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 2019년 3월 12일
대상: SCP-6177
면담자: 코나드Connard 박사
목적: 접수면접
증상: 감소된 신장, 홀쭉해진 몸, 기형적인 가마, 볼록해진 콧등
<기록 시작>
SCP-6177이 격리소 벽에 상감된 디스플레이 패널을 통해 코나드 박사에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임.
SCP-6177: 그러니까 여기가 어디라는 거에요?
코나드 박사: 그것도 말해줄 수 없단다.
SCP-6177: 물론, 그러시겠죠. 당신들은 전부 미친 새끼들이니까요. 이거 불법인 건 아시죠? 제 삼촌이 변호사니까 당신네가 침해한 권리를 모두 따지면, 당신들은 이제 망한 셈이죠.
코나드 박사: 그런 점이라면 걱정 안해도 된단다. 그리고 아무도 널 벌주려 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실히 알아줬으면 하구나. 다 네 안전을 위해서란다.
SCP-6177: 개소리 마요, 뭐하려는지 다 아니까. 이제 저한테 오만가지 실험을 하겠지요. 저를 요 썰고 저 썰고 해서 제가 이렇게 된 이유를 찾으려 하겠죠, 제 말 틀려요?
코나드 박사: 좋아-
SCP-6177: 아뇨 안 좋아요, 방에서 나가게 해줘요. 당신들은 절대-
SCP-6177 격리소 내부의 알람 소리가 두 번 울림. SCP-6177이 양손으로 귀를 막고 제공된 책걸상에 자빠짐
코나드 박사: 이제 됐어. 우린 인내심을 갖고 다정하게 대하려 했건만, 네가 진정하지 않는다면 얘기는 이따가 할 수밖에 없어.
SCP-6177: 잠깐, 뭐라고요?
<기록 종료>
일자: 2019년 3월 12일
대상: SCP-6177
면담자: 코나드 박사
목적: 접수면담
증상: 모발의 조기 노화, 목소리의 이상성
<기록 시작>
코나드 박사: 그럼 그런 능력을 언제부터 알게 된 거니?
SCP-6177: 잘은 몰라요, 언젠지 곰곰이 떠올려 보자니 아마도 날 때부터 그랬던 거 같아요. 사소한 일들이 있었어요. 냉장고 안에 있는 음식이 매번 조금만 지나도 바로 상해버리기 일쑤였죠. 그리고 제 엄마 친구들이 항상 저를 볼 때마다 삭신이 쑤시다고 말했어요.
코나드 박사: 어제 일 같은 사건은 한번도 없었다는 거지?
SCP-6177: 한두번은 곤란한 일이 있었던 거 같아요.
코나드 박사: 좀더 설명해주겠니?
SCP-6177: 제 기억으론 6살인가 7살 때 여름에 아빠가 정원을 가꾸던 날이었어요. 아빠는 토마토, 호박, 오이, 고추, 뭐 오만 걸 다 심었어요. 그때쯤 부모님께선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꽤 잘 알고 계셨던 때라, 아빠는 저보고 정원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말라고 했죠. 말도 안돼죠. 그 나잇대 얼라들이 어련히도 그냥 지나칠까요? 어느 날 오후에 엄마랑 아빠가 딴 데 정신팔린 틈을 따서 좁은 돌길을 따라 내려가 아빠의 자랑거리가 심어진 땅 뒤편으로 들어갔어요. 장관이었죠. 꽃이 피고나서 여러가지 과일로 서서히 바뀌는 광경을 보셨어야 하는데. 하지만 곧 아빠한테 들켰어요. 완전 쫄았죠. 물론. 그걸로 끝이었어요. 정원은 더이상 볼 수 없었죠. 그때가 딱 한번 아빠가 저를 야단쳤던 때였어요.
코나드 박사: 그러니까 그 일이 네 기억상으로 네 변칙적 효과가 매우 빠르게 증폭된 첫 사례였다는 거지?
SCP-6177: 아마도요.
코나드 박사: 그러면 감정적 스트레스가 네 효과 증폭의 트리거인 것 같니?
SCP-6177: 저도 몰라요. 어쩌면요.
코나드 박사: 어제 폭주한 건 뭐 때문에 그런거니?
SCP-6177: 얘기 안할래요.
코나드 박사: 네가 전적으로 솔직하게 우리한테 얘기해줘야 일이 잘 풀린다고 얘기했잖니. 이 정보는 누구에게도 얘기 안한다고 사람 대 사람으로 약속할게.
SCP-6177: 약속한다 했어요?
코나드 박사: 약속할게.
SCP-6177: 말해주면, 여기서 제가 뭐라도 할 거 좀 갖다주지 않으시겠어요? 아무거나요. 살면서 지금보다 더 지루했던 적이 없어요.
코나드 박사 그건 도와줄 수 있을 것 같구나. 하지만 그전에, 그 사건 직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SCP-6177: 어떤 남자애가 있었는데 걔랑 오랫동안 어울려 다녔어요. 같이 얘기하고, 같이 집에 가는 거 말이에요. 그런 걸로 시간 보냈죠.
Dr. Connard: 그 남자애라면 브라이언 오르테가Brian Ortega 말이지?
코나드 박사가 브라이언의 7학년 종업 앨범 사진을 들어보임
SCP-6177: 네
정적
SCP-6177: 그게, 같이 어울려 놀다가, 하루는 걔가 자기 친구들 몇 명이서 학교 끝나고 학교로 다시 쳐들어가기로 했다는 거에요. 재미로 말이에요. 어떤 고딩이 자기 아빠 찬장에서 술 한 병을 슬쩍했대요.
코나드 박사: 그렇다면 넌 무단침입으로 법을 어길 수 있다는 가능성 따윈 생각하지도 않았단 말이군, 미성년자 음주는 말할 것도 없겠고?
SCP-6177이 으쓱함
SCP-6177: 그런 것 같네요. 그렇게는 생각해본 적 없어요. 어쨌든 저도 같이 따라가기로 했어요. 체육관에서 몇 시간이고 마시고 노닥거리다가 걔가 어… 그러니까 걔가…
코나드 박사: 걔가 어쨌는데?
SCP-6177: 걔가… 그게, 아무래도 저희가…
코나드 박사: 뭐라고?
SCP-6177: 걔가 저한테 키스했어요.
정적
코나드 박사: 계속 얘기해봐.
SCP-6177: 그게, 걔가 저한테 키스했고 모든 게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코나드 박사: 어떻게 이상했는데?
SCP-6177: 가슴이 정말 빠르게 뛰기 시작했고 모든 광경이 아득히 멀어져 보였어요. 기절하기 일보 직전이었는데 브라이언이 소리를 질렀어요. 걔가 점점 커지고 있었어요. 걔 셔츠 맨 위에 단추 두 개가 터졌고 점점 나이를 먹고 있었어요. 나이를 먹고. 또 먹었죠. 전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어요. 움직일 수가 없었죠. 걔가 소리를 계속 질러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걔 얼굴은 차마 볼 수가 없었어요. 걔 머리카락이 대걸레마냥 완전히 머리를 뒤덮었어요. 뿌리가 하얬죠. 상황이 진정될 때 쯤엔 다른 애들이 경비원을 데리고 돌아왔죠. 걔는 그 자리에 누워서 숨을 헐떡이고 있을 뿐이었죠. 목소리가 다 쉬었더라구요.
코나드 박사: 얘기해줘서 고맙-
SCP-6177: 걔는 괜찮나요?
코나드 박사: 뭐 그렇지, 그 친구는 지금 우리가 개인 병실에서 보살피고 있단다. 그치만, 그닥 반응은 않더구나.
SCP-6177: 걜 만나 볼 수 있을까요?
코나드 박사: 유감스럽게도, 그건 안되겠구나.
<기록 종료>
일자: 2019년 5월 26일
대상: SCP-6177
면담자: 코나드 박사
목적: 일일 점검
증상: 지방위축, 골격근위축
<기록 시작>
SCP-6177이 격리소 내 책상에 몸을 수그리고 격리소의 보존식품 디스펜서를 그리고 있음
코나드 박사: 좋은 아침
SCP-6177: 박사님은 어때요?
코나드 박사가 옅은 웃음을 지음
코나드 박사: 별일 없지.
SCP-6177이 일어나서 격리소 남쪽 벽으로 가로질러 가 벽에 붙은 다른 습작품 여러 장 옆에다 테이프로 그림을 붙임. 대상이 책상으로 되돌아와 수납장에서 두 번째 종이를 꺼내서 가져옴.
코나드 박사: 그럼, 시작해볼까. 바이탈?
SCP-6177이 자신의 오른팔을 이동식 카트형 혈압계 안에 넣고 오른쪽 검지를 온도측정기 안에 끼워넣음. 왼팔로는 계속 그림을 그림
코나드 박사: 좋아, 특별히 변한 건 없군. 월요일에 의사가 방문할 거니까 널 좀더 면밀히 검사해줄 거야.
SCP-6177: 으음
코나드 박사: 밥은 잘 먹고 있니?
SCP-6177: 네
코나드 박사: 아주 좋아. 나한테 질문할 거 있니?
SCP-6177: 아뇨
코나드 박사: 그래 그럼, 내일 보자.
SCP-6177: 잠깐 잠깐 잠깐 잠깐 잠깐만요.
SCP-6177이 코나드 박사 쪽으로 손가락 하나를 들어올림
코나드 박사: 남아서 얘기하고픈 마음은 굴뚝같지만, 미안하게도 오늘은 내가 아주 바쁘거든.
SCP-6177: 2초 정도만 기다려줘요.
코나드 박사: 알겠어, 뭔데?
SCP-6177이 벽에 걸린 웹캠 화면으로 코나드 박사를 그린 간단한 초상화를 들어올림.
SCP-6177: 마음에 들어요?
코나드 박사: 물론, 그렇고 말고.
SCP-6177: 박사님한테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코나드 박사: 그거야 드론에다 그림을 놓아두면 아침에는 내가 받아볼 수 있을 건데 뭐.
SCP-6177: 아니, 사람끼리 하는 거 말이에요. 박사님에게 건네준다던가.
코나드 박사: 그게 될 리가 없는 건 너도 알잖아.
SCP-6177: 그래도 잠깐이라도 시간이 있다면 박사님한테 그림 건네주고 박사님이 곧바로 떠나면 될 텐데요. 후딱 끝내버리면 아무도 안다칠 거에요.
코나드 박사: 미안해.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순 없어.
SCP-6177: 좀 안될까요 박사님? 여기 있으려니 미쳐버리겠어요.
코나드 박사: 안돼, 이게 내 마지막 대답이야. 생떼 부리지 말고. 항상 씩씩하게 지내렴 얘야, 내일 또 얘기하자고.
<기록 종료>
일자: 2019년 10월 2일
대상: SCP-6177
면담자: 코나드 박사
목적: 일일 점검
증상: 양안 백내장, 울혈성 심부전
<기록 시작>
SCP-6177이 격리소 내 침상에 누워있는 모습이 보임. 리본으로 묶은 작은 나무 상자 하나가 침대 아래에 놓여있음.
코나드 박사: 아, 다행히 아직 뜯어보진 않았네. 열어라. 열어라.
SCP-6177이 큰 소리로 끙끙대면서 몸을 일으켜 앉은 자세를 함.
코나드 박사: 정식으로 파티를 열진 못하지만, 이런 중요한 날에 뭔가- 작은 거라도 너한테 챙겨주는 게 맞지않나 싶어서 말이지.
SCP-6177이 나무 상자를 여니, 페인트, 파스텔, 수성 물감, 중성펜, 매직팬, 목탄연필 등 미술용품 몇 종류가 들어있음.
코나드 박사: 자, 어때? 전부 잘 썩지않는 걸로 준비했으니까, 쓰는 데 문제는 없을 거야. 마음에 들길 바래.
SCP-6177: 네, 음 최고네요.
SCP-6177이 격렬히 기침하고 상자를 침대 밑에 다시 내려놓음.
코나드 박사: 뭐 좀 보내줄까?
SCP-6177이 계속 기침함. 아니라는 뜻으로 고개를 흔듦.
코나드 박사: 정말로? 너 챙겨주려고 약 가져왔는데.
SCP-6177이 기침을 멈춤
SCP-6177: 괜찮아요. 대신 부탁 좀 들어주실래요?
코나드 박사: 뭔데?
SCP-6177: 밖으로 내보내줘요
코나드 박사: 안돼, 네가 얼마나 요청하든 답이 바뀔 일은 없을 거야. 네가 선물을 마음에 들어할 줄 알았는데.
SCP-6177: 마음에 들어요. 든다구요. 그치만 선물에 기뻐할 기분이 아니에요.
정적
SCP-6177: 부탁이에요 박사님
정적
SCP-6177: 아픈 건 신경 쓰지-
코나드 박사: 20분 줄게.
SCP-6177: 정말이에요?
코나드 박사: 그래, 정말이다! 연락을 좀 돌려야겠어.
<기록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