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화일자: 1993년 6월 15일
참여인원: 대위 사하라 자데흐Sahara Zadeh(베타-777), 중사 마리아 월섬Maria Waltham(베타-777), 요원 레베카흐 더글러스Rebekah Douglas, 중위 길로이 라 게르Gilroy LaGuerre(타우-9), 중사 마크 케노시Mark Kenoshi(타우-9), 조카스타 로시 박사Dr. Jocasta Rossi(관제사)
작전 목표: 몽골 측량팀의 사망 원인을 밝히고 그 사인에 변칙성이 관련되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폐허유적들이 군데군데 흩어져 있는 작은 언덕 기슭에 기동특무부대원들이 서 있다. 언덕 꼭대기에는 폐허가 된 성탑이 있는데, 대략 4할 정도가 무너져 있다.]
대위 자데흐: 관제소, 기적학적 인지재해 너머에 숨겨져 있던 장소를 발견했다.
관제소: 어떤 종류의 인지재해인가?
자데흐: 위험하지는 않은 듯함. 지금까지 보기로는 일종의 인식 필터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영향권 경계 밖에서 여기를 바라보면 텅 빈 초원하고 언덕밖에 안 보이는데, 경계를 넘어 들어오면 정체 모를 폐허들이 드러나는 식.
관제소: 측량팀이 발견되었던 장소와 가까운가?
자데흐: 백 미터도 안 떨어져 있다. 현지 요원들이 사건 현장을 조사하면서 발견하지 못한 게 오히려 신기할 정도인데. 인지재해를 자각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여기서 멀어지도록 영향을 받게 되는 게 아닐까 싶다.
관제소: 주위를 한번 둘러봐라. 만약 측량팀을 죽인 누군가가 아직도 거기 있고, 언덕 한 개를 통째로 숨길 능력도 있다면, 보통 놈들이 아닐 거다.
자데흐: 눈 크게 뜨고 살펴보겠다.
[대원들이 기록 장비가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폐허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한다. 반쯤 무너진 석조 건축물이 여러 개 있고, 또 그 주위로 역시 돌로 만든 원형의 지하 구역들이 있다. 석조 구역들 각각은 비어 있지만, 지면으로 오르내릴 수 있는 돌계단들이 있다. 언덕 꼭대기까지 이런 지하 석실이 총 열한 개 발견된다. 대원들이 로시 박사에게 이 지하 석실들에 대해 보고한다.]
사령부: 이 석실들은 무슨 용도인 것 같나?
[자데흐가 대답이 없다.]
사령부: 자데흐 대위, 내 말 안 들리나?
[여전히 자데흐 대답이 없다. 의사소통 없이 몇 분이 흐른다.]
자데흐: 사령부, 들리나?
사령부: 그래, 들린다! 잠시 두절되었던 것 같다. 좀전에 내가 했던 질문은 들었나?
자데흐: 로시하고 연결되는 사람 아무도 없어?
[나머지 대원들도 제91기지의 사령부와 교신이 안 되는 것을 확인한다.]
사령부: 이 씹.
자데흐: 그렇군. 이제부턴 우리 재량으로 알아서 해야겠네.
[자데흐와 대원들은 언덕 꼭대기를 향해 계속 나아간다. 자데흐가 멈추어 지하석실 중 하나를 살펴본다.]
자데흐: 라 게르, 자네하고 월섬하고 가서 계단 좀 살펴봐라. 불안정해 보이면 굳이 모험하지 말고.
라 게르: 예, 대장.
[라 게르와 월섬이 돌계단을 밟고 내려간다. 몇 분 뒤 다시 올라온다.]
자데흐: 어때?
라 게르: 밑에 아무 것도 없는뎁쇼. 그냥 우중충한 석조 지하실입니다. 원래는 무슨 저장고였을까 싶은데, 제가 보기엔 아무 것도 없네요.
월섬: 방에 기적학적 출혈이 있기는 한데, 특정 패턴이 있다기보단 그냥 방 전반적으로 퍼져 있고요.
[자데흐가 수긍하더니, 성탑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더글러스: 이게 무슨 문명의 유적인지 짐작이라도 되는 사람?
[케노시가 어깨를 으쓱하곤, 폐허가 된 성탑을 가리킨다.]
케노시: 불길하게 생겼네.
자데흐: 그냥 서 있는 건물일 뿐이야. 가까이 가서 보자.
[대원들이 화본식물들을 넘어 폐허가 된 성탑으로 접근한다.]
월섬: 영향권 바깥으로 나가서 사령부하고 교신을 다시 하는 게 어떨까요?
자데흐: 안 돼. 지원이 필요할지 누가 알겠냐? 게다가 거기서 여기까지 오는 데 어차피 몇 시간은 걸려.
사령부: 이미 그쪽에 합류하라고 한국지부에서 한 팀을 동원했다. 씨발. 아직도 안 들리나 봐.
[대원들이 폐허가 된 성탑에 접근하지만, 뚜렷한 움직임은 보이는 것이 없다. 성탑을 둘러싼 화본식물들과 성탑 안뜰에 자란 화본식물들은 다른 곳에 자란 화본식물에 비해 평평하게 눌려 있다.]
자데흐: 정신 똑바로 차려라. 우리만 있는 게 아닌가 보다.
[성탑은 높이가 약 20 미터에 달하며, 가운데 안뜰에 화본식물이 무성히 자랐다. 석벽에는 점점이 뚫린 데가 산재해 있다. 그렇게 뚫린 데들 중 하나를 통해 대원들이 안으로 들어간다.]
[내부에 조명은 없지만, 완전히 버려진 장소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먼지나 거미줄이 없다. 기동특무부대가 성탑에 진입한 순간 바로 옆으로 난 통로 너머로 무기고가 보인다. 무기고에는 근접무기와 근대적 총화기가 모두 갖추어져 있다.]
월섬: 연장이 참 많네요.
자데흐: 최근까지 유지보수를 했어.
더글러스: 어디 보자, 무슨 사연이 있을까요?
[더글러스가 짧은 강철제 도검들이 어지러이 널려 있는 탁자 쪽으로 이동해서, 무기들 중 하나에 손을 얹는다. 더글러스는 잠시 침묵했다가, 심호흡을 하며 손을 뗀다]
더글러스: 완전 새 거네요. 이상하게 생긴 휴머노이드들이 단조해서 만들었고요.
자데흐: 어떻게 이상한데?
더글러스: 인간처럼 생겼는데, 흙을 빚어서 만든 것 같고 이끼로 덮여 있어요.
월섬: 나한테 좀 보여줄래?
[더글러스가 수긍하고, 월섬의 손을 맞잡은 채 다시 도검을 만진다.]
월섬: 씨발. 또 그 새끼들이야.
자데흐: 설명 좀.
월섬: 예전에 본 적 있는 것들이에요. 왜, SCP-5957 공격 때.
더글러스: 모스크바에서도 봤었다고 그랬지 않았나요?
월섬: 그래, 무슨 기적술로 만들어내서 이름이 체르노프인가 하는 전직 GRU-P 요원이 사역하는 놈들이야. [아래 파일 참조]
라 게르: 돌겠네, 도대체 뭐야 이게 다?
월섬: 저번에 모스크바에서 체르노프와 대치했을 때, 놈은 다에바 도상학을 이용한 무슨 유혈희생의식을 행하고 있었어.
더글러스: 어떻게 됐는데요?
월섬: 기지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 때 파일을 읽어보도록 해. 바르가가 승인해주면 말이지만. 당장은 그 새끼가 우리를 궁지로 몰아넣었다는 정도만 알면 충분해. 우리는 중과부적으로 전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 그렇지만 않았어도 그 놈을 그 때 잡았을 텐데.
자데흐: 그러니까, 이것도 그 놈하고 상관이 있을 수 있다 그건가? 니미, 그런데 왜 생뚱맞게 여기서?
[월섬이 어깨를 으쓱한다.]
자데흐: 그래, 그 답을 찾으러 우리가 온 거지. 다들 흩어져서 이 건물을 털어보자. 실시.
[대원들이 폐허가 된 성탑을 샅샅이 수색하지만, 무기고 외에는 사용된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성탑 내부의 북측에서 케노시가 내려가는 돌계단을 발견한다. 대원들이 계단 입구에 모여든다.]
자데흐: 증원이 여기 도착하려면 아직도 몇 시간은 더 있어야 하니, 그동안 수색을 계속해야겠다. 월섬이 앞장서라. 케노시가 뒤를 엄호해.
[대원들이 계단을 통해 아래층으로 내려와 보니, 셀 수 없이 많은 탁자들이 줄지어 늘어선 지하실이다. 길쭉한 화분들이 탁자 위를 빽빽히 채우고 있다. 화분들에는 이끼가 재배되고 있다. 천장에 여러 개의 결정체 광원들이 있어서 지하실을 밝히고 있다.]
더글러스: 이건 또 뭐야, 대마초 농사인가?
자데흐: 원예학에 조예가 있는 사람 없나?
[긍정적인 대답을 하는 대원은 없다.]
자데흐: 그럼 시료나 좀 줏어담고 계속 이동하자.
[이끼를 채취하기 시작하던 라 게르가 고개를 들어 결정체 조명을 올려다본다.]
라 게르: 저거 전기일까?
월섬: 아뇨, 기적학일 걸요. 아마도.
라 게르: 어떻게 아는데?
월섬: 느껴지거든요. 이 방 전체가 마치 누가 뜨거운 물로 샤워한 뒤의 욕실 안을 걷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방 전체가 포화되어 있어요.
[자데흐가 몸을 굽혀 화분들을 살펴본다. 테라코타로 만들었고, 가장자리를 따라 다에바 문자가 아로새겨져 있다. 그녀가 케노시에게 문자의 사진을 찍으라고 시킨다.]
[몇 분 후, 대원들은 재배실을 지나 계속 전진한다. 투박한 석조 복도를 따라 내려간 끝에, 다양한 도구들이 실려 있는 나무 탁자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큰 방이 나온다. 바디캠 영상에 구식 화학장비, 해부대, 상감・식각 등 정밀금속가공용 작업대가 보인다. 이 방은 돌기둥에 매달린 화로들이 조명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 중 몇몇은 향을 내뿜고 있다. 천장은 그을음이 쌓여서 시커멓다.]
더글러스: 이거 무슨 향인가?
월섬: [코를 막는다.] 백단향, 개잎갈. 지독하네요.
케노시: 이거 좀 봐요.
[케노시가 해부대 옆에 서 있다. 해부대 앞에는 대량의 점토, 분쇄된 돌, 이끼가 섞인 더미가 있는데, 돌바닥에서부터 더미가 쌓여 높이가 3미터가 넘어 보인다. 해부대 위에는 그 혼합물로 빚어 만든 듯한, 대충 사람을 닮은 형상이 누워 있다. 조잡한 조각 도구들도 탁자 위에 널려 있다.]
더글러스: [점토 깎는 조각도를 주워든다.] 어디 한번 볼까요.
[더글러스가 몇 초 동안 눈을 감은 채 침묵하다가, 심호흡을 하며 조각도를 떨어뜨린다.]
월섬: 왜 그래?
더글러스: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관자놀이를 주무른다.] 그냥 죽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누가 저 칼로 수천 명은 죽였나 봐요. 이해가 안 되네.
[자데흐가 조각도를 주워 살펴본다.]
자데흐: 의식용 제구(祭具)야. 그래도 이상하긴 하네. 핏자국이 없어. 흠집도 전혀 없고. 정말 이걸로 수천 명을 죽였다면, 이렇게 생겨먹을 수가 없는데.
[자데흐가 조각도를 비롯한 도구들을 증거물 수집가방에 쓸어담는다. 월섬이 해부대를 가리킨다.]
월섬: 예수님 맙소사, 우리 친구 밑에 뭐가 있나 볼까.
[월섬이 조잡한 점토 인형상을 밀어내자 다에바 기적학 문자가 원형으로 배치된 패턴이 드러난다.]
월섬: 케노시, 이거 읽을 수 있겠어?
[케노시가 해부대로 다가가 문자들을 살펴보더니, 배낭에서 사진기를 꺼내 문자들을 사진으로 촬영하기 시작한다.]
케노시: 못 알아먹겠는데. 너무 복잡해. 사진을 기지로 가져가서 번역해야겠어.
자데흐: 더글러스, 너 좀–
더글러스: 지금은 못 해요.
[자데흐가 전술장갑을 벗고 아로새긴 식각 위에 맨손을 올려 놓는다. 자데흐가 월섬을 바라보고, 월섬이 수긍한다.]
더글러스: 뭔데요?
월섬: 기적학적 에너지가 출혈처럼 새나오는 거야. 그 칼도 그렇고. 심각한 의식에 쓰고 또 쓰고 했겠지.
더글러스: 어떤 의식–
라 게르: 저기, 뭘 찾았는데. 바로 옆 방에서.
[다른 기동특무부대원들이 실험실 옆에 붙은 좀 작은 장방형 방으로 가서 라 게르에게 합류한다. 이 방 역시 석조이지만, 크기는 앞선 방의 10분의 1 이하다. 가구나 다른 출입구도 없다. 들어온 출입구 맞은 편, 가장 넓은 벽에는 상아 상감이 된 커다란 청동 고리가 박혀 있다. 고리의 바깥쪽 테두리를 따라 다에바 문자들이 식각되어 있다. 고리 안쪽의 돌에는 잎이 하나도 없는 나무, 양식화된 해부학적으로 정확한 심장, 신체 특징이 불분명한 사람들 한 무리 등 여러 의례적 도상들이 그려져 있다.]
자데흐: 이게 아까 그 수술대하고 연장들에 곧바로 연결되어 있군.
월섬: 이런 망할.
자데흐: 왜?
월섬: 소환진이에요. 도관 역할을 하는 거라고요.
라 게르: 무슨 소환? "길" 같은 건가?
월섬: [고개를 젓는다.] 희생제의. 번제 같은 거요.
[더글러스와 자데흐가 좀전 방의 해부대를 돌아본다. 더글러스가 청동 고리가 붙은 벽 쪽으로 다시 시선을 돌려 벽화 위로 카메라를 들이민다.]
더글러스: 이거 좀 봐요.
[벽화는 다에바 갑주를 입은 병사들과 SCP-3140 개체들로 이루어진 대군(大軍)과, 그들을 향해 여섯 개의 긴 팔을 뻗은 반짝거리는 타원형 부유존재자 사이의 전투를 묘사하고 있다. 뻗친 팔에서 흘러나온 에너지가 다에바 군대 가운데로 내려친다. 군대 위의 용마루에 붉은 포를 입고 관을 쓴 한 무리의 여자들이 앉아 있는데, 구부러진 칼을 들고 군인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처럼 보인다.]
월섬: [타원형 존재자를 가리킨다.] 음, 이 녀석 낯이 익은데.
더글러스: 여기가 누구의 소유인지 그걸 알아내야 해요, 당장.
[나머지 대원들은 말없이 실험실로 돌아가, 아직 살펴보지 않은 출입구들을 계속 조사해 나간다. 석조 회랑을 따라 쪽방 여러 개가 붙어 있는데, 방마다 휴머노이드 십여 기가 서 있다. 그 형상은 점토와 식물성 물질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며, 청동제 흉판을 걸치고 가죽치마갑옷을 입고 있다. 움직이거나 기동특무부대를 인지하는 기미는 없다. 대원들은 회랑을 따라 계속 내려가다가, 회랑 끝에 이르러 옥좌가 있는 작은 알현실이 나오자 소리를 죽인다.]
[알현실 가운데에 돌로 쌓은 좌대가 있고, 그 위에 뼈・가죽・청동으로 만들어진 옥좌가 놓여 있다. 옥좌 위에는 바싹 마른 여성형 존재자가 앉아 있는데, 금실로 소용돌이치는 와선무늬를 수놓은 붉은 견직물 장포를 입고, 머리에는 보석 원석을 상감한 청동 써클릿을 쓰고 있다. 피부가 매우 건조하고 갈라져서, 마치 미라화된 것처럼 상당한 탈수를 겪은 것처럼 보인다.]
더글러스: 이게 뭘까요?
케노시: 묘실인가?
자데흐: 쓸데없이 수다 떨지 마라.
[월섬이 알현실의 벽들을 가리켜 보인다. 갑옷을 입은 예의 휴머노이드들이 더 많이 서 있다. 움직이지는 않는다.]
월섬: 더 있어요.
자데흐: 얼마나 많이?
라 게르: 최소 열 마리요. 보이는 것들은 모두 근접무기로 무장하고 있네요.
더글러스: 저기요, 저 미라, 벽화에 그려진 여자들하고 비슷하지 않아요?
월섬: 가능성 있지.
[더글러스가 옥좌 위에 앉은 여성형 존재자에게 다가간다. 손을 뻗어 옷 밖으로 드러난 왼팔을 잡아 본다. 다음 순간, 그 존재자의 두 눈이 뜨인다. 더글러스가 비명을 지르며 손을 뿌리치고 돌바닥에 주저앉는다. 여성형 존재자가 옥좌에서 일어선다.]
정체불명: [해독불능]
더글러스: [바로 앉으면서 권총을 뽑는다.] 살아 있어요!
케노시: [여성형 존재자에게 기병총을 겨눈다.] 너 때문에 쟤 아프겠다. 완전히 북어처럼 바싹 말랐잖아.
[더글러스가 코웃음을 치며 자기도 총을 겨눈다.]
자데흐: 그만 좀! [여성형 존재자 쪽으로 주의를 돌린다.] 뭐라는 건지 못 알아먹겠어.
정체불명: 너희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내 알아야겠다고 따져 묻노라!
자데흐: 댁의 집 밖에서 무참하게 살해당한 측량기사들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데. 뭐라도 아는 게 있으신지?
정체불명: 그 놈들은 무단침입을 했고, 내 zeu제우 leux레우흐가 그 놈들의 무덤을 파 주었노라.
자데흐: 제우 뭐시기가 뭔지 모르겠지만, 그 대충 파 놓은 구덩이를 무덤이라고 불러주긴 힘들 것 같은데.
월섬: [뒤에 서 있는 휴머노이드들을 가리킨다.] 화본Grass 아이들children. 저 놈들이 만든 저 인조인간들을 말하는 거예요.
정체불명: 무단침입자에게 마땅히 적절한 인사를 해준 것 뿐이다.
더글러스: 도대체 왜 그런 짓을?
정체불명: 첫째로, 나는 얼마 전까지 수백 년 동안 잠들어 있었다. 둘째로, 아무래도 내가 불청객들을 끌어들이는 것 같구나.
월섬: 그래서 댁네 “아이들”이 애꿎은 공무원들을 학살하도록 시킨 게 적절한 대응이었다고 생각하신다고?
정체불명: 그 놈들은 내 집을 침노했고, 지금 너희들도 그러고 있노라.
자데흐: 우리하고 같이 좀 가주셔야겠는데.
정체불명: 거절하겠다. 그딴 데 낭비할 시간 없느니. 썩 여기서 꺼져라. 그렇지 않으면 저번의 그 머저리들과 똑같이 만들어 주겠노라.
자데흐: 그렇게는 못 하겠는데.
정체불명: 좋을대로 하거라.
[여성형 존재자가 뒤에 서 있는 휴머노이드들에게 돌아서 왼손을 내밀고 뭐라고 말하기 시작한다. 더글러스가 앉은 상태로 여성형 존재자에게 권총을 세 번 쏘아 두 발은 가슴, 한 발은 이마에 맞힌다.]
[더글러스가 일어서서 총을 계속 겨눈 채 나자빠진 시체를 내려다본다.]
자데흐: 더글러스 요원, 물러나!
더글러스: 사하라, 우리 다 뒤질 뻔 했다고요. 자기 개새끼들을 풀어서 우릴 물게 시키려 했고, 그래서 막은 거예요.
자데흐: 좆까고 미친 년아. 내가 명령하지 않으면 발포하지 마. 지금 여기서 책임자는 나야.
더글러스: [권총을 권총집에 집어넣는다.] 그러시든가요. 뭐, 어차피 끝났네요.
[더글러스가 아까 넘어졌을 때 떨어뜨린 자기 기병총으로 걸어가 주워올린다.]
자데흐: 더글러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더글러스: 우리 능력을 벗어난 일이 벌어지려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가만 있다가는 다 좆될 각이었다고요.
자데흐: 우리는 답을 찾으러 왔다고! 시체를 어떻게 심문–
월섬: 대장, 좀 봐요.
[여성형 존재자가 돌바닥에 몸을 굼실대더니, 옥좌를 짚고 다시 일어선다. 커다란 총알구멍이 이마에 한 개, 가슴에 두 개 뚫려 있다. 피가 흘러나오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더글러스: 이 씨발 뭐야?
[여성형 존재자가 알 수 없는 언어로 지껄이기 시작한다. 10기의 휴머노이드가 검을 뽑아들고 대원들을 향해 다가온다.]
자데흐: 조져버려!
[기동특무부대원들이 접근해오는 휴머노이드들에게 일제히 발포한다. 휴머노이드들은 총을 맞아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서서 접근해온다. 기동특무부대원들이 다시 총을 쏘는데, 월섬만이 여성형 존재자 쪽으로 다가가서 개머리판으로 그녀의 머리를 후려친다. 여성형 존재자가 돌바닥에 쓰러지자 월섬이 그 몸 위에 올라타 장포를 끌러 벗겨 바싹 마른 피부를 노출시킨다.]
더글러스: 마리아, 뭐 하는 거여요?
월섬: 엄호나 해!
[나머지 대원들이 계속 휴머노이드들에게 총화를 쏟아붇는 동안, 월섬 중사가 자기 나이프를 뽑아 여성형 존재자의 등짝에 원을 새겨넣는다. 여성형 존재자는 몸부림을 치지만 월섬이 나이프 손잡이로 머리를 한 번 더 후려갈긴다. 그 뒤 월섬은 팔뚝의 붕대를 찢어 원 안에 솔로몬의 봉인을 조잡하게 그려넣는다. 작업이 끝나는 즉시 혈액이 말라붙고, 여성형 존재자의 건조한 피부 속으로 가라앉아 문신처럼 된다. 휴머노이드들의 전진이 멈춘다. 월섬이 출입구 방향으로 돌아선다. 출입구 문간에서 얼어붙은 수십 기의 휴머노이드들이 바디캠 영상에 비친다.]
더글러스: 방금 뭐였죠?
[월섬이 여성형 존재자를 억지로 일으키고, 장포를 고쳐 입힌다. 그 뒤 케이블타이 두 개를 꺼내 여성형 존재자의 손발을 포박하고 옥좌에 앉힌다.]
월섬: [나이프 칼날을 여성형 존재자의 장포에 문질러 닦는다.] 이 년이 저것들을 조종하는 기적술을 못 쓰도록 봉인을 했어요.
케노시: 야, 미친다. 거 참 브루털하구먼.
월섬: 머리에 총 맞고도 안 죽는 종자니까, 이 정도가 오버킬은 아니겠지.
정체불명: 어찌 감히 가모장의 몸에 손을 댈 수 있단 말이냐? 냉큼 나를 풀어 주지 못할까!
자데흐: 아이고 그러세요, 가모장님. 당신의 신병은 우리가 접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