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582-KO
평가: +4+–x

일련번호: SCP-582-KO

등급: 유클리드

특수 격리 절차: SCP-582-KO는 주변 1km 이내에 모든 민간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격리한다. 해당 부지에 배치된 인원은 하루에 한 번 SCP-582-KO 외곽 순찰을 돌면서 붉은 덩굴이 빠져나온 흔적이 없는지 감시해야 한다. 빠져나온 개체를 발견할 경우에는 접촉해서는 안 되며, 불로 태워서 밖으로 나오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주술적인 방식으로 SCP-582-KO의 변칙성을 완화하거나 제거할 수 있는 방안을 현재 연구 중이다. SCP-582-KO의 변칙성이 무효화되었음이 확인되면, SCP-582-KO는 재단 시설로서 이용될 예정이다.

2███년 ██월 ██일 개정: SCP-582-KO의 변칙성 자체는 무효화가 되었음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추가적인 변칙성이 남았기에 등급은 유클리드로 유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단 시설로서의 개조는 계획대로 이행될 예정이다.

설명: SCP-582-KO는 평안북도 철산군에 위치한 건축물로, 이전에는 국가보안성 이상교화국의 연구시설로 이용되었으리라 추정된다. 건물 넓이는 약 3천 5백 제곱미터이며, 건물의 재질 자체는 철근 콘크리트이다. 건물 외곽에는 사신수와 같은 주술적 의미의 표식이 있으나, 오래 방치된 탓인지 매우 닳은 데다가 그 효과도 미미하다. 이 외에도 결계의 형상을 한 철근의 배치, 건물 내부의 부적 등을 통한 주술적 방호를 통해 SCP-582-KO-1의 영향력이 재빠르게 퍼지는 건 막고 있으나, 역시 오래된 방치에 따른 노후화로 그 힘이 약한 상태이다.

SCP-582-KO-1은 SCP-582-KO 지상 1층에 위치한 직경 10m, 깊이 15m의 연못이다. 현재 장비와 함께 SCP-582-KO 내부로 진입할 수가 없어 그 크기와 깊이에 대한 명확한 측정은 불가능하여 이는 모두 추정치이다.

SCP-582-KO-1에는 셀 수도 없이 많은 가닥의 붉은 덩굴이 뻗어 나오는 중이다. 이 덩굴은 자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으며, 그 속도와 성장 양상은 덩굴식물과 유사하다. 단순히 땅을 기어다니는 것 이외에도 벽과 천장에도 붙어서 움직일 수 있으며, 그 길이의 한계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이 붉은 덩굴에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가 닿을 경우, 근처에 있던 여러 덩굴가닥과 함께 해당 생명체를 얽어 SCP-582-KO-1로 끌어당겨 익사시킨다.

SCP-582-KO-1로부터 기원한 덩굴들은 현재 SCP-582-KO의 내부를 완전히 덮고 있으리라 추정된다. 동시에, SCP-582-KO를 벗어나 주변으로 뻗어나가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다. SCP-582-KO의 존재 자체가 이 붉은 덩굴을 저지하려는 목적에서 지어졌으리란 추정도 가능하다.

SCP-582-KO는 2███년 대한민국 통일 이후로 이어진 변칙 개체 인수인계 과정에서 재단이 확보하였다. 당시 붉은 덩굴은 주변 5km까지 뻗어 있었으나, 대부분이 최근에 SCP-582-KO로 나온 것이라 물리적 수단으로 제거가 가능했다. 이 과정에서 재단 인원 3명의 손실이 있었다. 그러나 SCP-582-KO 내부의 덩굴들은 오랜 시간 축적됨에 따라 같은 방식으로의 제거가 불가능했다.

이어진 재단 외무부 및 무속학부의 조사 결과, 한풀이 방식으로 해당 덩굴들을 제거하는 데에 3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내용은 무속학부 무당인 홍오서가 무속학적 조사를 위해 SCP-582-KO 앞에서 굿을 시행하였을 때 측정되었다. 당시 홍오서 무당은 굿을 하던 당시 기절하였으며, SCP-582-KO 내부의 한이 너무 많다는 내용을 기절한 상태에서 중얼거리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홍오서 무당은 퇴원한 이후 자신이 굿을 할 때의 에너지 변동과 덩굴의 움직임을 계산해 위와 같은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부록 1: 한지오 이사관 공지문

SCP-582-KO와 관련해서 굳이 변칙성을 무력화시켜야 하냐는 문의가 많이 들어와서 전체적인 공지문을 남깁니다. 이는 통일한국사령부의 공식적인 입장이며, 추가적인 조정이나 이런 부분은 없을 예정입니다.

우선 대한민국이 통일된 이후 북한의 변칙 개체들을 넘겨받는 데에 대한 어려움을 고려하셔야 합니다. 현재는 해체된 이상교화국은 변칙 개체를 관리하기보단 사용하는 데에 더 집중한 단체였습니다. 그만큼 재단이 받고 격리해야 할 개체가 훨씬 많아졌다는 의미가 됩니다. 이는 남한에서의 재단 격리 기지로는 한계가 분명하고, 결국에는 북한 지역에 기지를 건설을 해야 하는 건 당연한 수순입니다.

그걸 위해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가장 싼 방법은, 이상교화국이 쓰던 장소를 개조해서 사용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주요 시설들이 평양에 몰려있고, 격리에 유리한 벽지로 갈수록 그 시설이 없어져서 저희가 사용하기에 더 애매한 상황이 지금입니다. 평양에 변칙 개체 몰아넣었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저희가 책임지는 것도 어렵지 않겠습니까. 사회의 혼란기인 지금, 저희는 그만큼의 위험을 감수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SCP-582-KO는 이상적인 장소입니다. 인구 밀집 구역과 적당히 떨어진 지역, 적당히 큰 건물, 급하게 철수한 연구 구역이니만큼 실험 도구도 재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안에 사람을 죽이는 빌어먹을 붉은 덩굴만 없다면 저기는 이상교화국이 저희를 위해 준비한 선물이나 마찬가지란 것입니다.

이상교화국도 현상 유지에 급급했고, 그마저도 실패했지만, 저희는 재단입니다. 저희는 이 엿같은 덩굴들을 기지 안으로 몰아넣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안의 것들도 저희는 분명히 해낼 수 있습니다. 저희는 그 미숙한 대한민국 버전 혼돈의 반란에게 지지 않을 것입니다.

무속학부의 보고서를 안 읽어본 게 아닙니다. 한풀이를 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럴 바엔 기지를 다시 쌓는 것이 더 낫지 않냐는 말도 충분히 이해 갑니다. 하지만 저희에겐 무속학적으로 한풀이할 빠른 방법도 있습니다. 인류학적으로 아주 유명한 한풀이 방법이죠. 이걸로 종교도 하나 만들어졌을 정도입니다. 대규모의 선을 위해서 소규모의 희생이 있다면 소규모의 희생을 택하는 것이 우리 아니었습니까. 그렇기에 우리는 한 번 더 해낼 수 있습니다.

한 사람만 희생하면 됩니다. 한 사람만.

SCP 재단 한국지역사령부 구 북한 지역 통합 총괄이사관
한지오

부록 2: 무속학부 면담 기록

면담자: 나래 연구원

피면담자: 홍오서 무속학부 소속 무당

서론: 다음 면담은 한지오 이사관의 공지 이후에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서 이루어진 면담이다. 홍오서는 SCP-582-KO 관련해서 초기 조사를 진행한 무당으로, SCP-582-KO-1의 붉은 덩굴을 제거하는 데에 한풀이 방식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낸 바가 있다.

<기록 시작>

나래 연구원: 네, 뭐, 이렇게 됐네요. 전부터 극단적인 사람인 줄은 알았는데 승진하고 나니까 눈에 뵈는 게 없나 봐요.

홍오서: 예상은 했어. 승진하고 중요한 일을 맡았는데, 실적이 생각보다 적으니까 조바심이 날 만도 하지.

나래 연구원: 우리 잘못이 아니라 마지막에 개판으로 관리한 이상교화국 책임인데 말이에요. 지금도 사라진 물품들 어떻게든 수거해서 남쪽으로 보내고 있다죠?

홍오서: 그렇지, 그걸 북쪽에서 연구해야 자기 실적이 생기는데, 원만한 시설이 없어서 다 뺏기고 있다고 안절부절하고 있을걸? 덕분에 아랫사람에게 호통치는 모습은 많이 봤어. 괜히 이쪽으로 발령 난 사람만 고생이지. 하아—

나래 연구원: 하아— 얘기하는 방식은… 역시 그거겠죠?

홍오서: 대살굿이라고도 하고, 대속이라고도 하는데, 사람들의 죄를 한 사람에게 몰아주고 그를 죽임으로써 죄를 씻는다. 짜잔, 기독교 완성이지. 대충 이런 의미로 한 말이라고 봐.

나래 연구원: 이 경우에도 포함이 되는 거긴 한가요? 조사할 때 죽을 뻔했다는 거 빼곤 뭐 들어본 게 없어서.

홍오서: 아, 그래서 녹음 중이야?

나래 연구원: 이번에 기록관 역할을 맡았거든요. 아마 적성에 맞으면 계속 시키지 않을까 싶긴 해요.

홍오서: 근데 내가 어떻게 조사했는지 기록 안 되어 있어?

나래 연구원: 그냥 한 번 굿을 했다가 눈 까뒤집고 쓰러졌다. 보고서에는 대충 그렇게 쓰여있었어요. 특별하게 적을 부분은 한풀이에 걸리는 시간 정도여가지고 그 정도만 기록이 된 거 같던데요.

홍오서: 사람이 죽을 뻔했는데 너무하네.

나래 연구원: 인간 경시가 이번 통합 이사관 주요 사상이라잖아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얘기 안 해 주기도 했고.

홍오서: 아 내가 얘기 안 했어? 왜 안 했지? 그렇게 생생하게 느껴졌으면 했을 줄 알았는데. 어쨌든 무슨 일이냐면, 굿을 하다가 그 사람의 한과 맞닿았거든. 그러니까 원귀에 대한 한풀이를 할 땐 원귀에게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아는 게 중요해. 그래서 우리가 잘 모르는 귀신을 보낼 때에는 그 귀신의 한이 서린 사연을 먼저 보기 마련이지. 이 경우에는 그게 강했기 때문에 내 감각에도 영향을 줘서 환시로 보게 된 거야. 그리고 그건, 흠, 더 얘기할까? 솔직히 좀 피곤한 얘기라서.

나래 연구원: 말해주세요, 잘하면 이런 사소한 녹음이 문서 기록에 남을지도 모르죠.

홍오서: 어쩌면 너무 유명한 얘기라서 어련히 알겠거니 해서 말 안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 어디서부터 얘기해야하려나… 장화홍련전은 알지?

나래 연구원: 여기가 관련 지역이고, 그만큼 연관이 있을 거다라는 가설이 있기는 했죠. 근데 동화에서는 자매가 성불했잖아요? 실제 사건도 자매의 억울함이 풀어졌고요. 그러면 한을 품은 물귀신이 되었다는 설과는 앞뒤가 안 맞는데요.

홍오서: 조선시대에만 있었던 그 사건만 생각했을 땐 그렇지. 근데 한국인에게 한이 쌓일 기회가 그때 이후로 없었을까? 그 모든 게 잘 성불이 된 걸로 마무리되었을까?

나래 연구원: 설명을 더 해주시죠.

홍오서: 동화의 결말에는 자매가 환생을 해서 참된 사람과 결혼했다는 해피 엔딩도 있다. 아픈 과거를 가졌지만 그걸 극복했다고 할 수 있겠지. 그렇지만 같은 일을 다시 당한다면 어떻게 될까? 자신이 그럴 운명에 빠졌다는 사실을 죽고 나서 알게 되었다면, 억울함을 느끼게 되었다면, 그랬다면 전생과 후생을 통틀어서 한이 쌓인 깊은 수살귀가 탄생하고 마는 것이지. 그게 내 가설이야.

나래 연구원: 그리고 가설의 증명은요?

홍오서: 당장은 내가 경험한 거밖에 없어. 그때 굿하면서 정신을 잃었을 때 난 두 가지 장면을 봤다. 하나는 동화처럼 이 호수에 언니가 유기당하고 동생은 자살한 원래대로의 모습. 그리고 또 하나는… 언젠지는 모르겠다. 군인에게 쫓기고는 있었는데 워낙 옛날 옷이라서 어디 국가인지는 모르겠어. 어디든 상관없겠지, 일본이든, 북한이든, 중국이든, 남한이든. 뭐 원한이 있던 거를 생각하면 북한일 거 같긴 한데 좀 내가 군사에 빠삭한 편은 아니다 보니까.

나래 연구원: 그러다가 연못에 빠져서 사망했다는 건가요?

홍오서: (침묵)

나래 연구원: 오서 씨?

홍오서: 난 아직도 그게 진짜로 일어난 일인지 모르겠다. 그래, 내가 이래서 말을 안 했구나. 이게 현실인지 믿기가 싫어서 그런 거였어. 이제 와서 떠올렸으니, 이거… 쯧. (홍오서가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다. 다리를 꼬고 팔짱을 낀 상태에서 말을 잇는다.) 그런… 짓을 기록에 남기고 싶지는 않아. 여자로서 내 입으로 말하기 싫어. 하지만 증거 인멸이라는 이유로 연못에 던져졌다. 산채로. 딱히 전생의 한이 아니었어도 물귀신이 될 사연이네.

나래 연구원: 잠깐만요, 그럼 그 호수가 동화의 실제 모델이 된 그 호수이면서, 동시에 그 장본인의 환생체가 또 빠져 죽은 자리라는 거죠?

홍오서: 거기다가 동생은 그 사실을 알고 다시 호수에 몸을 던졌다. 아마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울 만한 일이 있었겠지. 집안이 폭싹 망했을 수도 있고, 언니의 죽음에 대한 비밀이 새어나갔을 수도 있고. 나야 모르지, 뛰어들 당시의 장면 밖에 못 봤으니까. 솔직하게는 모르고 싶지만.

나래 연구원: 동생은 죽은 방식마저도 같았다. 그렇다면 아까 얘기했던 전생과 후생의 한이 이 기점으로 폭발했겠네요. 하지만 원래 수살귀는 호수에 찾아오는 사람을 수동적으로 낚아채서 죽이는 귀신이잖아요. 왜 이런 이상현상이 일어난 거죠?

홍오서: 동화에서는 마을 사람 전체에게 한을 품을 일이 없었다. 그렇기에 지 억울한 감정만 들어달라고 나왔던 것이고. 그런데 말이다, 이념이라는 요소가 판을 치던 전쟁에서는 단체가 개인에게 지랄하는 일이 많았을 거거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살살 긁어가지고 써먹다가 버리는 꼴을 한두 번 본 게 아니라는 선배의 기록도 있어. 어쨌든, 원한을 가질 대상이 많고, 그 사람들을 다 호수에 올 리가 없으니 직접 밖으로 나온 거겠지. 잡아서 자신과 같은 고통을 보여주고, 그대로 물로 끌어들여서 자기와 함께 만든다. 덩굴 자체가 이상하긴 하지만, 본질 자체는 원래의 수살귀에서 변하지 않았어.

나래 연구원: 하지만 그 이후에도 만족하지 못했죠. 덩굴은 계속해서 뻗어나가고 있었으니깐요. 같으면서도 다른 이런 차이가 나타난 이유가 뭘까요?

홍오서: 수살귀가 원래 그렇긴 한데, 이렇게까지 지속적으로 본인 원한을 뻗어나가듯이 쏟아내는 건 드문 일이지. 애초에 동화에서 죽었을 때 한을 가졌다는 거 자체가 씨앗이고, 또 똑같은 데서 죽은 거는 기폭제였다고 보면 돼. 평범하게 죽었으면 간단한 지박령이 됐겠지만, 과거와 현재가 조화되면서 펑하고 터지고 마는 거야. 같은 곳에서 같은 영혼을 가진 사람이 죽으면 이렇게 되는 거지. 애초에 그런 일이 흔하지 않잖아? 드문 일이 발생하면, 드문 현상이 일어나고, 그것은 정상과 다르게 나타난다. 그게 변칙 아니던가? (첫 번째 담배를 비벼 끈 다음, 두 번째 담배를 꺼내어 피운다.)

나래 연구원: 너무 큰 얘기는 접어 두자구요. 근데 왜 하필 붉은 덩굴이죠?

홍오서: 장미라서, 붉은 연꽃이라서 붉은 덩굴을 풀어내는 거지. 홍련이라는 단어는 붉은 연결, 인연이라는 뜻도 되거든. (두 번째 담배를 잠시 뺀다. 그리곤 자신의 눈앞에서 잠시 휘적이면서 직선을 그린다.) 뭐 그건 말장난이긴 하고. 그냥 가장 얇고 가장 많이 뻗을 수 있는 걸 고른 걸 수도 있지. 직접 묻지 못하니까 우린 알 수 없어. 그냥 붉은 인연을 조심하자, 정도만 알게 되고 말지.

나래 연구원: 좋아요, 그 정도로 알아둘게요. 그럼 결국 어떻게 해야 할까요?

홍오서: 워낙에 비정상적인 일이라서 얘기한 것처럼 30년간 한풀이를 하는 방법도 있고, 아니면 역시 빠르게 하기 위해서는 생제물로 대살굿을 해 가지고 예수를 만드는 거겠지.

나래 연구원: 역시 그것들 보다는 그냥 기지를 새로 짓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 (침묵. 홍오서의 표정을 잠시 살핀다.) 지금 무슨 생각해요?

홍오서: 음? (담배가 입술 가까이까지 타들어 가자, 조심스레 꺼내서 재떨이에 비벼끈다.) 그냥, 가능성 하나가 떠올라서.

나래 연구원: (침묵) 오서 씨. 기록관으로서 이런 말 하는 게 직업 윤리에 벗어난 말이긴 하지만, 그렇게 되면 당신이—

홍오서: 알아. 이사관은 맨 처음에 굿을 실패했던 내 책임으로 이 일을 해결했으면 좋겠지. 무엇보다 네가 나한테 들은 이 말도 전달해 주면, 그 사람들의 내가 그 자매의 한을 아니까 좋다고 내 등을 떠밀 거야. 누가 떠밀어서 명예살인 당하고 죽었던 누가 떠오르네. 하, 누구보다 저 유령들의 삶을 잘 알게 된 내가 그들과 같은 상황에 처하다니. 참 웃긴 일이야.

나래 연구원: 제가 보고 안 할 수도 있어요. 오서 씨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구요.

홍오서: 내가 안 하면 네가 갈걸? 이사관이 네 뒷담 엄청 하더라?

나래 연구원: 그랬어요? 저한테는 오서 씨 뒷담 많이 했어요.

홍오서: 빌어먹을 영감탱. 정떨어지게 해서 고립시키고 보내버릴 작정이겠지. 보고해도 괜찮아. 내가 가면 되니까. 두 사람의 삶에 무작정 침입한 이상, 죽음 정도는 각오해야지.

나래 연구원: 죽음보다 비참할 거예요. 차라리 제가 갈—

홍오서: 환희 씨. (침묵) 난 해야만 해. 난 이들을 외면할 수 없어. 이사관은 누구든 보낼 거고, 난 여기에서 누군가를 또 죽음으로 몰았다는 죄책감을 더할 수는 없어. (침묵.) 난 괜찮아. 단 한 사람만 희생하면 돼. 단 한 사람만.

<기록 종료>

부록 3: SCP-582-KO-1 무력화 작전 보고서

(전략)

홍오서 무당이 주문을 외우면서 SCP-582-KO 내부를 걸어 다니기 시작. 바디캠에서는 바닥의 붉은 덩굴이 주문 소리와 방울 소리에 흩어지면서 쉽사리 접근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뇌수영 무속학부장은 당장은 임시방편으로 해당 방법이 먹히지만, 한이 몇십 년은 쌓여있는 만큼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오서 무당은 그럼에도 속도를 빨리하지 않았다.

방울의 효력이 떨어져 갈 때 즈음엔, 품에서 부적이 잔뜩 붙여진 막대기를 꺼내서 휘두르면서 나아갔다. 진행 과정을 도와줬던 나래 연구원의 말로는 SCP-582-KO-1의 수살귀만큼은 아니지만 그만큼 오래 묵은 부적이라 신통력이 강할 것이라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만큼 무당의 몸에 부담이 갈 것이며, 무엇보다 한을 씻기 위해 원귀의 원한을 받아내고 있기에, 돌아오지 않을 각오로 임해야 쓸 수 있는 도구라고 뇌수영 부장이 첨언했다.

10분 뒤, 홍오서 무당이 SCP-582-KO-1이 있는 지하에 진입한다. SCP-582-KO-1은 가장자리에 붉은 덩굴이 촘촘히 뻗어 나온 모습이나, 호수 중앙에는 붉은 덩굴 없이 푸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홍오서 무당이 재빠르게 사전에 챙긴 작두를 들고 SCP-582-KO-1에 뛰어든다. 붉은 덩굴 전체가 호수로 모이기 시작한다. 홍오서 무당은 그 상황에서 작두를 호수 바닥을 향해 던지고 살풀이춤을 추기 시작한다. 춤을 추면 출수록 붉은 덩굴이 호수로 모여드는 속도가 빨라진다.

홍오서 무당이 순간적으로 피를 토하는 소리가 들리지만, 춤추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10분뒤, 홍오서 무당이 바닥 근처에 다다른다. 수압과 산소부족을 견디는 데에 뇌수영 부장은 주술적으로 스스로에게 걸어둔 보호부에 대해 설명했다. 자세한 설명은 부록 참조. 해당 구역이 어둡기 때문에 SCP-582-KO-1 바닥 주변이 보이지는 않지만, 덩굴이 꿈틀거리면서 움직이는 모습은 소리와 파동을 통해 알 수 있다.

홍오서 무당이 발끝으로 작두를 건드리면서 격렬하게 살풀이춤을 춘다. 이 순간부터 홍오서 무당은 바디캠을 풀고 바닥에 던져버렸다. 바디캠을 통해 보이는 홍오서 무당의 모습은 이목구비에서 피를 흘리고 있다. 3분 뒤, 홍오서 무당이 춤을 멈춘다. 동시에 작두를 타고 있던 발이 베이면서 다량의 피가 솟구친다. 홍오서 무당은 눈을 뜨지 않고 피가 나오도록 그냥 두고 있다.

붉은 덩굴 무더기가 홍오서 무당을 덮치면서 종을 알 수 없는 꽃의 형태를 이룬다.

SCP-582-KO 내부의 대부분의 덩굴이 제거된 이후, 특무부대가 돌입할 수 있었다. 진입한 특무부대가 확인한 결과, SCP-582-KO-1은 붉은 덩굴로 덮혀있었고, 물은 붉게 물들어있음이 확인되었다. 약 3시간 뒤, 붉은 덩굴이 SCP-582-KO-1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진다. 물의 색은 그로부터 약 2시간 뒤에 돌아왔다.

홍오서 무당을 둘러싼 붉은 덩굴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으나, 바디캠에는 5분 뒤 덩굴이 흩어짐과 동시에 홍오서 무당이 나타난다. 생명활동의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홍오서 무당 주변의 붉은 덩굴은 연못 바닥으로 들어가면서 아까와 똑같은 꽃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

물의 색이 돌아온 지 10분 뒤, 홍오서 무당의 시신이 떠오른다.

SCP-582-KO-1이 완전히 무력화되었음이 확인되었다. 이후 약 2달 간의 수리 이후에 SCP-582-KO는 재단의 기지로서 정상적으로 기능할 것으로 보인다.

(중략)

비고 1: SCP-582-KO는 SCP-582-KO-1이 무력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무효화 등급은 받지 않을 예정이다. SCP-582-KO-1에 검은색 인영 모양이 새로운 변칙 개체가 홍오서 무당의 바디캠을 통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해당 인영은 홍오서 무당이 쓰단 작두 위에서 느릿하게 살풀이춤을 추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발이 작두에 닿을 때마다 작두가 발을 깊게 베어들어간다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이러한 행위로 인해 피는 나오지는 않았으나, 큰 고통을 느끼는 듯한 움직임은 포착되었다. 현재 추가적인 조사 이후 SCP-582-KO의 문서를 해당 변칙 개체를 중심으로 재작성할 예정이다.

비고 2: 해당 작전이 당시 출장 중이던 구 북한 지역 통합 총괄이사관 한지오 이사관의 실종과 관련이 있는지는 현재로선 불명이다. 당장 보이는 연결점으로는, 홍오서 무당의 추정 사망 시간과 한지오 이사관의 실종 시간이 시차상 일치한다는 점과, 한지오 이사관이 홀로 머물렀던 사무실의 CCTV가 해당 시간에만 붉게 물들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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