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번호: SCP-616-KO
등급: 유클리드(Euclid)
특수 격리 절차: SCP-616-KO는 제616K기지에 격리되어 있다. 제616K기지는 SCP-616-KO-1의 격리전용 지하기지로 2m × 2m 넓이의 소형 구역 총 320개로 분리되어 대상의 변칙성을 분산시킨다. 또한 해당 기지 자체 규정으로서 총 3,200가지의 비필수적인 규정이 제정되어 있어 SCP-616-KO-1의 변칙성을 보다 안전하게 유지하고 있다.
격리 담당 인원들은 매 09:00시 정각마다 대상의 변화를 확인하며 목록화하고 대상의 이송이나 격리를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제약사항이 발생할 시 별도로 지상층에 보관 중인 SCP-616-KO-2를 이용하여 이를 제거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적대적 개체는 지원을 요청해 제거하도록 한다.
설명: SCP-616-KO는 2개의 변칙적인 예술품의 통칭이다.
SCP-616-KO-1은 2m × 5.6m 크기의 유화 그림이다. SCP-616-KO-1은 기독교의 천사 2명을 묘사하고 있다. 천사들은 날개와 광륜 등 일반적인 천사의 묘사와 일치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오른쪽의 천사는 금색 머리와 벽안을 가진 전형적인 천사의 묘사와 일치하며 오른쪽 팔에 활을 들고 있다. 왼쪽의 천사는 대조적으로 푸른 머리와 녹안을 가지고 있으며, 왼쪽 팔에 검을 들고 있다.
SCP-616-KO-1은 매 24시간마다 9시 정각이 되면 대상이 위치한 범위 내에 있는 특정된 구역에 변칙적 영향을 가한다. 9시 정각이 되면 그림 속 천사의 동작과 배경이 변하며 해당 동작은 영향 범위 내의 개인, 단체가 가지고 있는 규정, 규칙, 제한 사항을 어기고 있는 모습을 나타내며, 배경은 영향 범위를 나타낸다. 영향 범위 내에 있는 인원이 해당 규정을 지킬 경우, 해당 규정을 지키는 것에 대한 강박적인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이때 지정되는 규정은 보통 사소한 것으로,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큰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다. 또한 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다짐이나 마음가짐 같은 제한사항 또한 지정될 수 있다. 이러한 제한사항은 매일 중첩되므로 약 30일 이상 SCP-616-KO-1의 영향을 받은 경우 영향 범위에서의 일상적인 활동은 불가능하다.
SCP-616-KO-2는 50cm × 50cm × 160cm 크기의 석재 조각상이다. SCP-616-KO-2는 기독교의 악마 2명을 묘사하고 있으며, 뿔과 꼬리 등 일반적인 악마의 묘사와 일치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일반적인 악마의 묘사와 다르게 여성형이며 모두 붉은색으로 도색되었고 각각 왼손과 오른손을 이용해서 문서 1장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SCP-616-KO-2를 얼굴 부분이 SCP-616-KO-1의 정면을 쳐다보도록 배치했을 경우 매일 발현되는 SCP-616-KO-1의 변칙성이 나타나지 않으며, 기존에 SCP-616-KO-1로 인해 생성된 제한을 1개 제거한다. 하지만 동시에 같은 범위의 구역에 또 다른 변칙적 영향을 가한다.
SCP-616-KO-2의 변칙성이 발휘되었을 경우, SCP-616-KO-2가 가지고 있는 문서에 특정한 문구가 나타난다. 해당 문구는 특정한 행동에 대한 주의사항을 담고 있으며, 그러한 행동을 하면 안 되는 이유를 가르쳐준다. 문구는 보통 추상적이며 제안되는 이유는 보통 미지의 개체에게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이다. 이후 해당 행동을 하게 될 경우 묘사된 개체가 나타나 행위자에게 영향을 준다. 이러한 제한사항 역시 중첩되나 다양한 수단을 이용하여(보통 해당 적대적 개체를 제거하는 것을 통해서) 제거할 수 있다.
부록: SCP-616-KO 최초 보고 기록
SCP-616-KO에 대하여 재단이 처음으로 파악한 것은 1992년 5월 16일, 변칙장소 '갤러리아' 내부의 잠입 요원 한유빈의 보고에 의해서였다. 당일 17시경 갤러리아의 실질적 지도자인 PoI-316K001, 이호영이 한유빈 요원의 개인 공간에 방문했다. PoI-316K001은 한유빈 요원에 대해서 잠입 요원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정확히 어떠한 단체 소속인지는 인지하지 못하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한유빈 요원은 이를 재단 측에 보고했고 이후 한유빈 요원과 면담이 진행되었다.
'갤러리아' 잠입 요원 한유빈 증언기록
<기록 시작>
한유빈 요원: 어… 우선 조금 예전에 있었던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몇 달 전부터 계속 보고드리고 있었던 일이었죠. 아시다시피 갤러리아가 요즘 시끌시끌한 상황이었습니다. 아시죠? 아니면 완전히 자세하게 이야기하는 게 좋을까요?
아, 네. 그러면 처음부터 시작해보죠. 제가 처음 잠입했을 때부터요. 그것보단 앞에서 해도 괜찮다고요? 아, 네. 알겠습니다. 그래도 처음 잠입했을 때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그때쯤에 그 여자를 처음으로 만났으니까요. 아시겠지만 제가 갤러리아에 잠입하게 된 건 그 단체가 점점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인데 애초에 친목 단체에 불과했던 곳이 점점 단체 티가 나기 시작한게 그 여자, 데이먼(Daemon) 때문이니까요. 아, 본명은 아닙니다. 애초에 그 여자 본명을 아는 사람은 없을걸요.
저도 그 여자가 들어오고 꽤 지나서 들어갔기 때문에 잘은 모르지만 들리는 소문은 딱히 좋지 않았습니다. 변칙예술가 주제에 예술에 관심이 없다든지, 자리에만 관심이 많다든지, 뭐 좋게 말한다고 야심가라고 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대충 소문만 듣다가 나중에 전체적인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처럼 지인이 초대해서 갤러리아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그냥저냥 무난하게 작품 활동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얼마간 시간이 지나고 데이먼이 한 작품을 전시했습니다. 뭔 조각상이었는데 본 사람들에게 뭔가 영향을 줬다고 합니다. 물론 그런 작품은 많았으니까 다들 신경을 쓰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후가 문제였습니다. 본 사람들 중에 미쳐버리는 사람들이 나왔습니다. 빙의였죠. 조각상을 본 사람들에게 악귀를 빙의시킨 겁니다. 이후 본인은 실수라고 했고, 사과하고 뒷처리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도 그런 작품을 계속했습니다. 본인 말로는 자기가 귀기공학자니 뭐니 했지만, 모두 그걸 제대로 통제하고 있지 못하고 있단 걸 알았죠. 그렇지만 데이먼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악귀들을 이용해서 작품들을 만들었고, 본인 말로는 강한 통제력만 있다면 안전하다고 했죠. 그렇지만 작은 사고가 자주 생겼습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데이먼은 사람들을 모았습니다. 갤러리아는 평화주의 예술가들의 단체였고, 다들 위험한 예술에 대해서 과민하게 반응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조용히 지내는 과격 예술가들이 있었습니다. 갤러리아는 변칙예술가들에게는 꽤나 낙원 같은 곳이었으니까요. 데이먼은 그런 사람들을 죄다 쫓아내려고 했습니다. 나름 리더로 여겨지던 이호영은 단체 관리에 그닥 신경을 쓰지 않았으니 점점 그런 추세가 심해졌습니다.
데이먼은 이호영에게 찾아가 갤러리아에 대해서 많은 제안을 했고, 잘은 모르지만 많은 것이 받아들여졌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갤러리아가 단순한 친목 단체를 넘어서 공식적인 규정을 가진 단체가 되었고, 체계를 가지고 단체로서 성장했다고 합니다. 데이먼은 규정을 관리하는 자리를 직접 만들어 거기에 앉았고요. 반발도 있었지만, 어쨌든 일은 잘했고 갤러리아라는 단체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갤러리아를 성장시켰습니다. 그래서 제가 잠입하게 되었고요.
제가 데이먼, 그 여자를 처음 만난 건 갤러리아에 찾아간 당일이었습니다. 리더라던 이호영을 만나고 나온 직후에 저에게 말을 걸었었습니다. 여러 가지를 꼬치꼬치 캐물었습니다. 특히 Are We Cool Yet에 대해서 꽤나 집요하게 물어보더군요. 단순히 제가 Are We Cool Yet였나 수준을 넘어서 아는 사람이라도 있냐 있다면 뭐 하는 사람이냐까지 물었습니다. 저는 이전에 준비한 대로 말했고 다른 단체와는 별 관계가 없었고 아는 것도 없었다는 설정이었기에 나름 조용히 넘어갔습니다.
그 이후로 잠입해서 활동하는 동안 그 여자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작은 전시회 하나하나까지 살피고 확인했고, 위험한 의도를 품지는 않았는지 체크했습니다. 거의 편집증적이었고 제가 지낸 반년 동안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사람을 가리는 수준도 점점 심해져서 맘에 들지 않는 사람이 들어오려고 하면 많은 수단을 이용해서 쫓아내려고 했습니다. 아예 자신이 원하는 사람만 받으려고 했지만, 이호영이 그것만은 막았죠. 그러자 이젠 내부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 증오를 돌렸습니다. 특히 Are We Cool Yet 사람들에게요. 무슨 일만 하면 온갖 규정과 규칙을 내세워서 막았고, 무언가 실수를 하면 꼬투리로 잡아 쫓아내려고 안달이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일이 터진 게 저번 3월달입니다. 데이먼 본인이 사고를 친 거죠. 무언가 메시지가 담긴 작품을 만든다고 그림을 그리고 회로를 넣었습니다. 하지만 뭔가 잘못 설정한 건지 관객들이 느낀 건 단순한 공포 이상이었습니다. 데이먼은 자신의 작품 앞에서 서서 멈춰선 게 그 아이가 감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겠지만 그 아이는 그냥 움직일 수도 없을 정도로, 말 그대로 숨 쉴 수도 없는 공포를 느꼈습니다. 데이먼은 그 아이의 부모 탓이라고 말했지만, 세상에, 트라우마를 가졌다고 죽어야 한다니 그건 개소리죠.
그 사건은 큰 파장을 불러왔고 데이먼이 내세웠던 규정과 규칙들이 고스란히 본인에게 돌아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데이먼을 쫓아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내려진 처분은 근신 수준의 징계였죠. 그걸 결정한 사람이 누군지는 뭐 다들 아실 테고요. 갤러리아가 뒤집어졌고, 많은 사람들이 떠났습니다. 그 와중에 아나킨스(Anarchins)라는 여자가 있었습니다. Are We Cool Yet 운동의 열성적인 지지자였고 데이먼과 가장 크게 다투던 사람이었습니다. 항상 예술에 대한 자기 신념을 설파하고 다니던 사람이었죠. 사건이 터지고 가장 목소리 높여 데이먼을 비난하던 사람이었고, 처분이 결정되자 비난 대자보를 적어서 붙이기도 했습니다. 인지재해가 안에 있었죠.
데이먼은 그녀에게 적반하장으로 처분을 내리기로 했습니다. 뭐 분란 조장이니 인지재해니 뭐니 해서요. 그러자 아나킨스는 탈퇴를 선언하고 중앙 복도에 한 그림을 대놓고 설치했습니다. 천사 두 명이 그림을 갈기갈기 찢어서 옮기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죠. 처음엔 저희는 그게 뭔지 몰랐습니다. 그냥 그림을 옮기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만 받았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다들 금세 그게 뭔지 깨달았고요. 일주일도 안 되어서 복도에선 최대한 시끄럽게 굴려고 노력하면서 뛰어다녀야 했습니다.
한 달쯤 되자 이제는 갤러리아를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어졌습니다. 그럴 만 하죠. 규칙을 적어두고 봐도 힘들 지경이 됐으니까요. 그때쯤 데이먼이 그 조각상을 들고 왔습니다. 데이먼은 그 조각상이 그 망할 그림을 무효화시킬 거라고 했습니다. 물론, 그렇게 되기는 했죠, 다만 상황을 더 좆되게 만들었을 뿐입니다. 그 여자는 또 자기가 뭘 만드는지도 몰랐습니다. 제대로 통제 중이라는 말만 할 뿐이지, 정작 통제할 수 있는 건 없었죠. 첫째날에 그 조각상을 그림 앞에 세우자 규칙을 하나 제거했습니다. 아마 전시 규격에 대한 거였는데, 잘 기억은 안 납니다. 그러자 조각상이 갑자기 종이를 꺼내 들었습니다. 이렇게 적혀있었죠. '한밤중에 갑자기 추위를 느낀다면 침대에서 나오지 말 것. 그 손은 당신의 발을 잡을 것이다.' 누가 봐도 데이먼은 당황해있었고, 저희는 모두 걱정할 뿐이었습니다. 이번에 죽는 사람만은 나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죠. 뭐 다음날이 되자 죽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다리를 잘라야 했던 사람이 4명 나왔을 뿐이었죠.
다음 날에는 뭐, 말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들 눈치라는 게 있었으니 무슨 일인지 아는 데는 하루면 충분했으니까요. 그 덕에 죽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다른 방법도 금세 발견되었습니다. 갑자기 얼굴에 거미줄이 닿는 느낌이 들면 위를 보지 않고 숨을 참은 채 밝은 곳으로 도망가라는 조언은 사실 머리 위에 총을 쏘는 게 빠른 해결책이었기에 별로 도움이 되진 않았습니다. 일주일 정도 지났을 즈음에는 다들 바깥으로 도망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이호영이 절 찾아왔습니다. 그 부분은 녹음 기록에 맡기겠습니다. 그 뒷일은 여러분이 더 잘 아실 테고요.
<기록 종료>
PoI-316K001 이호영 대화 기록
대화자: '갤러리아' 잠입 요원 한유빈, PoI-316K001 이호영
<기록 시작>
이호영: 녹음해도 괜찮네. 자네 임무가 그런 거 아닌가.
한유빈: 이미 시작했습니다. 이제 말하시면 됩니다.
이호영: 그런가? 그럼 이제 말해보지. 난 자네가 그냥 변칙예술가가 아니란 걸 알고 있다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뭔가 거대한 단체 소속이겠지. 재단? 아니면 다른 곳일 수도 있겠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중요한 건 자네가 우릴 도와줄 수 있다는 거지.
한유빈: 제가요? 뭘 어떻게 도울 수 있다는 것이죠?
이호영: 자네 상사들에게 여기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말해줄 수 있지 않은가?
한유빈: 물론 그럴 수 있죠. 하지만 그렇다고 저희를 도와주진 않을 겁니다. 잘 봐요, 재단은 저희에게… 망할, 재단이라고 말해버렸네요. 아무튼 재단은 저희에게 관심이 없어요. 정확히는 저희가 이 안에서 조용히 전시하고 있는 동안에는 관심이 없죠. 이 안에서 바깥사람들이 모르게 하는 일이라면 저희가 무슨 일을 해도 신경도 안 씁니다. 저 망할 그림이랑 그 데이먼 새끼가 만든 조각상이 뭔 짓을 하던 여기 안에서 끝나게 될 일이죠. 재단이 수많은 전시품을 가져간 건 사실이지만, 그건 모두 일반인들에게 보여졌기 때문이잖아요. 저것들은 재단이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어요. 바깥으로 걸어 나갈 염려도 없고, 이 갤러리아 안에 혼자 잘 격리되어 있잖아요.
이호영: 하지만… 이야기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은가.
한유빈: 이미 했어요. 지난달부터 내내 그 소리만 했는데, 돌아온 답이 이거에요. 우린 쓸모가 없다는 거죠.
이호영: 그렇다면, 그렇다면 우리가 뭔가 쓸모가 있다는 걸 보여주면 되지 않겠나. 우리 작품들을 보게, 단순히 예술적인 것을 넘어 실용적인 것도 많지.
한유빈: 그렇죠, 하지만 재단에게 있어선 장난감일 뿐이에요.
이호영: 그리고 우리를 보게, 그들이 원하는 것처럼 우리는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도 우리 모습을 보이지도 않고 숨어지내면서 그저 예술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모여있을 뿐이네. 우리가 있다면 다른 예술가들도 재단에게 피해를 덜 끼치지 않겠나?
한유빈: 물론 그렇죠, 하지만 그런 쪽에선 저희가 그 망할 명천구보다 더 도움이 되진 않을 겁니다. 오히려 문제죠. 재단은 사람들이 전부 명천구에 살기를 바라고 있어요. 오히려 저희 갤러리아가 명천구의 대안이 될 수도 있는 한 재단은 이 일을 갤러리아를 처리할 기회로 여기고 있을 겁니다.
이호영이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떨군다. 몇 분간 침묵이 이어지다가 이호영이 고개를 들고 말한다.
이호영: 그래도 거래라면 할 수 있겠지.
한유빈: 거래요?
이호영: 우리가 물질적인 무언가를 제안할 수는 없어도 제안할 수 있는 건 있지 않겠나. 재단을 위해서 일하기? 갤러리아에 가입한 사람들의 갤러리 위치? 사람들의 목록? 갤러리아 제작법? 뭐든 가능하겠지.
한유빈: 재단은 전부 원할 겁니다.
이호영: 그럼 주지, 난 갤러리아가 이토록 끔찍하게 사라지는 걸 원하지 않네. 갤러리아는 많은 사람들의 집이라네. 바깥에선 항상 위협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이 안에서라면 편히 쉴 수 있지. 난 사람들에게 그런 곳을 제공하는 게 내 의무라고 생각한다네.
한유빈: 당신이 제안한 건 당신 선에서 끝나는 거래가 아니에요. 사람들의 목록? 갤러리의 목록? 모두 당신이 맘대로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재단에게 그걸 넘긴다는 건 그 사람들이 앞으로 영원히 감시받으면서 살 거란 소리죠. 당신이 맘대로 그걸 결정할 수 있나요? 무슨 권리로요?
이호영: 자네는 마치 자기가 재단 사람이 아닌 것처럼 말하는군. 자네에게 거래를 제안하는 건 나인데 말이야.
한유빈: 그건… 맞아요. 하지만 전 저도 갤러리아의 사람이라고 항상 생각합니다.
이호영: 그렇다면… 재단의 도움이 없이는 갤러리아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도 알지 않나. 나도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다는 건 잘 알지만 내가 아는 방법이 이뿐인 걸 어찌하겠나. 나도 내 선에서 끝낼 수 있기를 바라네. 하지만 그걸로는 안 된다는 걸 알지. 나는 이전부터 항상 잘못된 일만 해왔지만 갤러리아는 그렇지 않기를 바라네.
한유빈: 그렇지 않을 순 없을 겁니다.
이호영: 그렇다고 해도… (고개를 떨굼) 그렇다곤 해도…
한유빈: 전, 전 이 대화를 재단에 전달할 겁니다. 그게 제가 할 일의 전부입니다. 어쩌면 재단이 관심을 가질 수도 있죠. 어쩌면 재단이 거래를 하러 당신을 찾아갈 수도 있고요. 하지만 저는, 저는 그러지 않기를 바랍니다.
<기록 종료>
1992년 5월 21일, SCP-616-KO에 대한 보고가 확인되고 5일이 지나 재단 측과 PoI-316K001이 접촉했다. 재단 측은 PoI-316K001 측이 제안한 거래 조건인 변칙장소 '갤러리아' 소속 인원들의 신상정보 및 갤러리아 구조 관련 정보에 더하여 재단 측이 PoI-316K001에게 몇 가지 작업을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을 조건으로 협상이 완료되었다. 그에 따라 1992년 5월 24일, PoI-316K001의 안내에 따라서 갤러리아 내부로 기동특무부대 에타-17 ("낙서 금지")와 기동특무부대 제타-9 ("뒤쥐")로 이루어진 회수조와 기술시험부대 입실론-23 ("기술의 광명") 등 지원부대가 파견되었다.
SCP-616-KO 회수 기록
일자: 1992/05/24
대상: 변칙공간 '갤러리아'
탐사자:
- 기동특무부대 에타-17 ("낙서 금지") 소속 에타-1, 에타-2, 에타-3, 에타-4.
- 기동특무부대 제타-9 ("뒤쥐") 소속 제타-1, 제타-2, 제타-3, 제타-4.
- PoI-316K001
개요: 편성된 회수조는 MTF 제타-9를 주축으로 MTF 에타-17이 내부에 존재할 수 있는 변칙예술품들로 인한 위협 상황을 지원한다. PoI-316K001는 회수조를 안내하며 SCP-616-KO-1과 SCP-616-KO-2로 인한 변칙성에 대해서 지원한다. 회수조는 엡스 시스템을 이용해 무장하고 있으며, 그를 통해 주요 제약 조건은 과다한 소음을 방지한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회수조가 돌입하는 길과 탈출하는 길에는 지원병력이 대기하며 회수조로 부터 연락이 끊기거나 지원요청이 들어올 시 투입할 대기를 하며 시험무기에 대한 도움을 준다.
회수조는 09:00에 SCP-616-KO-1의 변칙성이 발현한 것을 확인하고 위험도를 재평가한 뒤 그에 따라 돌입하거나 대기한다. 돌입 직후 PoI-316K001의 안내에 따라 최단거리(제14번 길-제14구역-제21구역-제13구역-제2구역)로 목표를 향하여 이동하고 도중에 조우하는 적대적 개체는 무력화한 뒤 이동한다. 목표에 도달 시 에타-1과 에타-2가 SCP-616-KO-1를 회수하고 에타-3과 에타-4가 SCP-616-KO-2를 회수한다. 이후 탈출 지점으로 최단거리(제2구역-제13구역-제19구역-제19번 길)로 이동한다.
경과:
09:02에 새롭게 갱신된 SCP-616-KO-1의 변칙성이 확인되었다. 새롭게 나타난 동작은 그림 속 두 천사가 고개를 숙이고 아래를 내려다보는 모습이었으며, 정확한 제약조건이 무엇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위험도가 낮다고 판단되었고 09:06에 회수조가 진입한다.
09:08에 SCP-616-KO-2에 의해 발생한 적대적 개체가 나타났다. 해당 개체는 3m 크기의 검은 사족보행 개체로 다수의 귀가 붙어있지만 눈은 없다. 개체의 조건은 6명 이상이 함께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미리 대비하고 있던 에타-2, 제타-4가 발포해 다수의 관통상을 입혀 빠르게 무력화한다.
09:11에 회수조는 제21구역으로 이어지는 통로에 도착한다. 해당 구역에는 SCP-616-KO-1에 의해 기본적인 물리법칙(중력의 법칙)이 제약조건으로 걸려있다. 그에 따라 PoI-316K001이 해당 구역 통로의 중력을 역전시킨다.
09:16에 회수조가 다시 이동하고 제13구역에 도달한다. 다수의 이동성 예술품이 보이지만 회수조는 무시한다. 그러나 이내 일부 개체가 회수조에게 접근하고 에타-3이 발포하려고 하지만 SCP-616-KO-1의 영향으로 하지 못한다.(공격성을 띄는 예술작품은 모두 파괴할 것이라는 규정을 지키려고 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에타-1이 몸으로 개체들을 밀어내고 제타-4가 에타-3을 잡아당긴다. 회수조는 빠르게 이동하지만 09:17에 원인 불명의 이유로 SCP-616-KO-2에 의해 발생한 적대적 개체가 나타난다. 해당 개체는 인간형이지만 이목구비가 없다. 직후 제타-4가 발포하고 해당 개체는 무력화된다.
09:22에 회수조가 제2구역에 도달한다. 그에 따라 SCP-616-KO-1의 영향을 피하고자 회수조는 제타-1에서 제타-4 순으로 크게 소리치기 시작한다. 09:25에 회수조가 SCP-616-KO-1,-2에 도달한다. 에타-1과 에타-2가 SCP-616-KO-1를 회수하고 에타-3과 에타-4가 SCP-616-KO-2를 회수하기 시작한다. 09:29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성이 들리지만 이후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는다. 09:34에 MTF 에타-17 부대원들이 회수 준비를 마치고 이동하기 시작한다.
09:37에 회수조가 제13구역 통로에 도착한다. 이전의 이동성 예술품 다수가 통로에 존재한다. 회수조원들은 제2구역에서 제13구역으로 발포하고 예술품 다수가 파괴되더니 에너지탄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한다. 그 결과 이내 소규모 폭발이 발생하고 복도가 일부 붕괴한다. 붕괴된 구역 외부는 외부차원 공허이며 그에 따라 회수조는 다른 통로로 향한다.
09:41에 회수조가 제13구역에 도착한다. SCP-616-KO-1의 영향을 피하고자 회수조원들은 다시금 이동성 예술품이 일부 보이지만 회피해 이동한다. 09:45에 복도에 존재하던 초상화가 제타-2를 공격한다. 에타-2가 초상화를 벽에서 떨어트리고 액자 부분을 파괴하자 이내 이동성을 잃는다.
09:50에 회수조가 제19구역에 도달한다. SCP-616-KO-1의 영향을 피하고자 회수조원들은 모두 달리기 시작한다. 09:53에 길 부근에서 대기하고 있던 내부 지원병력에 조우한다. 09:55에 회수조는 출구에 도달한다. 09:57에 회수조원 전부와 SCP-616-KO-1,-2이 성공적으로 탈출했다.
10:02에 SCP-616-KO-1,-2의 수송 준비가 완료된다. 10:03에 SCP-616-KO-1,-2 수송차량이 이동한다. 10:09에 대기 중이던 지원병력이 출발한다. 10:11에 회수조원이 출발해 이동이 완료된다.
11:47에 SCP-616-KO-1,-2 수송차량이 제616K기지에 도달한다. 12:21에 SCP-616-KO-1이 격리실에 위치된다. 12:22에 SCP-616-KO의 특수 격리 절차가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