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6003

PlaguePJP, AnActualCrow, & J Dune: XII

평가: +7+x

by PlaguePJP, AnActualCrow, & J Dune

일련번호: 6003
Level5
격리 등급:
보류
2차 등급:
없음
혼란 등급:
에키
위험 등급: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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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6003-1.


특수 격리 절차: SCP-6003 해안선에서 서쪽으로 5.5 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에 재단 시설 제NULL기지가 건설되어 이 섬과 관련된 변칙현상의 관찰, 연구, 격리를 담당하고 있다.

SCP-6003은 외떨어져 있기 때문에 충분히 자가격리되어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무단침입한 인간은 구금해서 기지 이사관 서리(署理)의 재량에 따라 기억소거 처치를 한다.

개정 - 1969/3/14: 사건-6003-KURBAN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로 인하여, SCP-6003에 관한 모든 활동에서는 ACaD1 방호장구를 사용하여 화학적 붕괴를 방지하도록 한다. 활동이 완료되면 제NULL기지로 귀환하는 직원들은 생물학적 검사 결과 SCP-6003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 판명될 때까지 초멸균실에 검역되어야 한다. 방호복은 소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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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6003

설명: SCP-6003은 태평양에 소재한 한 섬이다. 좌표상 북위 58도 33분 31초 동경 20도 57분 57초에 위치한 주머니차원 안에 있다. 특정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접근할 수 없다.

SCP-6003에 대한 접근은 이 섬 또는 좌표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만 가능하다. SCP-6003에 도달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바다를 항해하면, 적절한 해기사 지식이 없거나 SCP-6003의 좌표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아직 원리가 밝혀지지 않은 두 지점 간의 비유클리드적 이동의 결과로써 섬을 발견하게 된다. 최단 45분에서 최장 8시간동안 평범하게 항해한 뒤, 항법장치들이 작동을 멈추고 자욱한 안개 속에 접어들었다가 SCP-6003 해안선에서 10 킬로미터 떨어진 위치에 입장하게 된다.

이 현상은 SCP-6003과 출발지점 사이의 거리에 무관하게 발생하며, 항공기로 이동하는 사람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SCP-6003에서 자연히 서식하는 생명체는 식물 뿐이며, 발견되는 다양한 식물들 중 다수가 SCP-6003 및 SCP-6003-1의 고유종이다.

SCP-6003-1은 SCP-6003 중앙에 위치한 전고 50 미터의 미끈한 목제 기둥이다. 1940년대 초엽의 등대와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SCP-6003-1은 등대로서 작동하지 않는다. SCP-6003-1은 속이 빈 나무를 통째로 등대 모양으로 깎아 만든 것처럼 보인다. SCP-6003-1의 입구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으며, 내부로 억지로 진입해 보려 했으나 나무가 외력에 대한 저항성이 강하다는 것만 밝혀졌다.

SCP-6003-1은 지하로 최소 15 미터 깊이까지 박혀 있다. SCP-6003-1 주위의 땅은 마치 나무뿌리가 밑에 있는 것처럼 부풀어올라 있지만, 뿌리 같은 것이 실제로 발견된 적은 없다. SCP-6003-1을 방사성탄소 연대측정 해본 결과 기원전 12000년경부터 불과 3년 전까지 일관되지 않은 결과만 얻을 수 있었다.

SCP-6003에는 정교한 폐허, 글로 쓴 기록, 복잡한 기술, 인간의 영향 등 누가 살았던 흔적이 역력하다. 방사성탄소 연대측정 및 인류학적 분석에 따르면, SCP-6003에 한때 존재했던 문명은 2000년 이상 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문명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다른 증거는 변칙적이든 비변칙적이든 사료 상에서 발견된 바 없다. 마찬가지로, SCP-6003에서 회수된 기록들에서는 외부와의 교류가 이루어졌다는 식별 가능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섬에서 회수되는 의류·도구·조각상·가옥 등은 SCP-6003에서 자체수급되지 않는 물질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들을 어디서 획득하였는지 그 출처도 미지의 영역에 남아 있다.

현재까지 SCP-6003에서 발굴된 물리적 유해는 없다.

부록 6003.1: 회수된 자료

SCP-6003은 1968년 4월 3일 O5-6이 사망한 이후에 재단에 처음 감지되었다. 추가 연구를 위해 재단에 신탁된 O5-6의 유품 가운데 한 필사본이 있었다. 필사본은 물에 젖어서 심하게 훼손되었고, 더 큰 작품에서 떼어낸 일부로 보였다. 이 텍스트의 출처는 밝혀지지 않았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리고 그가 로토스(Lothos)에게 말하기를, “바다를 건너라, 세계를 에워싼 물을 건너라, 허나 거기에 도달하지는 못하리!”
“밤을 깎아 증오로 마감하였으니, 낙토에 혼자 살리라.”
“그의 빈약한 왕국은 나무 옥좌 아래 영원히 서 있으리.”
“참담한 침묵만 스며드는 곳에, 위엄은 유지될 수 없으리라.”
“조용한 구석은 방해받지 아니하고, 잠자는 거인은 남는다.”
반탈라(Vantalla)는 그녀의 주인의 경고를 알아듣고 흐느껴 울었다.

또한, 앞서 언급한 좌표를 위 구절들에 수비학을 적용해 유도한 문서가 하나 더 있었고, 이 또한 재단의 소관으로 신탁되었다. 1968년 8월 29일 재단의 지령을 받은 탐사대가 SCP-6003에 상륙했다.

부록 6003.2: 초동 탐사 및 발견

1968년 8월 29일, 기동특무부대 제타(ζ)-67 "닻을 내리다" 부대원들과 재단 연구원 토머스 스와인(Thomas Swaine), 에밀리 클라크(Emily Clark), 로자 함(Rosa Hahm)이 예비탐사를 위해 SCP-6003에 파견되었다. 연구팀장 스와인이 발견물 및 떠오르는 생각의 기록을 담당했다.

토머스 스와인의 개인 일지에서 발췌

1968/08/29

재단에서 우리를 보낼 때는, 콕 집어 원하는 게 있기 마련이다. 포획된 변칙존재, 또는 요주의 인물, 그 비슷한 거. 반면에 예비탐사라는 것은, 마치 빠찡코 기계의 핀볼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그냥 아무데나 우릴 던져 놓고 뭘 하나 지켜보는 거다. 이번에도 샅샅이 훑어 보고 모두 무사히 빠져나오라는 것 외에 아무런 구체적인 지시를 받은 게 없다.

그 두 가지 목표가 서로 충돌할 가능성은 상존하지만, 높으신 분들이란 의사소통 능력이 좋아서 그 자리에 올라간 게 아닌 게 문제다.

상륙한 해변을 지나 들어오자 미사(微砂)로 뒤덮인 울퉁불퉁한 벌판이 나왔다. 퇴적물 위를 잠시 걷다 보니, 화본식물로 덮인 푸르른 계곡에 접어들었다. 식생 변화가 너무 급격해서 위화감이 느껴졌지만, 여기 오게 된 과정을 생각해 보면 믿을 수 없는 일은 아니었다. 그냥 부조리했을 뿐이다. 그리고 유적들이 있었다. 대부분은 계곡의 눈 닿는 곳마다 산재해 있었다. 건물들은 모두 길쭉한 방 하나가 대각선 기둥들로 수평으로 나뉜 형태였다. 재미있는 건 방들이 앞 방보다 조금씩 더 높아진 형태였다. 그래서 다 합쳐지니 마치 거대한 원형 계단 같았다. 콜로세움 비슷한데 색깔은 회색조이고, 자연에 파묻혀 수백 년 동안 무너져가고 있으며, 크기는 콜로세움 보다 천 배 더 큰 그런 거다.

출처: 토머스 스와인의 바디캠 영상
일자: 1968/08/29


<녹화 시작>

스와인이 주변을 탐색하는 동안, 폐허 유적이 여럿 지나간다. 연구팀의 다른 팀원들은 보이지 않고, 로자 함의 목소리만 멀리서 들린다.

스와인이 폐허가 된 한 건물에 접근한다. 자재는 퇴적물 근처에 보이던 사암인 듯하다. 다른 폐허에 비해 훨씬 넓어서, 두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입구 오른쪽에는 아무 특색 없는 돌기둥이 어깨높이로 세워져 있다. 기둥 상단 가장자리는 주변 건축물보다 더 마모된 것이 마치 손을 탄 것 같다. 스와인이 건물에 들어선다.

스와인: 여기 있는 가옥들의 구조에 공통점이 눈에 띈다. 돌로 만든 긴의자 같은 것이 줄지어 있는데, 이것도 높이가 점점 높아진다. 실제로 줄을 지어 만들어진 것처럼 보인다. 내가 추측하기로 이건 일종의 공동공간이었던 것 같은데, 확실하게 말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곳의 문화가 어떠했는지 이해가 필요할 수 있겠다. 특히 우리가 확실하게 주장을—

스와인이 약간 비틀거리다 몸을 가눈다. 바닥에 2 인치 좀 덜 되는 높이의 돌부리가 튀어나와 있다. 돌로 된 원기둥이 부러진 것이다.

스와인: 이 뭔— 왜 이런 게 있어?

스와인이 원기둥이었던 것을 조사하러 쭈그리자, 긴의자 두 개 사이로 원기둥의 다른 조각이 보인다. 한쪽 끝은 부러진 단면이고, 반대쪽 끝에는 프리즘이 돌에 파묻혀 있다. 스와인이 부러진 기둥 조각을 습득한다.

스와인: 바닥의 돌부리와 완벽하게 들어맞지는 않는데, 아마 더 작은 파편들이 더 깨져서 그런 것 같다. 보자, 이렇게 하면…

스와인이 한 손으로 원기둥을 지탱하고 프리즘에 불빛을 비춘다. 빛줄기가 더 작은 빛줄기들로 회절되어 가슴 높이에 빛의 띠를 만든다.

스와인: (멈춤) 흥미롭군. 원시적인 조명장치 같은 것인가 보다. 햇빛이 이리로 들어오면… 방 전체를 밝히게 되는 구조다.

스와인은 원기둥을 내려놓고, 입구방을 통해 폐허의 뒷벽에 접근한다. 입구방에는 아무렇게나 깎인 기둥 여섯 개가 있다. 처음 다섯 개는 기둥 위에 나무상자가 있지만, 마지막 기둥은 두꺼운 돌 같은 물질로 뒤덮여 있어서 상자가 있는지 여부도 모르겠고 있다면 돌 속에 완전히 파묻혀 있을 것이다.

스와인: 이게 다 뭐— 이해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는데, 여기 있는 모든 게 다 너무 오래 되었거나 또는 불… 완전한 엉망진창이다. 이거 좀 보라지!

스와인이 첫번째 상자를 연다. 뚜껑을 들어올리면서 먼지가 뿜어져 나와 기침을 한다. 조잡한 그림이 그려진 커다란 돌이 들어 있다.

스와인: 여기서 뭘 읽어내야 할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무슨… 벽화에서 떨어진 조각? 인가? 훼손이 너무 심해서 그림을 알아볼 수가 없을 정도다. 상자가 다섯 개니 — 이런 게 네 개 더 있겠지. 윗전에서 이 영상을 받아볼 때쯤이면 현장의 우리도 우리가 뭘 보고 있는 건지 좀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돌조각들을 확대해서 촬영해 보겠다.

바디캠이 폐허 뒷벽에 가까워지고 카메라 셔터음이 들린다. 스와인이 같은 식으로 벽의 3분의 2 가량을 살펴보고 방향을 돌려 출입구로 향한다. 멀리 SCP-6003-1이 보인다.

스와인이 가장 가까운 돌 벤치에 앉자 숨소리가 눈에 띄게 가벼워진다. 바디캠은 계속 출입구를 향하고 있다. 스와인은 몇 분간 움직이지 않고, 이따끔 혼자서 뭐라고 우물거린다.

클라크: (스와인의 무전기를 통해서) 로자하고 내가 폐허들을 한바퀴 다 돌았다, 오버.

스와인: 음? 내가 뭘 하고… 저기 방금 뭐라고 했는지 다시 말해주겠나? 오버.

클라크: 폐허들은 이 섬 전체를 원형으로 에워싸도록 배치되어 있다… 그러니까 섬을 완전히 한 바퀴 돌았다는 말이다. 섬 가운데 뭐가 있는지 확인해 보자. 오버.

스와인: 좋은 생각이다. 나도 그리로 가겠다. 오버.

<녹화 종료>


맺는말: 본 파일의 과거 버전(1997년 11월 15일자)이 작성되었을 당시에는 SCP-6003의 환경적 조건들 때문에(상세한 것은 이어지는 부록들을 참조) 폐허의 나머지 3분의 1을 면밀히 조사할 수 없었다.

토머스 스와인의 개인 일지에서 발췌 (계속됨)

1968/08/29

가장 바깥쪽 방들은 단 높이 40 센티미터 정도 되는 계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가장 안쪽 방들은 돌 지붕이 흙바닥에서 튀어나올 정도로 낮다. 층고가 낮은 방들 중 들어가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으니, 건물들이 적어도 부분적으로 지하에 묻힌 부분이 있음은 명백하다.

여기 살았던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낼 만한 단서는 찾은 게 없다. 문이 원래 있었는지 여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문이 있는 건물이 없었다. 그리고 사람이 없어진 자리를 식물들이 채우고 있다. 풀이 장화 절반까지 올라오게 웃자랐고, 로자는 덩굴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두 번이나. 토끼풀이 비교적 안전했다. 폐허가 된 건물들은 모두 앞쪽에 틈이 있었는데, 아마 원래 거기 문이 달려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밖에 창이나 문으로 트인 공간은 건물 뒷면에 이따금씩 있는 것 외에는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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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인 이사관이 그린 지도의 복제본.

로자가 발견한 사실. 한 구역 안에서 뒤쪽에 있는 집일수록 앞쪽에 있는 집보다 넓어진다. 완벽한 격자식 배치는 아니고, 구역 안에서 모두 한 방향을 향하도록 살짝 작은 각도로 기울어져 있다. 우리가 직접 들여다본 건물의 수는 많지 않고, 안개 속에 묻혀 있는 건물도 많기 때문에, 주위를 돌아다니면서 이 폐허의 부채꼴이 얼마나 넓은지 가늠해 보기로 했다.

엠은 한 건물의 뒤로, 로자는 다른 쪽 끝으로 가서, 각자 반대편 끝에 닿을 때까지 가장 바깥쪽 폐허의 가장자리를 걸었다고 한다. 그 결과 두 사람은 각자 끝에 닿는 게 아니고 섬 반대편에서 다시 만났다. 그러니까 폐허는 전체적으로 거대한 고리 모양인 것이다. 그러면 그 중앙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 안개가 너무 두꺼워서 손전등 따위는 하나도 도움이 안 되었고. 결국 가까이 접근해서 알아내는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중앙에 있는 게 등대라는 것을 등대에 도착하기도 전에 알아냈다.

마치 거대한 나무의 밑동처럼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솟은 모노리스. 주변의 폐허들이 왜소하게 보이게 만들 정도로 웅장한 구조물인데, 섬 중앙에 접근하기 전까지는 우리 중 아무도 이런 구조물이 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제는 놓치는 게 불가능하도록 잘 보인다.

이 탑은 어떤 종류인지 나무로 만들어졌다. 우리 중 아무도, 그리고 우리 장비도 그 종류가 무엇인지 알아내지 못했다. 회색이고, 언뜻 보기엔 미끈하지만, 표면에는 듯 꼬이고 굽은 곡선이 세밀하게 새겨져 있는 것이 전문가의 솜씨로 조각한 것 같았다. 숨막히게 웅장하고, 또 그만큼 무시무시했다. 동력원도, 입구도 없지만, 이 거대한 것이 우리 앞에 서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 이렇게 압도적인 존재감을 가진 것을 우리가 지금껏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은, 또다른 불안한 함의를 담고 있다.

부록 6003.3: 추가적인 발견

1968년 9월 4일, 위계질서의 상층에 해당했을 것으로 추측되는2 가장 안쪽 고리에 설치된 C번 출토지에서, 벽에 걸려 있던 커다란 원형 조각상 뒤에 숨겨져 있던 통로가 발견되었다.

터널은 화려하게 장식된 입구방으로 이어졌다. 난해하고 복잡한 패턴과 복잡한 태피스트리로 벽이 뒤덮여 있었다. 이 입구방 너머에는 비슷한 디자인의 더 큰 방이 있었고, 직사각형 돌 상자 여섯 개가 놓여 있었다. 이 상자들에는 그림이 그려진 돌이 들어 있었는데, 그림의 내용을 식별할 수 있는 상태였다. 이것들은 SCP-6003 초동 탐사 때 발견된 해독불능 상태의 벽화 조각들과 유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원 함의 시각적 분석은 이하와 같다.

1번 상자: 덥수룩한 검은 털로 뒤덥힌 사람, 또는 유인원이 팔을 뻗은 채 빈 땅뙈기에 서 있는 모습이다. 그 사람 앞에는 노란색 빛줄기를 받는 나무 한 그루가 뒤틀리며 모양이 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2번 상자: 섬의 북쪽 가장자리의 항구에서 길쭉한 배 두 척을 만드는 모습이다. 섬의 중앙에는 SCP-6003-1이 있다. 등댓불이 작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등대 근처에는 백골사체가 하나 있는데, 아마 1번 상자 그림에 그려진 존재의 뼈인 듯하다.

3번 상자: 황금 칠감으로 그려진 인간, 아마도 부족 지도자 또는 그 비슷한 사회적 중요성을 지닌 인물이 SCP-6003-1 앞에 서서 첫번째 그림과 비슷한 자세로 팔을 뻗고 있다. 빛줄기가 그 사람을 가리킨다.

4번 상자: SCP-6003-1이 나무, 동물, 웃자란 풀, 음식으로 둘러싸여 있다. 부족민들은 SCP-6003-1 그리고 그 앞에 선 지도자에게 무릎을 꿇고 있으다. 지도자는 이제 머리에 회색 관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5번 상자 : SCP-6003-1 주위를 에워싼, 지금은 폐허가 된 건물들의 모습. 지도자가 SCP-6003-1에 대고 기도하는 동안 다른 부족민들은 농경, 대화, 춤추기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5번 상자 : 부족이 SCP-6003-1을 둘러싸고 있다. 울고 있거나 엄숙하거나 고통스러운 듯한 표정들이다. 지도자는 SCP-6003-1의 앞에 서 있거나 또는 SCP-6003-1에 파묻힌 것 같다. 지도자에게서 빛줄기들이 뿜어져 나온다. 배경의 식물들은 더욱 웃자랐다.

6번 상자: 점성 있는 수액 같은 회색 물질로 덮여 있어서 접근 불가능. 물질을 제거하려는 모든 시도는 실패했다.

이하 문건은 피면담자의 개인적 요청에 의해 공개되었음
본 문건에서 제기된 모든 주장을 SCP 재단에서 확증했거나 또는 지지하는 것은 아님을 독자들은 유념하기 바람.

전근 요청

면담자: 토머스 스와인 박사
피면담자: 연구원 로자 함


<녹취록 시작 08:23>

스와인: 뭐 그랜드캐년에 가본 적 없긴 한데 왜 가봤냐고 묻는지 그게 이해가 안 되네.

함: 그래도 그랜드캐년을 본 적은 있죠?

스와인: 사진으로 보긴 했지. 그런 의미인가.

함: 그럼 시간이 사물에 어떻게 가 닿는지 알겠네요. 시간이 세계를 어떻게 낡게 하는지. 땅을 깎고, 건물을 깎고, 사람도 깎아내죠.

스와인: 그래서.

함: 저 등대는 거의 그냥 통나무 원통이에요. 사실상 나무인데, 진짜 나무처럼 늙지 않는다고요. 진짜 나무는 벌레 먹은 구멍도 있고, 산불 나서 불탄 자국도 있어요. 저 등대는 미끈해요. 저 미친 것은 아무도 건드리지도 않았고, 심지어 뿌리도 없어요. 여기에 뭔가 숨겨진 함의가 있지 않겠어요. 저 등대는 주변 나머지 경관과 상호작용해야 마땅한데, 등대와 경관이 완전히 독립적으로 되어 있다고요!

스와인: 뭐, 그래. 등대를 이루는 목재가 엄청나게 깡깡한 것도 이 변칙성의 일부이겠지.

함: 이건 그냥 깡깡한 목재 정도가 아니라고요! 산 것들은 늙고, 죽은 것들은 썩어요. 저건 늙지도 썩지도 않아요.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제 손으로 만져도 보았고, 제 몸무게를 실어 밀어도 보았지만, 저게 실존하기는 하는 것인지 솔직히 확신이 안 든다고요.

스와인: 자네 말이 맞든 틀리든 그것도 다 연구를 더 해 봐야 알 수 있는 문제이지.

함: 뭘 연구한다는 건데요? 저 나무기둥 바로 옆에 붙어 살던 이 섬의 작은 사회는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어요. 제가 본 그 돌덩이들을 팀장도 다 봤잖아요. 이것들은 무슨 예술을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에요. 이건 사람들에게 뭔가를 말하려고 만들어진 거라고요.

스와인: 나도 알아 듣겠어, 로자. 그러면 더더욱 연구를 더 해야지.

함: 팀장이 하고 싶은 연구는 팀장 알아서 하시죠. 저는 이 섬 주민들이 가버린 곳 거기가 어딘지 몰라도 거기서 제 인생 종치고 싶지는 않네요.

스와인: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우리는 모르지. 자네가 말한 대로 사물은 썩어가고 죽어가잖아. 이 공간은 아주 오래 되었어, 로자. 그리고 뭔가 가정을 하려면 모든 구석을 샅샅이 다 살펴봐야 하고.

함: 그러려고 여기 머물고 싶지는 않아요. 뭔가 여긴 잘못되었다는 걸 전 알아요. 팀장 스스로도 그걸 알고 있어요. 왜 그걸 무시하려고 하는지 그게 난 이해가 안 돼요.

스와인: 이봐, 다른 데로 전근 가고 싶다면—

함: 우리가 여기 처음 파견되었을 때— 원래 목적은 예비탐사만 하는 거였죠. 지금 하려고 하는 제NULL기지 같은 무덤을 파는 게 아니라—전원 생환의 지령을 받았던 거 기억해요? 난 지금 모두 살아 돌아가자고 말하는 거예요. 진심 지금 이래도 된다고 생각해요?

스와인: 위험이 실제로 높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없다면, 자네의 전근을 승인해 줄 수 없네.

함: 미치겠네. 팀장도 같이 있었잖아요. 저 등대를 직접 봤잖아요. 저 돌덩어리 유적들도 직접 봤잖아요. 도대체 뭘 본 거에요?

(사이)

스와인: 사람들을 봤어, 로자. 자기들이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에 사로잡혀 집착하는 사람들.

<나머지 내용은 피면담자 요청으로 제외됨>

다른 기지 직원들과 논의한 결과, 수석연구원 스와인은 연구원 함의 전근 요청을 재가하였고 그녀는 본 프로젝트에서 이탈했다. 함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주둔한 다른 연구원들이나 특무부대원들은 다른 부작용이나 SCP-6003 프로젝트에서 이탈하고자 하는 욕구를 보여준 적이 없다.

부록 6003.4: 제NULL기지

제NULL기지 건설이 1968년 9월 28일자로 완공되었고, 제NULL기지가 공식적으로 보안시설로서 등록되었다.

「보안시설 기록서류: 제NULL기지」 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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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NULL기지

제NULL기지는 SCP-6003 해안에서 5 킬로미터 떨어진 해저에 고정되어 있는 7개의 철제 지지대 위에 구축된 플랜트 플랫폼이다. 초동탐사팀과 재단 고고학부에서 파견된 총원 16인이 제NULL기지에 배치되었다. 탐사팀장이었던 토머스 스와인 박사가 기지 이사관으로 지명되었고, 에밀리 클라크가 기지 연구부장으로서 SCP-6003과 관련된 현상들의 분석을 맡았다.

제NULL기지의 주요 지침은 SCP-6003에서 이루어지는 고고학 작업과 연동되도록 되어 있다. 섬 전역에 걸쳐 옛 거주민들의 흔적을 얻을 수 있으리라 추정되는 지점들에 6개의 출토현장이 마련되었다.

1968년 10월 1일부터 10월 10일 사이에, 제NULL기지에 배치된 직원들 다수가 여러 변칙사건을 보고했다. 관련된 직원들과 면담한 결과 다음 파일을 작성할 수 있었다.

갈매기 떼가 제NULL기지 위를 반복적으로 선회하는 것이 목격됨. 전형적인 갈매기의 외모 및 행동에서 벗어나는 점은 없지만, 마치 “독수리(vulture) 같은” 느낌이었다고 반복적으로 보고됨. SCP-6003에는 자생하는 동물이 없기 때문에, 이 새들이 어떻게 섬 근처 위치에 도달한 것인지는 알 수 없음.


육지에 충분히 가까운 곳에서 있을 수 없는 성난 파도가 생겨나 제NULL기지에 충돌함. 인원 3명 부상.


제NULL기지 수도꼭지에서 반복적으로 인간의 혈액이 나옴. 화학분석 결과 혈액이 바닷물에 많이 희석된 것으로 밝혀짐.


제NULL기지 작업에 사용되는 무선 주파수들이 동시에 교란됨. 교란된 채널들을 사용한 인원들은 알 수 없는 언어로 대화하는 복수의 음성을 들었다고 보고함.


폐허유적을 덮은 식물들의 성장이 변칙적으로 가속되어 발굴 담당 직원 2인이 몇 시간 동안 갇힘. 구출작전 성공함.


SCP-6003 해안선 근방의 안개 농도가 크게 증가함. 재단 선박이 오다 충돌하지 않도록 극도로 주의하라는 지령이 내려짐.


제NULL기지에서 2주간 매일 밤마다 숨찬 호흡과 축축한 소음으로 이루어진 무전을 수신함. 발신원은 SCP-6003이었던 것으로 밝혀짐.


SCP-6003의 산악지역을 측량하던 팀이 “인간의 눈알로 뒤덮인, 거대한 썩어가는 나무”를 보았다고 주장함. 나무에 접근하니 거대한 소리를 내면서 무너진 뒤 소멸했다고 함.


오락 목적으로 제NULL기지 선착장에서 낚시를 하던 인원 2인이 고리버들 바구니를 하나 낚음. 바구니는 가운데가 봉해져 있었고 위쪽 절반에 구멍이 여럿 뚫려 있었음. 쪼개 보니 내부에서 옷감 조각들과 작은 나무껍질 한 개가 발견됨. 나무껍질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상징이 새겨져 있었음.


D번 출토지 인원들이 지하에 있을 때 지상 쪽에서 명랑한 소리가 들려오고 벽면에 마치 불빛의 그림자처럼 춤추는 실루엣이 일렁이는 것을 보았다고 보고함. 그 소리는 “덧없다”고 형용되었으며, 이 경험을 회상하는 것은 해당 인원들에게 감정적 고통을 야기하여 심지어 우는 인원도 있었음.


특무부대 대장 리안느 랭글리(Rianne Langley)가 3일 동안 숙소에서 나오는 것을 거부하고 SCP-6003-1이 그녀를 지켜보면서 “판단”하고 있다고 주장함. 넷째 날, 랭글리는 단기기억상실증을 나타냈으며 지난 한 주간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함. 이후 그녀는 제NULL기지 임무에서 교체됨.


4인 발굴팀이 SCP-6008-1 앞에 8시간 동안 서 있던 것이 목격됨. 각각의 팀원이 기둥의 동서남북 위치에 서 있었음. 이 행동에 대해 질문하였으나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했음.


제NULL기지에서 수평선 위에 검은 나무로 만든 길쭉한 배가 지나가는 것이 목격됨. 뱃머리에는 입을 벌리고 두 눈은 돌로 만들어진 유인원 머리 같은 선수상이 달려 있었음. 이 배는 기지 레이다에 감지되지 않은 채 10분만에 사라짐.


인원들이 제NULL기지 및 SCP-6003에서 지속적으로 감시당하는 듯한 느낌을 토로함.


에밀리 클라크 박사가 자신이 사후세계에서 영원한 징벌을 받고 있다고 믿고 광기에 휩싸임. 그녀는 덩굴이 계속 자기를 땅으로 끌어당기고 있다고 반복해서 절규함. 몇 시간 뒤 클라크는 평정심을 되찾음. 이후 그녀의 행실에서 유의미한 스트레스가 관찰되었으나 심리평가시험은 모두 정상으로 통과함.


SCP-6003에 배치된 여러 인원들이 땅에 구멍들이 뚫려 있고 그 구멍 속에 커다란 인간의 눈알이 묻혀서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주장함.


제NULL기지에서 비명소리로 이루어진 무선을 수신함. 발신원은 SCP-6003이었던 것으로 밝혀짐.


SCP-6003-1의 화학조성을 검사하던 인원들이 기둥 바로 주변 지역에만 국한된 경미한 땅울림을 경험함. 인원들 모두 하체가 누군가의 손에 잡혀 끌어당겨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보고함.


기지 직원 폴 챈들러(Paul Chandler)가 현장에서 쓰러져 치료를 받음. 그는 한참 동안 자기 몸 곳곳에 구멍이 뚫렸다고 몸부림치다가 사망함. 부검 결과 신경계가 섬유질 나무뿌리로 대체되어 체내 생리기능에 심각한 손상이 발생한 것이 밝혀짐.


1968년 10월 10일, 폭풍이 섬을 덮치면서 SCP-6003의 변칙적 안개가 처음으로 걷힘. 이 폭풍은 아직 가라앉지 않았음. 추후 고지가 있을 때까지 모든 활동은 제NULL기지 내부 활동으로 제한됨.

이러한 사태를 촉발시킨 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조사 중에 있다.

부록 6003.5: SCP-6003-1의 분석

제NULL기지가 창설된 이후 현장 근거지들이 마련되었다. 이 전초들은 유적군의 동쪽 끝과 서쪽 끝에 각각 위치해 있었다. 그 동안 이사관 스와인은 SCP-6003-1에 집중하였고, 변칙유적 전문가인 제322기지의 조지프 라그(Joseph Lague)가 SCP-6003-1을 조사하도록 요청을 받았다.

등장 인원
토머스 스와인
조지프 라그


출처: 토머스 스와인의 바디캠 영상
일자: 1968/10/15


<녹화 시작>

두 사람이 SCP-6003-1의 기반으로부터 몇 미터 떨어진 지점에 서 있다. 녹화 내내 섬을 뒤덮은 폭풍 소리가 들린다.

라그: 목제라고 그랬지?

스와인: 어. 석화된 나무야. 진입하려고 별의별 시도를 다 했는데 다 튕겨내더군. 이 석화의 정체가 뭐든 간에 그것 때문에 변칙적으로 저항성이 높은 것이 공산이 높지.

라그: 방랑자의 도서관 서가가 석화된 나무라고 들은 적이 있는데, 그래도 그것들은 색깔이 있거든. 그건 이렇…지가 않지.

스와인: 불길한 회색이지.

라그: 너무 불길하지. 이게 방랑자의 도서관에서 나왔을 거 같지는 않아. 너무 눈길을 끌잖아. 이건 아마 여기 살았던 존재들을 위한 봉수대였을 가능성이 높아. 그러니 아마 이걸 건설한 것도 그들이겠지.

스와인: 그걸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아직 찾은 게 없는데. 우리 생각에는 그 존재들이—

라그: —이거 주위로 다른 유적을 지었다고. 아마 그렇겠지. 하지만 그 존재들의 지도자가 이걸 소환했을 수도 있어.

스와인: 조각되어 있잖아 — 여전히 조사하는 중이긴 한데. 아마 그 존재들은 이걸 찬양했던 것 같아. 마치 이거 때문에, 혹은 적어도 이것과 관련된 무언가 때문에 여기 오게 된 것마냥.

라그: 그러니까 이건 하나의 우상이군. 솔직히 훌륭한 우상이야. 이게 죽은 이를 기리기 위한 구조물이라는 증거는 있나?

스와인: 있지는 않아.

라그: 좀 더 살펴 보고 자네한테 알려 주겠네.

스와인: 고마워.

잠깐 침묵.

스와인: 이 앞에 서면 스스로가 너무 작게 느껴지지 않나?

라그: 그런 거 같네. 자네가 그렇게 말하기 전까지는 그런 생각은 못 했네만.

스와인: 내 생각엔 무언가 또는 누군가를 위한 의미가 있었던 거야. 그들이 이걸 보기나 했을지 궁금하군.

희미하게 우릉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눈부신 백색광이 두 사람 위의 안개를 비추고, 서서히 그 빛이 돌기 시작한다. 라그 박사가 스와인 곁을 떠나고, 스와인은 빛을 쳐다본다. 라그가 SCP-6003-1의 기반 쪽으로 접근한다.

스와인: 오. 저— 저런 일이 있었던 적이 없는데.

라그: 톰, 이리 와 봐. 이거 좀 보게.

스와인: 뭔데?

SCP-6003 주변의 풀밭의 색깔이 변색하고 있다. 파릇한 녹색에서 무기질의 회색으로 서서히 변해간다.

스와인: 이해가 안 되는군.

라그: 시료를 채취하겠네.

라그 박사가 풀줄기에 손을 뻗는다. 그의 손가락이 닿자 식물은 잿가루처럼 부서진다.

<녹화 종료>


맺는말: SCP-6003-1의 등댓불은 이 때 이후로 계속 활성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후 5일에 걸쳐 식물의 변색 현상은 대략 시속 0.5 미터 속도로 퍼져나갔다. 이 속도는 이후 1주일간 꾸준한 가속도로 가속되었다.

라그 박사가 채취한 물질은 풀줄기가 분자 수준에서 파괴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세포는 멀쩡했지만 불활성 상태로 굳어 있었다. 이 사실이 발견된 이후 봉쇄 조치가 개시되었다.

봉쇄 시도 일지
제안된 봉쇄 방식
통제된 방화로 영향을 받은 식물을 소각하여 변칙적 변색의 확산을 제한한다.
결과
효과 없음. 식물을 불태워도 확산은 계속됨.

제안된 봉쇄 방식
섬의 모든 인원을 철수한다.
결과
효과 없음. 변색은 섬 전체로, 유적과 재단 전초까지 집어삼키며 계속됨.

제안된 봉쇄 방식
SCP-6003-1의 퇴역조치. SCP-6003-1의 기반에 핵폭탄을 갖다놓고 원격 기폭.
결과
이사관 스와인이 기각함.

현재 연구원들은 이 사건의 원인을 찾고 있다. 현재 변색의 확산은 섬 가장자리까지 도달해 멈추었다. 잠재적 피해를 평가하기 위해 기동특무부대 제타(ζ)-67 "닻을 내리다" 부대가 SCP-6300 탐사에 투입되었다. 특무부대원들은 표준형 유해환경 방호장비를 입고 바디캠을 착용했다.

부록 6003.6: 기동특무부대 조사

등장 인원
토머스 스와인 박사 — 원격으로 지휘
ζ-67 화이트 — 특무대장
ζ-67 마코
ζ-67 블루


출처: ζ-67의 바디캠 카메라
일자: 1968/10/20


<녹화 시작>

ζ-67 | 화이트: 상륙 했습니다.

부대원들이 걸을 때마다 가벼운 균열음이 들린다. 비 내리는 소리도 들린다. 이따금 천둥소리도 들린다.

ζ-67 | 마코: 눈 속을 걷는 거 같네요. 이거 풀인가?

스와인: 풀이었던 것이지.

안개 너머 멀리서 SCP-6003-1의 등댓불이 돌아가는 것이 보인다. 빛이 돌면서 좀 떨어진 데 있는 폐허 유적과 특무대원들을 비추고 지나간다.

스와인: 폐허로 가도록. 본관 건물에 예전에는 접근할 수 없었던 부분이 있네.

ζ-67 | 블루: 카피 댓.

ζ-67 | 마코: 접근 시작합니다.


블루가 건물 외벽을 손으로 쓸어 본다. 벽이 후두둑 떨어져 내린다.

ζ-67 | 블루: 구조적 붕괴 위험이 있지 않나요? 힘을 좀 더 주면 벽을 갈기갈기 찢을 수도 있겠는데요.

스와인: 충분히 강한 힘을 가하면 연쇄붕괴를 일으킬 수 있으니 들어가서 무엇에도 기대지 말도록. 우리가 찾는 방은 최북단에 있는 입구방을 통해서 들어갈 수 있다.

ζ-67 | 화이트: 알겠습니다.

특무대원들이 전진한다.

ζ-67 | 마코: 시료 채취합니다. 사이. 이거 좀 이상하네요.

ζ-마코가 조약돌 깔린 바닥이었던 것을 벗겨낸다.

ζ-67 | 마코: 바싹 마른 모래 같군요.

ζ-67 | 화이트: 또는 분필.

ζ-67 | 마코: 사령부 혹시 여기 말고도 우리가 가야 할 곳이—

대원 전원이 말을 멈추고, 각자 귀에 손을 갖다댄다. 이후 10초간 빗소리 말고는 완전한 침묵.

스와인: 상황 보고하라, 화이트. 내 말 들리나?

명령이 무시된다.

ζ-67 | 블루: 방금 그거 뭐였지?

ζ-67 | 화이트: 전혀 모르겠군.

ζ-마코가 어깨를 으쓱한다.

ζ-67 | 블루: 어디서 난 소리지? 마코, 괜찮아?

ζ-67 | 마코: 그래그래, 난 괜찮아.

스와인: 설명하라, 화이트.

ζ-67 | 화이트: 아 네, 알겠습니다. 마이크에 잡히지 않았습니까?

스와인: 뭐가. 무슨 소리라도 들었나?

ζ-67 | 화이트: 예. 마치 돌 위에 돌을 긁는 듯한 소리였는데요.

ζ-67 | 마코: 칠판에 손톱 긁는 소리.

SCP-6003-1의 등댓불이 건물 창문으로 들어와 특무대원들을 비추고 지나간다.

ζ-67 | 화이트: 귀환하고 나서 어떻게 녹음되었는지 확인하겠습니다. 계속 진행할까요, 사령부?

스와인: 그러도록.

제타-67은 입구방을 지나 여섯 개의 기둥이 있는 방에 들어선다. 여섯째 기둥은 석회질의 돌 같은 물질로 덮여 있다.

스와인: 대원들 방향에서 동쪽 벽. 여섯번째 기둥.

ζ-67 | 마코: 라져.

ζ-블루가 이탈해서 서쪽 벽으로 접근하여 첫번째 상자를 살펴본다.

ζ-67 | 화이트: 이겁니까?

스와인: 그래. 그 벽 어딘가 새겨진 게 하나 더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나이프를 사용해 벽을 긁어내서 찾아보도록.

ζ-67 | 화이트: 라져.

ζ-67 | 마코: 라져. 시작합니다.

ζ-화이트와 ζ-마코가 덮은 것을 제거하기 시작한다.

스와인: 블루는 어디 갔어?

ζ-67 | 화이트: 음?

ζ-67 | 마코: 사령부, 잘 못 들었습니다?

스와인: 세번째 대원 블루 어디갔냐고?

ζ-67 | 마코: 누구?

ζ-67 | 화이트: 여기 지금 저희밖에 없습니다. 상황 괜찮은 거 맞습니까?

스와인: 지금 무슨 소릴—

ζ-67 | 마코: 뭔가 찾았다.

ζ-마코의 바디캠에 돌 상자의 일부분이 보인다.

스와인: 내가— 일단 계속하게.

ζ-마코와 ζ-화이트가 같은 부위를 끌어당기기 시작한다.

스와인: 블루, 내 말 들리나?

ζ-67 | 블루: 그리고 그가 로토스(Lothos)에게 말하기를, ‘바다를 건너라, 세계를 에워싼 물을 건너라—

스와인: 블루? 블루, 나는 그쪽 말이 들린다. 내 말 들리나? 다른 대원들에게로 돌아가라.

ζ-67 | 블루: —허나 거기에 도달하지는 못하리!’ ‘밤을 깎아 증오로 마감하였으니—

스와인: 블루. 여기는 톰 스와인이다. 자네 지금 내 명령에 불복종하나.

ζ-67 | 블루: —낙토에 혼자 살리라.’

ζ-마코와 ζ-화이트가 긁어내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

스와인: 마코? 화이트? 블루한테 개입해라 당장!

ζ-67 | 마코: 여기 거의 다 되어 갑니다.

ζ-67 | 블루: —‘그의 빈약한 왕국은 나무 옥좌 아래 영원히 서 있으리.’

스와인: 빌어먹을 명령이다, 마코. 동료 대원이 미쳐가잖나.

ζ-67 | 블루: ‘참담한 침묵만 스며드는 곳에—

돌 상자의 절반 정도가 드러났다.

ζ-67 | 블루: —위엄은 유지될 수 없으리라.’

스와인: 화이트? 화이트! 화이트 내 말 들리나?

ζ-67 | 블루: ‘조용한 구석은 방해받지 아니하고, 잠자는—

ζ-67 | 화이트: 들립니다.

ζ-마코와 ζ-화이트가 더욱 속도를 높인다.

스와인: 내 말 들리냐고, 빌어먹을? 블루 나머지 대원들에게 돌아가라, 어서.

ζ-67 | 블루: —거인은 남는다.’

ζ-67 | 화이트: 시끄럽게 잘 들립니다. 여긴 거의 다 되었습니다.

스와인: 염병할, 블루 — 앤서니(Anthony), 내 말 들어. 다 괜찮아질 거야.

ζ-67 | 블루: —반탈라는 그녀의 주인의 경고를 알아듣고,

상자가 완전히 드러났다.

ζ-67 | 블루: —흐느껴 울었다.

ζ-화이트가 상자를 비틀어 연다. 내용물은 또다른 색칠된 돌이다. SCP-6003 문명의 사람들이 SCP-6003-1 바깥에 줄지어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SCP-6003-1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SCP-6003-1 안으로 들어가는 듯하다.

스와인: 블루?

ζ-화이트가 뒤돌아 서서, 완전히 굳어 있는 ζ-블루를 발견한다.

ζ-67 | 화이트: 블루? 이런 맙소사, 블루?

ζ-67 | 마코: 이런, 안 돼.

ζ-블루의 몸이 무채화된다. 마치 알 수 없는 힘이 그의 몸에서 색상을 빨아들이는 듯하다. 이후 7초만에 ζ-블루는 완전히 색이 없어진다. 발부터 시작해서 그의 신체를 구성하는 물질들이 분필처럼 벗겨진다. 변화가 서서히 몸을 타고 올라가 몸 전체가 같은 물질로 변질된다.

스와인: 여보세요? 화이트 내 말 들리나? 마코?

ζ-화이트가 ζ-블루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블루의 몸은 무너져서 잿더미가 된다.

ζ-67 | 화이트: 드— 들립니다.

스와인: 마코? 이봐?

ζ-화이트가 마코 쪽으로 돌아선다. 마코도 같은 변질을 겪고 있다. 이미 최후 단계이고 결국 ζ-마코도 잿가루가 되어 무너져 내린다.

스와인: 아, 신이시여.

<녹화 종료>

SCP-6003은 소개된 상태다. 현재 제NULL기지는 원격 격리 절차로 운영되고 있다. 이제 인원들은 SCP-6003으로의 이동이 불허된다.

부록 6003.7: 이사관 토머스 스와인이 남긴 자료

기동특무부대 작전이 있고 사흘 뒤인 1968년 10월 23일, 이사관 스와인이 실종되었다. 클라크 박사가 임시로 기지 이사관 대리를 맡게 되었다.

그러나 스와인의 실종의 원인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조사 과정에서 로자 함이 전근된 이후 작성된 일기장과 스와인의 추가인력 요청서 여러 장이 발견되었다. 시간 순서대로 다음과 같다.

05/09/1968

로자가 그렇게 떠나게 두는 게 맞나 싶다. 그녀는 솜씨도 있고 잠재성도 있는 좋은 연구원이었다. 아무래도 로자도 그것을 알았고 그래서 겁을 먹은 것 같다. 음, 무언가 그녀를 겁먹게 했다. 그런데 이 섬에는 아무 것도 없고 — 내가 보기에 겁먹을 만한 건 아무 것도 없다. 그야말로 평화로운 섬이다.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정적인 고요가 여기는 있다. 그녀가 한 모든 것을 다시 살펴보는 나는 그녀와 정반대로 느낀다. 어쩌면 맹목적인 것은 내 쪽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뭔가 너무 생생하고 강렬한 게 있어서 내 두뇌가 거기 넘어간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똑똑한 건 로자 쪽이고 내가 멍청한 것이 되겠지.

로자가 검사한 것과 같은 바위를 나도 검사했고, 그녀가 이해한 것과 같은 것을 나도 이해했다. 내가 놓친 게 뭐란 말인가? 여기는 한때 사람들이 살았다. 그들은 여기 살면서 어떤 신을 — 지금은 그 백성들이 사라졌듯이 사라지고 없는 신을 숭배했다.

고집을 부려서라도 로자를 붙들어 두었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녀가 무엇에 대해서 그렇게 단호했는지 이해했을 수도. 어쩌면 직접 들었을 수도 있으니까.

일자: 1968/05/08
요청사항: 추가 인력
비고:

연구원 로자 함(3등급)이 다른 프로젝트로 전근됨. 대체인력 필요.


현황: 기각됨

일자: 1968/10/4
요청사항: 추가 인력
비고:

변칙성 활동으로 인해 팀 분위기가 엉망이 됨. (애초에 우리 팀은 뼈대만 있었음) 많은 팀원들이 초과근무를 하고 있고,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있음. 저번에 보낸 추가 인력 요청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암. 추가 인력 배치가 절실함.


현황: 기각됨

10/10/1968

오늘 아침 에밀리가 망가졌다. 에밀리는 나한테 계속 용서를 빌었다. 나는 현장 장악력을 잃고 있다. 다른 사람의 생명과 복지가 내 손에 달리는 일을 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그 생명과 복지는 내 손가락 사이로 모래처럼 빠져나간다. 에밀리는 넘어진 것에 대해서, 뱀 한마리가 자기를 감아 쥐어짜고 있다고 막 자꾸 떠들었다.

일단 에밀리를 진정시킨 뒤 전원 한자리에 소집했다. 다함께 답을 찾아보려 했지만 아무도 뭔가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내가 등대가 켜졌다고 하니 다른 사람들은 내가 미친 사람인 것처럼 바라보았다. 아마 나 말고 아무도 못 본 것 같다. 영상을 보여줬더니 어디서 찍었냐고 물었다. 그리고 아무도 조지프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회의는 전혀 진전이 없다. 조지프는 우리가 출토지를 마련하고 발굴을 하면서 뭔가 촉발을 시켰다고 생각한다. 섬에 다시 가는 대로 그걸 조사해 봐야겠다. 내가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총의는 우리 등 뒤 2 인치 거리에 무언가 또는 누군가 붙어서 따라오는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뒤돌아 볼 때마다 그것은 사라지고 없다. 마치 우리를 서서히 잡아먹는 악몽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는 꿈 속에 갇힌 것만 같다.

사람이 더 필요하다. 우리가 제정신을 유지하고 이 상황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줄 사람들이 필요하다.

10/22/1968

오늘 내가 우리의 유일한 보호자들을 죽게 만들었다. 내 탓인지 등대 탓인지 모르겠다. 내 말을 절대 믿지 못할 거다. 내가 이걸 쓰는 동안에도 그것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 에밀리는 내가 편집증이라고, 여기는 안전하다고 말한다. 저 신이 버린 곳 옆에 붙어서 과연 우리가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내 부하들을 내버렸고 그들은 분필 덩어리가 되었다. 잿더미가 되어 무(無)가 되어 버렸다.

일자: 1968/10/22
요청사항: 추가 인력
비고:

우리 모두 이 비좁은 석유플랫폼에서 번아웃이 와서 미칠 지경이다. 사라 헉슬리(Sarah Huxley)는 몇 주 전 파도 때문에 대퇴골이 골절되어 지금 일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로자가 전근 담당 책임자에게 무슨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로자는 어떠한 실제적 위험에 처해 있지 않았다. 내가 로자의 전근을 허락한 것은 그녀가 여기 있어 봤자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기지의 유일한 특무대원들이 전멸했다. 추가 인력 없이는 저 섬에 다시 상륙할 수 없다. 당신들은 지금 우리의 생명을 경각에 몰아넣고 있다.


현황: 기각됨

일자: 1968/10/23
요청사항: 추가 인력
비고:

여기 상황이 어떤지 아나? 내가 직위해제 시킨 “비필수 인력”이 사라 한 명 뿐인 건 아나? 사라는 옥시코돈을 과복용해서 위아래 구분도 못하게 되었다. 그 정도는 되어야 일에서 빼줄 수 있다는 거다. 사찰용 마이크로폰을 여기저기 숨겨놓지 않았을까봐, 씨발놈의 기지 기록서류를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NULL기지는 좆같은 해양플랜트다. 5등급들은 로자 함이 도망간 이후로 아무도 이 현장에 보내지 않고 있다. 여기서 이미 일하고 있던 사람들은 좆되든가 말든가 알아서 하라지. 연구원들이 다쳐? 변칙성이 점점 더 위험해져? 그거 다 아무 문제도 안 되거든! 높으신 분들이 손 놓고 있느라 바쁜 동안, 제NULL기지 직원들은 모두 1주일에 100시간을 일하고 물보다 에스프레소를 더 많이 마시는 번아웃된 짐승들로 변했다. 기지 이사관 토머스 스와인은 숙소에서 먹고 자고 일하고 다 해결하는 중이다. 나머지 팀원들이 하극상을 일으킬까봐 문을 잠그고 지낸다. 그 하극상 아마 곧 일어날 거 같고! 추가 인력이 충원되지 않는다면, 반란이든 뱀새끼들이든 앤더슨이든 변칙존재에 해박한 누구에게라도 손을 내밀어 앞으로 몇 달 안에 신규 인력을 얻게 될 것이라 이사관은 예측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린 다 죽게 생겼다.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 이건 요청이 아니라 요구다.


현황: 대기 중…

뭘 더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음날 밤, 제NULL기지 감시 드론들이 미상의 인원이 SCP-6003에 상륙했다고 기지 사령부에 경보를 울렸다. 기존에 세워진 전초를 통해 이 사람과 접촉하려는 시도는 전초의 붕괴 및 계속되는 폭풍으로 인해 실패로 돌아갔다. 12분 후, 이 사람은 바디캠을 통해 스스로 기지 사령부에 원격으로 접속했다.

출처: 토머스 스와인의 바디캠
일자: 1968/10/25


<녹화 시작>

이사관 스와인이 SCP-6003-1 앞에 서 있다. 폭풍우 소리 때문에 그의 마이크로폰 소리가 저해된다. 이에 따라 통신에 대한 반응도 유의미하게 저해된다.

클라크: 무슨 미친 짓을 하고 있어요?

스와인: 미안해. 난 이걸 봐야 해.

클라크: 톰, 돌아와요, 당장. 이건 극도로 위험해요.

스와인: 함 박사가 옳았어. 다 옳았다고. 그들은 저 안으로 들어간 거야. 왜인지 나는 몰라. 어쩌면 저게 원해서 그들에게 그러라 말한 것일 수도 있지. 아무튼 그들은 저걸 사랑했으니까.

카메라 시야가 위로 올라간다. SCP-6003-1 의 광선이 회전하는 것이 보인다. 스와인은 이대로 가만히 3분 32초간 침묵을 지킨다. 클라크가 스와인에게 계속 말을 걸었지만 스와인은 대답이 없었다. 이 부분은 의미가 없기 때문에 본 녹취록에서는 삭제함.

스와인: 내가 생각을 많이 해 봤거든. 이 세상에 전혀 낯선 식물들, 그리고 이 섬에 부자연스러운 유적들이 있잖아. 그런데 여기 항상 있었던 게 뭔지 알아? 바로 이거야. 이게 바로 이 섬을, 우리를 지켜보는 유일한 것이야.

카메라 시야가 다시 전면으로 돌아온다. SCP-6003-1의 광선이 잠시 멈춘 듯하다. 카메라 영상이 빛으로 포화되었다.

스와인: 여기 살던 사람들도 그걸 알아냈어. 그들은 저 안에서만 안전하다는 걸 알았던 거야.

시끄러운 긁는 소리가 들린다.

스와인: 그걸 이해하기만 하면 돼 —

영상이 다시 보인다. SCP-6003-1의 벽에 커다란 틈이 생겼다. 그 안은 칠흑같이 새까맣다.

스와인: — 그러면 이것이 받아들여줄 것이니.

스와인이 틈 속으로 들어간다. 영상이 3초간 정지된다.

스와인: 이럴 줄 알았어.

스와인은 이제 황폐한 벌판에 서 있다. 눈 또는 재가 위에서 내리고 있다. 전체 광경이 회색조로 펼쳐져 있다. 스와인은 바닥에 남은 여러 발자국들을 따라 말없이 나아가기 시작한다.

스와인: 그들이 따라올 길을 남겨 두었다고.


[간결함을 위해 14분 분량을 생략. 이 사이에 스와인은 간헐적으로 부록.6003.1의 구절들을 조용히 암송했다.]


스와인의 대략 5 미터 앞에 덩굴과 뿌리들이 거대하게 엉켜 있는 덩어리 같은 것이 있다. 무채색 세계에 그것들만 갈색으로 색깔을 갖고 있다.

스와인: 이제야 다 말이 되네 — 그 시, 그게 옳았어. 난 그게 일종의 경고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랬어.

이제 스와인은 거대한 뿌리 뭉치 곁에 가까이 서 있다. 뿌리 뭉치 안에는 최소 200 구의 시체들이 엉켜 있다. 시체들은 비슷한 복식을 입고 있다. 시체들이 일제히 동시에 천천히 숨을 내쉬고 들이쉬는 모습이 보인다. 영상과 비교해본 결과, 시체들의 호흡 패턴은 SCP-6003-1의 등댓불이 회전하는 것과 일치했다.

다른 시체들보다 바깥쪽에 세 구의 시체가 있다. 스와인이 그리로 다가간다. 걸친 옷은 다른 시체들과 같지만, 오른쪽 이두박근에 기동특무부대 제타-67 표장이 그려져 있다.

스와인: — 근데 그게 아니야. 정말로 아니야. 등대는 자기가 보는 무엇도 죽게 내버려두지 않았어. 죽음을 멈추었어. 죽음을 정복했어. (스와인이 울기 시작한다.) 그래서 섬을 되찾고 우리 요원들도 데려간 거야. 그들을 — 그들을 구하기 위해서. 우리가 등대를 깨웠고 그리고— 등대는 나도 구원해 주고 싶어 해.

이해해. 무엇이든 저 넓음보다, 무지보다, 투쟁보다는 낫지. 그게 다 뭘 위해선데? 등 한 번 두드려 주는 것? 지속되지 않을 행복의 순간들? 우리는 왔다가 갈 것이고, 그 과정에서 고통받겠지만, 너희는— 너희는 이 등대가 서 있는 한 영원히 여기 있을 것이야.

이것은 아름다워. 이것—

중앙에 좀더 화려하게 차려입은 시체가 뿌리로 몸통을 감싸고 있다. 시체의 머리 위에 회색 왕관이 놓여 있다.

스와인: 이것이 당신의 — 우리의 옥좌라.

바디캠이 끌러져 바닥에 떨어진다. 영상 화면에 이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후 12초간 무언가 늘어나고 미끄러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조이는 소리, 젖은 움직임 소리가 들린다.

이후 영상은 3시간 분량이 남아 있으나 그 동안 들리는 것은 숨소리 뿐이다.

<녹화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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