 대원들이 몰리터 박사를 가만히 지켜본다. 마이어 박사가 다가간다.

마이어: 괜찮나, 몰리터?

몰리터: 나직이 이해가 안되는 게 있어서요, 뭐랄까…

몰리터 박사가 다시 SCP-666-FR-P를 들여다본다.

몰리터: 상드라, 개를 키운다고 들었던 거 같은데? 혹시 차에 같이 태웠니?

SCP-666-FR-P: 퐁퐁Ponpon은 죽었어요

비주얼 글리치가 몇 개 나타나 SCP-666-FR의 화면을 덮는다. 이때 연구진은 글리치에는 주목하지 않았다.

몰리터: 유감이구나, 우리 친구. 혹시 죽은 지 얼마나 지났니?

마이어: 자네, 가족이 왜 전부 콘솔로 들어갔는지부터 확인해봐야 하는 것 아냐?

몰리터: 나직이 한 단계씩 천천히 들어가야죠, 애잖아요.

마이어: 자네 전번에 상드라도 빙의자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했…

몰리터: 박사님 진짜, 제발요.

SCP-666-FR-P: 아빠가 옛날에 퐁퐁을 나무에 매달았어요

몰리터: 저런 아빠가 정말 나쁜 짓을 했구나. 자 상드라, 혹시… 어쩌다 거기로 들어갔는지 말해줄 수 있겠니, 혹시 네가…

SCP-666-FR-P: 퐁퐁인 줄 알았어요

몰리터: 응?

SCP-666-FR-P: 나무에 매달려서 멍멍하고 있었어요 비슷했는데 아니었어요

웨이커: 나무. 아까 서킷에 보인 그 나무 말이겠죠?

몰리터: 하지만 개가 보이진 않았는데. 모르겠어요.

SCP-666-FR-P: 퐁퐁이 아니었

SCP-666-FR-P가 갑자기 출발한다.

마이어: 뭐 하려는 거지?

웨이커: 따라간다. 내가 뒤에서 밀착. 헤일, 앞을 막아.

헤일: 그러죠.

대원들이 서킷에서 SCP-666-FR-P를 따라간다. 대상이 불안정하게 주행한다. 30초 동안 몰리터 박사가 대화를 재개하고자 시도하지만 반응하지 않는다.

헤일: 대장, 왜 내 뒤에 있어요?

웨이커: 뭐?

헤일: 대장 초록색 아니에요?

머피: 헤일, 대장 내 앞에 있어!

헤일이 반응하려는 찰나, SCP-666-FR-Y가 헤일에게 부딪친다. 헤일의 콘솔이 바로 크래시를 일으킨다.

헤일: 제기랄!

웨이커: 뒤쪽 조심해!

몰리터: 터치당하지 마요.

SCP-666-FR-Y가 연이어 가속해 머피 요원과 서머 요원을 치고, 두 사람의 콘솔도 정지된다. SCP-666-FR의 시점에서는 두 캐릭터가 개체에게 부딪히자마자 사라지는 듯이 보인다. SCP-666-FR-Y가 또 가속해 웨이커 요원을 지나치고 SCP-666-FR-P를 치자, 대상이 [데이터 말소]. 콘솔에서 엄청난 불협화음이 터져나오고 화면이 갑자기 어두워진다. 강렬한 유황 냄새가 콘솔에서 흘러나온다.

몰리터: 찡그리며 웨이커, 콘솔 내려놔요.

마이어: 하느님 맙소사.

대원들이 콘솔을 내려놓고 옆으로 비켜난다. 몰리터 박사가 웨이커 요원의 자리에 앉는다. 원탁에 놓인 콘솔에는 손대지 않는다. 불협화음은 《마리오 카트 어드밴스》의 여러 가지 음향 효과가 뒤섞여 왜곡된 소리로 밝혀졌다.

모든 인원이 30초 동안 아무 말 없다. 불협화음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분 알아들을 수 있는 음절들이 들려온다.

SCP-666-FR-Y: 몰리터. 몰리터. 몰리터. 몰리터. 몰리터. 나는 [알아들을 수 없음], 몰리터.

몰리터: 팔꿈치를 원탁에 올려놓으며 여기 있다. 들려.

SCP-666-FR-Y: 궁금한 몰리터. 그럼 네가 [알아들을 수 없음]인가?

몰리터: 못 알아들었어. 제대로 발음해.

SCP-666-FR-Y: 냉담해, 딱딱해. 몰리터.

몰리터: 내 이름은 알면 됐어. 우리가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나 시작해보지 그래? 네가 누군지?

SCP-666-FR-Y: "너"라고 부르다니. 재미있어.

몰리터: 너따위 녀석에겐 존댓말은 사치지.

SCP-666-FR-Y: 재미있어.

몰리터: 이 가족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목적은 뭐고?

SCP-666-FR-Y: 재미있어. [알아들을 수 없음], 몰리터.

몰리터: 어차피 언젠가 말하겠지. 네가 내 이름을 알면 나도 네 이름 따위는 당연히 알아낼 수 있어. 다시 묻는다. 무슨 짓을 한 거야?

SCP-666-FR-Y: 아무것도. 몰리터. 아무것도.

몰리터: 마이어에게 우릴 갖고 노네요. SCP-666-FR-Y에게 아무것도 안 했으면 너는 왜 어린이 콘솔 안에 있지? 우연의 일치냐?

SCP-666-FR-Y: 몰리터, 몰리터. 언제나, 지옥 갈 죄야, 너를 위해. 언제나. [알아들을 수 없음], 너를 위해. 재미있어.

몰리터: 감히 그 반대로 주장하고 싶은데.

SCP-666-FR-Y: 감히. 상드라. 가여운 아이. [알아들을 수 없음], 맛있어. 불쌍한 강아지. 상드라는 슬펐어. 내가 개를 취했지. 위로해주었어. [알아들을 수 없음]하니 상드라는 더 슬펐어.

몰리터: 네가 그 개로 가장했단 소리야?

SCP-666-FR-Y: 내가 그 개야. 내가 그 [알아들을 수 없음]를 가졌지. 여기에.

유황 냄새에 강렬한 피 냄새가 섞여든다. 헤일 요원이 방에서 뛰쳐나가 복도에서 토한다. 마이어 박사가 헤일 요원을 도우러 방을 떠나면서 나머지 요원들에게 자리를 지키라고 지시한다.

몰리터: 장난이 참 탁월하군.

SCP-666-FR-Y: 재미있지. 그래.

몰리터: 그래, 네가 게임보이 속 개로 가장했다는 건 잘 알았고, 그 다음은? 거기다 빙의하고 끝이야?

SCP-666-FR-Y: 여기다 빙의. 저기다 [알아들을 수 없음]. 항상 우리 탓이지. 아니, 몰리터. 재미있어. 지켜봤지. 아주 재미있어.

몰리터: 제대로 말해. 좀 멀쩡하게.

SCP-666-FR-Y: 상드라는 겁먹었어. 버려질까 두려웠지. 그 개처럼 죽을까봐. 그래서. 내가 영생을 약속했지. 대가 없이. 여기서, 퐁퐁과 함께. 상드라는 [알아들을 수 없음], 가여운 아이.

몰리터: 미친 새끼.

SCP-666-FR-Y: 재미있어, 아닌가? 난 지켜봤지.

몰리터: 그 사고랑 네가 관련 없다는 소리는 나불거릴 필요도 없어. 나한텐 안 통해.

SCP-666-FR-Y: 재미있어, 몰리터, 재미있어. 다 알면서 인정은 않다니. 오빠는 아버지가 트렁크에 총을 싣는 걸 봤어. 오빠는 동생에게 알렸지, [알아들을 수 없음] 가여운 아이. 오빠는 엄마의 일을 알았어. 아빠도 엄마의 일을 알았지. 엄마는 아빠가 다 알아챘다고 의심했어. 그래서 약을 삼키고…

몰리터: 벌떡 일어서며 헛소리하지 마!

SCP-666-FR-Y: [알아들을 수 없음]하는 약이었지. 오빠는 엄마가 약을 먹은 줄 몰랐어. 아빠의 생각에 속은 건지 의심했지. 그렇게 가족은 여행을 떠났어. 엄마는 침을 흘리고 [알아들을 수 없음]. 오빠는 아빠가 엄마에게 독을 먹인 줄 알고 아빠를 [알아들을 수 없음]하고 [알아들을 수 없음] 가여운 아이. 오빠는 재미있어. 조금 멍청하고. 칼을 준비했지.

몇 초 침묵.

SCP-666-FR-Y: 너도 알아들었지. 몰리터. 재미있어. 아냐?

몰리터: 그리고 다음엔?

SCP-666-FR-Y: 가여운 아이는 죽었어. 약속은 지켰지. 대가 없이. 정직한 사업자야. [알아들을 수 없음], 재미있어, 아냐?

몰리터: 끝까지 농담 하나를 아껴뒀군, 신부 똥 같은 자식. 그리고 다음엔?

SCP-666-FR-Y: 그래. 가여운 아이 상드라는 슬퍼. 혼자. 가짜 개랑 함께 혼자. 너무 너무 슬퍼.

서머: 박사님, 이 망할 콘솔 부숴버리게 허락해주세요. 어떤 벌이든 무조건 받을 각오 다 했어요.

몰리터: 다가오지 마 서머. 이 녀석이 그 가능성까지 고려하지 않았을 리 없어.

SCP-666-FR-Y: 그래. 뭐가 문제야? 정직한 사업자라니까. 할인도 해줘, 선물도 줘, [알아들을 수 없음]까지 가여운 아이에게 줘. 죽은 가족 모두 한자리에 모아줬는데.

몰리터: 동의는 하고.

SCP-666-FR-Y: 동의는 하고! 재미있어. 재미있어. 재미있어. 난폭한 아빠랑 다시 만나. 난폭한 오빠랑 다시 만나. 난폭한 엄마랑 다시 만나. 미치도록 가여운 아이. 대가 없이, [알아들을 수 없음] 정직한 사업자야.

몰리터: 그래서 네가 얻은 건 뭐지?

몇 초 침묵.

몰리터: 그런 짓을 해서 뭔가 얻어내지 않았을 리 없어. 그냥 재미로 했다는 소리는 집어치워, 너한테도 너무 많은 수고가 드는 짓이니까. 분명히 얻은 게 있겠지. 네가 얻은 건 뭐야? 대답해.

SCP-666-FR-Y: 나만의 지옥.

SCP-666-FR이 몇 초 지직거리다가 타이틀 화면으로 돌아간다. 서머 요원이 바닥에 털썩 쓰러지며 몸을 부들거리면서 눈물을 쏟는다. 웨이커 요원이 서머 요원을 일으켜준다. 몰리터 박사가 잠시 망설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녹화를 종료한다.



결론:

이런 결정이 무슨 끔찍한 결론을 함축하는지야 다 알긴 압니다만, 저는 이 콘솔을 파괴하는 안을 단호하게 거부합니다. 윤리위가 뭐라 하든 말든요. 영혼 잔재들이 가득 찬 물건은, 더구나 악마가 소유하는 물건이라면 너무나도 불안정합니다. 실험 중에 서머 요원에게 말했습니다만 SCP-666-FR-Y는 이것까지 계산했을 텝니다. 확실해요. 이녀석의 회로를 그슬리는 척만 했는데 갑자기 꽝 하고 터져버린다고 해도 저는 놀랍지 않습니다. - 몰리터 박사


SCP-666-FR의 추후 처리 방안은 감독관 평의회와 논의해보겠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어떠한 추가 실험도 실시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더불어 개체가 이 가족을 또 고문할 때 개입할 수 있도록 SCP-666-FR을 감시했으면 합니다. 아무튼 간에 가족들이 전혀 대화하지 않는 상황이니까요. SCP-666-FR-L은 레이스 두 번 중 한 번 움직일까 말까 하며, SCP-666-FR-B와 SCP-666-FR-D는 게임 시간 4분의 3을 등장하지 않습니다. SCP-666-FR-P는 레이스 내내 우리를 마주치지 않으려고 어떻게든 애를 쓰고 있습니다. SCP-666-FR-T야 애초에 대화할 방법이 아직 보이지 않고요. - 마이어 박사


2004/05/01 공지

- 몰리터 박사

마이어 박사가 세상을 떠나고 저희 연구 결과와 이 불행한 사건을 놓고 발생한 여러 가지 불쾌한 소문을 들었습니다. 이 공지를 빌어서 모두 분명히 밝히겠습니다. 아니요, 마이어 박사는 SCP-666-FR 때문에 사망하지 않았습니다. 이 콘솔은 사람을 죽일 수도 없고 자신과 접촉한 사람에게 저주를 내리지도 않습니다. 마이어 박사는 심장마비로 사망했으며, 나이를 감안하면 심근경색은 그렇게 특이한 증상이라 여길 수 없습니다. 다들 전문가인 만큼 다른 사람들도 지켜보셨으니 SCP-666-FR은 안전한 개체인 줄 아실 겁니다. 네, SCP-666-FR이 악마의 피조물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콘솔 안에 고이 갇혀 있을 뿐입니다. 갑자기 화면에서 뭐가 튀어나와서 사람 머리통에 등껍질을 날릴 일 따위 없습니다.

마이어 박사의 명예를 존중해주시기 바랍니다.


사건 2004/05/16 보고서:

SCP-666-FR-1을 정례 점검하던 연구원이 와리오(이하 SCP-666-FR-W)의 CPU가 평소와 행동이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발견했으며, 에테르 잔재가 새로 깃들었다고 추정했다. SCP-666-FR-W는 코스의 경로를 잘 알지 못했으며, 마치 관심을 끌려는 듯 아이템을 사용하지 않고 플레이어를 거듭해서 밀쳤다.

몰리터 박사가 파견되어 SCP-666-FR-W와 대화를 시도했다. [데이터 말소]

추후 공지 시까지 어떠한 연구원 및 보안 인원도 향후로 SCP-666-FR와 접촉하지 못한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이미 SCP-666-FR과 접촉한 인원은 대상에게 에테르 잔재를 빼앗기지 않도록 악마학부에 통지해 적절한 처치를 받도록 한다.


2004/06/07 ~ 2004/08/10 SCP-666-FR 실험 요약:

에테르 잔재가 SCP-666-FR에게 고착하는 원리를 규명하고자 D-1513에게 콘솔을 주었다. 최초 가설은 SCP-666-FR에게 정기적으로 오랫동안 접혹하면 사망 시 콘솔이 에테르 잔재를 흡수한다는 것이었다. D-1513은 며칠 동안 게임의 변칙현상을 목격했으나, 콘솔의 상태가 불량한 탓으로 치부하며 별달리 혼란을 표시하지 않았다.

1개월 경과 후 D-1513과 동료 D계급 1명 내지 여러 명에게 멀티플레이 모드를 플레이하도록 지시했다. 일부 D계급, 특히 일신론 종교를 믿거나 친척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적 있었던 인원들은 변칙현상을 목격하고 상당히 자극을 받았으며 또 불편감을 호소했다.

D-1513에게 CPU들이 자신에게 말을 거는 기분을 느꼈냐고 묻자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반면 D-2703(딸이 운전 미숙한 자동차에 치여 사망)은 일부 게임에서 어떤 목소리가 자기 아이의 이름을 거듭해서 말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인물이 묘사한 목소리는 SCP-666-FR-Y와 닮았다.

다른 D계급 인원들은 게임을 플레이하기를 갈수록 점차 꺼렸으나, D-1513만은 계속 SCP-666-FR을 꾸준히 플레이하며 어떤 서킷이 어떻게 변형되었는지 달달 외우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D-1513은 SCP-666-FR을 최대한 오래 플레이하고자 하는 열의를 보였으므로 콘솔과 충분히 고착되었다고 추정되었다. 몇 주 뒤 D-1513을 처분해 다른 CPU들의 "자리가 찬" 가운데 새로운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생겨나는지 확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D-1513이 수많은 서킷에 익숙해진 경험을 바탕으로, 각 코스가 더 길어졌으며 주 1~2회 꼴로 서킷에 스프라이트가 생겨난다는 점을 발견했다. D-1513을 처분하는 안은 윤리위원회가 아직 승인하지 않은 가운데 철회되었다.

D-1513의 관찰에 근거하여 밝혀진 바에 따르면, 스프라이트의 출현 양상은 SCP-666-FR을 격리하는 기지 건물에서 사망한 D계급의 수효와 상관관계가 있었다.

그러므로 결론은 다음과 같다. SCP-666-FR에게 에테르 잔재가 흡수되려면 대상과 직접 또는 오랫동안 접촉할 필요가 없으며, 영향 범위에 머무르는 정도로 충분하다.

SCP-666-FR은 알레프 기지 고립구역으로 이송되었다.

2004/10/31 업데이트

근래 관찰한 바에 따르면 게임의 서킷이 나날이 팽창하는데다 SCP-666-FR-1에 깃든 변칙존재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심층 실증 결과 변칙존재들 상당수는 알레프 기지 끄트머리의 생█████ 병원에서 사망한 인물에 대응했습니다. SCP-666-FR이 영향을 끼쳐 에테르 잔재를 흡수하는 범위가 훨씬 확장되었다고 여김직합니다. 이 심각한 문제에 대응하여 MTF Mi-5("프로게이머")가 실험을 거친 직후에 격리 절차를 개정할 예정입니다.


날짜: 2004/10/31

계획: SCP-666-FR의 영향 범위가 넓어지는 상황을 멈출 방법을 찾고자 콘솔에 깃든 개체들과 긴급 연락을 시도하는 실험. 몰리터 박사가 세션을 담당한다. 사용 장비는 앞과 같다. 각 요원의 역할 역시 앞과 같다.


녹취록:

MTF 대원들이 실험실에 자리를 잡는다. 몰리터 박사가 웨이커 요원 옆에 앉는다.

머피: 박사님, 이거 정말 안전한 거 맞아요?

몰리터: 여러분이 저한테 갑자기 치명적인 천식발작만 유발하지 않는다면야 괜찮습니다. 다들 준비하시죠.

헤일: 저는 악마학은 전혀 문외한인 점 미리 알려드릴게요. 또 피 냄새 맡으면 뛰쳐나갈 수밖에 없어요.

몰리터: 그런 것 전혀 없을 겁니다.

웨이커: 박사님, 이제 뭘 하면 되겠습니까? 이 자식 땅 파고 불구덩이에다 처넣기 전에요.

몰리터: 라베른 가족을 찾아요. 아무나. 적어도 이 상황을 막을 실마리가 있는지 물어볼 거예요. 만일 실패한다면 그때는…

몇 초 침묵

서머: 우리가 해줄 게 아무것도 안 남았다고 알려는 줘야겠죠.

몰리터: 그렇지. 자, 시작합시다.

웨이커: 무슨 맵으로요?

몰리터: 아무거나요. 첫 번째로 하거나.

웨이커: 지난번보다 글리치가 훨씬 더 많네요. 메뉴만 해도… "마리오 카트"가 이제 "카트"만 남았어요. 그래도 시작할까요?

몰리터: 네. 시간이 없어요.

대원들이 게임을 시작한다. 달라진 점들이 곧바로 숱하게 보인다. 음악이 사라졌으며(효과음은 존재) 화면 오른쪽 아래의 맵이 손상되었다. 마리오 스프라이트가 옆으로 늘어져 폭을 꽉 채운 채로 하늘을 뒤덮었으며 맵 배경에 있던 성이 원래보다 70% 정도 더 커졌다. SCP-666-FR에서는 가벼운 빨간 필터가 화면에 영향을 끼친다.

머피: 분위기 참 예전같지 않네.

웨이커: 코스도 한참 달라졌어. 밀착 대형으로 간다.

대원들이 레이스를 진행한다. 서킷은 원래 게임 트랙처럼 생기지 않고 훨씬 더 커졌다. 커브의 개수가 확연히 줄었으며 서킷 전체가 거의 직선으로만 이루어진 가운데 아주 가벼운 커브가 잠깐씩만 끼어드는 형국이다. 대원들이 트랙에 난데없이 등장하는 아이템 박스에서 공격 아이템을 줍거나 하면서 몇 분 동안 플레이하던 도중, 헤일 요원이 웨이커 요원을 부른다.

헤일: 대장님! 저기 보이, 어… ㅂ… 그니까…

몰리터: 헤일 요원의 화면으로 다가간다 보여줘요.

SCP-666-FR-W가 멀리 정상적으로 플레이 불가능한 영역에서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

웨이커: 오케이, 나도 봤어. 서킷 바깥에 계시네, 벽 너머에. 김수한무가 없어졌나?

머피: 솔직히 대장님, 루트에서 벗어나는 게 좋은 생각 같진 않은데요.

서머: 우리를 봤어요. 떠… 떠나시는데요.

서머 요원의 화면에서 SCP-666-FR-W가 길에서 점점 멀어지고, 이윽고 디스플레이가 표시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 사라진다.

헤일: 왜 떠나신 거지? 우리를 몰라보실 리도 없는데, 분명…

머피: 드디어 정신 나가신 거지. 나도 저렇게 되려나.

웨이커: 머피, 그딴 소리 잘 봐줘서 머릿속으로 해. 박사님, 어떻게 하죠?

몰리터: 미안해요, 그… 어… 쫓아가지 마요, 어차피 따라잡지도 못할 거예요. 약간이나마 아는 땅에 머무르는 게 낫죠, 머피 말이 일리가 있는 거 같아요. 제가 그… 그분만큼 전문가는 아니니까.

웨이커: 가는 길 계속 가자 얘들아. 얼른 얼른.

대원들에 서킷에서 주행을 몇 분 더 이어간다. 회색 폴리곤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3차원 그래픽 인간형 형체가 길 오른편에서 무릎을 꿇고 땅에서 온몸을 비틀고 있다. 일반적으로 《마리오 카트 어드밴스》의 그래픽 엔진에서 구현 가능한 형체가 아니다. 이 형체 주변에서 헤이호 스프라이트 몇십 개가 땅에 묻혀 어깨까지 내놓고 있다. 대원들이 형체 가까이 다가가지만 형체는 반응하지 않는다.

웨이커: 고통을 참는 듯한데.

서머: 박사님, 안에 얼마나 들어가 있는 거죠?

몰리터: 줄잡아서 한 70 정도.

대원들이 형체 앞에서 잠시 속도를 늦춘다. 형체가 머리를 땅에다 박고 양팔로 머리를 문지른다. 소리는 나지 않는다.

웨이커: 계속 가자.

대원들이 다시 출발하여 15분 동안 주행한다. 랩 1이 끝나는 기색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머피: 성이 점점 더 커지는 거 같아요. 마치 우리가 다가가는 듯이. 그냥 가짜 세트 같기도 한데, 저기까지 도달할 수 있는 거 맞아요?

웨이커: 글쎄… 앗! 박사님, 여기 봐요. 루이지 있어요.

SCP-666-FR-L이 길가에 머물러서 움직이지 않는다. 바퀴가 일부 풀밭에 걸쳤다. 대원들이 다가가도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몰리터 박사가 바로 SCP-666-FR의 화면으로 다가간다.

몰리터: 앙투안? 앙투안, 내 말 들려?

SCP-666-FR-L:

몰리터: 앙투안, 무슨 일이 생겼는지 말해줄 수 있어, 네 관점에서? 지금 SCP… 그, 어… 지금 요시… 요시가 또 무슨 짓을 한 거야?

SCP-666-FR-L: 사람들이 엄청 들어와요

몰리터: 그렇구나, 너… 너는 괜찮아?

SCP-666-FR-L: 담을 공간이 없어요

SCP-666-FR-L: 잘못된 위치에 넣어버렸어요

몰리터: 어떻게?

SCP-666-FR-L: 내 바퀴에 남자가 들어갔어요

SCP-666-FR-L: 운전하면 비명 질러요

SCP-666-FR-L: 이제 게임하기 싫어요

SCP-666-FR-L: 죽고 싶어요

몰리터: 앙투안, 네가… 네가 생각하기에 이걸 막을 방법이 있을까?

SCP-666-FR-L: 사람 못 오게 막는 방법 말이죠

몰리터: 그래.

SCP-666-FR-L: 동생한테 물어봐요

몰리터: 동생은 아는 거야? 어떻게 찾으면 되니?

SCP-666-FR-L: 성이요

몰리터: 그래, 그… 그럼 가봐야겠다. 요원들에게 웨이커, 다들, 이제 가요.

SCP-666-FR-L: 잠깐만요

몰리터: 응?

SCP-666-FR-L: 내 말 전해줘요

텍스트가 사라졌다가 몇 초 뒤에 다시 나타난다.

SCP-666-FR-L: 미안하다고 제발

몇 초 침묵.

몰리터: 전해줄게. 고마워 앙투안.

대원들이 다시 진행한다. 서킷이 여전히 성 쪽으로 거의 일직선으로 뻗은 가운데 성이 점차 지평선 전체를 뒤덮는다. 1시간 30분 게임 플레이와 대화가 이어지던 중(관련없는 내용 편집됨), SCP-666-FR-P가 대원들 앞에 나타난다. 스프라이트가 뒷모습이며 사람 얼굴 모양 글리치로 수두룩이 뒤덮여 있다. 각 얼굴은 모두 비정상적으로 거대하며 폭이 도로를 모두 채울 정도다. 수많은 사람들이 신음하는 소리가 왜곡된 채로 SCP-666-FR-1에서 흘러나온다.

웨이커: 다른 요원들에게 너무 접근하지 마. 서머, 초록등껍질 쏠 준비해.

몰리터: 상드라…? 상드라, 내 말 들려?

SCP-666-FR-P:

몰리터: 상드라, 우리 방금… 방금 오빠랑 이야기하고 왔어.

SCP-666-FR-P: 들었어요

몰리터: 네가 이 상황을 멈출 방법을 안다던 것 같은데. 정말이니? 방법이 있어? 네가 처음… 요시랑 대화한 사람이니까, 어떻게…

SCP-666-FR-P: 게임기 부숴주세요

몇 초 침묵

몰리터: 그건… 으음, 그건 불가능해 상드라.

몇 초 침묵

몰리터: 너무 위험해. 그 안에 잔재… 아… 영혼들이 너무 많아. 폭발할 수도 있고, 음… 또 무슨 안 좋은 일이 벌어질지 몰라. 혹시나 그 안에서부터 할 수 있는 일이…

SCP-666-FR-P: 그럼 떠나요

몰리터: 뭐라고? 떠나라고… 우리가?

SCP-666-FR-P: 게임기 못 부수면 떠나요

몇 초 침묵

몰리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상드라? 왜 너는… 크기가 더 커지고?

몇 초 침묵

SCP-666-FR-P: 공간이 없어요

SCP-666-FR-P: 많은 사람들이 외로워해요

아까보다 훨씬 더 큰 괴성이 SCP-666-FR의 스피커에서 짧게 터져나온다. 웨이커 요원이 SCP-666-FR을 탁자에 올려두고 일어나 방 안을 서성거린다.

SCP-666-FR-P: 모두들 외롭게 남겨두기 싫어요

몰리터: 다… 다들 고통받고 있는걸 상드라. 아파하잖아.

SCP-666-FR-P: 저도 너무 아파요

SCP-666-FR-P: 하지만 이제 외롭지는 않으니까요

몰리터 박사가 소리 죽여 울음을 참는다.

몰리터: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오빠가 우리한테 이 말을 전달해달라고 했어… 정말 미안하다고.

몇 초 침묵.

SCP-666-FR-P: 미안해요 언니

SCP-666-FR-P: 용서 안했어요 미안해요

SCP-666-FR-P: 어차피 똑같은 남자에요

몰리터: 누구랑? 아빠랑?

SCP-666-FR-P: 아니 다른 남자요

SCP-666-FR-P: 지켜보고 있어요

SCP-666-FR-P: 계속 지켜봐요

SCP-666-FR-P: 그리고 그만 지켜보면 너무 늦어요

몰리터: 알겠어.

SCP-666-FR-P: 떠나요

연구진 모두 1분 동안 아무 말 없다

몰리터: 대원들에게 게임 끄죠.


결론:

확실한 해결책은 결국 못 찾았습니다. 지금 남은 유일한 방법은 아주 먼 데 묻어버리는 것뿐입니다. 누군가 또 들어가는 일을 최대한 방해하고 또 이 콘솔을 어떻게든 안전하게 파괴할 방법을 연구할 수 있도록. 제가 권고하는 유일한 방안입니다.

긴급하고요. 그들에게는. - 몰리터 박사


특수 격리 절차 업데이트:

SCP-666-FR은 전용 상자에 수납해 2004/11/01 ~ 02 밤중에 장갑 트럭에 실려 키비안 기지로 이송되었다. 고의로 민간인이 많은 구역을 회피했으며 가급적 속도를 늦춰서 이동했다. SCP-666-FR이 도착한 대로 악마학부 인원들이 참관한 가운데 고도 격리 절차를 즉시 실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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