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번호: SCP-520-KO
등급: 케테르(Keter)
특수 격리 절차: SCP-520-KO의 완전한 격리는 불가능하며, 해당 현상을 일어나지 못하게 막는 것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SCP-520-KO의 격리 절차는 격리가 아니라 해당 사건의 발생 순간의 포착을 목표로 한다. 이에 따라 전세계에 있는 SCP-520-KO-1의 소재를 파악해야 하며, 이를 위해 무진에 한 번이라도 들린 사람 중 정신과 치료 경력이 있는 20-30대 사람들을 조사하도록 한다. 해당 조건에 만족하는 사람이 있다면, 주변에 SCP-520-KO-2가 될 수 있는 물체가 존재하는지 파악한 다음, 존재하는 경우에 SCP-520-KO-1 의심 개체로 지정해 감시한다. 70% 가량의 조사가 끝난 현재 ███ 명의 SCP-520-KO-1 의심 개체를 확인하여 감시 중이다.
SCP-520-KO이 발생했을 경우, SCP-520-KO-2의 화재는 별다른 역정보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 다만 SCP-520-KO-1의 사망사건에 대해서는 SCP-520-KO-1의 자살이나 부주의로 인한 화재 사고라는 역정보 절차를 실시한다.
설명: SCP-520-KO는 2,3개월을 주기로 다음과 같은 사람(이후 SCP-520-KO-1이라 지칭)에게 일어나는 변칙적인 현상이다.
- 20~30대이다.
- 대한민국 무진시에 한 번이라도 방문한 적이 있다.1
- 공허함을 자주 느끼며, 우울감을 자주 느낀다.
- 자신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느끼며, 그에 대한 희망이 적다.
- 주위 5km 이내에 더 이상 사용가치가 없는 건물(이후 SCP-520-KO-2라 지칭) 등이 있다.
SCP-520-KO는 SCP-520-KO-1과 SCP-520-KO-2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발화하는 사건을 의미한다. 해당 사건 동안 태워지는 SCP-520-KO-1과 SCP-520-KO-2의 개수는 모두 하나이다. SCP-520-KO-1 의심 개체의 주변에 존재하는 SCP-520-KO-2의 수가 복수라고 해도, SCP-520-KO가 발생하면 그 중 하나에게만 현상이 일어난다.
SCP-520-KO-2의 화재는 외관상 평범한 화재와 거의 동일하다. 다만 진압을 위한 시도와 상관없이 언제나 전소하며, 개체 내부에는 인간을 제외한 모든 물질이 비가연성 물질인가 아닌가에 상관없이 모두 연소한다.
SCP-520-KO-1의 연소도 일반적인 인간 발화 현상2과 동일하나, 시체가 남는다는 차이점이 있다. 화재로 인한 피부의 피해 정도는 심장을 기준을 하여 멀어질수록 전소, 3차 화상, 2차 화상, 1차 화상으로 낮아지며, 이마 위 쪽과 양 손발은 화상의 흔적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때 SCP-520-KO-1의 심장 부분의 장기가 75% 확률로 전소하는 것으로 보아, 연소가 개체 내부로부터 일어났으리라 추정된다.
SCP-520-KO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조사 결과는 19██년 ██월 ██일이라 보고 있으나, 남아있는 SCP-520-KO-1이 없을 시에는 SCP-520-KO의 주기가 정지된다는 가설이 제기되어 확실하다고 보긴 어렵다.
SCP-520-KO는 20██년 ██월 ██일에 같은 형태의 사인을 보인 시체가 주기를 가지고 나타난다는 점에 의문을 품은 재단에 의해 발견되었다. 이후 5번의 SCP-520-KO 사건의 공통점을 추적해 SCP-520-KO-2의 존재를 확인하였으며, ██건의 사건을 더 처리한 이후 SCP-520-KO-1이 정해지는 조건을 발견했다. 현재 다음 SCP-520-KO-1이 어떻게 정해지는지를 조사 중이다.
부록: 현재까지 일어난 SCP-520-KO 목록
열람의 편의를 위해 최초 기록, 주목할 만한 기록, 최근 기록만 첨부했습니다. 모든 기록을 원할 경우 RAISA에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레이지 박사-
사건 일자: 19██/██/██
SCP-520-KO-1: 김██(34)
SCP-520-KO-2: 빈 외양간
설명: 사업 실패 후 귀농했으나, 농사에서도 큰 손실을 보았다. 극심한 알코올 중독 환자로, 현상이 일어났을 땐 아내와 자녀들과도 별거 중었다.
사건 일자: 1987/██/██
SCP-520-KO-1: ████ 나오코(23)
SCP-520-KO-2: SCP-520-KO-1이 머물던 정신병원 근처의 버려진 헛간
설명: 무진에 거주하는 애인을 보러 갔다가 애인의 자살 장면을 목격한 후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이때 면회 온 사람이 한 명 밖에 없는 걸로 보아, 인간관계 또한 영향이 있었던 걸로 보인다. 한국인이 아닌 이가 SCP-520-KO-1이 된 최초의 사례이다.
사건 일자: 19██/██/██~20██/██/██
SCP-520-KO-1: 강██(22) 포함 무진 대학교 운동권 ██명
SCP-520-KO-2: 자택 근처 버려진 창고, 비닐하우스나 비밀 집결 장소로 쓰던 건물
설명: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의 많은 운동권들이 분열되었고, 그 과정 동안 운동권에 각별한 애정을 쏟은 학생들 사이에서 허무주의가 나돌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강██의 SCP-520-KO 사건 이후, 서로 간의 불화가 더욱 커져 절망과 허무감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극대화 됐으리라 추정된다. 한 그룹에 연쇄적으로 일어난 SCP-520-KO 사건으로, 재단이 발견한 첫 번째 SCP-520-KO이자, 해당 현상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됐다.
사건 일자: 20██/9/10
SCP-520-KO-1: 신██(26)
SCP-520-KO-2: 실종된 숲 바로 앞에 있던 버려진 비닐하우스
설명: 평소에 현실 감각이 별로 없었기에, 자신의 예상과 다른 현실에 좌절하여 환각, 환청, 기억 왜곡 등의 정신병을 앓았다고 알려져 있다. 사건 한 달 전에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뒤 무진에 위치한 친구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사건 당시 거주지 근처 숲에 들어간 마지막 목격 이후 실종되었다가 이후 발가벗은 시체가 발견되었다. 해당 사건 이후 SCP-520-KO-2의 존재가 확인되었다.
사건 일자: 20██/██/██
SCP-520-KO-1: 이██(20)
SCP-520-KO-2: 거주지 근처의 찢어진 비닐하우스
설명: 평소에 가벼운 우울증을 앓고 있었는데, 무진에 다녀온 이후 우울증이나 정신착란이 더욱 심해졌다는 증언이 있다. 뱀의 손 한국 지부에 소속된 인원으로 확인되었으나, 이와 별개로 해당 사건에 대해선 뱀의 손과 무관하다는 게 밝혀졌다. 이 사건 이후 뱀의 손과의 협력을 통해 SCP-520-KO-1의 성립 조건이 어느정도 수립되었다.
부록: 해당 사건 현장에서 다음과 같은 글귀가 발견되었다. 유서인지 아닌지는 확실하지 않다.
무진이란 곳은 참으로 이상한 도시다. 기상 상황에 상관없이 사시사철 안개가 끼며, 땅은 있어도 밭을 일굴만한 땅은 못 되고, 바다가 있지만 항구가 성황할 만큼 바다 사정이 좋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기에 모여들고 다같이 부대껴 산다. 이 모순으로 점철된 곳에서 나의 눈에는 또 다른 모순이 보인다.
지난번 강의를 들으면서 무진은 흄 준위가 낮다고 들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변칙적인 힘을 부리는 사람보다 변칙적인 공간이 많이 보인다. 비록 옥리들 때문에 많이 찾아보지는 못했지만 옥리들이 관리하에 두는 곳은 확실히 변칙적 인간들보다 많다. 산발적으로 흄 준위가 높은 곳이 이렇게 많다면, 여기는 흄 준위가 높은 곳일까? 낮은 곳일까?
나는 그게 알고 싶어 무진으로 내려왔지만 난 질문의 답 대신 안개의 어두운 사실만을 안고 살아간다. 도시가 안개로 뒤덮었을 때, 그 안개에는… 무언가 있다. 나도 이게 비변칙적인 안개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변칙적인 것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설명할 수는 없을 게다. 안개가 나타내는 분위기. 그 압도 속에 사람은 주저앉게 된다. 무진의 안개는 특별하지 않다. 아니, 특별하지 않아야 한다.
난 옥리들이 관리하는 건물의 실체는 알아내지 못했다, 아니 알아낼 수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 안개를 볼 때마다 깊은 속으로 꺼져가는 기분이다. 마치 하얀 아우성에 눌려 내 마음 속을 드러내버리면 안개는 그 속으로 들어와 우울감이라는 부분을 부풀어오르게 하는 것 같다.
안개 속에 목을 매달면 아무도 모를 거라는 생각이 자꾸 머리 속을 맴돈다. 고통스럽다.
난…. 살고 싶은 건가?
사건 일자: 21██/██/██
SCP-520-KO-1: ██████ 뫼르소(35)
SCP-520-KO-2: ██해수욕장의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샤워실
설명: 염세주의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으며, '자살 여행'의 일환으로써 한국에 들렀다고 지인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추후 조사에 따르면, 사건 당시 지역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에 대한 혐의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으나, 여행 일정을 무리하게 늘려서 해당 사건 현장으로 다시 찾아갔다고 한다.