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기록 녹취록
날짜: 2019/08/06
작전팀: MTF 프사이-2 "초대 취소"
팀장: 멜리사 크레인Melissa Crane
팀원:
- 라헨드라 파인Rajendra Pyne 박사
- 팜반단Pham Văn Danh 박사
- 이블린 헤일Evelyn Hayle
- 오웬 캘러핸Owen Callahan 신부
(부대가 SCP-5415-05-A의 자택에 접근한다.)
크레인: 좋습니다 여러분, 다들 무기 확인해요. 변칙개체가 옛날부터 행동이 워낙 변화무쌍한 탓에 적대적 행위를 배제할 수 없습니다. 주택은 1층, 2층, 지하 총 세 층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팜, 1층을 맡아요. 헤일, 파인, 주택 외부를 살펴본 다음 지하실로 가요. 캘러핸, 저랑 같이 2층으로 갑니다. 건물 구조에서 위상적 이상의 기미가 보이면 바로 무전해요. 다시 모여서 방향을 논의할 겁니다. 카퓌시capisce? 좋아요. 갑시다.
(대원 3명이 주택 현관 계단을 바삐 올라간다. 크레인이 단 한 번만에 현관문을 걷어차 연다. 세 명이 1열 종대로 1층 복도로 진입하는 사이, 헤일과 파인은 바깥에 남는다.)
[이 시점부터 프사이-2는 크레인의 지시대로 3개 조로 갈라졌다. 이후 5분 동안 각 조의 행동은 다음과 같다.]
[1층]
(팜이 입구 복도로 들어가자마자 왼쪽으로 꺾어 거실로 진입한다. 거실은 난잡하다. 아직 불이 들어오는 TV와 벽난로 위에 달린 커다란 거울 세트가 여러 번 충격을 입어 부서진 채로 있다. 팜이 벽난로 안을 들여다보니 SCP-5415-05-A가 등장하는 가족사진들이 까맣게 그슬린 채로 남았다. 창문에는 판지가 아무렇게나 덕지덕지 붙여졌다.)
(팜이 차근차근 거실을 수색하며 변칙활동의 징후를 찾아본다. TV의 전원을 뽑고, 그의 주변에 보이는 모습을 거울에 비친 상과 비교하고, 거울을 들어올려서 뒷벽을 살펴본다. 어느 정도 만족한 팜이 부엌으로 진입하자, 오만 물체들이 부패하며 풍기는 썩은내가 곧장 엄습한다.)
팜: 누구 생명의 징후 찾은 사람 있어요? 버려진 티가 너무 역력한데… 냉장고가 꺼져서 내용물이 다 썩었어요.
(씻지 않은 접시들이 싱크대에 그득이 쌓였다. 사금파리들이 부엌 한켠 바닥에 온통 널렸다. 그릇이 벽에 던져져 깨진 흔적이다. 부엌 한가운데 있는 탁자가 지도를 비롯해 일상생활하는 인물들의 사진들이 상태 멀쩡한 채로 가득하다.)
크레인: 여기 확실히 무언가의 징후를 찾기는 했는데, 아직은-
(말하는 중에 다른 목소리가 느닷없이 끼어든다.)
파인: 다들 지금 지하실로 내려와요, 당장!
[2층]
(크레인과 캘러핸이 입구 복도로 들어가서 층계를 올라 2층으로 간다. 크레인이 처음 보이는 문을 밀어 열자 조그만 욕실이 나온다. 욕실의 상태는 부엌과 대동소이하다. 전반적으로 불결하고, 곰팡이가 천장을 덮은데다 변기 안에 배설물이 떡져서 남았다.)
크레인: 하느님 맙… 아 죄송하네요 신부님.
(캘러핸 웃음.)
캘러핸: 역시 그런 재미없는 농담은 지치지도 않죠?
(두 사람이 층계참으로 나왔다가 오른편에 보이는 문으로 들어간다. 문 안의 서재를 보니 사무용 책상에 노트북 컴퓨터와 프린터가 놓였다. 바닥에 잉크 카트리지 포장과 프린터 종이가 수북하다. 크레인이 노트북으로 다가가 연결된 마우스를 움직여본다.)
(노트북 화면이 켜진다. 컴퓨터는 켜져 있었으며, 로그온창이 SCP-5415-05-A의 프로필로 설정되었다. 크레인이 살펴보니 비밀번호 없이도 로그온할 수 있다. 로그온하자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문서가 열려 있다. 밑줄 그은 볼드체로 "고모라의 120일"이라는 제목이 달렸으며 분량은 400여 페이지에 이른다.)
크레인: 그래, 혹시라도 집을 잘못 찾아왔을 걱정은 안해도 되겠네. 찾은 거 있어요?
(크레인이 노트북을 닫고 증거품용 비닐백에 담아 책가방에 넣는다. 한편 캘러핸은 서벽에 선 책장을 들여다보며 책 제목을 하나씩 읽어본다.)
캘러핸: 《스타인의 글쓰기Stein on Writing》, 스티븐 킹의 《죽음의 무도Danse Macabre》, 《화를 극복하는 법》, 《악몽은 어디서 오는가》, 《분노를 놓아주기》, 《창작의 벽을 타파하는 101가지 방법》. 변칙성을 가리킬 만한 책은 없어 보이군요. 갑시다.
(크레인과 캘러핸이 서재에서 나와 층계참을 지나 침실로 들어간다. 크레인이 문을 열고 먼저 걸어들어간다.)
크레인: 오 하느님.
캘러핸: 좀 적당히 해요 멜… 아.
(캘러핸이 크레인을 따라 침실로 들어간다. SCP-5415-05 페이지들이 핀, 스테이플러, 테이프, 풀 등 갖은 방법으로 침실 벽에 엉성하게 붙어 벽 전체를 빼곡이 채웠다. 여러 페이지가 겹치기도 하는 탓에 벽은 들쑥날쑥하다. 30여 페이지가 겹쳐진 곳도 보인다. 페이지 대다수에는 낙서가 갈겨적였는데, 제정신이 아닐 때 쓴 탓인지 거의 읽기 어렵다.)
(침실 북쪽 벽감에서 다리 한 쌍이 튀어나왔다. 크레인이 무기를 꺼내들고 몇 걸음 움직이자 다리가 다른 각도에서 보인다. 시체가 머리가 없어지고 몸통이 난도질된 채로 바닥에 고꾸라져 있다. 산탄총이 옆에 놓였으며, 산탄총을 맞고 튀어나온 시체 찌꺼기들이 시체 뒤 벽에 튀겨져 묻었다. 피와 내장이 아래로 흐르면서 말라붙으며 지름 1m 이상의 기적학적 소환 기호를 형성했다.)
(무전기가 지직거리더니 목소리가 들려온다.)
팜: 누구 생명의 징후 찾은 사람 있어요? 버려진 티가 너무 역력한데… 냉장고가 꺼져서 내용물이 다 썩었어요.
(크레인이 기호를 바라보는 채로 무전기에 손을 뻗어 대답한다.)
크레인: 여기 확실히 무언가의 징후를 찾기는 했는데, 아직은-
(말하는 중에 다른 목소리가 느닷없이 끼어든다.)
파인: 다들 지금 지하실로 내려와요, 당장!
[지하]
(다른 대원들이 주택으로 들어가는 동안 헤일과 파인은 앞마당을 대강 수색한 다음 집 옆을 지나 뒷마당으로 걸어간다.)
헤일: 유해한 바람이 불어요. 이 건물 아우라… 불온하네요.
파인: 아우라가 우리 모두 사지 멀쩡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대?
헤일: 잘 모르시는 영역을 가지고 놀리시면 안되죠, 파인 박사님.
파인: 오늘 하루 무사히 넘어갈지 나도 궁금해서 그런 건데.
(주택 바깥의 창고에 다다르자 파인이 문을 당겨 연다. 목제 창고에 정원용품이 빼곡하다. 하나하나 먼지가 두껍게 앉았다. 단, 유일하게 입구 바닥에 놓인 밧줄 다발만 먼지가 없다. 헤일이 무릎을 꿇더니 눈을 감고 밧줄 한 부분을 집어올린다.)
헤일: 지하실로 내려가야 해요. 얼른.
(두 사람이 창고를 나와 집 뒤편을 살펴본다. 지하로 가는 문이 자물쇠로 잠겼다. 파인이 휴대용 회전톱을 꺼내 자물쇠를 잠그려 한다. 자물쇠가 빨갛게 달아오르지만 손상을 입지 않는다.)
파인: 기적학적 봉인이야. 여기로 가는 길을 막아둘 사정이 있는 줄은 영혼의 힘을 안 빌려도 알겠군. 그러고 보니 들어가는 다른 길이 있었지.
(파인과 헤일이 달려가 주택 뒷문으로 들어간다. 파인이 문유리를 깨부수고 손을 뻗어 문을 안에서 연다. 두 사람이 들어가 왼쪽으로 돌아서 계단을 내려가 지하실 공실에 다다른다. 고동치는 소리가 리듬을 형성하며 들려온다.)
파인: 이거 확실히 불길한 소린데.
(두 사람이 주 지하실 문에 다다를 때쯤 문 밑에서 빨간빛이 새어나오며 고동치는 소리에 맞춰 움직인다. 무전기가 지직거리더니 목소리가 들려온다.)
팜: 누구 생명의 징후 찾은 사람 있어요? 버려진 티가 너무 역력한데… 냉장고가 꺼져서 내용물이 다 썩었어요.
(두 사람이 주 지하실 문을 밀어 열고 들어간다.)
헤일: 이런. 이런, 안돼.
(침실과 똑같은 커다란 기적학적 기호가 온 바닥에 걸쳐 분필도 두껍게 그려졌다. 고동치는 빨간빛이 한 점에서 나오며 주기적으로 방을 비춘다.)
(큰 기호보다 작고 서로 똑같이 생긴 기호들이 기반 형태의 기적학적 초점에 맞추어 그려졌다. 각 작은 기호 위에 사람이 하나씩 매달려 공중에서 돌아간다. 모두 두피가 SCP-5415-04-A와 비슷하게 훼손되었다.)
(방 중앙, 바닥에서 1.5m 떨어진 점에서 어떤 구슬이 불가능하리만치 밝은 빛을 발한다. 구슬의 크기는 핀 머리 정도에 그친다.)
(파인이 서둘러 자기 백팩을 바닥에 던져놓고 무전기를 붙잡는다. 그때 크레인이 팜에게 답신한다.)
크레인: 여기 확실히 무언가의 징후를 찾기는 했는데, 아직은-
파인: 다들 지금 지하실로 내려와요, 당장!
(크레인·팜·캘러핸의 바디 카메라 화면이 급속히 움직여 지하실로 옮겨간다. 지하실에 다다르자 헤일이 휴대용 투광조명을 설치해 가시성을 확보한 상태다. 파인은 방 중앙의 광원 옆에 섰다.)
크레인: 설마 저게 정말 그건 아니겠지.
파인: 진짜배기 차원간 균열(rift)이에요. 이 짓을 일으키는 녀석은 계속 통과하고 싶어했고, 마침내 문 박차고 들어오기로 한 거죠. 일단 측량하고 있었어요.
(파인이 미세 드론 4기를 전개한다. 드론들이 균열 주변을 떠다니며 관련 정보를 수집해 파인이 든 태블릿에 전송한다.)
(크레인이 기적학적 기호 앞으로 걸어가 바닥의 분필을 발로 비벼 지운다. 분필이 지워졌는데도 빛나는 빨간빛은 여전히 방 바닥을 환하게 비춘다.)
크레인: 이런 제길. 기호가 뿌리박혀서 이런 식으로는 의식을 방해할 수가 없어. 파인, 알려줄 게 있나요?
파인: 균열이 작지만 계속 자라납니다. 마치 감염처럼 행동해요. 이 세계에 침범해 들어온 각 단위가 주변 공간을 감염시키고 또 감염이 감염을 낳는 식으로. 예상하기론… 한 5분 정도 지나면 돌이킬 수가 없습니다.
크레인: 아 환장하겠네. 사령부, 주변 지역 즉각 소개시키기 바랍니다.
(크레인이 돌아서서 팀원들에게 지시한다.)
크레인: 자 다들 들어요! 팜, 피영향자들 바이탈 체크하고 초점에서 빼낼 수 있는가 살펴봐요. 캘러핸, 기호들을 축복해서 힘을 약화시킬 수 있나 보세요. 헤일, 자네가 주목하는 점은?
헤일: 기호들이 게티아Goetia 악마학 쪽이랑 비슷해요. 일부 구역에서 많이 벗어나는 점이 보이긴 한데, 소환 기호인 건 확실해요. 이 방 에너지가 너무 산패했어요. 어디서 힘입었는지 느껴지지가 않아요.
크레인: 2층 침실에 온 벽이 원고 페이지가 발렸어. 모두 태워줘.
헤일: 알겠습니다 대장.
(헤일이 지시에 따라 지하실을 나간다.)
(팜이 매달린 피영향자 사이를 나다니며 손을 뻗어 맥박을 재본다. 다가갈 때마다 피영향자들이 눈길을 아래로 던지며 팜을 노려본다.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는 표시다.)
팜: 대장님, 전부 살아 있어요. 그런데 기호에서 뗴어내려고 할 때마다 맥박이 요동치고 눈에서 피가 새어나와요. 의식이 중단되지 않는 한은 안전하게 빼낼 수가 없어요.
크레인: 알겠어요. 캘러핸, 좀 되나요?
캘러핸: 뭘 해도 별반 효과가 나지 않습니다. 뾰족한 수가 안 보이네요.
크레인: 팜, 사람들을 기호에서 강제로 끊어내 줘요. 적어도 의식은 늦춰야죠.
팜: 대장님 그러면-
크레인: 일단 하세요.
(팜이 제일 가까이 매달린 피영향자의 다리를 붙잡고 끌어당겨 기호 중심에서 방 한켠으로 옮기려 한다. 저항력을 상당히 많이 받았지만 결국 초점에서 떼어내는 데는 성공한다. 떼어진 민간인은 곧바로 발작하며 피를 극렬하게 쏟아낸다. 팜의 몸에 피가 우수수 튀긴다. 팜이 민간인을 안정시키려 하지만 결국 실패한다. 팜이 다른 민간인에게 간다.)
(파인이 크레인에게 걸어와 태블릿을 건넨다. 태블릿이 균열의 크기를 추적 기록 중이다. 파인이 자기 백팩에서 다른 태블릿을 꺼낸다.)
파인: 피영향자를 기호에서 떼어내니 성장 속도가 줄기는 했어요. 시간은 벌었지만 아직 불충분해요. 4분 남았네요. 지금 균열 크기가 미세 드론도 드나들 정도예요.
(미세 드론 하나가 균열 중앙까지 다가가더니 그 속으로 사라진다.)
파인: 계측값을 보니까 균열 너머 시공간은 공기 조성이 우리랑 비슷하네요. 다만 중력이 훨씬 높다고 나와요. 시각자료 연결 중…
파인의 태블릿에 드론의 카메라 출력 화면이 보인다. 드론이 뭐라 형언하지 못할 환경을 날아가고 있다. 온통 암록색 안개로 뒤덮인 공간이다. 몇 초마다 공간에 번개가 꽈광 내리친다.
파인: 이야 이거 다음 휴가 보내기 딱 좋네요. 3분 남았어요.
크레인: 사령부, 출입금지 구역 확대 바랍니다. 지원을 공식 요청합니다. 이 구역 전투부대가 최대한 많이 필요해요. 적대적 개체가 우리 현실에 침범하는 사태가 임박했습니다. 저희는 최대한 그걸 늦추려고 노력 중이에요.
(안개 속에서 커다란 고동색 촉수가 솟아나온다. 표면이 빨판으로 온통 빼곡하다. 촉수가 출현하자마자 저음 신음소리가 울려나온다. 촉수가 허공을 휘젓더니 드론이 촉수에 맞고 기능을 상실한다.)
(파인이 한숨짓는다.)
파인: 어휴 참, 《고모라의 120일》이란 소설이 소금기둥이 가족의 힘을 깨닫고 자기 새로운 모습을 사랑할 줄 알게 된다는 소설이었음 얼마나 좋아?
(크레인이 태블릿을 들여다보고 있다. 균열의 크기와 성장률이 표시되는 중이다.)
크레인: 아니, 설마 그럴 리… 파인, 아까 그거 다시 말해봐요!
파인: …뭐 《고모라의 120일》이 사랑과 자기 몸 긍정주의를 말하는 훈훈한 소설이었으면 싶다고 한 거요?
(크레인이 자기 백팩을 땅에 던져놓고, 조금 전 서재에서 회수했던 노트북을 꺼낸 다음 홱 열어서 SCP-5415-05 원고를 빠르게 편집한다. 몇 초마다 태블릿의 계측값을 수시로 점검하기도 한다. 크레인이 무전기를 잡는다.)
크레인: 헤일! 다시 지하실로 내려와, 자네가 필요해. 사령부, 이 녀석을 상대할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미쳤냐고 하실 겁니다. 거기 문창과 나온 사람 몇 명이나 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